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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야

작가: 손라떼
상혁이 말을 마치고 하연을 한번 보았는데 무슨 뜻인지는 말을 아꼈다.

하연은 안전벨트를 꽉 쥐고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거예요?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에요?”

“네 옆에 태훈 밖에 없는데 술을 마시게 될까 봐 걱정했어.”

“주 회장님은 오빠가 소개한 사람이잔항요. 혹시 어떤 사람인지도 몰라요?”

“주 회장님은 남자다운 분이라 여자를 난처하게 하지 않아.”

“그런데 왜...”

“네가 보고 싶어서”

상혁이 다시 한번 하연을 힐끗 쳐다봤다.

“이 대답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

뜻밖의 말에 하연은 어안이벙벙해졌다.

“어제 금방 만났잖아요.”

“어떤 사람은 한번 만나는 거로 부족하지.”

백미러를 한번 훑어본 상혁은 번화한 시내를 벗어나자 바로 속도를 늦춘 후 길가에 차를 세웠다.

“왜 멈췄어요?”

“올 때 보니까 앞에 교통사고가 났더라고. 아직 현장 정리가 안돼서 좀 더 기다리다 가는 게 낫겠어.”

하연의 차 안에 있는 글러브 박스를 열어보니 안에는 여자 담배 한 갑과 모란 한 갑뿐이였다.

그때 하연이 상혁의 손을 막으며 말했다.

“이 담배는 연해서 필 수 없을 거예요”

“그래도 시도해 보고 싶은데?”

상혁이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 말했다.

“담뱃불 좀 붙여줘, 하연아.”

어두컴컴한 등불 아래 상혁의 두 눈은 맑고 깨끗하여 마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하연은 가슴이 떨려 얼른 라이터를 꺼내 켰다. 순간 탈칵 소리와 함께 불꽃이 두 사람의 얼굴을 밝혔다.

“G국에 있을 때만 해도 담배를 못 피우더니 언제 배운 거야?”

“B시에서 아무도 저신경 쓰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어요.”

하연이 상혁에게 불을 붙여준 후 라이터를 던지고 나니 하연은 자연스럽게 한씨 저택에 있을 때 일이 생각났다. 그때 하연은 한씨 집안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괴롭힘을 당했는데, 서준은 상관도 하지 않자 슬픔에 빠져 담배를 배우게 되었다.

