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했던 웃음거리가 끝나자 또다시 떠들썩거렸다.이 순간 신광구와 신경주는 집에 없어서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 노릇 하는 셈이었다.신효린은 신효정이 할아버지에게 몰래 소식을 알려준 거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신효정의 방으로 달려가 머리를 잡고 거실까지 끌고 갔다.그녀는 방금 신광구가 공개적으로 경주를 모욕한 수단을 배우고 바로 사용했다.“언, 언니…… 놔요, 너무 아파요.”신효정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두피가 찢어질 것만 같았다.“배신자! 간첩! 나쁜 년! 아픈 줄도 알아? 아픈 게 당연한 거야. 오늘 언니가 제대로 교육해 줄게!”신효린은 욕설을 퍼부으며 팔을 격렬하게 휘둘러 신효정의 뺨을 때렸다.“아!”뺨을 때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가정부들은 깜짝 놀랐다. 그녀들은 연약한 신효린이 맞아서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볼 수만 없었다.가정부들은 마음이 급해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신씨 가문의 가정부로서 주인의 일에 참견할 용기가 없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언니…… 잘 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신효정은 얼굴을 가리고 주체할 수없이 울었다.지금 이 순간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저항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몸은 도넛처럼 움츠러들어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신효린은 할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손녀이자 부모님이 가장 사랑하는 딸이다. 신효정은 그녀와 맞설 힘이 없었다.아람은 신씨 가문을 떠날 자격이 있다. 하지만 신효정은 가족을 버릴 수 없어 무능하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신효정의 생존하는 방법이다.“넷째 아가씨! 아가씨!”영이는 울면서 달려가 신효린의 옆에 무릎을 꿇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셋째 아가씨! 다 같은 신 회장님의 딸인데, 무슨 자격으로 넷째 아가씨를 괴롭혀요?”“뭐라고?”이 말을 들은 신효린은 화가 나서 웃음이 터졌다. 그녀는 손을 허리에 대고 두 사람을 매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멍청이야, 이 집에서 친구를 사귀었네?”“영, 영
“영이를 다치게 했으니 당장 사과해!”신효정은 천천히 일어났다. 가녀린 어깨는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고 신효린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빛은 간담이 서늘하게 했다.신효정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사과하라고? 하하하…… 꿈 깨!”신효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효정은 성난 송아지처럼 포효하며 온 힘을 다해 그녀를 머리로 박았다.속도가 너무 빨라 아무도 반응하지 못했다. 그러자 신효린은 비틀거리더니 뒤집어진 거북이처럼 네발을 들고 넘어졌다. 하마터면 속살이 드러날 뻔했다.“풉…….”주위의 가정부들은 참을 수 없어 몰래 비웃었다.“신…… 신효정!”화가 난 신효린은 내장이 뭉개질 것 같았다.그녀는 재빨리 일어섰다. 수치심과 분노로 인해 눈앞에 있는 친동생을 찢어버리고 싶었다.“이 봐! 신효정을 잡아! 빨리!”신효린이 명령을 내리자 평소 진주와 그녀를 모시던 덩치가 큰 가정부들이 바삐 달려와 신효정의 두 팔을 잡았다.“놔, 놓으라고!”신효정은 눈시울을 붉히며 몸부림쳤다.하지만 가정부들은 이미 연약한 그녀를 드러올려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었다.“이년아! 하느님이 와도 널 구할 수 없어!”신효린은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소매를 걷어 올리더니 원수를 때리듯 팔을 휘두르며 뺨을 날렸다.“음…….”신효정은 순식간에 고통으로 머리가 어지러워 나지막하게 소리를 냈다. 몸에 걸친 얇은 잠옷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버렸다.그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신효린은 기분이 좋아졌다.너무 오랫동안 가슴속에 억눌려 있던 사악한 분노를 허약한 신효정에게 화풀이할 수 있었다.“한쪽만 빨개지면 안 예쁘잖아, 언니가 하나 더 해줄게.”말을 마치자 신효린은 손을 들어 신효정의 다른 한쪽 얼굴을 때리려 했다.“한 번만 더 건드려 봐!”얼음처럼 차갑고 번개처럼 엄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사람들은 문을 바라보자 순간 숨을 들이쉬었다.이 익숙한 목소를 듣자 신효린은 겁에 질려 심장이 튀어나올 뻔했다. 높이 들어 오린 손을 내려놓고 싶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훤칠하
