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나이는 있지만, 여희영은 젊은 사람들처럼 "여 아가씨"라고 불리기를 좋아했다. 여이현은 고모가 온지유를 데리고 멀어지는 모습을 보고, 규칙을 따르기로 선택했다. 그는 은빛 금속 질감의 가면을 하나 집어 들고 얼굴에 썼다.그가 안으로 들어갔을 때, 여희영은 이미 온지유를 대강당 2층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2층의 한 자리에서는 바깥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1층 홀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무도회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고, 젊은이들은 자신의 아름다운 몸매를 과시하고 있었다. 온지유는 고모가 이런 무도회를 여는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주스 한 잔 마셔. 오늘 밤, 내가 여이현 그 녀석을 한번 시험해볼게." 여희영은 온지유에게 주스 한 잔을 건네며, 입가에 약간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비록 여이현은 자신이 온지유와 결혼한 이유가 그 당시 할아버지가 준 지분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여희영은 믿지 않았다. 여이현과 온지유가 3년 동안 부부로 지내면서 조금의 감정도 없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온지유는 급히 여희영의 손을 붙잡았다. "고모님, 시험하지 마세요. 저 최근에 일 때문에 너무 피곤해요. 앞서 막 다른 연회에 참석하고 온 참이라 원래는 오고 싶지 않았는데, 고모님께서 실망시키지 말라고 하셔서 온 거예요."여희영은 그녀의 손등을 토닥이며 가볍게 웃었다. "나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여기에 온 거라면, 내 말을 잘 들어야지. 여기서 얌전히 있어!"고모의 결정을 누가 말릴 수 있을까. 이곳은 분명 좋은 자리였다. 그녀는 고모가 보라색 가면을 쓰고 내려가 은빛 금속 가면을 쓴 남자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온지유는 한눈에 그가 여이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여이현은 고모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찡그리며 물었다. "온지유를 어디로 데리고 갔어요?""너는 그 지분들만 중요한 거잖아. 봐, 내가 이 무도회를 열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부른 건 온지유를 위한 맞선 자리야. 네가
여이현과 온지유는 동시에 그 목소리에 이끌렸다. 분홍색 긴 드레스를 입고, 키가 크고 피부가 희며, 머리를 높이 올려 묶고 온몸에 보석을 두른 은백색 가면을 쓴 소녀가 치마를 들고 여이현에게 달려갔다. 소녀의 가면은 여이현의 가면과 매우 비슷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녀가 여이현 앞에 도착했을 때 그들의 키 차이였다. 가면을 쓴 여이현을 한눈에 알아본 이 소녀는 그만큼 그와 익숙한 사이라는 뜻이었다."너 누구야?" 여이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는 이 소녀가 온지유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는 고모가 도대체 무슨 속셈을 가졌는지 알 수 없었다. 또한 지금 이 순간 온지유가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소녀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여이현, 내가 누군지 신경 쓰지 말고 지금 나와 함께 춤 한 곡 추지 않을래? 오늘 밤 고모가 마련한 이 무도회에서 이 기회를 잘 활용하고 싶어." 소녀의 "고모"라는 말은 여이현과 온지유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소녀는 도대체 누구인가?여이현은 냉정하게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나는 낯선 사람의 초청을 받지 않아." 다음 순간, 여이현은 몸을 돌렸다."여이현, 이래도 나를 거절할 거야?" 살짝 무거운 목소리가 여이현의 뒤에서 들려왔다. 온지유는 소녀가 가면을 벗고 사랑스럽고 우아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보았다. 여이현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철컥.온지유가 있던 자리의 문이 열렸고, 은백색 금속 가면을 쓴 여이현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었다. 여이현의 뒤에는 조금 전 소녀가 있었다. 공석에서 그의 체면을 손상시킬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지금 가면을 쓰고 있어서, 그 소녀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온지유는 여이현의 손을 잡았고, 여이현은 그녀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소녀는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 내 초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가 곁에 마음에 둔 사람이 있어서군."여이현은 그 소리를 듣고 눈을 가
