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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작가: 류한나
율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랐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바로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율은 과일과 간식을 준비하고는 신무열을 만나러 갔다.

하지만 신무열은 여전히 차가웠다.

“이런 건 필요 없어.”

율더러 다시 가져가란 뜻이었다. 율은 기대에 찬 눈빛을 하고서 신무열을 바라보았다.

“오빠, 이건 온지유를 위해서 준비한 거야. 온지유를 만나게 해줘.”

“아니, 온지유도 이런 걸 좋아하지 않아.”

신무열이 차갑게 대답했다. 만약 율이 온지유와 진심으로 친하게 지내고 싶다면 이곳에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신무열은 율이 여전히 온지유를 괴롭히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일부러 친해지고 싶은 척 연기한다고 생각했다. 율은 가식적인 여동생이었다.

“온지유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오빠가 어떻게 알아? 오빠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아는데, 오빠가 지내는 곳에서 내가 어떻게 온지유한테 손을 대? 아직도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

율이 간절하게 말했지만 신무열은 율을 차갑게 노려보다가 뒤돌아 갔다. 율은 주먹을 꽉 쥔 채 손을 덜덜 떨었다. 온지유가 계속 방에만 있을 리 없었기에 율은 온지유가 밖으로 나온 순간부터 어떻게 죽일지 생각하면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여이현은 온지유가 걱정되어서 미칠 것 같았다. 지도를 보면서 당장 달려가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 비록 국가를 보호하고 모든 행동에 책임져야 할 군인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인간 여이현으로서 사랑하는 여자 온지유를 보호하고 싶었다.

같이 죽더라도 함께하고 싶었지만 온지유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직 가족과 상봉하지도 않았기에 어떻게 해서든지 온지유를 데려오고 싶었다. 하지만 온지유가 한 말을 떠올려보면 잠시나마 안전한 상황일 것이다.

생각에 잠긴 여이현은 노예 수용소에서 같이 나온 홍혜주와 나민우를 만나러 갔다. 용경호가 홍혜주를 보살피고 있었지만 기억을 전부 잃은 상태였고 온몸에 상처가 수없이 남아있었다. 게다가 홍혜주의 손과 발의 힘줄을 누군가가 일부러 잘랐다가 다시 이어놓아서 행동이 민첩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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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의관을 불러서 내 몸도 한 번 검사해 봐야겠어.”만약 나민우에게 신장을 기증할 조건이 된다면 고민 없이 기증할 것이다. 그럼 여이현이 온지유 대신 나민우한테 보답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성재민은 걱정스러운 눈길로 여이현을 쳐다보면서 물었다.“대장님,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대장님도...”“괜찮으니까 군의관 불러.”여이현이 집요하게 밀어붙이자 성재민이 군의관을 불러왔다. 이곳은 정밀 검사를 할 수 있는 기계가 없었기에 병원으로 가야 했다. 군의관이 여이현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대장님, 이런 말씀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만약 지금 신장을 기증하신다면 다른 동맹군을 포함한 Y 국 주변의 나라에서 먼저 공격할 것입니다. 그럼 공격에 대응할지 말아야 할지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만약 반격하지 않으면 세계적으로 놀림당할 것이고 반격한다면 큰 전쟁으로 번져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여이현이 몇 분 동안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비밀리에 진행하면 돼.”군의관이 엄숙하게 말했다.“그렇게 안 된다는 걸 대장님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곳에 보는 눈이 많습니다. 국가에서 새 대장을 임명하기 전 즉 대장님이 이 자리에 있는 동안 이 일은 절대 진행할 수 없습니다.”군의관이 말이 끝나기 바쁘게 침대에 누워있던 나민우가 격렬하게 기침했다. 여이현의 눈빛에 압도된 군의관이 입을 꾹 다물었다. 여이현이 나민우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나민우 씨, 정신이 들어요?”“지금 저한테 하는 말인가요?”나민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여이현을 경계했다. 여이현은 나민우도 홍혜주만큼 상처가 많아서 충격받았는데 나민우마저 기억을 잃었다. 여이현이 멈칫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당신이 나민우예요.”나민우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당신은 저의 친구인가요?”“네...”예전에 여이현은 온지유를 감싸고 도느라 나민우를 업신여겼다. 하지만 온지유와 여이현 사이에 아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민우는 온지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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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이현은 멈칫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온지유는 제 아내예요.”자신의 여자라고 선포하는 게 아니라 나민우를 속이기 싫었던 것이다. 나민우는 기억을 잃었지만 여전히 온지유를 기억하고 있었다. 최악의 상황에 여이현은 죽을 것이고 나민우와 온지유가 행복하게 잘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온지유를 사랑하는 여이현은 이대로 나민우에게 온지유를 보내주고 싶지 않았다.나민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생각에 잠겨있었다. 빠르게 스쳐 가는 기억의 조각을 붙잡고 싶었지만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온지유에 관한 기억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고 눈앞에 서 있는 여이현에 대해서도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여이현의 말을 들은 나민우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유부녀를 사랑하게 된 나민우에게 여이현이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 없어요. 제가 지유를 만나기 전부터 두 사람은 아는 사이였거든요. 나민우 씨가 지유 이웃 오빠였어요.”예전에 나민우가 온지유와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비밀리에 조사한 적이 있었다. 여이현은 나민우가 바로 석이인 줄 알았다.“그럼 온지유는요?”나민우는 지난 기억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나민우가 기억을 잃은 것도 운명일 것이다. 나민우는 지금 누워있는 곳을 두리번거리면서 왜 갑자기 온지유의 이름과 얼굴이 떠오르는지 궁금했다. 이때 여이현이 입을 열었다.“나민우 씨를 데리고 그곳을 빠져나왔지만 지유는 아직도 그곳에 있어요. 잘 치료받고 있으면 제가 지유를 데리고 올 거예요. 두 사람이 만나는 날까지 치료 잘 받고 있어요.”그때가 되면 여이현은 앞날을 위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다. 나민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민우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한편, 인명진은 다급히 Y 국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법로의 부대에 둘러싸였고 꼼짝달싹 못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노석명과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노석명은 피식 웃더니 차갑게 말했다.“인명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861화

