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지유는 인사팀으로 찾아가 이력서를 확인했다.괜찮은 사람들로 여이현에게 보여줬지만 아무런 답장도 없었다.이 많고 많은 후보 중에 여이현의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었다.결국 일부러 자신을 난처하게 하는 거라고, 보내주기 싫은 거라고 확신하게 되었다.온지유는 갑자기 밀려오는 피곤함에 한 시간만 더 있다가 퇴근하기로 했다.만약 여이현이 여전히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상관하지 않으려고 했다.무더운 날씨에 밖에 나가서 음료수를 사고 돌아오는 길, 갑자기 어지러운 느낌에 더는 걸을 수가 없었다.결국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온지유.”이때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뒤돌아보았을 때, 그레이색 정장을 입은 나민우가 허리를 숙이고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온지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나민우는 다시 허리를 세워 한쪽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민우야.”나민우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나야.”“웬일이야?”요즘 따라 자주 만나는 것 같았다.“현지 시찰하러 왔다가 주차하면서 마침 너를 봤어.”온지유는 멀지 않은 곳에 세워져 있는 블랙 벤틀리 차량을 발견했다.“너는 왜 여기 혼자 있어?”온지유는 다시 시선을 돌려 나민우를 쳐다보면서 말했다.“이력서를 확인하다가 음료수 사러 나왔지.”“이력서?”나민우는 이해가 안 되는지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직접 이력서를 보고 사람을 뽑아야 해?”나민우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온지유의 옆에 앉았다.온지유가 잠깐 침묵하더니 말했다.“인수인계할 사람을 찾아야지.”“퇴사하려고?”나민우는 굳이 묻지 않아도 바로 눈치챘다.온지유도 별로 숨길 생각이 없었다.“응.”분위기는 다시 고요해지기 시작했다.나민우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멈칫하더니 물었다.“안색이 안 좋네. 여 대표님이랑 사이가 안 좋아?”갑작스러운 질문에 온지유는 깜짝 놀라면서 고개를 쳐들었다.비밀로 결혼한 사실을 별로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민우한테 말하지도 않았는데 나랑 이현 씨가 단순히 직장
온지유가 그의 말에 찬성했다.“맞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거야. 믿어 의심치 않아.”나민우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온지유는 이미 확고하게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나민우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좋아했는데. 정말 헤어지기로 결심한 건가?’그해, 온지유가 걱정되어 찾아간 적이 있었다.그때는 온지유가 아직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 나무 뒤에서 몰래 지켜보았다.괜찮다는 것을 확인해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그러다 온지유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여이현을 쳐다보면서 웃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때까지만 해도 여이현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여이현은 잘생기고 공부까지 잘해서 쫓아다니는 여학생들이 많았다.하지만 나민우는 그때 뚱뚱해서 온지유의 앞에 나타날 용기가 없었다.그렇게 그는 오랫동안 좋아한 온지유를 우두커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저 그녀가 행복했으면 했다.“온지유, 날 봐봐.”나민우의 익살스러운 표정에 온지유는 멈칫하고 말았다.나민우는 이런 반응에 그만 뻘쭘해졌다.“왜, 안 웃겨?”온지유는 평소에 진지하기만 하던 사람이 이런 표정을 지을 줄 몰랐다.익살스러운 표정을 한 것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하는 표정이 더욱 웃겼다.온지유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나민우가 말했다.“난 네가 기분이 좋아졌으면 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너의 기분을 풀어줄수 있을지 몰라서...”온지유는 늘 자신의 기분을 헤아려 주는 나민우의 모습에 감동하고 말았다.이렇게 정서가 안정적이고 다정한 사람은 온지유의 남자친구로서 딱이었다.그런데 이미 결혼도 했고, 아이까지 있는 그녀에게는 과분한 사람이었다.“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어.”온지유가 웃으면서 말했다.“네가 웃었으면 됐어.”그런데 마침 여이현이 이 모습을 보게 되었다.온지유와 나민우는 마치 풋풋한 연인 사이처럼 보였다.여이현은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눈빛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변호사 찾으러 간
