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누구?”이상철은 눈썹을 찌푸렸다.“누구겠어요. 진주의 둘째 딸, 신씨 가문의 넷째 아가씨 신효정이죠.”소희는 무심코 말을 하는 척했다.“요즘 오빠가 집에 오지도 않아요. 밖에서 신씨 가문 넷째 아가씨와 작은 집을 마련했어요. 둘이 매일 붙어있어요. 저번에 엄마가 몸이 좋지 않을 때 제가 병원에 같이 가줬어요. 아이고, 결혼하면 어머니를 잊는다더니, 오빠가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도 나와 엄마를 잊었어요!”“소희야, 말 그만 해.”하진영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효정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이상철이 유희에게 불만이 있을까 봐 걱정했다. 이준상은 웃었다.“신씨 가문 넷째 아가씨가 미인이겠네. 난 유희를 잘 알아. 그 어느 여자한테도 진지한 적이 없어. 신씨 가문 아가씨가 유희의 마음을 단단히 잡았네.”“진주의 딸이 내 손자의 마음을 잡아? 꿈이나 꿔!”이상철은 눈썹을 찌푸리며 지팡이를 무겁게 내리쳤다.“결혼하기 전에 동거를 해? 이게 귀족 가문 아가씨야? 진주도 악명이 높으니, 역시 딸을 잘 교육하지 못하네!”“아버지, 손자를 너무 걱정하지 마요.”이상철은 몰래 웃으며 말했다.“우리 유희는 남자라 손해를 보지 않아요.”하진영은 이 말을 듣자 위로를 받았다. 소희의 눈빛도 음흉해졌다. ‘이유희가 신효정을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어도, 진주의 딸이면 절대 이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때, 기자들이 소리를 질렀다.“신 사장님이 오셨어!”“정말 신경주야. 신경주가 왔어!”수만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셔터 소리가 커졌다. 소희도 흥분하여 기대를 하며 레드카펫 쪽을 바라보았다. 경주가 검은 슈트를 입었고, 준수한 얼굴은 눈처럼 차웠다. 행동거지에 권력자 다운 카리스마가 넘쳤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을 거부하는 냉정함이고 많은 여자들을 열광하게 했다. 소희도 마찬가지이다.“소희야, 가자, 뭐해?”하진영은 딸을 잡고 나지막하게 재촉했다.“엄마, 너무 잘생겼어.”소희는 경주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침을 흘릴 지경이었다.“오빠, 오빠가
소희는 꿍꿍이가 많았다. 경주와 함께 있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만약 경주와 나란히 입장하면 언론은 물론 모든 여성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경주의 파트너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경주는 어떤 행사에 참석하든 항상 혼자였고, 절대 여성 파트너를 데려오지 않는다. 아람과 결혼한 3년 동안에도 아내와 함께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다. 만약 소희가 이 기회를 잡으면 모든 사람에게 경주의 마음속에서 소희가 중요한 존재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남자에게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일단 오해를 불러일으키면 아람와 틈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 틈을 타고 들기 쉬워질 것이다. 소희는 수작을 부리며 경주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리며 얼굴이 붉어졌다.“오빠.”그러나 경주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무표정이었고, 잘생긴 눈썹은 사람을 오싹하게 했다. 소희를 보는 것 같지만, 사실 경주의 시선은 소희 위, 더 먼 곳을 바라보았다. 경주는 소희를 공기 취급했다. 소희가 이를 악물며 화가 나서 치마 자락을 들고 경주를 향해 다가갔다. 갑자기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구씨 가문이 도착했어요!”경주는 순간 살아난 것처럼 즉시 뒤를 돌아보며 눈에 빛이 났다. 최고급 럭셔리 링컨이 레드카펫 중앙에 멈추었다. 문이 열리자 슈트를 입은 구윤이 먼저 내렸다. 그리고 신사적으로 아람의 손을 잡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 장면은 참석한 모든 여성들이 그들이 남매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비명을 질렀다. 선남선녀를 대충 찍어도 레전드 사진이 된다. 경주는 마치 모든 것이 텅 빈 것처럼 세상이 조용한 것 같았다. 경주의 뜨거운 시선에는 오직 아람 밖에 없었다. 그들을 바라볼 때 경주는 마음이 씁쓸했다. 못난 경주는 구윤을 질투했다. ‘나도 언제 당당하게 아람의 손을 잡고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의 사랑을 보여줄 수 있을까?’오늘 아람의 패션은 사람의 눈이 빛나게 했다. 평소 항상 카리스마가 넘치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오
