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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Author: 류한나
last update Huling Na-update: 2024-09-30 17:09:42
“푹 자고 나면 알아서 눈을 뜰 거야.”

노석명은 느긋한 어투로 말했다.

노승아의 시선이 노석명에게로 향했다. 여전히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

“이 약, 부작용 없는 거 맞아요? 나중에 후유증 같은 거 있진 않겠죠?”

노석명은 멈칫했다. 그녀의 말에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때, 여이현이 드디어 깨어났다. 그의 손가락이 꿈틀 움직였기에 노승아는 기쁜 얼굴로 다시 여이현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현 오빠.”

노승아는 그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좀 괜찮아? 많이 나아진 거지?”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약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노석명에게 분명 방법이 있을 거라는 것만 알았다.

여이현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눈을 뜨고 나서도 한참 멍하니 있다가 천천히 눈을 돌려 노승아를 보았다.

“이현 오빠, 나 승아야. 괜찮아?”

노승아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물었다.

여이현은 몸을 일으키며 앉았다.

그가 움직이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바로 그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여전히 그를 경계하고 있었다.

노승아는 경계하는 그들의 모습에 바로 여이현을 지키려 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총을 오빠한테 겨눠? 오빠는 내 남자친구야. 내 미래의 남편이라고! 당장 그 총 내려놔!”

그들은 애초에 노석명의 부하들이었던지라 당연히 노석명의 지시만 따랐다.

깨어난 여이현은 침묵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석명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를 훑어보곤 말했다.

“여이현, 내가 누군지 알겠나?”

여이현은 노석명을 빤히 보았다.

“어떻게 탈옥했나 했더니, 충성을 바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아서 가능했던 거군요. 심지어 경찰까지 따돌리고 말이에요.”

노석명은 웃으며 말했다.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건 어렵지 않지.”

여이현은 몸을 움직이며 더 냉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흉터남을 죽이고 싶어 했던 건 사실이잖아요. 제가 이미 그 흉터남을 죽였으니, 제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때요?”

“아주 좋아!”