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여이현은 고개 들어 그녀를 차갑게 쳐다보고는 자료를 건네받았다.의외로 자세히 자료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온지유가 긴장한 마음으로 말했다.“다 괜찮으신 분입니다. 이 중에서 뽑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여이현은 그중에 괜찮은 이력서를 한쪽에 내려놓더니 말했다.“이 사람 내일 면접 보러 오라고 해.”의외로 명쾌한 대답에 온지유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네. 지금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여이현이 또 말했다.“별일 없으면 이만 가봐.”온지유는 차가운 그의 표정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나가라고 했으니 나갈 수밖에 없었다.이때 배진호가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대표님, 성동 공사 현장에 사고가 발생했습니다.”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배진호와 함께 그쪽으로 향했다.긴박한 상황에 온지유도 뒤따라 나서려고 했다.그런데 여이현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온지유를 힐끔 보더니 진예림에게 말했다.“진 비서도 함께 가시죠. 온 비서는 안 가셔도 됩니다.”온지유는 물론 진예림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여이현의 눈빛과 마주친 진예림은 그에게 잘 보일 기회가 생겨 냉큼 자리에서 일어났다.“네! 대표님.”진예림은 여이현과 배진호를 따라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온지유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밖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성동 공사 현장에서 사람이 죽었다며. 사실이라면 대표님 감옥에 가야 할지도 몰라!”온지유는 어두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뉴스를 확인해 보니 역시나 모든 화살은 여이현을 향해 있었다.온지유는 바로 뛰쳐나갔다.--성동 공사 현장 사망 인원은 한 명이 아닌 세 명이었다.건물이 무너지는 바람에 경찰은 물론 각 매체도 출동했다.여이현이 공사 현장에 도착한 순간, 기자들이 밀려와 인터뷰를 시도했다.“여 대표님, 이번 사건은 어떻게 해결하실 생각이십니까?”“여 대표님, 세 명이나 사망했는데 부실 공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기자들, 공
“그러게. 여 대표님이 이대로 망하면 돈 뜯어낼 곳이 없어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 아니야?”...결국 모든 화살이 온지유를 향하게 되었다.사람들은 미친듯이 온지유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옆에서 지켜보던 진예림은 속으로 깨 고소했다.‘그냥 때려. 정신을 못 차리게.’여이현은 결국 참지 못하고 경찰을 뿌리치려다 온지유를 보호해 주는 경찰과 배진호를 보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경찰서로 향했다.“중점적으로 최승준과 이채현을 조사해 보세요.”주주총회에서 비난받았던 최승준, 최근까지 여이현의 곁을 따라다녔던 이채현, 이 두사람이 바로 가장 큰 용의자였다.하지만 사건조사가 그렇게 빨리 끝날 일은 아니었다.온지유는 다시 회사로 돌아갔고, 배진호는 나도현에게 연락하여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여이현은 나도현을 보자마자 말했다.“내가 이혼소송을 알고 있는 거 비밀로 해.”나도현은 어이가 없었다.“여이현, 지금 사람이 죽었다고. 회사 대표인 네가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면 몇 년형을 받게 되는지 알아?”‘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이혼소송을 신경 쓰고 있어!’여이현이 차갑게 말했다.“나랑 무슨 상관이야. 난 범인도 아닌데.”나도현이 그를 힘껏 째려보았다.“지금 옆에 나랑 진호 씨가 있다고 안심하는 거야?”나도현은 비록 투덜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여이현을 많이 신경 쓰고 있었다.이 시각, 최승준은 이미 다시 주주총회를 열어 대표를 다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온지유는 이 사람들을 냉랭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다들 여진 그룹에 오래 계셨던 분이잖아요. 만약 대표님께서 정말 잘못한 부분이 있었다면 하필 이 타이밍에 잡히지 않았겠죠.”“범인이 아니라고 해도 아직 용의자잖아요. 대표 자리를 이렇게 비워두고 있으면 어떡해요. 계속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최승준은 바로 반박에 나섰다.온지유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최 대표님. 여 대표님이 구속되었어도 아직 저랑 배 비서님이 여 대표님의 뜻을 전달해 드릴 수 있습니다.”온
