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부동건이 말했다. “남준, 일단 앉아.”남준은 진퇴양난이었고 하연을 째려보더니 그대로 앉을 수밖에 없었다. 하연은 눈치껏 자리를 피했고 문을 닫는 찰나 부동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혁의 말대로 해. 이번 프로젝트는 네가 책임지는 거로 하고 먼저 임주시에 가서 현지 조사부터 해.” 남준의 눈빛은 어두워졌고 아주 원치 않는 것처럼 보였으나 거절할 방법이 없었고 눈 앞에 있는 물만 벌컥벌컥 마실 뿐이었다. 이에 하연은 피식 미소를 지었고 얼른 엘리베이터 앞으로 향했다. 이때 방금의 비서가 쫓아 나오며 물었다. “최하연 씨, 뭘 한 건 아니죠?” 하연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제가 뭘 했겠어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봐요.” 하연의 미소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그녀가 막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순간 부남준은 배를 부여잡고 회의실을 뛰쳐나왔고 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는데 그 모습은 매우 우스꽝스러웠다. 회의는 끝났고 황연지가 가장 먼저 비서를 찾으러 왔다. “너 일처리를 어떻게 한 거야! 왜 최하연이 부 사장님의 비서가 된 건데?” “저, 저도 최하연 씨를 말릴 수 없었어요!” 부동건은 맨 뒤에 회의실을 나왔는데 남준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 애는 항상 네 편이구나.” 상혁은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고 뒤따라 나오며 대답했다. “안 그러면요?” “나도 네 편이야.” 부동건이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만약 네가 FL 그룹을 포기한다면 난 지금 당장 남준을 사직할 수도 있어.” “그럴 필요 있을까요?” 상혁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전 아버지를 난처하게 만들기 싫어요. 제가 알아서 할 게요.” “그런데 아버지, 이제 송혜선 아주머니 뵈러 가실 때 저 대신 말 한 마디만 전해주세요. 제 어머니를 괴롭히지 말라고요.” “그를 만나러 가? 그게 무슨 말이냐? 그가 진숙이한테 뭘 한 거냐!” 상혁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고 묵묵히 부동건 곁을 떠났다. 이때 황연지가
하연은 무의식으로 CCTV를 힐끔 보았는데 얼굴은 아주 아름다웠고 풍기는 분위기 또한 아주 우아했다. 남준은 정지 버튼을 누르고 눈살을 찌푸린 채 말했다. “부상혁이라 했지? 이 여자가 내 눈에 다시 한번 띄는 날엔 두고 봐!” 이때 비행기는 이륙했고 하늘을 가로 질러갔다. 마침 해외에서 출장 중이던 서여은은 하연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특별히 제일 빠른 티켓을 끊었고 두 사람은 공항에서 마주쳤다. “쯧, 이번 출장은 왜 이렇게 길었어? 외부에선 모두 네가 JJ 그룹과의 프로젝트 때문이라고 말이 많아. 진짜야?” 여은은 차문을 열며 떠보았다. 이때 하연은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진짜야. 외부에서 또 뭐래?” “또 아직도 별다른 소식이 없는 거로 보면 십중팔구는 실패했을 거라던데?” 여은은 흥미진진하여 물었다. “정말이야?” 하연은 서여은은 쳐다보며 말했다. “맞춰봐.” “장난 치지 말고 제대로 말해봐. 이런 빅 뉴스는 성공이든 실패든 이번 달 실시간 검색어를 아주 뜨겁게 달구게 될 걸?” “뭐래!” 하연이 웃으며 말했다. “성공인지 실패인지 아직은 말해줄 수 없어. 하지만 이제 정확해지면 가장 먼저 너에게 알려 줄게.” “좋아!” 여은도 더 이상 하연이 난처할 까봐 묻지 하지 않았고 저녁에 클럽에서 모이자고 했다. 이에 하연도 거절하지 않았는데 며칠 간 힘들었으니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어보려 했다. 늦은 밤, 클럽은 화려한 불빛으로 가득 찼고 사람은 차 넘쳤으며 도처에 부잣집 도련님과 아가씨들이 수두룩했다. 하연과 몇 사람은 가장 비싼 위치에 자리를 잡았고 술을 몇 잔 마시던 하연이 주위를 돌아보다가 물었다. “가흔은 안 왔어? 합작이 어떻게 진전되어 가고 있는지 물어보려 했는데 말이야.” 하연이 신가흔에 대해 묻자 정예나가 흥미진진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며칠 전 가흔이네 가계에 옷 가지러 갔다가 함께 점심을 먹자고 했더니 죽어도 싫다는 거야. 계속 이상한 핑계를 대면서 말이지. 그래서 뭔가 이상하다 싶어 몰래
