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조일명이 갑자기 상을 치며 일어나 호통쳤다.“선우희재 씨! 당신이 능력이 좀 있다고 해서 여기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우리 조씨 가문은 당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만만한 가문이 아니라고요.”“당신은 누구죠? 무슨 자격으로 나랑 말을 하는 거죠?”선우희재는 싸늘한 눈으로 힐끗 보았다.“흥, 잘 들어요!”조일명은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었다. “저는 조일명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범표사의 고급 장교예요. 십여 차례의 전쟁에서 수백 명을 죽였어요.”“어린 군관 하나가 장군도 아니면서 감히 내 앞에서 제멋대로라니?”선우희재는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장교에 불과하지만 나의 장군은 홍연 전쟁 여제예요. 당신이 홍연 전쟁 여제와 싸워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조일명이 거만하게 말했다.“조홍연?”선우희재가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마침내 얼굴이 약간 동요했다.용국 제일의 전쟁의 여제인 조홍연은 공적이 뛰어나고 배경도 두텁고 무도 조예도 훌륭하다.이런 여자에 비하면 선우희재는 아무것도 아니다.하지만 단지 현재뿐이다. 그는 10년도 안 되어 상대방을 따라잡을 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왜요? 두렵나요?”조일명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전쟁 여제의 이름을 들으니 다리가 후들거리죠? 내 말 잘 들어요. 자신의 조그마한 공적을 믿고 안하무인 하면 안 돼요. 이 세상에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요.”이 말이 나오자 조씨 집안사람들은 잇달아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좋아, 말 잘했어!”“호풍장군이라 한들 뭐 어때요? 홍연 전쟁 여제 앞에서는 굴복해야 하는데.”“흥, 제멋대로더니. 지금 체면이 안 서죠?”선우희재가 곤욕을 치르는 걸 보니, 무릇 조씨 가문의 자제들은 모두 정신이 들었다.“역시 내 아들이야... 몇 마디 말에 선우희재를 압도하다니.”앞줄에 선 조군표는 자랑스러운 얼굴이었다. 아들이 나서니 그도 덩달아 덕을 보았다.“좋네, 오늘 일명이가 없었으면 선우희재를 혼내주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야.”
“응?”중상을 입고 쓰러진 조일명을 보고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선우희재가 손가락 하나만으로 범표사의 고급 장교를 무너뜨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이 실력, 강해도 너무 강한 거 아닌가?가장 관건적인 것은 조일명의 뒤에는 홍연 전쟁 여제가 있는데 선우희재가 여러 사람 앞에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은 홍연 전쟁 여제의 체면을 깎이게 하는 것과 같다. 상대는 오만하고 제멋대로인지 아니면 믿는 구석이 있어 두려움이 없는지 모르겠다.“선우희재! 감히 우리 조씨 가문의 자제를 다치게 하다니, 정말 우리 조씨 가문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인가?”잠시 멍한 표정을 지은 후, 조씨 가문 사람들은 잇달아 상을 치며 일어났고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남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선우희재, 난 범표사 장교야. 감히 나를 다치게 한다면, 홍연 전쟁 여제가 절대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조일명이 비틀거리며 일어서더니 놀라고 노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천부적인 재능이 있고 이해력이 뛰어나서 젊은 나이에 본투비 고수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자랑스러워하는 실력이 선우희재 앞에서 아무것도 아닐 줄은 꿈에도 몰랐다.“자네가 자네의 주제도 모르는군.”선우희재는 내려다보며 말했다.“조홍연이 여기 있으면 자연히 조홍연에게 체면을 세워주겠지만 당신은 뭐야? 홍연전쟁 여제를 등에 업은 쓰레기일 뿐인데, 어디서 감히 날 협박하는 거지? 그리고 범표사 20만 대군 안에 고급 장교만 해도 무려 백 명이나 들어 있어. 조홍연의 신분으로는 당신이 누구인지도 모를 텐데, 당신이 왜 여기서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리는 거지?”이 말이 나오자 조일명은 순간 안색이 변했다. 조일명은 상대방이 그의 비장의 카드를 한눈에 꿰뚫어 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맞다, 조일명은 확실히 범표사의 고급 장교이긴 하지만, 평일에는 조홍연을 만날 자격도 없다.다만 범표사로서 그는 습관적으로 조홍연의 명망 있는 이름을 입에 올릴 뿐이다. 그렇다면 어딜 가나 위세를 떨치고