“신효정을 놔줘.”이유희는 사람을 오싹하게 하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신효정을 잡고 있는 가정부를 노려보았다. 그 목소리는 지옥에서 온 듯 나지막했다.두 가정부도 긴장한 듯 신효린을 향해 도움을 청했다.신효린은 이유희가 부하들에게 명령하는 것을 보자 신효정을 관심하고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녀는 가슴이 내려앉았다. 꿈에 그리던 연인이 나타나자 순식간에 겁을 먹었다.‘이소희 그년 때문에 이씨 가문과 이미 틀어졌잖아. 이유희는 날 좋아할 리가 없어. 게다가 여긴 신씨 가문이고 우리 집이야! 이유희가 신효정을 도와줄 자격이 없어!’문득 이 생각이 들자 신효린은 오래된 원한까지 떠올라 이를 악물었다.“내려놓지 마! 여긴 신씨 가문이야, 너희들은 내 사람이고. 그럼 내 말을…….”그러나 예상치 못하게도 말이 끝나기 전에 비명이 들려왔다.“아!”신효린을 잡고 있던 가정부 한 명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이유희의 사나운 발길질에 몇 미터 떨어진 곳으로 날아갔다.신효린은 살아 숨 쉬는 사람이 공처럼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보자 너무 무서워서 온몸이 굳어졌다.이 장면을 본 다른 한 가정부는 급히 신효정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벌벌 떨며 잘못을 인정하며 이유희에게 허리를 굽혔다.“이, 이 도련님…… 잘못했습니다! 저희도 어쩔 수 없었어요…… 아!”또다시 비참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이유희는 가정부를 걷어차서 순식간에 갈비뼈 두 개가 부러졌다.신효린은 두려움에 떨며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소문으로 듣던 ‘살아 있는 저승사자’라는 말이 농담인 줄 알았다. 신효린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 같았다.모두가 겁에 질려 현장은 순간 쥐 죽은 듯 조용했다.“유희 오빠…….”신효정은 눈을 깜빡이며 다리에 힘이 풀려 그에게 몸을 기울였다.이유희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는 긴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재빠르게 품에 안았다. 따뜻하고 가느다란 손바닥은 떨고 있는 신효린을 토닥거렸다.“오빠가 있으니 걱정 마.”신효린는 질투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자 날카
“난…….”신효린은 이유희의 무시무시한 카리스마에 놀라서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건망증이 심한 것 같으니 사람들 앞에서 마지막으로 경고할게.”이유희에게는 늑대 같은 사나운 기운이 맴돌았고 안색이 어두웠다.“효정은 내가 아끼는 여자야. 그녀를 괴롭히는 건 날 건드리는 거고, 이씨 가문을 건드리는 거야!”그 말소리가 홀에서 울려 퍼졌다.신효린은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얼굴이 창백했다. 아쉽게도 신광구와 진주가 없어 아무도 그녀를 감싸줄 수 없었다.“네가 운이 좋았던 건 네가 신씨 가문의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선을 넘지 않았던 거야. 하지만 신효린, 신효정을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평생 감옥에서 썩게 할 거야. 신 회장님이 와도 소용없어!”이유희는 왼팔로 가녀린 신효정을 감싸 안고 오른손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그땐, 우리 두 가문의 20년 우정을 무시한다고 날 탓하지 마!”그가 말을 하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위층을 흘깃 쳐다보았다.진주는 싸늘한 눈빛이 어렴풋이 느껴져 당황한 나머지 뒤로 물러섰다.‘아니, 내가 왜 당황하지? 난 이 집의 주인이야, 이유희보다 어른인데 왜 무서워해!’신효린은 이유희의 말에 화가 나서 말문이 막혀 그 자리에 굳어져 버렸다.주변의 가정부들은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비웃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효정아, 오빠랑 갈까? 둘째 오빠나 새언니에게 데려다줄게, 알았지?”이유희의 얇은 입술이 그녀의 귀에 가까이 다가가 부드럽게 속삭였다.머리가 어지러운 신효정은 그가 무슨 말을 하든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얌전한 고양이 같았다.이유희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신효정을 안고 사람들의 눈길을 무시한 채 성큼성큼 걸어나갔다.“이유희! 신효정을 데려가지 마!”신효린은 울부짖었다.“신효정은 신씨 가문의 딸이야, 왜 데려가? 아버지께 물어봤어? 어머니께 물어봤어?”그녀는 당연히 이 상황을 원하지 않았다. 질투심으로 인해 아마 사흘 밤낮으로 잠을 설칠 것이다.
