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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Author: 류한나
하긴 그는 망설임도 없이 그녀에게 200억이 든 카드를 준 사람이었다. 그러니 10억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온지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가슴 한구석이 시큰해졌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확실히.

매번 잘해준 탓에 그녀는 가슴이 아팠고 포기하기가 힘들었을 뿐 아니라 고통스러웠다.

온재준은 활짝 웃으며 바로 자신의 계좌번호를 알려주었다.

여이현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당장 이 계좌번호로 10억을 넣어요!”

구석에 숨어 있던 여자는 순간 초조해졌다.

‘안 돼, 절대 안 돼!'

‘어떻게든 온지유를 죽여야 해!'

이때 문자 알림 소리가 들려오고 온재준의 핸드폰에 문자가 떴다.

문자를 클릭하니 은행에서 10억이 들어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는 문자를 보며 0을 하나씩 세어보았다.

10억!

정말로 10억이었다.

살면서 이렇게 큰돈을 가져본 적은 처음이었다.

온재준은 아주 기뻤다. 흥분한 채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내가 온지유를 풀어주면 날 어떻게 풀어줄 거지?”

여이현이 말했다.

“여기 차가 있습니다. 차를 타고 가세요. 전 막지 않을 겁니다.”

“그럼 내가 갈 수 있게 비켜줘.”

온재준은 밖에 세워진 수많은 차를 보았다.

차를 타고 도망간다면 안전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었다.

게다가 통장엔 10억이 있으니 먹고 살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중에 때가 되면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해외로 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다시 시작할 생각이었다.

모든 것이 다 나아질 것이다.

상황을 지켜보던 여자의 눈빛은 싸늘해졌다. 더는 이곳에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그녀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뒷문을 알아두었었다. 여자는 그들이 온재준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몰래 빠져나갔다.

온재준은 온지유를 붙들고 밖으로 나왔다.

여이현도 따라 나왔다. 그의 손엔 식은땀이 가득했다. 온지유의 목에 흐른 피를 보았기 때문이다.

행여나 자신의 실수로 온지유가 크게 다칠까 봐 두려웠다. 그랬기에 그는 더 조심스러웠다.

온재준은 온지유를 끌고 차 옆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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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사람들은 전부 한통속이야. 낮에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어. 밤이 되면 우리를 집 안에 가두고 도망칠 기회조차 없게 만들어.”여자의 말에도 불구하고 문지원의 눈빛은 여전히 결의에 찬 표정을 유지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가 도망칠 수 있다면 반드시 희망이 있어요.” 여자는 한숨을 쉬며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너 참 순진하구나. 그런 생각을 하다니... 예전에 한 여자도 너처럼 여기로 팔려왔었어.” “그 여자는 도망쳤지. 산을 넘어 읍내까지 갔는데... 결국 잡혀서 다시 끌려왔어.” 문지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꽉 쥐고는 결연히 말했다. “그래도 포기하면 안 돼요. 우리는 이미 정보를 얻었잖아요. 기회만 잘 잡으면 분명 빠져나갈 수 있어요.”그녀는 고개를 돌려 진지한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때까지는... 언니도 최대한 조용히 지내세요. 반항하면 다시 맞을 거예요.”“차라리 그들을 방심하게 만든 뒤 도망치는 게 더 나을 거예요.” 여자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일어섰다. 그리고는 화제를 툭 바꾸며 말했다. “아까 요리 배우고 싶다고 했지?” “지금 가르쳐줄게. 도망 얘기는 나중에 하자.” 그 말을 듣고 문지원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급히 여자의 팔을 잡고 물었다. “그럼... 언니도 저랑 같이 도망치기로 한 거 맞죠?”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너 말대로 지금은 일단 그 사람들 말에 따르자.” “네. 좋아요.” 문지원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태어나서 제대로 요리를 해본 적 없던 문지원은 그녀와 함께 부엌으로 향했다. 여자는 칼을 들어 고구마를 자르며 말했다. “이건 이렇게 손으로 잡고 썰어야 해. 그래야 손 안 베지.” 문지원은 조수현의 말을 따라 하나씩 배워갔다. 같이 칼질을 하던 문지원은 문득 물었다. “맞다. 언니, 이름이 뭐예요?” 여자는 잠시 생각한 뒤 조용히 대답했다. “난 조수현이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93화