노석명은 기쁜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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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석명이 답했다.“해독제는 여기에 있지.”그는 손가락으로 다른 한쪽을 가리켰다.독약 병엔 라벨이 붙어 있었다. 해독제에도 마찬가지였다.어떤 독에 어떤 해독제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분간하기 위함이었다.노석명은 여이현을 보며 계속 말했다.“내 제안은 생각해 봤나?”여이현은 다시 시선을 돌렸다.“꼭 손을 잡아야 하는 건가요?”노석명은 입꼬리를 올렸다.“내 딸과 결혼하고 싶다고 해서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싫다고 거절하는 거면 애초에 나를 무시하고 있었다는 거겠지.”말을 마치자마자 총기를 들고 있던 사람들이 슬금슬금 움직이며 다시 여이현을 향해 총을 겨누려 했다.노승아는 여전히 걱정되었다.“아빠, 이현 오빠는 당연히 우리 편이에요.”그녀는 계속 설득했다.“오빠, 아빠 말대로 해. 아빠가 오빠를 살려주셨잖아. 그냥 가만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면 누구도 오빠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를 거야. 다른 사람에게도 들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그녀는 여전히 제멋대로 미래를 좋은 쪽으로만 상상하고 있었다.여이현은 그저 주위를 둘러볼 뿐이다. 약병은 대부분 정리가 잘 되어 있었던지라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여이현, 아직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네.”노석명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여이현이 물었다.“해독제는요?”“무슨 해독제?”여이현이 차갑게 말했다.“온지유의 해독제 말이에요.”그의 말에 노석명의 안색이 변했다.“역시 아직도 그 여자를 잊지 못했군.”여이현이 말했다.“처음부터 그 해독제를 위해 왔다고 했잖아요.”노승아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아빠, 해독제 여기 있어요? 얼른 이현 오빠에게 줘요. 해독제만 주면 온지유와도 연을 끊을 거예요!”이것은 그녀의 바람이었다.그녀는 여이현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었다.그러나 노석명은 아니었다. 점점 수상하게 생각되어 언성을 높였다.“저 녀석이 정말로 너한테 마음이 있었다면 다른 여자를 위해 해독제 달라고 하지 않았겠지!”노석명 부하들의 총기가 다시 여이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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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전사들이 폐공장 위로 올라가면서 적을 한 명씩 제압했다.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들도 아직 몰랐다.한편, 여이현은 소파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에겐 무기가 없었다.의지할 사람도 없이 홀로 이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이다.생사가 오가는 순간이었지만 그는 반드시 어떻게든 버텨 싸워야 했다.만약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는 노석명의 신임을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더구나 여기까지 올 리가 없었다.그의 목적은 노석명의 본거지를 찾는 것이었다. 노승아 대신 목숨을 던지면 노승아가 분명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오리라 믿고 있었다.노석명의 해독제만이 온지유의 독을 해독할 가능성이 있었다.가능성만 있다면 그는 뭐든 다 시도해 볼 것이다.설령 그것이 그의 목숨을 잃게 하는 일이라고 해도.그렇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처참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그는 숨을 거칠게 내쉬며 달려들었다. 퇴로가 없다는 것을 알았던지라 물러서지 않고 정면돌파 하기로 했다.그러나 그는 두 손을 들었고 노석명을 보며 웃었다.“절 죽이면, 전부 여기서 도망칠 수 없을 겁니다.”노석명은 순간 깨닫고 차갑게 말했다.“전부 네 놈의 계략이었군!”여이현이 말했다.“윈윈이지 않나요?”노석명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보았다.“네 놈이 일부러 나를 불러낸 거잖아. 그놈이 날 배신했다는 사실을 나한테 일부러 흘리고, 흉터남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걸 네 놈이 눈치채고 내가 어떻게든 그놈을 죽이게 한 거, 아니냐?”흉터남이 배신했다는 소식은 여이현이 알린 것이었다.그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흉터남을 죽이려 했다. 그리고 여이현은 최고의 조력자였다.그러나 여이현은 이 사실을 이용해 노승아에게 들러붙었고 그의 본거지까지 찾아냈다.여이현은 그를 보며 말했다.“네 놈한테 나는 이용가치가 아주 높은 체스 말이었나 보군.”노석명은 총을 그에게 겨누었다.“연기를 참 잘했군! 죽음이 두렵지 않나 봐?”여이현이 말했다.“두렵죠. 전 그 누구보다도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어요.”노석명은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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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석명은 흉터남보다 실력이 좋지 못했다.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상태인 그는 더구나 바깥의 상황까지 신경 써야 했다.특전사들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노석명도 퇴로를 만들어놔야 했다.그는 남아 있는 부하들을 전부 불러 특전사들을 막으라고 하면서 자신은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이 실험실을 만들기 전에 그는 만약의 상황을 위해 도망칠 수 있는 작은 문을 만들어 두었다.여이현은 그가 도망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채곤 바로 따라갔다.그러나 노석명은 그를 보며 차갑게 피식 웃었다.“여이현, 이렇게 끝날 줄 알았지? 이건 시작일 뿐이야!”노석명은 망설임도 없이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문이 열리더니 빠르게 도망쳤다.이곳엔 지하 통로가 있었다.여이현이 열었을 때 안은 어둠으로 가득했고 노석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현장엔 두 팔로 머리를 감싸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노승아 뿐이었다.“이현, 이현 오빠!”이때 노승아가 그의 팔을 잡았다.여이현은 그녀를 힐끗 보더니 아주 냉엄한 표정을 지으며 무시해 버렸다.“대장님!”용경호가 달려왔다. 여이현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안도했다.“노석명 씨는 어디에 있습니까? 혹시 도망친 겁니까?”캄캄한 지하 통로를 보며 추측했다.여이현이 말했다.“얼른 사람들을 이끌고 주위를 수색해. 실험실 인원들은 여기 남겨두고 가. 내가 물어볼 것이 있으니까!”“네, 알겠습니다.”용경호는 빠르게 사람들을 이끌고 지하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인명진은 도구 상자를 들고 문턱에 서 있었다. 여이현이 그를 보며 물었다.“인명진 씨, 이 실험실에 있는 모든 약재가 해독제인가요?”인명진이 다가왔다. 그는 실험실 안에 있는 것이 그다지 놀랍지 않은 것 같았다.실험실에 진열된 것보다 만 배는 더 공포스러운 것을 봐왔으니까.인명진은 장갑을 끼며 자세히 관찰했다.“실험을 해봐야 알 것 같네요. 며칠만 시간을 줘요.”여이현이 답했다.“그럼 부탁하죠.”말을 마친 뒤 여이현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안색이 창백해지며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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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671화