정연은 비서일 뿐만 아니라 전문 경호원이기도 하다. 누군가 달려오는 것을 보자 눈썹을 찌푸리고 바로 이유희의 앞을 막았다.영이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바로 무릎을 꿇었다.이유희와 정연은 깜짝 놀랐다.“도련님! 넷째 아가씨를 도와줄 수 있으세요? 네?”영이는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울먹이며 애원했다.“연아, 일으켜줘.”이유희는 눈썹을 찌푸렸다.“할 말이 있으면 일어나서 말해.”정연이 몸을 숙여 영이를 부축하려 하자, 그녀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일어나지 않았다.“넷째 아가씨를 도와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으시면…… 저는 안 일어날 겁니다! 제가 하찮은 가정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도련님 눈에는 개미에 불과하죠! 하지만 목숨을 포기하더라도…… 넷째 아가씨를 도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도대체 무슨 일이야?”이유희는 가슴이 떨려 정색하며 물었다.영이는 눈물을 열심히 닦으며 무릎으로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신효정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순간, 이유희와 정연은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소녀의 가는 팔에는 온통 멍투성이었다. 새로운 핏자국과 오래된 상처들이 섞여있어 가슴을 아프게 했다.이유희는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신효정을 안고 있는 그의 근육이 너무 팽팽해져 셔츠가 찢어지기 직전이다.“누구 짓이야.”아무리 화가 나도 이 간단한 말 한마디뿐이었다.하지만 정연은 소름이 끼쳤다. 그녀보다 이유희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가 매우 침착하고 가볍게 말할 때 종종 그가 정말 화가 났을 때이다.“셋, 셋째 아가씨 신효린의 짓입니다!”영이는 공손할 겨를도 없이 눈물을 흘리며 이름을 불렀다.“신효린은 회장님과 사모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집에서 넷째 아가씨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욕설을 펴부으며 때리기도 하고…… 정말 악마입니다! 신효린은 약한 자를 업신여기고 강한 자를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둘째 도련님이 집에 계실 때는 손찌검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장이신 도련님은 관해 정원에 자주 있지 않습니다. 넷
진주는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손톱 줄로 새빨간 손톱을 여유 있게 손질하고 있었다.신효린은 화가 나서 숨을 헐떡였다. 하지만 어머니의 태도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오늘 밤처럼 집에서 수모를 당했다면 진주는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나서서 도와줬을 것이다. 어쨌든 신효린은 진주가 가장 아끼는 딸이고, 자신의 영역에서 함부로 행동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진주가 지나치게 조용했다.‘아래층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으니 불명 알고 있었을 텐데, 왜 도와주려 내려오지 않았지?’“신효린, 앞으로 우리 집안에서 오늘 밤 같은 일은 다시 보고 싶지 않아. 효정이도 내 친딸이야. 너희는 피를 나눈 자매인데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 때릴 수 있어?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아시면 널 잘 키우지 못한 내 탓으로 돌릴 거야. 넌 이제 스물다섯 살이야. 왜 아직도 조증 환자처럼 무모하게 행동해? 매일 네 동생이 정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너도 똑같아!”진주는 계속 불평을 늘어놓았다.“엄마, 뭐 하나만 물어볼게요!”신효린은 진주에게 달려가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내가 이 도련님과 아래층에서 다투는 걸 다 봤어?”진주는 눈썹을 치켜올렸다.“봤어, 왜?”“계속 보기만 한 거야? 봤으면서 왜 날 도와주지 않았어?”신효린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도와주지 않은 건 둘째치고, 이유희가 신효정을 데려가는 것까지 내버려 둬? 어떻게 이럴 수 있어?”“왜 그러면 안 되는데?”진주가 냉정하게 웃으며 물어보자 신효린은 멍해졌다.“엄마…….”“나도 이유희를 포기했는데, 넌 아직도 포기 못 했어? 참…… 대단해. 나처럼 이렇게 똑똑한 여자가 왜 너 같은 일만 망치고 사랑에 눈이 먼 딸을 낳았을까?”진주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난 지금 모든 것을 너에게 걸었어. 이유희가 네 동생을 좋아한다면, 그냥 그 뜻을 이룰 수박에 없어. 그리고 효정이도 내 친딸이야. 이유희가 선천적 결함이 있어도 개