상혁은 희뿌연 연기 속에서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들이마셨다. 하지만 확실히 하연의 말 대로 너무 싱겁고 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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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연은 그날 저녁에 돌아가 채팅방에서 일의 내막을 대충 이야기했다.“이치대로라면, 우리 양어머니와 양아버지의 건강은 매우 좋으시니 상혁 오빠도 건강 문제가 있을 리가 없지 않나?”하연이 매우 서글픈 모습으로 큰 침대에 누워있었다.그때 여은이 첫 번째로 답장이 왔다. [서여은: 웃겨 죽겠네. 너는 어떻게 상혁 오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장담해?][정예나: 너 미쳤어? 전 세계 남자들이 다 문제가 있다고 해도 상혁 오빠는 문제없어.][최하연: 네가 어떻게 알아?][정예나: 딱 봐도 알아. 거짓말하면 내가 한서준의 아들이야.] 하연이 참지 못하고 피식 웃더니 연신 웃는 것처럼 ‘하하하’ 여러 개를 보냈다.[신가흔: 근데 너 한서준 진짜 포기한 거지?]타자를 하던 하연의 손이 잠시 멈추더니 뭔가를 생각해 본 후 진심을 말해 줬다.[최하운: 극혐해.] 보통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게 진짜로 관심이 없는 게 아닐 수도 있지만 혐오라는 단어를 쓰면 그것은 바로 진정 포기한다는 뜻이다. 세 사람은 화제를 돌려 이야기를 나누다가 하연은 불현듯 무엇이 떠 올랐는지 문자를 보냈다.[크리스마스에 DS 그룹은 반드시 한몫 챙겨야 해. 그러다가 때가 되면 좀 거물급 브랜드가 필요하니까 너희들에게 부탁 좀 할게.] 그건 당연히 문제될 거 없었다. 정예나가 아예 음성 메시지를 보내왔다.“이것은 선녀가 인간계에 내려가길 원하는 거잖아. 사치품은 라이브 방송에서 구매력이 떨어질텐데.”하연이 하는 수 없이 말했다.“당연히 저가 제품을 위주로 하고 사치품은 제일 마지막에 방송할 거야. 너희들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을 거야.”[신가흔: 전폭적으로 지지할게.] [서여은: 그럼 난 너를 도와 여론을 조성할게. 필경 DS그룹이 좀 더 친민적인 서비스를 한다는 소식은 외부에서도 듣기 좋아하는 소식일거야.] 하연이 웃으며 말했다.“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겠어?”하연은 빠르게 움직여 이튿날부터 품질 관리를 맡았다. 그러다가 다른 요 각 라이브방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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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연의 미소가 굳어졌다.“정 비서, 가자.”서준은 제자리에 서서 하연의 날씬한 뒷모습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동후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한 사장님, 최하연 말이 맞는 것 같아요, JJ 그룹이 도박할 만한 가치가 있어요.”서준은 짜증을 내며 건물에 있는 그룹 로고를 보았다.“가치가 있다는 걸 왜 모르겠어, 하지만 다 도박이야. 만약 지면 하연은.”솔직히 걱정되었다. 동후는 입을 오물거리며 그 말을 참고 있었다.‘아무튼 도와주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져도 상관 없잖아.’“회의가 곧 시작 돼.”서준은 앞으로 다가갔다.“임소연은 요즘 뭐 하고 있어?”“건설 현장에 뛰어들고 있어요. FL그룹의 이 회장님과도 약속을 잡았어요. 임성재 쪽에서도 경계를 풀지 않았어요. 최하연과 싸울 작정을 한 것 같아요.”서준은 피식 웃으며 뭔가가 떠올랐다.“부상혁은?”“지난 며칠 동안 B시에 자주 들락거렸어요. 목적지가 모두 외국이라 FL그룹 내부에서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몰라요.”“잘 지켜봐.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보고해.”현빈의 사무실에서.“해외시장?”현빈은 하연의 말을 듣자 사레가 들었다.“네, 아직 크리스마스가 두 달이나 남았어요. 모든 플랫폼이 준비하고 있어요. 하지만 JJ 그룹만이 해외시장을 개척했어요. 그래서 이 기회에 라이브 커머스를 확장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하연은 침착하게 말했다. 아마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국내 크리스마스 문화는 이미 수년을 지나갔다. 자원은 이미 거의 다 나뉘어서 소모되었다. JJ 그룹에만 의존해 업적을 완성하는 건 자신이 없었다. 현빈은 오랫동안 피가 끓는 것을 느끼지 못해 흥미진진하다고 느꼈다.“너무 서둘러. 두 달에 할 수 없어.”하연은 아쉬움이 보였다.“두달 동안 DS 그룹은 최선을 다해 JJ 그룹을 협조할 거예요. 필요한 게 있으시면 우리와 협력해도 되요.”현빈은 잠시 생각했다.“비록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했지만, 해외 정부는 외국 앱에 매우 저항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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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을 나서자 기태는 흥분했다.“최 사장님, 주현빈이 동의할 거라고 어떻게 알았어요? 일부러 가격을 높게 책정했네요.”하연은 당당하게 걸었다.“해외시장은 JJ 그룹의 상처야. 누군가 도움을 줄 사람이 절실히 필요했기에 반드시 동의할 거야.”“하지만 JJ 그룹의 일부분을 얻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이익이야.”“최 사장님, JJ 그룹에 그렇게 자신이 있어요.”하연은 턱을 들었다.“응, 맞아.”이론적 지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항상 열정적이지만, 막상 하면 조금 지치기도 한다. 하연은 바로 상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갑자기 상혁이 연락이 안 되면 피터에게 연락한다면 된다는 게 생각이 났다.하연은 급히 가방에서 명함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번호가 속한 곳은 F 국이었다.[최하연 씨.]피터는 바로 받았다.“피터, 부 대표님은요? 연락이 안 돼요.”[도련님께서 아마 자고 있을 거예요. 깨어나시면 전화하라고 할게요.]“낮에 자고 있어요?”[어젯밤 회식이 늦었어요.]하연은 의심을 했고, 상혁은 잠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럼 깨어나면 바로 전화하라고 해요.”피터가 동의하자 전화를 끊었다.JJ 그룹의 가장 큰 문제는 관련 해외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상혁을 연락하지 못하자 하연은 고민을 하며 하민에게 전화를 했다. F 국은 저녁이었다. 하민은 전화를 받고 놀랐다.[하연아, 무슨 일이 있어?]하연은 민망해하며 일을 간단히 말했다. 하민은 잠시 침묵했다.[네 아이디어는 좋아. 하지만 해외에서 JJ 그룹을 거부하는 건 하루이틀이 아니야. 이럴 때 정부의 승인을 받기가 어려워.]“어려운 걸 알아서 오빠한테 부탁하잖아요. DS 본부가 F 국에서의 영향력으로 사정을 빌면 안 돼요?”하연은 불쌍하게 말했다.[그래도 되지만, 성의를 보이려면 네가 직접 와야 할 수 있어.]“그건 괜찮아요.”[준비해줄게.]“고마워요, 오빠. 오빠가 짱이에요!”가족 앞에서야 하연은 기댈 수 있었다. 전화를 끊고 하연은 의자를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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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하연의 배행에는 기태 외에 JJ 그룹 직원이 동행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까지 하연은 상혁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JJ 직원 중 한 명은 여성이여 통찰력이 강했다.“최 사장님,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세요?”하연은 갑자기 뒤돌아보았다.“티나요?”“여자들의 생각은 얼굴에 쓰여 있어요.”비즈니스에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하연은 왜 자신이 점점 상혁의 생각에 끌려가는지 알 수 없었다. 하연은 애써 침착했다.“그거 친구를 걱정하고 있어요. 중요한 건 아니에요.”상대방은 웃기만 했다. 더 이상 질문을 이어가지 않았다. F 국에 착륙했고, 하민의 비서 민영이 직접 맞이했다.“하연 씨, 최 회장님께서 빠쁘셔서 특별히 10분을 비웠어요. VIP 대접실에 계세요.”기태는 JJ 그룹 사원을 안배하고 하연은 민정따라 하민을 만나러 갔다. 대접실에서 한민은 똑바로 앉아 문서를 넘기며 다가갈 수 없는 자세로 앉아있었다.“오빠!”하연은 달려가며 하민의 품에 안겼다.“보고 싶었어요!”하민의 차가운 표정에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B시의 이사인데 아직도 이렇게 무모해?”하연은 신나게 웃었다.“밖에서 무슨 신분이든, 영원히 오빠 동생이잖아요.”하민은 웃으며 금색 명함을 건넸다.“F 국의 이사 에릭이야. 오늘 회의를 마치면 30분의 자유 시간이 있어. 이 30분 안에 설득해야 해.”하연은 꽉 주며 말했다.“주소는요?”“내 사람이 데려다 줄 거야.”“고마워요, 오빠.”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하연은 점점 이성적이어서 하민은 흐뭇했다.“피곤하게 하지 말고, 시간 되면 할아버지를 뵈러 가. 많이 보고 싶어해.”“물론이죠!”에릭을 설득하기 위해 하연과 직원들은 많은 준비를 했다. JJ 도 아이디어가 있어 자료도 준비되었다. 저녁이 되자 직원 두 명과 함께 출발했다. 차에서 상혁의 전화를 받았다. 상혁의 목소리는 쉬어있었고 마치 금방 깬 것 같았다.[하연아, 날 찾았어?]하연은 상혁의 목소리를 듣고 시름 놓았다.“상혁 오빠. 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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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갑작스러웠다. 하연의 머리속이 하얘지고 벽을 붙잡고 애써 침착했다.“원인은 먼저 따지지 말고, 바로 병원으로 가!”하연은 재빨리 밖으로 뛰어나와 귀급차를 따라 곧장 차를 몰았다. 하연은 보지 못했다. 부랴부랴하는 몸짓이 뒤에 있는 한 쌍의 창백한 눈에 들어갔다.“환자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혈액 공급이 부족해요. 수혈이 필요해요. RH 음성 혈액형인 분이 있어요?”병원에 들어서자마자 하영은 한 간호사자 소리를 지르는 걸 보았다. 하연은 달려갔다.“어느 환자예요?”간호사는 가리켰다.“저분이요, 방금 들어온 환자!”에릭이었다. 하연은 손을 꽉 쥐었다. 우연인 건 하연이 RH 음성 혈액형이었다.“저, 저요. 저를 데려가서 피를 뽑아요!”기태는 가장 먼저 말렸다.“안 돼요, 사장님. 몸이 제일 중요해요!”하연은 기태의 손을 풀었다.“사람 목숨이 위태로워, 사람 구하는 게 중요해!”“하지만.”“피 좀 뽑는 건데, 죽지 않아!”하연은 간호사의 손을 잡았다.“저를 데려가요!”간호사는 급히 채혈 장소로 데려갔다.‘정말 착하네.’하연의 몸이 허약하여 피를 뽑자 얼굴이 창백해졌다. JJ 직원들 보기에도 마음이 아팠다.“사장님,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예요.”하연은 거즈를 누르고 복도 의자에 앉았다. 얼마 지났는지 모르지만 드디어 수술이 끝났다. 의사는 마스크를 벋고 가족들에게 말했다.“무사해요.”가족들뿐만 아니라 하연도 숨을 돌렸다. 에릭은 수술실에서 밀려나와 병실로 갔다. 가족들은 몰려들었지만 아무도 하연을 보지 못했다. 묻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자 기태는 화가 나서 달려들었지만 하연이 막았다.“뭐하는 거야!”“그들이...”“네가 말하면 사람들이 우리가 호의로 협박할 거라고 생각할 뿐이야!”“그럼 아무말도 안 해요? 사장님, 사장님의 피는 소중해요.”하연은 침묵했다.“그래도 사람을 살렸으니, 그만한 가치가 있어.”“정말이야?”성숙하고 든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연은 의하해 하며 돌아서자, 재킷을 들고 사람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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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분 후 병실에서 보호자가 나왔다.“최하연 씨, 들어오세요.”하연은 자료를 잊지 않고 챙겼다. 에릭은 이미 깨어났다. 병상에 누워 반쯤 눈을 뜨고 보았다. 부동건은 말했다.“하연아, 인사해.”하연은 허리를 굽혔다.“안녕하세요, 아저씨. 최하연이라고 합니다.”“당신을 알아요. 회의가 끝나면 만나보고 싶었어요.”“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아저씨만 무사하면 되요.”“중요하지 않아요?”“제 일에는 F 국 국민들의 주요 인물이 무사한 것이 가장 중요해요.”에릭의 엄숙한 얼굴에 웃음이 띄었고 부동건을 바라보았다.“동건아, 네 수양딸이 말을 참 잘하네!”부동건은 자랑스러워했다.“당연한 거예요.”“난 보답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저를 구했으니, 원하는 게 있엉?”단도직입적으로 하연은 자료를 잡았다.“원하는 걸 다 줄 수 있어요?”“전혀 숨기지 않네요.”“솔직히 말하면, 살려준 건 제 사심이 있었어요.”하연은 가볍게 말했다.“우리 속담에 호의를 베풀면 수없이 갚아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제가 원하는 게 없으면 오히려 마음이 불편하실 거예요.”에릭은 말을 기다렸다.“그럼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고 서로를 안심시키는 게 좋아요.”인정이 거래에 있으면 모든 것이 잘 풀린다. 에릭은 고개를 끄덕였다.“원하는 게 뭐예요?”하연은 자료를 드렸다.“JJ 그룹의 해외 전자상거래의 계약이요.”에릭은 눈을 부릅뜨며 받지 않았다.“JJ 그룹이 포기를 하지 않네! 원하는 걸 줄 수가 없어요!”이건 국가 차원의 협상이었고, 여자가 이걸 바꾸고 싶어하는 건 꿈이었다. 하연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성공과 실패는 단 몇 분만에 이루어졌다.“알아요, JJ 그룹의 제일 큰 문제는 해외 대중의 정보 보안을 위협한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이 위험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요?”“무슨 방법이 있어요?”“제가 해결하면 동의하실 건가요?”에릭은 하연을 노려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은혜를 봐서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 곤란하게 하지 않을게요.”부동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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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혁아, 너...”조진숙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하연을 보았다. 하연은 계단 위에 서 있는 남자와 눈을 맞추며 놀란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상혁 오빠, 언제 왔어요?”상혁은 피곤했지만 지저분하지는 않았다. 방금 F 국에 도착한 건 아니었다. 상혁은 어이가 없어 손잡이에 기대어 웃었다.“하연아, 정말 인연이 있네. 이렇게 만날 수 있어?”“그런 말 하지 마세요.”하연은 화를 내며 다가갔다.“피터에게 전화할 때 이미 F 국에 있었죠?”상혁은 부인하지 않았다.“일이 있었어.”“제 차는요?”“우리 집에 있어.”“출국해도 몰고 오지 않았네요.”상혁은 하연의 살을 바라보며 눈빛이 깊어졌다.“다음 만남의 기회를 만들려고 했어.”순간 하연의 목이 빨개지며 뜨거웠다. 똑똑한 조진숙은 이 상황을 보자 물러서며 말을 하지 않았다.“몸은 나았어요?”하연은 나지막하게 물었다.“거의 나았어.”“안색이 안 좋아요.”상혁은 갑자기 손을 뻗어 하연의 목욕 타월를 잡았다. 하연은 굳어졌다.“상혁 오빠.”상혁의 소리는 매우 가까웠다.“옷깃이 헐렁하니 내가 묶어줄게.”남자 모델의 유혹을 당하니 하연은 피가 끓는 것이 느껴졌고 감히 움직일 수 없었다.“됐, 됐어요?”상혁은 동작을 멈추었다. 하연의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물이 상혁의 손등에 떨어져 용암보다 더 뜨거웠다.“최하연.”상혁의 목소리는 쉬었다. 하연도 부들부들 떨었다. 상혁은 나지막하게 말했다.“옷을 갈아입어. 이러는 건 내 인내심을 시험하는 거야.”하연도 참지 못하고 돌아서서 문을 닫고 벽에 기대어 숨을 쉬었다.‘누구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거야!’하마터면 통제하지 못했다. 하연이 침착해지자 평범한 잠옷을 갈아입었다. 나갈 때 상혁은 이미 계단에 없었다. 가정부가 말했다.“부 도련님과 사모님이 서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하연은 손에 든 죽을 받았다.“제가 가져다줄게요.”서재 문은 반쯤 닫혀 있었다. 하연은 손을 들고 문을 밀려고 하는 순간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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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44화 생중계