선우희재가 갑자기 발을 쾅쾅 구르자 광포한 진기가 바로 조일명의 몸에 부딪혔다.“푸!”조일명은 그 충격에 연신 뒷걸음질을 치며 다시 한번 피를 뿜었다.“너...”조일명은 이를 악물고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오늘 정말 고꾸라지겠다는 예감이 들었다.“선우희재! 우리를 너무 업신여기지 마!”아들이 다시 다치는 것을 보고 조군표는 자신도 모르게 벌컥 화를 냈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선택해요. 꽃가마에 오를 것인지, 관에 들어갈 것인지.”선우희재가 뒷짐을 지고 서 있으니, 사람 전체가 위풍당당하게 보였다.“선우희재! 너 혼자만이 조씨 가문 전체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해? 정말 오만하기 짝이 없구나!”조군표가 분노했다.“제가 혼자겠어요?”선우희재는 손을 들어 손가락을 튕겼다.“들어와.”“쿵쿵쿵...”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밖에서 갑자기 질서 있는 발소리가 났다.먼 곳에서 가까워질수록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탁자 위의 잔에 있는 술이 조금씩 출렁이기 시작했다.곧이어 많은 사람들의 경악하는 눈길 속에 검은 옷과 복면을 무장한 호위병들이 기세가 드높게 뛰어들어왔다. 이 호위병들은 몸집이 크고 눈빛이 날카로우며 카리스마가 넘쳤다. 온몸에 살벌한 기운이 감돌고 있어, 분명 오랜 세월 모래벌판을 거친 정예의 군대일 것이다. 등장하자마자 모든 사람을 진정시켰다.특히 그 검은 총구는 사람을 오싹하게 했다.“응?”그 시커먼 호위병을 보고 조씨 집안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안색이 크게 변했다.선우희재가 신부를 맞이하는 날, 뜻밖에도 한 부대를 동원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정말 무서웠다.“이제 누가 불복한다면 앞으로 나오세요.”선우희재가 주위를 둘러보며 사람을 멸시했다. 시선을 마주친 사람은 누구나 고개를 숙였다.‘시발, 호위병까지 나섰는데 누가 감히 앞장서겠어? 이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 아닌가?’“응?”조군수는 얼굴을 약간 찡그리며 안색이 좀 좋지 않았다.가장 걱정했던 일이 결국 일어났다.“너 이 자식
“조선미를 데려가는 거, 나한테 물어봤어?”유진우는 앞을 가로막고 냉담한 표정으로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응?”많은 손님들이 경악하며 매우 뜻밖이라고 생각했다.이 시점에서 감히 선우희재와 맞서는 사람이 있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겁이 없네?’“유진우 저 자식이 나서서 뭐 하는 거야? 죽고 싶은 건가?”주하늘은 눈을 부릅뜨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선우희재의 신분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 뒤에 있는 군대만으로도 충분히 억지력이 있었다.“흥, 감히 호풍장군을 도발하다니? 정말 함부로 덤벼드네!”정건우가 냉소했다.선우희재는 군대를 손에 쥐고 횡포를 부린다. 명령만 내리면 유진우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다.“멍청한 놈! 자기가 황보걸을 안다고 해서 선우희재 앞에서 위풍을 부리며 우쭐댈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정말 웃겨.”나동수는 곧 죽은 사람을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황보걸은 비록 신분이 낮지는 않았지만 벼슬도 직위도 없어 선우희재와는 비교도 안된다.“이크, 큰일 났다.”현미리는 미간을 가볍게 찡그렸다. 그녀는 사랑 때문에 나서는 유진우의 용기를 높이 평가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감히 나를 막아?”선우희재는 두 손을 짊어지고 위아래로 훑어보았으며 눈빛은 매서웠다. 마치 맹호처럼 자신의 사냥감을 노리고 있었다.“못 할 게 뭐가 있어?”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선미 씨는 너한테 시집가지 않겠다고 하잖아, 그건 선미 씨의 자유야. 네가 사람들 앞에서 결혼을 강요하고 가차 없이 빼앗아 가는 건 내가 허락하지 않아.”“허락하지 않는다고?”선우희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렇다면 어쩔 건데? 네가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해 볼 테면 해봐. 하지만 네가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너를 갈기갈기 찢을 거야.”유진우는 똑바로 말했다.“뭐?”이 말이 나오자 장내가 떠들썩해졌다.“시발, 저 놈이 진짜 미쳤나?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참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네!