임모연은 짙은 화장을 했고 비웃는 듯한 눈빛과 공격성 넘치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DS그룹과 JJ그룹이 협력한다는 건 이미 거의 확정된 사실이야. 곧 연말이 다가오는데 한서준 너 정말 나 안 도울 거야?” 모연 앞에 앉은 서준은 담배만 끊임없이 피웠고 시선은 계속 하연에게 머물러 있었는데 오늘의 그녀는 아주 기뻐 보였고 홀가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전에 서준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뭘 도와야 하는 건데?” 서준이 귀찮다는 듯 물었다. “난 하연의 이번 프로젝트가 절대 성사되게 둘 수 없어.” 모연이 아주 확고하게 말했다. 이에 서준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모연, 대체 왜? 네가 뭔데 하연의 이번 프로젝트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자신하는 거지? 말 했잖아, 절대 내가 그녀를 건드리는 일은 없을 거야.” 이 말을 들은 모연은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말했다. “옛 감정에 가득 잠겨 있네? 왜 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말이야.” “네가 저 여자를 좋아할 진 몰라도 상대방은 이젠 아닐 걸? 모르겠어? 저 여자는 널 죽도록 싫어한다고!” “그런 김에 나와 함께 하는 건 어때?” 이 말에 서준은 태양혈을 누르더니 술을 한잔 벌컥 들이마시고 말했다. “더 할 말이 없으면 먼저 갈게!” “거기 서.” 모연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힘 있었고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내뱉았다. “저 여자가 죽길 바라는 건 아니야. 단지 실패하길 바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 모연은 한 걸음 한 걸음 서준의 뒤로 걸어가더니 손을 넓은 그의 어깨에 대고 말했다. “만약 최하연 저 여자가 당시 자기가 첫눈에 반했던 사람이 사실...” “그만 해.” 서준은 손바닥으로 모연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너 평생 이거로 협박할 거야?” 모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건 한 대표가 저 여자를 평생 신경 쓰는지 아닐지에 달렸겠지? 평생 신경 쓴다면 그것 또한 네 평생의 약점이 될 거니 말이야.” 서준은 지겨운 듯
이에 하연이 쳐다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야?” 진미화는 핸드폰 스크롤을 내리며 대답했다. “하정인의 아이가 사생아래요. 완전 빅 뉴스예요!” 하연은 의아한 듯 핸드폰을 뒤지기 시작했고 그건 정말 사실이었다. 오전에 디스패치가 하정인에게 아이가 있다는 걸 밝힌 지 얼마가 되지도 않아 오후에 곧바로 그녀가 아이를 데리고 불륜남을 만나러 가는 영상이 올라왔다. 심지어 아이는 그 남자를 아빠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에 실시간 댓글창은 폭발하고 있었다. [다 아는 글자인데 왜 조합해 놓으니까 못 알아듣겠지?] [결혼했는데 다른 남자의 사생아가 있다고? 미친 거 아니야?] [남편만 완전히 멍청하게 바보 됐잖아?] 진미화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탄했다. “제가 하정인의 매니저를 좀 아는데 당시 결혼할 때도 주위에서 말이 많았다고 해요. 이제 각 매체들이 바빠지겠네요.” 하연은 그 영상 속의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꽉 잡았다. “혹시 그 아이가 하정인의 아이가 아닐 수도 있잖아?” “절대 아닐 걸요. 최 사장님, 저 아이가 하정인을 얼마나 닮았는지 한 번 보세요. 유전자는 거짓말을 못한다고요. 게다가 아이가 직접 하정인을 엄마라고 불렀잖아요.” 이에 하연은 심장이 철렁했고 바로 연락처를 뒤지더니 주현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하연은 그 영상 속의 모자이크 처리된 남자가 분명 주현빈이라는 걸 눈치 챘다. 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진미화는 아직도 주절주절 말을 이어갔다. “어떻게 결혼도 했으면서 바람을 필 수 있죠? 정말 미친 거 아니예요? 스스로 자기 앞길을 망친 거네요.” 이때 하연은 갑자기 벌떡 일어났고 곧바로 사무실 밖으로 나갔는데 정태훈이 따라오며 물었다. “최 사장님, 무슨 일 있습니까?” “지금 당장 나와 함께 JJ그룹으로 가!” JJ그룹은 줄곧 해외와의 합작을 성사시키려 했고 앞으로 크리스마스라는 아주 관건적인 이벤트를 앞두고 있었는데 이 시기에 스캔들이 터지는 건 상장은 완
