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5화

Author: 류한나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5-08 17:45:54
승아의 얼굴이 순간 부어올랐다. 승아는 얼른 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눈물을 뚝뚝 떨궜다. 그 모습이 참으로 가여웠다.

승아는 역시 무대가 어울렸다. 불쌍한 척하는 것도 아주 예술이었다.

아까 막무가내로 덤비는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지유도 승아가 가엽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말 좀 가려서 해요!”

지유도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승아가 억울하다는 듯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지유 언니, 저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어요. 저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저는 언니 남자를 뺏은 적이 없어요. 오해하지 마요...”

“온지유!”

이현의 목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

지유가 깜짝 놀랐다. 그가 갑자기 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

그러다 이내 자신이 승아가 파놓은 함정에 빠졌다는 걸 깨달았다.

지유가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이현이 어두운 표정으로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죽을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말이다.

이현이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연약한 승아를 자기 품으로 당겨왔다.

그 힘이 어찌나 센지 지유도 관성에 비틀거리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오빠.”

승아가 눈물을 뚝뚝 떨구며 말했다.

이현이 차가운 눈빛으로 지유를 쏘아보며 딱딱하게 말했다.

“사과해.”

지유는 그런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사과하라는 이현의 말이 비수가 되어 지유의 심장을 후벼팠다.

기분이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지유는 억지로 추스르며 말했다.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데요?”

“네가 승아한테 손댄 거 내가 못 봤을 거라 생각해?”

이현이 싸늘하게 말했다.

승아가 이현을 말리며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 지유 언니 너무 탓하지 마요. 지유 언니 기분을 잡치게 했으니 다 내 탓이에요.”

“그래도 이렇게 제멋대로 나오면 안 되지.”

여기는 사람이 적고 기자도 없었기에 사진이 찍힐 일도 없었다.

그들이 대담하게 애정 행각을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었다.

지유는 숨이 점점 조여오는 것 같았다. 무엇이든 넘치면 해가 된다고 했는데 그녀는 오늘 자신감이 너무 넘쳤던 것 같다.

지유는 이현에게 도대체 뭘까?

아내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낯선 사람보다 못했다.

이현은 차갑고 매정한 이현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난 당신 앞에서 한 번도 제멋대로 나간 적이 없어요.”

지유는 제멋대로 나가지도 않았다.

그러니 시끄러워질 일도 만들 리가 없었다.

누가 그랬던가, 착하면 오히려 손해라고.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이현 곁을 오래 지키면서 업무적인 접대를 하고 술에 취해도 지유는 직접 차를 잡아 집으로 돌아갔다.

아프거나 다쳐도 그가 걱정하지 않게 혼자 병원으로 향했다.

그가 신경 쓰는 게 싫어서 그랬지만 오히려 그는 지유가 무쇠로 만든 몸이라 다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승아한테 사과하라니까, 세 번 말하게 할래?”

이현이 미간을 찌푸리고 언짢은 티를 냈다. 인내심이 바닥난 게 틀림없었다.

다른 건 다 양보해도 이건 양보할 수가 없어 지유가 고집을 부렸다.

“난 잘못한 게 없어요. 그러니 사과도 안 해요.”

“꼭 내 기분을 잡치는 일을 해야겠어?”

지유는 이현의 인내심이 극에 달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한 번만 더 반항하면 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때.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네.”

오자마자 지유가 힘없이 당하는 광경을 본 지희가 얼굴을 굳히고 지유를 막아 나섰다.

“정말 우리 지유가 만만한 줄 알아요? 지유 편 들어줄 사람이 없다고 이렇게 괴롭히나 본데, 여이현 씨, 지유 아직 당신이랑 이혼하기 전이에요. 그런데 벌써 저 세컨드를 감싸고 도는 거예요? 밖에 기자들도 많은데 좋은 구경거리 만들어 줄까요?”

이현이 차가운 눈빛으로 지희를 쏘아봤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이현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지희는 말은 당당하게 내뱉었지만 이현이 무섭게 쏘아보자 순간 기세가 살짝 눌렸다.

“제 말은 상황을 너무 걷잡을 수 없게 만들면 누구든 다 손해라는 거예요.”

지희는 승아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 전시 보러 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기자들이 냄새라도 맡으면 어떡하려고요?”

승아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기에 이현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한발 물러섰다.

“오빠, 그만해요. 나는 괜찮아요. 피곤한데 먼저 내려가서 쉬면 안 돼요?”

이현은 하얗게 질린 승아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승아의 팔을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피곤하면 이런 행사는 참석하지 마.”

이현도 더는 따지지 않고 승아를 이끈 채 자리를 떠났다.

지유는 두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지유에게 아무 설명도 없이 당당하게 자리를 비우는 두 사람을 보며 지유는 자신을 비웃었다.

‘사모님’이라는 타이틀을 가지면 뭐 해? 이현이 단 한 번도 그녀를 아내로 받아들인 적이 없는데.

지희는 떠나가는 두 사람을 보며 속으로 욕했다.

‘연놈들, 정말 역겨워.’

고개를 돌려보니 지유가 눈시울을 붉힌 채 그들이 떠나간 자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지희가 얼른 지유를 다독였다.

“지유야, 신경 쓰지 마. 노승아가 올 줄은 몰랐어. 알았다면 바로 입장 금지라고 했을 텐데. 미안해. 또 속상하게 했네.”

두 사람이 그녀를 앞에 두고 꽁냥거리는 걸 직접 두 눈으로 확인했으니 얼마나 열불이 터질까.

지희는 지유가 속상한 게 싫었다.

지희가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더니 꽉 움켜쥐었던 주먹에 힘을 풀었다.

“여기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언젠간 마주쳤을 거야.”

한편, 이현은 승아를 휴식실로 데려다주고 그녀가 자리에 앉자 바로 잡고 있던 팔을 놓았다.