백소아는 테이블 위에 놓인 합의이혼서를 바라보았다. 서류엔 이미 남자의 이름이 사인되어 있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젖은 눈동자 속에 비친, 신경주는 자신에게서 시선을 거두곤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차갑고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뒷모습은 마치 어서 빨리 합의서에 사인하라고 재촉하고 압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가 사인을 끝냈으니 당신도 어서 하세요. 은주가 돌아오기 전에, 저는 당신과의 모든 법적 절차를 끝내고 싶어요.”신경주는 양손을 등 뒤에 짊어진 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결혼 전에 이미 재산 공증을 했기 때문에 재산 분할을 할 필요는 없지만, 소아 씨 당신한테는 그간 정이 있으니 40억 상당의 서부의 별장 한 채를 더 넘겨줄게요. 어쨌든 당신이, 이 집을 나가야 하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전 할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을 것 같아서요.”그의 말에 백소아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눈앞이 번쩍였다. “할아버지께서는 당신이 저랑 이혼하려는 건 아세요?”“모르면 뭐 어때요. 그게 제 결정에 영향을 미칠 꺼라 생각해요?”그녀는 여윈 몸으로 서 있지도 못하고 책상에 겨우 몸을 지탱한 채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경주 씨……, 우리 꼭 이렇게까지 이혼을 해야 해요?”그 말에 마침내 신경주는 돌아서서 짜증 섞인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그녀를 쳐다보는 남자의 뚜렷한 이목구비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가슴 떨리게 했다.“왜요? 이 결혼이 행복하다고 생각해요??”“왜냐하면……, 전 여전히 경주 씨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백소아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사랑한다구요, 경주 씨. 전 경주 씨의 아내로 그냥 있고 싶어요. 당신이 저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더라도 그냥 옆에만 있게 해주세요…….”“전 이제 지긋지긋해요. 사랑도 없는 이 결혼생활 저에게 일분일초가 지옥 같아요.”신경주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그녀의 말을 계속 들어줄 인내심조차 없었다.
저녁 식사 시간, 김은주는 신씨 가문의 사람들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화목한 분위기 속, 신경주 한 사람만은 굳은 표정으로 음식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백소아는 구윤의 차를 타고 그 사람과 함께 떠났다.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하고 말이다. 40억 원에 달하는 별장을 포함한 어떤 것도 가져가지 않았다.“소아는? 왜 아직도 밥 먹으러 안 오는 거니?”신 회장이 의아한 듯 물었다.“저희는 이미 이혼하기로 결정했고, 합의서에 이미 사인했습니다.”신경주가 담담하게 말했다.“곧 법원에 서류를 제출할 예정입니다.”“뭐? 이혼? 왜?”신 회장이 말했다.“아이고, 여보. 제가 진작에 말했잖아요. 우리 경주랑 소아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두 사람은 어르신께서 억지로 결혼시키신 거잖아요.”진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아이는 3년이나 힘들게 참으면서 지냈어요. 이제야 소아가 경주와 이별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어찌 보면,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을 수도 있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경주가 사랑하는 사람은 은주잖아요.”“경주야, 결혼은 장난이 아니야. 하물며 그 아이는 말이야…….”“아버지, 이미 이혼 합의서도 다 썼고, 그 사람도 이곳을 떠났어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고 맨몸으로 집을 나갔어요.”신경주는 답답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허, 그렇게 안 봤는데 꽤 고집 있네?”신효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야? 바깥에 가서 우리 신씨 가문이 자신을 푸대접했다고 함부로 말하면 어떡해요?”신경주는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얼굴에는 짜증난 기색이 역력했다.“경주야, 이번에는 네가 경솔하게 행동한 듯하구나. 할아버지는 아직 입원 중이셔. 이 일을 할아버지께 어떻게 설명할 거야?”신회장은 이 일로 어르신의 노여움을 살까 봐 초조함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다음 달에 결혼 소식을 알리고, 은주를 정식으로 제 아내로 맞이할 거예요.”김은주는 잘생긴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감동 어린 눈빛을 하고 있었다.“헛소
