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희가 떠난 후 병실에는 신경주와 구아람만 남았다.아람이가 들어오기 전 이 남자가 또 피를 많이 토했다는 것을 들어 가슴이 내려앉았다.경주가 못 버티거나 앞으로 고질병이 남게 되면 이 은혜를 갚을 수 없을 것이고 매일 자책하며 살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차갑게 침대 옆으로 걸어가 퉁명스럽게 경주의 팔목을 잡고 뒤집어 맥박을 쟀다.경주는 눈을 부릅뜨고 아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그럴듯한 모습은 노련한 한의사가 진단하는 듯했다.“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당장 약을 먹어야 해. 내일 먹으면 너무 늦어!”화가 치밀어 오른 아람은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그러나 뜻밖에도 경주는 빠르게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 꼭 감쌌다.아람은 당황하여 숨이 가빠로워졌다.“손이 너무 차갑네. 밖에 많이 춥지?”경주는 거친 손으로 그녀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손에 흉터가 남아 있는 것을 보자 가슴이 아프고 죄책감이 느껴져 울컥했다.“미안해. 나 때문에 늦은 밤에 여기까지 왔네.”“미안한 줄 알면 약을 먹었어야지! 도대체 뭐가 문제야!”아람은 흐트러진 마음을 억지로 억누르며 이를 악물고 점점 뜨거운 손바닥에서 손을 떼었다.“어린이야? 스스로 약도 못 먹어? 내가 먹여줘야 해?”“아니.”답답한 경주는 침을 삼키고는 부드럽게 말했다.“어떻게 해야 네가 날 만나러 올 수 있을지 몰랐어. 그냥 보고 싶었어. 구아람.”“봤으니까 약을 먹을 수 있지?”아람은 늘 강인한 남자가 이렇게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별로 쓸모가 없다고 느꼈다.백진과 임수해의 말을 떠올리자 점점 짜증이 났다. 그러더니 조급하게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빨리 먹어. 이따가 해문으로 돌아가야 해. 셋째 오빠가 오랜만에 집에 왔어. 여기서 너랑 같이 보낸 시간이 없어!”경주는 그녀의 강경한 태도에 마음이 아파나서 주먹을 천천히 움켜쥐었다.한때 자신만 바라보던 아내가 이제 그에게 최소한의 인내심도 없었다.하지만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을 탓하면서 후회했다.그녀를 되찾을
“좋아해. 구아람. 네가 좋아졌어.”아람은 숨이 막혀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고백을 직접 듣자 만감이 교차했다. 이런 말 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은 아람만이 알 수 있다.방 안에는 고요했다. 그들은 서로의 격렬한 심장 박동 소리가 뚜렷이 들렸다.“신경주, 3년 전이라면 네 고백을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을 거야. 아쉽지만 지금은 3년 전이 아니야. 우리 사이의 감정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말했잖아.”아람의 눈빛은 속세의 덧없을 깨달은 듯 차갑고 냉정했다.“난 널 사랑하지 않아.”“미안해,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마음을 먹으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마음이 급한 경주는 이미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그녀가 도망칠까 봐 갈등했다.“날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번에는 내가 베풀고, 내가…….”‘사랑할게.’김은주에게 단 한 번도 말해본 적 없는 사랑이라는 말을 아람에게 해주고 싶었다.“그만해. 내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사랑은 필요 없어. 내가 몇 번이나 말해야 기억할 거야?”아람은 그의 입을 막기 위해 대응책을 썼다.“또 그런 말을 하면 지금 당장 가버릴 거야!”경주는 순식간에 울컥하여 순순히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아람의 기분이 풀린 것 같아 소심하게 물었다.“내가 말을 안 하면, 오늘 밤…… 나랑 같이 있을 거야?”“허, 꿈꾸지 마.”“내가 살려주었으니 부탁을 들어준다며? 너무 무리한 부탁만 아니라면.”경주는 눈빛을 반짝이며 포기하지 않았다.“네가 어제…….”아람은 어제 이 병실에서 키스한 것이 생각났다. 경주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은 뒤 깊고 뜨거운 키스를 했었다.그녀의 볼이 순식간에 붉어지고 온몸이 불붙은 듯이 뜨거워졌다.“어제 키스한 거? 그건 아니야.”경주는 입꼬리를 올리고 부드럽게 말했다.아람의 수줍은 표정을 오랜만에 보자 기분이 좋아서 미소를 지었다.“아니라고?”아람은 소리를 질렀다.‘이혼한 30대 남자는 건드리면 안 되겠네. 너무 교활하잖아!’“그건
