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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약을 썼지

소은정의 말에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온 소은호는 한유라의 팔에 생긴 주사자국을 발견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 남자가... 너한테 약이라도 쓴 거야?”

클럽 같은 곳에서 반항하는 여성을 마약류 약품으로 제압하는 건 변태 같은 자식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정신은 멀쩡하지만 몸에 힘이 풀려 아무런 반항도 못하게 되는 그런 약이었다.

소은호의 질문에 한유라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가운 눈물이 한유라의 눈가에서 흘러내렸다.

충격적인 소식에 모두가 얼어붙고 한유라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그딴 자식을 남자친구라고 생각했던 내가 등신이지...

소은호가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유라는 내가 안을 테니까 은정아, 넌 먼저 나가있어.”

민하준이 약까지 썼다는 말에 분노로 부들거리던 소은정 역시 심호흡을 하며 이성을 되찾으려 애섰다.

소은정이 한유라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유라야, 걱정하지 마. 이제 괜찮아. 어서 여기서 나가자.”

그들이 집까지 쳐들어온 걸 알았으니 민하준도 곧 집으로 돌아올 터, 그쪽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온다면 김하늘, 소은호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약류 약품까지 쓸 정도로 미친 자식이라면 더 미친 짓도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을 테니까.

소은정은 민하준의 서늘한 인상을 다시 떠올렸다.

누가 봐도 섬뜩한 얼굴이었는데... 유라가 너무 순진했어. 그런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다니.

하지만 한유라가 아무리 경솔했다 해도 민하준이 저지른 일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었다.

한유라가 빨갛게 부어오른 눈을 깜박였다.

“얼른 가...”

소은호가 한유라를 번쩍 안아들고 거실로 나선 그때 현관에서 다급한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

민하준이 도착한 것이었다.

하, 빨리도 왔네.

민하준의 등장에 장정자는 구세주라도 만난 듯 그의 발치로 기어갔다.

“대표님, 저 사람들이 유라 아가씨를 데려가려고 해요. 제 팔도 이렇게 만들고...”

엉망이 된 집안과 바닥에 제압당한 두 보디가드를 차가운 얼굴로 훑어보던 민하준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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