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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무슨 자격으로

덤덤한 말투였지만 괜히 두 사람이 친한 사이인 것처럼 표현하는 박수혁의 모습에 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나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남자친구인 전동하.

고개를 들어 힐끗 전동하의 얼굴을 보니 항상 미소를 짓고 있던 사람이 지금만큼은 잔뜩 굳은 표정이었다.

한편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박수혁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역시...

박수혁의 질문에 소은정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선을 그었다.

“아, 의사선생님이 입원하는 동안에는 되도록 휴대폰 보지 말라고 하셔서. 퇴원하고 나서는 워낙 바쁘다 보니까 답장하는 거 깜박했네. 미안해.”

말도 안 되는 핑계라는 걸 알면서도 박수혁은 그녀의 말을 믿고 싶었다.

“아니야. 오늘 보니까 거동에도 문제가 없어 보이고. 마음이 놓이네.”

이때 마침 음악이 울리고 박수혁의 눈이 번뜩이더니 소은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같이 춤이라도 출래?”

박수혁이 내민 손을 바라보던 소은정이 싱긋 웃었다.

저번에 같이 춤을 췄던 게 언제였더라... 아, 이혼하고나서 얼마 안 됐을 때 만난 파티에서여지. 그때 박수혁은 아직 내가 SC그룹 외동딸인 걸 몰랐을 때였고...

그로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수많은 일이 일어났고 주위의 수많은 상황이 바뀌었다. 마치 혼자였던 그녀에게 다른 사람이 생긴 것처럼 말이다.

그녀가 망설이던 그때, 또 다른 희고 긴 손이 소은정의 앞에 불쑥 나타났다.

전동하가 미소를 지었다.

“나도 은정 씨랑 춤 추고 싶은데요.”

이렇게 눈 앞에서 박수혁한테 은정 씨를 빼앗길 순 없어. 게다가 은정 씨 남자친구는 나라고.

순간 박수혁의 표정이 차갑게 굳고 바로 전동하를 노려보았다.

“순서는 지키시죠?”

“워낙 드문 기회라서 저도 놓치고 싶지 않은데요?”

은정 씨가 물건도 아니고... 어차피 은정 씨 선택에 달린 일이야. 순서가 뭐가 중요해.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소은정은 단호하게 전동하를 선택했다. 그녀와 전동하의 손이 맞닿으려던 그때, 누군가 소은정의 손목을 잡았다.

역시나 박수혁이었다.

미간을 찌푸린 소은정이 박수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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