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연약한 몸이 아람을 향해 쓰러졌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두 팔을 벌려 그를 꼭 껴안았다.갑자기 손바닥에서 뜨겁고 촉촉한 느낌이 들어 가슴이 떨렸다.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손바닥을 펴보니 보기만 해도 몸서리치는 피가 있었다.경주의 넓은 등에는 끔찍한 채찍 자국이 가득했다. 새하얀 셔츠가 피에 의해 붉게 물들었다.그 순간 아람은 눈을 부릅떴다. 걷잡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오르며 눈빛에는 매우 위협적인 차가운 기운이 맴돌았다.“신경주, 괜찮아?”“날…… 걱정하는 거야?”경주의 잘생긴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편안하게 그녀의 품에 기대어 있었다.“당연하지!”아람은 순간적으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퉁명스럽게 말했다.그러자 경주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기쁨을 억누르며 입꼬리를 올렸다.“고마워, 아람아.”“닥쳐!”아람은 화가 나 있어 나지막하게 호통을 쳤다.“지금 많이 다쳤어. 그만 떠들어, 네 말을 듣기 싫어!”경주는 씁쓸하게 웃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알았어.”구씨 가문의 아가씨가 갑자기 나타나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몰래 숨어서 모든 것을 지켜보던 신효정은 신처럼 내려온 새언니를 보고 기뻐서 눈물을 흘렸다.그러나 기뻐하던 진주와 신효린은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신 회장님, 오늘 집이 정말 북적거리네요. 제가 한 발짝 만 늦었으면 이 막장 드라마를 놓칠 뻔했네요.”아람은 입꼬리를 올리며 놀리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신광구를 쳐다보는 눈빛은 송곳처럼 날카롭고 압박감이 강했다. 이것은 막장 드라마에서도 못 보는 장면이었다.주위의 가정부들은 이 말을 듣고 몰래 비웃었다.아람은 경주를 안고 천천히 말했다.“집안의 허물은 밖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아들을 그렇게 무례하게 때리고, 체면을 불구하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처음 보네요. 차라리 신경주를 발가벗겨 관해 정원의 대문에 사흘 동안 걸어놔요. 제가 성주의 모든 기자들을 초대할게요. 신 회장님의 명성을 널리
기력이 넘치는 소리가 들려왔다.사람들은 그제야 보았다. 신남준도 어느 순간 서 비서와 함께 문 앞에 나타났다.아람이 너무 눈에 띄어 신씨 부부는 신남준도 왔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할아버지.”“할아버지!”경주와 아람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할아버지를 참 다정하게 부르네.’진주는 마치 도사를 만난 귀신처럼 즉시 화를 가라앉히고 식은땀을 흘렸다.“아버지, 여기 왜 오셨어요?”신광구도 깜짝 놀라 채찍을 잡은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흥, 내가 서두르지 않으면 내 손자가 너한테 맞아 죽을지도 몰라!”신남준은 위풍당당하게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상처투성인 경주를 보자 그는 너무 화가 나서 벌벌 떨었다.“경주야! 괜찮아?”“괜찮아요, 할아버지.”경주는 위로하는 듯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서 비서! 당장 내 주치의를 불러서 경주의 상처를 치료해!”“네, 신 선생.”서 비서는 급히 전화를 걸었다.“구아람 씨가 폐를 끼쳤네요. 우리 경주를 위해 어르신까지 불러오시고.”진주는 신광구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괴상하게 아람의 탓을 했다.“오빠, 아버지의 몸이 편찮으신데, 이렇게 추운 날을 무릅쓰고 밤늦게까지 오면, 내 마음이…….”“됐어! 연기 그만해!”신남준은 진주의 가식스러운 모습에 짜증이 나서 손을 흔들었다.“난 건강해. 소아가 가끔씩 와서 몸조리를 해주고 있어. 네가 입만 열면 내가 아프다고 하네. 지금 날 저주하는 거야?”진주는 실수한 것을 알고 당황하여 해명했다.“아, 아니에요. 아버지…….”“그리고, 소아가 날 부른 게 아니야.”신남준은 진주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이 모든 것이 우연이야. 소아가 오늘 밤 우연히 날 보러 왔어. 그 와중에 경주가 맞는다는 소식을 듣고 화가 나서 관해 정원으로 온 거야. 소아는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따라온 거야. 또 궁금한 게 있으면 소아에게 묻지 말고 나에게 물어봐!”사람들의 복잡한 시선이 모두 창백한 진주를 향해 쏠렸다.눈을 부릅뜬 진주는 감히
