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끝나자마자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사장실 문이 갑자기 또다시 열렸다.뒤따라 장봉원이 몹시 초조해하며 달려 나왔다. 너무 급해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혹시 어느 분이 유진우 씨입니까?”장봉원은 긴장한 얼굴로 두리번거렸다.“저예요.”유진우는 두 걸음 앞으로 나갔다.“유진우 씨, 정말 죄송합니다. 방금 제가 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해 대접이 소홀했습니다. 너그럽게 봐주세요.”장봉원은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방금전의 오만함을 떨치고 유진우에게 깊이 사과했다.“어?”이렇게 공손한 태도에 이청아와 단소홍은 모두 멍해졌다.방금 장봉원이 사도현의 체면도 살려 주지 않았는데, 어찌 눈 깜짝할 사이에 유진우에게 비굴하게 아첨하는 거지?이 상황 뭐지?“장 매니저님, 과찬입니다. 저희 바로 사업 얘기나 나눠요.”유진우는 직설적으로 말했다.“네네...”장봉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네.”유진우는 빙긋 웃더니 멍해 있는 이청아를 끌고 사무실로 들어갔다.장봉원은 먼저 유진우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에게 차 한 잔을 따라준 뒤 곧바로 비서에게 계약서를 인쇄하라고 지시했다. 감히 조금도 소홀히 하지 못했다.어쨌거나 손 회장님께서 눈앞의 유진우에게 시중을 잘 들라고 거듭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결국,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사업이 순조롭게 성사되었다.이청아가 계약서를 들고 사무실을 나왔을 때, 이청아 자신도 약간 믿기지 않았다.이청아는 일이 뜻밖에도 이렇게 순조로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쓸데없는 말도 없었고, 쓸데없는 인사치레도 없었다. 그저 이청아가 서명만 하면 천억 원어치의 계약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참으로 놀랄 만한 일이었다. 만약 직접 보지 않았다면, 이청아는 상대방이 조작했는지 의심했을 것이다.“진우 씨, 어떻게 한 거야?”이청아는 업적들을 보고 얼굴에 경악이 가득했다.“내가 방금 말했어, 손기태 회장님와 친분이 있다고. 그래서 장 매니저님이 내 체면을 좀 살려준 것 같아.”유진우는 담담한 표정을
그날 오후, 조씨 별장.유진우가 전화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무장 군대가 조씨 별장 전체를 물샐틈없이 포위하고 있었다.백여 명의 조씨 가문 엘리트들이 문 앞에 선 채 무장 군대와 대치하고 있었고 그 어느 쪽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조씨 가족들은 잘 들어라. 지금 당장 흉악범을 내놓지 않으면 전부 같은 죄로 처리하겠다!”맨 앞에 선 장교가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가 어찌나 우렁차고 쩌렁쩌렁한지 메아리가 한참 울려 퍼졌다. 그의 뒤로 많은 병사들이 서 있었는데 저마다 싸늘한 표정으로 총을 들고 있었다. 장교의 명령 한마디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쏠 기세였다.“뭐야?”일촉즉발의 상황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멀쩡한 조씨 가문이 왜 갑자기 군부대를 건드린 거지?’“장교님, 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유진우가 다가와 물었다.“흉악범을 잡으라는 명을 받고 왔습니다. 연관이 없는 자들은 당장 물러가세요!”장교가 매섭게 호통쳤다.“유진우 씨, 왔어요? 얼른 안으로 들어오세요.”조씨 가문의 집사는 유진우를 단번에 알아보고 아랫사람더러 길을 내주라고 했다. 유진우가 안으로 들어온 후 다시 물샐틈없이 막아섰다.“안에 있는 자들은 잘 들어라. 계속 흉악범을 내놓지 않고 질질 끈다면 안으로 쳐들어가겠다!”장교의 마지막 경고에도 조씨 가문 엘리트 고수들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진우 씨, 큰 아가씨는 회의실에 계십니다. 저 따라오세요.”조씨 가문 집사는 장교의 경고 따위 안중에도 두질 않고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 그의 뒤를 따르는 유진우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그 시각 회의실 안에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조씨 가문의 핵심 인물들이 한곳에 모여 귓속말로 뭐라 속삭였다.조군해는 걱정 어린 얼굴로 몰래 한숨을 푹 내쉬었고 조군표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회의실 안에서 안절부절못했다. 그리고 조선미 등 몇몇은 정신을 잃고 쓰러진 조군수의 옆을 지켰다.“선미 씨, 대체