이유희는 신효정을 안고 차에 태웠다. 정연이 운전석에 앉아 차를 몰고 관해 정원을 떠났다.차 안에서 신효정을 안고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는 이유희는 마음이 아프고 씁쓸했다.오늘 밤 신경주를 찾아 술을 마시려고 관해 정원으로 간 것이다. 그러나 들어가자마자 이런 떠들썩거리는 현장을 마주하게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이유희는 영이가 고통스럽게 말한 말들과 신효정의 팔에 있는 끔찍한 흉터를 떠올렸다. 그는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고 몸에 피가 날카로운 칼날로 되어 가슴을 찌르는 듯한 강렬한 아픔이 느껴졌다.이런 강한 아픔은 처음으로 느껴봤다.구아람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도 가슴이 아팠었다. 하지만 그런 아픔은 지금 이 순간과 비교할 수 없었다.이유희는 숨을 깊이 내쉬고 날카로운 턱을 소녀의 머리에 기대었다. 그리고 분노로 빨갛게 충혈된 눈을 천천히 감았다.‘프리지아, 내가 평생 지켜줄게. 나 이유희는 절대 약속을 어기지 않을 거야. 반드시 그 약속을 지킬게.’“도련님, 저희…… 이제 어디로 갈까요?”정연이 백미러를 통해 이유희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이유희는 그 질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비록 신효린 앞에서 신효정을 데려가겠다고 말했지만, 다 큰 소녀를 집으로 데려갈 수는 없었다.‘신경주가 알면, 날 죽이겠지?’“프리지아, 둘째 오빠에게 데려다줄게. 아니면 새언니에게 데려다줄 테니, 오늘 밤 거기서 잘래?”이유희는 눈을 내리깔고 다정하게 물었다.그러나 신효정은 고통스러워 눈썹을 찌푸리더니 손을 뻗어 왼쪽 귀를 가린 채 대답하지 않았다.“효정아, 효정아?”이유희가 몇 번 더 불렀지만 그녀는 여전히 귀를 막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중얼거리기만 했다.“아파…… 아파…….”“어디가 아파?”신효정은 천천히 눈을 떴다. 얼굴에는 여전히 신효린이 때린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었다.눈물에 젖어 초롱초롱하고 반짝이는 눈과 마주치자 이유희는 가슴이 설레었다.“유희 오빠…… 미안해요…… 저한테 말하는 거 알지
아람은 고요한 분위기를 참지 못했다. 눈썹을 찌푸리더니 할아버지 앞에서 경주를 명령했다.“뭘 봐, 얼마나 다쳤는지 몰라? 빨리 옷을 벗어!”“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경주는 망설이며 물었다.“왜? 상남자가 뭐가 두려워? 네 몸에는 다른 남자가 없는 것이 있어? 아니면 다른 남자가 있는 것이 너에게 없는 거야?”경주가 머뭇거리자 아람은 점점 짜증이 났다.옆에서 듣고 있던 한무는 소름이 돋았다.‘사모님의 말이 너무 야…… 아니, 너무 빠르네. 예전에 사모님이 사장님에게 말할 때 다정하고 부드럽게 소곤거렸는데, 지금은 말에 가시가 돋쳤네.’경주는 창백하지만 준수한 얼굴을 들고 다정하게 아람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그 뜻이 아니라…… 약을 바르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동원할 필요가 없어. 네가 내 곁에 있으면 충분해.”아람은 눈을 부릅뜨더니 짜증을 내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뻔뻔한 문파가 있다면 신경주가 바로 그 문파의 창시자겠네!’“에헴……. 경주 말이 맞아. 우리가 여기서 걱정해도 아무 도움도 안 돼. 호 선생과 소아만 있어. 소아가 의술을 알아서 호 의사에게 도움이 될 거야. 우리는 이만 나가자!”눈치가 빠른 신남준은 경주에게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맞아요. 소아도 의술을 알아요. 요 며칠 계속 제 곁에서 돌봐주었거든요.”경주는 아람을 깊이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호 선생님은 약을 두고 먼저 퇴근하세요. 아람이만 있으면 돼요.”사람들은 저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아람을 바라보았다.‘짜증 나, 때리고 싶네!’결국 사람들은 모두 나가버렸고, 아람과 경주만 남았다.방은 섬뜩할 정도로 조용했다.“옷 벗어.”아람은 심호흡을 하더니 냉정하게 명령했다.“그래.”경주는 얌전하게 아무 말 없이 옷을 벗었다.채찍에 맞아 찢어진 셔츠를 벗으려 했다. 하지만 움직임이 너무 커서 등에 난 상처를 건드렸다. 통증이 느껴진 그는 나지막하게 소리를 질렀다.사실 많은 전쟁과 어려움을 겪은 군인인 그에게 이 정도 통증은 아무것도
“소연 씨, 오늘 밤 신 사장님과 함께 데리러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예요.”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맹새했다.[들키는 게 두렵지 않아요. 그제 그 시간에만 나갈 수 있어요.]만소연은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데리러 가는 건 소연 씨 안전을 생각해서예요.”경주는 엄숙한 말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지금 윤씨 가문이 소연 씨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있을 수 있어요. 만약 갑자기 나가서 윤씨 가문 사람에게 들키면 위험해질 수 있어요.”만소연은 깜짝 놀랐다.[구, 구아람 씨, 이 분은.]“소연 씨, 두려워하지 마세요. 신 사장님이에요. 제 곁에 있어요.”아람은 눈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들고 경주의 얼굴을 살짝 쳤다. 경주는 바로 몸을 기울리고 여왕을 모시는 우아한 집사처럼 잘생긴 얼굴을 아람에게 들이대며 코끝을 맞댔다. 아람은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경주는 이때 아람에게 키스를 했다. 혀는 천천히 움직이며 아람을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이때 경주는 아람의 입술을 떠났다.‘음, 이 나쁜 남자, 정말 나빠. 