    온지유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기회를 준 거라고요? 아닌 것 같아서 물어보는 거예요.”온지유의 눈빛에 살기가 돌았다. 신무열은 미소를 짓더니 의자를 끌어와서 온지유 앞에 앉았다.“온지유 씨가 나한테 나민우, 홍혜주 그리고 여이현을 찾는다고 한 거 기억 안 나요? 얼마나 지났다고 여이현을 포기하는 거예요?”신무열은 대놓고 온지유를 조롱하고 있었다.“내가 여이현을 포기하든 말든 신무열 씨랑 아무 상관 없어요. 신무열 씨가 물어보는 말에 난 대답했고 알고 싶은 건 다 알아내지 않았나요? 예전에 날 보내주겠다고 한 약속 꼭 지켜요.”온지유는 입술을 깨문 채 굳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았다. 신무열은 온지유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하지만 오래전 기억이라 온지유가 어머니와 닮았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 게다가 어머니의 사진은 한 장도 없었고 아버지는 가면을 쓰고 있어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두 사람의 혈액으로 검증도 했지만 온지유는 신무열의 혈육이 아니었다. 의문이 깊어지는 와중에 온지유는 인명진에게서 이 푸른 구슬을 받았다고 했다. 예전에 율이 이곳에 있었을 때, 인명진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신무열은 인명진이 왜 푸른 구슬을 온지유에게 주었는지 궁금했다. 그러면서 검증 결과가 가짜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신무열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요한, 이리 와봐.”요한은 신무열의 부름을 받고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났다. 요한은 신무열의 눈빛만 보면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 온지유가 방심한 틈을 타서 진행하려고 했지만 이미 들켰다.온지유는 굳은 표정을 하고서 물었다.“설마 피를 뽑아서 검증하려는 건가요?”온지유는 신무열이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미 한 번 피를 뽑았기에 더 이상 검증에 협조하고 싶지 않았다.“다시 해봐도 소용없어요. 운명의 흐름을 거스르지 말라는 뜻이에요.”온지유가 의식이 또렷했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862화

