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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류한나
지유는 눈앞이 까매지며 어지러웠다. 그때 누군가 다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이런 실수를 하면 어떡해요? 온 비서님, 온 비서님...”

그 목소리가 점점 가물가물해졌고 지유는 그대로 쓰러졌다.

다시 깨어나 보니 병원이었다. 하얀 천정을 보고 있노라니 아직도 머리가 어지러웠고 깨질 듯이 아팠다.

“온 비서님, 깨셨어요?”

윤정이 눈시울을 붉히며 의자에서 일어나 다급하게 그녀의 상황을 확인했다.

“어디 불편한 데 없어요? 의사 부를까요?”

지유는 아직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윤정을 보며 몸을 일으켰다.

“저는 괜찮아요. 공사장은 어떻게 됐어요? 다른 부상자는 없어요?”

윤정이 말했다.

“일단 공사장 일은 상관하지 마세요. 떨어진 유리에 뇌진탕이 왔대요. 어찌나 놀랐는지. 저는 온 비서님 못 깨어나는 줄 알았어요.”

윤정은 다시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윤정은 지유를 따라다니며 일을 돕는 비서와도 같은 존재였기에 평소에 지유는 윤정을 많이 아꼈다.

아직 젊은 윤정은 이런 상황을 맞닥트려본 적이 없어 많이 놀란 것 같았다.

“저 이제 깼잖아요. 걱정하지 마요.”

지유가 그런 윤정을 다독였다.

머리를 만져보니 머리엔 붕대가 감겨 있었고 아직 통증이 느껴졌다. 지유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렇게 물었다.

“공사장은 괜찮아요?”

갑자기 일어난 사고로 시공에 영향줄까 봐 무서운 지유였다.

“괜찮아요. 온 비서님,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그깟 공사장이 무슨 대수에요? 평소에도 힘들게 일하시면서 저까지 신경 써 주시는데 이참에 얼른 누워서 쉬세요.”

윤정은 너무 죄책감이 들었다. 자신이 재촉하지만 않았더라면 지유가 이런 사고를 당할 일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업무와 관련된 일은 아무것도 보고하고 싶지 않았다.

지유는 이미 습관된 것 같았다.

몇 년간 업무를 수행하는 기계처럼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이현의 기분을 생각해 업무 전반을 다 챙겼다.

그러니 자기도 모르게 업무부터 걱정했다.

게다가 여씨 집안에 빚진 20억도 있으니 마음 편히 있을 수가 없었다.

밖에서 누군가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팬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난 것처럼 말이다.

“세상에, 그 가수도 이 병원에 있다고?”

“그래, 오다가 봤다니까. 톱스타 노승아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야.”

“다쳤대? 심각하대?”

걱정어린 둘의 대화가 들려왔다.

“비켜주세요, 다들 비켜주세요.”

누군가 알아보고 사진이라도 찍을까 봐 보디가드 몇 명이 앞에서 길을 트며 관계자가 아닌 이들을 완벽히 차단했다. 시끄러운 소리가 그렇게 지유의 귓가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지유의 신경은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현이 커다란 몸집으로 옆에 있는 승아를 지키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작고 가녀린 승아는 이현의 옆에 선 채 머리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눈시울이 조금 빨갰고 안색도 약간 창백한 게 어딘가 허약해 보였다. 갑자기 나타난 승아에 병원이 술렁였지만 보디가드가 길을 터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고요해졌다.

두 사람은 바로 지유의 병실 옆으로 향했다.

옆은 응급실이었다.

“대표님 아니에요?”

이현을 본 윤정은 그 누구보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전 내내 이현을 찾아다녔지만 그림자도 볼 수 없었는데 이렇게 병원에서 마주쳤고 옆엔 연예인 노승아도 같이 있었다.

이에 윤정은 가십 본능이 되살아났다.

“대표님 평소에 중요한 일 있을 때는 절대 자리를 비운 적이 없었는데 노승아 씨와 같이 있느라 전화도 안 받네요. 혹시 사귀는 건가? 왠지 대표님을 만나러 올 때마다 예약을 하지 않아도 프리패스다 했더니 대표님이 주신 특권이었군요. 온 비서님, 설마 기사에서 말한 노승아 씨를 묵묵히 응원해 주고 있다는 그 약혼자가 대표님은 아니겠죠?”

