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화

작가: 류한나
지유는 눈앞이 까매지며 어지러웠다. 그때 누군가 다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이런 실수를 하면 어떡해요? 온 비서님, 온 비서님...”

그 목소리가 점점 가물가물해졌고 지유는 그대로 쓰러졌다.

다시 깨어나 보니 병원이었다. 하얀 천정을 보고 있노라니 아직도 머리가 어지러웠고 깨질 듯이 아팠다.

“온 비서님, 깨셨어요?”

윤정이 눈시울을 붉히며 의자에서 일어나 다급하게 그녀의 상황을 확인했다.

“어디 불편한 데 없어요? 의사 부를까요?”

지유는 아직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윤정을 보며 몸을 일으켰다.

“저는 괜찮아요. 공사장은 어떻게 됐어요? 다른 부상자는 없어요?”

윤정이 말했다.

“일단 공사장 일은 상관하지 마세요. 떨어진 유리에 뇌진탕이 왔대요. 어찌나 놀랐는지. 저는 온 비서님 못 깨어나는 줄 알았어요.”

윤정은 다시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윤정은 지유를 따라다니며 일을 돕는 비서와도 같은 존재였기에 평소에 지유는 윤정을 많이 아꼈다.

아직 젊은 윤정은 이런 상황을 맞닥트려본 적이 없어 많이 놀란 것 같았다.

“저 이제 깼잖아요. 걱정하지 마요.”

지유가 그런 윤정을 다독였다.

머리를 만져보니 머리엔 붕대가 감겨 있었고 아직 통증이 느껴졌다. 지유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렇게 물었다.

“공사장은 괜찮아요?”

갑자기 일어난 사고로 시공에 영향줄까 봐 무서운 지유였다.

“괜찮아요. 온 비서님,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그깟 공사장이 무슨 대수에요? 평소에도 힘들게 일하시면서 저까지 신경 써 주시는데 이참에 얼른 누워서 쉬세요.”

윤정은 너무 죄책감이 들었다. 자신이 재촉하지만 않았더라면 지유가 이런 사고를 당할 일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업무와 관련된 일은 아무것도 보고하고 싶지 않았다.

지유는 이미 습관된 것 같았다.

몇 년간 업무를 수행하는 기계처럼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이현의 기분을 생각해 업무 전반을 다 챙겼다.

그러니 자기도 모르게 업무부터 걱정했다.

게다가 여씨 집안에 빚진 20억도 있으니 마음 편히 있을 수가 없었다.

밖에서 누군가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팬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난 것처럼 말이다.

“세상에, 그 가수도 이 병원에 있다고?”

“그래, 오다가 봤다니까. 톱스타 노승아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야.”

“다쳤대? 심각하대?”

걱정어린 둘의 대화가 들려왔다.

“비켜주세요, 다들 비켜주세요.”

누군가 알아보고 사진이라도 찍을까 봐 보디가드 몇 명이 앞에서 길을 트며 관계자가 아닌 이들을 완벽히 차단했다. 시끄러운 소리가 그렇게 지유의 귓가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지유의 신경은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현이 커다란 몸집으로 옆에 있는 승아를 지키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작고 가녀린 승아는 이현의 옆에 선 채 머리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눈시울이 조금 빨갰고 안색도 약간 창백한 게 어딘가 허약해 보였다. 갑자기 나타난 승아에 병원이 술렁였지만 보디가드가 길을 터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고요해졌다.

두 사람은 바로 지유의 병실 옆으로 향했다.

옆은 응급실이었다.

“대표님 아니에요?”

이현을 본 윤정은 그 누구보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전 내내 이현을 찾아다녔지만 그림자도 볼 수 없었는데 이렇게 병원에서 마주쳤고 옆엔 연예인 노승아도 같이 있었다.

이에 윤정은 가십 본능이 되살아났다.

