진주는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손톱 줄로 새빨간 손톱을 여유 있게 손질하고 있었다.신효린은 화가 나서 숨을 헐떡였다. 하지만 어머니의 태도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오늘 밤처럼 집에서 수모를 당했다면 진주는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나서서 도와줬을 것이다. 어쨌든 신효린은 진주가 가장 아끼는 딸이고, 자신의 영역에서 함부로 행동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진주가 지나치게 조용했다.‘아래층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으니 불명 알고 있었을 텐데, 왜 도와주려 내려오지 않았지?’“신효린, 앞으로 우리 집안에서 오늘 밤 같은 일은 다시 보고 싶지 않아. 효정이도 내 친딸이야. 너희는 피를 나눈 자매인데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 때릴 수 있어?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아시면 널 잘 키우지 못한 내 탓으로 돌릴 거야. 넌 이제 스물다섯 살이야. 왜 아직도 조증 환자처럼 무모하게 행동해? 매일 네 동생이 정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너도 똑같아!”진주는 계속 불평을 늘어놓았다.“엄마, 뭐 하나만 물어볼게요!”신효린은 진주에게 달려가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내가 이 도련님과 아래층에서 다투는 걸 다 봤어?”진주는 눈썹을 치켜올렸다.“봤어, 왜?”“계속 보기만 한 거야? 봤으면서 왜 날 도와주지 않았어?”신효린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도와주지 않은 건 둘째치고, 이유희가 신효정을 데려가는 것까지 내버려 둬? 어떻게 이럴 수 있어?”“왜 그러면 안 되는데?”진주가 냉정하게 웃으며 물어보자 신효린은 멍해졌다.“엄마…….”“나도 이유희를 포기했는데, 넌 아직도 포기 못 했어? 참…… 대단해. 나처럼 이렇게 똑똑한 여자가 왜 너 같은 일만 망치고 사랑에 눈이 먼 딸을 낳았을까?”진주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난 지금 모든 것을 너에게 걸었어. 이유희가 네 동생을 좋아한다면, 그냥 그 뜻을 이룰 수박에 없어. 그리고 효정이도 내 친딸이야. 이유희가 선천적 결함이 있어도 개
이유희는 신효정을 안고 차에 태웠다. 정연이 운전석에 앉아 차를 몰고 관해 정원을 떠났다.차 안에서 신효정을 안고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는 이유희는 마음이 아프고 씁쓸했다.오늘 밤 신경주를 찾아 술을 마시려고 관해 정원으로 간 것이다. 그러나 들어가자마자 이런 떠들썩거리는 현장을 마주하게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이유희는 영이가 고통스럽게 말한 말들과 신효정의 팔에 있는 끔찍한 흉터를 떠올렸다. 그는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고 몸에 피가 날카로운 칼날로 되어 가슴을 찌르는 듯한 강렬한 아픔이 느껴졌다.이런 강한 아픔은 처음으로 느껴봤다.구아람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도 가슴이 아팠었다. 하지만 그런 아픔은 지금 이 순간과 비교할 수 없었다.이유희는 숨을 깊이 내쉬고 날카로운 턱을 소녀의 머리에 기대었다. 그리고 분노로 빨갛게 충혈된 눈을 천천히 감았다.‘프리지아, 내가 평생 지켜줄게. 나 이유희는 절대 약속을 어기지 않을 거야. 반드시 그 약속을 지킬게.’“도련님, 저희…… 이제 어디로 갈까요?”정연이 백미러를 통해 이유희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이유희는 그 질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비록 신효린 앞에서 신효정을 데려가겠다고 말했지만, 다 큰 소녀를 집으로 데려갈 수는 없었다.‘신경주가 알면, 날 죽이겠지?’“프리지아, 둘째 오빠에게 데려다줄게. 아니면 새언니에게 데려다줄 테니, 오늘 밤 거기서 잘래?”이유희는 눈을 내리깔고 다정하게 물었다.그러나 신효정은 고통스러워 눈썹을 찌푸리더니 손을 뻗어 왼쪽 귀를 가린 채 대답하지 않았다.“효정아, 효정아?”이유희가 몇 번 더 불렀지만 그녀는 여전히 귀를 막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중얼거리기만 했다.“아파…… 아파…….”“어디가 아파?”신효정은 천천히 눈을 떴다. 얼굴에는 여전히 신효린이 때린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었다.눈물에 젖어 초롱초롱하고 반짝이는 눈과 마주치자 이유희는 가슴이 설레었다.“유희 오빠…… 미안해요…… 저한테 말하는 거 알지