    신무열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하지 않았다. 온지유는 신무열이 일부러 떠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신무열의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진 온지유는 무표정으로 신무열을 쳐다보았다.“온지유 씨는 정말 똑똑해요. 눈치가 빠른 건 인정하지만 너무 겁먹지 마요. 나는 그저 온지유 씨가 율인지 궁금할 뿐이거든요.”신무열은 진지하게 말했다. 이미 들킨 마당에 굳이 숨기면서 떠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신무열은 그저 온지유가 율인지 알고 싶었고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신무열의 말에 온지유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온지유도 자신이 율인지 의심했지만 증거가 없었고 그렇지 않길 바라면서 외면해 왔다. 확실한 검증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신무열을 이해할 수 없었다.온지유가 씩 웃으면서 말했다.“이 푸른 구슬을 가지고 있으면 다 여동생인 줄 알겠네요? 이 구슬은 인명진이 갖고 있었던 건데, 그럼 인명진이 신무열 씨 여동생이란 거네요. 그래도 궁금하다면 율한테 직접 물어보세요.”온지유가 신무열을 비웃었지만 돌아오는 건 솔직한 대답이었다.“난 그 여자가 싫어요.”율이 실종된 뒤로 오랫동안 찾을 수 없었지만 노석명이 율을 찾았다면서 데리고 왔다. 그러나 신무열은 율을 만나고 나서도 기쁘지 않았다. 예전에 알던 율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서 신무열은 지금 율이라고 자칭하는 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율일 것이라고 여겼다.노석명은 신무열 아버지의 충신이었고 율을 찾음으로써 공을 세웠다. 율은 노석명에게 고마워하면서 자주 만나서 얘기를 나눴다.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신무열이 조사해 보니 노석명의 욕심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노석명이 흉터남에게 지시해서 온지유와 여이현에게 독을 넣었다. ‘그리고 노승아 그 여자도...’온지유는 신무열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진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사실대로 알려줄 마음이 하나도 없었다. 온지유는 입술을 깨물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겠는데 나를 이 일에 휘말리게 하지 말아주세요. 신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863화

