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의 말을 들은 박수혁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봤다."데려와서 네 협박을 받으라는 건 가? 안진, 그 사람들을 두고 이상한 생각을 할 바에는 차라리 박봉원을 죽여."안진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박수혁이 웨딩숍을 나가고 나서야 안진의 얼굴에 자리 잡고 있던 부자연스러움이 점차 사라졌다.안진이 무슨 짓을 하든 박수혁은 그녀를 나쁜 쪽으로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두 사람이 결혼을 하고 나면 그녀는 박봉원을 놓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그때가 되면 박수혁도 안진의 진심을 알게 될 것이다.......웨딩숍에서 나온 소은정과 한유라는 카페로 향했다.한유라는 심강열에게 답장을 하곤 담담한 얼굴로 앉아있는 소은정을 바라봤다."방금 왜 나를 막은 거야? 그 여자 정말 어이없어, 다른 사람 웨딩드레스를 달라고 하다니."한유라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 누구도 감히 한유라의 물건을 탐내지 못했다."안진이 무슨 사람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괜히 사고 쳐서 일 만들지 마."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리고 한유라를 보며 말했다."내가 그 여자를 무서워할 것 같아?"한유라가 웃으며 무서울 것 없다는 듯 말했다."박수혁 눈 좀 잘못된 거 아니야? 그런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하다니, 내가 그 여자를 왜 무서워해야 하는 건데?""유라 아가씨, 해외에도 이렇게 평화로울 거라는 생각하지 마. 네가 간 곳은 여행지고 그 여자가 있었던 곳은 전쟁이 난무하는 곳이라고. 그 여자가 너를 죽이겠다고 하면 너 정말 꼼짝도 못 해."소은정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한유라가 멈칫하더니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췄다."그런 정도야?"소은정이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유럽 길거리에서 있었던 그 소동을 영원히 잊을 수 없었다. 죽음과 스쳐 지나간 일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박수혁과 안진의 약혼식은 지나치게 소소했다.박수혁의 특별지시를 받은 건지는 몰라도 그 어떤 매스컴도 연락을 받지 못했다. 비즈니스 파트너들도 초대장을
소은정은 평소처럼 출퇴근을 하며 이상한 반응이나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녀를 무척 신경 썼다.어찌 됐든 박수혁과 소은정은 함께 했었던 사람이었다. 비록 이혼을 했다고 하지만 그 뒤로 소은정을 대하는 박수혁의 태도는 무척 비굴했기에 사람들은 두 사람이 다시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랐다.물론 어떤 이들은 소은정이 다시 뒤돌아보지 않기를 원했다. 이미 충분히 상처를 받았기에 자기 마음대로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박수혁의 비굴함을 안타까워하며 소은정이 다시 한번 그에게 기회를 줄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기도 했다. 두 사람은 굉장히 잘 어울렸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갑작스러운 박수혁의 결혼은 다시 한번 이 감정을 배신한 것 같았다. 전에 보였던 진심과 비굴함은 모두 거짓이 된 것 같았다.그랬기에 이 감정에 대한 기대는 소은정을 향한 동정이 되었다.회사의 직원들도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그들은 퇴근하기 직전까지 박수혁을 욕했다. 그리고 퇴근시간이 다 되어갈 때쯤, 디저트를 들고 회사로 들어서는 전동하를 보게 되었다.소은정의 사무실로 들어서는 전동하를 본 사람들의 원한이 싹 가셔버렸다.소은정 본인도 신경 쓰지 않는 일을 다른 이들이 대신 화를 낼 필요가 없었다.더구나 전동하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이력도 깨끗하고 다정하고 말을 할 때에도 사람을 깔보는 압박감도 없었다. 그랬기에 사람들은 전동하에게 호감을 가졌다.전동하가 노크를 하고 들어서자 마침 소은정이 퇴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전동하를 본 소은정이 의아해하다 웃었다."오늘 안 바빠요?"그는 자신의 일로도 충분히 바쁜 데다가 미국 지사의 일도 해결해야 했기에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전동하는 다정한 얼굴로 웃더니 소은정을 보며 말했다."디저트 먹으면 기분 좋아질 것 같아서 일부터 사 온 거예요."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복잡한 눈빛으로 전동하를 바라봤다."나 기분 좋은데요.""혹시나 해서."전동하가 멈칫하더니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소은정은 지금이 이런 감정에 취해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간과 장소가 모두 맞지 않았다.