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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류한나
지유는 걸음을 멈췄다. 이현과는 부부 관계에서 오는 조화로움보다는 위계질서에서 오는 거리감이 더 컸다.

“대표님, 지시 사항 있으신가요?”

이현이 고개를 돌리더니 거리감이 느껴지는 지유의 얼굴을 보며 명령조로 말했다.

“앉아.”

지유는 이현이 무엇을 하려는지 몰랐다.

이현이 지유 쪽으로 걸어갔다.

지유는 자신과 가까워지는 이현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순간 이현이 어딘가 달라 보였고 이에 지유는 숨이 가빠졌다.

긴장하기도 하면서 어딘가 이상했다.

그녀가 딱히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이현이 먼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현의 따듯한 손이 지유의 몸에 닿자 그녀는 마치 데이기라도 한 것처럼 얼른 손을 빼려 했다. 하지만 이현이 너무 꽉 잡고 있어 빼려고 해도 뺄 수가 없었다. 이현은 지유를 확 끌어당기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손 다쳤잖아, 몰랐어?”

이현의 관심이 지유는 퍽 의외였다.

“난... 괜찮아요.”

“수포까지 났어.”

이현이 물었다.

“왜 나한테 얘기하지 않은 거야?”

이현이 큰 손으로 그녀의 상처를 살폈다. 지유는 그런 이현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유는 이현의 손을 잡고 그가 따듯함으로 그녀를 이끌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다.

지유가 포기하려 할 때마다 이현은 다시 희망을 주었다.

“큰일 아니에요. 며칠이면 나아요.”

지유가 대답했다.

“연고 좀 가져오라고 할게.”

지유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느꼈다. 몇 년의 기다림 끝에 이제 좀 보상받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유는 이성적이었다. 이현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이현은 연고를 가져와 그녀의 상처에 발라줬다. 지유는 그녀의 앞에 쪼그리고 앉은 어딘가 조심스러워 보이는 이현에 혹시 자신도 그가 아끼고 사랑하는 여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가 나니 그래도 눈길을 주는 이현이었다.

7년이나 옆을 지키면서 극진하게 챙겨주기보다 차라리 조그마한 상처를 내는 게 그의 이목을 끄는 데에는 더 낫겠다는 우스운 생각까지 들었다.

다친 게 아깝지 않았다.

하염없이 흐르던 지유의 눈물이 마침 이현의 손등에 떨어졌다.

이현은 고개를 들어 촉촉해진 지유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그녀가 있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건 처음이었다.

“왜 그래? 내가 아프게 했어?”

지유는 이런 모습이 자신답지 못하다는 생각에 이렇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눈이 좀 불편해서요. 앞으로 이런 일 없게 할게요.”

이현은 수도 없이 들은 인사치레에 싫증이 났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회사도 아니고 집이야. 내 앞에서 그렇게 맨날 경직되어 있을 필요 없어. 집에선 이름 불러도 돼.”

하지만 7년간 지유는 늘 이렇게 살아왔다.

회사에서는 일 잘하는 비서, 집에서는 사모님이라는 명분으로 비서가 해야 할 일들만 했다.

지유는 몇 년간 짝사랑했던 그 얼굴을 바라봤다. 호응이 없는 사랑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지유가 잠깐 망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현 씨, 우리 언제 이혼...”

이현이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이에 지유는 온몸이 딱딱하게 굳었고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내일 다시 얘기하자.”

지유는 하려던 말을 도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침대에 누운 지유는 이현이 어딘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지유와 꼭 붙어 누운 이현의 뜨거운 체온이 느껴졌다.

이현은 지유의 허리를 감쌌다. 약간은 시원한 세달향에 지유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아랫배를 살살 만졌다. 이에 지유가 몸을 움츠리자 이현이 뜨거운 숨결을 내뿜으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간지러움 많이 타?”

지유가 시선을 아래로 늘어트린 채 이렇게 답했다.

“나는 습관이 없어요.”

이에 이현이 더 적극적으로 두 팔을 벌려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럼 천천히 적응해. 언젠간 습관 하겠지.”

지유는 그의 품에 기댔다. 귓가로 전해지는 뜨거운 숨결에 얼굴이 그녀는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이렇게 생각했다.

혹시 다른 엔딩을 맞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지유는 신분을 바꿀 수 있기를 갈망했다.

“이현 씨, 혹시 나...”