    신무열은 직감을 믿었지만 온지유는 그마저도 소름이 돋았다. 이제야 갑갑한 마음을 내려놓고 법로와 연관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신무열은 이미 온지유를 여동생이라고 확신했다. 온지유는 이 검증을 거절해야만 했다.“싫어요!”온지유가 발버둥 쳤지만 요한의 상대가 아니었다. 요한은 한 손으로 온지유를 제압한 채 다른 한 손으로 온지유의 목에 주삿바늘을 꽂고 피를 뽑아냈다. 온지유는 신무열을 노려보더니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말했다.“법로의 아들다운 행동이네요!”신무열은 법로처럼 잔인했고 상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강요했다. 신무열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온지유 씨가 처음부터 협조했다면 이렇게 난폭하게 굴지 않았을 거예요. 그전의 검증 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은 곧 우리에게 내린 축복일 거라고요.”신무열은 자리에서 일어나 요한한테 눈짓했고 요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증 결과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 번 나눠서 검증할 것이다. 동시에 신무열과 율의 혈액 검사도 진행되었다. 요한과 신무열은 자리를 떠났다.방 안에 남은 온지유는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이곳에서 당장 도망가고 싶었다. 이때 신무열의 허락을 받은 율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율은 온지유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피식 웃었다.“이곳에 와서도 사지가 멀쩡하다니, 정말 대단해.”온지유는 화가 솟구쳐 올랐지만 면전에 대고 모욕하는 율 앞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내가 다치지 않아서 아쉽나 봐요?”온지유는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율한테 다가갔다. 온지유는 율과 노승아가 몸매는 비슷하지만 목소리나 생김새가 다르다고 여겼다. 그리고 노승아도 연락이 끊긴 지 한참 되었으니 말이다.온지유는 율이 공격적으로 나오는 것이 신무열과 친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아쉽긴 해. 하지만 오빠가 널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더라고. 한 번 겨루어 봐야 네 실력을 알면서 친해질 텐데, 그렇지 않아?”율은 조롱하는 듯한 눈빛으로 온지유를 바라보았고 피식 웃었다. 대놓고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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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면서 온지유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감상했다. 율이 온지유를 거만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율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율은 순식간에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신무열이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온지유 앞을 막아서면서 물었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오빠, 온지유가 날 괴롭혀서 어쩔 수 없었어. 날 무시하는 걸 어떡하냐고!”율은 울먹이면서 말했고 뛰어난 연기력으로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신무열은 어이가 없었고 차가운 눈빛으로 율을 노려보면서 물었다.“그래?”“진짜야.”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신무열의 표정을 본 율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온지유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아. 네가 왜 온지유한테 이러는지도 알고 있어. 이번이 마지막 기회니까 다음부터 여기에 오지 마.”신무열이 차갑게 내뱉은 말은 비수가 되어 율의 가슴에 꽂혔다. 온지유는 무표정으로 서 있었지만 율은 온지유가 기뻐하는 줄 알았다. 화가 난 율이 신무열한테 따졌다.“오빠, 내가 오빠 여동생인데 왜 외부인을 감싸고 도는 거야?”율은 갈라지는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신무열은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그 이유는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잖아. 당장 나가. 두 번 말하기 싫으니까 알아서 해.”율은 울면서 달려 나갔지만 신무열은 신경 쓰지 않았다. 율이 이곳에 왔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지유를 위해서 율을 내쫓은 건 화를 참았기 때문이다.만약 신무열이 화낸다면 어떤 짓을 벌일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신무열은 온지유한테 잔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율이 나가자마자 온지유는 신무열한테서 몇 걸음 떨어졌다. 신무열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날 이용하고 나서 버리는 거예요?”신무열은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온지유에게 두려움을 선물했다. 신무열이 온지유에게 잘해주는 것 같겠지만 검증 결과가 그전과 같다면 보호해 주지 않을 것이다. 이곳을 나간 여이현이 안전해졌으니 온지유도 움직일 때가 되었다. 죽더라도 시도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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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도우미 일이 돈을 더 많이 버는걸요.”양시은은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가사도우미 중개소를 운영하는 유영숙도 그녀와 같은 나이에 도우미 일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었다. 만약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그녀도 당연히 이 일을 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하민이에겐 병원비가 필요했다. 비록 지금은 양채은에게서 돈을 빌리긴 했지만 전부 그녀가 나중에 갚아야 하는 돈이었다.하민이 병원비만큼은 그녀는 직접 두 손으로 벌고 싶었고 힘들다고 해도 그녀의 힘으로 벌어온 돈이니 안심하고 쓸 수 있다.“집에 남동생이라도 있어요?”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말하는 남자의 몸에선 벌써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다.양시은은 아무것도 모른 채 티브이 서랍을 닦고 있었다.“아니요. 남동생은 없고 아들이 있어요. 전 아들 병원비를 벌고 있거든요.”남자는 그녀가 농담하는 줄 알았다.“에이, 그런 농담은 하지 말아요. 몸매도 이렇게 좋은데 어떻게 아들이 있어요. 한눈에 봐도 젊은 아가씨인걸요.”그의 아내는 작년에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를 낳고 난 아내의 모습은 바람을 불어넣은 풍선처럼 살이 오르기 시작했고 결국 인생 최대 몸무게 74kg을 달성했다.아이를 낳고 나면 원래부터 여자의 배는 축 처지게 되었지만 거기에다 지방 살이 있으니 앉을 때마다 불룩 몇 겹으로 튀어나왔다. 그 모습은 정말이지 돼지 같았기에 부부 생활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양시은처럼 허리는 잘록하고 엉덩이는 탄탄하여 보는 사람마저 본능적인 욕망을 일으키게 하지 않았다.“정말이에요. 아들이 올해 세 살인걸요.”양시은은 남자의 속마음을 알 리가 없었던지라 물어보는 대로 전부 대답해주었다. 남자는 그제야 양시은이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님을 눈치챘고 표정이 변해버렸다. 아이가 있다는 말은 이미 결혼했다는 의미였기에 손을 대기가 어려워지게 된다.“대충 보니 청소 다 한 것 같은데 오늘은 바깥에 바람이 세게 부니까 강아지 산책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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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가 임신했을 때를 전 아직도 기억하고 있거든요. 출산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때 언니는 이별의 상처를 받아서 상태가 정말 좋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저도 굳이 그 일에 관해 묻지 않았어요. 또 묻는다는 건 어쩌면 언니의 상처를 후벼 파는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제 추측으로는 하민이가 언니의 전 남자친구의 아이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생각해요.”양시은의 전 남자친구는 바로 그였다. 나도현은 태연하게 계속 떠보았다.“그럼 네 언니가 왜 남자친구랑 헤어지게 되었는지는 알아? 아이까지 있었다면서, 그러면 결혼해야 하는 거잖아. 대체 왜 이렇게 된 거래?”“아마도 언니 전 남자친구 쪽에서 결혼을 바라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어쨌든 구체적인 건 저도 잘 몰라요. 언니가 말해주지 않았거든요.”양채은은 별생각 없이 말했지만 나도현은 다르게 듣고 있었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비웃었다. 그에게 갑자기 헤어지자고 통보를 해놓고, 그를 고통 속에서 괴롭게 살게 해놓고 동생 앞에서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 않았는가. 진정한 피해자는 그였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쓰레기가 되어 있었다.“어차피 4년도 지난 일이에요. 하민이도 컸고 전 언니에게도 몇 번이나 그때 일은 잊으라고 말했거든요. 좋은 남자를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도 하고 말이에요. 그러는 게 언니한테도 좋고 하민이한테도 좋을 테니까요.”나도현의 서늘해진 눈빛을 눈치채지 못한 양채은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는 절대 양시은이 다른 남자를 만나게 하지 않을 것이고 결혼도 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었으니까.“됐어. 넌 먼저 들어가서 쉬어. 난 변호사 사무소로 가봐야 하니까. 최근에 새 사건을 맡았거든. 의뢰인과 잘 얘기를 나눠봐야 해.”나도현은 더는 그녀와 이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양채은은 그에게 걱정 어린 말을 몇 마디 하곤 차에서 내렸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니 나도현은 양시은이 떠올랐고 가슴이 답답해졌다.시동을 걸어 사무소로 향했다. 그는 일로 복잡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8화