“얼굴은 좀 어때?”

이현이 물었다.

원하던 목적에 도달한 승아가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요.”

이현은 승아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얼굴이 이렇게 부었는데 장난해?”

승아가 멈칫하더니 자기 얼굴을 쓰다듬었다. 얼얼한 게 아픈 건 사실이었다.

“언니가 세게 때리긴 했는데, 언니를 화나게 한 내 잘못이니 어쩔 수 없죠.”

“이런 얼굴로 화보는 어떻게 찍어?”

이현이 승아의 말을 자르며 진지하게 물었다.

“많이 부었는데 화장품으로 가려지겠어? 스케줄 영향 주는 거 아니지?”

승아는 그제야 이현을 도와 여진그룹의 화보를 찍어주겠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얼음으로 냉찜질 좀 하면 돼요. 걱정하지 말아요. 나 할 수 있어요.”

이현이 사람을 불러왔다.

승아의 매니저가 얼음으로 얼굴을 찜질해 줬다.

이현은 계속 옆에서 전화하고 있었다.

승아는 몰래 그런 이현을 훔쳐봤다. 그는 일할 때 매우 진지했고 웃음기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약간 인정머리 없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매력은 넘쳤다. 이에 승아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승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현의 일을 돕는다는 생각에 승아는 그와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야말로 이현과 천생연분이다.

지유 따위가 뭐라고, 그냥 이현의 비서일 뿐이라고 승아는 생각했다.

이현은 전화를 끊더니 승아를 힐끔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 나올 필요 없어.”

이 말에 승아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왜요? 나 할 수 있는데.”

이현이 붓기가 하나도 가시지 않은 승아의 얼굴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빨리 내려가지는 않을 것 같아서. 촬영에 차질을 줄 바엔 내일 다시 얘기하는 게 좋겠다.”

승아가 자책하며 말했다.

“미안해요. 다 내 잘못이에요. 오후에 촬영 있는 거 알면서 다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이현은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승아의 매니저에게 말했다.

“데리고 가서 쉬어요.”

승아는 이현과 함께 있고 싶었다.

오후 촬영이 내일로 연기되었으니 더 할 일이 없어졌다. 승아의 목적은 원래 둘만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기에 매니저를 밀쳐내고 이렇게 말했다.

“오빠, 나...”

승아의 말을 듣지 못한 이현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덤덤하게 물었다.

“온지유, 너 지금 어디야?”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오경은
승아가 너무 얄밉네여
VIEW ALL COMMENTS

Related chapters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화

    승아는 바로 입을 닫았다.아직 행사 참석 중이던 지유는 이현이 걸어온 전화가 퍽 의외였다. 승아와 로맨틱한 데이트라도 즐기느라 자기를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지유는 기분을 잘 추스르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전화를 받았다.“아직 전시장에 있어요.”“끝나면 나랑 회사로 돌아가자.”이현이 이렇게 말했다.지유는 이 말이 휴가는 더 이상 없고 일하러 가자는 말처럼 들렸다.그래도 그녀는 이현의 요구를 들어주는 수밖에 없었다.이현은 전화를 끊고 뒤를 돌아봤다. 승아가 아직 옆에 서 있자 이렇게 물었다.“아까 뭐라고?”이현가 단둘이 있고 싶었던 승아는 통화 내용을 듣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말을 바꿨다.“난 그러면 들어가서 쉴게요. 내일 봐요.”“응.”이현이 이렇게 대답했다.하지만 승아는 내키지 않았다.“내일 저녁에 시간 있어요?”“상황 봐야 해.”“내일 저녁에 시간 되면 밥 한번 사고 싶어서요.”“내일 다시 보자.”이현이 바로 이렇게 말했다.이현이 수락했다고 생각한 승아는 기분이 좋아져 매니저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지유는 지희와 함께 있었다.지희가 물었다.“여이현이 걸어온 전화야?”“응.”“세컨드랑 같이 있을 텐데 너한테 왜 전화했대?”“이따가 같이 회사로 들어가재.”지희가 말했다.“정말 숨을 쉴 틈을 주지 않네. 기회만 되면 너를 뼈까지 발라 먹으려고 난리다 아주. 너는 왜 된다고 했어?”“오후에는 딱히 볼일이 없거든. 일하면 잡생각이 좀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지희가 고개를 저었다. 정말 지유도 대단한 워커홀릭이었다. 있는 집 사모님 중에 일하러 나가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하지만 지유의 생각은 달랐다.지희는 지유가 맨날 이현의 주위을 맴도는 게 싫어서 이렇게 말했다.“빨리 결정해. 어차피 여이현과 이혼할 거라면 이혼 전에 잘 봐봐. 혹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을지 누가 알아? 그럼 환승도 가능하잖아. 그래야 여이현도 깨닫지, 너를 잃은 게 얼마나 큰 손실인지.”지유가 물었다.“왜 꼭