아람이가 병실로 들어갈 무렵, 임수해는 백진의 전화를 받았다.“도련님.”“수해야! 아람의 비서로서 왜 행방을 우리에게 보고하지 않아!”백진은 바로 질문을 던졌다.“아람이랑 지금 성주 제2병원에 있다고? 신경주를 찾으러 간 거야?”그러자 곧바로 구윤의 차분한 소리가 들려왔다.“진아, 진정해.”백진의 성격은 온순한 편이지만 아람과 관련된 일이면 순식간에 폭발한다.수해는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도련님, 어떻게 알았어요?”‘아가씨가 경주를 만나러 온 것을 비밀로 했는데!’“GPS.”구윤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진이가 수배범을 체포하는 시스템을 사용했는데, 사람을 못 찾겠어?”임수해는 말문이 막혔다.“진아, 걱정하지 마. 아람의 성격을 몰라? 네가 때리고 꾸짖어도 순순히 돌아오지 않을 거야.”구윤은 마음을 연 듯 덤덤하게 말했다.“성인인데, 알아서 하겠지.”“내가 경위팀을 배치해 병원을 포위하고 병실 앞을 지킬 거야. 수해야. 오늘 밤 고생해. 잘 지켜봐. 신경주 그 자식이 아람에게 무슨 짓을 하면 바로 내게 알려줘야 해.”“네, 도련님!”임수해는 이 젊은 대령의 말에 부담을 느껴 군사 자세를 취할 뻔했다.백진은 화가 나서 협박하듯 목소리를 높였다.“신경주가 아람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평생 그 병원에서 못 나오게 하겠어!”……아람이 곁에 있어 경주는 신나게 약을 먹고 약칠했다.병원의 저녁 식사는 밋밋하고 맛도 없었고 특별히 영양가 있는 음식도 없었다.하지만 아람이가 곁에 있어줘서 경주는 엄청 맛있게 먹었다. 이 거친 밥이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다고 느꼈다.굶겼던 것처럼 음식을 싹싹 비우는 경주를 보자 아람이도 배가 고파져 야식으로 먹으려고 밥을 시켰다.그러나 밥은 삼키기 어려울 정도로 맛이 없었다. 밥을 낭비해서는 안 되어 억지로 그릇을 비웠다.“원기를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해. 꽃 젤라틴 전복 돼지뼈탕, 연근 갑오징어 용골탕, 소뼈탕등을 먹어.”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경주는 마음에 날카로운 돌이 박힌 것 같은 느낌에 옷깃을 움켜주었다.‘아니, 그런 게 아니야. 구아람. 내가 순간의 충동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야. 너에 대한 마음도 갑자기 생긴 게 아니야. 늦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야? 13년 전 우리는 함께 생사를 겪었고, 13년 후에도 함께 곤란을 겪었어. 우리는 끓을 수 없는 운명이야.’경주는 이번 생 처음으로 마음속으로 사랑하지만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으로 말을 내뱉을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다.결국 경주는 침묵을 지켰다.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라 행동을 보일 때인 것 같았다.아람은 열이 내렸지만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3일 동안 바쁘게 움직인 그녀는 경주를 신경 쓰지 않고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그러나 경주는 계속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수호자처럼 전혀 졸리지 않았다.아람이 정말 잠들었다는 것을 확신하자 경주는 통증을 참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소파로 다가갔다.아람의 사랑스러운 잠든 얼굴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쭈그려 자고 있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가로안았다.경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안고 있는 손바닥은 땀에 젖었다. 그는 참지 못하고 날카로운 턱선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문질렀다.“음…….”아람은 여전히 꿈속에 있었다. 품에 안긴 그녀는 마치 잠든 아기처럼 낑낑거렸다.경주의 눈이 깊어지고 목이 따가워났다. 그녀에게 키스를 하고 싶어 얇은 입술을 들이댔지만 참았다.‘나와 결혼한 여자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수한 여인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요정이네.’……다음날, 꿈에서 깨어난 아람은 습관적으로 이불 속에서 만족스러운 기지개를 폈다.오늘 밤은 의외로 편안하게 잤다.‘응? 잠깐!’아람은 벌떡 일어나 앉더니 긴장한 채 주위를 둘러보자 침대에서 잤다는 것을 깨달았다.‘뭐야? 내가 몽유했어?’아람은 급히 이불을 들어 올려보니 옷은 단정했다. ‘좁은 싱글 침대인데, 타잔과 같은 신경주가 누울 자리
아람이가 도시락을 열자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도시락 안에는 색과 풍미가 가득한 해문의 특색 있는 아침 식사가 가득 담겨 있었다.놀랍게도 모든 음식이 그녀가 집에서 항상 먹던 음식이었고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꼬르륵-배는 못나게 꼬르륵거렸다.“신경주가 새벽 다섯시에 해문으로 사람을 보내서 사 온 거래요. 도시락이 보온이 되어 아직까지 식지도 않았어요.”임수해는 로봇처럼 침착하게 말하며 음식을 꺼냈다.그는 경주가 아람에게 구애를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비록 아람을 사랑했고 그녀가 사랑에 빠지는 것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사람이 경주일까 봐 두려웠다.“미쳤어? 시키지도 않은 짓을 왜 해!”비록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손은 저도 모르게 새우만두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고 씹었다.