“대표님 평소에 중요한 일 있을 때는 절대 자리를 비운 적이 없었는데 노승아 씨와 같이 있느라 전화도 안 받네요. 혹시 사귀는 건가? 왠지 대표님을 만나러 올 때마다 예약을 하지 않아도 프리패스다 했더니 대표님이 주신 특권이었군요. 온 비서님, 설마 기사에서 말한 노승아 씨를 묵묵히 응원해 주고 있다는 그 약혼자가 대표님은 아니겠죠?”

주먹을 불끈 움켜쥔 지유의 손마디가 하얘졌다.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

이런 정서를 윤정에게 들킬까 봐 지유는 애써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먼저 나가줄래요? 쉬고 싶어요.”

“앗, 그럼 온 비서님 잘 쉬세요.’

윤정은 더는 함부로 추측할 엄두를 못 내고 병실에서 나갔다.

지유는 침대에 누워 그녀가 입원했을 때 이현이 병문안을 온 적이 있는지 떠올려봤다.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승아가 별것도 아닌 일로 병원에 오는데 이현은 이 정도로 걱정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고 바로 그녀를 병원으로 데리고 온 것도 모자라 그렇게 많은 보디가드를 불러 길을 터주고 있었다. 승아를 얼마나 중히 여기는지 알 수 있는 행보였다.

지유는 이에 비하면 참 비참했다.

핸드폰을 보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익숙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연결되었다.

“여보세요?”

이현의 목소리는 마치 바로 귓가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지유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할 말 있으면 해. 지금 좀 바빠.”

이현의 언짢은 듯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지유는 창문으로 이현의 미간이 구겨지는 걸 바라봤다. 마치 그녀가 건 전화가 매우 중요한 일을 그르치는 것처럼 말이다.

하긴 다친 사람은 그가 제일 아끼는 승아였다.

갑자기 이 전화를 건 게 후회되는 지유였지만 그래도 끝내는 참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

“나 몸이 아파요.”

이현은 마이크 족을 부여잡고 차가운 눈빛으로 의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마도 약을 바를 때 너무 힘을 준 의사를 뭐라 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다시 몸을 돌려 이렇게 말했다.

“아까 뭐라고?”

지유는 입을 벌렸다. 많은 말을 하고 싶었다. 왜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 그녀와 결혼했는지 말이다.

그녀와 결혼했으면서 왜 아직도 다른 여자와 그러고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하지만 차분하게 생각해 보니 물어본다 해도 듣고 싶은 답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유야, 나 지금 바빠. 중요한 일 아니면 귀찮게 하지 마.”

뚝.

이현은 이 말을 뒤로 전화를 끊고는 승아를 관심했다.

지유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심장이 저리는 듯한 고통에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 같았다.

분노, 슬픔, 억울함...

무수한 감정이 그녀의 마음속을 가득 메꿨고 이에 지유는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

이제 끊어내야 할 때다.