    여이현은 순간 불안에 휩싸이게 되었다.“온지유는 지금 어디에 있지?”용경호도 당황했다. 그가 답했다.“분명 조금 전까지 사모님께서 이 안에 계셨습니다.”여이현은 온지유가 납치당했을까 봐 걱정되었다. 이번엔 절대 그녀를 잃고 싶지 않았다.“수상한 인물이 이곳에 온 적은 없고?!”“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여긴 전부 저희 쪽 사람입니다!”용경호는 확신했다. 이곳에 있는 사람 중 온지유를 데려갈 사람이 없었다.여이현은 진정할 수 없었다.설령 자신의 부하라고 해도 온지유가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하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얼른 가서 찾...”여이현이 목소리를 높이며 말하고 있을 때 귀에서 이명이 들렸다.그는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너무도 귀에 거슬리는 이명에 머리마저 지끈거렸다.한편, 온지유는 익숙한 기분에 자신의 직감대로 실험실 뒤편으로 가고 있었다.길은 아주 멀었다.설령 위험하다고 해도 그녀는 정확히 알고 싶었다. 왜 이토록 익숙한 기분이 드는지 말이다.잡초가 무성했다. 그녀는 행여나 뱀이나 벌레가 튀어나올까 봐 조심조심 걸었다.인기척을 들을 때마다 실험실의 사람들일까 봐 긴장감을 느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풀숲에 몸을 숨기다가 우연히 누군가 지하 통로로 빠져나오는 것을 발견했다.지하 통로에서 나온 사람이니 분명 실험실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소리를 낼 수 없었다. 남자는 피를 흘리며 강가를 따라 걸어갔다.앞쪽엔 작은 쪽배가 있었다.미리 준비해 둔 배인 것 같았다.노석명의 뒷모습을 보던 온지유는 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도 익숙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꼭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사람이었다.마치 그녀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것을 도둑이 훔쳐 간 그런 기분이었다.엄청난 반감도 들었다.그녀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온지유는 이내 바로 사람을 불러와야겠다고 생각했다.“대장님, 사모님께서 위치를 전송했습니다. 사모님이 계신 곳은 실험실 뒷산입니다!”“당장 가서 찾아!”뒷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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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온지유에 노석명은 냉정하게 사고할 수가 없었다.“넌 대체 귀신이야, 사람이야!”바람이 불어오며 온지유의 긴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거기에다 거리에다 창백한 그녀의 안색까지 더해지니 더 귀신처럼 보였다.노석명은 미간을 찌푸렸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다.온지유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행여나 말실수할까 봐 말이다.그러면서도 노석명이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엄청난 약점이 될 비밀 같은 것이 있을 것 같았다.노석명은 냉정함을 되찾은 후 생각했다. 그가 알고 있는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그랬기에 눈앞에 나타날 리가 없었다.온지유의 얼굴을 빤히 보던 그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아니지, 네가 온지유구나? 감히 혼자 내 앞까지 찾아오다니, 내가 널 죽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처녀 귀신인 척하려던 것은 결국 들키고 말았다.그럼에도 그녀는 대범하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아, 이런 들켰네요. 그런데 처음 만난 사이인 것 같은데 제 이름을 알고 계시네요. 노석명 씨, 저희 전부터 알던 사이였나 봐요.”노석명은 그녀가 또 거짓말을 하는 줄 알고 말했다.“아는 사이? 우리가 아는 사이라고?”온지유가 말했다.“어둡고 작은 방, 그쪽이 날 가둔 곳이잖아요!”노석명은 놀랐다.“너, 기억이 돌아온 거냐?”온지유는 그저 추측대로 말했을 뿐이다. 그런데 진짜일 줄이야.그녀와 그들은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하지만 온지유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됐다.“왜, 왜 나한테 접근했던 거죠?!”이치대로라면 그때의 그녀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손쉽게 대낮에 납치당해 이런 곳에 올 리가 없었다.그녀는 이곳이 왜 이토록 익숙한지 몰랐다.“너 지금 또 날 속이고 있는 거지!”노석명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온지유는 당황하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이곳에 둘만 있었고 그와 심리 싸움을 해야 한다.그랬기에 더욱 마음을 단단히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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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탕, 탕탕!'이내 연이은 총소리가 들려왔다.노석명의 탄알은 온지유의 몸에 박히지 않았다.온지유도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총소리는 들렸지만, 탄알은 그녀의 몸이 아닌 볼을 스쳐 지나가며 뒤에 있던 나무에 박혔다.그녀가 눈을 떴을 때 노석명은 모든 물건을 던지곤 망설임도 없이 물속으로 풍덩 들어갔다.그는 그녀를 향해 총을 쏘지 않았다.어쩌면 그 순간 그녀에게 쏠 엄두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온지유는 멍하니 서서 노석명이 있는 곳을 보며 숨을 몰아쉬었다.강의 끝은 급류였다.아주 큰 폭포가 있을 뿐 아니라 물살도 빨라 떨어지면 사망이거나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었다.그러나 노석명에겐 이 길뿐이었다.“온지유!”여이현이 달려왔다. 온지유가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본 그는 얼른 그녀의 팔을 잡아 돌린 뒤 몸을 살펴보았다.“다친 데는 없어?”온지유는 너무 긴장한 탓에 숨 쉬는 것이 힘들어졌고 안색도 창백했다.그녀는 고개를 저었다.“난 괜찮아요.”하지만 여전히 멍한 표정이었다.노석명이 자신을 향해 총을 쏘지 못할 거로 생각했기에 이런 위험한 모험을 한 것이었다.비록 노석명이 그녀를 조준하지 않았지만 정말로 쐈다면 노석명에게도 엄청난 위협이 되었을 것이다.온지유는 잘 몰랐다. 노석명의 눈빛에서 그녀는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다.그는 그녀를 죽이고 싶어 했다.그러나 엄청난 두려움에 결국 그러지 못했다.특전사들이 바로 뒤를 쫓아갔다. 준비해 두었던 배는 그대로 남아 있었고 폭포가 있는 쪽까지 수색해 보았지만 노석명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대장님, 도망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끝은 폭포이니 무사하지는 못할 겁니다!”“그래도 주위를 계속 수색해. 살아있는 한 무조건 잡아야 해!”여이현이 차갑게 말했다. 이번으로 노석명을 철저히 법의 심판을 받게 할 수 있다.말을 마친 그는 시선을 돌려 온지유를 보며 엄숙하게 말했다.“여긴 왜 왔어? 여기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몰라? 왔으면 얌전히 차에 있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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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이현의 말에 온지유는 다소 당황했다.“몰라요.”그녀는 자신이 이곳에 대해 아는 것마저도 이상하게 생각되었다.노석명은 이미 급류에 휩쓸려 폭포 속으로 사라졌다.그들은 아무리 수색해도 그를 찾지 못할 것이다.그랬기에 다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실험실 안은 처참했지만 조금 전과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여이현은 안에 있던 물건들이 떠올라 뜸을 들이며 말했다.“넌 들어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왜요?”온지유가 물었다.“조금 전까지 저한테 안에 있는 함정에 대해 아느냐고 묻지 않았어요? 저도 들어가 봐야 알 것 같아요.”여이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실험실 안은 난장판이야. 딱히 볼 거 없어.”“그게 걱정되었군요. 괜찮아요, 이미 많은 일을 겪어서 이젠 딱히 아무렇지도 않아요. 두려울 것도 없고요.”그녀는 여이현의 걱정을 털어내 주었다.사실 그녀의 멘탈은 아주 강했다.안으로 들어가니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실험실에 있는 물건들이 이렇듯 잔인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포르말린에 담긴 인체 기관을 보니 무언가 인체 실험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게다가 실험에 실패한 변이된 동물도 있었다.케이지에 갇혀 계속 소리를 내고 있었고 손가락이 잘려 피 흘리고 있는 원숭이도 있었다.실험실 안에는 이상한 냄새가 났다.비릿한 피 냄새와 여러 가지 약 냄새가 섞여 저도 모르게 헛구역질 나오게 했다.“명진 씨.”온지유는 실험실 한가운데 서서 하얀 장갑을 낀 채 시험관을 들고 있는 인명진을 발견했다.인명진은 고개를 돌렸다. 무사한 온지유의 모습을 보니 그제야 마음이 놓인 그는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보았다.“무사해서 다행이에요. 하지만 나쁜 소식이 있어요. 이곳에 있는 시험관 안에는 진짜 약이 없어요. 전부 가짜 약이에요.”“가짜라고요.”무표정하던 여이현의 얼굴이 엄숙하게 변했다.“늙은 여우 같으니라고!”인명진이 말했다.“노석명의 실험실엔 약이 하나도 없어요. 아마 다른 곳에 숨겨두었을 거예요. 제 생각엔 근처에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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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지유는 앞쪽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꼭 그녀에게 방향을 인도하는 불빛인 것 같기도 했고 어쩌면 그녀를 죽음으로 이르게 하는 불빛 같기도 했다.그녀는 벽을 만졌다. 예상대로 볼록 튀어나온 무언가가 있었고 바로 눌렀다.하나의 화살이 슉 날아가더니 벽에 꽂혔다.그러더니 지하 통로 안에 불빛이 켜졌다.온지유도 놀랐다. 조금 어두운 불빛 아래 양쪽은 전부 돌로 만들어진 벽이었고 아주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이곳 곳곳에 함정이 있었다.여이현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정말 알고 있구나.”온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본능에 이끌려 움직였다.그 덕에 많은 함정을 피할 수 있었다.함정으로 가득한 길을 지나고 나니 눈앞엔 밀실이 나타났다.“이 안에 분명 귀한 것이 있을 겁니다!”뒤에 있는 사람이 말했다.“위에 뭐라고 적힌 겁니까?”밀실 문 위쪽에 문자가 한 줄 적혀 있었다.그들은 알아보지 못했다.너무도 이상한 문자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온지유도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그녀가 밀실 문을 열자 안에서 차가운 공기가 흘러나왔다. 눈앞에 보인 것은 또 다른 실험실이었다.안에는 모든 설비가 갖춰져 있었고 벽에는 여러 가지 약이 진열되어 있었다.인명진은 안을 둘러보았다. 이곳이 노석명이 진짜 약을 숨겨둔 곳이라는 느낌이 한 번에 들었다.“여기에요.”인명진이 확신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여이현이 물었다.“찾을 수 있어요?”인명진이 말했다.“실험을 해봐야 하니 이곳은 저한테 맡기세요.”“그래요. 그럼 부탁할게요.”여이현이 진지하게 말했다.“부탁이라니요, 이곳은 저한테 소중한 경험을 주는 곳인데 부탁하실 필요 없어요.”인명진도 의사였다. 아무리 조직과 연관된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약들에 그는 관심이 아주 많았고 의학적 방면에서 그에게 엄청난 경험을 줄 수 있었다.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알고 싶었다. 이 약들은 도대체 어떤 성분으로 만든 것인지 말이다.법로의 통제에서 벗어나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해주고 싶었다.“이곳은 음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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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을 내다보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북적이던 거리가 이제는 적막이 흘렀다.지금은 퇴근 시간대라 노점상들이 한창 손님을 맞이하며 돈을 벌어야 할 때였다. 모두가 한꺼번에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갔다는 건 말이 안 됐다.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 모든 게 남태건이 꾸민 짓이라는 결론밖에 나올 수 없었다.“너, 정말 비열하고 추잡하구나.”권다솔은 그에 대한 혐오감이 더욱 심해졌다.하지만 남태건은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며 말했다.“칭찬 고맙다. 내가 노점상들한테 각각 200만 원을 줬거든. 이제 너한테 선택지는 한 가지야. 나랑 만나.”그는 그녀를 꼭 얻어야 했다.권다솔은 비웃음을 흘리며 손을 지퍼에 올렸다.“난 선택하지 않을 거야.”어찌 인간이 짐승과 어울리겠는가.그녀는 적절한 타이밍에 지퍼를 열어 호신용 스프레이를 꺼내려는 순간 남태건이 갑자기 가까이 다가오더니 그녀를 끌어안았다.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은 채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너한테서 정말 좋은 향이 나는 거 알아? 다음 주에 네가 이혼하면 그날 바로 결혼하는 게 어때?”“꺼져!”그녀는 힘껏 뒤로 발길질하며 그를 걷어차려 했다.하지만 남태건은 그녀의 행동을 예상한 듯 순식간에 그녀의 다리를 잡은 채 손으로 더듬으며 말했다.“보아하니 너도 나랑 함께하고 싶어서 참을 수 없는 모양이네. 난 지금 바로 널 갖고 싶은데, 여기서 할까? 얼마나 짜릿하겠어?”그는 원래는 그녀에게 멋진 밤을 선사하려고 했다. 7성급 호텔에 장미로 덮인 침대와 로맨틱하게 촛불까지.하지만 그녀가 너무 말을 안 듣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원래 말 안 듣는 고양이는 잘 길들여야 발톱을 감출 줄 알게 되는 법이다.“남태건!”그녀는 화가 치밀어 오른 채 소리를 질렀다.“너 지금 무슨 짓 하는지 알아? 너 그러다 감옥 갈 거야!”그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의 종아리를 따라 손을 위로 더듬었다.“우리가 부부가 된 후에도 날 감옥에 보낼 수 있을까? 어쩌면 오늘이 지난 뒤 네 뱃속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98화