선우희재가 실제로 행하려 하자 조선미와 황보걸은 동시에 일어나 제지했다.“선우희재 씨, 이분은 제 친구이니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황보걸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유진우와 나란히 서서 마치 전진과 후퇴를 함께하는 모습이었다.이런 행동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어쩐지 유진우가 이렇게 날뛰더라니, 누군가 뒷받침해 주는 사람이 있었구나.’“황보걸 씨, 제가 죽일 사람은 아무도 지켜줄 수 없어요. 당신도 예외가 아니에요.”선우희재의 얼굴은 냉담하고 조금도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 세상물정 모르고 자란 부잣집 도련님일 뿐이라 선우희재는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선우희재 씨, 상대방의 잘못을 용서할 수 있다면 가능한 용서해야죠.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황보걸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꺼져요, 총알은 눈이 없어요.”선우희재는 차갑게 몇 글자를 뱉었다.“당신...”황보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같은 최상등의 권세 있는 도련님이지만 지위나 권력은 선우희재에 비해 크게 못 미쳤다.만약 상대방이 정말 강하게 나온다면 황보걸도 확실히 아무런 방법이 없다.“선우희재 씨, 왜 이렇게 화를 내십니까? 무슨 일이든 앉아서 이야기하면 안 되나요?”그때 화려하게 차려입은 중년 남자가 당당하게 걸어 들어왔다.“어, 저분은 손기태 회장님이 아닌가? 손 회장님도 올 줄이야.”여러 사람이 보자마자 은근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서울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존재로서 손기태는 단연 부자에 손색이 없었다.상업계에서는 더욱 손기태가 외치는 소리에 많은 사람이 호응한다. 누구든지 예의를 갖춰야 한다.문으로 들어선 손기태는 자연스럽게 유진우 옆에 섰고, 입장은 분명했다.“왜요, 당신도 저랑 맞설 건가요?”선우희재는 곁눈질을 했다.“아닙니다, 저는 단지 선우희재 씨가 중대한 문제는 사소한 것으로 하고, 사소한 문제는 끝난 것으로 치기를 바랄 뿐입니다.”손기태는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았다.“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선우희재가 반문했다.“
“하하... 안 부장관님이 오셨어. 우리 조씨 가문도 드디어 살 길이 생겼어.”“안 부장관님이 계시는데 선우희재가 계속 나댈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보자고!”안정양이 모습을 드러내자 조씨 가문 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얼굴이었다.조금 전 선우희재에게 눌려 고개도 들지 못했는데 드디어 기를 펼 수 있게 되었다.호풍장군이면 또 어떤가? 고작 3품일 뿐인데.부장관은 종2품인데다가 병권까지 손에 쥐고 있어 웬만한 직급은 다 쥐락펴락할 수 있었다.안 부장관 앞에서 천재라 불리는 선우희재라 할지라도 고개를 숙여야 한다.“셋째야, 정말로 안 부장관님을 모셔왔구나. 역시 대단해.”조군해의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형님, 그건 아니죠. 안 부장관님께서는 어쩌면 우리 아들의 신분 때문에 오신 걸지도 모릅니다.”조군표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일리가 있어요. 일명이는 범표사 출신인데다가 뒤에 전쟁의 여제까지 있어 앞날이 아주 창창하죠. 안 부장관님은 인재를 아끼는 마음에 오신 게 틀림없어요.”조윤지가 맞장구를 쳤다.“그래그래... 일명이야말로 우리 조씨 가문에서 가장 훌륭한 천재지.”조군해가 크게 웃었다.조씨 가문의 힘만으로 안정양을 불러 선우희재와 맞선다는 건 확실히 어려웠다. 하지만 홍연 전쟁 여제라면 말이 또 달라진다.“흥, 선우희재가 오늘 얼마나 더 나댈 수 있는지 한번 보자고.”사람들이 치켜세우자 조일명의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그는 이 공로를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고 조군수도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이 상황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누가 모셔왔든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생일 연회에 호풍장군은 무슨 병사를 이리도 많이 데려왔어요?”안정양이 천천히 다가와 싸늘하게 물었다. 양측의 호위병들은 서로 대치하고 있었고 곧 폭발할 것 같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안 부장관님과 상관이 없는 일이니 끼어들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선우희재가 덤덤하게 말했다. 상대의 관직이 그보다 높아도 선우희재는 전혀 두려워하지
“네가 아니면 누구야?”조씨 가문 사람들은 더욱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대체 누가 무슨 재주로 황보용명 어르신까지 모신 거죠?”조군수는 다시 한번 고개를 내저었다. 황보용명이 이 자리에 나타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선우희재, 내가 너의 병사를 막을 수 없을 것 같아?”우뚝 서 있는 황보용명의 기세가 대단했다. 그냥 서 있기만 할 뿐인데도 마치 커다란 산이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아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특히 선우희재의 뒤에 서 있는 병사들은 총을 쥐고 있던 손을 저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었다. 무도 마스터의 위압감을 아무나 다 당해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뭐야?”그 순간 줄곧 덤덤한 표정이던 선우희재가 눈살을 찌푸렸다.‘막을 수 있냐고? 당연히 있지.’무도 마스터 경지의 강자는 이미 인간을 넘어섰고 혼자서 만 명도 충분히 상대할만한 실력을 지녔다. 하여 그가 데려온 병사들을 아주 손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그리고 무엇보다 황보용명은 실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세간에서의 지위도 아주 높았다. 강남의 10만 무사들 중에 감히 그의 명령을 거역할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어르신, 이건 저와 조씨 가문의 개인적인 원한이에요. 어르신은 간섭하지 말았으면 합니다.”선우희재는 비굴하지도, 겁먹지도 않은 태도로 말했다.“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있으면 도와줘야지. 오지랖이 넓은 내가 오늘 마침 이런 일을 목격했는데 모른 척해서야 되겠어?”황보용명이 덤덤하게 말했다.“조씨 가문 때문에 우리 선우 가문과 등을 돌리겠다는 말씀입니까?”선우희재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3대 가문인 두 가문은 각자 장점이 있고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단지 그저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을 뿐이다.“내가 빚진 게 있어서 오늘 반드시 갚아야 하거든. 두 가문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든 그건 나중에 다시 얘기하도록 해. 아무튼 지금은 여기서 소란을 피워선 안 돼.”황보용명이 경고했다.“어르신, 만약 제가 물러서지 않겠다면요?”선우희재가 되물었다. 오늘
