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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깊은 인연

비록 현재 직장에서는 남녀평동을 추구하고 있지만 정작 승진 문제에서는 대부분 먼저 남성을 먼저 고려하는 게 관례나 마찬가지였다.

박수혁이 침묵하자 허지호는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전 윤시라 씨를 더 추천합니다. 일처리도 매끄럽고 20대에 그 정도 커리어를 쌓는 것도 힘들어요. 그리고 20대 여성 지사장, 대외적으로 홍보하기도 좋고 기사들이 한국 지사에 관해 기사를 쓰기도 좋을 겁니다.

박수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윤시라가 어떻게 그 자리까지 올라왔는지 내가 정말 모를 거라 생각합니까? 그 정도 잔머리와 강성호의 능력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군요.”

순간 허지호의 표정이 살짝 굳고 몇 초간의 침묵이 어졌지만 잠깐 뒤 바로 어색한 미소로 대답했다.

“이 바닥에서 성접대는 흔히 볼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아, 그러니까 앤이 생각나네요... 대표님 전 와이프라고 했던 거요?”

허지호의 말에 박수혁이 홱 고개를 들더니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노려 보았다.

“누구요?”

“앤이요. 지금은 SC그룹 대표라던데. 전에 신포그룹 유럽지사에서 인턴으로 일했었거든요. 그때 제가 바로 팀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벌 2세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요. 재벌 2세와 인턴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안 어울리잖아요?”

허지호가 혀를 내둘렀다.

“소은정이? 신포그룹에서 일했었다고?”

박수혁의 차가운 목소리에 허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두 분 예전에 부부셨다면서요. 모르셨습니까?”

고개를 젓던 허지호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예전 일을 술술 읊어댔다.

“그해 수많은 인턴들 중에서도 앤은 가장 출중했습니다. 예쁘고 능력도 출중하고 순발력도 좋고 일에 대한 욕심도 있고요. 그래서 집중 타깃으로 육성할 생각이었고 어딜 가든 앤과 함께했었죠. 그러던 어느 날, 한 클라이언트와의 저녁 약속에서 술에 취한 클라이언트가 술을 강요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어차피 계약도 곧 체결을 앞두고 있고 그냥 한 모금만 마시라고 눈치를 줬었죠. 그리고 혹시 술에 약이라도 들었을까 봐 제가 직접 술을 따라주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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