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 호텔에서 누군가가 많은 별들이 달을 에워싼 듯 가장 빛나는 순간을 즐기고 있을 무렵, 구아람은 홀로 스포츠카를 몰로 시원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만월교의 도로에서 달리고 있다.차 안에는 신나는 케이팝 음악을 띄우고 있었다. 그녀는 차를 몰면서 노래를 부르며 기분이 좋아 보였다.이때, 구진이가 전화 왔다.“오빠!”구아람은 애교를 부렸다.“아이고! 오빠 마음이 녹을 것 같아, 녹음해서 신우에게 보내주고 싶네, 그가 질투해서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보고 싶어!”구진은 엄청 기뻐했다. 역시 남자들의 즐거움은 심플한 것이다.“오빠가 전화 온 건, 일이 잘 준비됐나 봐?”“그럼, 준비를 다 했어, 큰 형 그쪽도 준비를 마쳤어.”구진의 말투에는 애교가 가득했다.“우리 둘은 안심해도 돼.”“나 지금 할아버지를 뵈러 가고 있어, 오늘 진주가 신씨 그룹의 사람들을 김은주의 생일 파티에 초대했지만 할아버지는 가지 않으셨어. 사실 할아버지는 떠들썩한 것을 좋아해, 하지만 폐를 끼칠까 봐 말을 하지 않아, 할아버지는 외로움을 두려워해. 날 이렇게 이뻐하시는데 이럴 때 내가 할아버지의 곁에 있어줘야 해.”할아버지 얘기를 할 때마다 구아람의 눈빛은 따뜻했고 늘 마음이 아파났다.그가 신경주의 아내일 때, 할아버지의 곁에 자주 있어주었고 할아버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고, 보물을 감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노래를 불러 주기도 했고 함께 바닷가에서 산책을 하기로 약속도 했다.어느 해 밸런타인데이에 성주에 가장 큰 눈이 내렸다.구아람은 직접 만든 과자를 들고 폭설을 무릅쓰고 할아버지 댁에 찾아갔다.그녀는 그날 할아버지가 그녀의 얼굴과 코끝이 새빨갛게 얼어버린 것을 보고 놀라던 모습이 기억났다.“소아야, 오늘은 밸런타인데이야! 왜 경주랑 같이 있지 않고 이 영감한테 온 거야?”그때 그녀는 서둘러 신경주에게 이유를 만들어주며 억지로 웃었다.“경주가 그룹의 사장이잖아요, 휴식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밸런타인데이에 사장은 휴식을 안 하잖아요
“어휴, 고질병이야, 별일 없어.”신남준은 오히려 구아람을 위로하는 듯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세상사의 온갖 변천을 다 겪은 얼굴은 건강하지 못한 희부연 색을 띠고 있었다.구아람은 순간 가슴이 두근거려 급히 할아버지의 왼 속을 잡고 오른손 세 손가락을 노인의 맥박에 대고 진맥을 했다.그러더니 그녀는 엄숙하게 말했다.“할아버지, 앞으로 매주 시간을 내서 침을 놓아 드릴 게요, 그리고 약도 사드릴 테니, 절대 게으름 피우지 마세요, 아저씨에게 할아버지가 약 드시는 것을 지켜보라고 할 거예요.”“소아야, 넌 예전과 달라, 넌 구씨 가문의 아가씨잖아. 구만복이 널 그렇게 아끼는데 내가 어떻게 너에게 이런 일을 시킬 수 있겠어. 네가 지금 구씨 호텔까지 맡고 있다고 경주에게 들었어, 얼마나 피곤하겠나, 서 씨가 잘 챙겨주고 있어.”신남준은 그녀를 자주 보고 싶지만 그녀가 피곤할까 봐 마음이 아팠다.구아람은 멍해 있었다. 신경주가 할아버지와 사적으로 그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생각도 못 했다.‘늘 나를 무시하던 사람이, 이혼하니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제가 구회장의 딸이면 할아버지의 손녀가 아닌가요?”구아람은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호기롭게 허벅지를 툭툭 쳤다.“다리는 제 것이니 제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할 거예요, 구회장이 참견할 수 없어요, 흥!”사납고 귀여운 모습이 할아버지와 신효정을 웃게 했다.이때, 핸드폰이 진동했다.구아람은 핸드폰을 보니 임수해가 문자를 보냈다.[아가씨, 준비를 모두 끝마쳤습니다, 지시를 내리세요.]……연회장의 무대 위에는 오색찬란하게 화려했다.무대 아래의 조명이 점점 어두워졌지만 무대 위의 조명은 오히려 눈부셨다.신경주와 이유희가 그제야 어슬렁어슬렁 연회장에 입장했다.비록 그들이 충분히 겸손했지만 눈부신 불빛에 의해 순식간에 관심의 초점으로 되었다.손님들의 시선은 신경주를 맴돌며 속삭였다.“늘 세상 물정을 경시하고 존귀한 신 사장님께서 김씨 가문 아가씨의 생일 파티에