점점 나쁘네!’[신, 신 사장님? 정말 신 사장님이에요?]만소연의 눈빛이 순간 밝아지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신, 신 사장님. 존경합니다. 제 롤모델이에요!]경주는 누썹을 찌푸렸다.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그냥,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연예인보다도 잘생겼어요. 저 신 사장님을 엄청 좋아해요!]“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구아람 씨예요.”경주는 스님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하며 아람의 어깨를 끌어안았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만소연은 황급히 해명했다.[저는 그저 신 사장님의 능력과 외모를 존경하는 거예요. 다른 뜻은 없어요. 그리고 저는 구아람 씨와 신 사장님의 팬이예요. 정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쯧, 신 사장님은 전에 인터넷에서 평판이 엄청 안 좋았는데, 얼굴 빼고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팬이 있네? 역시 지금 시
아람의 머리를 빗어주던 경주의 손도 순간 멈칫하며 핸드폰을 바라보았다.“아람아, 아는 번호야?”“몰라.”“받을 거야?”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아람은 낯선 번호를 받지 않는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도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듯 막연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전화를 마치지 않으면 많은 것을 놓칠 것 같았다.“여보세요.”아람은 다정하게 전화를 받았다.[여, 여보세요.]전화 반대편에서 소심하고 낮고 부드러운 여자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들으면 아린과 비슷하게 들렸다. 아람과 경주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즉시 스피커폰을 켰다.“죄송하지만, 누구세요?”[구, 구아람 씨 맞아요?]소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네, 구아람이에요.”[저, 저는 만소연이에요.]경주와 아람은 순간 긴장했다. 특히 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에 식은땀이 났다. 경주는 숨을 죽이고 아람을 바라보았다. 아람의 손을 잡고 가슴에 대며 안전감을 주었다.“소연 씨, 드디어 전화가 오셨네요.”아람의 목소리는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친근하게 말하기 위해 성을 떼고 불렀다.“매일 소연 씨의 전화를 기다렸어요. 드디어 전화 오셨네요.”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만소연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건, 만소연을 만나고 얘기를 했다는 건데, 아니면 왜 그렇게 말하겠어. 하지만 언제 만났지? 난 왜 몰랐지?’[매일, 기다렸어요?]만소연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구아람 씨, 만약 제가 연락하지 않았다면.]“그래도 기다렸을 거예요. 연락하든 안 하든 선택권은 소연 씨에게 있어요. 기다리든 말든 제 선택이에요.”아람은 이글거리는 눈빛에 굳은 의지가 가득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아람은 상대방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경주는 아람의 친착함을 존경했다. 목표을 이루기 위해 억울해하며 참았고 굴욕도 견딜 수 있었다. 고귀한 출생으로 인해 우월감을 느끼지 않았고
윤씨 가문은 라이브 사건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싶었지만, 윤진수의 평판이 너무 않 좋았다. 사람들은 그저 웃음거리를 보고 싶었다. 게다가 윤진수를 지목하는 구씨 가문 아가씨 아린이 나타나 더욱 드라마틱해져 점점 뜨거웠다.열기가 갈아앉지 않으면 윤진수는 경찰의 목표로 될 것이다. 윤정용은 심지어 뻔번하게 경찰 총장에게 가서 사정했지만, 마침 최고의 재벌 구만복이 오랜만에 실검에 올랐다. 사무실의 TV에서 뉴스가 방송되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리본 커팅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와 인터뷰하는 구만복의 모습이 보였다. 기자는 바로 물었다.“구만복 씨, 이틀 전 라이브에서 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성.”“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자?”구만복의 안색이 순간 차가워지며 반박했다.“어느 언론사 출신이에요? 이렇게 정보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데 기자를 해요?”사람들은 구만복의 압박감에 숨도 쉬지 못했다.“제 친딸이에요. 우리 구씨 가문의 막내 공주님. 제 셋째 부인 초연서의 딸이에요.”구만복의 표정은 유난히 차가웠지만, 아린을 언급하자 날카로운 눈빛에 보기 드물게 온기가 돌았다.“제 눈에 아람이든, 아린이든 모두 소중한 딸이에요. 아린을 공개하지 않은 건, 나이도 어리고 확교를 다니고 있고, 모녀가 겸손해서예요. 아이의 학교생활을 방해할까 봐 공개적인 자리에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요.”“결국 모두 막내딸을 지키려고 한 거예요. 하지만 내 딸을 보호하는데, 윤진수 그 짐승에게 기회를 주었어요!”‘젠장, 구 회장님의 말이 정말 날카롭네. 구만복과 윤정용이 친하다는 것을 모른느 사람이 없잖아. 하지만 막내딸을 위해 윤씨 가문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네!’“우리 딸은 큰 굴욕을 당했어요. 윤씨 그룹이 사적으로 가고 싶은데, 그럴 일은 없어요. 반드시 끝까지 조사할 거예요!”구만복의 눈시울이 붉히며 하마터면 카메라 앞에서 실례를 할 뻔했다. 겨우 화를 억누르며 카메라를 향해 이를 악물었다.“윤정용, 너 이 자식, 양심이 있으면 네 아들이 대가를 치르고 우리 딸에게