주먹을 불끈 움켜쥔 지유의 손마디가 하얘졌다.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

이런 정서를 윤정에게 들킬까 봐 지유는 애써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먼저 나가줄래요? 쉬고 싶어요.”

“앗, 그럼 온 비서님 잘 쉬세요.’

윤정은 더는 함부로 추측할 엄두를 못 내고 병실에서 나갔다.

지유는 침대에 누워 그녀가 입원했을 때 이현이 병문안을 온 적이 있는지 떠올려봤다.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승아가 별것도 아닌 일로 병원에 오는데 이현은 이 정도로 걱정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고 바로 그녀를 병원으로 데리고 온 것도 모자라 그렇게 많은 보디가드를 불러 길을 터주고 있었다. 승아를 얼마나 중히 여기는지 알 수 있는 행보였다.

지유는 이에 비하면 참 비참했다.

핸드폰을 보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익숙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연결되었다.

“여보세요?”

이현의 목소리는 마치 바로 귓가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지유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할 말 있으면 해. 지금 좀 바빠.”

이현의 언짢은 듯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지유는 창문으로 이현의 미간이 구겨지는 걸 바라봤다. 마치 그녀가 건 전화가 매우 중요한 일을 그르치는 것처럼 말이다.

하긴 다친 사람은 그가 제일 아끼는 승아였다.

갑자기 이 전화를 건 게 후회되는 지유였지만 그래도 끝내는 참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

“나 몸이 아파요.”

이현은 마이크 족을 부여잡고 차가운 눈빛으로 의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마도 약을 바를 때 너무 힘을 준 의사를 뭐라 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다시 몸을 돌려 이렇게 말했다.

“아까 뭐라고?”

지유는 입을 벌렸다. 많은 말을 하고 싶었다. 왜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 그녀와 결혼했는지 말이다.

그녀와 결혼했으면서 왜 아직도 다른 여자와 그러고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하지만 차분하게 생각해 보니 물어본다 해도 듣고 싶은 답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유야, 나 지금 바빠. 중요한 일 아니면 귀찮게 하지 마.”

뚝.

이현은 이 말을 뒤로 전화를 끊고는 승아를 관심했다.

지유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심장이 저리는 듯한 고통에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 같았다.

분노, 슬픔, 억울함...

무수한 감정이 그녀의 마음속을 가득 메꿨고 이에 지유는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

이제 끊어내야 할 때다.