큰 홀에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눈을 깜빡거리는 구아람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신경주는 그녀의 장난기 어린 표정을 보자 부상을 입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그저 아람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신남준이 신광구의 체면을 봐주지 않고 관해 정원의 주인인 그를 공개적으로 꾸짖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신 회장님과 같은 높은 신분인 사람이…… 사람들 앞에서 욕먹는 모습이 너무 체면이 깎이네. 너무 비참하잖아.’신광구는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았다.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빨개지면서 이를 악물고 차갑게 말했다.“집사, 모두 여기서 나가게 해줘.”“안 돼! 오늘 밤의 일을 바로 해결해야 돼. 그 누구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해!”신남준의 위압은 엄청났다. 아람이 화를 낼 때의 모습은 신남준와 매우 닮아 마치 친손녀인 것 같았다.“아버지, 그게 무슨 뜻이에요?”신광구는 눈썹을 찌푸리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무슨 뜻이냐고? 흥, 너와 같은 뜻이지!”신남준은 눈을 지그시 감고 차갑게 조롱했다.“사람들 앞에서 경주를 때렸잖아. 내 손자 자존심을 생각해 주지도 않았어. 나도 사람들 앞에서 오늘 밤 일을 해결하려고 해. 못 받아들이겠어?”“아버지! 이렇게 건방진 놈을 감싸주면 안 돼요! 지금 나쁜 짓을 하게 도와주시는 거예요?”신광구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경주를 가리키며 화를 냈다.“아버지가 경주의 버릇을 잘못 들여서 이미 세상 무서운 게 없어졌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아버지인 나조차 안중에 두지 않을 거예요!”“허.”경주는 피식 웃더니 눈빛이 싸늘해졌다.어머니가 이 별장 옥상에서 뛰어내렸을 때, 더 이상 명목상의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서 아버지는 이미 어머니를 따라 죽었다고 생각했다.아람은 이 차가운 웃음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그녀는 태연하게 경주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서 깊고 아픈 증오가 느껴졌다.그러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아파났다.“경주가 세상 무서운 게 없어졌다고? 자, 얘기해 봐
구아람은 깜짝 놀라서 눈을 부릅뜨고 신경주를 바라보았다.“KS는 오랫동안 신씨 그룹과 싸워 왔어요. 아버지의 귀한 양손녀도 계속 우리 신씨 그룹에게 피해를 주었어요. 신씨 그룹의 주가가 요동치고 최근에 2000억 넘게 손해 봤어요! 이 시점에 성주의 상류층 인맥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말에 연회를 하려 해요. 그런 중요한 순간에 그룹 사장으로서 회사 이익을 챙기지 않고 상대의 편을 들어줬어요! 제가 어떻게 화가 나지 않겠어요?”아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경주를 바라보았다. 두 눈을 점점 더 크게 떴고 가슴도 두근거렸다.“아. 주말에 여자를 위해 마련한 생일 연회를 말하는 거야?”“맞아요! 얼마나 어렵게 생긴 기회인데요!”“경주가 참석하지 않으면 나도 안 갈래.”“네?”신광구는 충격을 받았다.“참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아를 따라 구만복이 셋째 부인을 위해 준비한 생일 연회에 가겠어. 왜? 나도 채찍으로 때릴 거야?”신남준은 흰 눈썹을 치켜들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할아버지…….”아람은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신남준의 꺼림 없는 편애에 감동을 받았다.“아버지, 지금…… 일부러 그러시는 거예요? 왜 이렇게까지 하세요?”신광구는 손에 쥔 채찍을 바닥에 던졌다.“허,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신남준의 눈에는 증오에 찬 분노가 가득했다.“네 여자가 밖에서 악명이 높아. 이 시점에 생일 연회를 열어주겠다고? 네가 창피한 줄 몰라도 난 창피하거든!”진주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은 속이 시원했다.연극배우 출신인 진주는 집안에서의 평판도 좋지 않았다. 가정부들을 학대하고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몰래 그녀를 저주하며 오랫동안 불만을 품고 있었다.진주는 목이 빨개질 정도로 화가 났다. 능지처참을 받는 것처럼 수치심을 느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이 영감…… 정말 죽어야겠어. 기다려, 언젠간 널 없애버릴 거야! 그때 신경주와 구아람 그년을 어떻게 지켜줄 수 있는지 보자!’“아무튼,