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 그녀가 진지한 얼굴로 그를 보며 말했다."디저트 먹을게요."그 말을 들은 전동하가 웃었다. 처음에는 그저 그녀를 놀리려고 한 말이었지만 귀여운 그 반응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하지만 그도 지금이 적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테이블로 다가가 디저트를 꺼내기 시작했다.모두 소은정이 좋아하는 것들이었다.이 디저트 가게는 회장님의 사모님이 취미로 하는 가게였는데 꽤 유명했다. 매일 한정으로 파는 탓에 예약을 해야만 살 수 있었다. 식자재도 모두 수입이어서 늦게 가면 살 수 없었다.소은정도 한때 매일 찾았지만 몸매 유지를 위해 멀리했었다.가게의 마크를 본 소은정이 놀라서 전동하를 바라봤다."갔을 때 이게 아직 있었다고요?""현장에서 한 거예요, 점심에 회장님을 만나서 사모님께 남겨달라고 부탁했어요, 운이 좋았죠."소은정이 그 말을 듣더니 신이 난 얼굴로 디저트를 바라봤다. 속으로는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그녀의 입은 성실했다.눈앞의 딸기 케이크가 너무 맛있어 보여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맛을 봤다.입속에서 사르르 녹는 케이크는 그녀의 기분을 더욱 좋게 만들었다.전동하는 맛있게 먹는 소은정을 보며 흐뭇한 얼굴을 했다.물론 자신이 회장님과 얘기를 나누고 일부러 집 앞까지 데려다주며 사모님에게 디저트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한 덕분에 사모님이 어쩔 수 없이 디저트를 만들어줬다는 얘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그는 소은정 기분이 나빠질까 걱정이 되었다. 그녀의 기분이 나빠진다면 가슴이 아플 것 같았다.하지만 행복한 얼굴로 디저트를 먹는 그녀를 보니 자신이 괜한 걱정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박수혁은 이제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소은정은 몇 입 먹더니 더 이상 먹지 않았다.더 이상 먹었다가는 죄책감에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동하 씨도 먹어요."소은정이 전동하를 보며 말했다.
소은정의 말을 들은 전동하가 자조적으로 웃었다. 이렇게 까발려지고 나니 속 좁은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네, 봤어요. 그래서 은정 씨랑 얘기해 보고 싶어요.""무슨 얘기를 할 게 있다고,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누가 알겠어요, 우리 오빠는 선물을 다 보냈다고 했으니 나랑은 상관없어요."전동하가 미소를 지었다, 답답했던 느낌이 온데 간데없이 사라졌다.소은정은 자신의 체면에만 관심이 많았다.......한편, 한유라는 심강열의 옆에 서서 이리저리 둘러봤다. 제법 많은 하객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사람들은 심강열과 한유라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에 대해 수군대지 않았다. 외부인은 두 사람이 이미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한유라의 명성을 다들 알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그저 두 사람이 우연히 함께 나타난 것뿐이라고 생각할 뿐 정말 연인 사이 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한유라가 흥미진진한 얼굴로 술잔을 들고 사람들과 수다를 떨러 가려던 찰나, 심강열이 그녀의 팔을 잡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그는 마침 자신의 앞에 있던 회장님과 인사를 하고 고개를 숙여 한유라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마음대로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저쪽에 있는 친구들이랑 인사만 하고 올게."한유라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하지만 심강열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한 눈 보더니 다시 한유라에게 눈길을 돌렸다."다음에, 오늘은 안 돼."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한유라는 그런 심강열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리고 곧 언짢은 기분을 드러냈다."심 대표님, 그거 알아요? 우리 엄마도 내가 친구 사귀는 거 제한하지 않는다고, 더구나 저 친구들은 동성친구잖아."그 말을 들은 심강열이 그녀를 보더니 말속에 담긴 뜻을 생각하기 시작했다.한유라는 이제 심강열이 사과를 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지금 당신은 내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내 비서이기도 해. 이런 일은 업무이기도 하고 당신 직책이기도 하지."그 말을 들은 한유라가 멍청하게 심강열을 바
