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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소녀틱

어차피 시간 떼우기용이니 소은정도 딱히 개의치 않았다.

시커먼 영화관으로 들어간 소은정이 주위를 더듬거리며 물었다.

“몇 열이에요?”

하지만 전동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때 광고 시작과 함께 영화관이 조금이나마 밝아지고 그제야 전동하는 두터운 티켓 뭉치를 꺼냈다.

“아무거나 골라봐요.”

뭐야? 전 좌석 티켓을 다 산 거야?

소은정의 눈이 커다래지고 전동하가 해명을 이어갔다.

“우리가 같이 영화를 보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보면 오해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다 사버렸어요.”

소은정이 아무리 그의 마음을 거절해도 항상 그녀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 주는 전동하의 모습에 소은정은 가슴이 따뜻해졌다.

소은정은 고개를 숙였다. 전에 그녀를 이용하는 게 아닐까 의심했던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이 느껴졌다.

저런 사람이 날 이용할 리가 없잖아.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내가 나쁜 사람이라 다른 사람도 그렇다고 생각했나 봐...

콧등이 시큰해지는 느낌에 소은정이 급히 고개를 들었다.

“전 대표님, 이렇게 자상하신데 정말 모태솔로라고요?”

소은정의 질문에 흠칫하던 전동하가 미소를 지었다.

“왜요? 안 믿겨요? 자상이라...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들을 키우다 보면 자연스레 자상하게 변한답니다.”

“글쎄요. 마이크는 핑계고 전 대표님은 원래 그런 분이신 것 같은데요?”

“하하. 그래도 은정 씨가 제 과거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 기쁘네요.”

진지한 전동하의 눈빛에 소은정은 왠지 빨려들어갈 것만 같아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영화를 가장 편하게 볼 수 있는 중간 자리로 향했다.

영화가 시작되고 “한”이라는 글씨와 함께 핏빗 효과가 스크린을 꽉 채웠다.

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전동하를 돌아보았다.

“공포영화네요?”

뭐야. 요즘 공포영화를 보는 게 대세인가? 이렇게 한정적인 공간에서 자신의 의지력을 보여주기에 안성맞춤인 영화라고 생각하나? 박수혁은 그렇다 치고 전동하 대표도 그럴 줄은 몰랐네.

하지만 전동하 역시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일본 영화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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