그때 이현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의 시선이 핸드폰으로 쏠렸다.

지유는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

아내의 신분으로...

그럴 수만 있다만 더는 비서의 신분으로 이현의 곁에 남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환상도 단 1초, 지유는 이현의 핸드폰 화면에 뜬 글자를 보게 되었다.

[노승아]

이에 잠깐 품었던 환상이 와르르 무너졌다.

이현은 다시 냉정한 모습으로 돌아가 그녀를 놓아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마무리 짓지 못한 말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여보세요.”

이현은 어두운 표정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그녀가 보는 앞에서 승아의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

지유는 마음이 다시 철렁 내려앉았다. 그러고는 허황한 꿈을 품었던 자신을 비웃었다.

‘온지유, 어쩌다 그런 환상을 한 거야. 그의 마음은 온통 승아에게 가 있으니 너에게 감정 따윈 있을 수 없다는 걸 이미 3년 전 결혼식 날 들었잖아.’

지유는 고개를 들었다. 씁쓸한 마음에 눈동자에 눈물이 자꾸만 차올랐다.

지유는 두눈을 질끈 감았다. 더는 이현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았다.

사실 이현은 모르고 있다. 그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을 품고 있다는 걸 안 그날부터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몰래 울고 있었다는 걸 말이다.

지유는 자신의 신분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냥 보잘것없는 비서일 뿐이었다.

전화를 마치고 돌아온 이현은 아직 잠에 들지 않은 지유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회사에 일이 생겨서 잠깐 나갔다 와야 할 거 같아. 일찍 쉬어.”

지유는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알았어요. 가봐요. 내일 제때 출근할게요.”

“응.”

이현은 이렇게 말하더니 외투를 들고 나갔다.

엔진 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걸 듣고 있노라니 지유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밤새 지유는 별로 자지 못했다.

이튿날, 출근도 해야 하는데 말이다.

지유는 출근을 일찍 하는 편이라 회사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녀는 도착하자마자 비서라는 직책에 맞게 이현이 봐야 할 업무를 조리있게 정리했다.

하지만 이현은 오늘 회사로 나오지 않았다.

지유가 전화를 여러통 걸어봐도 핸도폰은 꺼져 있었다.

윤정이 다급하게 물었다.

“온 비서님, 대표님이 안 계시니 공사장 순찰은 혼자 진행하셔야겠어요.”

지유는 이현의 비서로서 회사의 대부분 업무에 참여하고 있었기에 그 프로젝트도 익숙히 잘 알고 있었다.

마지막 한통의 전화를 끝으로 지유는 이현을 찾는 걸 포기했다.

문득 어젯밤 승아의 전화를 받고 나갔다는게 생각났다.

회사도 나오지 않고 밤새 귀가도 하지 않았으니 아마 그녀를 만나러 간게 아닐까 싶었다.

지유는 애써 씁쓸한 마음을 쓸어내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일단 대표님 없이 먼저 가요.”

밖은 햇빛이 쨍쨍했고 온도가 높았지만 지유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 현장으로 나왔다.

현재 시공하고 있는 건물은 틀만 잡았을뿐 아직 모양을 갖추지 않아 겉보기에 조잡해 보였다.

현장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에는 먼지와 철근이 가득했고 기계에서는 굉음이 들려왔다.

몇번이나 와본 지유는 이곳이 꽤 익숙했기에 빠른 속도로 순찰을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누군가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조심해요!”

