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중년 남자가 가려고 하자 단소홍이 달려가 말했다.“장 매니저님, 저는 몰라도 사도현은 아실 거예요.”“사도현?”중년 남성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사도현과 무슨 사이지?”“사도현은 제 남자친구예요.”단소홍은 자랑스럽게 웃으며 계속 말했다.“장 매니저님, 저는 오빠가 이미 당신에게 미리 인사를 했다고 믿어요. 이제, 우리는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겠죠?”“못 들어갑니다.”중년 남성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아까와 같습니다. 저를 만나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해요.”“네?”단소홍은 어리둥절해하며 깜짝 놀랐다.“장 매니저님, 방금 잘 못 들으셨나요? 전 사도현의 여자친구예요, 이번에 온 것은 당신과 사업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입니다.”“그게 뭐 어때서요?”중년 남자는 냉소하듯 말했다.“당신은 말할 것도 없고, 사도현이 직접 와도 미리 예약해야 해요!”“당신...”단소홍은 잠시 화가 치밀었다.단소홍은 상대방이 자기를 거절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심지어 사도현의 체면도 주지 않는다.“단소홍, 사도현의 명성이 여기선 잘 안되는 것 같군.”유진우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단소홍은 눈꼬리를 실룩거리더니 안색이 좀 안 좋게 변했다.자신만만해서 왔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단소홍은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여전히 단념하지 않았다.“장 매니저님, 같은 처마 밑에서 시도 때도 없이 보는데, 설마 도현 씨와 사이가 틀어질 생각이세요?”“사이가 틀어지면 뭐 어때요? 빨리 꺼지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무례하다고 탓하지 마요.”중년 남자가 외쳤다.“다... 당신 정말 사람을 너무 업신여기네요!”단소홍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가슴이 심하게 출렁거렸다.“장봉원! 너 정말 위풍 잘 떠네!”그때 찬바람과 함께 사도현이 당당히 걸어 들어왔다.사도현을 보자 단소홍은 매우 기뻐서, 즉시 사도현 쪽으로 다가갔다.“오빠, 마침 잘 왔어, 이 사람이 방금 나를 업신여겼어.”“내가 다 봤어. 이제 나한테 맡겨.”
“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말... 말도 안 돼!”사도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비록 사도현은 아무런 업적이 없지만, 줄곧 실수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빽이 있어 평소에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회사를 활보한다.그의 인맥으로는 감원하더라도 그가 해고당할 리는 없었다.도대체 무슨 상황이지?“오빠, 잘렸어?”표정이 달라진 사도현을 보며 단소홍도 놀란 표정이었다.‘이 사업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왜 지금 사업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일자리를 잃어버렸지?”“문제가 생겼나 보다.”이청아는 생각에 잠긴 듯 얼굴을 찡그렸다.사도현이 도움을 줄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안되는 것 같다.“장봉원! 솔직히 말해, 네가 몰래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거 아니야?”사도현은 무섭게 고개를 들었고 눈빛은 무서웠다.“나는 너에게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너를 해치려 하겠어? 게다가, 나도 그럴만한 실력이 없으니, 너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아보는 게 좋을 거야.”장봉원은 담담하게 말했다.장봉원은 사도현 같이 제대로 하지 않고 눈치껏 하는 척만 하는 놈은 진작부터 눈에 거슬렸다.오늘날 해고된 것은 너무도 통쾌했다.“헛소리! 네가 아니면 누구겠어? 틀림없이 네가 고발했어!”사도현은 사납게 굴었다.재직 몇 년 동안 사도현은 확실히 적지 않은 돈을 삼켰으니, 아마도 약점을 잡혔을 것이다.“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어쩔 수 없어.”장봉원은 설명하기 귀찮았다.어차피 상대방은 회사 사람도 아니니 지금은 걱정할 게 없었다.“장봉원! 너 역시 독하네!”사도현은 좋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네가 이겼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야. 사실대로 말해줄게, 난 회사에 든든한 빽이 있어! 오늘 퇴사해도 내일 다시 나올 수 있어!”“어? 그래? 네 빽이 누군데?”장봉원이 되물었다.