“아빠, 술을 마신 것 외에 다른 일은 더 없었어요?”조선미가 계속하여 캐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야?”조군수는 어안이 벙벙했다.“아빠, 기억을 잘 더듬어봐요. 그 어떤 것도 놓쳐서는 안 돼요.”조선미가 진지하게 말했다.“필름이 끊긴 것 같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대체 왜 그래?”조군수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아빠, 어젯밤에 안 부장관님의 딸이 죽었어요.”조선미가 생각지도 못한 얘기를 내뱉었다.“뭐? 죽었다고?”조군수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어떻게 그런 일이...”“구체적인 상황은 아직 몰라요. 하지만 밖에서 아빠가 안 부장관님의 딸을 죽였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조선미가 말했다.“내가 죽였다고?”조군수는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아니야, 말도 안 돼! 내가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사람을 죽일 리는 없어!”조군수의 주량이 별로이긴 했지만 술버릇은 없었다. 평소 술에 취하면 바로 잠자리에 들곤 했다.“저도 믿지 않아요. 하지만 아빠가 사람을 죽였다고 증언한 목격자가 있어요. 지금 안 부장관님의 군대가 별장 문 앞을 포위하고 있는데 당장이라도 쳐들어올 기세예요. 진짜 그런 적 없는지, 한 번 더 잘 생각해봐요.”조선미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부장관은 서울의 3인자다. 그의 명령 한마디면 조씨 가문을 무너뜨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진짜 기억이 안 나. 하지만 난 날 믿어. 난 절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야.”조군수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아이고, 셋째야, 네가 널 믿어서 무슨 소용이야? 문제는 안 부장관님이 믿질 않잖아.”조군해가 고개를 내저었다.“셋째야, 넌 생일 연회에 가서 무슨 술을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셔? 정말 자제력이라고는 하나도 없구나.”조군표는 한스러워하며 그를 꾸중했다. 가뜩이나 집에 처리해야 하는 일이 산더미라 골치가 아픈데 이런 사고까지 쳤으니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작은아버지, 정말로 작은아버지의 짓이라면 당장 가서 죄를 인정하세요.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지
“쳐들어왔다고?”조선미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당장 막으라고 해!”진실이 드러나기 전에 절대로 그들이 아버지를 잡아가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잠깐.”조군수가 나가려는 집사를 갑자기 불렀다.“들어오라고 해. 아무도 막지 마!”“아빠,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조선미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내 결백을 증명해야지.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두려워할 필요가 있어?”조군수의 목소리는 아주 우렁찼다.“하지만...”“저들을 막는다면 내가 죽어도 누명을 벗지 못할거야.”조군수가 진지하게 말했다.안 부장관과 공개적으로 맞선다는 건 가볍게 말해서 체포하려는 그에게 저항하는 것이고 심각할 경우 반란을 일으키는 거나 다름없다.조씨 가문은 그런 죄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셋째 말이 맞아. 억지로 버티는 것도 답이 아니야. 조씨 가문 제자들에게 전부 물러서라고 전해!”조군표가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네!”집사는 그의 말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조선미 일행은 시름이 놓이지 않았지만 지금 이런 때일수록 불난 집에 부채질하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군수는 어디 있어?”그때 제복 차림의 장교가 수많은 무장 병사와 함께 위풍당당하게 회의실 앞까지 쳐들어왔다. 정규군들이 내뿜는 살기에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했다.“제가 조군수입니다. 장교님, 무슨 일로 절 찾으십니까?”조군수는 덤덤한 표정으로 한 무리의 사람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부장관님의 딸을 성폭행하고 무참하게 살해한 조군수 당신을 잡으러 왔다!”장교가 싸늘하게 말했다.“헛소리하지 말아요. 우리 아빠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요. 당신들이 뭔가 잘못 안 거라고요!”조아영이 나서서 반항했다.“장교님, 우리 남편은 줄곧 품행이 단정하고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라 절대 그런 몹쓸 짓을 할 리가 없어요. 누군가 우리 남편을 모함한 게 틀림없어요.”진서현은 사리에 근거하여 힘껏 논쟁했다.“맞아요! 다른 사람이 족장님을 모함했어요.”조씨 가문 사람들도 너도나도