    가사도우미 중개소에서 소개해주는 일자리는 대부분 시급이 만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해준 곳에서 만육천 원을 주겠다고 하니 많이 주는 것이었다.몇 시간만 일해도 6만 원을 벌 좋은 기회였던지라 양시은은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그녀의 대답에 유영숙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내가 자세한 집 주소를 문자로 보내줄게요. 아, 이 집은 디지털 도어락이라 앱으로도 문을 열 수 있다고 했으니까 시은 씨는 그냥 가면 돼요. 엄청나게 잘사는 집이거든요. 일 잘하고 행동이 빠릿빠릿하고 깔끔한 도우미를 원한다고 했으니까 이번에 시은 씨가 잘하면 앞으로 주기적으로 시은 씨만 부를 수도 있을 거예요.”오래 일할 수 있다니.양시은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하민이를 안았다.“미안해, 하민아. 엄마도 하민이랑 시간 더 보내고 싶었는데 영숙 아주머니가 엄마한테 연락해서 엄마는 지금 일하러 가봐야 할 것 같아.”그녀는 당연히 아들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아들 옆에 있으면 돈을 벌 수 없고, 돈이 없으면 아들의 병도 치료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시간이 있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곁에 아들이 없는데...“엄마,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되고 저는 괜찮아요. 오히려 사과해야 할 사람은 저인걸요.”하민이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엄마는 하민이 병원비를 위해 일하고 계시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엄마예요.”아이의 말을 들은 양시은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적어도 하민이만큼은 그녀를 이해해 주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병실을 떠나기 전 사과를 예쁘게 깎아 하민이에게 준 뒤 택시를 타고 늘봄아파트로 갔다....한편 나도현은 차를 몰고 양채은은 집 문 앞까지 데려다주었지만 그는 차에서 내릴 생각은 없었다.“태경 씨, 같이 안 들어가요?”양채은은 안전벨트를 풀면서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며칠 동안 너무 바쁘게 보낸 거 아니에요? 쉬엄쉬엄해요. 입에 풀칠하고 살 정도만 아니면 되니까요.”그녀는 돈을 밝히는 물질적인 여자가 아니었고 남자에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7화