아람은 고요한 분위기를 참지 못했다. 눈썹을 찌푸리더니 할아버지 앞에서 경주를 명령했다.“뭘 봐, 얼마나 다쳤는지 몰라? 빨리 옷을 벗어!”“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경주는 망설이며 물었다.“왜? 상남자가 뭐가 두려워? 네 몸에는 다른 남자가 없는 것이 있어? 아니면 다른 남자가 있는 것이 너에게 없는 거야?”경주가 머뭇거리자 아람은 점점 짜증이 났다.옆에서 듣고 있던 한무는 소름이 돋았다.‘사모님의 말이 너무 야…… 아니, 너무 빠르네. 예전에 사모님이 사장님에게 말할 때 다정하고 부드럽게 소곤거렸는데, 지금은 말에 가시가 돋쳤네.’경주는 창백하지만 준수한 얼굴을 들고 다정하게 아람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그 뜻이 아니라…… 약을 바르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동원할 필요가 없어. 네가 내 곁에 있으면 충분해.”아람은 눈을 부릅뜨더니 짜증을 내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뻔뻔한 문파가 있다면 신경주가 바로 그 문파의 창시자겠네!’“에헴……. 경주 말이 맞아. 우리가 여기서 걱정해도 아무 도움도 안 돼. 호 선생과 소아만 있어. 소아가 의술을 알아서 호 의사에게 도움이 될 거야. 우리는 이만 나가자!”눈치가 빠른 신남준은 경주에게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맞아요. 소아도 의술을 알아요. 요 며칠 계속 제 곁에서 돌봐주었거든요.”경주는 아람을 깊이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호 선생님은 약을 두고 먼저 퇴근하세요. 아람이만 있으면 돼요.”사람들은 저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아람을 바라보았다.‘짜증 나, 때리고 싶네!’결국 사람들은 모두 나가버렸고, 아람과 경주만 남았다.방은 섬뜩할 정도로 조용했다.“옷 벗어.”아람은 심호흡을 하더니 냉정하게 명령했다.“그래.”경주는 얌전하게 아무 말 없이 옷을 벗었다.채찍에 맞아 찢어진 셔츠를 벗으려 했다. 하지만 움직임이 너무 커서 등에 난 상처를 건드렸다. 통증이 느껴진 그는 나지막하게 소리를 질렀다.사실 많은 전쟁과 어려움을 겪은 군인인 그에게 이 정도 통증은 아무것도
갑자기 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눈이 빨갛게 물들었다.아람이 다시 한번 그에게 알 수 없는 익숙한 느낌을 주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가 의료 키트에서 호 의사가 남긴 소독약과 연고를 꺼내 능숙하게 그의 상처를 처리했다.“아람아.”경주는 그녀를 부드럽게 불렀다.아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색을 했다. 경고하듯 손놀림의 힘도 세졌다.경주는 아픔이 느껴져 얼굴을 찡그렸지만 여전히 말을 이어갔다.“아람아, 너를 보면 누군가가 생각이 나. 나의 옛 지인.”아람은 그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처리해 주며 무심코 물었다.“누구?”“몰라.”“모른다고? 왜 몰라.”“그러게. 왜 모르지. 그냥 모르겠어.”경주는 얼굴을 옆으로 하고 엎드려 있었다. 아득한 기억에 사로잡힌 듯 눈을 반짝이며 창밖의 달을 바라보았다. 눈앞에는 의연하고 고집스러웠던 가냘픈 모습이 떠올랐다.“내가 위해 부대에 입대했을 때 전쟁터에서 그 여인을 알게 되었어.”의료용 솜을 집고 있던 아람의 손이 심하게 떨렸다.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방이 너무 고요해서 심장이 뛰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계속하면 이상한 반응을 하여 정체가 드러날까 봐 걱정했다.다행히 경주는 아람을 등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허점투성이 표정을 볼 수 없었다.“그때 우리 팀은 성공할 수 없는 미션을 받았어. L 국의 테러 조직에 갇힌 인질들을 성공적으로 구출해 안전 지역으로 옮긴 후 D 국의 대사관으로 호송해야 했어. 우리 대원 수는 100명도 채 되지 않았다. 많은 탄약과 무기를 가진 테러 조직을 상대하는 것은, 사실상 죽으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 당시 나는 아무런 욕심도, 걱정도 없었어. 그래서 살아서 돌아올 생각도 하지 않았어.”경주는 자조 섞인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비둘기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를 수용소로 데려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나에게 조금만 더 버티라고 격려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 같아.”“비…
아람은 입을 살짝 벌렸다. 가슴이 쿵쾅거리더니 잠시 멍한 채로 굳어졌다.그해 전쟁에서 함께 생사를 넘나들며 겪은 고통은 오직 자신만이 가슴에 새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주도 잊지 않았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다. 심지어 그녀를 향한 추적을 포기하지 않았다.다른 여자라면, 경주의 능력으로는 바로 찾았을 것이다.아쉽게도 그가 온갖 고생을 하면서 찾던 ‘비둘기’는 그와 결혼했던 백소아이자 구씨 가문의 아가씨이다.아람은 L 국에서 경주와 작별을 고한 후 모든 행적을 지웠다. 구만복이 그녀의 행방을 찾고 해문으로 데려갈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국경 없는 의사를 할 때 거짓 신분과 거짓 이름을 사용했었다.기발하고 똑똑한 그녀는 경주가 아무리 능력이 있다 해도 찾지 못할 것이다.“아람아, 왜 말이 없어? 내 말투가…… 많이 심했어?”경주는 그녀가 다시 침묵한 것을 보고 당황한 나머지 부드럽게 말했다.“미안해. 혼낼 생각은 아니었다. 그냥 내 태도를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야. 비둘기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나는 정말 그녀에게 나쁜 의도가 없어!”