    그 여자가 돼지우리 안에 갇혀 채찍질을 당하던 모습을 떠올리는 순간, 문지원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이 마을에는... 나 말고도 저렇게 갇혀 있는 여자가 얼마나 더 있을까?’ 생각할수록 숨이 턱 막혔다.너무 끔찍했고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녀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과자를 반쯤 먹었을 즈음, 서대수가 고개를 푹 숙인 여자를 데리고 나왔다. 여자는 낡고 해진 삼베옷을 입고 있었고 앙상한 몸에 헝클어진 머리까지 형편없는 몰골이었다.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한 채 마치 존재를 숨기듯 서 있었다. 서대수는 여자의 등을 거칠게 떠밀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가! 지원 씨가 요리 좀 가르쳐달라잖아.”“말 잘 들어. 안 그러면 집에 가서 굶는 수밖에 없을 줄 알아.”문지원은 떨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저릿하게 아팠다. 문지원은 의자를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 심장이 조여오는 듯한 감정에 숨을 한번 가다듬은 그녀는 조심스레 여자 앞으로 다가갔다. 문지원은 입술이 떨리는 걸 들키지 않으려는 듯 여자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말을 이었다. “언니, 저... 얼마 전에 막 시집온 새댁이에요.”“아직 요리를 하나도 못 해서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좀 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여자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툭 떨어뜨렸다.그 눈물방울이 땅바닥에 맺히는 걸 보는 순간, 문지원의 가슴도 함께 무너져내렸다. 잠시 후, 여자는 억지로 말을 짜내듯 힘겹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응...”그 순간, 서대수는 또다시 쾌활한 얼굴로 돌변해 떠나기 전 그녀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잘 좀 가르쳐줘라! 쓸데없는 소리하거나 말 안 들으면... 알지?”멀어지는 발소리. 두 사람은 진씨네 집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서 한참 떨어져 걸은 뒤 여자는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문지원의 손을 확 낚아채듯 뿌리치며 날카롭게 거리를 벌렸다. 문지원은 당황한 얼굴로 황급히 말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92화

    서대수는 문지원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고 그 눈빛 속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문지원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당근하죠. 숙희 아주머니가 대수 씨 정말 능력 있고 남자답다고 항상 칭찬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왜 아내분은 대수 씨 말을 안 듣는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좋은 남자를 두고도 몰라보다니...” 누군가 자신을 이렇게 칭찬해주자 서대수는 무릎을 탁 치며 환하게 웃었다. “정말 맞는 말만 하시네요. 저 여편네가 보는 눈이 없어서 그래요.” “나처럼 이렇게 좋은 남자가 또 어디 있겠어요...”서대수는 점점 분노를 느끼며 말을 이었다. “등잔 밑이 어두운 게 아니라 눈이 멀 정도로 어두운 거죠. 내가 이렇게 좋은 남자라는 걸 모르다니...” “모두가 당신처럼 눈을 뜨고 보면 얼마나 좋을까요.” 문지원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안쪽으로 돌리며 물었다. “그런데 아내분은 어디 계세요?” “그 여자요?”서대수는 콧방귀를 끼며 얼굴에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 여자, 말을 안 들어서 지금 돼지우리 안에 갇혀 있어요.” 문지원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녀는 얼굴 색이 급격히 바뀌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 여편네 얘긴 왜 꺼내시는 거예요? 괜히 기분만 상하게...” 말을 끝나자 서대수는 금세 웃으며 기분을 풀었다. “시간 내서 와주셨으니 우리 집에서 뭘 좀 먹고 가세요.” “며칠 전에 어머니가 읍내에서 간식을 사왔는데 한번 드셔보세요.” 문지원은 진씨 집에 온 뒤로 고기 한 점 제대로 못 먹은 지 오래라 속이 허전했다. “그럼 대수 씨, 잘 먹을게요.”서대수는 문지원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은 꽤 좁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서대수는 서랍에서 과자 한 상자와 작은 간식들을 꺼내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그리고 문지원에게 따뜻한 물 한 컵을 따라주며 친절하게 말했다. “자, 따뜻한 물 한 잔 드세요.”그는 문지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91화

