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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네 남자친구

소은정은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그녀의 맞은 편 좌석에 앉은 윤시라는 여유롭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 대학교 때 친구들 만난 게 얼마만인지 몰라.”

친한 척 다가오는 윤시라의 태도에도 소은정은 싱긋 미소를 지을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이때 웨이터가 다가와 윤시라와 소은정의 컵에 레몬티를 따라주고 소은정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밥 먹으러 온 거야?”

이만 좀 가지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낯선 사람, 더군다나 향수냄새를 지독하게 풍기는 낯선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 상상만 해도 소은정은 속이 울렁거렸다.

“응. 해외에서 일하다 국내로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어. 한국에 친구도 얼마 없고 어떻게 지내나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널 만났네. 요리 주문했어? 합석해도 돼? 내가 살게.”

미간을 찌푸린 소은정이 거절하려던 그때 윤시라가 한발 빠르게 웨이터를 불렀다.

하, 이게 무슨 붙임성이래...

추천 메뉴를 주문한 윤시라가 소은정에게도 메뉴판을 건넸다.

“먹고 싶은 거 마음껏 시켜. 내가 산다니까.”

불쑥 나타나 온갖 친한 척은 다해대는 윤시라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먼저 사겠다고 말까지 했으니 소은정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소은정이 미소를 지으며 웨이터에게 말했다.

“메뉴판에 있는 거 전부 다 주세요.”

순간 윤시라의 표정이 움찔했다.

“전부 다? 다 먹을 수 있겠어?”

“아, 같이 온 사람도 있어서. 부담되면 내가 살게.”

하지만 자존심 센 윤시라가 뱉은 말을 다시 거두어 들일 리가 없었다.

하, 재벌 2세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 가격 한 번 안 보고 주문하네.

“부담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한테 그 정도는 쓸 수 있지.”

순간 소은정의 눈동자가 묘한 빛을 내뿜었고 피식 미소를 지었다.

유난히 정교한 화장과 의상... 윤시라라고 주장하는 이 여자는 뭔가 목적을 가지고 그녀에게 접근했음을 소은정은 직감했다.

여자의 가장 큰 무기는 핸드백, 역시나 윤시라는 샤넬 신상백을 들고 있었다.

물론 소은정이 든 한정판 에르메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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