이 말을 듣자 아람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그래, 그 당시 김은주와의 사랑이 뜨거웠잖아. 김은주와 함께하기 위해 할아버지와 싸우고, 심지어 굶으면서 의기소침했어. 그때 네가 어떻게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겠어. 목숨을 구해준 비둘기조차도 여자로 보이지 않았겠지.”귀에 거슬리고 가시가 돋친 말들이 그의 가슴을 찔렀다.경주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자 아람은 놀라서 낮게 소리를 질렀다.그러자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경주의 눈빛은 그녀와 뜨겁게 얽혀 있었다.아람은 숨이 막혔다. 손에 쥐고 있던 솜이 떨어지는 김에 경주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너무 세게 잡아서 다섯 손가락이 서서히 빨갛게 달아올랐다.“신경주! 너, 너 뭐 하는 거야……. 아파!”“구아람, 내가 예전에 잘못한 게 너무 많아. 나도 후회되고 뉘우치고 있고, 너에게 속죄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 중
경주는 아람의 손을 잡고 손등에 입을 맞췄다.아람은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며 귀가 빨개졌다. 손을 떼는 것조차 잊어버렸다.“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내가 헛소리를 너무 많이 했어. 한 번만 봐줘. 응?”경주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그녀의 촉촉한 눈을 바라보며 진신 어린 사과를 했다.‘세상에! 이게 성주에서 위엄 있는 신 사장님이 맞아? 그룹의 사람들을 부들부들 떨게 하는 위풍당당한 신 사장님이 맞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놀라서 쓰러지겠네!’“켁켁…….”귀 끝이 빨개진 아람은 가볍게 기침을 했다. 용서한다는 말은 하지 않은 채 눈을 내리깔고 앞에 무릎을 꿇은 강하고 아름다운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속이 시원했다.“오늘 밤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왜 이렇게 찌질이처럼 아버지에게 맞고만 있었어?”아람은 눈썹을 찌푸렸다. 화가 치밀러 오르자 참지 못하고 그의 이마를 찌르며 사납게 말했다.“너 서른 살이야. 반격을 못하면 저항도 못해? 아버지와 부자지간이야, 아니면 노예와 주인이야?”“마음 아팠어?”경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넌 내 목숨을 구해줬어. 내 환자이기도 해. 의사로서 네 건강을 관심하는 것은 당연한 거야.”아람은 억지로 우겼다.“그래서 마음이 아팠네.”경주가 부드럽게 웃는 모습은 뼛속까지 다정했다.“네가 걱정해 준 대가로 한 대 맞았으니, 이득 봤네.”“뭐?”아람은 너무 화가 나서 웃음이 터졌다.‘이놈이 병원에 가봐야겠네. 머리에 문제 생긴 거 아니야?’……한편.이유희는 가장 빠른 속도로 신효정을 가장 가까운 병원에 데려갔다.차에서 내려 의사를 만날 때까지 신효정을 꼭 껴안았다. 그의 눈은 붉게 물들었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았다.항상 사회를 거닐고 산이 무너지기 전에도 침착하던 이유희는 처음으로 여자 때문에 겁을 먹었다.정연은 그의 뒤를 따랐다. 이유희의 바위처럼 팽팽한 등을 보자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이 소녀는 정말 천사네. 무자비하고 매정한 도련님에게 정과 사랑을 주
이유희의 화는 소용이 있었다.10분 후, 그는 신효정을 안고 이비인후과로 갔다.의사는 전전긍긍하며 그녀를 진찰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유희와 정연도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선생님,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이유희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외부 충격으로 인한 고막 천공입니다.”의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이런 상황의 환자를 일주일에 몇 명씩 접합니다. 대부분 뺨을 맞아서 생기는 증상입니다. 심각한 경우 이명과 같은 후유증이 평생 남을 수 있습니다.”이유희와 정연은 충격을 받았다. 후유증이 평생 남을 거라는 말을 들자 가슴이 내려앉았다.“그, 그럼 선생님, 완치할 수 있나요?”정연은 급히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 모습은 마치 친언니처럼 신효정을 걱정해 주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의 고막 천공이 크지 않아요. 게다가 두 분이 제때 병원으로 데려와서 아마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이유희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엄숙하게 말했다.“아마?”“아, 아니, 무조건 치료할 수 있습니다! 수술하고 약을 제때에 바르면 됩니다. 회복 기간 동안 무리하거나 귀가 젖지 않는 한 반드시 완치됩니다!”의사는 이유희의 눈빛을 보고 겁을 먹었다. 그래서 감히 모호한 태도를 취하지 못했다.“그래야죠.”이유희는 신효정의 앞에 서서 떨고 있는 그녀의 작은 몸을 팔고 감싸 안았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의사를 보았다.“그렇지 않으면 오늘이 이번 생에서의 마지막 내진일 겁니다.”의사는 고분고분 머리를 끄덕였다.이유희는 몸을 숙여 신효정의 등을 토닥거렸다. 그녀가 다치지 않은 오른쪽 귀에 입술을 대고 부드럽게 안심시켰다.“걱정 마, 유희 오빠가 있으니 괜찮아. 반드시 무사히 둘째 오빠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해줄게.”정연은 이 애매하고 따뜻한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항상 차갑고 무덤덤했던 여자 경호원의 눈이 살짝 붉어졌다.“유희 오빠…… 방금 들었는데, 제가 수술을 받아요?”신효정은 조금 적응해서 어렴풋이 단어의 일부분을 들을 수 있었다.겁에 질린 그녀는 가