“물러설 거야, 말 거야?”황보용명은 거만하게 서서 위압감을 뽐냈다.“선우희재 씨, 적당히 해요.”안정양은 앞으로 다가와 황보용명과 나란히 섰다.안정양 혼자였더라면 선우희재를 당해내기 어려웠겠지만 전 무림 맹주의 세력이 더해지면 선우희재에게 겁을 주기에는 충분했다.선우희재도 바보가 아닌 이상 물러서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선우희재가 밀리는데?”“두 거물이 손을 잡았는데 누가 버틸 수 있겠어?”“조씨 가문의 영향력이 이 정도로 대단할 줄은 몰랐어. 선우희재마저 진퇴양난에 빠지다니.”매섭게 몰아붙이는 두 사람을 보며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선우희재가 훌륭하고 배경도 어마어마하며 심지어 조씨 가문 족장의 생일 연회를 대놓고 망쳐도 나서서 뭐라 할 사람이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안정양과 황보용명이 힘을 합쳐 압력을 가한다면 아무리 어마어마하고 훌륭하다고 해도 고개를 숙이고 물러서야 한다.“두 분 오늘 저와 끝장을 볼 생각인가 봐요? 하지만 절 물러서게 하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선우희재의 낯빛이 점점 싸늘해졌다. 젊은 나이에 높은 자리에 앉은 그가 인맥이 없을 리가 있겠는가?“상황의 흐름을 잘 알아야 뛰어난 인물이 될 수 있어요. 똑똑한 사람은 절대 무리하지 않죠.”안정양이 덤덤하게 말했다.“지금 세력을 믿고 몰아붙이겠다는 거죠? 좋습니다. 그럼 누가 누굴 제압하는지 한번 보죠.”선우희재는 갑자기 휴대 전화를 꺼내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잠시 후, 문밖에서 질서정연한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쿵쿵하는 소리가 사람의 가슴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 곧이어 조씨 가문의 집사가 혼비백산한 얼굴로 헐레벌떡 뛰어오며 소리를 질렀다.“족장님, 큰일 났어요! 밖에 한 무리 사람들이 쳐들어왔어요.”“한 무리?”조군수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다급하게 물었다.“누가 이끌고 왔어?”“나야.”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장군복 차림에 우람한 체격의 중년 남자가 한 팀을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걸어 들어왔다.남자를 본 순간 안정양의 표정이 살짝
“아니에요?”유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호산은 여태껏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서태양이 말했다.인재를 선발해 위상을 높이려고 진무사가 나섰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용호산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은가?“그럼 무슨 의도인데요?”유장미가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궁금하거든?”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서태양은 어깨를 으쓱했다.“보혁 씨는 내막에 훤하니까 화두를 꺼낸 거겠죠?”유이슬이 시선을 돌렸다.“내막까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소식이 몇 가지 있긴 해요.”염보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용호산 뒷산의 금지구역에 최근 신비로운 보물이 나타났는데 향후 100년 동안 무림인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무슨 보물이 그렇게 대단해요?”유장미가 깜짝 놀랐다.유이슬과 서태양도 예상치 못한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무림인들의 흥망성쇠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용원의 기와 관련된 보물일 거예요.”염보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순간, 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용원의 기? 그게 뭔데요?”유장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용맥의 정수이기도 하죠.”유이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호룡각이 와해하면서 지하 용맥이 다섯 개의 용원의 기로 변해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어. 소문에 의하면 용원의 기를 얻는 자는 천하무적이 되어 승승장구한다고 해.”호룡각이 무너지고 용맥이 파괴된 일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진짜요?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어요?”유장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서에서 관련된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용원의 기를 얻은 자들은 세상을 주름잡는 수장이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었어.”유이슬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염보혁이 대
유진우는 옆에 있는 염보혁을 흘깃 쳐다보았고, 속으로 상대방이 아무리 예뻐도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쿨럭!”염보혁은 사레가 들린 나머지 연신 기침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슬 씨, 지금 절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네요.”“당연히 칭찬하는 거죠. 그런 얼굴을 보고도 어떤 남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요?”유이슬이 정색하며 말했다.“네?”염보혁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사실일지언정 어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지?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정 믿기 어려우면 태양한테 물어봐요.”유이슬이 문득 말했다.한편, 서태양은 염보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시선을 돌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싶었다.“제가요?”