식장은 안진의 마음에 쏙 들게 배치되었다. 그녀는 며칠 동안 직접 현장 감독을 하기도 했다.입구 쪽에 안진과 박수혁 두 사람의 사진이 놓여있었지만 지금은 감쪽같이 사라졌다.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안진은 불안함을 느끼고 얼른 치마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다.그녀의 안색은 무척 보기 싫었다. 입구 쪽에 다다른 안진이 화나 난 얼굴로 말했다."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여기 있던 사진은 어디 간 거예요? 누가 함부로 건드리라고 한 거냐고요!"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시선을 돌렸다. 사람들은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었지만 다들 무기와는 거리가 멀었기에 그 누구도 안진에게 다가가지 않았다.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안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이한석이 한숨을 쉬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미소를 건 얼굴로 안진을 향해 다가갔다.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그는 박수혁을 위해 버텨내야만 했다."안진 씨,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안진은 이한석을 보니 더욱 화가 나서 말했다."여기 있던 사진은요?"이한석은 잠시 멈칫하더니 안진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안진 씨, 이런 일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우스운 꼴 보이지 마세요, 다들 고귀한 분들이니 화가 난다고 해도 이런 꼴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게다가 여기는 약혼식장이니 다른 이들에게 사진이라도 찍힌다면 사진을 본 이들이 두 분 감정에 의심을 품게 될 겁니다."이한석의 말을 들은 안진의 안색이 바뀌었다, 그녀는 흔들리고 있었다.이한석은 다시 주위의 사람들을 보며 웃더니 그들을 돌려보냈다.곧이어 안진이 이한석을 보며 말했다."박수혁은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거예요? 화상회의 반 시간이면 끝난다고 하지 않았어요?"하지만 시간은 이미 1시간을 넘어가고 있었다."박 대표님께서 너무 바쁘셔서 자리를 비우기가 좀 그런 것 같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하세요."그러자 안진이 화가 난 얼굴로 이한
안진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장을 한 채 거만하게 그곳에 서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유라를 보고 있었다."당신이 왜."한유라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그러자 안진이 웃으며 대답했다."여기 내 약혼식인데 내가 있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요."안진의 말을 들은 한유라는 머리를 쓸어올리더니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고 했다.하지만 안진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모르는 사람들 속에 아는 건 당신 하나라 그런데 하객 소개 좀 시켜줄래요?""당신이 저한테 돈이라도 주는 줄 알겠네요, 제가 왜 그런 짓을 해야 하죠?"말을 마친 한유라가 다시 몸을 돌렸다.그때 안진이 다시 입을 뗐다."한유라 씨, 그럼 저기 그레이 슈트 입은 남자 어디 대표님인지 좀 알려주세요."한유라가 안진이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값비싼 그레이 슈트를 입은 남자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하지만 한유라는 모르는 사람이었다.한유라가 대답을 하려던 찰나, 이한석이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유라 씨, 방금 심 대표님께서 유라 씨 찾고 계시던데."그 말을 들은 한유라는 다급하게 아래로 내려갔다.한쪽으로 비켜서 한유라에게 길을 비켜준 이한석이 다시 안진에게 다가갔다."안진 씨, 방금 박 대표님께서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오는 중이라고 하셨어요."그 말을 들은 안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네, 그럼 더 기다릴게요."그녀가 시간을 보니 아직 여유가 있었다.그리고 방금 전 가졌던 의아함을 말끔하게 지워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하객들은 약혼식의 주인공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에 의아함을 품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주동적으로 그 이유를 묻지 못했다.이곳은 박수혁의 약혼식이었기에 그들이 오고 싶다고 해서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곳에 초대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영광이었다. 하지만 벌써 세 번째 옷을 갈아입은 안진의 안색이 점점 보기 싫어졌다.밤 10시.안진은 조용한 휴대폰과 시끄러운 밖을 보며 이상