구아람이 신경주에게 약을 다 바르자마자 서 비서가 들어왔다.“도련님, 몸 상태는 어떠십니까?”“좋아요. 아람이 덕분입니다.”말을 하면서 경주는 아람을 다정하게 바라보았다.아람은 옆으로 피했다.‘한없이 냉정하던 남자가 지금은 왜 틈만 나면 끼를 부리는 거야. 점점 느끼해지네.’“구아람 씨, 정말 감사합니다.”비서가 허리를 숙여 아람에게 인사를 하려는데, 그녀는 재빠르게 다가가 두 손으로 일으켜 세웠다.“아저씨, 너무 예의를 차리지 마세요. 이건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구아람 씨, 우리 도련님에게…… 여전히 잘해주시네요.”서 비서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두 사람을 엮어주고 싶었다.“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신 사장님을 챙겨주는 건, 신 사장님의 할아버지가 저에게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에요.”아람은 담담하게 웃었다.“제가 하는 모든 일은 할아버지를 위한 것입니다.”서 비서는 무안해하며 웃었다. 반면 경주는 달게 여기며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가시가 박힌 말만 하는 아람이 익숙해졌다.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몸과 입술은 항상 성실했다.“도련님, 괜찮으시면 저랑 서재로 가요. 신 선생께서 할 말씀이 있다네요.”경주는 잠시 멍해졌다.“알겠어요.”그리고 아람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좀만 기다려. 금방 갔다 올게.”“흥, 누가 널 기다린대? 지금 갈 거야, 안녕!”아람은 도도하게 턱을 살짝 치켜들고 경주를 스쳐 지나갔다.마음이 급해난 경주는 그녀의 손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꼭 다물고 아람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이 장면을 본 서 비서는 경주의 영혼이 아람을 따라가는 것 같았다. 뜨거운 눈빛은 아람의 몸에서 한순간도 떠나지 않았고 기뻐하면서도 아쉬워했다.“아저씨, 지금의 저의 모습이 우습지 않아요?”경주는 자조 섞인 쓴웃음을 지었다. 어렸을 때부터 서 비서를 가족처럼 여겼기에 대놓고 말했다.“그렇지 않아요, 도련님.”서 비서의 눈빛에는 어른의 온화함이 묻어
“소연 씨, 오늘 밤 신 사장님과 함께 데리러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예요.”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맹새했다.[들키는 게 두렵지 않아요. 그제 그 시간에만 나갈 수 있어요.]만소연은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데리러 가는 건 소연 씨 안전을 생각해서예요.”경주는 엄숙한 말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지금 윤씨 가문이 소연 씨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있을 수 있어요. 만약 갑자기 나가서 윤씨 가문 사람에게 들키면 위험해질 수 있어요.”만소연은 깜짝 놀랐다.[구, 구아람 씨, 이 분은.]“소연 씨, 두려워하지 마세요. 신 사장님이에요. 제 곁에 있어요.”아람은 눈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들고 경주의 얼굴을 살짝 쳤다. 경주는 바로 몸을 기울리고 여왕을 모시는 우아한 집사처럼 잘생긴 얼굴을 아람에게 들이대며 코끝을 맞댔다. 아람은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경주는 이때 아람에게 키스를 했다. 혀는 천천히 움직이며 아람을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이때 경주는 아람의 입술을 떠났다.‘음, 이 나쁜 남자, 정말 나빠. 점점 나쁘네!’[신, 신 사장님? 정말 신 사장님이에요?]만소연의 눈빛이 순간 밝아지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신, 신 사장님. 존경합니다. 제 롤모델이에요!]경주는 누썹을 찌푸렸다.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그냥,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연예인보다도 잘생겼어요. 저 신 사장님을 엄청 좋아해요!]“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구아람 씨예요.”경주는 스님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하며 아람의 어깨를 끌어안았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만소연은 황급히 해명했다.[저는 그저 신 사장님의 능력과 외모를 존경하는 거예요. 다른 뜻은 없어요. 그리고 저는 구아람 씨와 신 사장님의 팬이예요. 정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쯧, 신 사장님은 전에 인터넷에서 평판이 엄청 안 좋았는데, 얼굴 빼고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팬이 있네? 역시 지금 시