    최하성은 오늘 검정색 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그의 차가운 분위기와 단정한 모습은 단번에 모든 직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최 대표님!”하성을 마주친 직원들은 공손하게 인사했다. 하성은 살짝 고개를 끄덕일 뿐, 시선을 주지 않고 빠르게 행사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오늘 저녁 만찬은 매우 풍성했다. 동서양의 요리가 조화를 이루며 대부분 직원들의 입맛과 식습관을 세심하게 고려한 모습이었다. 준비에 꽤 공을 들인 것이 분명했고, 결과적으로 반응도 좋았다. 연말 만찬이 시작되기 전, 하성은 DS그룹의 대표이사로서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했다. 하성은 차분한 걸음으로 무대에 오르며, 그의 존재감은 단번에 분위기를 압도했다. 그가 화려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단 몇 마디 간결한 말로도,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번 연말 행사는 생중계되고 있었으며, 하성이 등장하자마자 팬들과 네티즌들이 빠르게 몰려들었다.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시청자 수가 십만 명을 돌파했다. [최하성 씨, 오랜만이에요! 보고 싶었어요!][연예계에 최하성이 없으니 허전한 기분이에요. 최하성 씨, 돌아와 주세요!][다들 동감! 언제쯤 복귀할 수 있는 거죠?][복귀 요청 99%!!][...] 팬들의 댓글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하성의 인기는 생중계 플랫폼 순위에서도 단연코 1위를 차지했다. 무대 아래에서 생중계를 담당하던 진행자는 이 뜨거운 열기를 놓치지 않고 하성에게 다가갔다. “최 대표님, 생중계 채팅창에 팬들이 사장님의 새해 계획에 대해 굉장히 궁금해하고 있어요. 오늘 이 특별한 밤에 팬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하성은 미소를 머금으며 카메라를 응시했다. 그 순간, 생중계 채팅창은 순식간에 폭발했다. 선물 아이콘이 화면을 뒤덮었고, 댓글은 끊임없이 새로 고침 되었다. “안녕하세요, 하성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저와 DS그룹을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DL 그룹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43화 만약 그 아이가 사라지면

