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자고 나면 알아서 눈을 뜰 거야.”노석명은 느긋한 어투로 말했다.노승아의 시선이 노석명에게로 향했다. 여전히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이 약, 부작용 없는 거 맞아요? 나중에 후유증 같은 거 있진 않겠죠?”노석명은 멈칫했다. 그녀의 말에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이때, 여이현이 드디어 깨어났다. 그의 손가락이 꿈틀 움직였기에 노승아는 기쁜 얼굴로 다시 여이현에게 고개를 돌렸다.“이현 오빠.”노승아는 그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좀 괜찮아? 많이 나아진 거지?”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눈앞에 있는 약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으니까.하지만 그녀는 노석명에게 분명 방법이 있을 거라는 것만 알았다.여이현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눈을 뜨고 나서도 한참 멍하니 있다가 천천히 눈을 돌려 노승아를 보았다.“이현 오빠, 나 승아야. 괜찮아?”노승아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물었다.여이현은 몸을 일으키며 앉았다.그가 움직이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바로 그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여전히 그를 경계하고 있었다.노승아는 경계하는 그들의 모습에 바로 여이현을 지키려 했다.“지금 뭐 하는 거야? 왜 총을 오빠한테 겨눠? 오빠는 내 남자친구야. 내 미래의 남편이라고! 당장 그 총 내려놔!”그들은 애초에 노석명의 부하들이었던지라 당연히 노석명의 지시만 따랐다.깨어난 여이현은 침묵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노석명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를 훑어보곤 말했다.“여이현, 내가 누군지 알겠나?”여이현은 노석명을 빤히 보았다.“어떻게 탈옥했나 했더니, 충성을 바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아서 가능했던 거군요. 심지어 경찰까지 따돌리고 말이에요.”노석명은 웃으며 말했다.“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건 어렵지 않지.”여이현은 몸을 움직이며 더 냉담하게 말했다.“하지만 흉터남을 죽이고 싶어 했던 건 사실이잖아요. 제가 이미 그 흉터남을 죽였으니, 제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때요?”“아주 좋아!”노석명은 기쁜 얼굴로 말했다.
노석명이 답했다.“해독제는 여기에 있지.”그는 손가락으로 다른 한쪽을 가리켰다.독약 병엔 라벨이 붙어 있었다. 해독제에도 마찬가지였다.어떤 독에 어떤 해독제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분간하기 위함이었다.노석명은 여이현을 보며 계속 말했다.“내 제안은 생각해 봤나?”여이현은 다시 시선을 돌렸다.“꼭 손을 잡아야 하는 건가요?”노석명은 입꼬리를 올렸다.“내 딸과 결혼하고 싶다고 해서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싫다고 거절하는 거면 애초에 나를 무시하고 있었다는 거겠지.”말을 마치자마자 총기를 들고 있던 사람들이 슬금슬금 움직이며 다시 여이현을 향해 총을 겨누려 했다.노승아는 여전히 걱정되었다.“아빠, 이현 오빠는 당연히 우리 편이에요.”그녀는 계속 설득했다.“오빠, 아빠 말대로 해. 아빠가 오빠를 살려주셨잖아. 그냥 가만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면 누구도 오빠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를 거야. 다른 사람에게도 들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그녀는 여전히 제멋대로 미래를 좋은 쪽으로만 상상하고 있었다.여이현은 그저 주위를 둘러볼 뿐이다. 약병은 대부분 정리가 잘 되어 있었던지라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여이현, 아직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네.”노석명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여이현이 물었다.“해독제는요?”“무슨 해독제?”여이현이 차갑게 말했다.“온지유의 해독제 말이에요.”그의 말에 노석명의 안색이 변했다.“역시 아직도 그 여자를 잊지 못했군.”여이현이 말했다.“처음부터 그 해독제를 위해 왔다고 했잖아요.”노승아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아빠, 해독제 여기 있어요? 얼른 이현 오빠에게 줘요. 해독제만 주면 온지유와도 연을 끊을 거예요!”이것은 그녀의 바람이었다.그녀는 여이현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었다.그러나 노석명은 아니었다. 점점 수상하게 생각되어 언성을 높였다.“저 녀석이 정말로 너한테 마음이 있었다면 다른 여자를 위해 해독제 달라고 하지 않았겠지!”노석명 부하들의 총기가 다시 여이현에
