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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노승아는 잠시 넋이 나갔다.

‘설마 이현 오빠는 모르고 있었나? 말이 안 되는데?’

이 말을 듣고도 여이현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는 오로지 냉기만 가득했다. 온지유와 관련된 모든 일이 더 이상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는 듯했다.

온지유는 아이를 이용해서라도 그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마음을 정리하고 돌아선 여이현에게 아이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것이 나았을지도 몰랐다.

마지막 희망의 끈까지 사라지자, 온지유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이현 오빠, 우리 이제 가요.”

노승아는 여이현에게 기대면서 다툼을 끊었다.

“지유 씨도 애쓰지 마요. 그러게 애를 일찍 지웠으면 좋았잖아요. 그러면 이런 망신도 겪을 필요 없었을 텐데.”

여이현은 시선을 돌렸다. 숨결이 약간 불안정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차갑고 무정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말고 가자. 이혼 안 하려고 못할 말이 없는 여자야.”

두 사람은 그대로 온지유를 스쳐 지나갔다. 뒤돌아보지도 않고서 말이다.

노승아는 지나가면서 일부러 온지유의 어깨를 툭 쳤다. 온지유는 살짝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났고, 강윤희가 그녀를 부축하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어떻게 저렇게 잔인할 수가 있어요? 저 여우 년이 분명히 이현 오빠를 꼬드겼을 거예요. 지유 씨, 저희...”

“그만해요.”

온지유는 강윤희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다. 그녀는 너무 빨리 변해 버린 여이현의 태도에 의심을 품은 것이다. 그런데도 온지유는 쓴웃음만 지었다.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이현 씨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이현 씨는 저한테 믿음이 없어요.”

강윤희는 초조하게 말했다.

“정말 이대로 끝낼 거예요? 이럴 줄 알았으면 나오지 않는 건데... 그러면 운 나쁘게 마주치지도 않았을 거고...”

온지유는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울음보다 더 처절해 보이는 미소였다.

“아니에요. 언젠가 마주해야 할 일이었어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빨리 끝내면 좋죠.”

온지유는 동정을 사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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