안진은 기분을 형용할 수 없었지만 화가 나 견딜 수가 없었다.분노와 수치가 치밀어 올랐다. 더 이상의 사고를 멈춘 그녀는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 생각도 하지 않고 눈앞의 남자에게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안진은 제법 실력을 가진 이었지만 남자의 실력은 그녀보다도 더 뛰어났다. 힘과 실력 모두 안진보다 뛰어났다.문 앞의 소란스러움에 사람들이 눈길을 돌렸다.안진의 신분이 특별했던 덕분에 시끄럽던 식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져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머지않아 두 사람의 주위에 그레이 슈트를 입은 남자와 비슷한 몸과 분위기를 가진 남자들이 둘러섰다.그들은 모두 방금 전, 하객들 사이에 몸을 감추고 있다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쿵!"안진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순간, 그녀는 상상보다 추한 꼴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치마 밑에 숨겨져있던 은색의 총을 꺼내 차가운 얼굴을 한 남자를 향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총소리가 울려 퍼진 뒤, 식장은 난리가 났다.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식장을 벗어나려 이리저리 돌아다녔다.안진은 남자를 비웃으며 가소롭다는 듯한 눈빛을 했다.하지만 총을 맞은 남자는 그저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마치 총알의 충격을 이기지 못한 듯 안색만 살짝 창백해졌을 뿐 피를 흘리지 않았다.피를 흘리지 않았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진은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창백해진 얼굴로 몸을 살짝 떨었다.그리고 다시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 적을 보는 듯한 차가움이 서려있었다.방탄복을 입고 왔다는 것은 준비를 하고 왔다는 것을 의미했다.시끄러운 주위와 이곳의 정적은 마치 두 개의 세계로 갈라놓은 듯했다.이한석은 빠르게 사람들을 데리고 미리 준비해둔 통로로 향했다.이미 예상한 일이긴 했지만 국내에서는 충분히 뉴스에 오를만한 일이었다.게다가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고귀한 신분을 가진 이들이었기에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안진의 총에는 더 이상 총알이 없었다, 그 하나의 총알은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하지만
이한석의 말속에 담긴 뜻을 안진은 금방 알아차렸다.한 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를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도혁은 한 입으로 두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안진은 박수혁과 결혼을 하기 전, 그 좋은 점에 대해 일일이 얘기해 줬었다. 박수혁을 이용해 국내의 시장을 열어 앞으로 모든 세력들을 손에 거머쥘 생각이었다.도혁은 오래전부터 그런 그림을 꿈꿔온 사람이었기에 기회가 생긴 지금,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모두 직접 들를 것이 분명했다.더구나 안진은 무조건 문제없다고 장담하기도 했었다.하지만 그녀는 이제야 휴대폰 신호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외부와 연락을 할 수 없었다.동남아에서 온 도혁은 딸과 연락이 되지 않자 당연히 박수혁을 찾아갔을 것이다.안진의 안색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가웠다."다 가짜라고? 다 박수혁 계획이라고? 우리 아빠를 여기에 오게 하는 것도 다 너희들 계획이었어? 우리 아빠 손에 죽을까 봐 걱정되지 않아?""제가 알기로는 당신 아버지 신분 위장해서 국내로 들어온 거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사람을 달고 왔겠어요."이한석이 웃으며 말했다.안진은 그런 이한석을 보니 화가 나 이를 악물고 말했다."신분 위장을 했다고 하더라도 우리 아빠 도혁이야, 동남아에서 제일 큰 세력을 지닌 무기상이라고. 당신들을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빠 옆에 있는지 알아? 너희들이 무슨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우리 아빠를 잡을 수 없어!"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적이 내려앉았다.그리고 안진의 등 뒤에 서있던 그레이 슈트를 입은 남자가 한 걸음 다가왔다.이한석은 웃으며 그녀의 등 뒤를 보며 말했다."이 국장님, 다 들으셨죠? 도혁이 신분을 위장해서 입국했을 뿐만 아니라 킬러까지 옆에 끼고 있다는 거. 그야말로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무기 거래에도 문제가 많으니 앞으로 저희 쪽에서 증거를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머지는 국장님께 맡기겠습니다…"이한석의 말을 들은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