서태양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장난하지 마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뭔가 냄새가 나는데요?”유장미가 눈썹을 까딱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보혁 씨한테 진짜 반한 건 아니죠?”“이... 계집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서태양이 펄쩍 뛰면서 얼굴이 벌게진 채 고래고래 외쳤다.“남자끼리 엮일 리가 없잖아.”“침착해요. 단지 농담했을 뿐이에요.”유장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게다가 남남 커플이 진짜 사랑이죠. 어차피 안 될 건 없잖아요. 만약 사귈 생각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요. 하하하!”“입만 열면 헛소리 하네.”서태양은 짐짓 화가 난 듯 혼내려는 액션을 취했다.유장미는 잽싸게 유이슬의 등 뒤로 숨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당사자인 염보혁은 말문을 잃었다.더욱이 유장미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를 흘끔거리는 서태양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몰래 훔쳐보는 탓에 괜히 기분이 세했다.“진우 씨, 이슬 씨, 다들 용호산은 처음이죠? 제가 구경 좀 시켜드릴까요? 주변에 뭐 있는지 소개해줄게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염
술이 몇 잔 오가자 서서히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슬 씨, 방금 검종의 제자라고 하시던데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용호산에 오른 건가요?”염보혁이 넌지시 물었다.“그런 셈이죠.”유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말주변이 딱히 없었다.“사실 저희는 스승님의 명을 받고 찾아왔어요.”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유장미가 웃으며 말을 보탰다.“노천사가 용호산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거든요. 검종 뿐만 아니라 천하회, 주술교를 포함한 파벌에서 최정예 제자들을 파견해 출전할 예정이에요.”“그럼 검종에서는 세 분이 참석하는 건가요?”염보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요.”유장미가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따로 있어요.”그녀와 서태양은 선천 후기에 속했고, 유이슬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어찌 됐든 천교에 비하면 열세에 처하는지라 검종을 대표해서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로 있다니? 설마 홍군림이에요?”염보혁의 눈썹이 까닥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유장미가 생긋 웃었다.“워낙 제멋대로에 신출귀몰하는 사람이라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지 아무도 몰라요. 만약 홍 선배가 진짜 출전한다면 우승은 우리 검종이 차지할 거예요.”홍군림은 천교 랭킹의 1위에 올랐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경천 랭킹에 진입한 검종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성격이 까칠하고 독불장군이라 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장미야, 그건 네 생각이고.”이때 유이슬이 입을 열었다.“홍 선배가 실력이 뛰어나고 검종의 천재로서 일반 무사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자가 한 명 더 있잖아.”“누구요?”유장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장혁.”유이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홍 선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요?”유장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막상막하야. 천교
“네?”염보혁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특히 잘 보이기 급급했던 서태양은 굳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손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럴 수가?방금 목숨 걸고 구하려던 사람이 남자였다니?“남자...? 농담이죠?”붉은 옷 소녀가 염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경국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인가?푸른 옷 여인은 입만 벙긋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흡혈파 망나니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집적거렸다니?취향 한번 독특했다.“아니요. 진짜 남자예요.”염보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밖에 나가면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붉은 옷 소녀가 말을 아꼈다.“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염보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탈한 듯 말했다.“아쉽네요.”붉은 옷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인이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선배? 왜 그래요? 괜찮아요?”그녀는 아직도 넋을 잃은 서태양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응? 아, 괜찮아.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서태양은 꿈에서 깨어난 듯 금세 정신을 차렸다.다만 눈빛만큼은 남자한테서 떠나지 않았다.이렇게 요염한 얼굴이 사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야말로 재능 낭비이지 않은가?“저는 염보혁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염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슬이에요.”푸른 옷 여인이 대답했다.“저는 유장미라고 해요.”붉은 옷 소녀가 활짝 웃었다.비록 남자이지만 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서태양입니다.”서태양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염보혁은 손을 내밀더니 소개를 이어갔다.“이쪽은 유진우 씨, 그리고 두 분은 호위무사인...”