이현에게도 자유를 찾아줄 때가 된 것 같았다.
Comment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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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윤
남자 멍멍이같은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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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
굿이에요 남지너무 눈치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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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재밌어요 다음화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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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은 몸이 뜨거웠고 술 냄새가 세게 풍겼다. 그가 내뿜는 뜨거운 숨결이 바로 지유의 귓가로 전해졌다.술을 마신 건가?지유가 그런 이현을 불렀다.“이현 씨?”이현이 지유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으며 머리를 그녀의 머리카락에 갖다 대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움직이지 마. 조금만 안고 있자.”이에 지유는 움직이지 않았다.그가 왜 이렇게 술을 퍼부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그렇게 한참을 누워 있던 지유는 몸이 뻣뻣해질 지경이었지만 이현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내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 키스했다.지유를 또 승아라고 생각했나 보다.지유가 다시 한번 그를 불렀다.“이현 씨...”“이렇게 조금만 더 누워있자, 지유야.”이에 지유가 다시 입을 꾹 닫았다.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는 건 적어도 그녀를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는 거다.이현이 이런 적은 별로 없었기에 지유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결국 마음이 약해진 지유는 그가 이렇게 자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하나 걱정했다.지유는 이현을 살짝 밀며 이렇게 말했다.“이렇게 자지 마요. 샤워하든지 아니면 이불을 덮든지...”이현이 방향을 고쳐 눕더니 지유를 번쩍 들어 자신의 품속에 꼭 끌어안았다. 지유의 코끝엔 이현의 향기로 가득했다. 술 냄새와 몸에서 나는 시원한 향기가 섞여 있는 듯했다.지유는 지금 매우 당혹스러웠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이현을 바라봤다.이현도 눈을 감고 있지는 않았다.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기분이 별로인 것 같았다.하지만 지유는 그가 왜 기분이 별로인지 헤아리기가 귀찮았다고 눈도 오래 마주치기 싫어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다.이현이 손으로 지유의 이마를 만지작거렸다.뜨거운 손이 어딘가 낯설게 느껴져 지유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이현이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아파?”지유는 코끝이 찡했다. 억울한 게 너무 많아서 그런지 갑자기 들이닥친 이현의 관심을 당해내기 힘들었다.“그건 왜 묻는 거예요?”지유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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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는 모 잡지사의 총괄 에디터였다.“남자 친구가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네요. 너무 궁금해요.”승아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돌려서 말했다.“저는 남자 친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싫어요. 그래서 행사 참석할 때도 절대 동행하지 않아요. 결혼하게 되면 초대장 꼭 보내드릴게요.”“신비롭게 굴 수록 점점 더 기대되는데요?”총괄 에디터는 옆에 서 있는 지유를 보고 인사치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온지유 씨, 또 뵙네요.”지유도 그녀를 알고 있었다. 저번에 이현과 인터뷰할 때 만난 적이 있었다.그것도 지유가 있어서 성사된 인터뷰였다.지유가 덤덤하게 인사를 건넸다.“진솔 에디터님.”“두 분 아는 사이에요?”진솔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네, 친분은 있는데 두텁지는 않아요.”승아가 일부러 지유와 선을 그었다.지유가 두 사람의 화제를 이어갔다.“승아 씨 귀국하자마자 약혼자 타이틀을 크게 내걸었으니 에디터님이 궁금해하실 만 하죠. 저도 궁금한데요? 외국에서 금방 돌아온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요.”진솔이 경악을 금치 못하며 물었다.“아니에요?”“아, 그건 추측성 기사일 뿐이에요.”승아가 침착하게 대답했다.사실 그 기사는 승아가 일부러 내게 해 이현을 떠보기 위한 것이었다. 승아는 자신에게 약혼자가 생겼다는 사실을 이현이 신경 쓰는지 확인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날 이현이 술이 떡이 됐다는 소식에 승아는 이현이 아직 자기를 내려놓지 못한 게 맞다고 확신했다.“제 남자 친구는 쭉 국내에 있었어요. 몇 년간 저를 기다려주면서도 우리 사이는 변함없이 한결같았죠. 그런 사람을 두고 제가 외국인을 찾을 일은 없어요.”승아는 지유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지유를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또한 이현이 결혼했어도 자신과 이현은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걸 지유에게 각인시켜 주고 있었다.지유는 이런 승아가 거슬렸다. 명의상 이현의 와이프는 아직 지유인데 지금 단계에서 승아가 도발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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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18화

    “걱정하지 말아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의사 선생님께 알려드릴게요.”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의 말을 들은 양채은은 그제야 마음이 놓여 눈을 감을 수 있었다.나도현은 어둠 속에서 양시은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고 술도 몇 잔 마셨지만 정신은 점점 더 멀쩡해졌다.똑똑똑.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공허한 사무실에 더 크게 울려 퍼졌다. 그는 안 올 줄 알았던 양시은이 돌아온 것이라 생각하고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나 문을 열자 그 미소는 사라지고 싸늘함만 남게 되었다.“누구시죠?”라이더 복을 입은 남자는 느껴지는 서늘한 한기에 저도 모르게 몸을 덜덜 떨었다. 그는 얼른 들고 있던 쇼핑백을 건넸다.“나도현 씨 맞으시죠? 퀵 서비스입니다.”‘하, 머리를 쓰긴...'나도현은 눈을 가늘게 접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쇼핑백을 받은 후 문을 닫아버렸다.‘괜찮아.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두고 보자고!'배달 기사는 그제야 안도하며 서둘러 1층으로 내려갔다.야심한 밤 응급실은 전체 도시에서 가장 바쁜 곳이었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보호자는요?”간호사가 달려 나와 물었지만 젊은 커플은 고개를 저었다.“저희도 몰라요. 우연히 길에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해서 데리고 온 거예요. 배 속에 아이가 있다고 하니까 아이도 살려주세요.”“저희는 현재 산모분의 안전만 확보할 수 있습니다.”간호사는 조급해 미칠 지경이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신고였다.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산모의 목숨부터 살려야 했으니까.밤새 치료한 끝에 양채은의 상태는 겨우 안정되었고 날 밝기 전에 그녀는 깨어나게 되었다. 눈앞에 보이는 하얀 천장에 자신이 어디로 실려 왔는지 깨닫고 황급히 약을 갈러 와준 간호사의 팔을 잡았다.깜짝 놀란 간호사는 그녀가 깨어난 것임을 확인한 후에야 진정했다.“아직 상태가 좋은 건 아니니 푹 쉬고 있으세요. 제가 담당 선생님을 불러드릴게요.”그러나 양채은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고 빤히 보면서 거의 히스테리를 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17화