“아람아, 너, 너 왜 들어왔어, 언제 들어왔어.”경주는 여전히 멍했다. 습관적으로 아람의 허리를 잡고 위아래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아람은 가슴을 가리고 투덜거렸다.“깜짝이야. 방금 네 눈빛이 엄청 무서웠어. 날 잡아먹을 것 같았어.”“미안해, 아람아. 입대했을 때 생긴 고질병인 것 같아. 불치병 같은 반응이야.”그 말을 듣자 아람은 가슴이 아파 경주의 얼굴을 만졌다. 경주는 죄책감을 느꼈다. 아람의 손을 잡고 손등을 키스했다.“왜 몰래 들어왔어. 들키면 어떡해.”“몰래? 여긴 내 집이야. 왜 몰래 들어와. 난 당당하게 들어온 거야.”아람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경주의 코끝을 가리켰다.“왜? 신 사장님이 좀 당황한 것 같지?”“정식으로 네 집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야. 아람아, 네 가족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주고 싶어.”경주는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풋, 그거 때문이었어?”아람은 웃음을 떠뜨렸다.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경주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우리 가족은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챙기기 힘들고 잘해주기도 어려운 사람이야. 아니면 윤유성 그 독뱀이 벌써 우리 집에 들어왔겠지. 안 그래?”“아람아.”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가족은 널 천천히 받아드리고 있어. 그러니 걱정 마. 너 답게 행동해.”아람은 다정하게 말을 하며 경주의 셔츠 단추를 모두 풀었다.“또 나 몰래 밤새 일했어? 이렇게 앉아서 자면 허리디스크 터져. 잠옷을 갈아입고 편하게 누워.”“응, 알았어.”경주는 얌전히 말을 들었다. 잠옷을 갈아입을 때 기지개를 펴니 허리가 아팠다. ‘설마, 정말 나이가 들어서 그래?’“아람아, 빨리 방으로 가.”경주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람은 귀여운 토끼처럼 재빨리 이불속으로 들어갔다.“너랑 같이 잘 거야.”“아람아, 말 들어. 이제 성주로 돌아가면.”“싫어. 지금 같이 잘 거야.”아람은 경주의 옷깃을 잠고 놓지 않았다. 경주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는 아람의 매혹적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욕망이 솟
구만복이 말하자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람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입을 크게 벌리며 믿기지 않는 듯 구만복을 바라보았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경주는 가슴이 떨리며 눈을 부릅뜨고 구만복의 잘생기고 위엄 있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지금 출발하면 새벽에 도착하잖아. 내일 아침 별일 없으면 오늘 여기서 자고 가.”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리며 기침을 두 번했다.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다. 경주도 들었고, 아람도 들었고, 모든 사람이 들었다. 서프라이즈가 경주에게 다가오자 경주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맑은 눈에 감동적인 감정으로 가득 찼고 울컥하며 구만복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고마워요, 구 회장님. 받아주셔서 고마워요.”받아준다는 말은 대단한 거물이자 성주 제1 재단의 도련님을 비참하게 했다. 아람은 가슴이 아팠다. 경주가 억울한 모습을 보지 못해 급히 다가가 경주를 부축했다.“뭐 하는 거야. 그냥 하룻밤인데, 이럴 필요는 없잖아.”“필요 있어. 아람아.”경주는 누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가슴 속 설렘이 휘몰아쳤다.“너무 기뻐. 지금까지 이룬 업적들을 모두 모아도 이 순간만큼 행복하지 않았을 거야.”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단순한 하룻밤일 것이다. 그러나 경주에게는 희망이었다. 구만복은 경주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먼저 별장으로 들어갔다.“수해 오빠, 아빠가 형부를 용서한 거야? 형부를 받아준 거야?”아린은 수해의 팔짱을 끼고 까치발을 들어 수해의 귀에 속삭였다.“받아주는 거였으면 좋겠어.”아린을 바라보는 수해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 손을 들어 아린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어제보다 오늘 조금만 더 발전하면 다 좋은 거야.”아람은 감동하여 경주의 얼굴을 잡고 아무도 없는 듯이 키스했다. 처음에 경주는 부끄러워 온몸이 굳어졌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아람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키스했다. 구씨 가문의 어른들은 보기 부끄러워 모두 황급히 돌아서서 떠났