일행은 신남준과 함께 만월교의 별장으로 돌아갔다.신남준은 감정이 풍부했다. 가는 동안 왼손으로 경주의 손을 잡고 오른손으로 아람의 손을 잡고 한시도 놓지 않았다.그리고 속사포를 쏘듯이 신광구와 진주를 꾸짖었다. 그들을 욕하는 멘트가 전혀 겹치지 않았다. 아람이 그 모습을 보자 할아버지가 피곤할까 봐 걱정했다.부부를 꾸짖은 후 신남준은 경주를 안쓰러워했다. 손자라고 부르면서 일부러 경주와 아람의 손이 닿게 했다.경주는 순간 가슴이 두금거렸다. 그는 할아버지 사이로 아람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아람은 그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의식했지만 일부러 무시하기로 했다.그녀가 반응이 없자 마음이 급해난 경주는 참지 못하고 아람의 손을 움켜쥐었다.그러자 손의 따뜻한 온도가 사라지더니 아람은 손을 빼버렸다.경주가 고개를 들어 보니 살짝 화가 난 아람의 눈과 마주쳤다. 부릅뜨고 있는 초롱초롱한 눈은 마치 경주를 잡아먹을 듯했다.‘손을 못 잡았네. 하지만 오늘 밤 나타나주는 거로 만족해.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자.’“경주야, 오늘 밤 정말 소아를 고마워해야 해. 네가 아버지한테 맞았다고 제때 말해 주지 않았다면, 난 이렇게 빨리 올 수 없었을 거야!”신남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하며 손자에게 눈짓을 했다.“소아가 널 걱정하는 게 분명해. 이놈아, 빨리 살려줘서 고맙다고 해!”“아람아, 고마워.”경주가 뼛속까지 다정한 모습은 너무나도 희귀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이글거리는 경주의 시선을 본 아람은 소름이 돋아서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신 사장님, 나한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효정에게 해.”그러자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효정이?”“네, 효정이가 저에게 전화했었어요. 그래서 할아버지께 말씀드렸어요.”아람의 눈빛은 또다시 차가워졌다.“겸사겸사 한 일이니, 오해하지 마.”“네가 할아버지에게 알려주었잖아. 그건 네가 날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야.”경주는 뻔뻔하게 굴었다. 아람이 인정을 하지 않아도 여전히 제멋대로
아람은 마음속에서 경주를 째려보았다.‘너한테 물어봤어? 짜증 나네!’“말해 봐, 소아야. 할아버지는 믿어. 그 말들은 네가 오랫동안 생각하고 고민한 것이겠지.”신남준은 자상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할아버지께서 효정이를 데려와서 함께 살면 좋겠어요.”아람은 신남준을 친 할아버지로 생각하였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러자 경주가 대답했다.“난 동의해.”“너에게 안 물어봤어!”경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지었다.“물어보든 안 물어보든 상관없어, 난 너의 생각을 응원해.”아람은 그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정말 차에서 뛰어내리고 싶네.’“소아야, 효정에게 무슨 일이 있어?”신남준은 걱정스럽게 물었다.“효정이는 자폐증이 있어요. 신씨 부부는 일하느라 많이 바빠요. 집안 일과 그룹을 돌보느라 효정이를 챙겨주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건 효정의 상태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래서 효정이가 할아버지에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하면 할아버지도 외롭지 않을 거고, 효정이 곁에도 할아버지가 계셔서 증상에 도움이 될 거예요. 친 손녀가 곁에 있어주면 제가 안심할 수 있어요.”아람은 신효린이 신효정을 괴롭힌 것에 대해 얘기하지 않고 양쪽의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했다.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신효정이 신효린에게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다른 일은 천천히 해결해도 된다.그리고 이것은 신씨 가문의 집안일이다. 외부인이 지나치게 간섭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소아야, 생각해 줘서 고마워. 어휴, 내 탓이야. 할아버지로서 손녀를 너무 소홀했어. 모두 이 늙은이 잘못이야.”신남준은 죄책감에 사로잡혀 눈썹을 찌푸린 채 아람의 손등의 가볍게 두드렸다.“애야, 너의 말을 이해했어. 내일 아침 서 씨에게 관해 정원에 가서 효정이를 데려오라고 부탁할게.”……관해 정원의 분위기는 극도로 우울했다.아들을 혼내는 웃음거리가 끝났다. 신광구는 가장으로서 위엄을 세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신씨 가문의 모든 사람 앞에서 신남준의