지유가 고개를 들어보니 커다란 유리 한장이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Comment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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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윤
뭐냐;;;ㅋㅋㅋㅋ 남자 이중인격인가 웨저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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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미
흥미 진진한 이야기가 ...
goodnovel comment avatar
시원
엄청 슬픈일이 기다리고 있을것같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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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은 몸이 뜨거웠고 술 냄새가 세게 풍겼다. 그가 내뿜는 뜨거운 숨결이 바로 지유의 귓가로 전해졌다.술을 마신 건가?지유가 그런 이현을 불렀다.“이현 씨?”이현이 지유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으며 머리를 그녀의 머리카락에 갖다 대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움직이지 마. 조금만 안고 있자.”이에 지유는 움직이지 않았다.그가 왜 이렇게 술을 퍼부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그렇게 한참을 누워 있던 지유는 몸이 뻣뻣해질 지경이었지만 이현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내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 키스했다.지유를 또 승아라고 생각했나 보다.지유가 다시 한번 그를 불렀다.“이현 씨...”“이렇게 조금만 더 누워있자, 지유야.”이에 지유가 다시 입을 꾹 닫았다.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는 건 적어도 그녀를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는 거다.이현이 이런 적은 별로 없었기에 지유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결국 마음이 약해진 지유는 그가 이렇게 자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하나 걱정했다.지유는 이현을 살짝 밀며 이렇게 말했다.“이렇게 자지 마요. 샤워하든지 아니면 이불을 덮든지...”이현이 방향을 고쳐 눕더니 지유를 번쩍 들어 자신의 품속에 꼭 끌어안았다. 지유의 코끝엔 이현의 향기로 가득했다. 술 냄새와 몸에서 나는 시원한 향기가 섞여 있는 듯했다.지유는 지금 매우 당혹스러웠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이현을 바라봤다.이현도 눈을 감고 있지는 않았다.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기분이 별로인 것 같았다.하지만 지유는 그가 왜 기분이 별로인지 헤아리기가 귀찮았다고 눈도 오래 마주치기 싫어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다.이현이 손으로 지유의 이마를 만지작거렸다.뜨거운 손이 어딘가 낯설게 느껴져 지유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이현이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아파?”지유는 코끝이 찡했다. 억울한 게 너무 많아서 그런지 갑자기 들이닥친 이현의 관심을 당해내기 힘들었다.“그건 왜 묻는 거예요?”지유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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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49화

    은서우도 뒤따라가려는데 간호사가 그녀의 팔을 잡으며 엄숙하게 말했다.“은 선생님, 아직은 따라가면 안 되죠.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부터 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정말 제가 밀친 게 아니에요. 혼자 병이 발작한 거라고요. 믿어주세요.”은서우의 말에도 간호사는 고개만 저을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이때 보안팀 요원들도 현장에 도착했고 은서우를 사무실로 데려가 추가 처리를 기다렸다.은서우는 두 손으로 팔을 꽉 끌어안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 임원진들이 속속 도착했고, 그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은서우를 바라보며 면전에 대고 욕설을 퍼부었다.“은 선생님, 의사이신 분이 어떻게 병원에서 이런 일을 저지를 수가 있어요? 이건 명백히 병원 규정과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행실이에요.”“이유가 뭐였든 간에 은 선생님의 이런 행동은 병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요.”은서우는 모든 걸 설명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많은 비난 속에 묻힐 수밖에 없었고 어쩔 수 없이 그냥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삼켰다.은서우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소상태와 연희진은 아들의 소식을 듣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두 사람은 급하게 병실로 뛰어 들어갔고, 의식을 잃은 소태훈을 본 연희진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소상태는 노기등등한 표정으로 은서우가 있는 사무실로 들어가 그녀를 보자마자 서슬이 퍼런 눈빛으로 달려들어 때리려 했지만, 다행히 보안 요원이 달려와 그를 말렸다.“내 아들을 저렇게 만들어 놓고 무사할 줄 알아? 죽기보다 못하게 만들어 줄 거야!”소상태는 은서우를 향해 으르렁거렸다.“이 쓸모없는 년아, 내 아들을 저렇게 만들어 놓고 이제 어떡할래!”뒤따라온 연희진은 목이 쉬도록 고함을 지르며 은서우를 잡으려고 허공에서 손을 허우적거렸다.은서우는 울며 말했다.“제가 밀친 게 아니라니까요. 갑자기 병이 발작해서 쓰러진 걸 왜 제 탓으로 돌리는 거예요!”하지만 은서우의 말을 전혀 들을 생각이 없었던 소상태는 연희진보다 다소 진정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48회

