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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연약하지만 아름다워

허접한 특수효과와 개연성 없는 스토리에 헛웃음을 터트리던 소은정이 전동하에게 영화 내용을 불평하려던 그때,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는 눈을 꼭 막고 있는 전동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이게 무서워?

소은정은 의아할 따름이었다.

“전 대표님, 괜찮으시죠?”

소은정의 목소리에 손을 내린 전동하는 짐짓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네, 괜찮아요.”

하지만 그런 전동하의 모습은 소은정은 왠지 귀엽게 느껴지며 웃음이 새어나왔다.

“저 문 당겨야 열리는 것 같은데... 죽어라고 밀기만 하니까 안 열리지. 안 그래요?”

소은정이 스크린을 가리키고 전동하가 고개를 돌린 순간, 머리를 풀어헤친 처녀귀신이 모습을 드러내고 전동하는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의자 손잡이를 어찌나 세게 잡았는지 떨림이 소은정에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 그러네요.”

전동하가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 무서우면 안 봐도 돼요...”

“아니요. 무서운 게 아니라... 그냥 너무 갑작스러워서...”

억지로 해명을 하던 전동하가 의아한 눈길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은정 씨는 하나도 안 무서운가 봐요?”

“아, 전에 은해 오빠 따라서 공포영화 촬영현장에도 가보고 그랬 거든요. 저런 장면들을 어떻게 찍는다는 걸 알고 나니까 별로 안 무섭더라고요.”

고개를 끄덕이던 전동하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소은해 씨가 저런 공포영화에도 출연했었나요?”

“그럴 리가요. 오빠가 이미지에 얼마나 신경 쓰는데 B급 공포영화에 출연할 리가 있겠어요?”

영화관에는 두 사람뿐인지라 소은정과 전동하는 가끔씩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었다.

소은정은 전동하가 비록 얼굴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지만 눈동자는 아래쪽을 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안 무서운 척하기는, 큭.

전동하에게는 영겁 같았던 2시간 흐르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에야 전동하는 몸에 힘을 풀 수 있었다.

음료를 사서 돌아온 소은정은 영화관 입구에 앉아 심호흡을 하고 있는 전동하를 보고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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