임수해는 씁쓸하게 웃었다.“구아람, 맛있어?”분위기 있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아람은 깜짝 놀랐다. 사레가 들어 숨이 넘어갈 뻔했다.“켁켁켁…….”아람은 가슴을 움켜쥐며 고통스럽게 기침을 하자 얼굴이 붉어졌다.“아가씨, 괜찮아요?”임수해는 깜짝 놀라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경주는 남자의 손이 아람의 등을 어루만지는 것을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람과 임수해가 아무런 사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질투했다.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아람에게 다가가려고 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아람이가 먼저 일어나 화를 내며 그에게 다가왔다.“어젯밤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내가 왜 침대에 누워 있어?”그녀는 화를 내며 물었다.“내가 안고 갔어. 소파에서 밤새 자면 불편해.”경주와 아람은 매우 가까이 있었다. 그의 부드러운 말 사이로 뜨거운 입김이 아람의 이마에 닿아 애매한 느낌이 들었다.“쓸데없는 짓을 왜 해!”아람은 그의 부드러운 눈을 쳐다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널 위해 하는 일은 쓸데없는 일이 아니야.”경주는 진지하게 말했다.특히 마음을 사로잡는 눈망울이 더해지면 그 매력을 거부할 수 있는 여자는 많지
구아람의 주변 남자들은 너무나도 훌륭했다. 갑자기 대령 오빠가 나타나 신경주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아람아, 괴롭힘당하지 않았어?”백진은 양손으로 아람의 어깨를 잡으며 그녀의 몸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괜찮아. 가자, 오빠.”아람은 싸움이 일어날까 봐 백진과 경주를 오래 만나게 못하려고 그를 끌어내려고 했다.그러나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백진은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형, 수해야. 먼저 아람과 함께 가. 나도 금방 갈게.”“오빠!”아람은 복잡한 감정이 가득한 불안한 목소리로 부르며 눈썹을 찌푸렸다.“아람아, 가자.”구윤은 아람의 어깨를 감싸 안고 의미심장하게 경주를 바라보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네 셋째 오빠의 성격이 제일 좋아. 다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잖아. 걱정 마. 알아서 할 거야.”아람은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에 있으니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하여 구윤과 먼저 떠났다.경주의 뜨거운 시선은 문이 닫힐 때까지 그녀를 따라다녔다.문득 아침을 먹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테이블 앞으로 다가갔다. 도시락을 들려는 순간 단단하고 강한 손이 도시락을 내려놓았다.경주는 차갑게 눈을 들어 백진의 서늘한 눈빛과 마주쳤다.공기 주의 산소가 순식간에 수소로 변하는 것처럼 바로 폭발할 것 같았다.“아직 아침을 안 먹었어요. 이거만 갔다 줄게요.”경주는 냉정하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 나쁜 남자가 준 걸 먹으면 동생이 배탈 날까 봐 걱정돼.”백진은 화가 치밀어 피식 웃었다.“네가 예전에 아람을 너무 고생시켰어. 지금 불쌍한 척하고 고육지책을 쓰면서 잘 해주면 아람이가 흔들릴 거 같아? 또다시 신씨 가문과 같은 악마의 굴에 끌어들일 거야? 신경주, 우리 동생을 너무 쉽게 생각하네. 잘해주면 널 따라갈 것 같아? 너 자신을 과대평가한 거야.”“예전에는 다 제 잘못이었어요. 앞으로 구아람에게 잘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경주는 도시락을 가져오고 싶었다.그는 아람의 위가 좋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바자회에서 위 통증
복도 밖.한무는 병실 문 앞에 서서 복도에 꼿꼿이 서 있는 경위팀을 바라보았다. 단정한 자세와 표정, 그리고 사람을 짓밟는 듯한 엄숙한 카리스마를 바라보자 몸이 떨렸다.문이 열리자 군화의 발걸음 소리가 차갑게 들려왔다.백진은 군모를 고쳐 쓰고 무덤덤하게 걸어 나왔다. 군대에서 수년 동안 엄격한 군사 관리를 매일 받아들여 표정을 들어내지 않았다.“경례!”경위팀은 군대식 경례를 했다.“가자.”백진은 가벼운 명령과 함께 스쳐 지나갔고, 경위팀도 그와 함께 떠났다.한무는 백진의 준수하고 늠름한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강인하고 남성적인 카리스마로 가득 차 있었지만 고귀한 기질까지 있어 반해버렸다.문득 그의 근처도 따라가지 못할 간격이 있다고 느꼈다.한무가 멍 때리는 순간, 경주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우울하게 걸어 나왔다.“신, 신 사장님! 무리하지 마세요. 지금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요. 일찍 퇴원하면 안 돼요.”한무는 황급히 달려가 경주를 부축하려 했지만, 고집이 센 남자에게 밀려났다.“안 돼. 