떠들썩했던 웃음거리가 끝나자 또다시 떠들썩거렸다.이 순간 신광구와 신경주는 집에 없어서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 노릇 하는 셈이었다.신효린은 신효정이 할아버지에게 몰래 소식을 알려준 거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신효정의 방으로 달려가 머리를 잡고 거실까지 끌고 갔다.그녀는 방금 신광구가 공개적으로 경주를 모욕한 수단을 배우고 바로 사용했다.“언, 언니…… 놔요, 너무 아파요.”신효정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두피가 찢어질 것만 같았다.“배신자! 간첩! 나쁜 년! 아픈 줄도 알아? 아픈 게 당연한 거야. 오늘 언니가 제대로 교육해 줄게!”신효린은 욕설을 퍼부으며 팔을 격렬하게 휘둘러 신효정의 뺨을 때렸다.“아!”뺨을 때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가정부들은 깜짝 놀랐다. 그녀들은 연약한 신효린이 맞아서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볼 수만 없었다.가정부들은 마음이 급해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신씨 가문의 가정부로서 주인의 일에 참견할 용기가 없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언니…… 잘 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신효정은 얼굴을 가리고 주체할 수없이 울었다.지금 이 순간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저항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몸은 도넛처럼 움츠러들어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신효린은 할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손녀이자 부모님이 가장 사랑하는 딸이다. 신효정은 그녀와 맞설 힘이 없었다.아람은 신씨 가문을 떠날 자격이 있다. 하지만 신효정은 가족을 버릴 수 없어 무능하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신효정의 생존하는 방법이다.“넷째 아가씨! 아가씨!”영이는 울면서 달려가 신효린의 옆에 무릎을 꿇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셋째 아가씨! 다 같은 신 회장님의 딸인데, 무슨 자격으로 넷째 아가씨를 괴롭혀요?”“뭐라고?”이 말을 들은 신효린은 화가 나서 웃음이 터졌다. 그녀는 손을 허리에 대고 두 사람을 매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멍청이야, 이 집에서 친구를 사귀었네?”“영, 영
“영이를 다치게 했으니 당장 사과해!”신효정은 천천히 일어났다. 가녀린 어깨는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고 신효린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빛은 간담이 서늘하게 했다.신효정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사과하라고? 하하하…… 꿈 깨!”신효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효정은 성난 송아지처럼 포효하며 온 힘을 다해 그녀를 머리로 박았다.속도가 너무 빨라 아무도 반응하지 못했다. 그러자 신효린은 비틀거리더니 뒤집어진 거북이처럼 네발을 들고 넘어졌다. 하마터면 속살이 드러날 뻔했다.“풉…….”주위의 가정부들은 참을 수 없어 몰래 비웃었다.“신…… 신효정!”화가 난 신효린은 내장이 뭉개질 것 같았다.그녀는 재빨리 일어섰다. 수치심과 분노로 인해 눈앞에 있는 친동생을 찢어버리고 싶었다.“이 봐! 신효정을 잡아! 빨리!”신효린이 명령을 내리자 평소 진주와 그녀를 모시던 덩치가 큰 가정부들이 바삐 달려와 신효정의 두 팔을 잡았다.“놔, 놓으라고!”신효정은 눈시울을 붉히며 몸부림쳤다.하지만 가정부들은 이미 연약한 그녀를 드러올려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었다.“이년아! 하느님이 와도 널 구할 수 없어!”신효린은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소매를 걷어 올리더니 원수를 때리듯 팔을 휘두르며 뺨을 날렸다.“음…….”신효정은 순식간에 고통으로 머리가 어지러워 나지막하게 소리를 냈다. 몸에 걸친 얇은 잠옷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버렸다.그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신효린은 기분이 좋아졌다.너무 오랫동안 가슴속에 억눌려 있던 사악한 분노를 허약한 신효정에게 화풀이할 수 있었다.“한쪽만 빨개지면 안 예쁘잖아, 언니가 하나 더 해줄게.”말을 마치자 신효린은 손을 들어 신효정의 다른 한쪽 얼굴을 때리려 했다.“한 번만 더 건드려 봐!”얼음처럼 차갑고 번개처럼 엄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사람들은 문을 바라보자 순간 숨을 들이쉬었다.이 익숙한 목소를 듣자 신효린은 겁에 질려 심장이 튀어나올 뻔했다. 높이 들어 오린 손을 내려놓고 싶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훤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