주현빈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 “최 사장님이 어떻게 오셨습니까?” “협력 파트너로서 와보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주현빈은 태양혈을 주무르며 말했다. “미안합니다. 제 사적인 일 때문에 DS그룹에 피해를 끼쳤네요.” “지금 그런 말을 하는 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아이는 정말 주 회장님의 아이가 맞습니까?” 하연이 앉으며 물었다. “네.” “저와 하정인은 확실히 몇 년 만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제 쪽 사정으로 헤어졌고 그녀는 당시 저에게 임신을 했다는 사실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다 낳고 나서야 다시 연락이 왔고요.” 하연은 하정인의 이 수단이 놀라울 뿐이었다. 괜찮은 남편감을 찾아 결혼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한평생 돈을 지원해줄 돈줄도 손에 넣었으니 말이다. “그럼 주 회장님 부인께서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이런 일은 별 것도 아니라는 거 최 사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집사람은 신경도 안 씁니다.” 이들의 결혼은 각자의 이득을 위한 수단일 뿐이었기에 서로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확실히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의 이익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수준이라면 그게 뭐든 관심이 없었으니 말이다. “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을 지 몰라도 지금은?” 이 말에 주현빈은 잠시 멈칫했다. “혹시 이번 일을 사모님께서 폭로했을 가능성은 있나요?” 주현빈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대답했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은 저와 하정인 둘 뿐입니다. 다른 사람은 누구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정인의 남편은 이 사실을 알았잖아요. 주 회장님께서 당하신 것 같네요.” 주현빈은 침묵하고 말았다. “지금 하정인과 연락됩니까?” “현재 많은 매체들을 그녀를 노리고 있어서 연락하려면 아마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하연은 잠시 눈을 감더니 말했다.“여론이 이렇게까지 커졌으니 만일 F국 쪽에서 이 사실을 알기라도 한다면 우리 협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겁니다.” 주현빈은 몸을 앞으로 내밀고 두 손으로 깍지를 꼈는데 머리가 깨질 듯했다. “그럼
하연은 머리가 아팠고 이 뉴스가 며칠 더 부풀려 진다면 그땐 정말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게 뻔했다. 정태훈은 명단을 정리하여 하연의 손에 건넸다. “하정인의 매니저가 의심되는데?” 이 매니저는 하정인의 곁에 5년이나 함께 한 사람이었는데 그녀가 아무런 인기도 없던 무명 시절부터 지금의 대스타가 될 때까지 쭉 옆에 있어 주었기에 하정인이 가장 믿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매니저가 HT그룹에서 일을 했었다니!’ 하연은 손의 그 명단을 꽉 잡고 냉소했다. 이 모습을 본 정태훈이 입을 열었다. “최 사장님?” “나 괜찮아. 단지 믿기지 않을 뿐이야. 나에게 무수한 상처를 준 남자가 지금 또 내 일을 망가뜨리려 한다는 게 말이지.” 하연은 말을 마친 후 밖으로 나갔고 마침 호현욱을 마주쳤는데 그가 비꼬듯 말했다. “최 사장, 어디를 그렇게 잔뜩 화가 나서 가는 거야?” 이에 하연은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대답했다. “호 이사님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JJ그룹에 일이 터졌는데 최 사장이 머리 좀 아프겠어? 내가 진작에 말했잖아. 이런 신흥 산업은 다 물거품이라고 말이야. 살짝만 톡 건드려도 와르르 무너지게 되어 있어. 말을 안 듣더니, 참.” 하연은 꼿꼿이 선 채 겨우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물거품이라 해도 그 결과는 다 제가 책임집니다.” “책임질 수 있겠어? 우리가 했던 내기 잊지 마. 만약 내가 이기면 최 사장은 즉시에 그 자리에서 물러나고 다시는 DS그룹에 얼씬도 하지 않는 거야!” 하연은 주먹을 꽉 쥐었는데 일년 동안 이렇게까지 스트레스 받았던 적이 없었다. JJ그룹과의 합작 업무는 그녀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제가 하는 게 시대를 앞서갔다고요? 흥, 두고 봅시다.” 하연의 뒷모습은 아주 확고했고 호현욱은 멀어지는 그녀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침까지 뱉으며 짜증을 냈다. 하지만 자신의 성동 쪽이 잘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다시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이틀 동안 하정인에 관한 뉴스