온지유는 말을 잃었다. 그가 왜 갑자기 그렇게 큰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없었다."이제 좀 편안해졌어?" 온지유는 다시 그에게 물었다.여이현은 온지유의 눈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다른 의도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눈을 감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많이 편해졌어."그는 그녀가 화제를 돌리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온지유는 계속해서 그에게 마사지를 해주었고, 손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여이현의 고른 숨소리가 들리자, 온지유는 마사지를 멈추고 여이현에게 얇은 담요를 가져다주었다.그녀가 사무실에서 나왔을 때, 맞은편에서 이채현과 마주쳤다."온 비서님."이채현은 그녀를 보자, 무심결에 인사했다.온지유가 여이현의 사무실에 들어간 지 적어도 한 시간은 되었을 것이다. 어젯밤 연회에서 여이현이 그녀를 위해 장시아를 난감하게 한 모습을 본 사람들은, 여이현과 온지유 사이의 관계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온지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백지희가 메시지를 보냈다: [생각해 봤어?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어?]온지유: [요즘 너무 바빠.]백지희는 더 이상 답장을 하지 않았다. 온지유는 바쁜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직면하고 싶지 않았다. 여이현에 대해서 온지유는 언제나 마음을 굳게 먹지 못했다.곧 점심시간이 되었다.평소처럼 배진호가 사무실로 음식을 가져왔다. 온지유는 여이현의 사무실에 들어가 모든 준비를 해야 했다.오늘은 여이현과 마주 앉아 있었다. 여이현은 그녀에게 물병을 열어주었다.온지유는 탕수육을 먹자마자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여이현이 그녀의 맞은편에 있었기에, 그녀는 억지로 버텼다."소화가 안 되면, 그만 먹고 병원에 가자." 여이현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했다.온지유는 거절했다. "단지 소화가 안 돼서 그런거예요. 병원에 가도 별 소용없을 거고요. 그리고, 당신과 함께 가고 싶지 않아요."전에 드러나지 않았으니, 지금도
"아니야, 오늘 만나야 할 중요한 고객이 있어. 채현씨는 회사에서 본업에 충실하기만 하면 돼." 여이현은 모든 사람에게 냉정한 성격이었다. 그가 정말로 어떤 사람을 싫어한다면, 아무런 이익도 연관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사람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는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온지유는 이채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에게 말했다. "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네 일에 집중하는 거야. 네 본업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 그가 널 좋아하는지 아닌지에 신경 쓸 필요는 없어.""그가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네가 이 일을 계속할 동기가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온지유는 또렷하게 말했다.이채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맞아요. 알겠어요, 제가 너무 성급했어요."온지유는 담담하게 말했다. "어서 가서 일해."그렇게 해서 이채현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여이현은 강씨 가문의 책임자를 만나러 갔고, 온지유는 퇴근 후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다. 그녀는 부모님 댁으로 갔다.예상치 못하게 온채린과 장수희가 그곳에 있었다. 그녀들 모녀는 이번에 온지유를 보자, 예전처럼 오만하지 않고, 온지유에게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주소영이 죽었으니, 아빠도 하늘에서 이제 편안해질 거야. 이제 좋은 일을 찾고 아빠가 빚진 돈을 갚으려고 해. 사촌 언니가 오늘 돌아올 줄은 몰랐어."온채린은 입술을 살짝 오므리며 말했고 온지유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는 여전히 온지유가 자신을 싫어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씨 가문으로부터 입사 통보를 받았다. 그녀는 고씨 가문과의 면접을 본 적이 없었다. 온지유가 도와준 것이 분명했다."사촌 언니가 제가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준 건가요? " 온채린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온지유는 솔직하게 말했다. "내가 도와줬다고 하지만 네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야 오래갈 수 있어. 여씨 가문도 그렇고, 모든 일은 자신의 능력으로 해야 해."고씨 가문은 마침 채용 중이었고, 온채린은 일이 필요했다.
