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전동하는 안진을 너무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녀는 하마터면 전동하를 해칠 뻔했다.이 일이 지난 뒤, 거의 모든 이들은 박수혁의 약혼녀가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랬기에 더 이상 그녀를 건드릴 수 없었다.어떻게 아부를 떨어야 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이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약혼식을 올리기도 전, 안진은 자신의 실력을 확장시켰다. 그리고 여러 파티를 돌아다녔지만 박수혁은 굳이 그녀를 막지 않았다.그저 사람 하나를 보내 안진을 따라다니게 할 뿐이었기에 사람들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태한그룹.박수혁이 전화를 끊자마자 밖에 있던 이가 노크를 하곤 들어섰다.강서진이 숨을 몰아쉬며 그의 맞은편에 앉아 득의양양한 얼굴로 손에 있던 서류를 테이블 위로 던졌다."형, 이번에 나한테 고맙다고 해야 돼, 내가 이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그 말을 들은 박수혁이 소리 없이 웃었다."항구 쪽에 별장 하나 남겨뒀어, 하나 임신해서 거기 가서 쉬고 싶다고 했잖아."그 말을 들은 강서진이 멈칫했다. 그곳은 다 지어지기도 전에 내부에서 모두 소진된 곳이었다. 강서진 같은 사람도 자리를 얻지 못했으니 박수혁도 제법 힘을 들인 것이 분명했다. "형…"강서진은 감동한 얼굴로 박수혁을 바라봤다.추하나는 강서진과 함께 살고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이유는 아이를 봐서였다.두 사람의 신혼집에서는 그녀로 하여금 지나간 안 좋은 과거만 생각나게 했다.강서진은 그 이유 때문에 이사를 하고 싶었지만 평범한 곳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마음에 드는 곳은 손에 넣기 힘들었다.하지만 이번에 박수혁 덕분에 이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박수혁은 강서진의 그런 표정을 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무슨 일인지나 말해.""걱정하지 마, 형이 안진 사업을 이 지경이 되도록 해주고 한편으로 조수까지 구해줘서 도와주고 품질검사 관련 부문에까지 드나들게 했으니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안진은 약혼식을 굉장히 중시했다. 과정에서부터 복장까지 모두 꼼꼼하게 골랐다.박수혁도 적극적으로 맞춰줬다.그는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는 자리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지만 안진은 유난히 진지했다. 그녀는 박수혁이 무조건 와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이 웨딩숍은 예약하기 힘들기로 소문난 가게였다.하지만 안진에게는 박수혁이 있었다. 그의 이름을 댄다면 예약은 쉬워졌다. 그 누구도 박씨 집안의 체면을 봐주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웨딩숍에 들렀을 때, 예상하지 못한 사람을 마주치게 되었다.소은정이 한유라와 함께 그녀의 웨딩드레스를 보러 왔던 것이었다.한유라는 프랑스에서 건너온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이는 심강열이 그녀를 대신해 미리 예약해둔 것이었기에 그녀는 시간을 내서 소은정과 함께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러 온 것이었다.그러니까 웨딩드레스는 유일무이한 것이라는 말이었다."손님, 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안진과 박수혁을 발견한 직원이 반갑게 두 사람을 맞이했다.하지만 소파에 앉아있는 소은정과 한유라를 발견한 안진의 안색이 변했다.고개를 들어 박수혁을 본 그녀는 속으로 후회했다.하지만 다행히 박수혁의 안색은 아무 변화도 없었다.그는 소은정을 보지 못한 사람처럼 그녀와 제일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그 모습을 본 안진이 웃으며 한유라의 드레스에 눈길을 돌렸다."웨딩드레스 예쁘네요, 저도 가지고 싶어요."그 말을 들은 직원은 난감함을 드러냈다."이건 특별 제작한 거예요, 3개월 전부터 줄을 서야 하는 거라고요. 유일무이한 드레스라 당신은 살 수 없어요."한유라의 말을 들은 안진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때 소은정이 일어서더니 웃으며 안진을 도발했다."유라 드레스는 유라 남편이 유라랑 자기 이름을 합쳐서 디자인한 거야, 그래서 유일무이한 거라고 하는 거지. 당신이 그걸 입게 되면 유라 이름을 입고 결혼을 하게 되는 거고."그 말을 들은 안진의 눈빛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됐어."다시