이현에게도 자유를 찾아줄 때가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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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윤
남자 멍멍이같은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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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
굿이에요 남지너무 눈치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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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재밌어요 다음화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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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은 몸이 뜨거웠고 술 냄새가 세게 풍겼다. 그가 내뿜는 뜨거운 숨결이 바로 지유의 귓가로 전해졌다.술을 마신 건가?지유가 그런 이현을 불렀다.“이현 씨?”이현이 지유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으며 머리를 그녀의 머리카락에 갖다 대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움직이지 마. 조금만 안고 있자.”이에 지유는 움직이지 않았다.그가 왜 이렇게 술을 퍼부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그렇게 한참을 누워 있던 지유는 몸이 뻣뻣해질 지경이었지만 이현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내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 키스했다.지유를 또 승아라고 생각했나 보다.지유가 다시 한번 그를 불렀다.“이현 씨...”“이렇게 조금만 더 누워있자, 지유야.”이에 지유가 다시 입을 꾹 닫았다.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는 건 적어도 그녀를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는 거다.이현이 이런 적은 별로 없었기에 지유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결국 마음이 약해진 지유는 그가 이렇게 자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하나 걱정했다.지유는 이현을 살짝 밀며 이렇게 말했다.“이렇게 자지 마요. 샤워하든지 아니면 이불을 덮든지...”이현이 방향을 고쳐 눕더니 지유를 번쩍 들어 자신의 품속에 꼭 끌어안았다. 지유의 코끝엔 이현의 향기로 가득했다. 술 냄새와 몸에서 나는 시원한 향기가 섞여 있는 듯했다.지유는 지금 매우 당혹스러웠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이현을 바라봤다.이현도 눈을 감고 있지는 않았다.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기분이 별로인 것 같았다.하지만 지유는 그가 왜 기분이 별로인지 헤아리기가 귀찮았다고 눈도 오래 마주치기 싫어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다.이현이 손으로 지유의 이마를 만지작거렸다.뜨거운 손이 어딘가 낯설게 느껴져 지유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이현이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아파?”지유는 코끝이 찡했다. 억울한 게 너무 많아서 그런지 갑자기 들이닥친 이현의 관심을 당해내기 힘들었다.“그건 왜 묻는 거예요?”지유의 말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화

    여자는 모 잡지사의 총괄 에디터였다.“남자 친구가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네요. 너무 궁금해요.”승아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돌려서 말했다.“저는 남자 친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싫어요. 그래서 행사 참석할 때도 절대 동행하지 않아요. 결혼하게 되면 초대장 꼭 보내드릴게요.”“신비롭게 굴 수록 점점 더 기대되는데요?”총괄 에디터는 옆에 서 있는 지유를 보고 인사치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온지유 씨, 또 뵙네요.”지유도 그녀를 알고 있었다. 저번에 이현과 인터뷰할 때 만난 적이 있었다.그것도 지유가 있어서 성사된 인터뷰였다.지유가 덤덤하게 인사를 건넸다.“진솔 에디터님.”“두 분 아는 사이에요?”진솔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네, 친분은 있는데 두텁지는 않아요.”승아가 일부러 지유와 선을 그었다.지유가 두 사람의 화제를 이어갔다.“승아 씨 귀국하자마자 약혼자 타이틀을 크게 내걸었으니 에디터님이 궁금해하실 만 하죠. 저도 궁금한데요? 외국에서 금방 돌아온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요.”진솔이 경악을 금치 못하며 물었다.“아니에요?”“아, 그건 추측성 기사일 뿐이에요.”승아가 침착하게 대답했다.사실 그 기사는 승아가 일부러 내게 해 이현을 떠보기 위한 것이었다. 승아는 자신에게 약혼자가 생겼다는 사실을 이현이 신경 쓰는지 확인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날 이현이 술이 떡이 됐다는 소식에 승아는 이현이 아직 자기를 내려놓지 못한 게 맞다고 확신했다.“제 남자 친구는 쭉 국내에 있었어요. 몇 년간 저를 기다려주면서도 우리 사이는 변함없이 한결같았죠. 그런 사람을 두고 제가 외국인을 찾을 일은 없어요.”승아는 지유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지유를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또한 이현이 결혼했어도 자신과 이현은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걸 지유에게 각인시켜 주고 있었다.지유는 이런 승아가 거슬렸다. 명의상 이현의 와이프는 아직 지유인데 지금 단계에서 승아가 도발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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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55화

