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왜 말렸어?”여이현은 어금니를 꽉 물었다.여이현은 활활 타오르는 노여움을 억누르지 못한 채 온지유를 품 안으로 잡아당겼고, 온지유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팔을 벌려 그녀를 가두었다.온지유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장 대표는 어쨌든 한 회사의 대표님이고 또 그가 말한 것처럼 앞으로 협력할 가능성도 커요. 아까는 사람이 많았기에 만약 이현 씨에게 부정적인 뉴스가 뜬다면...”“다른 남자가 내 와이프에게 덤비는 걸 보고도 못 본 척하라고?”온지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이현은 쌀쌀하게 웃으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의 좁고 긴 두 눈에는 냉혹함이 서려 있었다.“어차피 우리는 비밀 결혼이에요.”그 둘은 3년 계약을 한 비밀 결혼이었다. 기간이 만료된 후 온지유가 말하지 않거나 또 여이현이 특별히 언론에 보도하지 않으면 온지유가 여이현의 전처인 줄 누가 알겠는가?여이현은 코웃음을 쳤다.“난 생각지도 못했는데 지유는 편하게 생각했네.”마음이 아파 난 온지유는 고개를 돌리며 여이현을 보지 않았다.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눈매와 얄팍한 입술을 보면은 숨을 쉴 수 없을 것처럼 아플 것만 같았다.7년 동안 사랑했고 또 여이현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줄 알았는데 그들은 여전히 헤어지게 되었다.심지어 배 속에 있는 아이는 평생 아빠를 못 볼 수도 있었다.나중에 겪게 될 일을 생각하니 온지유는 가슴이 쓰라렸다.갑자기 그녀의 턱에 심한 통증과 압박감이 퍼졌다.여이현은 손에 힘을 주어 그녀의 턱을 위로 올리며 자신과 마주 보게 했다. 온지유는 온몸에 술 냄새가 풍기는, 입가에 차갑고 아이러니한 웃음이 번진 여이현을 보았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온지유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내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겠어요? 이미 손을 썼으니 실검에 오를 게 분명해요. 이재현의 일 처리 능력이 좋으니 내일부터 나는...”오지 않을래요.여이현은 손에 힘주어 그녀의 턱을 조이며 마지막 말을 못 하게 했다.여이현은 퉁명스럽게 말했다.“온지유, 여진 그룹이 너의
여이현은 온지유를 밀치면서 수신 버튼을 눌렀다.온지유는 바로 옆에 있어 똑똑하게 들을 수 있었다.“오빠, 나 무서워요... 지금 올 수 있어요? 주소영을 또 본 것 같아요, 아!”노승아의 공포에 질린 비명과 함께 뚜뚜 하는 전화가 끊긴 소리가 들려왔다.여이현은 휴대전화를 거두면서 기사에게 말했다.“먼저 나를 병원에 데려다준 다음 지유 씨를 수려원으로 데려다줘.”그의 말투는 확고했다.“네.”김 기사는 그의 말대로 노선을 바꾸었다.40분도 안 되어 김 기사는 차를 병원까지 몰고 갔다.여이현은 옆에 앉아 있는 온지유를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좀 늦게 돌아올 거야. 돌아와 당신을 볼 수 있기를 바래!”애걸하는 것이 아니라 명령처럼 이 말을 남긴 여이현은 몸을 돌려 떠났다.그 길고 차가운 뒷모습은 칼처럼 온지유의 두 눈을 아프게 했고 심장을 찔러 선혈에 뒤덮인 것처럼 만신창이가 되게 했다.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온지유를 보면 그는 독점하고 싶어 질투하며 화를 낸다.그럼 그는? 마음속에 노승아를 두고 있어도 결혼 후에는 거리를 두어야 하지 않겠는가?그는 온지유를 관심하지 않았으나 얌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이렇게 온순한 사람이 있을 수 없었지만 여이현을 사랑한 온지유는 말없이 그의 요구를 따라주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수려원까지 모시라고 했습니다. 지금 차에서 내리시면 제가 난처해집니다.”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려는 온지유를 보고 기사는 다급하게 쫓아갔다.“말릴 수 없었다고 하세요.”온지유는 쌀쌀하게 말했다.온지유는 수려원에 머물 리가 없었다.오늘 밤 노승아와 함께 있다면 돌아올지도 모르는데 온지유는 적막한 방에 홀로 있을 리 없었다.“제가 따라가도 될까요?”김 기사는 울음을 터뜨릴뻔했다.온지유를 수려원으로 보내지 않았고 또 온지유가 떠난 것을 여이현이 알게 되면 무조건 추궁할 것이다.온지유는 머리가 아팠다.“나를 따라오지 마세요. 난 세 살배기 어린애가 아니에요.”이렇게 말하면 기사가 따라오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뜻