    “틀린 말은 아니네.” 김숙희는 차가운 웃음을 내뱉으며 떠나기 직전 문지원의 얼굴을 가리키고는 낮게 경고했다. “너, 이 마을 사람들이 다 한통속이라는 거... 이제 슬슬 눈치 챘겠지?”“이웃끼리 워낙 끈끈해서 말이야. 네가 발만 슬쩍 빼도 금세 내 귀에 들어온다?”“우리가 이렇게까지 챙겨줬는데도 네가 끝까지 도망치겠다고 나선다면... 그땐 돼지우리에서 콕 처박혀야 할 거다.”“그때 가서 우리가 너무하다느니, 냉정하다느니 해봤자 소용없어. 그건 다 네가 자초한 일이니까.”이런 식의 협박은 문지원이 TV에서나 보던 장면이었다.설마 자기 인생에 이런 막장 드라마 같은 상황이 펼쳐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금 이 판국에 괜히 발끈했다가는 맞아죽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살아남으려면 그냥 얌전한 며느리 코스프레나 잘하는 수밖에 없었다. “저 도망 안 가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문지원은 어린 소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등 뒤로 감춘 손을 악착같이 움켜쥐었다. “나래가 저를 구해줬잖아요.”“저도 진씨 가문에 꼭 보답하고 싶어요.”문지원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 말에 김숙희는 잠시 그녀의 얼굴을 훑어보더니 별다른 수상함을 느끼지 못했는지 다시 한번 싸늘하게 비웃었다. “쓸데없는 꿍꿍이 부릴 생각 마.”“경고하는데 우리 집 사람들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쏘아붙이듯 말을 마친 김숙희는 진나래의 손을 잡았다. “가자. 아가.”“듣자 하니 그 의사가 꽤 유명하다더라. 진짜로 네 오빠 다리를 고칠 수 있을지도 몰라.”“그러면 우리 집안엔 또 한 번 경사가 나는 거지.”진나래는 오빠의 불편한 다리를 떠올리자 어느새 붉어진 눈가를 손등으로 훔쳤다. “맞아요... 오빠는 그 다리 때문에 정말 많은 걸 견뎌야 했어요.”“이제 다리만 나으면 남들 눈치 보며 살 필요도 없고...”그녀는 문지원을 돌아보며 수줍게 웃었다. “이렇게 예쁜 언니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면... 다들 부러워서 입이 딱 벌어질 거예요.”그때, 김숙희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90화