    “소연아, 너 그 말 들었어? 저쪽 병동에 있던 까다로운 환자 한 명이 오늘 의료진들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했대. 정말 해가 서쪽에서 뜬 거 아닌가 했다니까?”김소민의 신기하다는 듯한 말에 박소연이 웃으며 답했다.“우리가 정성스럽게 돌봐줘서 감동하였나 봐. 그건 그렇고, 은 선생님이 회진하러 간 지 한참 지나지 않았어? 왜 아직도 안 오지? 평소 같으면 이 시간에는 돌아왔을 텐데.”김소민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말했다.“상태가 안 좋은 환자가 있으면 좀 걸릴 수도 있지. 은 선생님이 워낙 책임감도 강하고 뭐든 열심히 하시잖아. 너도 잘 알면서.”“그건 그렇지만 너무 오래 지난 것 같은데? 왜 나는 이렇게 불안하지?”박소연은 불안한 마음에 눈썹을 찡그렸다.“아이고, 쓸모없는 걱정하고 있어. 곧 돌아오시겠지. 병원이 이렇게 큰데 아는 사람을 만나서 얘기를 나눌 수도 있잖아.”김소민은 박소연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은서우는 돌아오지 않았고 불안감이 더욱 커졌던 박소연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걱정돼서 안 되겠어. 내가 가볼게. 이 밤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어떡해.”진지한 박소연의 태도에 김소연도 즉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그럼 같이 가보자.”두 사람이 간호사 스테이션을 나와 얼마 지나지 않자, 비상계단 쪽에서 은서우의 목소리가 섞인 듯한 시끄러운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김소민과 박소연은 서로 눈길을 마주치더니 즉시 계단 쪽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은 선생님!”두 간호사의 목소리를 들은 은서우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소리를 질렀다.“사람 살려요! 저 여기 있어요!”은서우는 자신을 잡아당기는 소태훈의 손을 있는 힘껏 뿌리치고 동료들을 향해 달려갔다.겨우 소태훈한테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던 찰나 뜻밖의 사고가 벌어졌다.은서우의 뿌리치는 힘에 몸의 균형을 잃은 소태훈은 뒤로 몇 걸음 비틀거리더니 곧바로 바닥에 쓰러져 입에 거품을 물고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막 계단 입구에 도착하던 간호사들은 은서우 옆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47화

    은서우는 이 말을 내던지고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그래봤자 갈 수 있는 곳은 병원밖에 없었던 은서우는 야간 근무를 다른 사람과 교대하고 병원에 남았다.이 밤, 병원 복도에는 가끔 들려오는 기계 소리만 들려올 뿐 매우 조용했다.은서우는 평소와 같이 병동 구역을 돌아보며 환자들의 상태를 살폈다.바로 이때 예상치 못한 한 사람의 그림자가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그림자의 주인은 소태훈이었는데 그는 지팡이를 짚은 채 절뚝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갑자기 이상한 냄새가 나자 은서우는 코를 찡그렸다. 몸에서 나는 것 같은 그 냄새는 은서우의 곁으로 다가오자 더욱 진해졌다.소태훈은 온몸에 술 냄새를 풍기며 흐리멍덩하면서도 광기 어린 눈빛으로 걸어왔다.“은서우.”소태훈은 혀 꼬부리는 말투로 은서우의 이름을 부르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확 잡아당겼다.깜짝 놀란 은서우는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며 말했다.“소태훈, 너 술 먹었어?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거야? 이 손 놔!”하지만 소태훈의 귀에 은서우의 말은 들릴 리가 없었고 그는 술기운을 빌어 은서우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겨 한 손으로 그녀의 볼을 감싸고 강제로 입을 맞추려 했다.갑작스러운 소태훈의 행동에 혐오스러우면서도 두려워진 은서우는 고개를 돌려 피했다.“이 미친놈아! 이거 안 놔? 보안 요원 부르기 전에 당장 놔!”소태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보안 요원? 그 사람들이 나보다 더 빠를 것 같아? 넌 내 손바닥 안에서 못 빠져나가. 너는 내 것이야.”끔찍한 소태훈의 말에 은서우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다 무릎으로 소태훈의 배를 걷어찼다.갑작스러운 통증에 소태훈은 손에 힘이 풀렸고 은서우는 기회를 틈타 즉시 몸을 돌려 간호사 스테이션으로 달려갔다.그곳에는 간호사들이 있었고 은서우는 보안팀에게 연락해달라고 도움을 청할 예정이었다.하지만 술에 취한 채 이미 이성을 잃었던 소태훈은 아픔을 참으며 즉시 은서우의 뒤를 따라가 그녀의 등 뒤에서 손을 뻗어 입을 꽉 틀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46화

