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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이유희는 문득 병원이라는 것을 깨닫고 담뱃불을 붙이지 않고 시늉만 했다.

경주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심호흡을 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유희야. 내가 아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

‘헐?’

이유희의 입술 사이에 있던 담배를 떨며 벌떡 일어섰다.

경주가 아람에게 반했다는 사실을 눈치챘었다. 하지만 직접 들어보니 답답한 마음이 뚫린 것처럼 속이 시원했다.

“아람이가 좋아졌어. 내 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 내가…… 구애를 하고 싶어.”

경주는 고개를 들더니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속마음을 얘기했다.

매혹적인 그의 두 눈빛은 깊고 진지했다.

“네가? 구애를? 할 수 있어? 확실해?”

이유희는 눈을 부릅뜨며 질물을 연달아 던졌다.

“무엇이든 처음이 있는 법이야. 안 돼도 되게 해야지.”

경주는 이유희는 흘겨보았다.

“내가 안 되면, 멍청한 네가 있잖아.”

“헐! 말을 참 예쁘게 하네, 멍청이라고 말 안 하면 안 돼?”

이유희는 그를 째려보았다.

“너도 능력이 없잖아. 아니면 구아람과 사귀었겠지. 아니야?”

경주의 입방정은 여전했다. 말을 하는 동시에 이유희를 깎아내렸다.

“지금 내 곁에 도와줄 사람이 없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너에게 부탁하는 거야.”

경주는 연애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지만 여자에게 구애한 적은 없었다.

그는 김은주에게 구애를 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내성적이고 우울한 경주에게 주동적으로 다가온 사람은 김은주였다.

그래서 아람을 위해 오랜 세월 힘들게 지켜온 자존심을 기꺼이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내가 여자를 꼬시지 못하는 게 아니야. 구아람은 얼굴, 돈, 집안, 능력을 다 가져서 흠잡을 데 없는데, 내가 무엇으로 꼬셔? 어떻게 구아람의 마음을 사로잡겠어?”

이유희는 답답한 듯 입을 삐죽거렸다.

“너를 그렇게 깊이 사랑해서 연애에 올인하는 여자인 줄 알았어. 구아람이 일에만 몰두하고 남자를 무시하는 사람일 거라고 상상도 못했어! 너랑도 맞서고 있잖아. 내 지위가 제일 낮은데, 내가 어떻게 구아람을 이겨? 구아람 손에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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