내가 퇴원하지 않고 그룹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신광구와 진주는 분명 의심할 거야. 그들은 이 문제를 이용해 내 권위를 무너 드릴 거야. 내가 입원하고 다쳤다는 것을 절대…… 컥컥!”백진과 다투다 열화가 치밀어 올랐다. 계속 참고 있었던 경주는 고통스럽게 기침을 했다.가슴에서 퍼지는 쿵쿵거리는 소리를 듣자 한무는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마음이 아파 눈물이 핑 돌았다.“사장님…… 그룹이든 사장이든, 건강보다 중요하겠어요?”“걱정 마. 안 죽어.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부상을 당했어도 살았잖아?”경주는 가슴을 치켜들고 심호흡을 했다.군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백진의 말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붉어졌다.‘참 억울하네.’……저녁에 아람은 KS WORLD에서 스위트룸을 열고 셋째 오빠를 위해 좋은 음식과 와인을 준비했다.성주에서 일하고 있는 구진과 구도윤, 그리고 학교를 다니는 구아린까지 모였다. 남매가 모이는 것은 항상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고 분
“형! 좀 놔봐, 아람이가 숨을 못 쉬잖아!”백진은 아람이가 혀를 뱉으며 눈을 부릅뜬 모습을 보자 황급히 다가와서 구진의 팔을 잡아당겼다.“참 신선해. 사랑 때문에 죽는다는 말은 들어봐도 동생을 사랑해서 죽는다는 건 처음 보네. 신기해.”구도현은 구진에 대해 농담을 거네며 오리구이를 입에 집어넣었다.“풉!”구아린도 웃음을 참지 못해 급히 입을 가렸다.오빠들 앞에서는 항상 예의 바르고 조용했던 그녀는 이 말을 듣자 음료수를 뿜을 뻔했다.구윤은 구아린이 사레들까 봐 그녀를 쓰다듬어주며 구진을 놀리고 있었다.“진아, 아람은 큰 재난을 겪고 살아남았어. 그런 죽는다는 불길한 말을 하지 마. 재수 없어.”“난 아람을 너무 사랑해서 막말한 거야!”구진의 품에 안긴 아람은 백진에게 빼앗겼지만,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아람의 손을 꼭 잡았다.원래는 화목한 남매의 모임이 아람의 후궁이 싸우는 모임으로 변한 것 같았다.“아람에, 네가 용감하게 사람을 구했는데, 아무런 보상도 없었어?”구도윤은 궁금해서 물었다.“그때 그 여자를 구하고 의식을 잃었어. 그 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라.”아람은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를 으쓱하며 백진이 건네준 새우를 하나씩 먹었다.“감사 페넌트는 받았어.”구윤은 배불리 먹고 천천히 냅킨을 집어 입술을 닦았다.사람들은 의아했다.아람도 새우를 입에 넣은 채 멍해졌다.“뭐?”“삼림 공원의 하 팀장에게 전화번호를 남겼었어. 나중에 연락이 왔었어. 네가 구한 여성 등산객이 감사 페넌트와 인사를 하고 싶어서 휠체어에 앉아 가족들과 함께 왔었어. 다만 네가 누구고, 이름이 뭔지 몰라서 그냥 착한 언니라고만 물렀어.”“하 팀장께 직접 연락했어? 그럼…….”“그래. 하 팀장과 네가 늘 존경하던 범 선생이 이미 너의 신분을 알고 있어.”구윤은 마지못해 그녀를 바라보았다.“범 선생과 하 팀장이 네가 구씨 가문의 아가씨라는 사실을 알고도 크게 놀라지 않았어. 다만 오빠로서 앞으로 너를 잘 보살피라고 당부했어. 그리고 기락산에 기
“소연 씨, 오늘 밤 신 사장님과 함께 데리러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예요.”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맹새했다.[들키는 게 두렵지 않아요. 그제 그 시간에만 나갈 수 있어요.]만소연은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데리러 가는 건 소연 씨 안전을 생각해서예요.”경주는 엄숙한 말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지금 윤씨 가문이 소연 씨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있을 수 있어요. 만약 갑자기 나가서 윤씨 가문 사람에게 들키면 위험해질 수 있어요.”만소연은 깜짝 놀랐다.[구, 구아람 씨, 이 분은.]“소연 씨, 두려워하지 마세요. 신 사장님이에요. 제 곁에 있어요.”아람은 눈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들고 경주의 얼굴을 살짝 쳤다. 경주는 바로 몸을 기울리고 여왕을 모시는 우아한 집사처럼 잘생긴 얼굴을 아람에게 들이대며 코끝을 맞댔다. 아람은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경주는 이때 아람에게 키스를 했다. 혀는 천천히 움직이며 아람을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이때 경주는 아람의 입술을 떠났다.‘음, 이 나쁜 남자, 정말 나빠. 점점 나쁘네!’[신, 신 사장님? 정말 신 사장님이에요?]만소연의 눈빛이 순간 밝아지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신, 신 사장님. 존경합니다. 제 롤모델이에요!]경주는 누썹을 찌푸렸다.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그냥,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연예인보다도 잘생겼어요. 저 신 사장님을 엄청 좋아해요!]“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구아람 씨예요.”경주는 스님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하며 아람의 어깨를 끌어안았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만소연은 황급히 해명했다.[저는 그저 신 사장님의 능력과 외모를 존경하는 거예요. 다른 뜻은 없어요. 그리고 저는 구아람 씨와 신 사장님의 팬이예요. 정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쯧, 신 사장님은 전에 인터넷에서 평판이 엄청 안 좋았는데, 얼굴 빼고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팬이 있네? 역시 지금 시
