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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노승아는 여이현을 속이는 동시에 자신도 속이고 있었다. 그녀도 순수하고 싶었다. 그러나 순수하지 못한 현실에서는 자신까지 속일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이현은 잘 속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노승아가 온지유에게 독을 먹인 순간, 순수함과는 거리가 먼 더러운 속내가 완전히 드러나고 말았다.

여이현의 표정은 아주 진지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위험에 빠진 온지유 뿐이 아니었다. 남들은 몰랐던 노승아의 실체도 있었다.

“나 때문에 죽을 뻔했다고? 예전 같으면 믿었겠지만 이제는 아니야. 넌 너 자신을 위해 그런 거잖아. 한패라는 걸 들키기 싫었던 거잖아. 아니야?”

이 말을 들은 노승아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아무 말도 못 했다.

‘오빠가 어떻게 안 거지?’

그녀는 불안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물론 인정은 할 수 없었다. 그녀도 더러운 짓거리는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건 다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다. 그녀의 위치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노승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당황함 속에서도 자신은 틀리지 않았다고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 그녀는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는 몰라요? 나라고 그런 짓을 하고 싶어서 한 줄 알아요? 오빠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모르죠. 여진숙, 그 여자라 날 버리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난 오빠 대신 고생하고 있는 거예요. 오빠가 살았어야 하는 인생을 사는 거라고요! 고고한 척하지 말아요. 난 오빠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니까.”

노승아에게는 원하는 것을 선택할 권력이 없었다.

그녀는 원래 여승아로 살아가야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녀를 인정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그녀를 버렸다.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녀는 수도 없이 했다. 원래도 축복이 아닌 원한을 품고 태어난 아이가 아니던가?

이건 여이현도 잘 알았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았다.

“날 미워하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난 너한테 아무것도 빚지지 않았어.”

여이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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