남편에 대한 믿음이 누구보다 두터웠지만 눈 앞에 펼쳐진 결과는 그녀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셋째야, 이게 다 무슨 일이냐!”조군해는 한스러워하며 노발대발했다.“이... 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 넌 족장 자리에 앉아있을 자격도 없어!”조군표는 분노를 터트리며 조군수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그의 몹쓸 짓 때문에 가문의 명성이 한순간에 밑바닥까지 떨어졌다.“아빠...”조선미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처음에 그녀는 아버지가 모함을 당했을 것으로 아주 확신했다. 하지만 증인과 물증이 떡하니 놓여있는 지금은 변명조차 할 수가 없었다.그 시각 조군수도 경악하긴 마찬가지였다. 영상 속의 얼굴이 누가 봐도 자신이였고 옷차림도 완전히 똑같았다.‘내가 진짜 술 먹고 사람을 죽였다고?’“풉!”조군수는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시뻘건 피를 토해냈다. 그의 얼굴에 핏기라고는 전혀 없이 창백했다.“아빠.”조선미가 본능적으로 부축하려 하자 조군수가 손을 들어 말렸다.“선미야, 미안하다. 나 때문에 너희들까지 피해를 보게 했어. 이런 몹쓸 짓을 저질렀으니 더는 살아서 너희들을 볼 면목이 없구나.”그러더니 장교의 총을 빼앗아 자신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죽음으로나마 속죄할 생각이었다.“아빠!”“족장님!”화들짝 놀란 사람들이 제지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탕!”총소리와 함께 총알이 조군수의 두피를 스쳐 지나면서 피가 살짝 흘렀다.사람들이 고개를 돌려보니 유진우가 발 빠르게 조군수의 총을 빼앗았던 것이었다.“아저씨, 아직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이러시는 건 너무 섣부르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유진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조군수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다행히 유진우가 반응이 빨랐기에 망정이지, 안 그러면 진작 숨을 거두었을 것이다.“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죠. 이런 극악무도한 죄는 목숨 정도는 내놓아야 속죄할 수 있다고요.”조군수는 그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평생 부끄
조군수가 체포된 후 조씨 가문이 발칵 뒤집혔다. 다들 조군수의 죄명을 벗기기 위해 인맥과 관계를 전부 동원했다.조군수는 족장으로서 조씨 가문의 체면을 대표한다. 강간 살인죄라는 게 사실로 밝혀진다면 조군수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조씨 가문 전체도 비난의 대상이 된다.조선미는 명령을 내린 후 믿을만한 몇몇 가족과 함께 그녀의 방에서 대책을 세웠다. 조씨 가문 전체가 한마음 한뜻이 아니었다. 첫째와 둘째 큰아버지는 서로 다른 생각을 품고 있어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이 일에 대해 다들 어떻게 생각해요?”조선미는 양쪽을 번갈아 보며 그들의 의견을 물었다.“아빠가 진짜 술에 취해서 그런 건... 아니겠죠?”조아영은 거의 울먹이듯 말했다. 영상을 보기 전까지 그녀는 아버지의 인품을 누구보다 굳게 믿었었다. 하지만 증거가 눈앞에 놓여있으니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네 아빠는 평소 주량껏 마시는데 왜 이번에는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셨을까?”진서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큰아가씨,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족장님을 빼내오냐는 거예요.”조 집사가 근심 어린 얼굴로 말했다. 아무리 봐도 죄명을 벗기는 건 불가능했기에 목숨부터 살리는 게 급선무였다.“진우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조선미의 시선이 그에게 머물렀다.“하필 지금 이 시기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건 절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아저씨를 모함한 게 틀림없어요.”유진우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우리도 그러길 바라요. 하지만 물증과 증인 모두 명백하게 있어서 아무도 믿지 않을 거예요.”조아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닐 수 있어요. 어떤 건 겉면만 봐서는 안 되거든요.”유진우가 고개를 내저었다.“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발견했어요?”조선미가 떠보듯 물었다.“역용술이라고 얼굴을 바꾸는 변장술이 있는데 누군가 역용술로 선미 씨 아버님의 얼굴로 변장하여 일부러 살인을 저지른 것 같아요.”유진우가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역용술이요?”사람들은 경악한 나