    그럼 처음부터 딱 잘라 거절하는 편이 나았다.김영은은 그녀의 편에서 단호하게 말했다.“그만 돌아가. 돈은 바로 계좌로 보낼게. 물건은 혼자 옮길 수 없을 테니 경호원을 불러서 도와줄게.”경호원이라는 말을 들은 남태건은 더욱 씁쓸해졌다.이 또한 은근히 그를 경고하는 것이었다. 만약 여기서 무슨 짓을 저지르더라도 집에는 경호원이 있으니 즉시 제압할 수 있고 그는 결국 쫓겨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남태건은 마지막으로 권다솔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솔아, 잘 지내. 몸조심하고.”‘가급적이면 외출은 삼가는 게 좋을 거야’물론 남태건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그는 예전에도 권다솔을 스토킹한 적이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생각이었다. 기회를 보면서 그녀를 강제로 데려갈 계획이었다.그때 두 사람의 친밀한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게 되면 그녀의 부모님은 이를 악물고 승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사회는 여자에게 항상 더 가혹한 법이다.그녀의 부모님이 딸의 명예를 조금이라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결국 그를 사위로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남태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우리 딸, 이제 모든 물건은 돌려주었어. 앞으로 네가 하고 싶은 건 마음껏 해도 돼. 엄마, 아빠는 언제나 네 뒤에서 지켜줄게.”김영은은 그녀에게 힘을 북돋아 주었다.그녀는 김영은을 꼭 안아줬다. 아무래도 미리 대비하는 게 아무 준비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았다.다음 날, 출근길에 권다솔은 가방 안에 호신용 스프레이 한 병을 넣었다. 여러 종류의 고춧가루로 만들어졌기에 아주 소량만으로도 사람을 울릴 수 있었다.하루 종일 별다른 일은 없었고 퇴근 후에 동료들과 근처 먹자골목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권다솔이 그중 한 골목 입구를 지나던 순간 옆에서 손을 뻗어와 그녀를 강제로 끌고 갔다.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눈앞에는 남태건이 서 있었다.그는 예전의 신사적인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97화