아람의 머리를 빗어주던 경주의 손도 순간 멈칫하며 핸드폰을 바라보았다.“아람아, 아는 번호야?”“몰라.”“받을 거야?”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아람은 낯선 번호를 받지 않는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도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듯 막연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전화를 마치지 않으면 많은 것을 놓칠 것 같았다.“여보세요.”아람은 다정하게 전화를 받았다.[여, 여보세요.]전화 반대편에서 소심하고 낮고 부드러운 여자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들으면 아린과 비슷하게 들렸다. 아람과 경주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즉시 스피커폰을 켰다.“죄송하지만, 누구세요?”[구, 구아람 씨 맞아요?]소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네, 구아람이에요.”[저, 저는 만소연이에요.]경주와 아람은 순간 긴장했다. 특히 아람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에 식은땀이 났다. 경주는 숨을 죽이고 아람을 바라보았다. 아람의 손을 잡고 가슴에 대며 안전감을 주었다.“소연 씨, 드디어 전화가 오셨네요.”아람의 목소리는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친근하게 말하기 위해 성을 떼고 불렀다.“매일 소연 씨의 전화를 기다렸어요. 드디어 전화 오셨네요.”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만소연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건, 만소연을 만나고 얘기를 했다는 건데, 아니면 왜 그렇게 말하겠어. 하지만 언제 만났지? 난 왜 몰랐지?’[매일, 기다렸어요?]만소연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구아람 씨, 만약 제가 연락하지 않았다면.]“그래도 기다렸을 거예요. 연락하든 안 하든 선택권은 소연 씨에게 있어요. 기다리든 말든 제 선택이에요.”아람은 이글거리는 눈빛에 굳은 의지가 가득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아람은 상대방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경주는 아람의 친착함을 존경했다. 목표을 이루기 위해 억울해하며 참았고 굴욕도 견딜 수 있었다. 고귀한 출생으로 인해 우월감을 느끼지 않았고
윤씨 가문은 라이브 사건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싶었지만, 윤진수의 평판이 너무 않 좋았다. 사람들은 그저 웃음거리를 보고 싶었다. 게다가 윤진수를 지목하는 구씨 가문 아가씨 아린이 나타나 더욱 드라마틱해져 점점 뜨거웠다.열기가 갈아앉지 않으면 윤진수는 경찰의 목표로 될 것이다. 윤정용은 심지어 뻔번하게 경찰 총장에게 가서 사정했지만, 마침 최고의 재벌 구만복이 오랜만에 실검에 올랐다. 사무실의 TV에서 뉴스가 방송되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리본 커팅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와 인터뷰하는 구만복의 모습이 보였다. 기자는 바로 물었다.“구만복 씨, 이틀 전 라이브에서 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성.”“따님이라고 주장한 여자?”구만복의 안색이 순간 차가워지며 반박했다.“어느 언론사 출신이에요? 이렇게 정보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데 기자를 해요?”사람들은 구만복의 압박감에 숨도 쉬지 못했다.“제 친딸이에요. 우리 구씨 가문의 막내 공주님. 제 셋째 부인 초연서의 딸이에요.”구만복의 표정은 유난히 차가웠지만, 아린을 언급하자 날카로운 눈빛에 보기 드물게 온기가 돌았다.“제 눈에 아람이든, 아린이든 모두 소중한 딸이에요. 아린을 공개하지 않은 건, 나이도 어리고 확교를 다니고 있고, 모녀가 겸손해서예요. 아이의 학교생활을 방해할까 봐 공개적인 자리에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요.”“결국 모두 막내딸을 지키려고 한 거예요. 하지만 내 딸을 보호하는데, 윤진수 그 짐승에게 기회를 주었어요!”‘젠장, 구 회장님의 말이 정말 날카롭네. 구만복과 윤정용이 친하다는 것을 모른느 사람이 없잖아. 하지만 막내딸을 위해 윤씨 가문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네!’“우리 딸은 큰 굴욕을 당했어요. 윤씨 그룹이 사적으로 가고 싶은데, 그럴 일은 없어요. 반드시 끝까지 조사할 거예요!”구만복의 눈시울이 붉히며 하마터면 카메라 앞에서 실례를 할 뻔했다. 겨우 화를 억누르며 카메라를 향해 이를 악물었다.“윤정용, 너 이 자식, 양심이 있으면 네 아들이 대가를 치르고 우리 딸에게