아람의 머리를 빗어주던 경주의 손도 순간 멈칫하며 핸드폰을 바라보았다.“아람아, 아는 번호야?”“몰라.”“받을 거야?”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아람은 낯선 번호를 받지 않는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도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듯 막연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전화를 마치지 않으면 많은 것을 놓칠 것 같았다.“여보세요.”아람은 다정하게 전화를 받았다.[여, 여보세요.]전화 반대편에서 소심하고 낮고 부드러운 여자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들으면 아린과 비슷하게 들렸다. 아람과 경주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즉시 스피커폰을 켰다.“죄송하지만, 누구세요?”[구, 구아람 씨 맞아요?]소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네, 구아람이에요.”[저, 저는 만소연이에요.]경주와 아람은 순간 긴장했다. 특히 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에 식은땀이 났다. 경주는 숨을 죽이고 아람을 바라보았다. 아람의 손을 잡고 가슴에 대며 안전감을 주었다.“소연 씨, 드디어 전화가 오셨네요.”아람의 목소리는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친근하게 말하기 위해 성을 떼고 불렀다.“매일 소연 씨의 전화를 기다렸어요. 드디어 전화 오셨네요.”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만소연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건, 만소연을 만나고 얘기를 했다는 건데, 아니면 왜 그렇게 말하겠어. 하지만 언제 만났지? 난 왜 몰랐지?’[매일, 기다렸어요?]만소연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구아람 씨, 만약 제가 연락하지 않았다면.]“그래도 기다렸을 거예요. 연락하든 안 하든 선택권은 소연 씨에게 있어요. 기다리든 말든 제 선택이에요.”아람은 이글거리는 눈빛에 굳은 의지가 가득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아람은 상대방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경주는 아람의 친착함을 존경했다. 목표을 이루기 위해 억울해하며 참았고 굴욕도 견딜 수 있었다. 고귀한 출생으로 인해 우월감을 느끼지 않았고
윤씨 가문은 라이브 사건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싶었지만, 윤진수의 평판이 너무 않 좋았다. 사람들은 그저 웃음거리를 보고 싶었다. 게다가 윤진수를 지목하는 구씨 가문 아가씨 아린이 나타나 더욱 드라마틱해져 점점 뜨거웠다.열기가 갈아앉지 않으면 윤진수는 경찰의 목표로 될 것이다. 윤정용은 심지어 뻔번하게 경찰 총장에게 가서 사정했지만, 마침 최고의 재벌 구만복이 오랜만에 실검에 올랐다. 사무실의 TV에서 뉴스가 방송되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리본 커팅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와 인터뷰하는 구만복의 모습이 보였다. 기자는 바로 물었다.“구만복 씨, 이틀 전 라이브에서 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성.”“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자?”구만복의 안색이 순간 차가워지며 반박했다.“어느 언론사 출신이에요? 이렇게 정보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데 기자를 해요?”사람들은 구만복의 압박감에 숨도 쉬지 못했다.“제 친딸이에요. 우리 구씨 가문의 막내 공주님. 제 셋째 부인 초연서의 딸이에요.”구만복의 표정은 유난히 차가웠지만, 아린을 언급하자 날카로운 눈빛에 보기 드물게 온기가 돌았다.“제 눈에 아람이든, 아린이든 모두 소중한 딸이에요. 아린을 공개하지 않은 건, 나이도 어리고 확교를 다니고 있고, 모녀가 겸손해서예요. 아이의 학교생활을 방해할까 봐 공개적인 자리에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요.”“결국 모두 막내딸을 지키려고 한 거예요. 하지만 내 딸을 보호하는데, 윤진수 그 짐승에게 기회를 주었어요!”‘젠장, 구 회장님의 말이 정말 날카롭네. 구만복과 윤정용이 친하다는 것을 모른느 사람이 없잖아. 하지만 막내딸을 위해 윤씨 가문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네!’“우리 딸은 큰 굴욕을 당했어요. 윤씨 그룹이 사적으로 가고 싶은데, 그럴 일은 없어요. 반드시 끝까지 조사할 거예요!”구만복의 눈시울이 붉히며 하마터면 카메라 앞에서 실례를 할 뻔했다. 겨우 화를 억누르며 카메라를 향해 이를 악물었다.“윤정용, 너 이 자식, 양심이 있으면 네 아들이 대가를 치르고 우리 딸에게