    “엄마는 지금 병이 매우 심각해요. 아마 수술을 받는다 해도 남은 인생을 병상에 누워서 보내야 할 가능성이 커요.”배진호는 엄마에 대해 자업자득이라는 말밖에 할 게 없었다.처음에 권다솔은 그녀에게 정말 잘해주었다. 매사에 세심하게 신경 써주고 자주 찾아뵈러 가서는 다양한 보신탕을 끓여주기도 했다.만약 그녀가 터무니없는 행동만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그들은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었다.그녀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말했다.“어쩌다 그렇게 됐어요?”분명 두 사람이 이혼하기 전만 해도 정미진은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그런데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에 상황이 이렇게 악화될 줄은 몰랐다.“계속 아픈 척하다가 이제 진짜 병이 든 거죠. 악화 속도가 매우 빨라서 이미 치료의 최적 시기를 놓쳤어요.”배진호는 간단히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권다솔은 하마터면 꼴좋다고 말할 뻔했다.하지만 정미진은 어디까지나 그의 친어머니라는 점을 고려해 그만 삼켜버렸다.전화를 끊고 난 뒤 그녀는 혼자 방에 앉아 많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 정미진은 자신을 돌보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다. 비록 여전히 두 사람의 관계에 간섭하고 싶어 할지라도 이제는 그럴 힘조차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과연 이혼해야 할까?그녀는 정말로 알 수 없었다.그러던 중,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창문을 열어보니 남태건이 김영은 앞에 서 있었다.“지난번에 이미 할 말을 다 했고 앞으로 더 이상 연락할 필요도 없는데 이제 와서 또 뭘 하려는 거니?”김영은은 다소 불쾌한 기색으로 말했다.증거가 모두 드러났는데도 남태건은 왜 이렇게 미련을 못 버리는 걸까?그녀는 외간 남자의 몇 마디 달콤한 말에 딸을 내어줄 사람이 아니었다.“저와 다솔의 관계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감히 그런 기대를 할 수도 없고요. 오늘은 전에 드린 물건을 돌려받으려고 온 거에요.”남태건은 최대한 겸손한 태도를 취하며 말했다.그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었고 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96화