“흥! 말하면 네가 놀랄까 봐 걱정돼. 이 회사 대표가 내 친삼촌이야!”사도현이 거만하게 말했다.“어쩐지 너 같은 사람이 매니저가 되더라니, 이렇게 든든한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자기를 내세우니 역시나 체면이 섰다.딩동.그때 장봉원의 휴대전화에 문자 한 통이 떴다.장봉원은 고개를 숙여 보더니 순간 멍해졌다. 거듭된 확인 끝에 그는 비로소 웃음을 터뜨렸다.“왜 웃어?”사도현은 좋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사도현, 네 단꿈은 아마도 물거품이 되겠네. 방금 회사로부터 네 삼촌이 이미 해고되었다는 통지를 받았고, 지금 너와 삼촌 두 사람은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어.”장봉원이 말했다.“헛소리!”사도현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우리 삼촌은 대표인데 누가 감히 우리 삼촌을 해고할 능력이 있겠어?”“그야 당연히 손 회장님이시지.”장봉원은 당당하게 말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사도현은 전혀 믿지 않았다.“우리 삼촌은 손 회장님의 유능한 인재인데 멀쩡한 사람이 어떻게 해고될 수 있어?너 여기서 괜히 겁주지 마!”“믿거나 말거나.”장봉원은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았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사도현의 빽도 이미 끝난 게 분명하다.“흥, 나랑 여기서 심술부리는 거지? 좋아! 삼촌한테 전화해서 잘 처리하라고 할게!”사도현이 휴대전화를 꺼내서 일러바치려 했다.“사도현!”그때 문 앞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양복을 입은 남성이 기세등등하게 뛰어 들어왔다.“삼촌?”사도현은 눈을 반짝이며 냉소했다.“넌 죽었어! 우리 삼촌 이미 도착했어. 오늘 아무도 널 구할 수 없어!”“삼촌, 마침 잘 오셨습니다. 장 매니저가 겉과 속이 다르게 일부러 저를 모함했으니, 이번에는 반드시 저를 위해 나서주셔야 합니다.”“나서라고? 나서기는 개뿔!”남자는 화가 치밀어 올라 사도현의 뺨을 후려쳤다. 그 흉악한 모습은 마치 무슨 깊은 원한이 있는 듯했다.“삼촌, 왜 때려요?”사도현은 얼굴을 가린 채 어리둥절했다.단소홍 몇 사람도 서로 쳐다보면서 이유를 몰랐다.“왜 때리냐고? 난 때리다 못해 널 죽여버리고 싶다!”남자는 눈시울을 붉히며 욕설을 퍼부었다.“너 도대체 어떤 사람의 미움을 산 거니? 내
“어떻게 그럴 수 있지?”사도현은 주저앉아 모든 의욕을 상실했다.사도현은 자기가 함부로 욕한 사람이 정말 손기태이자 그의 직속 상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이제 사도현은 해고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삼촌도 따라서 재수가 없게 되었다. 삼촌과 조카 두 사람은 모두 끝장났다.“이놈아! 뭘 멍하니 서 있어? 나랑 같이 손 회장님께 사죄하러 가야지!”남자는 사도현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그대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폭력적으로 잡아당기며 빠른 걸음으로 문을 나섰다.사도현은 메추라기처럼 목을 움츠리며 감히 저항하지 못했다.이 장면을 보고 단소홍은 이미 놀라 말하지 못했다.방금까지 위세를 떨치던 사도현이 이렇게 낭패하게 된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렇게 미쳐 날뛰더니 언젠가 재수 없을 줄 알았다, 쌤통이다!”장봉원은 ‘흥’ 하고 돌아서서 사무실로 들어갔다.“보아하니 사도현도 제 코가 석자네.”유진우는 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도현 씨가 어떻게 해고당했을 수 있어?”단소홍은 화가 잔뜩 났다.“이것도 내 탓이냐? 너 정말 어처구니없다.”유진우는 고개를 저었다.사도현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이다.빽이 있다고 온갖 횡포를 부리며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기에, 언젠간 재수 없게 될 것이 분명했다.“자, 두 사람 좀 작작 해, 지금 급선무는 어떻게 난관을 헤쳐 나가는 것이야.”이청아는 화제를 돌렸다.“언니, 지금 도현 씨가 해고되고 장 매니저도 체면을 주지 않으니, 우리는 돌아가서 다시 상의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단소홍은 한숨을 쉬었다.오늘은 정말 일이 순조롭지 않았다. 이중으로 손해를 보다니.“여기까지 왔는데 왜 돌아가?”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하나의 사업 아니야? 나한테 맡겨.”“너한테?”단소홍은 위아래로 힐끗 쳐다보더니 하찮다는 듯 말했다.“네가 뭔데? 우리 오빠도 못하는 일을 설마 네가 할 수 있다는 거야? 웃기지 마!”“사도현이