    Last Updated : 2024-05-08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화

    남자는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부드러운 눈빛으로 지유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나민우, 우리 초등학교, 중학교 다 같은 반이었어.”지유는 머릿속에서 그 이름을 잠깐 떠올려봤다.그녀가 기억하는 민우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그때 민우는 뚱뚱했고 매 학기마다 제일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지유는 민우와 얘기를 나눠본 적이 별로 없었다.그녀는 성적이 좋았던지라 늘 간부였고 숙제를 거둘 때만 그와 몇 마디 나눴을 뿐이다.지금의 민우는 한 번에 알아보지 못할 만큼 잘생겨졌다.“나민우?”지유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너 왜 이렇게 변했어? 몰라보겠다야.”“그래, 많이 변하긴 했지. 몰라봐도 이상해할 거 없어.”민우가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봤다.“다들 나 못 알아보더라. 근데 나는 너 기억해.”지유는 옛 친구를 만나니 기분이 좋아졌다.일을 하고 난 후로 매번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동창회에 간 적이 별로 없었다.지유는 생활이 단조로운 편이었다. 일과 가족, 그리고 업무적으로 알고 있는 파트너 외에 친구라고는 지희 하나뿐이었다.생각해 보니 생활이 정말 너무 재미없어 보였다. 대부분 시간을 이현에게 가져다 바쳤기 때문이다.“중학교 졸업하고 어디 갔어? 그 뒤로 소식 못 들은 것 같은데.”지유가 민우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유학 하러 갔었어.”민우가 대답했다.“최근에 귀국한 거야.”“그랬구나.”지유는 한 웅큼이나 젖은 그의 슈트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일단 벗어서 줘. 내가 씻어줄게.”“진짜 괜찮아.”지유가 말했다.“어렵게 만났는데 이런 큰 선물을 줬으니 마음이 내려가지 않네. 씻으면 바로 가져다줄게.”지유가 계속 고집을 부리자 민우도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그래 그럼.”그는 슈트를 벗어 지유에게 건네주었다.다행히 안에 입은 셔츠는 젖지 않아 보기에 그렇게 참담해 보이지는 않았다.지유는 쇼핑백에 바로 슈트를 개어 담았다.“나 대표님.”갑자기 누군가 민우를 부르며 열정적으로 인사를 건넸다.

    Last Updated : 2024-05-08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8화

    지유는 바로 옆에 있는 민우가 들었다가 상황이 난처해질까 봐 지희에게 그만하라고 했다.지희는 하는 수 없이 지유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민우는 다른 사람과 인사치레로 몇 마디 나누고는 다시 지유 곁으로 돌아왔다.지희가 이렇게 말했다.“대표님, 귀한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민우가 대답했다.“지희 씨, 이번 전시가 아주 성공적으로 잘 된 것 같네요. 영향력이 날로 올라가는 거 같아요.”“문인들의 일개 취미일 뿐 대표님과는 비길 수 없죠.”지희가 지유를 밀며 이렇게 말했다.“두 분이 옛 친구라고 들었는데 혹시 지희 좀 바래다주시면 안 될까요? 오후에 회사로 들어간대요.”지희에게 밀쳐진 지유는 순간 당황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데 나민우가 이렇게 말했다.“마침 저도 다른 일정이 없어서 데려다줄 수 있겠네요.”지희가 지유를 향해 눈을 찡긋거리며 공손하게 말했다.“그럼 대표님 부탁드릴게요.”지희는 지유를 민우 곁으로 가까이 데려갔다“옛 친구끼리 할 얘기도 많을 텐데 천천히 얘기 나누세요. 저는 멀리 안 나갑니다.”지희는 두 사람에게 단둘이 있을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었다.지유는 그런 지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민우가 있어 입 밖에 꺼내지는 못했다.자신의 임무를 완성한 지희는 바로 자리를 떴다.지유는 민우를 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 동창이긴 했지만 너무 오랜만이었다.“지희 말 들을 필요 없어. 바쁘면 가서 일 봐. 나 데려다줄 필요 없어.”지유는 이현과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민우가 이렇게 말했다.“데려다주는 게 뭐 어때서? 나도 너랑 수다 좀 떨고 싶어.”지유가 넋을 잃었다.“뭐?”민우가 웃으며 말했다.“오해는 하지 말고. 외국에 너무 오래 있어서 국내에서는 친구가 별로 없거든. 너를 만나니까 반가워서 그래.”지유가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그와 보폭을 맞췄다.“아까 너를 쓴 기사를 봤는데 M국에서 완전 잘나가던데? 너 이렇게 출세했을 줄은 몰랐다.”“운

    Last Updated : 2024-05-08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화

    그러다 지유가 다른 남자 품에 안겨 있는 걸 보게 되었다.둘의 행동은 무척이나 가까워 보였고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이현의 미간이 순간 구겨지더니 차갑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고 매서운 눈빛으로 안고 있는 두 사람을 쏘아봤다.이현의 기억 속에 지유는 남성 친구가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아무튼 이현은 만나본 적이 없었다.갑자기 튀어나온 남자에 이현은 가슴이 먹먹한 게 불편했다.이현은 자기도 모르게 보폭이 빨라졌다.차에 부딪힐 뻔한 지유는 놀라서 잠깐 멍을 때리고 있다가 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생각에 얼른 그의 품에서 나왔다.“괜찮아? 다친 데는 없지?”민우가 걱정스럽게 물었다.“난 괜찮아. 고마워.”지유가 예의 바르게 웃으며 말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민우가 말했다.“봐봐. 만나서 지금까지 넌 계속 미안해하지 않으면 고마워하고 있어. 그렇게 내외하지 않아도 돼.”민우는 그녀와 거리를 조금 좁히고 싶었다.지유는 예의 바른 사람이었기에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늘 공손했다.하지만 민우도 자신이 그렇게 공손한 게 싫은 것 같았다. 그래도 지유는 그에게 부담을 주는 게 싫었다.마침 지유의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를 본 이현이 이를 매우 거슬려했다.지유는 이현 앞에서 이렇게 마음 놓고 편하게 웃어본 적이 없었다.이 남자가 지유를 더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현도 순간 발견한 게 있었다. 지유에게 쏟은 관심이 너무 적었기에 그녀 옆에 다른 남자가 나타났다는 걸 모르고 있었고 지유가 다른 남자 앞에서 이렇게 즐겁게 웃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게다가 이현의 옆을 오래 지키다가 그의 아내가 되긴 했지만 태도는 늘 공손했고 그와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했다.비교되는 상황에 이현은 불쾌했다.“온지유!”이현의 목소리에 여유롭던 두 사람의 대화가 뚝 끊겼다.지유는 얼른 고개를 돌려 이현 쪽을 바라봤다. 얼굴에 걸린 미소도 순간 사라졌다.이를 본 이현은 점점 더 불쾌해졌다.그를 보고 웃음이 사라진다?두