    강태경 성격이 원래 이런 걸 어쩌겠는가. 다른 방면에서는 양채은에게 아주 잘해주었기에 그녀도 굳이 자신의 스킨십을 피하는 이유를 꼬치꼬치 캐묻고 싶지 않았다.“검사는 해봤어? 아기는 어떻대?”나도현은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러자 양채은은 웃으며 말해주었다.“아기는 무사하대요. 방금 의사 선생님께 물어봤는데 출혈한 흔적도 없다고 했어요. 조금 전 배가 아팠던 건 갑작스럽게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것이니 집에서 휴식하면 괜찮을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운동도 되도록 피하라고 했고 이제 처방해준 약을 먹으면 된다고 했어요.”“그럼 요 며칠은 얌전히 집에만 있어. 자꾸 언니 따라 어딜 가지도 말고.”나도현은 양채은과 나란히 복도를 걸었다. 양시은을 지나치면서 그는 깊은 의미가 담긴 두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양채은은 마치 하나의 끈 같았다. 한쪽 끝은 나도현의 손에 단단히 쥐어져 있었고 다른 한 끝은 양시은에게 묶여 있었다. 양채은이 그에게 더 의지할수록 이 끈은 나도현에게 더 단단히 묶이고 있었다.“언니, 우리랑 함께 돌아갈 거야. 아니면 하민이 보러 갈 거야?”양채은은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가 병원으로 온 이유도 애초에 자신의 아이를 보기 위함이었기에 당연히 그녀의 선택은 후자였다. 어차피 그녀는 나도현을 피하고 싶기도 했다.“그럼 우린 먼저 집으로 갈게. 하민이 상태 확인하고 꼭 택시 타고 돌아와. 버스 타지 마. 버스는 오래 기다려야 하잖아. 그리고 사람도 많아서 앉을 자리도 없잖아.”양채은은 또 그녀에게 걱정 서린 잔소리를 해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시은의 계좌로 돈을 입금했다. 많지는 않았지만 양시은이 한 달 내내 택시를 탈 정도는 되었다.양시은은 두 사람의 모습을 눈으로 배웅하였다. 엘리베이터가 닫히고 나서야 그녀는 계단으로 올라가 하민이의 병실로 갔다.“엄마, 오늘은 왜 이렇게 늦게 오신 거예요?”하민이는 그녀를 보자마자 달려와 꽈악 끌어안았다.“방금 병실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중에 엄마 목소리도 있었던 것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6화

    만약 나도현도 다른 부잣집 자식들처럼 망나니로 살았다면, 여자를 그저 한낱 놀이 상대라고만 생각했다면 양시은이 떠나든 말든 그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것이고 그토록 슬퍼하지 않았을 것이다.양채은도 그와 같은 처지인 것 같았다. 만약 양채은이 양시은을 진심으로 언니로 대하고 걱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오늘처럼 나서줄 수 있었겠는가.양시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현이 일부러 자신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거기에다 예전에는 서로 사랑했던 사이였으니 나도현은 어떤 말로 그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 아주 잘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속으로 한번 또 한 번이고 자신에게 말했다. 나도현의 말을 신경 쓰지도 말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라고 했지만 나도현이 내뱉은 말은 마치 저주를 거는 주문이 되어 그녀의 머릿속에 깊이 박혀 버렸다.“왜 말을 하지 않는 거지?”나도현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꽉 잡으며 억지로 자신과 눈을 맞추게 했다.“안 들리는 것처럼 연기하지 마. 남자 앞에서 재잘재잘 잘 떠들지 않았나? 왜 지금 내 앞에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거지?”끼익.이때 등 뒤에 있던 문이 열리고 양채은이 나왔다. 나오자마자 맞이하게 된 두 사람의 모습에 걸음을 멈추고 당황한 듯 말했다.“태경 씨, 언니. 두 사람 지금 뭐 해요?”양채은의 시선에서 두 사람은 코가 닿을 정도로 바싹 붙어 있었다. 거리가 너무도 가까운 것이 아니겠는가.하지만 양시은은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언니였고 나도현은 그녀와 평생을 함께할 약혼자였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배신해도 언니와 약혼자만은 그녀의 편을 들어줘야 하는 것이다.양시은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지만 나도현은 손을 놓아주지 않았고 그 자세 그대로 유지했다.“전부 다 본 거 아닌가?”“태경 씨, 일단 우리 언니를 놔줘요. 대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양채은은 나도현과 양시은은 번갈아 보며 설명을 요구했다.“네 언니가 밖에서 아무 남자나 만나도 다니는 바람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5화