    “채은아, 정말 고마워.”양시은은 억지웃음을 지었다.그녀는 몸을 곧추세우고 양채은을 따라 계단을 올랐다. 막 발을 떼는 순간 허리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아까 나도현이 그녀를 너무 거칠게 다뤘다. 그는 자신의 분노를 푸는 데만 급급해서 그녀가 어떻게 느낄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양채은은 바로 눈치채고 먼저 그녀 팔을 부축했다.“언니, 또 허리 디스크가 도진 거야?”“응... 맞아.”양시은은 애매하게 넘겼다. 그러자 양채은은 더 안쓰럽다는 듯 말했다.“언니 몇 년간 죽어라 일하고 알바 뛰느라 허리디스크가 심해진 거잖아. 예전엔 어쩔 수 없었다 쳐도 이제는 나랑 강태 씨가 있어. 혼자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마.”양시은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양채은은 강태경이 나타나면 그녀가 한결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의 존재는 그녀에게 더 큰 짐이 될 뿐이었다.방에 들어선 뒤 양채은은 옷장을 열어 실크 이불 세트를 꺼냈다.“이것도 태경 씨가 언니 주려고 준비한 거야. 말주변이 없어도 세심한 사람이거든.”‘나도현이 말주변이 없다고?’이건 양시은이 살아오면서 들어 본 말 중 제일 우스운 이야기였다.법정에서는 누구도 그의 기세를 이기기 어렵고, 한창 사랑에 빠졌을 땐 몇 마디로 그녀를 뒤흔들어 놓았다. 오늘 약혼식 때도 그는 단 몇 마디로 그녀를 간담 서늘하게 만들었다.이런 남자를 어떻게“말주변이 없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아마도 그는 그저 양채은에게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렇다면 둘 사이에 대화가 아예 없을 텐데 애정은 대체 어디서 생겼을까?양채은이 그에게 완전히 속은 게 분명했다.양채은은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걱정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불을 펴면서 연애담을 들려주듯 말했다.“산부인과랑 담당 의사 정하는 것까지 전부 태경 씨가 알아봐 줬어. 가끔 나도 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했길래 이런 남자를 만났지 싶다니까.”“양채은.”더는 듣고 있을 수 없었던 양시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너 정말 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54화

    나도현은 다이아몬드만 보면 양시은이 떠올랐다. 두 사람이 함께했던 사랑, 그리고 어리석기 짝이 없던 과거의 자신까지.“고마워!”양채은은 기쁨에 겨워 외쳤다. 하지만 나도현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는 양시은의 귀에 바짝 다가가 그녀의 마음을 일부러 후벼 파듯 말했다.“네 동생이랑 결혼 예물 사러 갔을 때, 금반지는 금값을 따지고 다이아몬드 반지는 중고로 고르더라. 그땐 왜 이렇게 가성비를 따지나 했는데, 결국 그 돈을 너한테 주려고 그랬던 거지?”‘중고라니...’양시은의 눈물은 더욱 거세게 흐르기 시작했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채은아... 넌 왜 이렇게 착하고, 또 멍청할 정도로 헌신적이야...’나도현은 그녀가 몸을 떨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럴수록 그의 말은 더욱 양채은에게서 벗어나지 않았다.“근데 말이지,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평소에 넌 어떻게 네 동생을 세뇌하는 거야? 같은 집안인데 성격이 완전 정반대잖아. 때로는 채은이가 너무 순진해서 나도 함부로 못 대하겠어.”실제로 그는 양채은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친밀한 스킨십도 전혀 없었다.그런데 양시은은 이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녀 머릿속에는 나도현이 말한 것보다 훨씬 끔찍한 장면만 그려지고 있었다.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나도현은 만족스럽다는 듯 그녀를 놓아주었다. 옷매무새를 고치던 그는 선언하듯 말했다.“채은이가 네 방을 우리 바로 옆방에 잡아 놨어. 오늘 밤에 깨끗이 씻고 기다려. 내가 갈 거니까.”양시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아무리 방음 좋은 저택이라 해도 벽 하나 떨어진 곳이 얼마나 막아줄까.양채은은 잠귀가 밝아서 밖에 고양이가 울어도 깰 정도다. 만약 들키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었다.“나도현, 넌 진짜 미쳤어.”그녀는 처참한 몰골로 이를 악물고 그를 저주하듯 내뱉었다.나도현은 잠시 멈칫했지만 특별한 말 없이 그대로 사라졌다.역시 미친 게 맞았다.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벌써 양시은을 잊고 새출발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53화