특전사들이 폐공장 위로 올라가면서 적을 한 명씩 제압했다.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들도 아직 몰랐다.한편, 여이현은 소파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에겐 무기가 없었다.의지할 사람도 없이 홀로 이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이다.생사가 오가는 순간이었지만 그는 반드시 어떻게든 버텨 싸워야 했다.만약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는 노석명의 신임을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더구나 여기까지 올 리가 없었다.그의 목적은 노석명의 본거지를 찾는 것이었다. 노승아 대신 목숨을 던지면 노승아가 분명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오리라 믿고 있었다.노석명의 해독제만이 온지유의 독을 해독할 가능성이 있었다.가능성만 있다면 그는 뭐든 다 시도해 볼 것이다.설령 그것이 그의 목숨을 잃게 하는 일이라고 해도.그렇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처참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그는 숨을 거칠게 내쉬며 달려들었다. 퇴로가 없다는 것을 알았던지라 물러서지 않고 정면돌파 하기로 했다.그러나 그는 두 손을 들었고 노석명을 보며 웃었다.“절 죽이면, 전부 여기서 도망칠 수 없을 겁니다.”노석명은 순간 깨닫고 차갑게 말했다.“전부 네 놈의 계략이었군!”여이현이 말했다.“윈윈이지 않나요?”노석명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보았다.“네 놈이 일부러 나를 불러낸 거잖아. 그놈이 날 배신했다는 사실을 나한테 일부러 흘리고, 흉터남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걸 네 놈이 눈치채고 내가 어떻게든 그놈을 죽이게 한 거, 아니냐?”흉터남이 배신했다는 소식은 여이현이 알린 것이었다.그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흉터남을 죽이려 했다. 그리고 여이현은 최고의 조력자였다.그러나 여이현은 이 사실을 이용해 노승아에게 들러붙었고 그의 본거지까지 찾아냈다.여이현은 그를 보며 말했다.“네 놈한테 나는 이용가치가 아주 높은 체스 말이었나 보군.”노석명은 총을 그에게 겨누었다.“연기를 참 잘했군! 죽음이 두렵지 않나 봐?”여이현이 말했다.“두렵죠. 전 그 누구보다도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어요.”노석명은 전부
노석명은 흉터남보다 실력이 좋지 못했다.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상태인 그는 더구나 바깥의 상황까지 신경 써야 했다.특전사들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노석명도 퇴로를 만들어놔야 했다.그는 남아 있는 부하들을 전부 불러 특전사들을 막으라고 하면서 자신은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이 실험실을 만들기 전에 그는 만약의 상황을 위해 도망칠 수 있는 작은 문을 만들어 두었다.여이현은 그가 도망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채곤 바로 따라갔다.그러나 노석명은 그를 보며 차갑게 피식 웃었다.“여이현, 이렇게 끝날 줄 알았지? 이건 시작일 뿐이야!”노석명은 망설임도 없이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문이 열리더니 빠르게 도망쳤다.이곳엔 지하 통로가 있었다.여이현이 열었을 때 안은 어둠으로 가득했고 노석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현장엔 두 팔로 머리를 감싸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노승아 뿐이었다.“이현, 이현 오빠!”이때 노승아가 그의 팔을 잡았다.여이현은 그녀를 힐끗 보더니 아주 냉엄한 표정을 지으며 무시해 버렸다.“대장님!”용경호가 달려왔다. 여이현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안도했다.“노석명 씨는 어디에 있습니까? 혹시 도망친 겁니까?”캄캄한 지하 통로를 보며 추측했다.여이현이 말했다.“얼른 사람들을 이끌고 주위를 수색해. 실험실 인원들은 여기 남겨두고 가. 내가 물어볼 것이 있으니까!”“네, 알겠습니다.”용경호는 빠르게 사람들을 이끌고 지하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인명진은 도구 상자를 들고 문턱에 서 있었다. 여이현이 그를 보며 물었다.“인명진 씨, 이 실험실에 있는 모든 약재가 해독제인가요?”인명진이 다가왔다. 그는 실험실 안에 있는 것이 그다지 놀랍지 않은 것 같았다.실험실에 진열된 것보다 만 배는 더 공포스러운 것을 봐왔으니까.인명진은 장갑을 끼며 자세히 관찰했다.“실험을 해봐야 알 것 같네요. 며칠만 시간을 줘요.”여이현이 답했다.“그럼 부탁하죠.”말을 마친 뒤 여이현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안색이 창백해지며 머