    Last Updated : 2024-05-08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화

    이현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에 지유는 깜짝 놀랐다.이는 이현과 그녀 사이에 제일 은밀한 비밀이었다.그걸 이현이 지금 입 밖에 꺼낸 것이다.지유는 경각심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민우는 너무 의외라 한참 넋을 놓고 있더니 정신을 차리고 차분하게 물었다.“여 대표님은 어떻게 아셨어요?”이현이 입을 열려는데 지유가 잽싸게 치고 들었다.“대표님 장난 한 거야.”이에 이현의 말문이 막혔다.지유는 미소를 지으며 이현의 손에서 벗어났다.“졸업하고 계속 일하느라 바빠서 결혼을 고민할 틈이 없었어. 오해하지 마.”지유가 민우에게 말했다.이를 들은 이현은 미간을 구긴 채 지유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앙다문 입술이 그가 얼마나 언짢은지 알려주고 있었다.“그런 거였구나.”민우가 한시름 놓으며 말했다.“그럼 됐어. 결혼했다는 소식을 전혀 듣지 못해서 의아했는데.”지유가 결혼했다면 민우도 아마 소식을 전해 들었을 것이다.지유는 바로 이 화제를 뛰어넘어 이현에게 미쳐 날뛸 기회를 주지 않았다.“민우야. 대표님이랑 같이 회사 들어가기로 했거든. 바래다줄 필요 없어. 얼른 가서 일 봐.”민우는 그런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가는 길이 달라서 지유의 업무에 영향 주면 어쩌나 걱정하던 참이었기에 이를 수락했다.“그래, 그럼 나 먼저 갈게. 또 봐.”“응, 또 보자.”지유가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민우의 차는 바로 옆에 있었기에 차에 올라탄 민우는 창문을 내리고 지유에게 인사를 건네더니 유유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민우가 가고 나서야 지유의 불안했던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다른 사람이 우리 관계를 알게 될까 봐 무서워?”이현이 그녀 옆으로 걸어가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그쪽으로 고개를 돌린 지유가 되물었다.“우리가 무슨 사이인지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은 당신 아니에요?”이현이 입을 앙다문 채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여전히 매우 불쾌했다.“기억하고 있어요.”지유는 절대 감정적으로 움직이는 편이 아니었다. 결혼식 날 이

    Last Updated : 2024-05-08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1화

    예림은 얼른 주머니에서 옷을 꺼냈다.“온 비서님이 너무 바쁘기도 하고 마침 그쪽에 갈 일도 있고 해서 제가 가져왔습니다.”이현은 자신의 것이 아닌 슈트를 보더니 눈빛이 매서워졌다.남자의 슈트였다.이현은 문득 민우가 떠올랐다.그때 전시에서 지유가 민우를 만났을 때 이 쇼핑백을 들고 있었던 게 생각났다.하지만 그때 이현은 안에 뭐가 들었을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알고 보니 민우의 슈트였다.이현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예림은 그의 안색을 관찰했지만 별로 크게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이현이 표정 관리에 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예림이었기에 속으로는 분명히 언짢아할 거라고 생각해 이렇게 물었다.“대표님, 여기 놓을까요?”이현이 입술을 앙다문 채 차갑게 말했다.“놓고 나가요.”예림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네, 그럼 먼저 나가보겠습니다.”일을 마치고 난 예림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사무실에 나왔다. 지유가 이렇게 이현의 믿음을 저버리는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기분이 언짢았던 이현은 업무를 하면서도 그 슈트가 너무 거슬렸다.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지유는 사무실로 들어왔다.동창회에 참석하겠다고 했으니 야근을 할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이현이 아직 사무실에 남아 있었기에 지유는 먼저 퇴근하겠다고 말하러 들어왔다.지유는 이현이 업무를 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녀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이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봤다. 지유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지유는 오늘 이현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별다른 질문 없이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시간도 되었으니 이만 퇴근해 보겠습니다.”순간 이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지유는 살짝 의아하긴 했지만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 이현이 성난 사자처럼 한 걸음 한 걸음 그녀를 향해 다가오자 지유는 그제야 불길함을 느끼고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지유가 그런 이현을 떠보았다

    Last Updated : 2024-05-08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2화

    예약한 룸으로 가보니 2층은 확실히 조금 더 아늑하고 사람도 적었다.문이 열리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불렀다.“나 대표님 왔다, 나 대표님!”“민우야, 너 진짜 많이 달라졌다. 인물도 훤해지고 대표님까지, 너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줄을 섰겠어.”민우가 그 농담을 받아쳤다.“그건 나도 모르지, 고개 좀 돌려볼까, 있나 없나?”“그럼 아직 솔로라는 거네. 자,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여성분들, 이런 빛이 나는 솔로가 옆에 있는데 기회 잘 잡아야겠죠.”민우와 얘기를 나누던 친구들은 뒤에 서 있는 지유를 보고 잠깐 멈칫하더니 뭔가 알아챈 듯 웃으며 말했다.“오늘 귀한 손님이 한 명 더 왔네. 온지유.”지유가 이렇게 말했다.“미안, 내가 많이 늦었지.”“지유야, 너무한 거 아니야? 전에 동창회 했을 때는 거의 참석을 안 하더니. 오늘 민우 아니었으면 또 못 보는 거 아니야? 얼굴 보기 참 힘들어.”“근데 지유 너는 참 한결같이 예쁘다.”“예쁘면 좋지. 예쁜 것도 재산이라잖아. 지금 여진그룹 여 대표님 비서잖아. 그러니 나 대표랑도 같이 올 수 있는 거고.”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다들 수군거렸다.어떤 말에는 듣기 거북한 단어들도 있었다.하지만 지유는 다 받아들일 수 있었다. 수년간 쌓아온 사회 경험으로 이미 마음가짐도 웬만큼 단단해졌다.지유의 업무는 겉보기는 좋아 보여도 사실 다 같은 월급쟁이라는 걸 본인만 알고 있었다.민우는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지유가 너무 난처할까 봐 얼른 말을 돌렸다.“다들 도착했지. 오늘 내가 사는 거니까 다들 마음껏 먹어. 나 돈 아껴주려고 하지 말고.”“민우야, 너 이제 대표까지 달았는데 당연히 그런 생각은 안 하지.”지유는 자리에 앉은 친구들을 바라봤다. 날씬해진 사람, 뚱뚱해진 사람, 가정주부가 된 사람, 생활에 치여 성격이 많이 차분해진 사람, 어떤 사람은 많이 변했지만 어떤 사람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지유는 사람이 없는 구석으로 가서 앉고 싶었지만 민우가 이렇게 말했다.“지유야,