    하지만 소태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왜 없어? 네가 이렇게 제 발로 찾아왔는데. 그러니까 돈을 달라고 할 때 줬으면 좀 좋아? 그럼 이런 일도 안 일어났을 거잖아. 후회되지?”“너!”“지금 줘도 안 늦었어. 네 이름 실시간 검색어에서 내리고 싶으면 일억 가져와.”터무니없는 액수에 은서우는 손도 떨리고 목소리로 떨려왔다.“일억? 사천만 원이라며?”소태훈은 휠체어에 기대앉으며 비꼬는 태도로 말했다.“그건 며칠 전 가격이지. 지금은 일억이 필요해. 백 원도 적으면 안 되는 정확한 일억.”노골적인 협박에 은서우는 피가 날 정도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입안에서는 비릿한 피 냄새가 났지만, 그런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이십 년 넘게 해준 것도 없이 항상 요구하고 갈취만 하는 이런 사람들이 가족이라니, 은서우의 마음속은 분노와 실망으로 가득 차올랐다.다른 가족들은 자애로운 엄마, 다정한 아빠 그리고 효도하는 자녀로 식구들이 항상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는데, 왜 은서우의 가족은 이런 사람들인지 도대체 자신이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꿈 깨. 백 원도 못 줘. 실시간 검색 내리든 말든 네 마음대로 해. 나도 내 방법대로 할 거야. 고소해서 법원가면 지금까지 너한테 준 돈 전부 토해내게 할 테니까 너도 각오해.”은서우도 더는 참고 싶지 않았다.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하물며 은서우도 사람인지라 쥐꼬리만 한 은혜를 갚겠다고 이렇게까지 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와장창!소상태가 들고 있던 유리컵을 은서우의 발 옆에 내 던졌다. 많은 유리 파편이 한순간 바닥에서 튕겨 오르며 사방에 뿌려졌고 날카로운 파편 하나가 은서우의 종아리를 스쳤다.은서우가 욱신거리는 통증에 고개를 숙여보니 종아리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소상태는 은서우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십 년을 키워줬더니 이런 배은망덕한 물건인 줄 몰랐네? 고소? 할 수 있으면 어디 한번 해봐. 오늘 이 집 밖으로 한발도 못 나갈 테니까.”상처가 참기 힘들 정도로 너무 아팠지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45화

    은서우의 말을 듣고 있던 인명진은 잠깐 뭔가를 생각하다 말했다.“같이 가줄게요. 거절할 생각 하지 말고. 지난번에 거기 갔다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 안 해도 잘 알 거 아니에요. 나 아니었으면 그 집에서 나오지도 못했을 텐데.”지난번 소태훈의 기세에 눌려 아무것도 못 했던 생각이 떠올라 은서우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웃으며 말했다.“또 원장님한테 신세를 지게 생겼네요.”인명진은 가벼운 미소로 화답했다.굳이 시간을 지체할 필요가 없었던 인명진은 은서우를 데리고 즉시 소씨 가문으로 향했다.집에 도착하자 은서우는 문 앞에 서서 잠깐 멈추고 말했다.“여기 계세요. 조금 있다가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으면 도와줘요.”인명진은 은서우의 휴대전화를 보며 말했다.“연락해요.”은서우는 휴대전화를 들어 인명진한테 보여줬다.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인명진을 긴급 연락처로 설정해 놓은 상태였고, 따라서 위급한 상황이 닥친다면 인명진한테 제일 먼저 연락할 수 있었다.열쇠를 가지고 있던 은서우는 심호흡을 하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집 안으로 들어오는 은서우를 보자 소상태는 즉시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무슨 낯짝으로 들어오는 거야? 밖에서 죽은 줄 알았더니 살아 있었네? 태훈이가 그러는데 네가 태훈이 번호도 차단하고 돈도 안 준다고 그랬다며? 이제 큰 병원에서 일한다고 먹고살 만하니까 우리는 나 몰라라 내팽개치겠다는 거야?”“아니요. 오늘에는 이 문제 때문에 온 게 아니에요. 소태훈은 어디 있어요?”주방에 있던 연희진은 은서우를 보고 다정하게 맞아주며 인사를 하려다 소상태가 눈을 부릅뜨는 것을 보더니 주춤거리며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태훈이 방에 있어. 요즘 너랑 연락이 안 된다고 또 성질부리고. 어휴, 뭐 어쩌겠어. 그래도 너무 뭐라 하지 마. 나이 들면 나아질 거야.”은서우는 매번 반복되는 지겨운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이미 23살이에요. 몇 살을 더 먹어야 나아지는데요? ”연희진는 우물쭈물하며 아무 말도 못 했다. 이런 상황과 태도를 먼저 예상했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44화

