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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독하다, 독해

막힌 숨을 뱉어내듯 질문한 박수혁은 가슴이 욱신거렸다.

저번 실수 때문에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오해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왜? 내가 왜!

하지만 소은정의 눈빛은 건조하기만 했다.

“당신 직원이 저지른 짓이야. 당신 명령 없이 움직였다는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

아니면 윤시라가 박수혁의 눈에 들기 위해 일부러 이런 짓을 저지른 건가?

하지만 3년 동안의 신뢰를 져버린 박수혁을 소은정은 더 이상 믿을 수 없었다.

무조건적인 불신에 박수혁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분노 때문인지 이마의 핏줄이 터질 듯 팽창했다.

하지만 그 상대가 소은정이니 최대한 감정을 누르고 또 눌렀다.

“그래. 오해했다니 해명할게. 내가 시킨 거 아니야. 나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라고.”

그러니까 제발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마.

소은정의 의심의 눈길은 비수가 되어 박수혁의 가슴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정말 억울한 건지 화가 난 건지 흰 자위가 새빨개진 박수혁의 모습에 소은정도 왠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박수혁, 당신이 시킨 일이든 아니든 상관없어. 난 어쨌든 당신이 싫으니까.

“됐고. 그쪽 직원이나 데리고 가.”

설령 박수혁에게 잘 보이기 위해 윤시라가 독단적으로 꾸민 일이라 해도 박수혁과 아무 관련도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깊은 눈동자로 소은정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박수혁이 겨우 입을 열었다.

“정말... 이렇게까지 나한테 상처를 줘야겠어?”

박수혁의 비굴한 태도에 전동하도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박수혁 대표의 저런 표정은 처음이야.

결국 전동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 대표님, 이 일에 관한 얘기만 하시죠.”

전동하의 참견에 박수혁이 누르고 누르던 분노의 불꽃이 화르륵 타올랐다.

“꺼져. 네가 뭔데 끼어들고 난리야. 내가 정말 네가 무서워서 가만히 내버려두는 줄 알아?”

짐승처럼 으르렁대는 박수혁의 모습에 소은정도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만해. 동하 씨는 내 남자친구야. 내 남자친구한테 함부로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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