    Last Updated : 2024-05-08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3화

    친구들도 그의 대답을 무척 궁금해했다.민우가 멈칫하더니 친구들의 주목하게 입술을 열었다.“여기 없어. 너희들은 모르는 사람이야.”순간 친구들의 흥미가 떨어졌다.“아, 난 또 지유인 줄 알았네. 우리가 너무 헛다리 짚었다.”지유는 그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두 사람 사이는 예전보다 지금이 조금 더 가까웠다.그냥 친구들이 너무 떠들어대기를 좋아했을 뿐이다.그 뒤로 더는 그녀에게 시선이 쏠리지 않았다. 더는 그들의 화제에 끼지 않아도 되어서 지유도 홀가분했다.동창회라고는 하지만 남자들이 모이면 결국 술과 일 얘기였다.지유도 술을 조금 마셨다. 너무 오래 술을 마시지 않아서 그런지 이내 머리가 어지러웠고 술기운이 올라왔다.그때 누군가 수다를 떨면서 그녀의 이름을 꺼내는 게 들렸다.“중학교 동창 중에 그래도 지유가 잘나가긴 하지. 두 대표님 사이를 전전하면서 많이 벌었겠지?”“그런 방법으로 잘 나가는 건 나도 싫어. 명예를 얻긴 했지만 정당한 방법은 아니잖아. 지유 있는 집 자식 같지는 않은데 무려 에르메스를 들고 있어. 대표님 세컨드 노릇 하고 있는 거 아니야?”몇몇 여자 동창들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사실 그들은 지유가 올 때부터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입은 옷도 그렇고 손에 든 가방도 몇천만 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를 들고 있었다.만약 그냥 비서라면 이 정도까지는 아닐 것이라고 다들 생각했다.지유는 학교 다닐 때부터 그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그녀는 가십거리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 사는 것에 관심도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공부하기 싫어해 진작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터라 시야도 그렇고 경지도 그렇고 지유와는 아예 달랐다.“지유, 여진그룹 여 대표님 비서로 있잖아. 둘이 썸씽 있는 거 아니야?”“지유가 여진그룹 다닌 지도 6, 7년 됐지. 그런데도 직장 안 바꾸는 거 보면 진짜 여 대표님이 좋은 거 많이 해주나 봐.”“그걸로 재벌 집 며느리라도 되려고 그러나봐.”“지유가? 무슨 자격으로?

    Last Updated : 2024-05-08

Latest chapter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73화

    온지유는 여자아이 혼자 보낼 수 없었다. 이렇게 어린아이가 사고를 당하거나 나쁜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기 때문이다.그녀는 다시 여자아이를 안아 올리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무슨 일인지 이모한테 말해 줄래? 네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넌 엄마 아빠가 없어?”소녀는 울음을 삼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우리 아빠는 떠났어요. 다들 아빠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그러고 나서 엄마도 절 혼자 두고 떠나버렸어요. 어디로 간 건지도 모르겠어요. 아무도 절 돌보지 않아서 집에서 굶어 죽을 뻔했어요.”여자아이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온지유의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았다.그녀는 이야기를 듣고 대강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자아이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아이를 짐스럽게 여겨 의도적으로 버린 것이다.이렇게 어린아이가 집 주소와 전화번호는 물론 이름까지 모른다니 말이다.“이모, 우리 집에서는 아무도 제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았어요. 아빠랑 엄마는 그냥 저를 사월이라고만 불렀어요.”소녀는 눈가가 붉어진 채로 속삭였다.“제가 너무 멍청해서 그런 거겠죠? 제가 좀 더 똑똑했으면 엄마가 절 버리지 않았을 텐데...”“아니야.”온지유는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위로가 될지 몰라 머뭇거렸다. 아이에게 잘못이 있는 게 아니었다. 잘못은 그녀의 부모에게 있었다.여자아이를 사월이라고만 부르며 이름조차 제대로 불러주지 않았으니, 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더구나 아이를 낳았다면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아이가 똑똑하든, 그렇지 않든, 어떤 이유로도 아이를 버릴 권리는 없었다. 모든 아이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진실을 그대로 말한다면, 소녀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 남길까 두려웠다. 아이에게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했다.온지유는 여자아이를 위로하기 위해 거짓말로 이야기를 꾸며냈다.“아마도 네 엄마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을 거야. 일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72화