사진 속에는 전희진이 어린 남자와 함께 붙어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 관계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전희진은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입을 열었다. “최하연 씨, 이게 무슨 뜻입니까?” “사모님과 주 회장 두 사람의 차이는 한쪽은 이미 폭로됐지만 다른 한쪽은 아직 아니라는 것뿐입니다.”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이런 게 폭로된다고 해도 난 잃을 게 없어요.” “과연 그럴까요?” 하연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커피잔을 흔들더니 말했다. “그쪽 세계에서 전희진 사모님에 대해 수군대도 괜찮다는 겁니까? 그들의 재밌는 안줏거리가 될 덴데 말입니다.” 전희진은 순간 몸이 경직되었는데 분명 지금 이 상황을 신경 쓰고 있는 것이었다. 하연이 서준의 아내였을 때 이 명문가 사모들의 세계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이들은 특별히 직업이 있는 게 아니었고 매일 놀고먹으면서 남의 호박씨를 까는 게 일상이었다. 그리고 남에 대해 의논하던 데로부터 자신이 그 의논의 대상이 되는 것의 차이는 정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만큼 치명적이었다. 전희진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말했다. “지금 여론은 모두 하정인과 주현빈에 관한 이야기들뿐인데 내가 나서도 해도 별로 달라질 건 없을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직접 나서 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럼 최하연 씨의 말은?” “전희진 사모님께는 아직 아이가 없으시다고 들었습니다. 하정인이 어떤 여자이든 간에 아이는 진짜 주 회장의 자식이 맞으니 앞으로 모든 재산은 그 아이에게 상속될 수 있습니다.” “그 꼴을 보고 계실 수 있겠습니까?” 하연의 매 한 마디 말은 모두 전희진의 마음에 콕콕 박혔다. 전희진은 주먹을 꽉 잡더니 말했다.“당연히 그 꼴은 못 보죠.” “그러니 이번이 절호의 기회입니다.” 하연은 커피를 한 모금 들이마시더니 말을 이어갔다. “제 생각엔 주 회장이 다시는 하정인과 접촉하게 못하게 하려면 사모님께서 직접 그녀의 야심을 끊어버려야 합니다.” 이 말에 전희진의 두 눈에서 투지가 타올랐다. “
아침 일찍 정태훈이 상황을 보고했다. “하정인 남편과 약속을 잡았습니다.” “어떻게 잡은 거야?” “저희 DS그룹처럼 큰 회사가 그런 작은 회사의 사장과 약속을 잡는 건 일도 아니죠.” 하연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약속 장소는?” “DS그룹 로비의 카페입니다.” 한편 서준이 사무실에 도착하자 모연이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한 대표는 꼭 제 시간에 올 줄 알았어.” 서준은 귀찮은 듯 말했다. “무슨 일이야?” “지금 추세로 보니 며칠만 더 있으면 JJ그룹은 완전히 망할 것 같아서 한 대표에게 충고 하나만 하려고. 절대 최하연을 도울 생각은 하지 마.” 임모연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아주 싸늘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서준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모연을 쳐다보았다. 며칠 간 하연 쪽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거로 보아 서준은 그녀가 아직 해결 방법을 못 찾고 있다고 생각했고 조금씩 걱정이 되기도 했다. “말 다 끝났어?” 모연은 순간 정색했다. “구 실장, 손님 바래다 드려.” 구동후는 바로 사무실로 들어왔고 입을 열었다. “모연 씨, 나가주시죠.” 모연은 서준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말했다. “한서준, 이번 스캔들의 불씨는 네가 직접 나에게 던져준 거야. 만약 네가 나서서 최하연을 돕는다면 이 사건의 배후가 누군인지 그녀에게 똑똑히 알려줄 거야.” “구 실장!” 서준은 대답 대신 동후를 다시 큰소리로 부를 뿐이었다.하지만 동후가 직접 움직이기도 전에 모연은 스스로 사무실을 떠나 버렸다. 서준은 넥타이를 풀어 헤쳤고 한껏 짜증이 난 듯 보였다. 바로 이때 책상 위에 있던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는데 하연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서준은 순간 미간을 찌푸리더니 얼굴에는 곧바로 웃음꽃이 피었고 죄책감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받았다. “하연?” [한서준 씨, 잠깐 시간 돼요? 할 말이 있어요.]서준은 다시 미간을 찌푸렸고 뭔가 마음이 약간 찔려왔다. “무슨 일인데?” [JJ그룹에 관한 얘기 들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