    “아니야.”양시은의 두 손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떨렸다.나도현은 그녀가 돈을 받아서 막 써버렸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사실 100억 중 양시은 손에 떨어진 건 단 한 푼도 없었다.아픈 아이 병원비 역시 전부 그녀가 직접 벌어서 조금씩 마련한 거였다.물론 나도현은 이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됐고, 내 앞에서 억지 부리지 마. 난 다른 남자랑 달라. 네가 아무 말이나 늘어놓는다고 넘어가지 않는다고. 내 직업 잊지 마.”변호사로 일해 온 그는 온갖 사건을 다뤘다. 어떤 의뢰인은 변호사를 앞에 두고도 끝까지 진실을 말하지 않기도 한다.그래서 그는 거짓말을 가려내는 능력을 오래전에 익혔다.하지만 정작 본인도 알아채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의뢰인을 상대할 때는 이성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양시은을 대할 때만큼은 감정이 먼저 튀어나온다는 사실 말이다.감정이 치고 올라오면 이성은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려나기 마련이었다.“어차피 믿지도 않을 거면서, 왜 물어? 내가 뭘 어떻게 말해도 너한테는 전부 거짓말로밖에 안 들릴 텐데, 말해 봐야 소용 있겠어?”양시은은 완전히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다.그녀는 몇 년 동안 줄곧 힘든 삶을 살아왔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가 가장 괴로운 법이다. 거기에 경제적 압박까지 겹쳤다.이제는 양채은까지 챙겨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나도현은 그녀를 몰아붙이기만 했다. 순간 양시은은 베란다 난간에서 그냥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그러나 곧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아이가 떠올랐다.‘내가 죽으면 누가 그 아이를 진심으로 보살펴 줄까?’그 생각에 바로 마음을 접었다.“양시은, 지금 나한테 말대답하는 거야?”나도현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는 양시은을 난간 쪽으로 밀치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치마를 걷어올리려고 했다.“말하고 싶지 않다면 하지 마. 어차피 네가 떠드는 건 하나도 들을 가치가 없으니까.”“안 돼... 이러지 마!”양시은이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다음 순간, 짝 하는 소리가 또렷하게 울렸다.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52화

    “언니, 여기 잠깐 앉아 있어. 내가 가서 문 열고 올게.”양채은은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온 사람은 역시 나도현이었는데 손에 쇼핑백을 잔뜩 들고 있었다.“태경 씨, 뭘 이렇게 많이 챙겨왔어요? 그냥 몸만 오면 되는데... 얼른 들어와 앉아요. 제가 차 한 잔 따라줄게요.”양채은은 서둘러 그의 손에서 쇼핑백을 받았다.나도현은 슬리퍼로 갈아 신고 거실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양시은 바로 옆에 앉아 그녀의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리더니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양채은을 바라보며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채은아, 임신했으면 쉬어야지. 그런 건 네가 안 해도 돼. 내가 하면 되니까.”“제 몸 상태는 제가 알아요. 지금 입덧도 없으니까 괜찮아요. 오히려 태경 씨가 하루 종일 고생했는데 저까지 챙기게 할 수는 없죠.”양채은은 손을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나쁜 나도현을 챙겨주고 싶은 것도 있고, 언니인 양시은을 돕고 싶은 것도 있었다.일반 남자라면 양시은과 같은 언니가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겁먹고 도망갔을 것이다. 경제적인 지원은 상상도 못 한다.나도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손길은 점점 대담해져서 양시은의 치마를 걷어 올리려 했다.양시은은 겁에 질려 두 다리를 바짝 모았고 눈가가 또다시 촉촉해졌다.“하지 마...”“뭘 하지 말라는 건데? 크게 말해 봐. 나처럼.”나도현은 한 손으로 양시은의 손을 붙잡고, 다른 손을 그녀의 등 뒤로 돌렸다. 그가 검지와 엄지를 살짝 움직이자 속박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너무 무서워서 미칠 것 같았다.“그만...”“날 두고 다른 남자랑 있을 때도 이렇게 부끄러워했어?”나도현은 이를 악물었다.반면 양시은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에게 남자는 나도현 한 명뿐이었다. 그를 제외하면 손조차 잡아본 적 없었고 이런 친밀한 행동은 더더욱 없었다.지금은 자세히 생각할 틈도 없이 그에게서 벗어날 궁리만 했다. 하지만 그녀가 옆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51화