    강원에 도착했을 때는 점심이 되었다. 여이현은 그들을 데리고 가장 큰 백화점으로 갔다. 그리고 한참 구경하고 나서 백화점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갔다.이때 백화점 안에서 귀를 찌르는 화재 경보음이 들렸다.“불났나 봐. 빨리 나가자.”여이현은 별이를 훌쩍 안아 올리며 온지유의 손을 잡았다. 세 사람은 함께 출굴 나갔다.그들이 출구에 갔을 때 이미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그들은 백화점 안에 갇히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밖으로 밀려 나왔다.여이현은 별이를 안은 손에 힘을 더했다. 인파 속에서 흩어지기라도 하면 큰 일이니 말이다. 특히 별이는 아직 어린아이기 때문에 어른들 틈에서 사고를 당할 확률이 높았다. 별이도 지금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알기에 여이현을 꼭 끌어안았다.이때 한쪽에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가 된 온지유는 이런 소리에 유독 예민했다.황급히 고개를 돌려 보자 혼자 울고 있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꽃무늬 치마를 입은 여자아이는 별이 또래로 보였다.여자아이는 부모 없이 혼자 인파 속에 있었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 여자아이는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휘청댔다. 커다란 발이 이미 그녀의 발을 밟고 지나가고 있었다.온지유는 단호하게 여이현의 손을 놓았다.“별이 데리고 먼저 나가. 우린 밖에서 합류하자.”말을 마친 그녀는 여자아이 쪽으로 필사적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녀를 안아 올리면서 말했다.“네 부모님은? 어디 가셨어?”여아아이는 더 크게 울면서 온지유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 과정에 그녀의 팔에 난 상처들이 드러났다.온지유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설마 아동 학대인가?’어찌 됐든 지금은 이런 문제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그녀는 있는 힘껏 앞으로 걸어가서 무사히 출구로 빠져나갔다.백화점 밖으로 나간 그녀는 우선 여이현과 별이부터 찾았다. 다행히 두 사람은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한눈에 찾을 수 있었다.“별아, 너 괜찮아?”온지유는 후다닥 달려가서 별이부터 살폈다. 그리고 그의 몸에 생채기 하나 나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71화

    별이도 같은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그럼 나들이 가지 말고 아빠가 좀 더 쉬는 게 어때요? 저는 아빠가 푹 쉬시는 게 더 좋아요.”별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쉴 시간도 있어. 그러니까 마음껏 나가 놀아도 괜찮아.”여이현의 미소가 점점 선명해졌다. 그는 온지유와 별이에게 말했다.“두 사람이 간 다음 인사팀에 연락해서 새 비서를 뽑으라고 했어. 어제 드디어 괜찮은 사람을 뽑아서 오늘부터 출근했어. 내 일의 일부를 맡겨놨으니까 이제 좀 숨 돌릴 수 있을 거야.”“다행이네요.”온지유는 이제야 마음을 놓았다.그녀는 여이현의 일이 바쁜 걸 한 번도 탓한 적 없었다. 여이현도 가족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남편이 집안일에 손을 보태는 것을 희망하지 않을 여자는 없을 것이다. 말은 안 했지만 그녀도 내심 좋았다.“밥 먹고 나서 짐 정리하자. 내일 아침에 출발하면 될 것 같아. 하윤이는 데려갈까? 아니면 집에 둘까?”온지유는 잠시 고민했다.온하윤은 너무 어려서 거의 하루 종일 잠만 잔다. 괜히 데려갔다가 제대로 못 쉬면 문제였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고 말이다.이런 생각에 온지유는 온하윤을 집에 남겨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이현도 마찬가지다.“밥 먹고 나서 다솔 씨한테 하윤이를 봐줄 수 있는지 연락할게. 도우미가 있는 데다가 우리 금방 돌아올 테니까 큰 문제는 없을 거야.”쉬는 시간 며칠 짜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게 바로 그가 강원시에 가기로 결정한 이유다.권다솔이라면 온지유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권다솔은 아이를 좋아하고 인내심도 있었다.식사를 끝낸 다음 그들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별이도 옆에서 손을 보탰다. 그는 자신의 옷을 챙기고 나서 여이현에게서 받은 장난감도 가져왔다.“엄마, 이것도 가져가면 안 돼요?”“당연히 되지.”온지유는 장난감을 트렁크 안에 넣었다.“트렁크 안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뭐든 가져도 돼.”놀러 가는 거면 당연히 기분이 최우선이었다. 이 정도 소원은 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70화

    두 사람이 함께 요리를 하니 속도가 훨씬 빨랐다. 온지유는 칼질을 책임지고 여이현은 볶는 걸 책임졌다. 그러자 요리도 금방 완성되었다.온지유가 완성된 음식을 가지고 나가려는 순간 여이현이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요즘 수고했어. 내가 잘못했어. 일만 하느라 집안일은 너한테 다 맡겼네.”“그렇게 생각하지 마. 우리는 이제 부부야. 가족끼리 그 정도 도울 수도 있는 거지.”온지유는 몸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더군다나 일하러 간 거잖아. 노는 것도 아니고. 내가 당연히 이해해야지 노발대발 화를 낼까 봐?”여이현은 한 회사의 리더다. 그 책임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한 사람을 집에서도 부려 먹을 수는 없었다.온지유의 눈을 바라보며 여이현은 말로 이루 형용하지 못할 행복감을 느꼈다.“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그는 저도 모르게 온지유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다. 입술은 당장이라도 닿을 거리에 있었다.똑똑똑.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주방의 분위기도 순식간에 깨졌다.온지유는 옷을 정리하고 나서 문을 열러 갔다.“별아, 깼어?”“네!”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도울게요.”“아니야, 다 됐어. 넌 수저만 챙겨서 오면 돼.”온지유는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벌써 이렇게 사람 마음 헤아릴 줄 아는 걸 봐서는 커서도 아주 스윗한 사람이 될 것이다.“엄마 도와 음식이라도 나를래요.”그는 발꿈치를 들고 그릇을 내리고는 조심조심 밖으로 걸어갔다.식사 전 온지유는 거실에 가서 한창 잘 자고 있는 온하윤을 힐끗 봤다. 그녀는 입맛을 다시며 여이현이 사 온 인형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오늘의 꿈은 사탕 맛인 듯했다.온지유는 손을 뻗어 이불을 정리해 줬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서 식탁 옆으로 걸어갔다.밥 먹을 때 여이현은 좋은 소식을 알렸다.“요즘 날씨 좋으니까 나들이 겸 강원시에 다녀오자.”“정말요?”별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다.“좋아요! 좋아요!”그는 진심으로 나가서 놀고 싶었다. 하지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69화

