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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흑백 사진

“하연아?”

강영숙은 지팡이에 의지해 방에서 나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너, 날 만나러 온 거니?”

하연에게 한씨 가문은 증오의 대상이었지만, 유일하게 그녀의 마음을 붙잡아두는 사람은 강영숙뿐이었다.

“할머니, 곧 새해라서 찾아왔어요. 새해 선물도 가져왔고요.”

하연은 짐을 내려놓고 강영숙 곁으로 다가가 부축하며 물었다.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할미는 지루해 죽겠구나. 이렇게 기쁜 일은 오랜만이야.”

강영숙은 하연의 손을 꼭 잡으며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너도 서준이처럼 바쁘니? 집에 돌아올 시간도 없고 말이야.”

하연이 강영숙을 꼭 안으며 달래듯 말했다.

“이제 왔잖아요. 한서준 씨도 바쁜 일이 끝나면 분명 돌아올 거예요.”

강영숙은 더 이상 하연이 손주며느리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아쉬운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연 아가씨, 점심을 여기서 드실 건가요?”

가정부가 물었다.

“네, 먹을래요. 이모님께서 해주신 약선 요리 너무 그리워요.”

하연은 달콤한 말로 강영숙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바삐 움직였다. 선물들을 정리하면서도 강영숙과 장난스러운 대화를 주고받아, 강영숙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오래된 고택은 예전과 변한 것이 없었다. 하연은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우연히 탁자 위에 놓인 흑백 사진을 보게 되었다. 이전에 한 번 본 적 있는 사진이었고, 그때는 한서준인 줄 알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그것이 바로 한명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 매력이 넘치는 남자.’

하연의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다.

‘흑백 사진이라면, 한명준은 혹시 이미 세상을 떠난 것이 아닐까?’

강영숙은 하연이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하연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

하연은 묻고 싶었지만, 어떻게 물어야 할지 몰랐다. 강영숙도 하연이 진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이모님께서 계속 바쁘셔서 많이 힘드실 것 같아서요.”

결국 묻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난 하연은 가정부를 도와 상을 차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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