    하민이 수술비가 필요하다면 양채은도 똑같이 산전 검사할 돈이 필요했다. 그녀가 돈을 가져가면 양채은은 어떡하란 말인가?“안 될 게 뭐가 있어! 하민이 살리는 게 중요하지. 남도 아니고 왜 나랑 이런 걸 따지고 그래.”양채은은 추호도 물러서지 않고 은행카드를 억지로 건넸다. 양시은은 계속해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양채은이 기분 상한 티를 냈다.“언니, 대체 뭘 걱정하고 있는 거야? 우리 바로 쓸 수 있는 돈이 적은 건 사실이야. 근데 여기 별장도 있듯이 병원에 못 갈 정도로 가난해질 일은 없어.”양시은은 걱정되는 것이 있어도 어떻게 말하지 못했다. 나도현에게 별장 하나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 정도 돈도 쉽게 꺼낼 수 있었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는 이렇듯 컸다. 한 사람은 하늘에, 한 사람은 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둘 사이의 간격이 너무나도 컸다.만약 나도현이 원한다면 하민의 치료비는 얼마든지 부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태도를 봤을 때 도와줄 것 같지 않았다.하민이 일을 말해 봤자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며 비아냥대기만 할 것 같았다.“아무튼 이 돈을 일단 받아. 내가 내일 보석 좀 팔든지 할 테니까. 있어봐, 보여줄게.”양채은은 침실에 달려가서 주얼리를 담은 박스를 가져왔다. 그 안에는 금도 있고 다이아몬드도 있었다. 디자인은 전부 흔히 보이는 것들이었다.양채은의 취향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녀가 황궁에서 쓸법한 화려한 주얼리를 좋아한다는 건 양시은도 알았다.“전에 일부러 금값이 좋을 때 사러 갔었어. 이름값으로 돈 낭비하지 않게 유명한 브랜드도 아니고. 어차피 순금이니까 브랜드든 아니든 파는 값은 같을 거 아니야.”양채은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돈 아낄 줄 아는 자신이 내심 뿌듯한 모양이었다.반대로 양시은은 잠깐 멈칫하더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는 동생을 꼭 끌어안은 채 눈물을 펑펑 흘려댔다.“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줘?”‘난 아무것도 못 해주는데...’자신은 양채은과 같은 동생이 있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50화