“아람아, 너, 너 왜 들어왔어, 언제 들어왔어.”경주는 여전히 멍했다. 습관적으로 아람의 허리를 잡고 위아래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아람은 가슴을 가리고 투덜거렸다.“깜짝이야. 방금 네 눈빛이 엄청 무서웠어. 날 잡아먹을 것 같았어.”“미안해, 아람아. 입대했을 때 생긴 고질병인 것 같아. 불치병 같은 반응이야.”그 말을 듣자 아람은 가슴이 아파 경주의 얼굴을 만졌다. 경주는 죄책감을 느꼈다. 아람의 손을 잡고 손등을 키스했다.“왜 몰래 들어왔어. 들키면 어떡해.”“몰래? 여긴 내 집이야. 왜 몰래 들어와. 난 당당하게 들어온 거야.”아람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경주의 코끝을 가리켰다.“왜? 신 사장님이 좀 당황한 것 같지?”“정식으로 네 집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야. 아람아, 네 가족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주고 싶어.”경주는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풋, 그거 때문이었어?”아람은 웃음을 떠뜨렸다.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경주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우리 가족은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챙기기 힘들고 잘해주기도 어려운 사람이야. 아니면 윤유성 그 독뱀이 벌써 우리 집에 들어왔겠지. 안 그래?”“아람아.”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가족은 널 천천히 받아드리고 있어. 그러니 걱정 마. 너 답게 행동해.”아람은 다정하게 말을 하며 경주의 셔츠 단추를 모두 풀었다.“또 나 몰래 밤새 일했어? 이렇게 앉아서 자면 허리디스크 터져. 잠옷을 갈아입고 편하게 누워.”“응, 알았어.”경주는 얌전히 말을 들었다. 잠옷을 갈아입을 때 기지개를 펴니 허리가 아팠다. ‘설마, 정말 나이가 들어서 그래?’“아람아, 빨리 방으로 가.”경주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람은 귀여운 토끼처럼 재빨리 이불속으로 들어갔다.“너랑 같이 잘 거야.”“아람아, 말 들어. 이제 성주로 돌아가면.”“싫어. 지금 같이 잘 거야.”아람은 경주의 옷깃을 잠고 놓지 않았다. 경주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는 아람의 매혹적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욕망이 솟
구만복이 말하자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람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입을 크게 벌리며 믿기지 않는 듯 구만복을 바라보았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경주는 가슴이 떨리며 눈을 부릅뜨고 구만복의 잘생기고 위엄 있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지금 출발하면 새벽에 도착하잖아. 내일 아침 별일 없으면 오늘 여기서 자고 가.”구만복은 눈썹을 찌푸리며 기침을 두 번했다.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다. 경주도 들었고, 아람도 들었고, 모든 사람이 들었다. 서프라이즈가 경주에게 다가오자 경주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맑은 눈에 감동적인 감정으로 가득 찼고 울컥하며 구만복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고마워요, 구 회장님. 받아주셔서 고마워요.”받아준다는 말은 대단한 거물이자 성주 제1 재단의 도련님을 비참하게 했다. 아람은 가슴이 아팠다. 경주가 억울한 모습을 보지 못해 급히 다가가 경주를 부축했다.“뭐 하는 거야. 그냥 하룻밤인데, 이럴 필요는 없잖아.”“필요 있어. 아람아.”경주는 누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가슴 속 설렘이 휘몰아쳤다.“너무 기뻐. 지금까지 이룬 업적들을 모두 모아도 이 순간만큼 행복하지 않았을 거야.”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단순한 하룻밤일 것이다. 그러나 경주에게는 희망이었다. 구만복은 경주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먼저 별장으로 들어갔다.“수해 오빠, 아빠가 형부를 용서한 거야? 형부를 받아준 거야?”아린은 수해의 팔짱을 끼고 까치발을 들어 수해의 귀에 속삭였다.“받아주는 거였으면 좋겠어.”아린을 바라보는 수해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 손을 들어 아린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어제보다 오늘 조금만 더 발전하면 다 좋은 거야.”아람은 감동하여 경주의 얼굴을 잡고 아무도 없는 듯이 키스했다. 처음에 경주는 부끄러워 온몸이 굳어졌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아람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키스했다. 구씨 가문의 어른들은 보기 부끄러워 모두 황급히 돌아서서 떠났