    “어머님, 정말로 부 회장님과 결혼하세요?” 이 얘기는 다영에게 있어 꽤 충격적이었다. 세간에서는 송혜선과 부동건의 관계를 두고 여러 말이 떠돌았고, 그중 가장 많이 들려온 것은 송혜선이 ‘첩’이라는 점이었다. 한때 정지철 부인도 이 사실을 꽤 꺼려했던 터라, 다영은 송혜선이 이렇게 대놓고 정식으로 자리 잡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언제 결혼 승낙을 받으신 거예요?” 송혜선은 이미 불룩해진 배를 가볍게 쓸며, 깊은 눈빛 속에 숨겨진 야망을 드러냈다. “부회장님께서 말씀하시길, 새해도 지나고 이제 곧 아이가 태어날 테니 우리 모자에게 반드시 정당한 신분을 보장해 주시겠다고 하셨어.” “그러니... 다영아, 우리 남준이를 믿어야 해. 지금은 잠시 밀려난 상황이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잖니?” 다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더욱 굳게 다졌다. “어머님, 걱정 마세요. 저는 언제나 남준 씨를 도울 거예요.” 송혜선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더욱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래야지. 남준이도 절대 너를 저버리지 않을 거야.” 그러다 두 사람이 화제를 돌리며 덧붙였다. “지금 부 회장님이 부상혁을 중시하며 DL그룹의 운영을 맡긴 데는 이유가 있어. 결국은 부씨 가문의 장손이라는 명분 때문이지.” “하지만, 임신 초기에는 변수가 많아. 무슨 사고라도 생기면, 어떻게 되겠니?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잖니?” “만약 그 아이가 사라지면, 부상혁 쪽의 지렛대도 없어진 셈이니 남준이한테 분명 유리한 상황이 될 거야. 그렇지 않겠니?” “...” 다영은 멍하니 한참 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어머님, 그게 무슨 뜻이에요?” 송혜선은 더 이상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조그마한 흰색 약병을 다영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 약은 무색무취야. 일반인이 먹으면 아무 이상이 없지만, 임신한 사람이 먹으면 삼 일 안에 유산이 돼.” 다영의 손이 떨리며 본능적으로 병을 놓치듯 뺐다. “어머님,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42화 좋은 방법이 있으신 거예요?