“우와!”무대 아래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고, 박수소리는 방금 보다 더 뜨거웠다.이유희는 깜짝 놀라 걱정스럽게 신경주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남자는 얼음조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고,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산한 기운은 순식간에 모든 사람을 얼어붙게 할 것만 같았다.그러자 마치 계획된 것처럼, 한 줄기 빛이 인파를 스치고 지나 비웃는 것처럼 신경주의 몸에 비추었다. 빛으로 인해 그의 아름다운 얼굴은 더욱 창백해 보였다.“은주와 경주는 죽마고우였습니다, 두 사람은 너무 많은 시련을 꺾었고,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우리 신씨 가문은 너무 기쁜 마음에 이 기회를 빌려 여러분과 함께 이 좋은 소식을 나누고 싶었습니다.”진주는 마치 결혼식을 하는 것처럼 김은주의 손을 꼭 잡고 불그레한 얼굴로 시를 낭송하는 말투로 말했다. 김은주의 얼굴도 붉어졌고 눈에는 수줍은 웃음이 가득했다.그녀는 무대 아래의 신경주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가 긴장해서 표정이 이렇게 굳은 줄 알았다.……동시에, 다른 곳에서.구아람은 할아버지와 신효정을 위해 맛있는 설탕물을 끓이려고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큰일 났어요! 형수님, 큰일 났어요!”신효정은 겁에 질려 창백해진 얼굴로 손을 흔들며 뛰어 들어왔다.‘형수님이 큰일 났어?’구아람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할아버지가 쓰러지셨어요! 할아버지가…….”신효정은 급한 마음에 눈물을 뚝뚝 흘렸다.“뭐?”구아람은 눈을 부릅뜨고 마음이 세게 부딪힌 것처럼 아파 나며 숟가락을 버리고 부엌을 뛰쳐나갔다.거실에서 신남준은 바닥에 누워 두 눈이 찢어질 듯 천장을 빤히 바라보았고 팔다리가 마비되어 간질처럼 경련을 일으키더니 입이 삐뚤어지고 침이 흐르는 증상도 보였다.구아람은 숨을 들이쉬었다, 이것은 분명 급성 뇌경색이다!“신 선생님! 이미 구급차를 불렀어요, 제발 버텨주세요!”서 비서는 속이 타들어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아저씨, 괜찮아요! 제가 있으니 아무 일도 없을 거예
김은주는 무대 아래에서 여자들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이 들렸다.그러나 그녀는 고귀한 백조처럼 턱을 들고 있고,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우쭐대고 있었다.‘마음껏 말해 봐, 나의 화려한 인생은 이제 시작이야, 너희들은 그저 나를 우러러보는 우물 안의 개구리일 뿐이야!’“경주야, 이것 좀 봐봐!”이유희는 눈을 부릅뜨며 SNS 실검을 보더니 급히 신경주에게 보여주었다.순간 실검 1위가 남자의 눈에 들어왔다.[신경주 김은주 약혼]“경주야, 나 지금 뭐가 뭔지 모르겠어.”이유희는 깜짝 놀라 그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김은주와 헤어지겠다며? 너의 새어머니가 왜 너희들의 결혼 소식을 발표한 거야? 실검까지 올랐잖아! 아저씨도 반대하시는 것 같지 않은데, 어떻게 된 거야? 정말 헤어진 게 맞아?”신경주의 귓가에 맴도는 소리는 그를 화나게 하여 주먹을 꽉 쥐었다.그는 마치 끝까지 당겨진 활처럼 가슴속에 감춰져 있던 강렬한 분노와 감정이 아슬아슬하게 무너지고 있다.아름다운 꽃망울이 흩날리던 커다란 스크린이 갑자기 싸늘한 어둠으로 변해 버렸다.“어? 무슨 일이야?”“정전인가? 아님 스크린이 고장 난 건가?”사람들이 어리둥절한 사이에, 순간 스크린이 켜졌다.그러자 한 여자아이의 사진이 보였다.사진 속 어린아이는 너무 작고 말랐다. 헝클어진 머리에 남루한 옷차림을 한 채 눈물 콧물을 흘리며 통곡하고 있었다.“세상에! 누구 집 아이야, 너무 불쌍하네!”“그러게! 설마 김은주 씨가 이번 생일 파티에서 자선 모금을 하려는 건가? 그럼 나도 기부를 해야겠네, 난 공익 활동을 열심히 참가할래!”무대 아래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리자 김은주와 진주는 이상한 것 같아 황급히 몸을 돌려 스크린을 바라보았다.“이, 이게 뭐야?”진주는 깜짝 놀랐다.“이 꾀죄죄한 아이가 누구야? 왜 이런 사진이 생일 파티에 나오는 거야? 시스템이 문제 생겼어?”김은주는 입을 벌린 채 하염없이 스크린 속 어린 소녀를 바라보았다.무대 아래에 앉아 있던 진정의 얼굴은 이미 하얗게 질렸다