“아람아, 너, 너 왜 들어왔어, 언제 들어왔어.”경주는 여전히 멍했다. 습관적으로 아람의 허리를 잡고 위아래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아람은 가슴을 가리고 투덜거렸다.“깜짝이야. 방금 네 눈빛이 엄청 무서웠어. 날 잡아먹을 것 같았어.”“미안해, 아람아. 입대했을 때 생긴 고질병인 것 같아. 불치병 같은 반응이야.”그 말을 듣자 아람은 가슴이 아파 경주의 얼굴을 만졌다. 경주는 죄책감을 느꼈다. 아람의 손을 잡고 손등을 키스했다.“왜 몰래 들어왔어. 들키면 어떡해.”“몰래? 여긴 내 집이야. 왜 몰래 들어와. 난 당당하게 들어온 거야.”아람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경주의 코끝을 가리켰다.“왜? 신 사장님이 좀 당황한 것 같지?”“정식으로 네 집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야. 아람아, 네 가족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주고 싶어.”경주는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풋, 그거 때문이었어?”아람은 웃음을 떠뜨렸다.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경주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우리 가족은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챙기기 힘들고 잘해주기도 어려운 사람이야. 아니면 윤유성 그 독뱀이 벌써 우리 집에 들어왔겠지. 안 그래?”“아람아.”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가족은 널 천천히 받아드리고 있어. 그러니 걱정 마. 너 답게 행동해.”아람은 다정하게 말을 하며 경주의 셔츠 단추를 모두 풀었다.“또 나 몰래 밤새 일했어? 이렇게 앉아서 자면 허리디스크 터져. 잠옷을 갈아입고 편하게 누워.”“응, 알았어.”경주는 얌전히 말을 들었다. 잠옷을 갈아입을 때 기지개를 펴니 허리가 아팠다. ‘설마, 정말 나이가 들어서 그래?’“아람아, 빨리 방으로 가.”경주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람은 귀여운 토끼처럼 재빨리 이불속으로 들어갔다.“너랑 같이 잘 거야.”“아람아, 말 들어. 이제 성주로 돌아가면.”“싫어. 지금 같이 잘 거야.”아람은 경주의 옷깃을 잠고 놓지 않았다. 경주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는 아람의 매혹적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욕망이 솟
구만복이 말하자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람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입을 크게 벌리며 믿기지 않는 듯 구만복을 바라보았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경주는 가슴이 떨리며 눈을 부릅뜨고 구만복의 잘생기고 위엄 있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지금 출발하면 새벽에 도착하잖아. 내일 아침 별일 없으면 오늘 여기서 자고 가.”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리며 기침을 두 번했다.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다. 경주도 들었고, 아람도 들었고, 모든 사람이 들었다. 서프라이즈가 경주에게 다가오자 경주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맑은 눈에 감동적인 감정으로 가득 찼고 울컥하며 구만복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고마워요, 구 회장님. 받아주셔서 고마워요.”받아준다는 말은 대단한 거물이자 성주 제1 재단의 도련님을 비참하게 했다. 아람은 가슴이 아팠다. 경주가 억울한 모습을 보지 못해 급히 다가가 경주를 부축했다.“뭐 하는 거야. 그냥 하룻밤인데, 이럴 필요는 없잖아.”“필요 있어. 아람아.”경주는 누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가슴 속 설렘이 휘몰아쳤다.“너무 기뻐. 지금까지 이룬 업적들을 모두 모아도 이 순간만큼 행복하지 않았을 거야.”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단순한 하룻밤일 것이다. 그러나 경주에게는 희망이었다. 구만복은 경주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먼저 별장으로 들어갔다.“수해 오빠, 아빠가 형부를 용서한 거야? 형부를 받아준 거야?”아린은 수해의 팔짱을 끼고 까치발을 들어 수해의 귀에 속삭였다.“받아주는 거였으면 좋겠어.”아린을 바라보는 수해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 손을 들어 아린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어제보다 오늘 조금만 더 발전하면 다 좋은 거야.”아람은 감동하여 경주의 얼굴을 잡고 아무도 없는 듯이 키스했다. 처음에 경주는 부끄러워 온몸이 굳어졌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아람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키스했다. 구씨 가문의 어른들은 보기 부끄러워 모두 황급히 돌아서서 떠났