    “정다영 씨의 상상력은 참 풍부하시네요.” 상혁은 입꼬리를 비틀며 약간의 비웃음을 섞어 말했다. “세상을 잘 모르는 아가씨다운 모습이라 참 순진하긴 한데, 이런 험한 세상에선 지나치게 순진한 건 별로 좋지 않아요.” 더는 말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듯, 상혁은 뒤돌아 떠났다. 다영은 마치 머릿속이 폭발이라도 한 듯, 귓가에서 찡하는 이명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럴 리 없어요, 남준 씨는 그럴 리 없어요!” 그녀는 낮게 중얼거리며 자신을 설득하려 애쓰며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이미 수없이 눌렀던 번호를 다급히 눌렀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건 여전히 차갑고 무미건조한 여성의 자동응답 소리뿐이었다. “안 돼!” 다영은 절망하며 비명을 지르고는 갑작스레 밖으로 뛰쳐나갔다. 깊은 겨울밤, 바람은 더욱 매섭게 몰아치고 있었다. ...창밖의 거센 바람에 창문이 덜컹이며 울렸다. 병원의 VVIP 병실 안. 다영은 온몸을 떨며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초점 잃은 눈동자는 텅 빈 듯했고, 난방이 틀어져 있어도 그녀를 감싼 차가운 공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다영아, 이렇게 늦은 밤에 무슨 일이야?” 송혜선은 평소와 같은 말투로 물었고, 전혀 이상한 기색은 비추지 않았다. 실은 송혜선도 이미 알고 있었다. 정지철이 이제는 구속되고 정씨 가문이 더 이상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러나 다영의 마음에는 여전히 남준의 존재가 얽매여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다영에게서 더 많은 가치를 끌어낼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송혜선 또한 명확이 알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스치자, 송혜선은 표정을 가다듬고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넸다. “자, 물 한 잔 마시고 몸 좀 녹여.” 다영은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린 듯, 송혜선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다. 간절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머님, 남준 씨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세요, 제발요!” 송혜선은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41화 제발 제 말을 믿어주세요