‘딸? 김은주의 딸?’김은주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마치 망치가 그녀의 관자놀이를 미친 듯이 두드리는 것처럼 아팠고, 머릿속은 순간 벼락을 맞은 듯 텅 비어 있었다.그녀는 이 일이 폭로될까 봐 너무 두려웠다. 아무리 봐도 아이는 김은주와 많이 닮았다.“그럴 수 없어, 말도 안 돼!”김은주는 귀신이 씌인 것처럼 중얼거렸다.“허허, 얼마나 우습고 아이러니한가.”엄명준은 그녀의 하얗게 질린 얼굴을 보며 싸늘하게 웃었다.“아이의 친엄마로서, 자기 딸도 못 알아보겠어? 엄마라는 사람이 참 책임을 다하고 있네.”이곳은 마치 거대한 바위가 바다에 떨어져 성난 파도를 일으킨 것처럼 떠들썩했다.절반 사람은 당황한 김은주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얼음처럼 차가운 신경주를 바라보았다.그의 머리 위에 비친 빛은 점점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은주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진주는 억지로 고상한 표정을 유지하고 김은주를 힘껏 잡아당기더니 이를 악물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저 남자는 누구야, 어떻게 들어온 거야? 너희들 무슨 사이인데?”그러나 이때, 어머니인 진정은 추악한 일이 뒤가 들릴까 봐 화가 난 눈을 부릅뜨고 엄명준에게 달려들었다.“어디서 온 양아치야? 감히 우리 딸을 더럽히다니, 가만두지 않겠어!”늘 복싱을 해서 반응이 빠른 엄명준이 민첩하게 피하자 진정은 허공에서 팔을 휘저으며 앞으로 비틀거리더니, 곧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넘어졌다.주위에는 몰래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모습이 너무 우스웠다.김 회장도 난처하여 얼굴이 빨개졌다. 그는 이 미친 X이 바로 자신의 아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저기요, 빨리 보디가드를 부르세요.”김은주는 겁에 질린 듯 호통을 치며 어머니를 돌볼 겨를도 없었다. 그녀는 단지 엄명준을 끌어내고 싶었다.“빨리 이 양아치를 끌어내세요, 빨리요!”엄명준은 이 여자가 인정하지 않는 것을 보고 점점 원망스러워져 결정타를 날리려고 했다.이때, 냉정하고 매력적이지만 섬뜩한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마치 우렁찬 번개가 김은주의 치마 밑에 떨어진 것 같았고 현장도 떠들썩거렸다.“세상에! 이 더럽고 옹졸한 남자가 김은주의 애인이야? 눈이 삐었나? 신 사장님과 같은 고귀한 남자와 연애를 하면서 왜 쓰레기 같은 남자와 바람을 피운 거야?”“에이, 원래 고귀한 것들을 만나다 보면 질려서 쓰레기를 찾게 되는 법이야!”“이 남자와 아이를 낳자마자 버리고는 귀족 가문에 시집가서 사모님을 하고 싶어 하다니…… 마음이 왜 이렇게 독한 거야! 아이는 자기 핏줄인데!”“대박, 이건 정말 팝콘각이야!”“큰일이네, 신 사장님이 실연당했네!”혼란스러운 가운데, 이유희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왼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고 몸을 숙여 바닥에 있는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그는 눈썹을 찌푸리고 두 번이나 확인한 후에야 신경주에게 주었다. 그리고 일부러 주위 사람들이 똑똑히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 또박또박 말했다.“경주야, 이 보고서를 낸 감정 기구는 국내에서 엄청 권위 있는 곳이야, 보고서가 아마 진짜일 거야.”신경주의 얇은 입술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오므렸고 불거진 눈을 천천히 감았다.김은주의 눈에는 하나뿐인 희망의 창문이 닫혔다고 느껴져 해일 같은 공포감이 밀려왔다.“오빠, 그…… 그때 오빠를 떠난 후 엄청 심한 우울증을 앓았어, 오빠도 알고 있잖아! 내가 M 국에 있을 때 병세가 악화되어 몸도 마음도 엄청 괴로웠어, 나도 나의 행위들을 컨트롤할 수 없었어, 내가 뭐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이렇게 된 이상 김은주는 우울증을 핑계로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신경주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그도 경험해 본 사람이기에 다른 사람을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다.무대 위에서 이를 목격한 진주는 분노와 절망으로 가득 찼다.김은주 이 잘난 체하는 미련한 여자가 결국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큰 사고를 쳤기에 분노하였고, 그녀가 자신의 입으로 이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인정하였기에 절망한 것이다.“하하하하하, 우