“연홍?”조선미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 여자를 알아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 여자가 바로 선미 씨 큰어머니로 변장했던 그 여자예요.”유진우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 은비녀에서 그 여자의 향기와 똑같은 향기가 풍겼기 때문이다.“그 여자라고요?”조선미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럼 설마 이 일도 그 여자의 짓일까요?”“정확히 무슨 상황인지는 저녁에 만나보면 알겠죠.”유진우가 실눈을 뜨고 말했다. 먼저 만남을 청한다는 건 뭔가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독에 능하고 교활한 여자라 함정이면 어떡하죠?”조선미가 걱정 어린 얼굴로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날 어쩌진 못할 거예요.”유진우가 덤덤하게 웃어 보였다.“그래도 안 돼요. 혼자 보내기에는 위험하니까 호위무사도 함께 보낼게요.”조선미가 진지하게 말했다. 블랙지존의 제자는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기에 유진우를 위험에 빠뜨리게 할 수는 없었다.“그래요 그럼.”조선미가 고집을 꺾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유진우도 딱히 거절하지 않았다....저녁 8시, 려화루.평소에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복고풍의 술집이 오늘따라 유달리 썰렁한 것 같았다.유진우는 차에서 내려 술집으로 들어갔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창가 자리에 앉은 유진우는 홀로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기다렸다.“바로 저 안에 있어! 당장 잡아들여!”그때 술집 밖에 승합차 몇 대가 도착했다. 차 문이 열리자 검은 옷에 얼굴까지 가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손에 칼을 들고 살기등등하게 쳐들어왔다.우두머리로 돼 보이는 남자는 유진우를 보자마자 쿵 하고 칼로 테이블을 쪼개더니 흉악한 얼굴로 말했다.“네놈이 바로 유진우야?”“날 30분이나 따라왔으면서 내가 누군지 몰라?”유진우는 무덤덤하게 찻잔을 들었다. 조씨 저택 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 하지만 대체 누구의 짓인지 알아보려고 끝까지 모른 척했다.“하하, 그래도 꽤 배짱이 있는 놈이구나. 이렇게나
“몸매 아주 죽여주는데? 저런 완벽한 여자는 처음 봤어.”“얼굴 볼 필요도 없이 하얀 긴 다리만 봐도 1년은 즐길 수 있겠어.”“나 못 참겠어. 너무 섹시하잖아!”베일을 쓴 여자의 등장에 싸움꾼들은 타오르는 욕구를 억제하기 힘들 정도였다.섹시한 몸매가 어찌나 완벽한지 흠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특히 길고 하얀 다리는 적당히 살집도 있어 보기 딱 좋았다. 다리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남자들의 환상을 완벽하게 채워주었다.“당신이 이 술집의 사장이야?”우두머리 남자는 턱을 어루만지며 욕망을 드러냈다.“맞아요. 뭘 주문하시겠어요?”베일을 쓴 여자는 요염하게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음... 향도 너무 좋아.”그녀의 향기에 도취한 남자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녀에게서 풍기는 향기가 가슴을 간지럽혔다.“하하, 당신을 먹어도 돼?”우두머리 남자가 음흉하게 웃었다.“날 먹겠다고요?”베일을 쓴 여자가 씩 웃었다.“난 온몸에 가시가 돋쳐서 먹을 수가 있겠어요?”“괜찮아. 난 가시 돋친 장미를 좋아해.”우두머리 남자가 입맛을 다셨다.“그래요? 그럼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봐야겠어요.”베일을 쓴 여자가 의미심장하게 웃어 보였다.우두머리 남자는 굶주린 듯 옷을 꽉 잡았다. 부하들은 크게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우리 형님은 그야말로 상남자시거든. 오늘 밤 아주 제대로 즐기겠군.”“당신 남자친구는 당신을 만족시킬 수 없나 봐? 하지만 괜찮아. 우리가 제대로 놀아줄게.”남자들은 음흉하게 웃으며 베일을 쓴 여자를 둘러쌌다.“난 당신들보다 저기 저 잘생긴 오빠가 더 마음에 드는데요?”베일을 쓴 여자는 씩 웃으며 유진우를 가리켰다.“흥, 저런 기생오라비가 뭐가 좋다고.”“그러게 말이야. 팔다리도 가는 게 어디 힘이나 쓰겠어?”사람들은 저마다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오빠, 나랑 놀래요?”베일을 쓴 여자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왔다.“관심 없어요. 그냥 쟤네들과 놀아요.”유진우는 흔들림 없이 계속 차만 마셨다.“들었어? 저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