    권다솔은 침묵에 잠겼다. 그녀는 눈을 감으면서 말했다.“저 잠시 혼자 있고 싶어요.”배진호도 지금은 그녀의 생각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같은 시각.여이현은 오랜만에 일찍 퇴근했다.배진호와 권다솔이 따로 회사를 차린 시간 동안 여진그룹에는 그밖에 없어서 얼마나 바빴는지 모른다.온지유는 여이현 혼자 크고 작은 일을 처리하는 게 안타까웠다. 아이들도 유독 말을 잘 들었다. 온하윤은 물론 별이도 조용히 있어 줬다.그래도 여이현은 지금처럼 지내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는 일보다 가족이 중요했다. 오늘 오래간만에 쉬는 시간이 생겼으니 그는 곧바로 집에 돌아갔다.돌아가는 길에는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이현은 선물을 잔뜩 들고 초인종을 눌렀다.“누구세요?”온지유는 거실에서 아이를 보다가 초인종 소리를 듣고 문을 열었다. 그렇게 그녀는 꽃다발을 들고 있는 여이현을 보게 되었다.“오늘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 이 꽃은...”온지유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우리 사이에 꽃은 무슨.”“만난지 아무리 오래돼도 이런 감성이 필요한 법이야.”여이현이 꽃다발을 건넸다. 이건 그가 직접 고른 꽃이다. 꽃 한 송이 한 송이 다 사랑을 품고 매력적인 색채를 뿜어냈다.소리를 듣고 별이가 달려와서 팔을 벌렸다.“아빠! 안아줘요!”여이현은 짐을 내려놓고 별이를 훌쩍 안아 올렸다. 그리고 거실에서 한참 빙빙 돌고 나서야 내려놓았다.“아빠가 선물 사왔어. 가서 볼래?”“아빠가 준 선물이라면 뭐든 좋아요.”별이가 곧장 대답했다.여이현이 산 것은 최신형 로봇 장난감이었다. 별이가 가장 갖고 싶어 했던 것이기도 했다. 갖고 싶다고 말 하기도 전에 여이현이 먼저 사 온 것이다.그는 장난감을 꼭 붙들고 한시도 놓지 않았다.“아빠 사랑해요! 선물 너무 좋아요!”“좋으면 됐어. 네 여동생 것도 있어. 빠짐없이 챙겨왔거든.”여이현은 또 가방에서 인형 두 개를 꺼냈다. 아기에게 줄 만한 작은 인형이었다.인형을 본 온하윤은 꺄르르 웃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68화

    이튿날, 정미진은 또다시 권다솔을 만나러 왔다. 이번에는 보온병도 챙겼다.정미진은 보온병을 그녀에게 건네주며 정중하게 말했다.“다솔 씨, 이거 잘 챙겨. 내가 귀한 보약을 가져왔어. 동창한테서 받은 건데 홍경천을 담근 물이래. 이게 임산부한테 그렇게 좋다고 했어.”“홍경천이요?”권다솔은 미간을 찌푸렸다. 홍경천이라는 약재는 그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임산부에게 좋다는 건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그러나 깊이 생각하기에 정미진은 너무 열정적이었다. 자꾸만 마셔보라고 재촉해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마셨다. 정미진은 가져온 것을 전부 먹인 다음에야 시름을 놓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권다솔은 임신 후 유독 졸음이 많아져서 오후 세네 시쯤에는 꼭 낮잠을 자야 했다. 그래서 정미진도 오래 머물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정미진이 돌아간 뒤, 권다솔은 평소처럼 침실로 들어가 낮잠을 청했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그녀는 갑자기 복부에서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눈을 떴다.그 통증이 점점 강해져서 도무지 잠을 잘 수 없게 만들었다. 눈을 뜬 순간, 권다솔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침대 시트 아래로 짙은 핏자국이 번져 있었다.그녀는 놀라서 잔뜩 잠긴 소리로 외쳤다.“누구 없어요? 아주머니, 저 너무 아파요... 빨리요...”방문이 열리는 순간 권다솔은 시야가 검게 변하며 의식을 잃었다. 그 순간 느껴진 것은 누군가의 넓은 품에 안겼다는 것뿐이었다.그 품에서 나는 차갑고 상쾌한 향기는 마치 눈 덮인 소나무처럼 그녀를 감쌌다.시간이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권다솔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앞에는 새하얀 천장이 보였고 코끝에는 병원 특유의 알코올 냄새가 스며들었다.그녀가 뒤척이자 곁에 앉아 있던 사람이 화들짝 놀라며 깨어났다. 배진호였다.배진호는 곧바로 몸을 숙여 그녀를 부축하며 물었다.“깼어요? 어디 아픈 데는 없어요? 이제 괜찮아요?”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오랜 시간 제대로 쉬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조심스레 잡으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67화