    “전 치료 받지 않았어요.”정미진은 크게 후회했다.온갖 계산을 다 해가며 일을 꾸몄지만 결국 제대로 걸려든 사람은 본인이었다.이럴 줄 알았다면 애초에 이런 짓을 왜 했을까?“하지만 환자분 차트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는데요.”“약은 먹지 않았고 링거도 다 버렸어요.”정미진은 말할수록 후회가 밀려왔다.이제는 의사조차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정미진을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치료받기 싫으시면 그냥 퇴원 수속 밟으세요. 집에서 지내는 게 나을 거예요. 약값도 아낄 수 있고 요즘 젊은이들 돈 벌기 얼마나 힘든데요. 게다가 소문나면 우리 병원 체면도 말이 아니거든요.”“안 돼요! 제가 잘못했어요. 이제부터는 치료에 협조할게요.”정미진은 순순히 의사의 의견에 따랐다.입으로는 죽고 싶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죽음을 가장 두려워했다.그녀는 진심으로 살고 싶었다.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돈 걱정도 없고 배진호도 권다솔 문제를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효자였다. 그녀가 죽게 되면 모든 게 끝나버리는 셈이다.그녀는 계속해서 지금의 행복을 누리고 싶었다.“일단 병실로 돌아가세요. 치료를 받으시려면 가족분께서 동의서를 작성하셔야 하고 저희 병원 측에서도 다시 조사를 진행해야 합니다.”의사는 그녀를 설득해 병실로 돌려보낸 뒤 이 상황을 상세히 보고했다....저녁, 배진호는 정관수술을 마쳤다.잃어버린 아이를 떠올리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고통을 느꼈다.아버지로서 아이를 지키지 못한 건 어쩌면 그의 잘못이었다. 그는 남은 생을 후회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때 권다솔이 전화를 걸어왔다.권다솔?배진호는 핸드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된 채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번호였다.그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다솔 씨, 이제야 저한테 연락하는 거예요?”“전 그냥 월요일에 이혼 절차를 마치러 가는 걸 잊지 말라고 전하려던 것뿐이에요.”그녀는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임신 사실을 숨기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95화