사람들은 놀라서 얼굴이 창백한 진정을 보고 있었다.경찰이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해서 체포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래서 진정이 청부업자를 고용해 살인을 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손목에 차고 있는 수갑을 바라보던 진정은 귀가 먹먹하고 하늘이 무너진 듯 눈앞이 캄캄했다.‘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이럴 수 있지?’사생아를 죽여라고 고용한 사람은 일 처리가 믿음직한 사람이고 돈도 넉넉하게 주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국내에서 일어난 것도 아닌에 어떻게 들킨 건지 알 수가 없었다.“정아! 진정아!”김 회장은 아내가 경찰에 연행되는 것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는 급히 쫓아가서 막으려다가 두 걸음도 못 걸고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가슴을 누르더니 뒤로 쓰러졌다.“빨리, 빨리 구급차를 불러!”신광구는 크게 놀라 쓰러진 김 회장을 데려가라고 명령을 내렸다.이유희는 어안이 벙벙하여 나지막하게 말했다.“헐! 너의 전 장모님이 살인 혐의로 잡혔어, 이것이야말로 오늘 밤의 빅뉴스야!”신경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고 김씨 가문을 도울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사람을 죽이면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는 건 당연한 일이야.”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진정은 비참하게 경찰에 끌려갔다.김은주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마지막으로 딸을 바라보았다.바로 이 눈빛이, 김은주를 거의 무너뜨렸다.“우리 엄마를 데려가지 마세요, 그녀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요, 엄마!”김은주는 울며 불며 달려가더니 갑자기 주르륵 소리가 들렸다.그러자 순간 추위가 느껴지더니 주위 사람들도 놀라 소리를 질렀다.드레스를 고정시킨 테이프가 땀에 젖어 끈기를 잃어 옷이 그녀의 몸에서 미끄럼을 타듯 벗겨졌다. 오직 튜브폽과 판티만 입은 그녀의 몸은 존엄성 없이 사람들 앞에 드러났다.“아!”김은주는 놀라서 몸을 움츠리고 두 팔로 가슴을 막으며 분통을 터뜨렸다.진주는 돌이킬 수 없는 이 장면을 바라보더니 분노에 치를 떨었다. 김은주를 위해
“넌 내가 비참하고, 멍청하고, 우스워 보이지?”신경주의 목소리는 뜨거운 불에 타버린 것처럼 쉬었고 얇은 입술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이유희는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 경주야, 난 너의 유일한 친구이자 제일 친한 친구야. 무슨 일이 있던 난 너를 비웃지 않을 거야. 그냥…… 좀 아쉬운 것 같아서.”“아쉽다고…….”신경주는 충혈된 눈을 감고 머릿속에서 김은주와의 추억들을 한 조각도 남김없이 찢어버렸다.“아쉬울 게 없어, 내가 눈이 삐어서 사람을 잘 못 봤어, 난 당해도 싸.”“아니, 그게 아니라.”이유희는 안타까운 듯 숨을 내쉬었다.“구아람이 너와 결혼한 그 3년 말이야, 김은주만 없었더라면 너희들은 사랑했을 거야. 지금처럼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행복했을 건데, 안 그래?”‘행복했을 거다…….’신경주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넋이 나가 있었다.“경주야, 우리 이혼 안 하면 안 돼?”“왜냐하면…… 너를 사랑하니까.”윙하는 소리와 함께 터지는 듯한 이명이 들려오자 머리에 통증이 밀려왔다. 그는 황급히 벽을 짚고 주먹을 웅크리며 물에 빠진 듯한 질식감이 느껴지면서 가슴이 무너지는 것처럼 아파났다.그 당시, 구아람은 이혼하지 말자고 울부짖었다. 그는 단지 그녀가 이 결혼을 유지하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녀를 감옥으로 여기고 늘 도망치고 싶었다.그러나 이제야 뒤늦게 깨달았다.구아람은 단 한 번도 그를 구속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모든 자존심을 걸고 사랑이 이어 가기를 바란 것이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사랑한 적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래서 최선을 다해 붙잡은 것은 이혼 후 그를 사랑할 자격조차 없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아이가 서너 살 된 것 같던데, 그럼 김은주는 M 국에 있을 때부터 너 몰래 바람을 피웠던 거야. 내가 알기로는 그때 그녀가 계속 너에게 집착했던 것 같은데, 널 사랑하기 때문에 너를 기다리려고 어쩔 수 없이 이국 타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