    며칠 사이, 정다영은 차갑게 닫힌 문을 수없이 마주했다. 한때 주변 사람들이 다영을 떠받들며 찬란한 별처럼 여겼지만, 이제 집안의 사건이 터지자 사람들은 그녀를 피하려고만 했다. 마치 다영에게 다가가기만 해도 불행이 전염될 것처럼... 그렇게 다영은 세상의 차가운 이면과 인간관계의 허망함을 뼈저리게 느끼며, 자연스레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바꾸었다. “송 여사와 남준이는 요즘 집에 없는 걸로 아는데, 정 다영 씨는 왜 여기에 있는 거죠?” 상혁은 평범한 어조로 물었지만, 그 말은 다영을 잠시 멈칫하게 했다. 그녀는 곧바로 대답했다. “남준 씨가 곧 돌아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상혁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그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날이 추우니 안에서 기다려요.” 말을 마친 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남겨진 건 남자의 차가운 뒷모습뿐이었다. 다영은 상혁을 따라가며 급히 소리쳤다. “부 대표님, 잠깐만요...” 상혁이 발걸음을 멈췄다. “무슨 할 말이라도?” 다영은 망설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며칠 동안 그녀가 이리저리 뛰어다닌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버지를 이 난관에서 구해내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 아버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눈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제 아버지와 관련된 일입니다.” 상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 건 검찰 소관이에요. 전문 변호팀을 고용하면 사건의 진행 상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다영은 초조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부 대표님, 이건 분명 오해입니다. 제 아버지는 회사에 평생을 바친 분입니다. 아버지는 공문서를 위조하거나 계약서를 조작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녀는 자기 아버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즉, 정지철은 딸을 희생하더라도 자신의 미래를 망칠 행동은 절대 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분명히 이번 일에는 뭔가 숨겨진 진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40화 모든 걸 망칠 수 있다