여이현은 미간을 문지르며 노승아에게로 다가갔다.“승아야, 넌 생각이 너무 많아. 주소영은 자업자득일 뿐 너와 상관이 없어. 왜 자신을 괴롭혀?”노승아는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꽉 쥐었다.“살아있는 생명이었고 나는 못 본 것처럼 할 수 없었어요... 이현 오빠, 생명은 너무나약해요.”“원인이 있으면 그에 따르는 결과가 있어. 네가 계속 이러면 정신과 의사를 찾는 수밖에 없어.”여이현은 노승아의 앞에 서 있었다. 키가 188cm나 되는 여이현은 냉담하고 거리감 있는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급해 난 노승아는 큰 소리로 말했다.“이현 오빠, 안돼요. 정신과 의사 찾지 마세요. 정신과 의사를 찾으면 지금 촬영 중인 영화는 어떡해요? 제작진에서 미친 사람을 쓰진 않을 거예요. 난 이미 예전처럼 내가 원하는 노래를 할 수 없게 되었어요. 사람들 앞에 나타날 유일한 기회마저 잃을 수 없어요, 제발...”병상에 반쯤 무릎을 꿇은 노승아는 손을 뻗어 여이현의 손목을 움켜잡았다.여이현은 울먹이는 노승아를 매몰차게 밀어내며 냉담하게 말했다.“정신과 의사를 찾아 상담할 뿐이지 미쳤다고 판정한 것은 아니야. 승아야, 문제가 있으면 치료를 받으면 되고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다른 것을 안배해 줄 수 있어...”이 말을 들은 노승아는 급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아니에요, 싫어요! 난 이 영화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기에 찍어야 해요. 이현 오빠, 잠시만 같이 있어 줄 수 있어요? 과분한 요구인 것은 알겠지만 매일 조금만이라도 함께 있어 주길 바래요. 오빠만 저를 구할 수 있어요. 난 죽고 싶지 않고 또 미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말을 마치며 노승아는 흐느껴 울었다.여이현은 여전히 냉담했다.“승아야, 난 이미 결혼했어. 네가 나를 구해주어서 보러 왔고 내 앞에서 미쳐가는 걸 지켜볼 수 없어.”“싫어요! 듣지 않을래요.”노승아는 여이현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이현이 온지유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싶지 않았으며 또 말하게 못 하게 했
지석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이현에게로 다가간 지석훈은 손을 뻗어 진맥하려 했다.여이현은 그의 손을 피하며 덤덤하게 말했다.“승아에게 믿을 만한 정신과 의사를 찾아줘.”노승아와 관련된 것을 알자 지석훈은 표정이 어두워졌다.“이현아, 너 결혼한 지 3년이 됐어. 계속 이러면 제수씨가 다른 생각을 할까 봐 두렵지 않아?”여이현은 도와주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항상 노승아와 거리를 두었다고 생각했다.지석훈은 코웃음을 쳤다.“부부관계도 도와주는 것부터 시작이야. 결혼은 큰 인연이니 아껴야 해!”지석훈은 여이현의 어깨를 툭 쳤다.‘이번엔 내가 말이 많았군.’여이현은 담담하게 대답하며 더는 말이 없었다.직접 찾아와 부탁하였으니 지석훈은 돕지 않을 수 없었다. 지석훈이 의사를 연락할 때 여이현은 휴대전화를 바라보았으나 여전히 아무런 답장도 없었다.인행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바람을 쐬던 온지유는 백지희에게 전화했다.“배가 고픈데 배달시켜줄래? 나 지금 택시 타고 올게.”“알았어.”백지희가 대답하자 온지유는 전화를 끊고 택시를 잡았다.지석훈도 이미 정신과 의사와 연락을 했다.“송연아라고 해. 내 대학교 동기이자 세인병원의 정신과 의사야. 같은 여성이니 대외적으로는 친구라고 할 수 있어.”지석훈은 자신의 친구들을 한번 생각해 본 다음에야 송연아를 추천했다.평소에 바빴고 사람들과도 잘 연락하지 않았다. 특히 여성과 연락이 거의 없었다.여이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내일 점심 약속을 잡아봐.”“알았어.”여이현이 이렇게 말하자 지석훈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지석훈은 휴대전화만 쳐다보며 생각에 잠긴 여이현을 보고 물었다.“모처럼 찾아왔는데 당직이다 보니 술 한잔은 어려울 것 같아. 문제가 있으면 제때 해결해.”지석훈을 힐끗 쳐다보는 여이현의 눈빛은 흐릿했다.여이현의 뒷모습을 보며 지석훈은 고개를 저었다.병원을 나서자마자 여이현은 온지유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녀의 휴대전화는 방해금지 상태로 설정되었기에 전화를 받을