온지유는 순간 숨이 가빠졌다. 그녀는 사실을 숨기기로 했다. "임신한 건 아니에요. 그냥 담백한 음식을 많이 먹어서 입맛을 바꾸고 싶었을 뿐이에요."어머니가 지난번에 물어봤을 때 이미 그녀에게 여이현과의 이혼 이야기를 했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임신했다는 것을 어머니가 알게 되면 또 무슨 말을 할지 뻔했다.정미리는 안심하며 말했다. "임신하지 않았다니 다행이야. 네가 결정을 내린 이상, 지금 임신하면 너에게 부담이 될 테니까."정미리가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온경준은 그녀에게 눈짓을 보냈다.온경준은 온지유에게 말했다. "지유야, 많이 먹어라. 아이 문제는 너희 젊은 사람들이 알아서 하면 된다.""네."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요즘 들어 임신해서인지 그녀는 입맛이 변했고, 쉽게 피곤해졌다. 식사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졸음이 밀려왔다.그녀는 방으로 돌아가 잠시 누우려 했는데, 그때 배진호가 전화를 걸어왔다."온 비서님, 대표님이 취하셨어요.""…지금 어디 있나요?"온지유는 무시할 수 없었다.배진호는 말했다. "저와 이채현이 수려원으로 모시고 가는 중이에요."이채현의 이름을 듣고 온지유는 잠시 멍해졌다. 여이현이 강씨 가문의 책임자를 만나러 갈 때 분명 배진호만 데려갔었는데."알겠어요. 바로 갈게요." 온지유는 생각을 멈추고 조용히 대답했다.그 순간, 그녀의 졸음은 사라졌다.그녀가 방에서 나오자, 정미리는 그녀를 위해 계란과 수제 소시지를 준비해 주었다. 또한, 직접 만든 마늘 고추장도 있었다."안 잤어?"정미리는 온지유가 나오는 것을 보고 놀라며 물었다.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서 물건 좀 챙겼어요. 급한 일이 생겨서 나가봐야 해요."정미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애도 참, 이렇게까지 바쁘게 지내다니! 이 음식들 챙겨가!"수려원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온지유는 그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가득 담은 가방 두 개를 들고, 문 앞에서 택시를 잡았다. 택시를 타자마자 운전사에게 빨리 가달라고 부탁했다.
이채현이 가자마자 여이현의 시선이 온지유에게 옮겨졌다.“대체 어디서 이렇게나 많은 것을 들고 온 거지?”투명한 비닐봉지였던지라 포장된 음식이 한눈에 보였다.온지유가 말했다.“부모님 댁에 갔다 왔어요.”“나민우랑 만나지 않았어?”여이현이 나지막이 물었다.지금 이 순간 그는 술 깬 사람처럼 보였다.보아하니 이채현의 학습 능력과 실행 능력이 아주 강한 듯했다.온지유는 평온한 얼굴이었다.“나민우는 바쁜 사람이에요. 우리처럼 한가하지 않아요.”말을 마친 뒤 온지유는 음식을 싼 봉투를 들고 주방으로 걸어갔다.앞으로 한동안 수려원에서 살게 되었으니 그녀도 말을 아낄 생각이었다.음식을 내려놓고 나오자 여이현이 턱짓을 했다.“이리와.”온지유는 그와 다투고 싶지 않아 고분고분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여이현은 손을 뻗더니 이내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짙은 술 냄새가 순식간에 확 풍겨왔다. 온지유는 술 냄새를 맡자마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게 되었다.“술 냄새가 코를 찌르네요. 일단 욕조에 물부터 받아 놓을까요?”온지유는 여이현과 거리를 두려고 시도했다.여이현은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잡았다. 살짝 힘을 주면서 말이다. 그리곤 나직하게 비웃었다.“목욕하고 나면?”온지유는 입술을 틀어 물었다.“하루 동안 바빴으니 푹 쉬셔야죠.”“그걸로 끝?”여이현은 눈썹을 움찔거렸다.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그녀도 하고 싶었지만 여이현은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온지유는 그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아니요. 절 부르셨잖아요. 그래서 제가 여기 온 게 아니겠어요? 본가에서 음식을 가져왔으니 드시고 싶으면 말해요.”여이현은 예전에도 그녀의 어머니가 만든 음식을 먹긴 했었다. 온지유가 갑자기 음식 얘기를 했다는 것은 그와 깊이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이채현이 만든 매실차도 네가 가르쳐준 거야?”여이현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아뇨. 그건 이채현 씨가 독학하신 거예요.”그녀는 그저 이채현에게 레시피가 적힌