강소연은 누군가가 아린을 비난하자마자 즉시 키보드를 잡고 네티즌과 맞섰다. 뿐만 아니라 강지구에게도 연락해 라이브 방송 댓글창에 글을 남기도록 지시했다. 순식간에 백여 명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며 논쟁이 격화되었고, 결국 모두 금언 조치가 내려졌다.밖에서 아무리 큰 폭풍이 몰아쳐도 해정원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람은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하고 화목한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엄마가 돌아간 후, 아람은 해장원을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방황의 날이 쓰라리고 힘들어도 그저 탈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점점 집 느낌이 있었다. 아람에게 안식처가 되는 곳은 단 두 곳이다. 해장원과 경주의 따뜻한 품이다.라이브 풍파가 지난 후, 구만복과 초연서는 수해에 대한 태도도 미세산 변화가 있었다. 그날 아린과 수해가 헤어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자 구만복은 수해를 집에 있게 했다. 그저 각방을 썼을 뿐이다.절대 모두가 잠든 동안 소중한 딸 아린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이상한 짓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시련과 곤난을 겪어온 수해와 아린에게 이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아린은 엄청 기뻐했다. 수해도 눈물을 흘릴 뻔할 정도로 흥분했지만 그저 묵묵히 구만복에게 인사를 했다.최선을 다해 아린을 챙겨주고 평생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맹세했다. 이 기회에 수해는 다시 구만복의 인정을 받았다. 옆에서 화기애애한 가족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경주는 여전히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아람은 아린과 수해의 행복한 분위기에 감염되어 옆에 있는 안색이 어두워진 경주를 신경 쓰지 못했다. 경주는 가슴이 아파나며 씁쓸해졌다. 한참 후, 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체념을 하듯 씁쓸하게 웃었다.경주의 마음은 여전히 안 좋았지만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구만복이 평생 경주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아람의 곁에 있고 지켜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죄인은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 이 곳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은혜를
당황한 나머지 윤진수는 부축을 받아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윤성우는 도현을 악의적으로 노려보았다. 입을 열려고 할 때, 계속 침묵하고 있던 유성이 적절한 타이밍에 말을 했다.“진수 형, 그냥 구 팀장님과 함께 가세요. 형은 당당하잖아요. 그냥 수사에 협조하는 거예요. 당황하지 마세요. 금방 끝날 거예요. 끝나면 우리가 데리러 갈게요.”윤성우는 유성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젠장, 또 잘난 척할 기회를 줬네!’유성은 돌아서서 윤정용의 귀에 속삭였다.“아버지, 구도현의 말이 맞아요. 진수 형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 발이 찔리는 것 같아보여요. 구도현은 더 악랄한 수단으로 형을 상대할 거예요. 그때는 정말 곤란할 거예요.”윤정용은 마음이 흔들려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진수야, 가.”“아버지!”윤진수의 표정은 마치 절망에 빠진 듯했다. 윤정용은 손을 흔들었다. 원망함과 분노가 뒤섞여 말문이 막혔다. 결국 윤씨 가문 사람들은 두 경찰이 윤진수를 데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도현이 떠나기 전 차갑게 윤유성을 노려보았다. 유성은 날카로운 시선에 움찔했다. 마치 범인을 심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유성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마음이 불편했다.“구도현, 거기 서!”윤성우가 얼굴을 붉히며 다가갔다. 지금의 윤진수를 도와주기 보다 도현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도현은 발길을 멈추고 무심하게 바라보았다.“흥, 인정해. 네가 우리를 어떻게든 곤경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이잖아. 전혀 정의감에 비롯된 것이 아니야. 그저 개인적인 복수를 하려는 거지. 구아람과 구아린 대신 화풀이하고 싶은 거지?”도현은 날카로운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움직였다.‘그게 왜?’소리없이 입모양만 보여주었지만 윤정용과 윤성우는 화가 나서 머리가 터질 듯했다. 달려가 도현을 때리고 싶었다. 도현이 떠난 직후 윤정용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윤성우와 유성의 부축에 소파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진정했다.“성우