    양채은은 고개를 돌리자 눈 부신 빛을 보게 되었다. 황급히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너무 다급하게 움직였던 탓에 중심을 잃고 그만 넘어져 버렸고 작은 트럭은 휘청이며 달리더니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등을 스치며 뒤에서 멈추었다.‘아파!'온몸의 온기가 빠져나가며 점차 의식이 흐릿해졌다. 이마에선 어느새 식은땀이 가득했다. 복부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통증에 그녀는 본능적으로 손을 올려 만져보았고 하체에선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트럭 운전자는 자신이 사고를 쳤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그녀를 힐끗 보더니 바로 시동을 걸며 도망쳐 버렸다.차가운 밤바람이 텅 빈 도로 위로 불어오고 있었고 그녀는 혼자 있었다. 살이 찢어질 듯한 고통이 그녀의 이성을 붙잡고 있었고 가슴 속에선 증오의 불씨가 피어올랐다.양시은은 급하게 따라 나왔지만 양채은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늘 일을 그르치는 자신을 탓하며 원망하듯 머리를 때렸다.핸드폰을 들어 양채은에게 전화를 걸어보아도 양채은은 받지 않았고 아마도 여전히 자신을 원망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마 더는 그녀의 연락을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양채은이 진정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 후 다시 만나 대화를 해보기로 했다. 그녀와 나도현은 더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말할 생각이다.게다가 나도현은...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생각을 그만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였지만 전화기 너머로는 나도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양시은...”양시은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나 힘들어. 채은이가 지금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고 할 말이 있으면 채은이 찾은 뒤에 해.”나도현은 흥미롭다는 어투로 말했다.“아, 그래? 양채은을 찾은 뒤에 삼자대면하고 싶은 건가?”양시은은 그가 너무도 원망스러웠지만 이를 빠득 갈며 그를 설득하는 수밖에 없었다.“채은이랑 결혼하기로 했으면 그럼 잘해줘. 채은이는 좋은 사람이니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16화

    나도현의 갈라진 목소리는 마음에 꾹꾹 눌러 담고 있던 것을 억지로 쥐어짜 내는 것처럼 들려와 양시은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고 자신이 이 상황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그때 그녀는 확실히 그를 떠났고 그와의 감정을 포기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사정이 있었다.“나도현, 나는...”양시은이 입을 열려던 순간 나도현이 말을 잘랐다.“그만 말해! 듣고 싶지 않으니까!”나도현은 격한 반응을 보이며 그녀의 말을 잘랐고 마치 무언가로부터 회피하려는 듯했다.양시은은 다시금 눈물이 맺혔고 무력감이 밀려왔다. 더는 할 말이 없었던 그녀는 고개를 돌려 모든 걸 받아들였고 수치심과 절망을 느꼈다.나도현이 원하던 바를 이루려던 그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사무실의 적막을 깨버렸다.“도현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충격을 받은 듯한 목소리에 나도현과 양시은은 모두 당황해했다.고개를 돌리니 문 앞에서는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고 양채은이었다.양채은의 안색은 창백해졌고 두 눈을 커다랗게 뜬 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에 힘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지 손가락이 하얗게 될 정도였다.“두 사람...”그녀는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다. 자신의 약혼자와 친언니가 함께 있지 않은가.양시은은 살면서 이렇듯 당황하게 된 건 처음이었고 황급히 옆에 있던 옷을 잡아 몸을 가렸다.“채은아, 내가 다 설명할게. 절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양채은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양시은의 뺨을 때리곤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안 들어! 안 들을 거라고! 양시은, 이 사기꾼! 넌 지금도 날 속이고 있었던 거야! 절대 용서 안 해!”말을 마치자마자 양채은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며 창백한 얼굴엔 절망이 보였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양시은은 가슴이 너무도 아팠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힘없는 목소리로 변명만 할 뿐이다.“채은아, 나도현은 그냥 취해서 날 너로 착각했을 뿐이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15화