강소연은 누군가가 아린을 비난하자마자 즉시 키보드를 잡고 네티즌과 맞섰다. 뿐만 아니라 강지구에게도 연락해 라이브 방송 댓글창에 글을 남기도록 지시했다. 순식간에 백여 명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며 논쟁이 격화되었고, 결국 모두 금언 조치가 내려졌다.밖에서 아무리 큰 폭풍이 몰아쳐도 해정원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람은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하고 화목한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엄마가 돌아간 후, 아람은 해장원을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방황의 날이 쓰라리고 힘들어도 그저 탈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점점 집 느낌이 있었다. 아람에게 안식처가 되는 곳은 단 두 곳이다. 해장원과 경주의 따뜻한 품이다.라이브 풍파가 지난 후, 구만복과 초연서는 수해에 대한 태도도 미세산 변화가 있었다. 그날 아린과 수해가 헤어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자 구만복은 수해를 집에 있게 했다. 그저 각방을 썼을 뿐이다.절대 모두가 잠든 동안 소중한 딸 아린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이상한 짓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시련과 곤난을 겪어온 수해와 아린에게 이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아린은 엄청 기뻐했다. 수해도 눈물을 흘릴 뻔할 정도로 흥분했지만 그저 묵묵히 구만복에게 인사를 했다.최선을 다해 아린을 챙겨주고 평생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맹세했다. 이 기회에 수해는 다시 구만복의 인정을 받았다. 옆에서 화기애애한 가족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경주는 여전히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아람은 아린과 수해의 행복한 분위기에 감염되어 옆에 있는 안색이 어두워진 경주를 신경 쓰지 못했다. 경주는 가슴이 아파나며 씁쓸해졌다. 한참 후, 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체념을 하듯 씁쓸하게 웃었다.경주의 마음은 여전히 안 좋았지만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구만복이 평생 경주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아람의 곁에 있고 지켜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죄인은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 이 곳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은혜를
당황한 나머지 윤진수는 부축을 받아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윤성우는 도현을 악의적으로 노려보았다. 입을 열려고 할 때, 계속 침묵하고 있던 유성이 적절한 타이밍에 말을 했다.“진수 형, 그냥 구 팀장님과 함께 가세요. 형은 당당하잖아요. 그냥 수사에 협조하는 거예요. 당황하지 마세요. 금방 끝날 거예요. 끝나면 우리가 데리러 갈게요.”윤성우는 유성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젠장, 또 잘난 척할 기회를 줬네!’유성은 돌아서서 윤정용의 귀에 속삭였다.“아버지, 구도현의 말이 맞아요. 진수 형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 발이 찔리는 것 같아보여요. 구도현은 더 악랄한 수단으로 형을 상대할 거예요. 그때는 정말 곤란할 거예요.”윤정용은 마음이 흔들려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진수야, 가.”“아버지!”윤진수의 표정은 마치 절망에 빠진 듯했다. 윤정용은 손을 흔들었다. 원망함과 분노가 뒤섞여 말문이 막혔다. 결국 윤씨 가문 사람들은 두 경찰이 윤진수를 데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도현이 떠나기 전 차갑게 윤유성을 노려보았다. 유성은 날카로운 시선에 움찔했다. 마치 범인을 심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유성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마음이 불편했다.“구도현, 거기 서!”윤성우가 얼굴을 붉히며 다가갔다. 지금의 윤진수를 도와주기 보다 도현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도현은 발길을 멈추고 무심하게 바라보았다.“흥, 인정해. 네가 우리를 어떻게든 곤경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이잖아. 전혀 정의감에 비롯된 것이 아니야. 그저 개인적인 복수를 하려는 거지. 구아람과 구아린 대신 화풀이하고 싶은 거지?”도현은 날카로운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움직였다.‘그게 왜?’소리없이 입모양만 보여주었지만 윤정용과 윤성우는 화가 나서 머리가 터질 듯했다. 달려가 도현을 때리고 싶었다. 도현이 떠난 직후 윤정용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윤성우와 유성의 부축에 소파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진정했다.“성우