여이현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어쩌다 좋게 대해준 거로 과거의 나쁜 점을 지울 수 없어요.”이 말을 마친 여이현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위층으로 올라갔다.화가 난 여진숙의 얼굴은 검푸르게 변했다.이 추세대로 간다면 여씨 가문의 안방마님은 온지유로 변할 것이다.어르신이 좋아할 뿐만 아니라 이젠 여이현도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안돼. 이런 일이 생기게 내버려 둘 수 없어.’순간 여진숙의 눈빛에 독기가 가득했다....온지유는 백지희의 아파트에 도착했다.백지희는 온지유의 기색을 살펴보았다. 심드렁했고 또 안색이 그지없이 나빴다.“이혼했다면 마음을 넓게 가져. 일시적인 슬픔일 뿐이야. 이혼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야 이혼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백지희는 온지유를 소파로 끌고 간 다음 배달음식 포장을 열었다.저녁을 많이 먹지 않았고 연회에서 또 일이 생긴 데다 임신하니 쉽게 배가 고팠다.그러나 몇 입 먹지도 못했는데 플라스틱 냄새와 그 위에 있는 기름에 메스꺼워진 온지유는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뛰어갔다.그러나 아무것도 토해내지 못했다.수도꼭지를 여는 순간 백지희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지유야,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온지유는 세수한 후 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이혼해야지. 이현 씨가 동의하지 않으면 변호사를 찾아서 소송할 거야.”이 아이는 여이현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다.이혼하는 첫걸음은 별거하는 것이다.여이현은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백지희의 집에 와서 잡지 않을 것이다. 또 곁에는 노승아가 있기에 온지유를 떠올릴 겨를도 없을 것이다.게다가 연회에서 장시아와의 일이 터지며 여진숙은 그녀가 더욱 못마땅했을 것이다.“여이현과 소송하면 그렇게 큰 승산이 없어 보여. 아니면 우리가 먼저 손을 쓸까?”백지희가 아이디어를 주었다.“어떻게 해야 해?”백지희가 천천히 말했다.“인스타에 여이현이 바람을 피웠다고 고발하고 또 그 방면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 거야.
“지희 씨 빼고는 지유가 갈 곳이 없어요.”여이현의 단호한 말투에서 심지어 냉담한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온지유는 갑자기 일어나 앉았다. 그제야 그녀는 이미 날이 밝았음을 알게 되었다.백지희의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이현 씨, 당신이 우습다고 생각되지 않아요?”꿈이 아니라 여이현이 왔다. 온지유는 침대에서 내려 방을 나갔다.은회색 셔츠를 입은 여이현은 백지희와 거실에서 마주 보고 있었다. 백지희는 키가 160cm가 되었으나 여전히 여이현보다 많이 작아 보였다.“이현 씨, 내가 바라는 것을 완성하기 위해 온 것이라면 당신과 함께 갈게요. 입술을 꾹 다문 온지유가 한 걸음씩 여이현을 향해 다가갔다.여이현은 온지유가 입은 파자마를 눈여겨보며 눈빛이 깊어졌다. 도라에몽 캐릭터 그림, 그는 이런 스타일의 옷을 입은 온지유를 본 적이 없었다.게다가 긴 머리를 어깨에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채 화장을 하지 않아서인지 풋풋해 보였고 또 두 눈에는 맑고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여이현은 그녀에게로 다가갔다.“옷 갈아입어. 아침을 가져왔으니 밥을 먹은 후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여이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온지유는 그가 강요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네.”백지희가 옆에 있었기에 온지유는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백지희도 자신이 온지유를 말릴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온지유는 조용히 음식을 먹었다. 우유를 마셨고 달걀 반 개와 죽 몇 모금을 먹은 후 여이현에게 다가갔다.“지희 씨, 이번 전시회 장소를 결정했어요?”백지희는 여이현이 이런 질문을 할 줄 생각지도 못했다.“아직 담당자와 협의 중이에요.”여이현은 온지유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진작 말하지 그랬어? 배지호한테 그쪽 담당자와 연락하게 할게. 옛친구거든.”“잊었어요.”온지유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여이현이 백지희의 일로 협박할 줄 생각지도 못했으나 겉으로는 이렇게 대꾸할 수밖에 없었다.백지희와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한 후 온지유는 여이현과 함께 아파트를 나서며 차에 탔다.
