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신 사장님!”한무는 겁에 질려 혼비백산했고 급히 침대 옆의 호출 벨을 눌렀다. 그리고 휴지를 꺼내 신경주의 입가를 닦으려고 허둥거렸다.“사장님! 안 되겠어요! 더 이상 사모님에게 삐지지 마세요! 약을 보내주셨으니 빨리 드세요!”“안돼.”경주는 가슴 통증을 참으며 고집을 부렸다. 그의 눈에는 우울한 슬픔이 보였다.“이것은…… 구아람을 내 곁으로 오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야. 목숨을 걸더라도 구아람을 보고 싶어. 이번엔 꼭 버티겠어!”……“뭐? 그 나쁜 자식이 약을 안 먹어? 왜?”아람은 식당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임수해가 그녀를 불러서 이 일을 전달하자 가슴이 답답하고 밥맛이 떨어졌다.“아가씨를 만나야 약을 드시겠대요.”임수해는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잘 해주니까 막 기어오르네요! 도와줘도 감사하지 않고, 목숨으로 장난치고 협박까지 해요! 이미 선을 넘었어요. 아가씨도 최선을 다했어요.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세요.”“차 준비해. 성주로 가자!”눈시울이 붉어진 아람은 명령을 내린 뒤 쏜살같이 방으로 가서 옷을 갈아 입었다.“아, 아가씨!”황급히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임수해는 가슴이 뭉클해지며 씁쓸해졌다.……경주는 부상을 입고 입원했다는 사실을 신씨 가문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사장 자리에 앉으면 자신의 몸 상태조차 비밀로 해야 했다. 신씨 그룹 안팎에서 그의 자리를 탐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만약 그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그를 끌어내릴 이유로 될 수도 있다.내우외환의 곤경에 처해 있는 경주는 몇 년 동안 늘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것 같았다.모든 것은 그가 신광구가 가장 좋아하는 아들이 아니기 때문이에 일어난 일이다.오늘 밤 그를 보러 온 사람은 여전히 이유희뿐이었다.경주는 오늘 피를 토했다는 사실을 이유희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가 걱정할 까 봐, 또 혼자 분주히 다니면서 치료 방법을 찾으며 시간을 쓸까 봐 걱정했다.“어휴, 참 불쌍하네.”이유희는 구경하는 듯한 표정으로
이유희는 문득 병원이라는 것을 깨닫고 담뱃불을 붙이지 않고 시늉만 했다.경주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심호흡을 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유희야. 내가 아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헐?’이유희의 입술 사이에 있던 담배를 떨며 벌떡 일어섰다.경주가 아람에게 반했다는 사실을 눈치챘었다. 하지만 직접 들어보니 답답한 마음이 뚫린 것처럼 속이 시원했다.“아람이가 좋아졌어. 내 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 내가…… 구애를 하고 싶어.”경주는 고개를 들더니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속마음을 얘기했다.매혹적인 그의 두 눈빛은 깊고 진지했다.“네가? 구애를? 할 수 있어? 확실해?”이유희는 눈을 부릅뜨며 질물을 연달아 던졌다.“무엇이든 처음이 있는 법이야. 안 돼도 되게 해야지.”경주는 이유희는 흘겨보았다.“내가 안 되면, 멍청한 네가 있잖아.”“헐! 말을 참 예쁘게 하네, 멍청이라고 말 안 하면 안 돼?”이유희는 그를 째려보았다.“너도 능력이 없잖아. 아니면 구아람과 사귀었겠지. 아니야?”경주의 입방정은 여전했다. 말을 하는 동시에 이유희를 깎아내렸다.“지금 내 곁에 도와줄 사람이 없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너에게 부탁하는 거야.”경주는 연애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지만 여자에게 구애한 적은 없었다.그는 김은주에게 구애를 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내성적이고 우울한 경주에게 주동적으로 다가온 사람은 김은주였다.그래서 아람을 위해 오랜 세월 힘들게 지켜온 자존심을 기꺼이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내가 여자를 꼬시지 못하는 게 아니야. 구아람은 얼굴, 돈, 집안, 능력을 다 가져서 흠잡을 데 없는데, 내가 무엇으로 꼬셔? 어떻게 구아람의 마음을 사로잡겠어?”이유희는 답답한 듯 입을 삐죽거렸다.“너를 그렇게 깊이 사랑해서 연애에 올인하는 여자인 줄 알았어. 구아람이 일에만 몰두하고 남자를 무시하는 사람일 거라고 상상도 못했어! 너랑도 맞서고 있잖아. 내 지위가 제일 낮은데, 내가 어떻게 구아람을 이겨? 구아람 손에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유희가 떠난 후 병실에는 신경주와 구아람만 남았다.