    “뭘 번거롭게 식을 올리려고 하는 거니? 내가 네 아빠한테 시집왔을 때는 그냥 머리에 면사포 하나만 두르고 왔어. 그 면사포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김숙희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둘이서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면 되는 거지 뭘 그렇게 겉치레에 신경 써?”웨딩드레스니 뭐니 들어만 봐도 돈이 많이 들 것 같았다. 그들의 집안 형편은 좋지 못했다. 그동안 모은 돈도 400만 원 되지 않았고 결혼식에 전부 다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문지원이 핸드폰에 배터리가 남아 있는 틈을 타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사진을 검색해 진나래에게 보여주었다.“네 오빠가 이런 턱시도를 입으면 분명 엄청 멋있을 거야.”“와! 옷이 너무 예뻐요. 언니는 원래도 이쁘니까 이런 옷을 입으면 완전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님이 될 거예요.”진나래는 바로 감탄했다.“이 옷을 사면 나중에 저도 빌려 입을 수 있어요?”“당연하지.”어차피 문지원이 원해서 하는 결혼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사진을 보여준 뒤 진나래의 마음을 움직여 가족들을 설득해주길 바랐다.그녀의 예상대로 진나래는 웨딩드레스를 사달라고 졸랐고 진수호도 턱시도를 입고 싶다며 말했다. 자식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김숙희는 결국 고개를 끄덕여 허락하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문지원이 조금 전 꺼낸 돈도 있지 않은가.김숙희는 그간 모은 돈을 전부 진수호에게 주었다.“내일 혼자 시내로 가서 사와. 이 돈을 다 쓰지는 말고. 조금이라도 남겨. 우리 집에서 키우는 닭도 몇 마리 안 되는데 남은 돈으로 돼지고기라도 사와야 하니까.”“알았어요.”진수호는 원래부터 문지원을 데리고 갈 생각이 없었다.“다른 사람들을 보니까 핸드폰으로 물건도 사고 그러던데, 지원 씨 핸드폰에도 돈이 있어요? 있는 거면 내일 내가 은행 가서 찾아올게요. 나랑 결혼하는데 나만 돈을 쓰는 건 불공평하잖아요.”문지원은 이미 진수호의 행동에서 뿌리 깊게 내린 악을 발견했다. 진수호는 부녀자를 유괴했을 뿐 아니라 스스럼없이 돈도 요구하고 있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89화

    진나래는 문지원을 보며 말했다.“고기 몇 점 더 먹는다고 살이 찌진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드세요. 전 명절에 매일 돼지고기만 먹었는데도 살이 안 쪘거든요.”문지원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런 가정에서 평소에 매일 고기를 먹기란 불가능한 일이었고 명절이 되어야만 먹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먹는 간식은 물론이고 인스턴트 음식도 이곳에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살이 찔 수가 있단 말인가.그녀가 음식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은 살이 찔까 봐 두려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진나래가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도 그녀가 걱정되어서 그런 것이었고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아이가 너무도 미웠지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던 그녀는 밥그릇에 있는 고기를 먹어버렸다.김숙희는 그제야 만족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아이도 낳지 않았는데 그렇게 몸매에 집착할 것 없어. 많이 먹어야 건강한 아들을 낳을 수 있는 거야. 아들 낳고 나서 살을 빼든 말든 마음대로 해. 그땐 간섭하지 않을 테니까. 오늘은 너와 수호가 이 방에서 자. 어차피 이젠 내 아들과 살림을 차려야 할 텐데 일찌감치 한방에서 자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리고 나한테는 며느리니까 말도 놓을게. 얼른 떡두꺼비 같은 손자를 안겨주면 좋겠구나.”그 순간 문지원의 손이 멈칫했다. 그녀는 비록 순결에 집착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런 외진 마을에 갇혀 아이를 낳는 도구가 되는 건 싫었다. 그녀의 아이가 이런 곳에 태어나 비정상적인 교육을 받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 만약 정말로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나았다.“오늘부터 같이 밤을 보내기엔 너무 이르지 않을까요?”문지원은 일부러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저희 집에서는 결혼하기 전까지 외간 남자와 함께 밤을 보내서는 안 된다고 저희 부모님께서 어릴 때부터 가르치셨거든요.”“그럼 지금도 순결을 유지하고 있는 거예요?”진수호는 눈에 띄게 흥분했다. 이렇게나 예쁜 여자가 자신의 여자로 되었으니 그간 얼마나 많은 남자를 만났든 신경 쓰이지 않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88화