해문 구가네 집, 해장원.고급스러운 저택 마당 앞. 롤스로이스 한 대가 레드카펫 중앙에 자리를 잡고 멈추자, 구가네 둘째인 구진이 직접 마중 나와 여동생을 위해 문을 열어줬다.“우리 집 공주의 귀환을 환영합니다.”구아람의 얼굴은 화려한 등불에 비쳐 너무 아름다웠다. 그녀는 차에서 운동화를 벗고 높은 하이힐로 갈아 신은 뒤, 마치 여왕처럼 도도하게 차에서 내렸다.“오빠, 다들 별일 없었지?”“그럼, 네가 돌아와서 다들 너무 기뻐하고 있어. 불꽃놀이 예쁘지? 내 생일 선물이 도시 전체 시민의 관심을 끌어서…… 글쎄 인터넷 실검에 올랐지 뭐야?”구진의 수려하고 잘생긴 얼굴은 아람에게 칭찬받고 싶어하는 표정이었다. “응. 봤어. 엄청 아름다웠어.”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구진은 코를 훌쩍이며 감격하여 그녀를 품에 안았다. “아람아, 이제 어디 안 가지?”“안 가. 쫓겨난 마당에 가긴 어딜 가?”구아람은 더는 묻지 말라는 표정으로 그의 등을 살짝 때렸다.“아이참,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네. 3년 안에 남자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으니…….”그녀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몇 번이나 눈물을 흘리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꾹 참았다.그녀는 신씨 가문을 나서면서 다시는 신경주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더 이상 그에겐 그럴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신경주, 이 빌어먹을 놈. 감히 내 여동생을 차다니. 내가 내일부터 그놈 뒷조사를 철저하게 할 테니, 내일 넷째 형님한테 시간을 내라고 해야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리게…….”그러자 구아람의 표정이 한껏 어두워졌다.“아멘. 오빠, 장난치지 마.”구윤이 말했다.“맞아요. 사랑과 평화를 중요시해야죠.”그러자 구진은 씩씩거리며 버럭 소리쳤다.“어쨌든, 난 절대 그냥 못 넘어가. 내 여동생을 괴롭힌 것들은 내가 똑같이 배로 되돌려 줄거야.”구아람은 팔짱을 끼고 오른손으로 구진을 잡아당겼다. 그렇게 세 남매는 웃으면서 오랜만에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한편
5일 뒤, 신경주는 비서를 사무실로 불렀다.“백소아에 관한 일은 조사했어?”신경주가 물었다. 그는 몸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우뚝 솟은 몸매는 위압적인 카리스마를 풍겼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아직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한준희는 긴장했는지 몸을 떨며 말했다.“그리고 그날 밤 떠난 후, 사모님께서는 전에 일하셨던 요양원으로 돌아가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직접 사모님의 고향으로 달려가 확인했는데, 그 주소는 가짜였고, 거기에는 백씨 성을 가진 집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주소가 가짜라고?”신경주는 몸을 돌려 비서를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네, 현지 경찰을 통해서도 찾아봤지만 그런 집은 하나도 없었습니다.”그 말에 신경주는 머리가 멍해졌다. 그럼 그와 3년 동안 같이 산 여자는 누구란 말인가? 설마 비밀 스파이 요원은 아니겠지?“그럼 그때 구윤이랑 같이 갔는데 구윤을 조사해도 아무런 단서가 없어?”“사실, 구윤 대표님께서 정말 작정하고 사모님을 숨기신다면, 저희는 정말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신경주의 눈빛은 미묘하게 흔들렸다.“구윤 그 사람, 인품은 단정해 보이는데 어떻게 유부녀를 건드릴 수가…….”“사실 따지고 보면 도찐개찐 아닐까요?”신경주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준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한준희는 깜짝 놀라 숨을 고르지 못하고 헛기침만 했다. 그날 밤 구윤이 다정하게 구아람의 허리를 감싸고 가는 것을 본 신경주는 가슴이 왠지 답답해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깊은 정이 담겨 있었다.구아람의 매력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여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기로 소문난 구윤마저 사로잡았단 말인가? ‘이혼 안 하면 안되냐고? 사랑한다고? 거짓말쟁이.’신경주의 온몸에서는 매서운 한기를 풍겼다. 그는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생각을 멈추고 김은주의 전화를 받았다.“은주야, 왜 그래?”“오빠, 나 신씨 그룹 로비인데, 좀 데리러 나올 수 있어요? 제가 직접 만든 딤섬을