아람이가 들어오기 전 이 남자가 또 피를 많이 토했다는 것을 들어 가슴이 내려앉았다.경주가 못 버티거나 앞으로 고질병이 남게 되면 이 은혜를 갚을 수 없을 것이고 매일 자책하며 살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차갑게 침대 옆으로 걸어가 퉁명스럽게 경주의 팔목을 잡고 뒤집어 맥박을 쟀다.경주는 눈을 부릅뜨고 아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그럴듯한 모습은 노련한 한의사가 진단하는 듯했다.“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당장 약을 먹어야 해. 내일 먹으면 너무 늦어!”화가 치밀어 오른 아람은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그러나 뜻밖에도 경주는 빠르게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 꼭 감쌌다.아람은 당황하여 숨이 가빠로워졌다.“손이 너무 차갑네. 밖에 많이 춥지?”경주는 거친 손으로 그녀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손에 흉터가 남아 있는 것을 보자 가슴이 아프고 죄책감이 느껴져 울컥했다.“미안해. 나 때문에 늦은 밤에 여기까지 왔네.”“미안한 줄 알면 약을 먹었어야지! 도대체 뭐가 문제야!”아람은 흐트러진 마음을 억지로 억누르며 이를 악물고 점점 뜨거운 손바닥에서 손을 떼었다.“어린이야? 스스로 약도 못 먹어? 내가 먹여줘야 해?”“아니.”답답한 경주는 침을 삼키고는 부드럽게 말했다.“어떻게 해야 네가 날 만나러 올 수 있을지 몰랐어. 그냥 보고 싶었어. 구아람.”“봤으니까 약을 먹을 수 있지?”아람은 늘 강인한 남자가 이렇게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별로 쓸모가 없다고 느꼈다.백진과 임수해의 말을 떠올리자 점점 짜증이 났다. 그러더니 조급하게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빨리 먹어. 이따가 해문으로 돌아가야 해. 셋째 오빠가 오랜만에 집에 왔어. 여기서 너랑 같이 보낸 시간이 없어!”경주는 그녀의 강경한 태도에 마음이 아파나서 주먹을 천천히 움켜쥐었다.한때 자신만 바라보던 아내가 이제 그에게 최소한의 인내심도 없었다.하지만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을 탓하면서 후회했다.그녀를 되찾을
“좋아해. 구아람. 네가 좋아졌어.”아람은 숨이 막혀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고백을 직접 듣자 만감이 교차했다. 이런 말 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은 아람만이 알 수 있다.방 안에는 고요했다. 그들은 서로의 격렬한 심장 박동 소리가 뚜렷이 들렸다.“신경주, 3년 전이라면 네 고백을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을 거야. 아쉽지만 지금은 3년 전이 아니야. 우리 사이의 감정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말했잖아.”아람의 눈빛은 속세의 덧없을 깨달은 듯 차갑고 냉정했다.“난 널 사랑하지 않아.”“미안해,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마음을 먹으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마음이 급한 경주는 이미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그녀가 도망칠까 봐 갈등했다.“날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번에는 내가 베풀고, 내가…….”‘사랑할게.’김은주에게 단 한 번도 말해본 적 없는 사랑이라는 말을 아람에게 해주고 싶었다.“그만해. 내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사랑은 필요 없어. 내가 몇 번이나 말해야 기억할 거야?”아람은 그의 입을 막기 위해 대응책을 썼다.“또 그런 말을 하면 지금 당장 가버릴 거야!”경주는 순식간에 울컥하여 순순히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아람의 기분이 풀린 것 같아 소심하게 물었다.“내가 말을 안 하면, 오늘 밤…… 나랑 같이 있을 거야?”“허, 꿈꾸지 마.”“내가 살려주었으니 부탁을 들어준다며? 너무 무리한 부탁만 아니라면.”경주는 눈빛을 반짝이며 포기하지 않았다.“네가 어제…….”아람은 어제 이 병실에서 키스한 것이 생각났다. 경주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은 뒤 깊고 뜨거운 키스를 했었다.그녀의 볼이 순식간에 붉어지고 온몸이 불붙은 듯이 뜨거워졌다.“어제 키스한 거? 그건 아니야.”경주는 입꼬리를 올리고 부드럽게 말했다.아람의 수줍은 표정을 오랜만에 보자 기분이 좋아서 미소를 지었다.“아니라고?”아람은 소리를 질렀다.‘이혼한 30대 남자는 건드리면 안 되겠네. 너무 교활하잖아!’“그건