안진의 말을 들은 박수혁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봤다."데려와서 네 협박을 받으라는 건 가? 안진, 그 사람들을 두고 이상한 생각을 할 바에는 차라리 박봉원을 죽여."안진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박수혁이 웨딩숍을 나가고 나서야 안진의 얼굴에 자리 잡고 있던 부자연스러움이 점차 사라졌다.안진이 무슨 짓을 하든 박수혁은 그녀를 나쁜 쪽으로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두 사람이 결혼을 하고 나면 그녀는 박봉원을 놓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그때가 되면 박수혁도 안진의 진심을 알게 될 것이다.......웨딩숍에서 나온 소은정과 한유라는 카페로 향했다.한유라는 심강열에게 답장을 하곤 담담한 얼굴로 앉아있는 소은정을 바라봤다."방금 왜 나를 막은 거야? 그 여자 정말 어이없어, 다른 사람 웨딩드레스를 달라고 하다니."한유라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 누구도 감히 한유라의 물건을 탐내지 못했다."안진이 무슨 사람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괜히 사고 쳐서 일 만들지 마."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리고 한유라를 보며 말했다."내가 그 여자를 무서워할 것 같아?"한유라가 웃으며 무서울 것 없다는 듯 말했다."박수혁 눈 좀 잘못된 거 아니야? 그런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하다니, 내가 그 여자를 왜 무서워해야 하는 건데?""유라 아가씨, 해외에도 이렇게 평화로울 거라는 생각하지 마. 네가 간 곳은 여행지고 그 여자가 있었던 곳은 전쟁이 난무하는 곳이라고. 그 여자가 너를 죽이겠다고 하면 너 정말 꼼짝도 못 해."소은정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한유라가 멈칫하더니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췄다."그런 정도야?"소은정이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유럽 길거리에서 있었던 그 소동을 영원히 잊을 수 없었다. 죽음과 스쳐 지나간 일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박수혁과 안진의 약혼식은 지나치게 소소했다.박수혁의 특별지시를 받은 건지는 몰라도 그 어떤 매스컴도 연락을 받지 못했다. 비즈니스 파트너들도 초대장을
소은정은 평소처럼 출퇴근을 하며 이상한 반응이나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녀를 무척 신경 썼다.어찌 됐든 박수혁과 소은정은 함께 했었던 사람이었다. 비록 이혼을 했다고 하지만 그 뒤로 소은정을 대하는 박수혁의 태도는 무척 비굴했기에 사람들은 두 사람이 다시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랐다.물론 어떤 이들은 소은정이 다시 뒤돌아보지 않기를 원했다. 이미 충분히 상처를 받았기에 자기 마음대로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박수혁의 비굴함을 안타까워하며 소은정이 다시 한번 그에게 기회를 줄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기도 했다. 두 사람은 굉장히 잘 어울렸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갑작스러운 박수혁의 결혼은 다시 한번 이 감정을 배신한 것 같았다. 전에 보였던 진심과 비굴함은 모두 거짓이 된 것 같았다.그랬기에 이 감정에 대한 기대는 소은정을 향한 동정이 되었다.회사의 직원들도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그들은 퇴근하기 직전까지 박수혁을 욕했다. 그리고 퇴근시간이 다 되어갈 때쯤, 디저트를 들고 회사로 들어서는 전동하를 보게 되었다.소은정의 사무실로 들어서는 전동하를 본 사람들의 원한이 싹 가셔버렸다.소은정 본인도 신경 쓰지 않는 일을 다른 이들이 대신 화를 낼 필요가 없었다.더구나 전동하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이력도 깨끗하고 다정하고 말을 할 때에도 사람을 깔보는 압박감도 없었다. 그랬기에 사람들은 전동하에게 호감을 가졌다.전동하가 노크를 하고 들어서자 마침 소은정이 퇴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전동하를 본 소은정이 의아해하다 웃었다."오늘 안 바빠요?"그는 자신의 일로도 충분히 바쁜 데다가 미국 지사의 일도 해결해야 했기에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전동하는 다정한 얼굴로 웃더니 소은정을 보며 말했다."디저트 먹으면 기분 좋아질 것 같아서 일부터 사 온 거예요."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복잡한 눈빛으로 전동하를 바라봤다."나 기분 좋은데요.""혹시나 해서."전동하가 멈칫하더니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소은정은 지금이 이런 감정에 취해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간과 장소가 모두 맞지 않았다.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 그녀가 진지한 얼굴로 그를 보며 말했다."디저트 먹을게요."그 말을 들은 전동하가 웃었다. 