말이 끝나자마자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사장실 문이 갑자기 또다시 열렸다.뒤따라 장봉원이 몹시 초조해하며 달려 나왔다. 너무 급해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혹시 어느 분이 유진우 씨입니까?”장봉원은 긴장한 얼굴로 두리번거렸다.“저예요.”유진우는 두 걸음 앞으로 나갔다.“유진우 씨, 정말 죄송합니다. 방금 제가 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해 대접이 소홀했습니다. 너그럽게 봐주세요.”장봉원은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방금전의 오만함을 떨치고 유진우에게 깊이 사과했다.“어?”이렇게 공손한 태도에 이청아와 단소홍은 모두 멍해졌다.방금 장봉원이 사도현의 체면도 살려 주지 않았는데, 어찌 눈 깜짝할 사이에 유진우에게 비굴하게 아첨하는 거지?이 상황 뭐지?“장 매니저님, 과찬입니다. 저희 바로 사업 얘기나 나눠요.”유진우는 직설적으로 말했다.“네네...”장봉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네.”유진우는 빙긋 웃더니 멍해 있는 이청아를 끌고 사무실로 들어갔다.장봉원은 먼저 유진우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에게 차 한 잔을 따라준 뒤 곧바로 비서에게 계약서를 인쇄하라고 지시했다. 감히 조금도 소홀히 하지 못했다.어쨌거나 손 회장님께서 눈앞의 유진우에게 시중을 잘 들라고 거듭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결국,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사업이 순조롭게 성사되었다.이청아가 계약서를 들고 사무실을 나왔을 때, 이청아 자신도 약간 믿기지 않았다.이청아는 일이 뜻밖에도 이렇게 순조로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쓸데없는 말도 없었고, 쓸데없는 인사치레도 없었다. 그저 이청아가 서명만 하면 천억 원어치의 계약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참으로 놀랄 만한 일이었다. 만약 직접 보지 않았다면, 이청아는 상대방이 조작했는지 의심했을 것이다.“진우 씨, 어떻게 한 거야?”이청아는 업적들을 보고 얼굴에 경악이 가득했다.“내가 방금 말했어, 손기태 회장님와 친분이 있다고. 그래서 장 매니저님이 내 체면을 좀 살려준 것 같아.”유진우는 담담한 표정을
그날 오후, 조씨 별장.유진우가 전화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무장 군대가 조씨 별장 전체를 물샐틈없이 포위하고 있었다.백여 명의 조씨 가문 엘리트들이 문 앞에 선 채 무장 군대와 대치하고 있었고 그 어느 쪽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조씨 가족들은 잘 들어라. 지금 당장 흉악범을 내놓지 않으면 전부 같은 죄로 처리하겠다!”맨 앞에 선 장교가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가 어찌나 우렁차고 쩌렁쩌렁한지 메아리가 한참 울려 퍼졌다. 그의 뒤로 많은 병사들이 서 있었는데 저마다 싸늘한 표정으로 총을 들고 있었다. 장교의 명령 한마디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쏠 기세였다.“뭐야?”일촉즉발의 상황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멀쩡한 조씨 가문이 왜 갑자기 군부대를 건드린 거지?’“장교님, 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유진우가 다가와 물었다.“흉악범을 잡으라는 명을 받고 왔습니다. 연관이 없는 자들은 당장 물러가세요!”장교가 매섭게 호통쳤다.“유진우 씨, 왔어요? 얼른 안으로 들어오세요.”조씨 가문의 집사는 유진우를 단번에 알아보고 아랫사람더러 길을 내주라고 했다. 유진우가 안으로 들어온 후 다시 물샐틈없이 막아섰다.“안에 있는 자들은 잘 들어라. 계속 흉악범을 내놓지 않고 질질 끈다면 안으로 쳐들어가겠다!”장교의 마지막 경고에도 조씨 가문 엘리트 고수들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진우 씨, 큰 아가씨는 회의실에 계십니다. 저 따라오세요.”조씨 가문 집사는 장교의 경고 따위 안중에도 두질 않고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 그의 뒤를 따르는 유진우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그 시각 회의실 안에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조씨 가문의 핵심 인물들이 한곳에 모여 귓속말로 뭐라 속삭였다.조군해는 걱정 어린 얼굴로 몰래 한숨을 푹 내쉬었고 조군표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회의실 안에서 안절부절못했다. 그리고 조선미 등 몇몇은 정신을 잃고 쓰러진 조군수의 옆을 지켰다.“선미 씨, 대체