아람이가 병실로 들어갈 무렵, 임수해는 백진의 전화를 받았다.“도련님.”“수해야! 아람의 비서로서 왜 행방을 우리에게 보고하지 않아!”백진은 바로 질문을 던졌다.“아람이랑 지금 성주 제2병원에 있다고? 신경주를 찾으러 간 거야?”그러자 곧바로 구윤의 차분한 소리가 들려왔다.“진아, 진정해.”백진의 성격은 온순한 편이지만 아람과 관련된 일이면 순식간에 폭발한다.수해는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도련님, 어떻게 알았어요?”‘아가씨가 경주를 만나러 온 것을 비밀로 했는데!’“GPS.”구윤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진이가 수배범을 체포하는 시스템을 사용했는데, 사람을 못 찾겠어?”임수해는 말문이 막혔다.“진아, 걱정하지 마. 아람의 성격을 몰라? 네가 때리고 꾸짖어도 순순히 돌아오지 않을 거야.”구윤은 마음을 연 듯 덤덤하게 말했다.“성인인데, 알아서 하겠지.”“내가 경위팀을 배치해 병원을 포위하고 병실 앞을 지킬 거야. 수해야. 오늘 밤 고생해. 잘 지켜봐. 신경주 그 자식이 아람에게 무슨 짓을 하면 바로 내게 알려줘야 해.”“네, 도련님!”임수해는 이 젊은 대령의 말에 부담을 느껴 군사 자세를 취할 뻔했다.백진은 화가 나서 협박하듯 목소리를 높였다.“신경주가 아람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평생 그 병원에서 못 나오게 하겠어!”……아람이 곁에 있어 경주는 신나게 약을 먹고 약칠했다.병원의 저녁 식사는 밋밋하고 맛도 없었고 특별히 영양가 있는 음식도 없었다.하지만 아람이가 곁에 있어줘서 경주는 엄청 맛있게 먹었다. 이 거친 밥이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다고 느꼈다.굶겼던 것처럼 음식을 싹싹 비우는 경주를 보자 아람이도 배가 고파져 야식으로 먹으려고 밥을 시켰다.그러나 밥은 삼키기 어려울 정도로 맛이 없었다. 밥을 낭비해서는 안 되어 억지로 그릇을 비웠다.“원기를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해. 꽃 젤라틴 전복 돼지뼈탕, 연근 갑오징어 용골탕, 소뼈탕등을 먹어.”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경주는 마음에 날카로운 돌이 박힌 것 같은 느낌에 옷깃을 움켜주었다.‘아니, 그런 게 아니야. 구아람. 내가 순간의 충동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야. 너에 대한 마음도 갑자기 생긴 게 아니야. 늦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야? 13년 전 우리는 함께 생사를 겪었고, 13년 후에도 함께 곤란을 겪었어. 우리는 끓을 수 없는 운명이야.’경주는 이번 생 처음으로 마음속으로 사랑하지만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으로 말을 내뱉을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다.결국 경주는 침묵을 지켰다.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라 행동을 보일 때인 것 같았다.아람은 열이 내렸지만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3일 동안 바쁘게 움직인 그녀는 경주를 신경 쓰지 않고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그러나 경주는 계속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수호자처럼 전혀 졸리지 않았다.아람이 정말 잠들었다는 것을 확신하자 경주는 통증을 참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소파로 다가갔다.아람의 사랑스러운 잠든 얼굴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쭈그려 자고 있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가로안았다.경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안고 있는 손바닥은 땀에 젖었다. 그는 참지 못하고 날카로운 턱선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문질렀다.“음…….”아람은 여전히 꿈속에 있었다. 품에 안긴 그녀는 마치 잠든 아기처럼 낑낑거렸다.경주의 눈이 깊어지고 목이 따가워났다. 그녀에게 키스를 하고 싶어 얇은 입술을 들이댔지만 참았다.‘나와 결혼한 여자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수한 여인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요정이네.’……다음날, 꿈에서 깨어난 아람은 습관적으로 이불 속에서 만족스러운 기지개를 폈다.오늘 밤은 의외로 편안하게 잤다.‘응? 잠깐!’아람은 벌떡 일어나 앉더니 긴장한 채 주위를 둘러보자 침대에서 잤다는 것을 깨달았다.‘뭐야? 내가 몽유했어?’아람은 급히 이불을 들어 올려보니 옷은 단정했다. ‘좁은 싱글 침대인데, 타잔과 같은 신경주가 누울 자리