    “채은아, 너 정말 진심으로 저 사람을 좋아해?”걱정스러운 눈길로 자신을 보는 동생에 양시은은 용기를 내어 물었다. 어쩌면 두 사람을 떼어놓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말이다.길게 아파하는 것보다 짧게 아파하고 끝내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그녀의 말에 양채은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당연하지. 언니, 설마 지금 나란 태경 씨 헤어지게 하려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양시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우리 둘은 서로 사랑하고 있어. 난 정말로, 진심으로 태경 씨를 사랑해. 태경 씨는 나한테 흠잡을 데 없이 아주 잘해주거든. 언니가 남자도 믿지 않고 사랑도 믿지 않는다는 거 알지만 곧 아이의 엄마가 될 사람한테는 다르지. 난 내 아이가 아빠 없이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아.”양채은은 그녀의 손을 잡아 아기가 있는 배 위에 올렸다.“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나고 있어. 그래서 난 아기를 위해서라도 태경 씨와 헤어지지 않을 거야. 그리고 이미 약혼식도 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태경 씨와 함께 살 거야.”이렇게까지 말하는 데 양시은이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는가.그녀도 사랑해본 적 있었기에 사랑에 빠진 그 기분을 당연히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나도현은...“둘이서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 남은 건 집에 가서 해. 늦었는데 이젠 집으로 가야지.”나도현이 저벅저벅 걸어온 뒤 양채은의 팔에 팔짱을 끼면서 나란히 섰다.양시은 두 사람을 따라 밖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호텔 프런트를 지나칠 때 양채은은 다가가 계산하려고 했고 손에 들고 있는 것도 당연하게도 나도현의 카드였다.양시은은 자리에 멈춰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순간 나도현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두 사람은 넓은 로비에 서 있었던지라 양채은이 고개를 돌리기만 하면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양시은은 놀란 고양이처럼 황급히 그의 손을 쳐냈다.“이러지 마.”“그럼 밤에 얌전히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자꾸 거슬리게 하지 말라고. 나도 참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나도현은 그녀를 난처하게 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49화

    나용민과 박은희는 쉽게 넘어갈 사람들이 아니었다. 나도현의 결혼 문제에 있어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상대의 집안이었는데 지금 나도현이 결혼하려는 여자는 특별한 배경도 없었고 그렇다고 잘사는 집 딸도 아니었다.그런 그들이 어떻게 양채은을 며느리로 받아들이겠는가.“아니. 잊지 마, 네가 해외에서 사고 쳤을 때 누가 수습해줬는지. 설마 날 배신해서 우리 부모님께 알릴 건 아니겠지?”나성원은 바로 고개를 저으며 충성심을 보여주었다.“형,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요. 설령 우리 아버지를 배신하는 한이 있어도 형을 배신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오늘 이 일은 제가 무덤까지 가져가긴 할 거지만... 아무리 제가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평생 숨길 수는 없을 거예요. 형 부모님이 언젠가 아시게 될 거예요.”이미 나용민과 박은희는 아들에게 맞선 상대를 알아봐 주고 있었고 어떻게든 잘사는 집안의 딸과 엮어주려고 할 것이었다.하지만 그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화를 낼 것이고 그때는 아무도 좋은 나날을 보내지 못할 것이다.“네가 입단속만 잘하면 돼. 난 너 빼고 가족 중 아무도 안 불렀으니까. 그러니까 날 실망시키지 마.”나도현이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툭툭 치자 나성원은 등골이 서늘해졌다.“하하, 알겠어요. 형.”그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은 후 주위를 두리번대며 구경하고 나니 더 머리가 지끈거렸다.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란 말인가.하필이면 이때 박은희가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성원아, 내가 지금 도현이 맞선 상대를 골라주고 있는데 네가 좀 봐주렴. 너희 같은 젊은이들이 어떤 아가씨를 좋아하는지 도통 모르겠구나.]곧이어 여러 타입의 여자 사진들이 도착했고 그중에는 귀염, 섹시, 성숙한 유형도 있었다.사진 속 여자들의 공통점은 오로지 하나였고 전부 잘사는 집안의 딸이라는 것이다.그는 대충 사진을 보고 나서 고개를 들어 드레스를 입은 양채은을 본 후 에둘러 답장했다.[사실 저는 형이 좋아하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48화

