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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지유는 병실에 조금 더 누워 있다가 슬픔을 안은 채 병원을 나섰다.

“지유야!”

지희는 창백한 지유의 얼굴과 머리에 난 상처를 보며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

“헐,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시간이면 출근 중이었을 텐데 이거 산재 아니야?”

지희가 물었다.

“여이현은?”

“몰라.”

지희는 어딘가 이상한 지유의 표정에 그녀가 머리만 다친 게 아니라는 걸 눈치채고 코웃음을 쳤다.

“그 사람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일하면서 다치기까지 했는데 남편이라는 사람이 코빼기도 안 보이는 게 말이 돼? 죽은 거나 다름없는 남편이네.”

“곧 남편도 아니야.”

“뭐? 이혼하재?”

지희의 표정이 삭 변했다.

“내가 이혼하고 싶은 거야.”

이에 지희의 태도가 또 한 번 변했다.

“그래, 지금 당장 해!”

지희가 경고했다.

“재산 절반 나눠 가지는 거 잊지 말고. 총명한 여자라면 사람을 가질 수 없으면 돈이라도 가져야지. 돈이 있는데 좋은 남자를 못 찾겠어? 위자료 받으면 찾을 수 있는 만큼 찾는 거야. 착한 놈, 잘 챙겨주는 놈 찾아서 맨날 대접받고 사는 거지.”

사실 처음부터 계약뿐인 결혼이라 이혼한다 해도 아무것도 차례지는 게 없었다.

“지유야.”

지희가 갑자기 지유의 이름을 부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근데 왜 갑자기 이혼을 결정한 거야? 오랫동안 좋아했잖아. 여이현이 바람을 피우지 않는 이상 쉽게 포기하지 않았을 텐데.”

지유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기사 못 봤어? 노승아 씨 귀국했잖아.”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붙어먹은 거야?”

지유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이현을 계속 헐뜯었다.

“혼내 외도라, 그럼 죄가 더 무거워지는 거지. 위자료 더 받을 수 있겠다. 지유야, 진짜 경고하는데 마음 약해지면 안 된다. 아무것도 따지지 마. 결혼이 유효한 이상 여이현의 재산 중 절반은 네 거야. 그래 뭐 절반은 아니더라도 3분의 1 정도는 있겠지. 게다가 외도라니, 못 들어주겠다고 하면 모든 사람이 알게 판을 키워. 사람들 눈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파렴치하지는 않겠지.”

“나 이미 결정했어.”

지유의 반응은 매우 차분했다.

그녀는 종래로 결정하지 않은 일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말을 꺼냈다는 건 그녀도 정말 지쳤다는 것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 결혼을 계속 이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오늘 너희 집으로 갈게. 그 사람 마주치고 싶지 않아.”

이현이 승아와 밤새 같이 있었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지금 다시 마주치면 무조건 부자연스러울 것이고 그러다 또 싸우게 될 것이다.

이혼하기 전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이기 싫었다.

그리고 그녀의 자리라고는 없는 그 집에 돌아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우리 집으로 가자. 가서 삼계탕 푹 고아줄게. 진짜 여씨 집안은 생지옥이 따로 없는 것 같아. 우리 지유가 고새 이렇게 야위었다니 정말 그 사람들은 인간도 아니야.”

지희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지유를 부축해 걸었다. 정말 조상님까지 하나하나 꺼내 읊어줄 심산인 것 같았다.

이현이 돌아왔을 땐 이미 이튿날 아침이었다.

침실로 돌아와 보니 아무도 없었고 이불도 잘 개어져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때 지유는 잠을 자고 있어야 맞았다.

이현이 물었다.

“지유 어디 갔어요?”

도우미가 멈칫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사모님 어제 안 들어오셨습니다.”

이현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제 전화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 일 없던 지유가 왜 갑자기 집에 돌아오지 않는지 의문이었다.

모든 정신을 지유에게 팔기 싫었던 이현은 더는 묻지 않았다. 그는 샤워를 하고는 출근하러 갔다.

회사에 도착해서야 이현은 어제 공사장에서 사고가 났다는 걸 알았다.

그가 없으니 책임은 지유에게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실종이라, 납득이 가지 않았다.

서유는 확실히 요 며칠 업무 상태가 약간 붕 떠 있긴 했다.

이현이 얼른 지유에게 전화를 걸었다.

샤워하고 나온 지유가 핸드폰이 울리자 그쪽으로 달려갔다. 화면에 뜬 이현의 이름에 지유는 생각이 많아졌다.

“무슨 일이에요?”

“너 어젯밤 어디 갔었어”

이현의 목소리가 어딘가 차가웠다.

“친구 집에 있었어요.”

이현이 엄숙하게 물었다.

“공사장에서 그렇게 큰일이 벌어졌는데 왜 내게 알리지 않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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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실
70년대 같아요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 하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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