    문지원은 순식간에 눈빛이 변해버린 아이의 가족들을 보았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제가 왜 이곳에 남아요? 전 돌아가야 할 집이 있어요.”“언니, 언니도 남편감을 만나지 못한 게 아니에요? 그럼 우리 오빠를 빌려줄게요. 앞으로 둘이 서로 지켜주면서 행복하게 지내면 언니에게도 좋잖아요. 설마 우리 오빠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는 거예요?”진나래는 다급해져 얼른 입을 열었다.“우리 오빠는 비록 발이 평범한 사람들과 달라 힘든 일도 못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못 하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밭일은 저도 도울 수 있어요. 언니랑 제가 밭을 관리하면 되잖아요.”들으면 들을수록 어처구니가 없었다. 일찌감치 자신을 구해준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됐어. 너희 둘 다 그만 말해.”진성국은 집안의 가장이었던지라 당연히 자신의 아들이 한눈에 봐도 귀하게 자란 문지원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문지원이 이곳에 남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이 마을로 시집오려는 여자는 아주 흔했고 진수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대도 상관없었다. 사람만 이곳에 있으면 되니까. 그는 직설적으로 문지원에게 말했다.“우리 마을은 아주 외진 곳에 있지요. 마을을 벗어나려면 저 산부터 넘어야 하는데 마을 사람들 중 아무도 아가씨에게 길을 알려주지 않을 거예요. 외지인이라면 그 산을 빠져나가기엔 아주 힘들죠. 게다가 마을 사람들끼리도 서로 아는 사이고 친척인 경우도 많아 도망치려고 한다면 마을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 아가씨를 다시 잡아 올 거예요.”문지원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하지만 지금은 화를 낼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 가족들에게 미움을 산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테니 말이다. 그녀는 이런 산속 마을에 영원히 갇혀 살고 싶지 않았다.“우리 집안 사람들은 그래도 인정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우리 아들이랑 서로 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987화

    여자아이는 조금 난감해졌다.그들의 마을에서 아들을 장가보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대부분 돈이 조금 있다는 집에서 며느리를 들였고 그들처럼 가난한 집안에서는 아들을 장가보낼 돈조차도 없었다. 게다가 아이의 오빠는 절름발이였던지라 오빠를 보는 여자마다 비웃기 바빴고 걷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빨리 걸을 수는 없었기에 밭일도 할 수 없었다.오빠의 나이가 해가 지나면 지날수록 커지고 평생 혼자 살 거라고 생각하니 아이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졌다. 오늘 겨우 산에 올라갔다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다를 바 없는 문지원을 발견했던 아이는 어떻게든 문지원을 자신의 새언니로 맞이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대로 자리를 비운다면 문지원이 도망치거나 다른 마을 사람에게 잡혀갈 것이 두려웠다. 그렇게 된다면 아이의 오빠는 정말로 평생 혼자 살게 될지도 모른다.“지금은 시간이 많이 늦었어. 아무리 마을 사람들과 친하다고 해도 네가 혼자 밖으로 나가는 건 위험해. 차라리 내일 불러오시는 게 어때.”문지원이 호의로 아이를 설득했다. 그녀는 아이가 오밤중에 나갔다가 사고당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러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언니 말씀이 맞아요. 내일 가서 모셔와야겠어요.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요.”쿵쿵쿵.이때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의 오빠는 방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 문밖에서 그들을 부르고 있었다.“저녁 준비 끝났으니까 나와서 먹어.”“언니, 가요. 제가 우리 가족들을 소개해 줄게요.”아이는 문지원의 손을 잡고 안방으로 갔다. 안방은 제일 큰 방이었고 아이의 부모가 지내는 곳이었으며 동시에 거실과 밥 먹는 곳으로 쓰이기도 했다. 문지원이 들어오자 아이의 부모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열정적인 모습으로 문지원을 맞이했다.“얼른 앉아서 입맛에 맞는지 봐요. 그런데 정말 예쁘게 생겼네요. 우리 마을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아가씨보다 예쁜 사람은 없을 거예요.”문지원은 대충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너무도 열정적인 그들의 모습을 보니 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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