    “태경 씨, 방금 우리 언니랑 무슨 말을 했어요?”손님맞이를 끝낸 양 채는 이 고개를 돌려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오늘은 언니에게 처음으로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날이기도 했기에 그녀는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만약 언니가 강태경을 탐탁지 않아 하면 어쩌나 생각하면서 말이다.나도현은 고개를 저었다.“그냥 간단히 인사를 나눴어.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 언니는 너한테 어떤 사람이야?”“언니는 나한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착한 사람이에요. 저한테 엄청 잘해주기도 하고 언니는 친구들한테도 인기가 많아요. 근데 조금 아쉬운 게 있죠.”뭔가가 떠오른 양채은이 한숨을 내쉬자 나도현은 얼른 캐물었다.“왜? 나한테 말해주면 안 돼?”“어차피 이제 한 가족이니까 못 말할 것도 없죠. 언니한테는 아주 사랑하던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하지만 두 사람은 헤어졌죠. 그 일로 언니는 한동안 슬픔에 빠져나오지 못했어요.”그 남자만 언급하면 양채은은 안색이 좋지 못했다.두 사람이 왜 헤어졌는지는 양시은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기에 그녀도 몰랐다.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었다. 언니는 너무 착하고 그 사람을 너무 사랑했으며 헤어진 후 몇 년 동안 힘들어하며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었다.그런 것을 보면 분명 그 남자가 언니에게 상처를 준 것이 틀림없었다.그렇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이미 결혼하고도 남았고 둘째까지 낳고 살았을 것이다.나도현은 그녀의 말에 흥미를 느껴 조금 더 물어보려고 했지만 양채은은 아는 게 없었고 흥미가 사라지고 말았다.“참, 태경 씨. 우리 언니가 사는 집의 집주인이 갑자기 방을 빼라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방을 빼면 갈 곳도 없고 다시 새로 집을 구하기도 힘들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언니를 우리가 사는 집에 들어와 살게 해도 될까요? 마침 저도 임신해서 언니의 도움이 필요하거든요.”양채은은 설령 그가 거절이라도 할까 봐 걱정했지만 그녀가 말을 꺼내자마자 그는 바로 허락해 주었다.“네 언니면 내 누나기도 하지. 그냥 들어와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447화

    나도현은 일부러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더 가까이 다가간 뒤 물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지금 당장 양채은에게 달려가서 헤어지자고 할까? 방금 우리 둘이 했던 그 짓도 말해주고 양채은을 병원으로 끌고 가서 아기를 지우라고 하면. 그럼 만족할 거야?”“아니야!”양시은은 다급하게 반박했지만 그녀의 안색은 창백해져 있었다.“채은이 배 속에 있는 아기는 네 자식이라고.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양채은은 늘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을 꿈으로 여겼다. 그걸 알고 있었던 그녀는 절대 양채은의 꿈이 무너지게 할 수 없었다.“그럼. 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나도현은 다시 굽혔던 몸을 피곤 그녀를 위아래 훑어보았다.“아까 그 용기로 네 생각을 말해 봐. 양시은.”“내가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갚을 거야. 원하는 금액을 말해줘. 내가 어떻게든 마련해 볼 테니까. 그리고 우리는 다시는 만나지 않는 거야. 앞으로 채은이한테도 잘해줘. 나는 그냥 죽은 사람으로 취급하면 돼. 아니면 내가 여기를 떠날게. 외국이든 어디든 떠나서 절대 네 앞에 나타나 거슬리게 하지 않을게.”양시은은 간절하게 말했다.그녀와 나도현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기에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의 눈앞에서 사라져 그와 양채은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었다.나도현의 미간이 점점 더 구겨지고 두 눈엔 분노가 짙어졌다.한참 지나자 그는 분노에 기가 찬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정말 꿈도 크다. 덕분에 난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만약 노벨상에 엉뚱상이 있다면 넌 반드시 받을 거야.”양시은은 묵묵히 고개를 푹 숙였다.그녀는 방금 자신이 한 말들이 분명 나도현에게 하찮게 보일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경성 최고의 엘리트 변호사로서 그가 받는 월급은 일반인이 상상도 못 할 만큼 엄청났고 집안에도 돈이 많았다...그러나 문제는 적디적은 돈 말고는 지금 그녀가 내놓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난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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