    양시은은 씁쓸함이 물 밀듯 밀려왔고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채은이는 내 동생이니까 내가 더 잘 알아. 어떻게든 잘 설명할 거야.”나도현은 순간 취기가 올라 붉어진 눈으로 그녀를 빤히 보았다.“그러면 나는? 나는 뭐가 되는데? 네가 쉽게 버린 나는 뭐가 되냐고!”양시은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아 고개를 돌린 뒤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이미 지나간 일이고 이젠 의미 없잖아.”나도현은 담담한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그 순간 자신이 그녀를 그리워했던 시간이 가소롭게 느껴졌다.“이미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에게 당연히 의미 없게 들리겠지. 하지만 상처를 받지 않고서야 내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그 말을 끝으로 그의 눈빛이 싸늘하게 돌변하더니 그녀의 가느다란 목을 꽉 잡고 거칠게 키스해버렸다. 양시은은 점차 숨이 쉬어지지 않아 뒷걸음질을 쳤다.“나도현, 취했어? 정신 좀 차려! 난 채은이가 아니라고!”그는 당연히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 사무치게 그리워했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녀의 손을 꽉 제압한 뒤 사무소 문을 열고 들어갔다.양시은은 결국 화를 내고 말았다.“지금 대체 뭐 하자는 거야? 넌 채은이 약혼자야. 나한테는 매제가 될 사람이라고.”그녀의 매혹적인 목소리가 그의 두 귀로 흘러들어왔다.“하, 그래? 양시은, 넌 돈이 더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나? 그런 사람이 도덕은 잘 알고 있네. 어이없게도 말이야. 그럼 내 내연녀 노릇 해. 돈을 줄 테니까.”그는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 같은 풀려버린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양시은은 다가오는 그의 단단한 가슴을 밀어내며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변호사 일도 잘 풀리고 예쁜 아내도 있는데 뭐하러 아이도 있는 나를 내연녀로 삼는데? 네가 듣기에도 어처구니없지 않아?”그녀가 말을 하고 있는 와중에 나도현은 이미 그녀를 자기 사무실 책상까지 밀고 왔다.그는 몸을 굽히며 마디마디 선명한 손가락으로 천천히 그녀의 보드라운 살결을 만졌다. 손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14화

    양시은은 있는 힘껏 나도현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힘 차이가 있었던지라 뿌리치지 못했다.나도현은 안간힘을 쓰고 있는 양시은을 보았다. 화를 내면서 버둥거리고 있는 것 외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하지만 허효진이 분명 말했었다. 양시은이 녹음해서 그를 구해준 것이라고. 그의 어머니도 같은 말을 했었지만 양시은은 딱히 그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나도현은 그녀의 목적이 궁금해졌다.“양시은, 대체 뭐 하자는 거야? 그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녹음을 하고 아들이 인질로 잡혔는데도 나를 위해 녹음 파일을 내놓았다고. 그런데 지금은 또 나한테 동생이랑 잘살라고 하네? 네가 뭔데? 네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야?”나도현은 양시은을 뼛속까지 원망하는 섬뜩한 눈빛으로 보았다. 양시은은 그가 진실을 알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알게 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지 않은가.그녀는 전부 원해서 한 일이었고 절대 원하는 것이 있어 한 것이 아니었다.“내 동생의 배 속에는 네 아이가 있어. 게다가 이미 약혼도 했잖아. 나도현, 네가 일을 벌였으면 책임져. 내 동생은 널 아주 사랑하고 있으니까.”양시은의 말에 나도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나더러 책임을 지라고? 양시은, 네가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그러는 너는 날 책임졌나?”양시은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만약 상황이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면 누가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하고 돈을 선택하겠는가.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꼬아 말했다.“나도현, 이미 지나간 일인데 왜 자꾸 신경 쓰는 거야? 아직도 나한테 미련이 남아서 다시 잘해보길 바라는 건 아니지?”양시은은 나도현이 자신을 사랑한 만큼 원망하고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애당초 그녀의 배신으로 그녀를 원망하고 있는 것이었기에 그녀도 딱히 탓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나도현은 이 일에 양채은을 끌어들였고 임신까지 시켰으니 당연히 양채은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나도현은 원래부터 양시은을 원망하고 있는 데다가 양시은의 말을 들으니 화가 치밀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13화