    “걔가 어떻게 아이를 가질 수 있겠어?”정미진은 비웃음을 흘렸다.“지난번에 의사한테 물어봤더니 걔 체질은 워낙 임신하기 힘들대. 특히 유산까지 한 번 겪고 나면 더더욱 그렇지. 아무리 우리 진호를 유혹한다 해도 아이는 못 얻을걸.”갑자기 병실 문이 열렸다.배진호는 분노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서 문밖에 서 있었다.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치 그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았다.그는 자신의 엄마가 이렇게 비열하고 이기적인 사람일 줄은 차마 상상도 못 했다.“진호야, 갑자기 어쩐 일이야?”정미진은 진심으로 당황했다.방금까지 병실 안에 누구도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속마음을 거리낌 없이 털어놓았다.다만 배진호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제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우리 엄마가 뒤에서 이런 짓들을 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엄마도 여자인데 어떻게 다솔 씨한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어요?”배진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권다솔을 유산하게 만든 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렇게 이기적인 생각까지 하고 있다니.그녀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까지 대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제야 권다솔이 왜 확실하게 선을 긋고 떠나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더는 해치고 싶지 않았다.“방금 그냥 해본 말이야. 엄마가 무슨 짓을 하진 않았잖아...”“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저 오늘 바로 정관수술 예약할 거예요. 제 아이를 잃은 이상 앞으로도 다른 아이는 절대 갖지 않을 거예요.”배진호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말했다.그는 오늘 중으로 수술을 예약하고 실행에 옮길 생각이었다.이 말을 들은 정미진은 마치 청천벽력을 맞은 듯한 충격에 빠졌다.그녀가 이렇게까지 애써가며 미래의 손자를 위해 준비했는데 결국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만약 배진호가 진짜 정관수술을 한다면 그녀는 평생 손자를 보지 못할 것이다.“불효 중 가장 큰 불효가 자손을 남기지 않는 것이야. 네가 정말 그렇게 한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94화

    악역은 그가 맡기로 했다.“아니에요. 애초부터 태건 씨의 아이가 아니에요. 저한테 거짓말한 거예요.”권다솔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배진호의 아이예요.”그녀는 손을 뻗어 배를 어루만지며 생각했다. 설마, 잃어버렸던 그 아이가 다시 그녀한테 돌아온 걸까?그녀는 권용민에게 단호하게 말했다.“어찌 됐든 간에 전 이 아이를 꼭 지킬 거예요. 저랑 진호 씨는 이미 이혼했지만 진호 씨는 저를 괴롭힐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잘 알아요.”“그렇다면 배진호 어머니는 어떡하려고? 그처럼 고약한 시어머니를 만나면 누구든 불행할 수밖에 없어.”권용민은 그녀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남태건과 비교하니 이제는 배진호가 조금 나아 보이기까지 했다.게다가 그가 찾아본 증거에 따르면 권다솔에게 달린 악플들은 배진호가 퍼뜨린 것이 아니었다. 석규리가 권씨 가문의 경쟁업체를 찾은 것이었다. 더 이상 배진호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법이다.만약 배진호 혼자였다면 권용민은 아이를 위해 그를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단호해질 수밖에 없었다.“아빠가 말을 직설적으로 해서 미안하다만 배진호의 어머니가 있는 한 너희 둘이 다시 만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다.”“그건 저도 잘 알아요.”아이를 위해서라도 그녀 역시 그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다.이미 시어머니 때문에 아이를 한 번 잃었지만 하늘의 축복으로 다시 아이를 가졌으니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그녀가 명확히 결정을 내린 것을 보고 권용민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편, 배진호는 매일 병원에 들러 정미진을 보살폈다. 정미진은 그의 앞에서 약을 먹고 링거를 맞는 척하며 완벽히 연기하고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 배진호는 병원 문을 나서다 병실에 물건을 두고 온 것이 떠올라 급히 되돌아갔다.문 앞에 도착하자 어머니와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렇게 며칠째 연기하느라 들어간 병원비만 해도 적지 않잖아요. 오빠도 돈 버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제가 병원비를 봤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93화

    그는 바닥에 쓰러진 딸을 보더니 깜짝 놀라 그녀를 안아 들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얼른 구급차 불러!”지나가던 직원이 급히 응급 전화를 걸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회사 건물 앞에 도착했다. 권용민은 딸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그는 응급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왔다 갔다 오간 지도 셀 수 없었다. 권용민은 평생 딸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왔다. 만약 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그조차 견딜 수 없는데 만약 아내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하늘이 무너질지도 몰랐다.온갖 걱정이 머릿속을 떠다니던 찰나 의사가 걸어 나왔다.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권용민은 양어깨를 단단히 붙잡고 물었다.“의사 선생님, 지금 제 딸은 어떤 상태인가요? 도대체 무슨 병에 걸린 겁니까?”권용민은 속이 바싹 타들어 갔다.의사는 그의 손을 보며 한 발짝 물러서려 했지만 너무 세게 잡고 있는 바람에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그는 속으로 어쩌면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을지도 모른다며 한숨을 내쉬고는 차분히 설명했다.“따님은 괜찮습니다. 단순히 저혈당 증상이 나타난 겁니다. 그런데 지금 따님이 임신 중이라 반드시 잘 챙겨 드셔야 합니다.”권용민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완전히 멍해졌다.‘임신이라니?’그럼 이 아이는 남태건의 아이인가?원래 그는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남태건은 지나치게 계산적인 데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라 딸과 엮이는 것을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권다솔이 남태건의 아이를 임신했다니, 그녀는 얼마 전에도 아이를 잃었는데 또 낙태 수술을 한다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 뻔했다.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도 가능하지만 남태건의 성격상 아이를 두고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권용민은 걱정을 가득 안고 딸을 만나러 갔다.“아빠, 지금 아빠 상태를 보면 마치 제가 정말 큰 병에 걸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잖아요.”권다솔은 병상에 누운 채 창백한 얼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92화