강소연은 누군가가 아린을 비난하자마자 즉시 키보드를 잡고 네티즌과 맞섰다. 뿐만 아니라 강지구에게도 연락해 라이브 방송 댓글창에 글을 남기도록 지시했다. 순식간에 백여 명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며 논쟁이 격화되었고, 결국 모두 금언 조치가 내려졌다.밖에서 아무리 큰 폭풍이 몰아쳐도 해정원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람은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하고 화목한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엄마가 돌아간 후, 아람은 해장원을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방황의 날이 쓰라리고 힘들어도 그저 탈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점점 집 느낌이 있었다. 아람에게 안식처가 되는 곳은 단 두 곳이다. 해장원과 경주의 따뜻한 품이다.라이브 풍파가 지난 후, 구만복과 초연서는 수해에 대한 태도도 미세산 변화가 있었다. 그날 아린과 수해가 헤어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자 구만복은 수해를 집에 있게 했다. 그저 각방을 썼을 뿐이다.절대 모두가 잠든 동안 소중한 딸 아린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이상한 짓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시련과 곤난을 겪어온 수해와 아린에게 이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아린은 엄청 기뻐했다. 수해도 눈물을 흘릴 뻔할 정도로 흥분했지만 그저 묵묵히 구만복에게 인사를 했다.최선을 다해 아린을 챙겨주고 평생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맹세했다. 이 기회에 수해는 다시 구만복의 인정을 받았다. 옆에서 화기애애한 가족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경주는 여전히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아람은 아린과 수해의 행복한 분위기에 감염되어 옆에 있는 안색이 어두워진 경주를 신경 쓰지 못했다. 경주는 가슴이 아파나며 씁쓸해졌다. 한참 후, 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체념을 하듯 씁쓸하게 웃었다.경주의 마음은 여전히 안 좋았지만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구만복이 평생 경주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아람의 곁에 있고 지켜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죄인은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 이 곳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은혜를
당황한 나머지 윤진수는 부축을 받아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윤성우는 도현을 악의적으로 노려보았다. 입을 열려고 할 때, 계속 침묵하고 있던 유성이 적절한 타이밍에 말을 했다.“진수 형, 그냥 구 팀장님과 함께 가세요. 형은 당당하잖아요. 그냥 수사에 협조하는 거예요. 당황하지 마세요. 금방 끝날 거예요. 끝나면 우리가 데리러 갈게요.”윤성우는 유성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젠장, 또 잘난 척할 기회를 줬네!’유성은 돌아서서 윤정용의 귀에 속삭였다.“아버지, 구도현의 말이 맞아요. 진수 형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 발이 찔리는 것 같아보여요. 구도현은 더 악랄한 수단으로 형을 상대할 거예요. 그때는 정말 곤란할 거예요.”윤정용은 마음이 흔들려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진수야, 가.”“아버지!”윤진수의 표정은 마치 절망에 빠진 듯했다. 윤정용은 손을 흔들었다. 원망함과 분노가 뒤섞여 말문이 막혔다. 결국 윤씨 가문 사람들은 두 경찰이 윤진수를 데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도현이 떠나기 전 차갑게 윤유성을 노려보았다. 유성은 날카로운 시선에 움찔했다. 마치 범인을 심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유성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마음이 불편했다.“구도현, 거기 서!”윤성우가 얼굴을 붉히며 다가갔다. 지금의 윤진수를 도와주기 보다 도현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도현은 발길을 멈추고 무심하게 바라보았다.“흥, 인정해. 네가 우리를 어떻게든 곤경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이잖아. 전혀 정의감에 비롯된 것이 아니야. 그저 개인적인 복수를 하려는 거지. 구아람과 구아린 대신 화풀이하고 싶은 거지?”도현은 날카로운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움직였다.‘그게 왜?’소리없이 입모양만 보여주었지만 윤정용과 윤성우는 화가 나서 머리가 터질 듯했다. 달려가 도현을 때리고 싶었다. 도현이 떠난 직후 윤정용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윤성우와 유성의 부축에 소파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진정했다.“성우