최승준의 등에 떠밀려 이 자리에 참석한 주주들은 온지유의 말에 토를 달 수 없었다.진예림도 온지유와 최승준의 싸움이 더욱 커지길 바랐는데 이렇게 끝날 줄 몰랐다.그녀 역시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여이현이 없는 동안이 가장 좋은 기회인 건 틀림없었다.--한참 가만히 앉아있던 온지유는 유인작전을 실행해 보기로 했다.그래서 일부러 배진호에게 전화했다.“저한테 지금 중요한 증거가 있는데 여 대표님께 직접 드려야겠어요.”전화를 끊자마자 진예림이 온지유의 앞으로 다가와서 혹시나하는 마음에 물었다.“온 비서님, 방금 중요한 증거를 대표님께 가져다드린다고 하셨어요? 누가 대표님을 모함했는지 알아낸 거예요?”온지유가 고개를 끄덕였다.“회사 내부 사람이죠.”“누구를 의심하고 있는데요?”이 질문에 온지유는 그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모든 사람이 여이현이 감옥에 갈까 봐 걱정하고 있는 와중에 진예림이 이런 질문을 할 줄 몰랐다.온지유가 피식 웃었다.“제가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증거를 찾은 거죠. 지금 바로 대표님 만나러 갈거예요.”온지유는 말하면서 테이블을 정리했다.사실 몰래 녹음기를 켜놓은 것이다.진예림은 확실한 대답을 듣기 전에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온 비서님, 저랑 함께 가요. 평소에는 그래도 배 비서님이 계셨는데 오늘은 안 계시는 배 비서님 대신 제가 함께할게요. 물건들 제가 들어드릴게요.”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다면 이 말을 믿었을지도 몰랐다.온지유는 아무 물건이나 건네면서 말했다.“그러면 진 비서님이 가져다주세요. 저는 개인적인 일 때문에 퇴사할 예정이거든요. 그리고 최근에 대표님 심기도 건드리고 해서...”“네?”진예림은 겉으로는 놀란 척했지만 내심 기뻤다.‘그래서 그때 성동 공사 현장에서 대표님 편을 들어준 거구나.’이렇게까지 말했는데 거절할 진예림이 아니었다.“그러면 저한테 주세요. 제가 가져다드릴게요.”“네.”온지유는 떠나가는 진예림의 뒷모습을 쳐다보다 녹음한 내용을 배진호에게 보내주었다.배
“뭐라고요?”진예림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최승준이 카페를 벗어나려고 할 때,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배진호, 온지유, 그리고 경찰들이 들이닥쳤다.진예림의 표정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온 비서님, 저한테 수작 부린 거였어요?”온지유가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수작이 아니라, 진 비서님 스스로 함정에 빠진 거잖아요.”원래는 최승준과 이채현이 가장 의심되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유인작전을 제대로 실행하기도 전에 진예림이 배진호와의 대화를 엿듣고 제 발로 찾아올 줄 몰랐다.그래서 혹시나하는 마음에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진예림을 통해 진짜 범인을 찾아낼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만약 진예림과 상관없는 일이라면 나중에 사과하면 될 일이었다.과연 누가 범인인지는 시도해 보면 되었다.역시나 사람은 욕심 많은 동물이라 꼬리가 밟히기 일쑤였다.그렇게 진예림과 최승준은 경찰에 체포되었고, 녹음까지 된 마당에 진예림은 솔직해져 보기로 했다.“최 대표님이 먼저 저를 찾으셨어요. 시키는 대로만 하면 온 비서님을 회사에서 쫓아내 주겠다고... 그러면 제가 유일한 여비서로 될수 있다면서요... 그래서 최 대표님이 시키는 대로 몇몇 계약서를 위조한 것뿐이에요. 마약밀수는 저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최 대표님이 몰래 벌인 일이라고요. 저는 그저 대표님의 이쁨을 받는 온 비서님이 싫었을 뿐이에요. 제가 어떻게 다른 짓까지 벌일 수 있겠어요!”아무리 해소해 봐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내내 입을 다물고 있던 최승준은 여이현을 보자마자 펄쩍 뛰기 시작했다.“여이현! 너무 잘난 척하지 마! 옆에 충신이 없었으면 넌 이번에 끝장났어!”퍽!여이현은 바로 최승준을 발로 걷어차고는 어두운 표정으로 다가가 그의 등을 짓밟았다.“최승준, 여진 그룹에 오래 있었으면 내가 어떤 성격인 거 알지?”“아악!”심문실에서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1분도 안 되어 최승준은 이빨이 다 빠진 채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배진호는 최승준과 진예림이