“경찰서 커피가 맛이 없이 없도 건강에 해롭지 않아요. 윤씨 가문의 음식에 감히 입을 대지 못해요. 배가 썩을 수도 있잖아요. 건강을 다치고 마음을 다치면 너무 소해잖아요.”도현은 차갑게 비웃으며 윤성우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구도현 도련님, 내 아들의 사건은 이미 끝났어요. 당신이 직접 풀었줬잖아요. 지금 와서 왜 또 이러는 거예요!”윤정용은 싸울 기분이 없어 눈시울을 붉히며 화를 냈다.“증거도 없이 진수를 그냥 데려갈 수는 없어요. 마음대로 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우리 윤씨 가문은 구씨 가문의 손에 잡히는 멍청한 놈이 아니에요.”“두 가문이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고, 구만복의 아들인 것을 봐서 체면을 봐주는 거예요. 선을 넘지 마세요!”‘구만복의 아들? 구 팀장님이 해문 갑무의 아들이야? 구아람의 오빠?’이 충격적인 소식에 두 경찰은 입을 가리며 크게 놀랐다. 수년 동안 경찰로 일하면서 도현은 항상 겸손하고 일에만 집중했다. 자신의 사생활과 가족사에 대하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전에 도현이 형사 팀장이 되었을 때, 어린 나이에 중요한 임무를 맡아 경찰서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도현은 낙하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언비어는 순간 사라졌다. 단 3년 동안 도현은 큰 사건을 잇달아 해결하고 여러 차례 공로를 세우며 소문이 점차 사라졌다. 경찰들도 도현의 집안이 대단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도현은 윤정용이 동료들 앞에서 구만복을 언급하는 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웃음이 터졌다.“법은 무고한 사람을 잘못 선고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단 한 명의 짐승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윤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은 10년 넘게 타다 남은 솥바닥처럼 어두웠다. “구도현, 너, 너, 누구보고 짐승이라고 하는 거야!”윤진수는 도현의 잘생긴 얼굴을 가리키며 화를 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윤진수 씨, 당신이 강간 미수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니 우리와 함
“경, 결찰? 그 하찮은 놈들이 또 찾아왔어?”윤진수는 구치소에서 사람 같이 않은 삶은 보낸 날들을 생각하자 다시는 돌아가서 악취를 풍기던 그 쓰라린 삶을 살고 싶지 않아 겁에 질렸다.“아버지, 형, 꼭 막아주세요!”윤정용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마음이 급해 걸어다녔다.“진수야, 긴장하지 마.”윤유성이 다가가 진수의 떨고 있는 어깨를 토닥였다.“두 여자애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어. 아직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어. 그건 아직 증언할 의사가 없다는 거야. 경찰도 그냥 온 거야.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잖아. 일단 가 봐.”...윤씨 그룹 사람들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방문객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거실에 서 있는 도현과 두 경찰이 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훤칠한 키를 가진 도현은 마치 칼을 꽂은 것처럼 앞에 나타났다. 권위적이고 위압적이라 억압감이 느껴졌다.윤정용의 안색이 안좋았다. 심지어 마음속에서 질투까지 했다. 구만복의 자식들은 모두 예쁘고 잘생겼다. 능력도 좋고 그저 경찰인 첩의 막내아들 도현도 카리스마가 넘쳤다. 자기 자식이 제일 소중하다고 하지만, 윤민주와 윤진수가 한 짓을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도현의 앞에 나서기 창패했고 체면이 깎인다고 생각했다. 비교해 보면 그나마 막내아들인 유성이 괜찮았다. 외모, 기질, 능력도 뛰어나 구씨 가문과 경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정용은 제일 아이러니한 점을 잊었다. 유성은 한때 윤정용이 가장 싫어하고 경명했던 자식이었다. 심지어 유성 모자를 S국으로 보낸 후 윤씨 가문 전체 앞에서 죽은 사람 취급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린 유성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유성의 계좌로 매년 일정 생활비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외 가족 재산, 권력, 주식, 윤씨 가문의 모든 것은 유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이 모든 것은 고상아가 윤정용을 배신해서 시작한 것이다. 고상하는 비천한 경호원과 몰래 만났고, 그 모습을 윤정용이 직접 목격했다. 간통한 경호원은 가혹한 처벌을 받고 외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