처음에는 그저 그녀를 놀리려고 한 말이었지만 귀여운 그 반응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하지만 그도 지금이 적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테이블로 다가가 디저트를 꺼내기 시작했다.모두 소은정이 좋아하는 것들이었다.이 디저트 가게는 회장님의 사모님이 취미로 하는 가게였는데 꽤 유명했다. 매일 한정으로 파는 탓에 예약을 해야만 살 수 있었다. 식자재도 모두 수입이어서 늦게 가면 살 수 없었다.소은정도 한때 매일 찾았지만 몸매 유지를 위해 멀리했었다.가게의 마크를 본 소은정이 놀라서 전동하를 바라봤다."갔을 때 이게 아직 있었다고요?""현장에서 한 거예요, 점심에 회장님을 만나서 사모님께 남겨달라고 부탁했어요, 운이 좋았죠."소은정이 그 말을 듣더니 신이 난 얼굴로 디저트를 바라봤다. 속으로는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그녀의 입은 성실했다.눈앞의 딸기 케이크가 너무 맛있어 보여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맛을 봤다.입속에서 사르르 녹는 케이크는 그녀의 기분을 더욱 좋게 만들었다.전동하는 맛있게 먹는 소은정을 보며 흐뭇한 얼굴을 했다.물론 자신이 회장님과 얘기를 나누고 일부러 집 앞까지 데려다주며 사모님에게 디저트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한 덕분에 사모님이 어쩔 수 없이 디저트를 만들어줬다는 얘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그는 소은정 기분이 나빠질까 걱정이 되었다. 그녀의 기분이 나빠진다면 가슴이 아플 것 같았다.하지만 행복한 얼굴로 디저트를 먹는 그녀를 보니 자신이 괜한 걱정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박수혁은 이제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소은정은 몇 입 먹더니 더 이상 먹지 않았다.더 이상 먹었다가는 죄책감에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동하 씨도 먹어요."소은정이 전동하를 보며 말했다.
소은정의 말을 들은 전동하가 자조적으로 웃었다. 이렇게 까발려지고 나니 속 좁은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네, 봤어요. 그래서 은정 씨랑 얘기해 보고 싶어요.""무슨 얘기를 할 게 있다고,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누가 알겠어요, 우리 오빠는 선물을 다 보냈다고 했으니 나랑은 상관없어요."전동하가 미소를 지었다, 답답했던 느낌이 온데 간데없이 사라졌다.소은정은 자신의 체면에만 관심이 많았다.......한편, 한유라는 심강열의 옆에 서서 이리저리 둘러봤다. 제법 많은 하객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사람들은 심강열과 한유라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에 대해 수군대지 않았다. 외부인은 두 사람이 이미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한유라의 명성을 다들 알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그저 두 사람이 우연히 함께 나타난 것뿐이라고 생각할 뿐 정말 연인 사이 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한유라가 흥미진진한 얼굴로 술잔을 들고 사람들과 수다를 떨러 가려던 찰나, 심강열이 그녀의 팔을 잡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그는 마침 자신의 앞에 있던 회장님과 인사를 하고 고개를 숙여 한유라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마음대로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저쪽에 있는 친구들이랑 인사만 하고 올게."한유라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하지만 심강열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한 눈 보더니 다시 한유라에게 눈길을 돌렸다."다음에, 오늘은 안 돼."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한유라는 그런 심강열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리고 곧 언짢은 기분을 드러냈다."심 대표님, 그거 알아요? 우리 엄마도 내가 친구 사귀는 거 제한하지 않는다고, 더구나 저 친구들은 동성친구잖아."그 말을 들은 심강열이 그녀를 보더니 말속에 담긴 뜻을 생각하기 시작했다.한유라는 이제 심강열이 사과를 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지금 당신은 내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내 비서이기도 해. 이런 일은 업무이기도 하고 당신 직책이기도 하지."그 말을 들은 한유라가 멍청하게 심강열을 바