이 말에 고위층 인사들은 구아람을 볼 면목이 없었다.“말도 안 돼요. 사장님은 구씨 가문의 유일한 딸이십니다. 그런데 지금 그게 무슨 소리죠?”조수석에 앉은 비서 임수해는 화난 얼굴을 했다.“괜찮아.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그런 걸 신경 써. 난 전혀 개의치 않아.”구아람은 말하면서 임수해의 볼을 어루만졌다. 임서해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아람아, 너는 미래의 KS 그룹 대표야. 그러면 권력자의 면모를 보여야 해. 사람들한테 너무 가볍게 보여선 안 돼.”구윤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왜? 남자들은 여자 비서를 희롱해도 되고, 내가 내 비서 얼굴을 만져도 안 된다는 거야?”구아람은 얼굴을 찡그렸다.그러자 구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고위층 간부들은 두 사람을 데리고 호텔로 들어갔다.호텔 부사장은 그들을 VIP 엘리베이터 쪽으로 안내해 주었다. 그때, 구아람이 입을 열었다.“먼저 식당에 가보고 싶어요.”“네.”막 호텔에 들어서자, 인사치레로 한마디도 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호텔을 둘러보았다.부사장은 두 사람을 뷔페로 안내했다.구윤은 구아람 뒤에 서서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투명 인간’이 되어 그녀를 조용히 수행했다.아직 점심시간 전이라 그런지 식당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미 차례차례 음식을 차리기 시작했다.구아람은 요리를 스윽 훑어보더니 갑자기 해산물 코너에 멈춰 섰다.그녀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 손을 유리 상자 안에 넣고 수백 마리의 새우 중에서 죽은 새우 한 마리를 정확하게 집어 들었다.“어떻게 된 거죠? 누가 설명 좀 해줄래요?”“아, 이건 아직 죽지 않았어요.”부사장은 말을 더듬었다.“그럼, 제가 이 새우로 오늘 부사장님 점심 대접할까요?”구아람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사장님, 보시다시피 새우가 아주 많잖아요. 하나 정도 죽어있는 건 정상적인 일입니다.”“새우가 죽는 건 정상인데, 죽은 새우를
신경주라는 이름은 구아람의 가슴속 깊이 가시처럼 박혀 있다. 울리는 휴대전화를 보니 마음 속에서 갈등이 일어났다.“받아?”구윤이 물었다.“받아!”구윤은 휴대폰을 스피커폰으로 돌리고, 말을 안 했다.“구사장님, 제 아내가 당신과 함께 있습니까?”신경주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화가 치밀어 오른 구아람은 아내라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는 것을 느꼈다.“신 사님장, 말 조심해요, 난 이제 니 부인이 아니야, 전처 일뿐이에요.”“백소아, 너 역시 그 사람과 같이 있네.”신경주의 목소리가 조금 더 가라앉았다.“설마 나보고 당신 집에서 이불에 돌돌 말려서 밖으로 내던져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란 말인가요?”참 각박하다.한편 신경주는 얼굴이 먹물처럼 어두워지고 있었다. “우리 아직 이혼 절차가 진행중이야, 이혼 확인서가 없는 이상 당신은 여전히 내 와이프고. 우리 집안과 당신의 체면을 좀 생각 해야지.”“우리가 이혼을 안 했을 때 당신은 김은주를 그냥 관해정원에 데려와선 나보고 이혼서류에 사인을 하라고 강요했어요. 그때 내 생각을 해봤어요?”구아람이 냉소적으로 말했다.“단지 이에는 이일 뿐이에요. 내가 신씨의 체면을 고려야 할 필요가 있어요? 어차피 사장 부인 자리까지 다 내줬으니 그녀한테 가요!”구윤은 살며시 눈썹을 치켜 올리고 차를 마셨다.이게 구아람의 진짜 모습이었다. 지난 3년 동안 그 집에서 억울하게 지냈던 그 얌전하고 온순한 아내는 그녀가 신경주를 위해 만든 컨셉일 뿐이었다.그의 동생은 언제나 완벽했지만, 그는 한때 세상을 놀라게 했고 거침없고 위험한 사랑을 택했었다.다행히 그녀가 돌아왔다.“난 지금 당신 이랑 말장난 할 시간이 없어.”신경주는 피곤한 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지금 병원에 계시는데, 너를 꼭 만나겠다고 아우성치고 약도 안 드셔.”아람의 마음이 갑자기 흔들렸다.설령 그녀와 신경주가 헤어졌다고 해도, 3년 동안 신씨 어르신은 그녀에게 매우 친절했다. 그 집에서 혈혈단신으로, 아무 것도 바란 적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