    하지만 여자는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아 양시은을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보았다. 그녀는 허민기와 연인 사이가 된 지 5년이나 되었다. 그 5년 동안 그녀는 매일 같이 허민기에게 결혼 얘기를 꺼내면서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싶다고 했지만 허민기는 그때마다 거절했다.허민기는 그녀에게 아직은 젊으니 결혼 결정을 빨리할 필요 없다는 이유를 내놓았다. 그의 말에 그녀는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믿고 있었지만 오늘 양시은을 보니 모든 게 이해가 갔다. 허민기는 아직 젊어서 결혼을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지 못해서 결혼하기 싫은 것이었다.만약 결혼 얘기를 꺼낸 사람이 그녀가 아니라 양시은이었다면 허민기는 분명 아주 기뻐하면서 멍청이처럼 헤실헤실 웃었을 것이다.“얼른 가자. 굳이 신고까지 당해야 미친 짓을 멈추려는 건 아니지?”허민기는 다시 한번 여자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겼다.“여긴 병원이야. 네 집이 아니라고. 지랄도 정도껏 해.”‘지랄도 정도껏 하라니! 지금 내가 이러는 이유도 전부 너 때문이잖아!'‘네가 병원으로 출근하듯 드나들지 않았다면, 양시은과 연락하고 지내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난 피해자라고!'서러운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았지만 신물이 난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허민기에 전부 꾹 삼켜버리고 말았다.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애초에 그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었고 그저 그녀가 억지를 부리고 난동을 피운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소란을 피워봤자 그녀에게 남는 건 미친 여자라는 꼬리표였고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태경 씨, 저 여자가 분명 저랑 언니한테 손찌검하려고 했어요. 어떡해요. 배가 조금 아픈 것 같아요. 태경 씨, 너무 무서워요.”양채은은 나도현의 팔을 꽉 잡았다.“아기는 괜찮아?”그녀와 양시은의 집안 사정은 좋지 않았다. 비록 부모가 있긴 했지만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 명은 도박에 빠져 살았고 다른 한 명은 자주 집안의 물건을 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4화

    하얀 종이엔 까만 글씨로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 하민이와 나도현은 혈연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이다.그는 몇 번이나 종이를 펄럭이며 꼼꼼히 읽어보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고 바뀌어버린 건 싸늘해진 그의 눈빛이었다.예상하고 있던 결과였고 하민이가 그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더는 양시은을 봐줄 필요가 없었다.오전에 모든 업무를 마친 그는 시간이 남아돌았던지라 병원에 가서 양시은을 괴롭힐 생각을 하면서 차 키를 들고 사무소를 나섰다....한편 병원에서는 양시은이 무슨 말을 하든 여자는 양시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특히 양시은을 바라보는 허민기의 눈빛을 봤을 때 그녀는 폭탄이 터지듯 폭발하고 말았다.“지금 시대가 개방적인 시대여서 다행인 줄 아세요. 만약 예전이었으면 그쪽 같은 여우는 이미 간통죄로 징역을 받았을 테니까요!”“미쳤어요? 머리에 문제라도 있는 거예요? 우리 언니가 그냥 단순한 친구 사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아직도 못 알아듣는 거예요? 평소에도 자주 대화를 나눈 적 없다고 하잖아요. 못 믿겠으면 그쪽 남편 핸드폰 기록이라도 뒤져봐요! 설마 그것도 확인하지 않고 찾아온 거예요? 그리고 그쪽 남편이 우리 언니 학생 시절 사진을 저장하고 있든 말든 우리 언니와 무슨 상관있다고 그래요! 그건 저 사람이 멋대로 저장한 거잖아요!”양채은은 더는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허민기가 마음에 들었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증오하게 되었다. 애인이 있었으면서 양시은을 찾아와 잘 보이려고 하고 이런 소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그쪽은 끼어들지 말아요.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요. 그쪽도 뒤에서 바람이나 피우고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보나 마나 그 언니에 그 동생이겠죠.”여자는 양채은을 위아래 훑어보았다.“행색을 딱 보니 답이 나오네요. 그쪽도 누군가의 내연녀인 거죠?!”그 말에 양채은은 버튼이 눌려버렸다. 그녀와 강태경은 분명 떳떳한 커플이었고 약혼식도 했는데 어떻게 내연녀라는 말인가.“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3화