    “난 진호 어머니예요. 다솔 씨 집에 있어요?”정미진은 도우미의 뒤를 힐끗거리며 말했다.도우미는 잠깐 멈칫하다가 당황한 표정으로 앞치마에 손을 닦았다. 정미진은 한 번도 이곳에 방문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오늘 출근하지 않은 권다솔은 초인종 소리가 들려서 와봤다. 정미진이 온 것을 보고는 잠깐 넋이 나갔다.“아주머니? 잠깐만요... 어서 문을 열어줘요.”권다솔은 도우미에게 당부하고 부랴부랴 준비하러 갔다. 이 집에는 손님이 자주 오지 않기에 찻잎을 찾는 것만 한참 걸렸다.곱게 자란 권다솔은 차 끓이는 법조차 몰랐다. 그녀는 한참 연구하고 나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끓인 것도 물도 차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아주머니, 이거 드셔보세요.”그녀는 조심스럽게 찻잔을 건넸다.정미진은 경멸의 표정을 숨기고 힐끗 보기만 했다.배진호의 부모는 차를 좋아했다. 그들보다 찻잎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권다솔이 끓인 차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그녀는 보기만 해도 알았다.아무런 기색도 없이 찻잔을 밀어낸 정미진은 덤덤하게 말했다.“이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 사실 오늘은 그냥 널 보러 온 거야. 참, 아직 밥 안 먹었지?”권다솔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정미진은 곧장 주방으로 들어가 음식을 만들 기세를 보여줬다. 권다솔은 깜짝 놀라며 급히 그녀를 막아섰다. 옆에 있던 도우미도 얼른 나서서 만류했다.두 사람의 적극적인 만류 끝에서야 겨우 그녀의 의욕을 꺾을 수 있었다. 정미진은 조금 서운한 듯 웃으며 말했다.“요즘은 내가 밥 한 끼 하기도 어렵구나. 뭐, 괜찮아.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정미진은 거실에 앉아 권다솔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해 질 무렵 집을 떠났다. 도우미는 식탁을 정리하며 아까의 상황을 떠올리며 말했다.“제가 보기에 어머님은 참 괜찮은 분 같아요. 저희 때 시어머니들은 얼마나 무서웠는데요.”다른 도우미도 거들며 말했다.“맞아요. 이렇게 좋은 시어머니에 좋은 남편까지 있으니 사모님은 앞으로 행복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66화

    “부사장님, 왜 안 들어가세요?”권다솔은 깜짝 놀랐다. 언제 갑자기 나타났는지 모를 직원을 바라보며 그녀는 억지 미소를 지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참, 이거 대신 전해줘요. 저는 급한 일이 생겨서 가봐야겠어요.”직원에게 서류를 건넨 권다솔은 대답을 듣지도 않고 성큼성큼 멀어져 갔다. 그녀는 슬픈 표정으로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목적 없이 거리를 거닐며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몰랐다. 수많은 차와 정장 차림의 사람이 오가는 거리에서 그녀가 갈 수 있는 곳 하나 없는 것 같았다. 막연한 감각도 따라서 피어올랐다.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수락 버튼을 눌렀다. 전화를 건 사람은 배진호의 어머니 정미진이었다.“다솔 씨, 지금 시간 있어?”정미진의 목소리는 아주 무덤덤했다.“시간 되면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어.”...15분 후, 권다솔은 넋을 잃은 채 산부인과 앞에 서 있었다.평일이다 보니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산부인과는 더욱 적을 수밖에 없다.간호사는 금방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권다솔 씨.”권다솔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정미진은 그녀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며 미소를 지었다. 태도도 보기 드물게 부드러웠다.“가서 검사받아. 짐은 내가 대신 보관할게.”권다솔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정미진이 왜 그녀를 데리고 산부인과에 왔는지, 그리고 왜 갑자기 태도가 변했는지 전부 알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결국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검사 결과는 금방 나왔다. 의사는 보고서를 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축하드려요. 임신하셨네요.”정미진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기쁜 것 같기도 하고 슬픈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다시 한번 물었다.“선생님, 확실한가요?”의사는 아예 보고서를 건네주며 말했다.“직접 확인하세요. 초음파 사진에서 태아의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 아주 잘 크고 있어요.”사진까지 나오자 정미진은 할 말이 없었다.병원에서 나온 다음 그녀는 직접 권다솔을 데려다줬다. 가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65화

    배상준이 와인을 보고 지나치게 들뜬 모습을 보이자 정미진은 못마땅하다는 듯 팔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그만 좀 해! 평생 와인 처음 본 사람처럼 굴지 마. 작년에 친구가 준 와인도 있잖아?”정미진은 와인이 그렇게 대단한 물건도 아니니 배상준에게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지 말라는 뜻이었다.하지만 배상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진지하게 말했다.“이건 최고급이야. 그거랑은 달라.”정미진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그제야 배상준은 마지못해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분위기가 그렇게 된 후라 정미진은 권다솔에게 선물을 다시 가져가라고 하지는 못했다. 그녀는 헛기침을 두 번 하고 말했다.“뭐, 그럼 이건 받아 둘게. 진호 아빠는 다른 취미는 없고 술만 좋아하니까.”말을 하며 그녀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권다솔을 바라보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사전 준비는 꽤 철저했네.”권다솔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정성을 들여 준비한 선물이 이런 식으로 왜곡되면 누구나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그녀는 손바닥을 꼭 쥐며 침착하게 대답했다.“어른들 댁에 올 때는 좋아하시는 걸 알아보고 준비하는 게 예의니까요.”정미진은 차갑게 웃으며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하지만 선물이 마음에 들었는지 배상준은 더 이상 정미진이 권다솔에게 계속 차갑게 굴지 않도록 나섰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됐어, 이제 그만 좀 해. 둘이 결혼한 건 이미 기정사실이고, 이렇게 힘들게 찾아왔는데, 좀 따뜻하게 맞아 주는 게 어때?”정미진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얼굴로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당신은 도대체 누구 편이야?”배상준은 주눅 든 듯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는 확실히 아내를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그래도 그의 말이 전혀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적어도 정미진은 권다솔을 내쫓지는 않았고 함께 식사를 했다.그러나 그것뿐이었다.식사가 끝난 후 정미진은 권다솔을 문까지 배웅하며 말했다.“앞으로 별일 없으면 다솔 씨는 오지 않는 게 좋겠어. 우리 집은 당신처럼 귀한 아가씨를 모실 수 없으니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