여이현은 순간 불안에 휩싸이게 되었다.“온지유는 지금 어디에 있지?”용경호도 당황했다. 그가 답했다.“분명 조금 전까지 사모님께서 이 안에 계셨습니다.”여이현은 온지유가 납치당했을까 봐 걱정되었다. 이번엔 절대 그녀를 잃고 싶지 않았다.“수상한 인물이 이곳에 온 적은 없고?!”“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여긴 전부 저희 쪽 사람입니다!”용경호는 확신했다. 이곳에 있는 사람 중 온지유를 데려갈 사람이 없었다.여이현은 진정할 수 없었다.설령 자신의 부하라고 해도 온지유가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하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얼른 가서 찾...”여이현이 목소리를 높이며 말하고 있을 때 귀에서 이명이 들렸다.그는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너무도 귀에 거슬리는 이명에 머리마저 지끈거렸다.한편, 온지유는 익숙한 기분에 자신의 직감대로 실험실 뒤편으로 가고 있었다.길은 아주 멀었다.설령 위험하다고 해도 그녀는 정확히 알고 싶었다. 왜 이토록 익숙한 기분이 드는지 말이다.잡초가 무성했다. 그녀는 행여나 뱀이나 벌레가 튀어나올까 봐 조심조심 걸었다.인기척을 들을 때마다 실험실의 사람들일까 봐 긴장감을 느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풀숲에 몸을 숨기다가 우연히 누군가 지하 통로로 빠져나오는 것을 발견했다.지하 통로에서 나온 사람이니 분명 실험실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소리를 낼 수 없었다. 남자는 피를 흘리며 강가를 따라 걸어갔다.앞쪽엔 작은 쪽배가 있었다.미리 준비해 둔 배인 것 같았다.노석명의 뒷모습을 보던 온지유는 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도 익숙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꼭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사람이었다.마치 그녀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것을 도둑이 훔쳐 간 그런 기분이었다.엄청난 반감도 들었다.그녀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온지유는 이내 바로 사람을 불러와야겠다고 생각했다.“대장님, 사모님께서 위치를 전송했습니다. 사모님이 계신 곳은 실험실 뒷산입니다!”“당장 가서 찾아!”뒷산의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온지유에 노석명은 냉정하게 사고할 수가 없었다.“넌 대체 귀신이야, 사람이야!”바람이 불어오며 온지유의 긴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거기에다 거리에다 창백한 그녀의 안색까지 더해지니 더 귀신처럼 보였다.노석명은 미간을 찌푸렸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다.온지유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행여나 말실수할까 봐 말이다.그러면서도 노석명이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엄청난 약점이 될 비밀 같은 것이 있을 것 같았다.노석명은 냉정함을 되찾은 후 생각했다. 그가 알고 있는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그랬기에 눈앞에 나타날 리가 없었다.온지유의 얼굴을 빤히 보던 그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아니지, 네가 온지유구나? 감히 혼자 내 앞까지 찾아오다니, 내가 널 죽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처녀 귀신인 척하려던 것은 결국 들키고 말았다.그럼에도 그녀는 대범하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아, 이런 들켰네요. 그런데 처음 만난 사이인 것 같은데 제 이름을 알고 계시네요. 노석명 씨, 저희 전부터 알던 사이였나 봐요.”노석명은 그녀가 또 거짓말을 하는 줄 알고 말했다.“아는 사이? 우리가 아는 사이라고?”온지유가 말했다.“어둡고 작은 방, 그쪽이 날 가둔 곳이잖아요!”노석명은 놀랐다.“너, 기억이 돌아온 거냐?”온지유는 그저 추측대로 말했을 뿐이다. 그런데 진짜일 줄이야.그녀와 그들은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하지만 온지유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됐다.“왜, 왜 나한테 접근했던 거죠?!”이치대로라면 그때의 그녀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손쉽게 대낮에 납치당해 이런 곳에 올 리가 없었다.그녀는 이곳이 왜 이토록 익숙한지 몰랐다.“너 지금 또 날 속이고 있는 거지!”노석명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온지유는 당황하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이곳에 둘만 있었고 그와 심리 싸움을 해야 한다.그랬기에 더욱 마음을 단단히 먹