    양시은은 허민기가 건넨 것을 받지 않았다.“괜찮아. 하민이는 지금 우유를 먹으면 안 되는 상태라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거든.”“그럼 네가 먹어. 이렇게나 말랐는데 우유라도 먹어야 영양분이 조금이라도 보충될 거 아니야.”허민기는 고집스럽게 우유를 그녀에게 건넸다.“이건 비싼 것도 아니잖아. 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이 얼마인데 설마 이 정도도 못 받아주는 거야?”양채은은 그를 보다가 이내 자신의 언니를 보더니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어제까지만 해도 그녀는 양시은에게 언젠가 좋은 남자를 만날 거라고, 과거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남자를 만날 거라고 말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렇게 바로 나타나 주지 않았는가. 양시은은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녀의 생각은 달랐기에 얼른 손을 내밀어 우유를 받았다.“고마워요. 전 언니 동생 양채은이라고 해요.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아, 전 허민기예요.”허민기는 간단히 자신을 소개했다. 말하면서 그는 부단히 양시은을 힐끗힐끗 보았고 양채은은 당연히 그 눈빛을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 예전의 그녀도 허민기와 같은 눈빛으로 강태경을 보았으니 허민기가 자신의 언니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를 예상할 수 있었다.게다가 양채은은 자신의 언니가 예전에 어떤 힘든 연애를 했는지 알고 있었기에 늘 양시은이 걱정되었다. 그 상처 속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을까 봐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양시은이 평생 혼자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지금은 하민이가 어려 매일 엄마를 찾고 있다고 하지만 나중에 어른이 되면 분명 자기 가정을 이룰 것이었기에 그때가 되면 그녀의 언니는 외롭게 혼자 살게 되지 않겠는가.양채은이 두 사람을 어떻게 이어줄까 생각하고 있을 때 붉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다가왔다. 그리곤 세 사람 앞에 멈춰서더니 양채은이 들고 있던 우유 박스를 들어 바닥에 던졌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양채은은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곤 미간을 한껏 구겼다.“이건 제 물건이에요. 미친 거라면 우리한테 시비 걸지 말고 데스크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82화

    얇은 잠옷은 나도현의 손에 갈기갈기 찢겨 나갔지만 양시은은 저항하지 않았다. 어차피 저항해봤자 잔뜩 화가 난 나도현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가 화를 내면 낼수록 그녀는 평범한 일상과 멀어지게 된다. 마치 마리오네트처럼 아무 반응 없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현은 더 화가 치밀었다.“산송장이야?”“그럼 뭘 어떻게 하라고. 말해줘.”양시은은 너무도 서러웠다.“지금 당장 네가 보냈던 사진에서 했던 동작 그대로 전부 보여줘. 내 앞에서 다시 해봐.”조금 전 수치스러웠던 행동을 다시 한번 더 하라고 하니 양시은은 순간 죽고 싶었다. 지금 죽는다면 나도현이 더는 그녀를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그 사진들 내가 이미 전부 저장해 두었지. 너도 하민이한테 보여주고 싶지...”“할게. 하면 되잖아.”양시은은 얼른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들을 위해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했고 결국 날이 밝을 때까지 그에게 시달리게 되었다.그제야 만족한 나도현은 잠을 자지 않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한 뒤 변호사 사무소로 출발했고 그곳에서 잠을 보충했다.방에 남겨진 양시은은 미약해진 스탠드 조명을 보다가 천장을 바라보았다.이 고통은 대체 언제쯤 끝이 날까.그녀는 새벽이 되어서야 잠들게 되었기에 늦게 일어나게 되었다. 양채은은 평소처럼 그녀의 방 문을 두드리며 그녀를 부르지 않았다. 오히려 아침을 만들어 놓고 주방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양시은은 일어나자마자 나도현이 목에 남긴 흔적을 화장품으로 가린 후 목폴라 티를 입고 1층으로 내려갔다.“언니, 요즘 왜 이렇게 늦게 일어나? 혹시 밤마다 나 몰래 서리하러 간 거 아니야?”양채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그릇을 챙겨주며 말했다.“농담이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난 사실 언니가 조금 늦게 일어났으면 해.”양시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양채은이 한 말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없었으니까. 그녀가 늦게 일어난 건 핸드폰을 늦게까지 봐서가 아닌 밤새 내내 괴롭힌 누군가의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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