그는 부드러울 수도 있고 독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유독 이혼을 언급하지 않았다.온지유는 손을 빼려 했지만 그는 오히려 더 꽉 잡았다.“온지유, 말 들어.”온지유는 더욱 괴로워졌다.“왜 내가 난리를 피운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만약 어머니와 같은 생각이라면 20억은 돌려줄 수 있어요.”“온지유, 너한테 20억이 있어?”여이현은 믿지 않았다.차는 서서히 도로를 질주했고 문을 열려고 해도 열 수 없었다.“지금은 없지만 벌 수 있어요.”“어떻게 벌 생각이야? 여진 그룹에서 나간 후 누가 받아줄 것 같아? 한 달에 얼마씩 갚아줄래?”온지유가 말하기도 전에 여이현은 또 웃으며 말했다.“20억을 갚는데 얼마만 한 시간을 들일 거야?”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못한 온지유는 말문이 막혔다.그러나 여이현이 물었으니 아르바이트를 하든, 백지희와 빌리든, 모델도 하고 통역을 해서라도 한 달에 최소표준으로 갚으려 했다.귓가에 여이현의 웃음 어린 말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지유 씨, 생각이 단순했어.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 일자리를 찾아서 한 달에 300만 정도 번다고 해도 생활비를 남긴 후 기껏해야 200만 원을 갚을 수 있어. 1년이면 240만을 갚을 수 있는데 이 돈을 다 갚으려면 얼마나 걸릴지 생각해 봤어?”온지유가 대답하기 전에 여이현이 말했다.“지유 씨, 이는 아직 이자를 계산하지 않았어. 내가 이혼을 제기하지 않았는데 굳이 이런 얘기를 할 필요가 있어?”여이현은 이해할 수 없는 듯 물었다.“석이라는 사람이 당신에게 무엇을 줄 수 있어? 내 아내가 되는 것보다 더 좋을 것 같아?”석이는 어린 온지유의 삶에 빛을 준 사람이고 버팀목이었다.과거를 잊은 여이현이 언제 다시 기억해낼지 모른다.석이가 다른 사람이라고 오해했으나 온지유는 해명하려 하지 않았다. 그대로 오해하게 놔두려 했다.온지유는 가볍게 웃었다.“노승아가 이현 씨에게 중요한 사람인 것처럼 석이도 마찬가지예요.”“온지유, 난 당분간 이혼하고 싶지 않아.”여이현은 심호흡하
온지유는 담담하게 물었다.“난 이현 씨는 물론 시누이, 시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려야 했어요. 그럼 나는요?”여이현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온지유, 잊지 마. 네가 할아버지한테 나랑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어.”온지유는 20억과 주식들이 생각났다.머리가 아팠고 보이지 않는 큰 손이 심장을 쥐어짜는 것 같아 온지유는 순간 숨이 막혔다.여이현과 더는 이 일에 대해 논의하고 싶지 않아 온지유는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는 눈을 감았다.여이현은 그녀가 피곤한 줄 알고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시티 하우스에 도착했다.여이현은 온지유가 잠이 든 줄 알고 깨우려 하지 않았으나 뜻밖에도 온지유가 차 문을 열고 내렸다.안정된 온지유의 걸음걸이를 보고 여이현은 갑자기 그녀가 졸린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음을 깨달았다.여이현은 입을 꾹 다문 채 그녀의 뒤를 따랐다.“먼저 들어가 봐. 별문제가 없으면 옷 갈아입고 고모 집으로 가.”“무슨 문제가 있겠어요? 여 대표님의 별장은 당연히 비싼 인테리어겠죠.”온지유는 피식 웃었다.여전히 입술을 다문 채 말이 없던 여이현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이 순간 그는 담배를 피우고 싶어졌다.담배 냄새가 싫었지만 여이현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예전 같으면 그녀는 담배 냄새를 없애도록 도와줬고 주머니에 박하 향 주머니도 넣어주었다.그러나 이제는 콜록거리며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두었다.이 변화를 눈여겨본 여이현은 한 모금 깊게 빨고는 연기를 내뿜었다.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에 불타는 담배를 끼고 흰 안개가 눈앞을 감돌아 여이현의 얼굴을 가렸으나 그는 여전히 온지유를 응시하고 있었다.온지유는 요즘 많이 변했다.그날 밤의 여자를 찾는 것을 도왔고 또 그와 거리를 두었다.많이 냉정해졌고 이전처럼 부드럽지 않았다.“가.”이런 생각이 들자 여이현은 담배를 피울 생각이 없어져 비벼 껐다.온지유를 데리고 시티 하우스의 인테리어를 구경하려 했으나 그럴 생각이 없어 하니 더는 머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