“아빠, 술을 마신 것 외에 다른 일은 더 없었어요?”조선미가 계속하여 캐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야?”조군수는 어안이 벙벙했다.“아빠, 기억을 잘 더듬어봐요. 그 어떤 것도 놓쳐서는 안 돼요.”조선미가 진지하게 말했다.“필름이 끊긴 것 같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대체 왜 그래?”조군수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아빠, 어젯밤에 안 부장관님의 딸이 죽었어요.”조선미가 생각지도 못한 얘기를 내뱉었다.“뭐? 죽었다고?”조군수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어떻게 그런 일이...”“구체적인 상황은 아직 몰라요. 하지만 밖에서 아빠가 안 부장관님의 딸을 죽였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조선미가 말했다.“내가 죽였다고?”조군수는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아니야, 말도 안 돼! 내가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사람을 죽일 리는 없어!”조군수의 주량이 별로이긴 했지만 술버릇은 없었다. 평소 술에 취하면 바로 잠자리에 들곤 했다.“저도 믿지 않아요. 하지만 아빠가 사람을 죽였다고 증언한 목격자가 있어요. 지금 안 부장관님의 군대가 별장 문 앞을 포위하고 있는데 당장이라도 쳐들어올 기세예요. 진짜 그런 적 없는지, 한 번 더 잘 생각해봐요.”조선미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부장관은 서울의 3인자다. 그의 명령 한마디면 조씨 가문을 무너뜨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진짜 기억이 안 나. 하지만 난 날 믿어. 난 절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야.”조군수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아이고, 셋째야, 네가 널 믿어서 무슨 소용이야? 문제는 안 부장관님이 믿질 않잖아.”조군해가 고개를 내저었다.“셋째야, 넌 생일 연회에 가서 무슨 술을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셔? 정말 자제력이라고는 하나도 없구나.”조군표는 한스러워하며 그를 꾸중했다. 가뜩이나 집에 처리해야 하는 일이 산더미라 골치가 아픈데 이런 사고까지 쳤으니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작은아버지, 정말로 작은아버지의 짓이라면 당장 가서 죄를 인정하세요.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지
“쳐들어왔다고?”조선미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당장 막으라고 해!”진실이 드러나기 전에 절대로 그들이 아버지를 잡아가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잠깐.”조군수가 나가려는 집사를 갑자기 불렀다.“들어오라고 해. 아무도 막지 마!”“아빠,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조선미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내 결백을 증명해야지.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두려워할 필요가 있어?”조군수의 목소리는 아주 우렁찼다.“하지만...”“저들을 막는다면 내가 죽어도 누명을 벗지 못할거야.”조군수가 진지하게 말했다.안 부장관과 공개적으로 맞선다는 건 가볍게 말해서 체포하려는 그에게 저항하는 것이고 심각할 경우 반란을 일으키는 거나 다름없다.조씨 가문은 그런 죄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셋째 말이 맞아. 억지로 버티는 것도 답이 아니야. 조씨 가문 제자들에게 전부 물러서라고 전해!”조군표가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네!”집사는 그의 말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조선미 일행은 시름이 놓이지 않았지만 지금 이런 때일수록 불난 집에 부채질하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군수는 어디 있어?”그때 제복 차림의 장교가 수많은 무장 병사와 함께 위풍당당하게 회의실 앞까지 쳐들어왔다. 정규군들이 내뿜는 살기에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했다.“제가 조군수입니다. 장교님, 무슨 일로 절 찾으십니까?”조군수는 덤덤한 표정으로 한 무리의 사람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부장관님의 딸을 성폭행하고 무참하게 살해한 조군수 당신을 잡으러 왔다!”장교가 싸늘하게 말했다.“헛소리하지 말아요. 우리 아빠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요. 당신들이 뭔가 잘못 안 거라고요!”조아영이 나서서 반항했다.“장교님, 우리 남편은 줄곧 품행이 단정하고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라 절대 그런 몹쓸 짓을 할 리가 없어요. 누군가 우리 남편을 모함한 게 틀림없어요.”진서현은 사리에 근거하여 힘껏 논쟁했다.“맞아요! 다른 사람이 족장님을 모함했어요.”조씨 가문 사람들도 너도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