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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이씨 그룹 회장 사무실.

커다란 통유리 앞에서 흩날리는 눈꽃을 내다보고 있는 이청아의 눈빛이 어딘가 허전해 보였다.

오늘 밤 수많은 집의 등불이 환하게 밝아있지만 그녀는 쓸쓸하게 혼자 사무실에 있었다.

어제 어머니는 남동생의 유골과 함께 돌아갔고 그녀는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계속 서울에 남았다. 한편으로는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가족들에게 이현의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직 정리하지 못했다.

어쨌거나 진범이 잡히기 전까지 유진우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다.

따르릉...

한창 정신이 딴 데 팔린 그때 전화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이청아가 휴대 전화를 꺼내 확인해 보니 이씨 가문의 족장 이세훈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큰할아버지, 무슨 일로 전화주셨어요?”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청아야, 너 올해 집에 가지 않고 계속 회사에 남아서 야근하고 있다고 네 할아버지가 그러던데?”

이세훈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회사에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여기 남는 게 더 편해서요.”

이청아가 웃으며 말했다.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적당히 쉬어가면서 해. 안 그러면 몸이 망가져.”

“명심할게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아 참, 너와 중요하게 상의할 일이 있어서 전화했어.”

“말씀하세요, 큰할아버지.”

“나도 이젠 나이가 들어서 뜻대로 움직이기 어려워. 그래서 말인데, 그만 자리에서 물러나고 이씨 가문의 족장 자리를 너에게 맡기려고 해.”

이세훈이 생각지도 못한 말을 내뱉었다.

“네? 저더러 족장 직을 맡으라고요?”

화들짝 놀란 이청아는 거절하기에 바빴다.

“큰할아버지, 그건 절대 안 돼요. 어린 제가 어찌 족장 자리에 앉을 수 있겠어요?”

“너의 능력과 재능을 난 다 지켜봤어. 족장이 되어서 이씨 가문을 통제할 자격이 충분히 있어.”

이세훈이 진지하게 말했다.

“전 조씨 가문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 많은 사람들의 신망을 얻는 건 어려워요. 그리고 훌륭한 자제들도 많은데 아무리 줄을 서도 제 차례는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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