    최씨 가문 본가 후원에 있는 온실에서는 조용히 바둑알이 내려놓아는 소리가 들렸다. 상혁과 최동신은 마주 앉아 바둑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상혁아, 지금 이 바둑판은 승부가 거의 결정 난 것 같은데!” 바둑판 위에서 흑과 백이 치열하게 맞서며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최동신은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자네의 백돌이 반 집 차이로 우위를 점하고 있어. 대단해! 예전보다 실력이 많이 늘었어.” 상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할아버지 기백이 여전히 넘치시니 제가 아직 배울 점이 많습니다.” 최동신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탄식했다. “늙었지. 이제는 예전 같지 않다.” 그러나 그는 곧 말을 돌려 흑돌을 손에 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자네도 조심해야겠어.” 최동신은 그 말을 하며 흑돌을 바둑판 위에 툭 하고 내려놓았다. 그 돌이 놓인 자리로 인해 한순간 바둑판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두 사람의 시선이 바둑판 위에 집중되었다. 상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손을 멈췄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우위를 점하고 있던 상황이 단 한 수로 인해 역전이 된 것이다. “할아버지의 바둑 실력은 늘 감탄할 따름입니다. 제가 이 점을 간과하고 놓치고 있었네요.” 상혁은 차분하게 패배를 인정하며 판세를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최동신은 손에 들고 있던 바둑알을 다시 주우며 훈계하듯 말했다. “그렇지. 이길 수 있는 상황도 한 수의 실수로 모두 망쳐버릴 수 있는 법이다.” 상혁은 최동신의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눈이 잠시 마주쳤다. 최동신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들리는 말에 DL그룹의 실질적인 권한은 이제 자네가 잡았고, 자네 동생은 동남아 지사로 발령이 났다고 들었네.” “겉으로 보기엔 좋은 상황 같아 보이지만, 상혁이, 네가 한 수라도 실수하는 날엔 모든 걸 망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 말은 단순한 충고 이상의 뜻을 담고 있었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39화 제발 나 좀 구해줘요

    “이렇게 빨리?” 남준은 무심코 말을 뱉었다. 그의 음성엔 조급함이 묻어 있었다. 남준은 방 안을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 연말 이후로 예정되어 있지 않았나? 어떻게 앞당겨진 거지?” 연지는 침착하게 보고했다. “들리는 말로는 이번 사건이 중대한 만큼 생각보다 빠르게 처리되면서 연말 전에 재판이 열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남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부상혁이 나를 궁지로 몰아넣고, 정규인의 입을 열어 내 약점을 찾아내려는 것이겠지.” 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하지만 부상혁도 모르는 게 있지. 정규인의 입은 결코 열리지 않을 거란 사실을 말이야.” 연지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상무님, 그 말은 혹시...” 그러나 그녀의 말은 남준의 강렬한 눈빛으로 끊겼다. 서로의 눈이 마주친 순간, 연지는 남준의 의도를 즉각 이해했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 정규인의 사건은 법원에서 열렸고, 법정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경찰들이 구치소에서 정규인을 호송해 나오자, 멀리서 그의 초췌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규인의 기운 없는 모습에서 예전의 당당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법정 방청석을 둘러보다가, 맨 끝자락에서 누군가를 발견했다. 순간, 정규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갑작스럽게 방청석을 향해 달려들며 미친 듯이 외쳤다. “여기 왜 왔어! 당장 나가! 나가란 말이야!” 경찰들이 급히 정규인을 제지하려 했으나, 그의 필사적인 몸부림에 저지당했다. “진정해!” 경찰은 엄중히 경고했지만, 그의 저항은 계속되었다. 그러다 결국, 경찰봉이 그의 등을 강하게 내려쳤다. 퍽! 정규인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왔고, 그의 몸은 앞으로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방청석의 허징인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38화 인정사정없는 세상