“경찰서 커피가 맛이 없이 없도 건강에 해롭지 않아요. 윤씨 가문의 음식에 감히 입을 대지 못해요. 배가 썩을 수도 있잖아요. 건강을 다치고 마음을 다치면 너무 소해잖아요.”도현은 차갑게 비웃으며 윤성우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구도현 도련님, 내 아들의 사건은 이미 끝났어요. 당신이 직접 풀었줬잖아요. 지금 와서 왜 또 이러는 거예요!”윤정용은 싸울 기분이 없어 눈시울을 붉히며 화를 냈다.“증거도 없이 진수를 그냥 데려갈 수는 없어요. 마음대로 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우리 윤씨 가문은 구씨 가문의 손에 잡히는 멍청한 놈이 아니에요.”“두 가문이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고, 구만복의 아들인 것을 봐서 체면을 봐주는 거예요. 선을 넘지 마세요!”‘구만복의 아들? 구 팀장님이 해문 갑무의 아들이야? 구아람의 오빠?’이 충격적인 소식에 두 경찰은 입을 가리며 크게 놀랐다. 수년 동안 경찰로 일하면서 도현은 항상 겸손하고 일에만 집중했다. 자신의 사생활과 가족사에 대하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전에 도현이 형사 팀장이 되었을 때, 어린 나이에 중요한 임무를 맡아 경찰서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도현은 낙하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언비어는 순간 사라졌다. 단 3년 동안 도현은 큰 사건을 잇달아 해결하고 여러 차례 공로를 세우며 소문이 점차 사라졌다. 경찰들도 도현의 집안이 대단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도현은 윤정용이 동료들 앞에서 구만복을 언급하는 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웃음이 터졌다.“법은 무고한 사람을 잘못 선고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단 한 명의 짐승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윤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은 10년 넘게 타다 남은 솥바닥처럼 어두웠다. “구도현, 너, 너, 누구보고 짐승이라고 하는 거야!”윤진수는 도현의 잘생긴 얼굴을 가리키며 화를 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윤진수 씨, 당신이 강간 미수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니 우리와 함
“경, 결찰? 그 하찮은 놈들이 또 찾아왔어?”윤진수는 구치소에서 사람 같이 않은 삶은 보낸 날들을 생각하자 다시는 돌아가서 악취를 풍기던 그 쓰라린 삶을 살고 싶지 않아 겁에 질렸다.“아버지, 형, 꼭 막아주세요!”윤정용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마음이 급해 걸어다녔다.“진수야, 긴장하지 마.”윤유성이 다가가 진수의 떨고 있는 어깨를 토닥였다.“두 여자애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어. 아직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어. 그건 아직 증언할 의사가 없다는 거야. 경찰도 그냥 온 거야.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잖아. 일단 가 봐.”...윤씨 그룹 사람들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방문객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거실에 서 있는 도현과 두 경찰이 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훤칠한 키를 가진 도현은 마치 칼을 꽂은 것처럼 앞에 나타났다. 권위적이고 위압적이라 억압감이 느껴졌다.윤정용의 안색이 안좋았다. 심지어 마음속에서 질투까지 했다. 구만복의 자식들은 모두 예쁘고 잘생겼다. 능력도 좋고 그저 경찰인 첩의 막내아들 도현도 카리스마가 넘쳤다. 자기 자식이 제일 소중하다고 하지만, 윤민주와 윤진수가 한 짓을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도현의 앞에 나서기 창패했고 체면이 깎인다고 생각했다. 비교해 보면 그나마 막내아들인 유성이 괜찮았다. 외모, 기질, 능력도 뛰어나 구씨 가문과 경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정용은 제일 아이러니한 점을 잊었다. 유성은 한때 윤정용이 가장 싫어하고 경명했던 자식이었다. 심지어 유성 모자를 S국으로 보낸 후 윤씨 가문 전체 앞에서 죽은 사람 취급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린 유성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유성의 계좌로 매년 일정 생활비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외 가족 재산, 권력, 주식, 윤씨 가문의 모든 것은 유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이 모든 것은 고상아가 윤정용을 배신해서 시작한 것이다. 고상하는 비천한 경호원과 몰래 만났고, 그 모습을 윤정용이 직접 목격했다. 간통한 경호원은 가혹한 처벌을 받고 외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