    은서우는 아무래도 설명해야 할 것 같았다.“뒤에서 제 얘기를 했다고 운 게 아니라 다른 것 때문에...”은서우는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이미 실시간 검색어를 봤고 며칠 전 은서우한테서 자초지종을 다 들었던 인명진은 즉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차렸다.인터넷에는 은서우의 몰래카메라 사건부터 시작해 과거에 일하던 곳부터 매일 밤 아르바이트를 했던 영상과 사진도 올라와 있었다.글을 올린 사람의 말에 의하면 은서우는 어릴 때부터 가정 형편이 좋지 못했고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전부 돈이 많은 남자 덕분이라고 설명했다.돈이 많은 남자는 누가 봐도 인명진이었다.은서우의 과거를 아는 사람은 병원에 한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인명진조차도 며칠 전 은서우가 직접 말해줘서 알게 된 거라 결국 이 사실을 알고 폭로할 수 있는 사람은 가족밖에 없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인명진은 은서우가 불쌍하고 안쓰러웠다.지난날 은서우가 밤에조차 아르바이트했던 이유는 소씨 가문 사람들한테 돈을 주기 위해서였는데, 그들은 고맙게 생각하기는커녕 이제 와서 은서우가 더는 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렇게 뒤통수를 친 거였다. 이리저리 차이는 은서우의 처지가 마치 축구공 같았다. 인명진은 그윽한 눈빛으로 은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말들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은서우 씨는 자기 앞에 일만 잘하면 돼요. 그리고 내 생각이 궁금하다면 분명하게 말할게요. 나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은서우 씨의 잘못이 아니잖아요.”멍하니 인명진을 바라보던 은서우는 코끝이 찡해지며 겨우 가라앉혔던 눈물이 다시 차오르는 것 같았다.“정말요?”“네.”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기에 겨우 이런 말 한마디에도 감동받아 눈물을 글썽이는 건지, 인명진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은서우를 바라봤다.하지만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는 무기력한 마음을 인명진도 잘 알고 있었다.인명진도 어릴 때 법로 밑에서 크면서 항상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았었다.그때 그는 매일 누군가 자신을 이해해 주기를 갈망했고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43화

    은서우는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간호사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을 맥없이 툭 떨어뜨렸다.“뭐라고요?”‘어떻게 안 거지? 그 인턴이 말했나? 하지만 그 여자는 이미 병원을 나갔는데?’여자 간호사는 자기 팔을 툭툭 털며 냉소를 짓고 말했다.“모르고 있었나 봐요? 인터넷 찾아봐요. 누군가가 은 선생님이 한 짓들을 전부 다 까발렸으니까.”은서우는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비틀거리는 몸을 겨우 가누고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냈다.초조함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은서우는 제발 자신이 생각하는 그것만은 아니길 간절히 바랐지만 결국 그 바람은 산산조각이 났고 일은 결코 그녀가 바라는 대로 따라주지 않았다.인터넷에 들어가 보자 실시간 검색어에 ‘몰카’라는 단어가 올라가 있었다.은서우는 마치 누군가 팔다리의 힘을 쫙 뺀 것처럼 그 자리에 풀썩 물어 앉을 것 같았다.간호사는 괴상 야릇한 표정으로 은서우를 비꼬며 망했다.“우리 원장님이 누굴 제일 이뻐하죠? 바로 여기 있는 은 선생님이에요. 근데 이뻐하고 생각해 주면 뭐 해요? 은혜를 원수로 갚는데. 누가 감히 상상조차 했겠어요? 앞에서는 좋은척하면서 뒤에서 몰래 사진 찍어서 팔고 있을 줄?”꽉 쥔 주먹 때문에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은서우는 아무 감각도 느끼지 못했다. 주위의 비웃음과 조롱이 끊임없이 은서우의 귓속으로 파고들어 그녀의 양심을 후벼팠다.은서우의 머릿속에는 약을 탔던 날 인명진이 그걸 발견하고 혐오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던 얼굴이 확대되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수군거리는 주변의 소리는 마치 인명진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들렸다.“은서우 씨, 이렇게 배은망덕한 사람인 줄 몰랐네요. 내가 그렇게 많은 걸 도와줬는데 이런 식으로 보답하는 거예요? 사람을 정말 잘못 봤네요.”“은서우 씨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네요. 애당초 좋게 보는 게 아니었는데.”“지금이라도 떠나세요. 내 눈앞에서 알짱거리지 말고.”은서우는 환청에 멍해진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서있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42화