    나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계속 술만 마셨다. 최주하는 뭐라고 더 말하고 싶었지만 여이현이 그에게 눈치를 주었고 최주하는 입을 꾹 다물게 되었다.그는 꽤나 많은 술을 마시게 되었고 여이현과 배진호는 먼저 자리를 떠나게 되었다. 지석훈도 일 때문에 먼저 자리를 뜨게 되었다.룸 안에는 최주하와 나도현만 남게 되었고 최주하는 나도현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잊을 수 없다면 그럼 받아들여. 아이와 친해질 수 없다고 해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만큼 잘해주면 되는 거잖아. 양시은이랑 함께 사는데 아이가 뭐가 중요하겠어?”설령 그렇다고 해도 양시은의 첫사랑은 그였다. 하지만 다른 남자와 함께 지내는 모습을 절대 두고만 볼 수 없었다. 그가 여전히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양시은의 포기와 배신이었다. 이 두 가지 때문에 양시은과 다시 잘 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오늘 이 술은 내가 살 테니까 넌 더 놀다가 가. 난 이만 집으로 가봐야겠어.”나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걸음을 옮겼다.최주하는 그런 나도현의 기분과 표정을 눈치챘다. 가슴이 아주 답답해 보였고 아직도 마음이 복잡한 것 같으니 당연히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했기에 최주하는 그를 붙잡지 않았다.다만 나도현은 문을 열자마자 양시은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평생 양시은의 얼굴을 잊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양시은은 대체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그는 걸음을 옮겨 양시은에게 다가가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그러나 보폭이 컸던 나도현은 몇 걸음 만에 따라잡아 그녀의 손을 잡았다.“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게다가 양시은은 청소 도구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양시은은 나도현이 오해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낄만한 일을 한 적 없는 양시은은 당연히 억울함을 느끼고 싶지 않아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오해하지 마. 난 너 때문에 여기 온 게 아니야. 난 여기서 일하고 있어.”일하고 있다는 그녀의 말에 나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법대를 다니며 성적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12화

    나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떠나버렸다.그는 확실히 양시은과 양채은 자매를 찾아가지 않았고 여이현과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는 경성의 유명한 클럽이었고 여이현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배진호는 핸드폰을 든 채 끊임없이 누군가와 문자를 보내고 있었고 최주하와 지석훈은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나도현은 너무도 심란했다.“두 사람, 이렇게 만난 것도 아주 오랜만인데 자꾸 핸드폰만 하고 있을래? 평소에도 그러는 거야? 안 힘들어?”나도현은 이내 술을 원샷했다. 그의 머릿속엔 온통 양시은의 생각으로 가득했다. 배진호는 소파에 널브러지며 말했다.“힘들 리가 있나요. 이런 기분이 뭔지 모르죠? 너무도 행복한 이 기분을 말이에요. 예전에는 감정이라는 것이 하등 쓸모없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직접 사랑을 하고 보니 정말 행복하네요.”배진호는 정말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권다솔과 수많은 일이 있었고 함께 손을 잡고 세계 여행하면서 세상에 아무리 좋은 것이 있어도 권다솔이 곁에 있는 것보단 못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나도현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최주하는 눈짓을 했다.“참나. 그게 지금 우리 앞에서 할 소리예요? 그래도 이해는 가네요. 여이현 곁에서 얼마나 참고 있었겠어요. 그동안 참고 있어서 수고했네요. 연애하고 싶은 걸 대체 어떻게 참았대?”배진호는 화도 나지 않았다.“참을 게 뭐가 있겠어요. 그때는 제게 일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기에 딱히 연애할 생각도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아내가 있는 게 너무도 행복하네요.”“쯧쯧. 두 사람 정말 똑 닮았네. 나중에 진호 씨에게 딸이 생기면 분명 여이현처럼 매일 우리에게 딸 사진만 보여주겠네요! 안 봐도 뻔해요!”여이현이 예전에 어떤 사람인지 그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허구한 날 무뚝뚝한 표정을 했고 온지유가 그의 곁에서 비서 일을 오랫동안 했는데도 결혼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매일매일 아들과 딸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랑스러운 눈길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11화