“춘화와 추월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수염 난 사내의 몸에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연신 검에 찔린 탓에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비록 수염 난 사내가 힘은 더 셌지만 기교에서는 한참 못 미쳤다.여자의 화려한 검술은 감탄을 자아냈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악!”수염 난 사내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사지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온몸은 피가 흥건했고 상처로 가득했다. 비록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형님!”패배한 우두머리를 보자 흡혈파 제자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항상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했던 수장이 이런 몰골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저년을 없애버려!”흡혈파 제자들이 고래고래 외치며 검을 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여자를 덮쳤다.“무용지물이야.”푸른 옷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안 되어 흡혈파 제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선혈이 낭자했다.“역시 대단하세요!”눈앞의 광경에 붉은 옷 소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망나니 따위가 감히 검종에게 대들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서태양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뭐... 뭐라고? 너희들이 검종 제자였어?”흡혈파 제자들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검종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3대 문파 중 하나로 천하회와 주술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비록 제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인재들밖에 없다.특히 검종의 홍군림은 어린 나이에 천교 랭킹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세계 10위의 강자가 되었다.경천 랭킹 10위권에 검종 제자가 무려 2명이나 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3대 파벌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여기서 검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이제야
“윽!”서태양은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온 채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짓누른 흡혈검을 떼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힘이 점점 더 가해졌고 무릎이 닿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작 이런 실력으로 감히 우리 흡혈파한테 덤비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수염 난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형님! 멋져요.”“역시 대단하세요.”부하들이 질세라 감탄했다.북쪽에서 흡혈파라고 하면 꽤 이름 있는 큰 파벌인지라 애송이 같은 놈이 도발할 만한 게 아니었다.“감히 내 앞에서 영웅 행세해? 넌 오늘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교훈 삼아 사지를 부러뜨려줄게!”수염 난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흡혈검을 들어 올려 서태양의 손목을 향해 휘둘렀다.챙!검이 닿기 직전 청색 보검이 불쑥 나타나 허공에서 공격을 막아냈다.“응?”수염 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푸른 옷 여인이 보검을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선배?”서태양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제야 한숨 돌렸다.조금만 늦었더라도 오른손을 잃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선배가 제때 도움을 줘서 천만다행이었다.“괜히 참견하지 마.”수염 난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우리 후배한테 손을 대는 순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너희들 같은 망나니는 벌을 받아 마땅하지.”이때, 붉은 옷 소녀가 검을 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언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넌 태양이랑 지켜보고 있어. 이런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푸른 옷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수염 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그런 왜소한 몸으로 오빠의 검을 어찌 막으려고? 차라리 무기는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뤄보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곧이어 음흉한 시선으로 여자를 훑으며 멋대로 평가하
서태양이 움직이자 수염 난 사내의 뒤에서 덩치가 산만 한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두 사람은 무기로 길쭉한 검을 들고 있었다.몸체는 강한 피비린내와 함께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는 칼날이 오랫동안 선혈에 노출된 결과였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흡혈검이라고 불렀다.다만 아쉽게도 그들이 지닌 검은 아직 미성숙 단계였고 기세가 한창 부족했다.챙! 챙!서태양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혼자서 두 명의 사내와 대결을 벌였다.그들은 기세등등하게 맞서 싸웠지만 힘만 강했을 뿐 행동이 굼뜬 편이었다.공격할 때마다 동작이 다소 어설펐다.반면, 서태양은 누가 봐도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스피드,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느 하나 뒤처진 데 없었다.세 사람이 공격을 주고받는 순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서태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내를 쓰러뜨렸다.그리고 응징할 겸 각자의 다리에 검을 관통했다.“흥!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쭐거려? 