‘탕, 탕탕!'이내 연이은 총소리가 들려왔다.노석명의 탄알은 온지유의 몸에 박히지 않았다.온지유도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총소리는 들렸지만, 탄알은 그녀의 몸이 아닌 볼을 스쳐 지나가며 뒤에 있던 나무에 박혔다.그녀가 눈을 떴을 때 노석명은 모든 물건을 던지곤 망설임도 없이 물속으로 풍덩 들어갔다.그는 그녀를 향해 총을 쏘지 않았다.어쩌면 그 순간 그녀에게 쏠 엄두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온지유는 멍하니 서서 노석명이 있는 곳을 보며 숨을 몰아쉬었다.강의 끝은 급류였다.아주 큰 폭포가 있을 뿐 아니라 물살도 빨라 떨어지면 사망이거나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었다.그러나 노석명에겐 이 길뿐이었다.“온지유!”여이현이 달려왔다. 온지유가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본 그는 얼른 그녀의 팔을 잡아 돌린 뒤 몸을 살펴보았다.“다친 데는 없어?”온지유는 너무 긴장한 탓에 숨 쉬는 것이 힘들어졌고 안색도 창백했다.그녀는 고개를 저었다.“난 괜찮아요.”하지만 여전히 멍한 표정이었다.노석명이 자신을 향해 총을 쏘지 못할 거로 생각했기에 이런 위험한 모험을 한 것이었다.비록 노석명이 그녀를 조준하지 않았지만 정말로 쐈다면 노석명에게도 엄청난 위협이 되었을 것이다.온지유는 잘 몰랐다. 노석명의 눈빛에서 그녀는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다.그는 그녀를 죽이고 싶어 했다.그러나 엄청난 두려움에 결국 그러지 못했다.특전사들이 바로 뒤를 쫓아갔다. 준비해 두었던 배는 그대로 남아 있었고 폭포가 있는 쪽까지 수색해 보았지만 노석명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대장님, 도망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끝은 폭포이니 무사하지는 못할 겁니다!”“그래도 주위를 계속 수색해. 살아있는 한 무조건 잡아야 해!”여이현이 차갑게 말했다. 이번으로 노석명을 철저히 법의 심판을 받게 할 수 있다.말을 마친 그는 시선을 돌려 온지유를 보며 엄숙하게 말했다.“여긴 왜 왔어? 여기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몰라? 왔으면 얌전히 차에 있어야 할
여이현의 말에 온지유는 다소 당황했다.“몰라요.”그녀는 자신이 이곳에 대해 아는 것마저도 이상하게 생각되었다.노석명은 이미 급류에 휩쓸려 폭포 속으로 사라졌다.그들은 아무리 수색해도 그를 찾지 못할 것이다.그랬기에 다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실험실 안은 처참했지만 조금 전과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여이현은 안에 있던 물건들이 떠올라 뜸을 들이며 말했다.“넌 들어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왜요?”온지유가 물었다.“조금 전까지 저한테 안에 있는 함정에 대해 아느냐고 묻지 않았어요? 저도 들어가 봐야 알 것 같아요.”여이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실험실 안은 난장판이야. 딱히 볼 거 없어.”“그게 걱정되었군요. 괜찮아요, 이미 많은 일을 겪어서 이젠 딱히 아무렇지도 않아요. 두려울 것도 없고요.”그녀는 여이현의 걱정을 털어내 주었다.사실 그녀의 멘탈은 아주 강했다.안으로 들어가니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실험실에 있는 물건들이 이렇듯 잔인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포르말린에 담긴 인체 기관을 보니 무언가 인체 실험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게다가 실험에 실패한 변이된 동물도 있었다.케이지에 갇혀 계속 소리를 내고 있었고 손가락이 잘려 피 흘리고 있는 원숭이도 있었다.실험실 안에는 이상한 냄새가 났다.비릿한 피 냄새와 여러 가지 약 냄새가 섞여 저도 모르게 헛구역질 나오게 했다.“명진 씨.”온지유는 실험실 한가운데 서서 하얀 장갑을 낀 채 시험관을 들고 있는 인명진을 발견했다.인명진은 고개를 돌렸다. 무사한 온지유의 모습을 보니 그제야 마음이 놓인 그는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보았다.“무사해서 다행이에요. 하지만 나쁜 소식이 있어요. 이곳에 있는 시험관 안에는 진짜 약이 없어요. 전부 가짜 약이에요.”“가짜라고요.”무표정하던 여이현의 얼굴이 엄숙하게 변했다.“늙은 여우 같으니라고!”인명진이 말했다.“노석명의 실험실엔 약이 하나도 없어요. 아마 다른 곳에 숨겨두었을 거예요. 제 생각엔 근처에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