    나도현은 입술을 짓이겼다. 지금 이 기분을 어떻게 형언해야 할지 몰랐다. 양시은이 돈을 위해 자신을 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양시은의 아들도 자신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시은은 그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니 양심의 가책을 느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나도현은 더는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네 할머니는 아무런 잘못도 없으시잖아. 걱정하지 마. 네 할머니는 내가 어떻게든 보살펴줄 테니까.”“고마워.”허효준은 고개를 숙이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나도현도 고개를 까닥거리며 인사를 받아준 뒤 허효준과 멀어졌다.그가 경찰서에서 나오자 박은희는 사특한 기운을 몰아낸다며 소금을 뿌려댔고 나도현은 가만히 있었다.박은희의 의식이 끝난 후에야 나도현은 차에 탈 수 있었다.“대체 누구한테 부탁해서 절 구해내신 거예요?”나도현은 허효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박은희는 양시은과 했던 거래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공로를 아무것도 모르는 임다혜에게 돌리고 이 사실에 대해 알린다면 더 불리해질 것이었기에 결국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양시은이 어떻게 녹음 파일을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나한테 주면서 거래를 하자더구나. 양시은 아들이 인질로 잡혀 있었어.”모든 게 허효준이 했던 말과 일치했다.나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술을 짓이겼다. 박은희는 그런 나도현의 안색을 살피며 잔소리를 해댔다.“너도 얼른 양시은을 향한 마음을 접어. 그러면 네가 한 짓에 관해 더는 묻지 않으마. 하지만 앞으론 반드시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임다혜랑 결혼도 다음 달에 해버려.”박은희는 양시은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기에 당연히 양채은도 인정할 리가 없었다. 더구나 나도현은 예전에 쓰던 이름으로 양채은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나도현도 진심으로 대한 적 없는 여자를 더욱 며느리로 받아들일 리가 없지 않겠는가.나도현은 비록 양채은에게 진심은 아니었지만 박은희가 시키는 대로 순순히 따를 순 없어 차갑게 말했다.“임다혜는 어머니가 좋아하는 사람이잖아요.”“내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10화

    천사와 악마의 목소리는 이러했다.“하민이는 원래부터 아픈 아이였잖아. 네 언니는 애초에 널 동생으로 생각한 적도 없는데 왜 언니 입장까지 고려해야 하는 거지? 그런 사람이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는 거야!”악마의 목소리가 점차 그녀의 이성을 지배하고 있었지만 천사의 목소리는 여전히 악마와 대항하고 있었다.“안 돼. 아이가 아직 어리잖아...”그러자 악마는 다시 반박했다.“양채은, 만약 네가 손 놓고만 있다가 네 아이가 사라진 뒤에야 복수할 생각이야?”양채은은 당연히 자신의 아이가 사라지길 바라지 않았다.몇 년 동안 그녀는 항상 노력했지만 양시은은 그녀가 노력하는 모습을 본 적 없었고 심지어 약혼식 그날에도 나도현과 뒹굴고 있었다.분명 나도현은 그녀의 약혼자이고 그녀의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아빠인데도 말이다. 오로지 그녀의 배 속에 있는 아이만 나도현에게 아빠라고 불러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양채은의 눈빛이 점점 싸늘해졌다....한편 나도현은 녹음 파일 덕분에 검찰과 경찰은 허효준을 소환해 조사하기 시작했고 허효준이 다른 누군가와 나도현을 모함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나도현을 석방했다.나도현이 나오자 허효준이 들어가게 되어 두 사람의 상황은 정반대가 되었다.원래는 그저 스쳐 지나가게 되겠지만 나도현은 허효준 앞에 서 있었다.그는 처음부터 자신이 누군가에게 모함당했을 거라곤 생각도 하지 않았다. 여하간에 변호사가 된 순간부터 그의 손으로 들어온 사건은 전부 잘 해결되었으니 말이다. 더구나 그에겐 나씨 가문이 있었으니 아무도 그를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런데 허효준이 누군가와 손을 잡고 자신을 모함했다고 하니 나도현은 배신감에 가슴이 아팠다.“허효준, 난 널 제일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어. 난 너도 내 소꿉친구들이랑 같은 취급을 하고 있었다고.”여이현과 최주하, 지석훈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였다. 허효준은 그의 대학교 시절 친구였지만 그는 변호사가 되었고 허효준은 판사가 되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다시 친해져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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