“대표님.”온지유가 고개 숙여 인사했다.여이현은 아무 말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온지유에게 다가갔다.거대한 체구에 온지유는 압박감을 느꼈다.여이현의 표정은 경직되어 있었다.온지유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그러다...여이현이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온지유, 왜 날 도와줬어?”배진호한테서 온지유가 도와줬다는 사실을 들은 것이다.이렇게 빨리 풀려났던 것은 최승준과 진예림이 꾸민 일인 걸 알고 일부러 함정을 파놓았기 때문이다.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온 것을 보면 걱정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온지유는 여이현이 이렇게 물을 줄 몰랐는지 멈칫도 잠시, 이렇게 대답했다.“대표님, 저는 대표님 비서입니다. 여진 그룹에 있는 동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그녀의 말투는 평온하기만 했다.맑은 두 눈을 보니 숨기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여이현이 비아냥거리면서 말했다.“정말 좋은 직원이네.”“별말씀을요.”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에 여이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석이라는 사람이랑 몰래 데이트할 때는 활짝 웃고 있더니, 나한테는 굳은 표정으로 차가운 말만 하네.’“그래. 온지유, 너는 회사 직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야!”여이현은 그대로 뒤돌아 사무실로 들어갔다.온지유는 숨은 말뜻을 단번에 알아차렸다.뭐 더 바라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온지유는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내가 뭘 더 바라겠어...’만약 정말 원하는 것이 있었다면 보자마자 얘기했을 것이다.그런데 도와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했다.--여이현은 사무실로 들어가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였다.연속 세 대를 태우고 나서야 배진호에게 전화했다.“모든 직원을 다 조사해 보세요. 더 이상 벌레 같은 사람을 용납할 수 없어요.”“네.”배진호는 바로 움직였다.여이현은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온지유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40분 뒤.여이현은 경성에서 가장 큰 클럽에 모습을 드러냈다.이 자리에는 지석훈, 최주하 그리고 나도현도
지석훈은 바로 흥미를 느꼈다.“다이닝 클럽 VIP 룸이요. 빨리 오셔야 해요. 저는 저녁에 출근해야 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네.”지석훈이 출근하지 않는다고 해도 전화를 받은 이상 취한 여이현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온지유가 전화를 끊자마자 지석훈은 다시 핸드폰을 여이현의 주머니에 넣었다.지석훈은 최주하, 나도현과 눈빛을 주고받고는 이곳을 떠났다.이들이 떠나자마자 여이현은 바로 눈을 떴다.어두운 눈빛을 보니 전혀 취한 것 같지 않았다.--온지유가 클럽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 시간 뒤였다.여진 그룹에서부터 택시를 잡았지만 길이 워낙 막혀서 오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여이현의 비서를 한 지 7년 동안 이곳에 자주 왔었다.클럽 복도, 한 건장한 남자가 취했는지 비틀거리면서 맞은편에서 걸어왔다.온지유는 본능적으로 옆으로 피했다.그런데 그 남자가 온지유의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뒤돌았다가 하얀 피부에 몸매 좋은 온지유를 발견하게 되었다.특히나 앵두 같은 입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온지유가 자기 앞에 무릎 꿇는 모습이 상상되면서 흥분하더니 온지유의 손목을 잡았다.온지유가 벌버둥 치면서 말했다.“이봐요. 취하셨네요. 사람 잘못 보셨어요.”상대방은 손을 놓는 대신 온지유를 품에 끌어안아 그녀의 샴푸 향을 느꼈다.“글쎄 향긋한 냄새가 난다고 했더니 그쪽 샴푸 향이네요. 오늘 밤은 저랑 함께하시죠!”그는 바로 온지유를 들어서 안았다.공중에 몸이 떠있는 채로 배까지 드러난 상태에서 온지유는 두려움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살려주세요! 석훈 씨! 석훈 씨! 살려주세요!”여이현이 취했다고 했으니 믿을 사람은 지석훈밖에 없었다.하지만 비명에 상대가 철저히 분노하고 말았다.그는 온지유의 어깨를 잡고 아래로 누르면서 바닥에 떨어뜨렸다.다행히도 엉덩이부터 바닥에 떨어졌다.쨕!힘이 잔뜩 실린 손아귀 힘에 온지유는 어질어질해졌다.“이런 쌍년이! 내가 너 마음에 들어 하는 거, 영관인 줄 알아! 내가 누군 줄 알고 여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