“경찰서 커피가 맛이 없이 없도 건강에 해롭지 않아요. 윤씨 가문의 음식에 감히 입을 대지 못해요. 배가 썩을 수도 있잖아요. 건강을 다치고 마음을 다치면 너무 소해잖아요.”도현은 차갑게 비웃으며 윤성우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구도현 도련님, 내 아들의 사건은 이미 끝났어요. 당신이 직접 풀었줬잖아요. 지금 와서 왜 또 이러는 거예요!”윤정용은 싸울 기분이 없어 눈시울을 붉히며 화를 냈다.“증거도 없이 진수를 그냥 데려갈 수는 없어요. 마음대로 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우리 윤씨 가문은 구씨 가문의 손에 잡히는 멍청한 놈이 아니에요.”“두 가문이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고, 구만복의 아들인 것을 봐서 체면을 봐주는 거예요. 선을 넘지 마세요!”‘구만복의 아들? 구 팀장님이 해문 갑무의 아들이야? 구아람의 오빠?’이 충격적인 소식에 두 경찰은 입을 가리며 크게 놀랐다. 수년 동안 경찰로 일하면서 도현은 항상 겸손하고 일에만 집중했다. 자신의 사생활과 가족사에 대하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전에 도현이 형사 팀장이 되었을 때, 어린 나이에 중요한 임무를 맡아 경찰서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도현은 낙하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언비어는 순간 사라졌다. 단 3년 동안 도현은 큰 사건을 잇달아 해결하고 여러 차례 공로를 세우며 소문이 점차 사라졌다. 경찰들도 도현의 집안이 대단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도현은 윤정용이 동료들 앞에서 구만복을 언급하는 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웃음이 터졌다.“법은 무고한 사람을 잘못 선고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단 한 명의 짐승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윤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은 10년 넘게 타다 남은 솥바닥처럼 어두웠다. “구도현, 너, 너, 누구보고 짐승이라고 하는 거야!”윤진수는 도현의 잘생긴 얼굴을 가리키며 화를 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윤진수 씨, 당신이 강간 미수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니 우리와 함
“경, 결찰? 그 하찮은 놈들이 또 찾아왔어?”윤진수는 구치소에서 사람 같이 않은 삶은 보낸 날들을 생각하자 다시는 돌아가서 악취를 풍기던 그 쓰라린 삶을 살고 싶지 않아 겁에 질렸다.“아버지, 형, 꼭 막아주세요!”윤정용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마음이 급해 걸어다녔다.“진수야, 긴장하지 마.”윤유성이 다가가 진수의 떨고 있는 어깨를 토닥였다.“두 여자애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어. 아직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어. 그건 아직 증언할 의사가 없다는 거야. 경찰도 그냥 온 거야.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잖아. 일단 가 봐.”...윤씨 그룹 사람들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방문객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거실에 서 있는 도현과 두 경찰이 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훤칠한 키를 가진 도현은 마치 칼을 꽂은 것처럼 앞에 나타났다. 권위적이고 위압적이라 억압감이 느껴졌다.윤정용의 안색이 안좋았다. 심지어 마음속에서 질투까지 했다. 구만복의 자식들은 모두 예쁘고 잘생겼다. 능력도 좋고 그저 경찰인 첩의 막내아들 도현도 카리스마가 넘쳤다. 자기 자식이 제일 소중하다고 하지만, 윤민주와 윤진수가 한 짓을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도현의 앞에 나서기 창패했고 체면이 깎인다고 생각했다. 비교해 보면 그나마 막내아들인 유성이 괜찮았다. 외모, 기질, 능력도 뛰어나 구씨 가문과 경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정용은 제일 아이러니한 점을 잊었다. 유성은 한때 윤정용이 가장 싫어하고 경명했던 자식이었다. 심지어 유성 모자를 S국으로 보낸 후 윤씨 가문 전체 앞에서 죽은 사람 취급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린 유성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유성의 계좌로 매년 일정 생활비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외 가족 재산, 권력, 주식, 윤씨 가문의 모든 것은 유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이 모든 것은 고상아가 윤정용을 배신해서 시작한 것이다. 고상하는 비천한 경호원과 몰래 만났고, 그 모습을 윤정용이 직접 목격했다. 간통한 경호원은 가혹한 처벌을 받고 외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