온지유는 행여나 그가 이어서 다른 행동을 할까 두려워 얼른 답했다.“네. 알겠어요.”여이현은 아주 만족스러워 보였다.“최근에 속이 안 좋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살이 찐 것 같지?”온지유는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여하간에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얼른 몸을 틀며 말했다.“아마 푹 쉬지 못해서 부기가 올라왔나 봐요. 내분비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살이 찔 수도 있다고 했어요...”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렸다.“이채현을 채용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스트레스가 그렇게 심해?”“아마도 제가 너무 완벽을 추구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죠.”온지유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그녀는 그의 얼굴을 마주 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여이현은 다소 언짢은 어투로 말했다.“난 왜 네 말이 내 곁에서 일하기 싫어서 일부러 핑계를 대는 것처럼 들리지?”“아녜요.”온지유는 다소 급해졌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여이현이 자꾸만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싫어 대충 둘러댄 것이지만 그가 이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다.나소 머리가 지끈거렸다.“매실차를 마셨으니 제가 다른 음식이라도 만들어 드릴까요?”온지유는 몰래 주먹을 움켜쥐면서 얼른 다른 화제로 넘어가길 바랐다.여이현은 그녀를 빤히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몇 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온지유는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긴장했다.다행히 여이현이 나직하게 대답했다.“그래.”...온지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여이현이 술을 꽤나 마셨다는 것을 고려해 국수 한 그릇을 만들어 주었다.간단하면서도 쓰린 속을 달랠 수 있는 부담 없는 국수였다.여이현은 아주 맛있게 먹었다. 심지어 칭찬도 했다.“솜씨가 좋군.”온지유는 대꾸하지 않았다. 속으로 어차피 여이현과 함께 있을 시간이 얼마 없을 터이니 함께 있는 동안이라도 음식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여이현은 침묵하는 그녀를 눈치챘다.“내일 회사로 가지 않아도 돼. 나랑 함께 쇼핑하러 가자. 옷 사줄게.
커피 한 모금 마시니 유강후의 입속에 쌉싸름한 맛이 퍼지고 이내 달콤함도 느껴졌다.이런 맛은 오로지 온지유가 내린 커피에서만 났다.온지유는 머뭇거렸다. 마음이 조금 흔들린 것이다.“이 일을 대충 언제쯤 끝낼 수 있는데요?”그녀가 여이현에게 시집온 것을 두 집안 어른과 제일 친한 친구들을 제외하고 아는 사람이 없었다.혼인신고서를 제외하고 두 사람은 결혼사진도 찍지 않았거니와 신혼여행도 가지 않았다.여이현이 그녀를 데리고 F 국으로 놀러 가는 것을 그녀는 여이현과 못 간 신혼여행이라 생각하려 했다.그렇게 생각하면 더는 아쉬움이 없을 것 같았다.여이현은 몇 초간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늦어서 일주일 뒤까지는 끝낼 수 있을 거야.”“네, 알겠어요.”일주일 정도는 기다려 줄 수 있었다.게다가 내일 회사로 출근하지 않아도 되니 병원에 들러서 제대로 검진을 받을 생각이었다.백지희가 있으니 백지희 핑계를 대면 되었다.온지유는 더는 그의 앞에서 생각에 빠질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럼 일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게 전 이만 방으로 갈게요.”여이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온지유는 서재에서 나왔다.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백지희와 한참 문자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다가 최근 주식 시세를 알아보았다.자기가 샀던 주식의 변화가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뒤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마친 후 침대에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졌다.그녀가 눈을 뜨게 된 이유는 허리에서부터 올라오는 투박한 손 때문이었다.귓가에선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저... 요즘 몸이 별로 안 좋아서요...”온지유는 그의 손을 잡으면서 더는 올라오지 못하게 했다.임신 초기에 관계를 가지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 있었지만 그래도 제일 신경 쓰이는 건 여이현이 달라진 그녀의 몸을 눈치챌까 봐서였다.여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손도 올리지 않았다.하지만 어둠 속에서 온지유는 여전히 그의 가라앉은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온지유, 네가 나 밀어낸 게 이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