아람이가 도시락을 열자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도시락 안에는 색과 풍미가 가득한 해문의 특색 있는 아침 식사가 가득 담겨 있었다.놀랍게도 모든 음식이 그녀가 집에서 항상 먹던 음식이었고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꼬르륵-배는 못나게 꼬르륵거렸다.“신경주가 새벽 다섯시에 해문으로 사람을 보내서 사 온 거래요. 도시락이 보온이 되어 아직까지 식지도 않았어요.”임수해는 로봇처럼 침착하게 말하며 음식을 꺼냈다.그는 경주가 아람에게 구애를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비록 아람을 사랑했고 그녀가 사랑에 빠지는 것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사람이 경주일까 봐 두려웠다.“미쳤어? 시키지도 않은 짓을 왜 해!”비록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손은 저도 모르게 새우만두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고 씹었다.임수해는 씁쓸하게 웃었다.“구아람, 맛있어?”분위기 있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아람은 깜짝 놀랐다. 사레가 들어 숨이 넘어갈 뻔했다.“켁켁켁…….”아람은 가슴을 움켜쥐며 고통스럽게 기침을 하자 얼굴이 붉어졌다.“아가씨, 괜찮아요?”임수해는 깜짝 놀라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경주는 남자의 손이 아람의 등을 어루만지는 것을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람과 임수해가 아무런 사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질투했다.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아람에게 다가가려고 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아람이가 먼저 일어나 화를 내며 그에게 다가왔다.“어젯밤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내가 왜 침대에 누워 있어?”그녀는 화를 내며 물었다.“내가 안고 갔어. 소파에서 밤새 자면 불편해.”경주와 아람은 매우 가까이 있었다. 그의 부드러운 말 사이로 뜨거운 입김이 아람의 이마에 닿아 애매한 느낌이 들었다.“쓸데없는 짓을 왜 해!”아람은 그의 부드러운 눈을 쳐다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널 위해 하는 일은 쓸데없는 일이 아니야.”경주는 진지하게 말했다.특히 마음을 사로잡는 눈망울이 더해지면 그 매력을 거부할 수 있는 여자는 많지
구아람의 주변 남자들은 너무나도 훌륭했다. 갑자기 대령 오빠가 나타나 신경주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아람아, 괴롭힘당하지 않았어?”백진은 양손으로 아람의 어깨를 잡으며 그녀의 몸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괜찮아. 가자, 오빠.”아람은 싸움이 일어날까 봐 백진과 경주를 오래 만나게 못하려고 그를 끌어내려고 했다.그러나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백진은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형, 수해야. 먼저 아람과 함께 가. 나도 금방 갈게.”“오빠!”아람은 복잡한 감정이 가득한 불안한 목소리로 부르며 눈썹을 찌푸렸다.“아람아, 가자.”구윤은 아람의 어깨를 감싸 안고 의미심장하게 경주를 바라보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네 셋째 오빠의 성격이 제일 좋아. 다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잖아. 걱정 마. 알아서 할 거야.”아람은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에 있으니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하여 구윤과 먼저 떠났다.경주의 뜨거운 시선은 문이 닫힐 때까지 그녀를 따라다녔다.문득 아침을 먹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테이블 앞으로 다가갔다. 도시락을 들려는 순간 단단하고 강한 손이 도시락을 내려놓았다.경주는 차갑게 눈을 들어 백진의 서늘한 눈빛과 마주쳤다.공기 주의 산소가 순식간에 수소로 변하는 것처럼 바로 폭발할 것 같았다.“아직 아침을 안 먹었어요. 이거만 갔다 줄게요.”경주는 냉정하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 나쁜 남자가 준 걸 먹으면 동생이 배탈 날까 봐 걱정돼.”백진은 화가 치밀어 피식 웃었다.“네가 예전에 아람을 너무 고생시켰어. 지금 불쌍한 척하고 고육지책을 쓰면서 잘 해주면 아람이가 흔들릴 거 같아? 또다시 신씨 가문과 같은 악마의 굴에 끌어들일 거야? 신경주, 우리 동생을 너무 쉽게 생각하네. 잘해주면 널 따라갈 것 같아? 너 자신을 과대평가한 거야.”“예전에는 다 제 잘못이었어요. 앞으로 구아람에게 잘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경주는 도시락을 가져오고 싶었다.그는 아람의 위가 좋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바자회에서 위 통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