    일주일 만에 권다솔은 많은 일을 해냈다.그녀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업무 태도는 이미 팀장의 인정을 받았다.“내일 고객을 만나러 가는데 지연 씨도 같이 가죠.”“네? 제가 정말 가도 되나요?”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이전에 그녀는 여이현의 비서로 일했던 경험이 있다 보니 혼자서도 충분히 고객을 만나러 갈 수 있었다.하지만 회사에 들어온 지 겨우 일주일 만에 아직 수습 기간도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 안에 고객을 만날 기회를 준 걸 봐서는 팀장이 그녀를 얼마나 인정하는지 알 수 있었다.“물론이죠. 지연 씨의 업무 능력을 지켜본 결과 저보다 더 뛰어난 것 같은데요. 고객을 만나는 건 당연히 가능하죠.”팀장은 그녀를 전적으로 믿었다.고객을 만나기 전에는 많은 준비 작업이 필요했다. 팀장은 프로젝트 자료를 모두 그녀에게 메일로 보내 주었다.권다솔은 그렇게 오랜만에 메일을 열게 되었다.팀장이 보낸 파일 외에 배진호가 보낸 메일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삭제하려 했지만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메일을 열어버렸다.이미 열린 김에 그가 무슨 말을 보냈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다가 마지막 부분을 보게 되었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날 밤 그녀와 함께 있었던 사람이 배진호란 말인가?그럼 남태건이 했던 말은 또 무슨 뜻이지?권다솔은 배진호를 차단 목록에서 해제하려는 순간 아빠가 전화를 걸어와 그녀를 사무실로 호출했다.문을 열자마자 화가 잔뜩 난 권용민의 얼굴이 보였다.“아빠,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화가 나셨어요?”권다솔은 그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진정하세요. 저녁에 제가 맛있는 음식을 해줄게요.”“나랑 네 엄마가 전에 정말 어리석었어. 어린애한테 속아서 완전 농락당했지 뭐니. 네가 그 녀석이랑 엮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꼴이었을 거야.”남태건 얘기만 나오면 권용민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의 이름조차 부르고 싶지 않았다. 권다솔이 의아해하자 그는 두툼한 서류 뭉치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91화

    그녀는 단순히 남태건을 비웃은 게 아니라 자신마저 비웃었다.정말로 몇 번이나 사람을 너무 쉽게 믿었다.“신뢰란 누가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쟁취하는 거예요. 이제 그만 가세요. 부모님께 무릎을 꿇는 건 괜찮지만 저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건 정말 아니에요.”“권다솔!”남태건은 다시 손을 뻗어 그녀의 옷자락을 꼭 붙잡았다.그는 손에 힘을 가했다. 혹시라도 손을 놓는 순간 그녀를 영원히 잃게 될까 봐 두려웠다.“어서 돌아가요. 앞으로 태건 씨만의 인생을 사세요. 저도 제 인생을 살 거예요. 이미 말했잖아요. 우리 둘은 친구조차 될 수 없다고.”권다솔은 아예 외투를 벗어버렸다.남태건의 손에는 외투만 남아 있었고 아무것도 붙잡지 못했다.그는 그녀가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김영은은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지만 하려던 말을 애써 삼켜버린 채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집에 돌아온 권다솔은 부모님께 아까 얘기는 하지 않고 곧바로 회사 얘기를 꺼냈다.“아빠, 엄마. 오늘 오후부터 바로 회사로 가서 일하고 싶어요. 직책은 정해 놓으셨어요?”“굳이 이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 이틀 정도 푹 쉬어라.”비록 권용민은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막상 그녀가 출근하려 하니 마음이 약해졌다.아직 회사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라면 자유롭게 놀 수 있었지만 정식으로 출근하게 되면 다른 직원들처럼 매일 출근 도장을 찍어야 했고 함부로 결근할 수 없는 생활이 될 터였다.“아빠 머리에도 이제 흰머리가 있네요.”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흰머리를 뽑아주었다.권용민은 여전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몇 가닥뿐이야. 나도 거울 보면서 봤어. 내 나이에 흰머리 있는 건 정상이지.”“관리를 잘하면 아빠 나이엔 여전히 까만 머리를 유지할 수 있어요. 제가 걱정되는 건 알겠지만 언제까지 아빠 엄마의 보호 아래서 살 수는 없잖아요. 이제는 제가 아빠 엄마를 돌볼 때예요.”그녀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권다솔의 강력한 요청에 권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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