제 주제도 모르고.”서태양은 장검을 비스듬히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좋아! 잘했어!”승리를 거머쥔 서태양을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비록 나서서 싸울 용기는 없었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그래도 실력은 꽤 있나 보네? 어쩐지 참견하더라니.”수염 난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음침한 목소리로 협박했다.“하지만 오늘 임자를 만났지. 흡혈파를 마주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어.”“흡혈파는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구먼.”서태양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하! 괜찮아. 네 피를 전부 흡수하고 나면 우리가 왜 흡혈파라고 불리는지 알 거야.”수염 난 사내가 이죽거리더니 두말없이 공격을 개시했다.그가 발을 내딛자마자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고, 손에 든 흡혈검은 핏빛을 뿜어내며 곧장 서태양을 덮쳤다.앞서 상대했던 부하들과 달리 수염 난 사내의 흡혈검은 살기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얼굴은 쉽게 화를 부르는 법이다.염보혁은 남자였지만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요염한 얼굴을 지녔다.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지금처럼 깡패 무리와 마주할 때면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다.유진우는 모른 척하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어이, 이쁜이. 저런 나약한 놈이랑 술 마셔서 뭐 하겠어? 차라리 우리랑 한잔하지, 아주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내가 염보혁의 턱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 손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염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어여쁜 외모 탓에 남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 이쁜이가 화를 내네?”수염 난 사내는 턱을 문지르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서 화난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감탄스럽군.”그의 말에 뒤따르던 무리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이 사내는 제법 능숙하게 수작을 부렸다.염보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셋을 센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봐주지.”염보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본다고? 하하하!”수염 난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제법 앙칼진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위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우리를 손 봐줘, 어때?”“맞아, 맞아! 방도 넉넉하니 차례대로 너랑 놀아줄 수 있다고!”그의 동료들도 시시덕거리며 말을 보탰다.“셋.”염보혁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쁜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올라가자. 내가 아주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말이야.”수염 난 사내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댔다.“둘.”염보혁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안아 올라가는 수밖에.”그가 손을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혁 씨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제 생각엔 장일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용호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염보혁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이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진우 씨께서 과찬해 주시는군요. 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듣는 걸 좋아해서 호기심에 이런저런 소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사실 별다른 능력은 없어요.”염보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진우 씨께서 무림대회에 참가하신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진우 씨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보혁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저 세상 구경이나 해볼 겸 참가하는 것뿐입니다. 우승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애초에 제 실력으로 어떻게 그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염보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외모도 준수하고 기품 또한 비범하시죠. 멀리서 봐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비록 진우 씨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우 씨는 절대 범상한 인물이 아닙니다!”“보혁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평범한 출신에 보잘것없는 실력을 갖췄을 뿐입니다. 아마 실망할 겁니다.”“하하, 괜찮습니다. 커다란 황금 잉어가 어찌 작은 연못에서만 머물겠습니까? 바람과 구름을 만나면 반드시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입니다. 지금 진우 씨의 명성이 미미할지라도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거라고!”염보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은 절대적인 믿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유진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뭐지? 분명 오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