    “이모...” 하연은 조진숙을 꽉 끌어안으며 말문이 막혔다. 지금은 어떤 말도 조진숙에게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 되든 간에, 이모 곁엔 항상 저희가 있어요.” 조진숙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하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고맙다.” ... 한적한 교외에 위치한 독채 빌라. 고급스러운 소형 승용차 한 대가 천천히 차고로 들어섰다. 황연지는 휴대폰으로 위치를 확인한 뒤, 차 문을 열고 내렸다. 빌라는 꽤 외진 곳에 있었고, 오랜 기간 비어 있었던 듯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연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상무님? 계신가요?” 대답 대신 돌아온 것은 텅 빈 집안의 메아리뿐이었다. 연지는 2층으로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용기를 냈다. 계단 끝에 닫혀 있는 문 하나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상무님, 안에 계신가요?” 그녀는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잠시 망설이던 연지는 문을 조심스레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강렬한 술 냄새가 그녀를 덮쳤다. 연지는 본능적으로 코를 막고 안으로 더 들어갔는데, 방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 낯익은 실루엣을 발견했다. “상무님?” 이사회 이후 부남준은 자취를 감췄고, 외부에서 그의 소식을 들을 수 없단다. 그렇게 된 지가 삼 일째였다. 연지는 재빨리 그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 “상무님, 괜찮으세요?” 남준은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비록 지금의 그는 어딘가 지쳐 보였지만, 그 매서운 매의 눈은 여전히 날카로운 빛을 띄고 있었다. 그는 황연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입가에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너였구나?” 연지는 아침에 급히 소식을 듣고 서둘러 이곳으로 달려왔다. “상무님, 사라지신 며칠 동안 정다영 씨가 상무님을 계속 찾고 있었습니다.” 정다영은 남준을 찾기 위해 거의 미쳐버린 상태였고, 부남준을 찾을 수 있는 곳은 모조리 뒤지고 있었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37화 이제 신경 쓰지 않아

    저녁에 하연과 상혁은 음악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자마자 집 안의 불이 자동으로 켜졌다. “돌아왔니?” 하연과 상혁은 동시에 고개를 들어 소파에 홀로 앉아 있는 조진숙을 보았다. 지금의 조진숙은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어머니, 집에 계셨네요?” 조진숙은 자리에서 일어나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희 기다리고 있었어.” 하연은 활짝 웃으며 조진숙에게 다가가 옆자리에 앉았다. “이 늦은 시간까지 기다린 거예요? 일찍 주무시지 그러셨어요.” 하연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조진숙은 손을 들어 하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너희가 안 들어오면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 하연은 그녀의 팔짱을 끼며 더 애교를 부렸다. “이모가 이렇게 저희를 걱정해주니까, 너무 좋아요!” 조진숙은 하연의 손등을 살짝 두드리며 부드럽게 웃었다. “사실 오늘은 너희에게 할 말이 있어서 기다린 거야.” 상혁은 소파의 다른 쪽에 앉아 조진숙의 말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하연과 눈빛을 교환한 상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하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모, 무슨 일 있으신 거예요?” 조진숙은 살짝 고개를 저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야. 그냥 네 동건이 삼촌이 송혜선과 결혼하기로 했다는 것뿐이야.” 이 말은 마치 고요한 연못에 큰 돌멩이를 던진 것처럼 분위기를 흔들었다. 상혁은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조진숙이 그를 불러 세웠다. “상혁아, 흥분하지 마라.” 상혁은 걸음을 멈추고 눈빛을 깊게 내리깔았다. “가서 직접 얘기를 해봐야겠어요.” “그럴 필요 없어.” 조진숙이 단호히 말하며 표정은 여전히 여유로웠고, 마치 이번 일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듯했다. “아들아, 이제 그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란다. 남녀가 서로 좋아해서 함께 사는 건 그저 대수롭지 않은 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결혼은 그런 장난스러운 일은 아니잖아. 네 아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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