    은서우는 인명진이 그런 눈빛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확실하게 티가 난건 아니지만 자세하게 보면 알아차릴 수 있었다.더욱이 은서우는 인명진 옆에서 한동안 머물렀던 사람이라 미묘한 그의 표정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죄송해요. 원장님, 저 때문에 난처해진 거 아니에요?”고개를 들고 은서우를 바라보던 인명진은 그녀의 눈빛에 하고 싶었던 말을 또다시 목구멍으로 삼킨 채 다른 말을 꺼냈다.“앞으로 사석에서는 원장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그러면 뭐라고 부를까요? 인 선생님이라고 부를까요?”“이름 불러요.”인명진은 나이프와 포크로 접시에 놓인 스테이크를 자르며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도 은서우는 기분이 좋은 듯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앞으로 병원에서는 원장님이라고 부르고 사석에서는 인명진 씨라고 부를게요.”은서우가 부르는 이름에 인명진은 잠시 흠칫했지만 이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요.”은서우는 식사 자리가 너무 좋았다. 돈에 대한 걱정과 집사람들 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들이 전부 사라질 만큼 행복한 시간이었다.병원에서 인명진이 준 차트를 받아쥔 은서우는 뿌듯한 마음에 의기양양해지기도 했다.하지만 병원 내부에서는 점점 귀에 거슬리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단순히 은서우가 인명진이 꽂은 낙하산이고 공평하지 못하다는 말이 퍼지고 있을 때는 인명진이 신경 쓰지 말라는 말에 은서우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하지만 소문은 점점 더 허황한 쪽으로 퍼졌고 심지어 근무시간에 수군거리는 사람도 있었다.“은서우 같은 배경이 어떻게 우리 병원에 들어온 거예요? 여기가 무슨 개인 진료소도 아니고 시에서도 권위 있는 병원이잖아요.”“내가 뭐라 그랬어요. 무조건 낙하산이라니까요? 원장님과 엄청 가깝게 지내잖아요. 두 사람 사이에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지도 모르죠.”“그럼 설마...”은서우는 차트를 쥐고 있던 손을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수군거리던 사람들은 은서우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41화

    은서우는 인명진에게 메뉴판을 건네며 말했다.“봐봐요. 못 드시는 음식 있어요?”인명진은 간결하게 대답했다.“없어요.”은서우는 다시 메뉴판을 받아 들고 현재 자신의 경제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요리를 몇 개 주문했다.“이 정도면 될까요?”인명진은 은서우를 힐끗 쳐다봤다.분명히 덤덤한 눈빛이었지만 은서우는 쪽팔려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밥을 사주겠다고 큰소리쳐놓고 겨우 이 정도밖에 못 산다는 게 창피했다.‘분명히 날, 별로라고 생각하시겠지.’은서우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인명진이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좋아요. 그리고 내 생각만 하지 말고 은서우 씨가 좋아하는 걸 주문해요.”인명진도 은서우가 자신의 입맛을 고려해 주문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속마음을 들킨 은서우는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음식이 올라왔고 은서우는 익숙하게 젓가락을 가져왔다.“이 식당은 젓가락을 직접 가져와야 해요. 여기요. 전부 소독한 거예요.”은서우의 말에 인명진은 기분 좋게 젓가락을 받았다. 의사들은 아무래도 어느 정도 결벽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인명진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는 물끄러미 은서우를 보며 말했다.“이런 것까지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은서우는 인명진의 눈길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저도 의사잖아요. 직업병인가 봐요.”은서우의 말에 인명진은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무심코 주변을 훑어보던 인명진의 눈길은 갑자기 누군가에게 멈췄고 은서우는 자신이 제일 존경하던 원장의 표정이 갑자기 바뀌는 걸 즉시 알아차렸다.인명진은 누군가의 이름을 조용히 불렀다.“온지유?”자신의 이름에 여자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여자의 얼굴을 올려다본 은서우의 눈에는 놀라움이 스쳤다.온지유는 인명진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윤별의 손을 잡고 다가왔다.“명진 씨가 여기 왜 있어요? 병원이 바쁜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요?”말을 마친 온지유의 눈길은 은서우에게 멈췄고 그녀는 잠깐 멈칫하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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