식장은 안진의 마음에 쏙 들게 배치되었다. 그녀는 며칠 동안 직접 현장 감독을 하기도 했다.입구 쪽에 안진과 박수혁 두 사람의 사진이 놓여있었지만 지금은 감쪽같이 사라졌다.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안진은 불안함을 느끼고 얼른 치마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다.그녀의 안색은 무척 보기 싫었다. 입구 쪽에 다다른 안진이 화나 난 얼굴로 말했다."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여기 있던 사진은 어디 간 거예요? 누가 함부로 건드리라고 한 거냐고요!"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시선을 돌렸다. 사람들은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었지만 다들 무기와는 거리가 멀었기에 그 누구도 안진에게 다가가지 않았다.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안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이한석이 한숨을 쉬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미소를 건 얼굴로 안진을 향해 다가갔다.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그는 박수혁을 위해 버텨내야만 했다."안진 씨,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안진은 이한석을 보니 더욱 화가 나서 말했다."여기 있던 사진은요?"이한석은 잠시 멈칫하더니 안진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안진 씨, 이런 일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우스운 꼴 보이지 마세요, 다들 고귀한 분들이니 화가 난다고 해도 이런 꼴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게다가 여기는 약혼식장이니 다른 이들에게 사진이라도 찍힌다면 사진을 본 이들이 두 분 감정에 의심을 품게 될 겁니다."이한석의 말을 들은 안진의 안색이 바뀌었다, 그녀는 흔들리고 있었다.이한석은 다시 주위의 사람들을 보며 웃더니 그들을 돌려보냈다.곧이어 안진이 이한석을 보며 말했다."박수혁은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거예요? 화상회의 반 시간이면 끝난다고 하지 않았어요?"하지만 시간은 이미 1시간을 넘어가고 있었다."박 대표님께서 너무 바쁘셔서 자리를 비우기가 좀 그런 것 같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하세요."그러자 안진이 화가 난 얼굴로 이한
안진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장을 한 채 거만하게 그곳에 서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유라를 보고 있었다."당신이 왜."한유라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그러자 안진이 웃으며 대답했다."여기 내 약혼식인데 내가 있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요."안진의 말을 들은 한유라는 머리를 쓸어올리더니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고 했다.하지만 안진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모르는 사람들 속에 아는 건 당신 하나라 그런데 하객 소개 좀 시켜줄래요?""당신이 저한테 돈이라도 주는 줄 알겠네요, 제가 왜 그런 짓을 해야 하죠?"말을 마친 한유라가 다시 몸을 돌렸다.그때 안진이 다시 입을 뗐다."한유라 씨, 그럼 저기 그레이 슈트 입은 남자 어디 대표님인지 좀 알려주세요."한유라가 안진이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값비싼 그레이 슈트를 입은 남자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하지만 한유라는 모르는 사람이었다.한유라가 대답을 하려던 찰나, 이한석이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유라 씨, 방금 심 대표님께서 유라 씨 찾고 계시던데."그 말을 들은 한유라는 다급하게 아래로 내려갔다.한쪽으로 비켜서 한유라에게 길을 비켜준 이한석이 다시 안진에게 다가갔다."안진 씨, 방금 박 대표님께서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오는 중이라고 하셨어요."그 말을 들은 안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네, 그럼 더 기다릴게요."그녀가 시간을 보니 아직 여유가 있었다.그리고 방금 전 가졌던 의아함을 말끔하게 지워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하객들은 약혼식의 주인공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에 의아함을 품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주동적으로 그 이유를 묻지 못했다.이곳은 박수혁의 약혼식이었기에 그들이 오고 싶다고 해서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곳에 초대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영광이었다. 하지만 벌써 세 번째 옷을 갈아입은 안진의 안색이 점점 보기 싫어졌다.밤 10시.안진은 조용한 휴대폰과 시끄러운 밖을 보며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