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자기를 내세우니 역시나 체면이 섰다.딩동.그때 장봉원의 휴대전화에 문자 한 통이 떴다.장봉원은 고개를 숙여 보더니 순간 멍해졌다. 거듭된 확인 끝에 그는 비로소 웃음을 터뜨렸다.“왜 웃어?”사도현은 좋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사도현, 네 단꿈은 아마도 물거품이 되겠네. 방금 회사로부터 네 삼촌이 이미 해고되었다는 통지를 받았고, 지금 너와 삼촌 두 사람은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어.”장봉원이 말했다.“헛소리!”사도현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우리 삼촌은 대표인데 누가 감히 우리 삼촌을 해고할 능력이 있겠어?”“그야 당연히 손 회장님이시지.”장봉원은 당당하게 말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사도현은 전혀 믿지 않았다.“우리 삼촌은 손 회장님의 유능한 인재인데 멀쩡한 사람이 어떻게 해고될 수 있어?너 여기서 괜히 겁주지 마!”“믿거나 말거나.”장봉원은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았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사도현의 빽도 이미 끝난 게 분명하다.“흥, 나랑 여기서 심술부리는 거지? 좋아! 삼촌한테 전화해서 잘 처리하라고 할게!”사도현이 휴대전화를 꺼내서 일러바치려 했다.“사도현!”그때 문 앞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양복을 입은 남성이 기세등등하게 뛰어 들어왔다.“삼촌?”사도현은 눈을 반짝이며 냉소했다.“넌 죽었어! 우리 삼촌 이미 도착했어. 오늘 아무도 널 구할 수 없어!”“삼촌, 마침 잘 오셨습니다. 장 매니저가 겉과 속이 다르게 일부러 저를 모함했으니, 이번에는 반드시 저를 위해 나서주셔야 합니다.”“나서라고? 나서기는 개뿔!”남자는 화가 치밀어 올라 사도현의 뺨을 후려쳤다. 그 흉악한 모습은 마치 무슨 깊은 원한이 있는 듯했다.“삼촌, 왜 때려요?”사도현은 얼굴을 가린 채 어리둥절했다.단소홍 몇 사람도 서로 쳐다보면서 이유를 몰랐다.“왜 때리냐고? 난 때리다 못해 널 죽여버리고 싶다!”남자는 눈시울을 붉히며 욕설을 퍼부었다.“너 도대체 어떤 사람의 미움을 산 거니? 내
“어떻게 그럴 수 있지?”사도현은 주저앉아 모든 의욕을 상실했다.사도현은 자기가 함부로 욕한 사람이 정말 손기태이자 그의 직속 상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이제 사도현은 해고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삼촌도 따라서 재수가 없게 되었다. 삼촌과 조카 두 사람은 모두 끝장났다.“이놈아! 뭘 멍하니 서 있어? 나랑 같이 손 회장님께 사죄하러 가야지!”남자는 사도현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그대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폭력적으로 잡아당기며 빠른 걸음으로 문을 나섰다.사도현은 메추라기처럼 목을 움츠리며 감히 저항하지 못했다.이 장면을 보고 단소홍은 이미 놀라 말하지 못했다.방금까지 위세를 떨치던 사도현이 이렇게 낭패하게 된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렇게 미쳐 날뛰더니 언젠가 재수 없을 줄 알았다, 쌤통이다!”장봉원은 ‘흥’ 하고 돌아서서 사무실로 들어갔다.“보아하니 사도현도 제 코가 석자네.”유진우는 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도현 씨가 어떻게 해고당했을 수 있어?”단소홍은 화가 잔뜩 났다.“이것도 내 탓이냐? 너 정말 어처구니없다.”유진우는 고개를 저었다.사도현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이다.빽이 있다고 온갖 횡포를 부리며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기에, 언젠간 재수 없게 될 것이 분명했다.“자, 두 사람 좀 작작 해, 지금 급선무는 어떻게 난관을 헤쳐 나가는 것이야.”이청아는 화제를 돌렸다.“언니, 지금 도현 씨가 해고되고 장 매니저도 체면을 주지 않으니, 우리는 돌아가서 다시 상의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단소홍은 한숨을 쉬었다.오늘은 정말 일이 순조롭지 않았다. 이중으로 손해를 보다니.“여기까지 왔는데 왜 돌아가?”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하나의 사업 아니야? 나한테 맡겨.”“너한테?”단소홍은 위아래로 힐끗 쳐다보더니 하찮다는 듯 말했다.“네가 뭔데? 우리 오빠도 못하는 일을 설마 네가 할 수 있다는 거야? 웃기지 마!”“사도현이
말이 끝나자마자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사장실 문이 갑자기 또다시 열렸다.뒤따라 장봉원이 몹시 초조해하며 달려 나왔다. 너무 급해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혹시 어느 분이 유진우 씨입니까?”장봉원은 긴장한 얼굴로 두리번거렸다.“저예요.”유진우는 두 걸음 앞으로 나갔다.“유진우 씨, 정말 죄송합니다. 방금 제가 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해 대접이 소홀했습니다. 너그럽게 봐주세요.”장봉원은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방금전의 오만함을 떨치고 유진우에게 깊이 사과했다.“어?”이렇게 공손한 태도에 이청아와 단소홍은 모두 멍해졌다.방금 장봉원이 사도현의 체면도 살려 주지 않았는데, 어찌 눈 깜짝할 사이에 유진우에게 비굴하게 아첨하는 거지?이 상황 뭐지?“장 매니저님, 과찬입니다. 저희 바로 사업 얘기나 나눠요.”유진우는 직설적으로 말했다.“네네...”장봉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네.”유진우는 빙긋 웃더니 멍해 있는 이청아를 끌고 사무실로 들어갔다.장봉원은 먼저 유진우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에게 차 한 잔을 따라준 뒤 곧바로 비서에게 계약서를 인쇄하라고 지시했다. 감히 조금도 소홀히 하지 못했다.어쨌거나 손 회장님께서 눈앞의 유진우에게 시중을 잘 들라고 거듭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결국,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사업이 순조롭게 성사되었다.이청아가 계약서를 들고 사무실을 나왔을 때, 이청아 자신도 약간 믿기지 않았다.이청아는 일이 뜻밖에도 이렇게 순조로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쓸데없는 말도 없었고, 쓸데없는 인사치레도 없었다. 그저 이청아가 서명만 하면 천억 원어치의 계약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참으로 놀랄 만한 일이었다. 만약 직접 보지 않았다면, 이청아는 상대방이 조작했는지 의심했을 것이다.“진우 씨, 어떻게 한 거야?”이청아는 업적들을 보고 얼굴에 경악이 가득했다.“내가 방금 말했어, 손기태 회장님와 친분이 있다고. 그래서 장 매니저님이 내 체면을 좀 살려준 것 같아.”유진우는 담담한 표정을
그날 오후, 조씨 별장.유진우가 전화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무장 군대가 조씨 별장 전체를 물샐틈없이 포위하고 있었다.백여 명의 조씨 가문 엘리트들이 문 앞에 선 채 무장 군대와 대치하고 있었고 그 어느 쪽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조씨 가족들은 잘 들어라. 지금 당장 흉악범을 내놓지 않으면 전부 같은 죄로 처리하겠다!”맨 앞에 선 장교가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가 어찌나 우렁차고 쩌렁쩌렁한지 메아리가 한참 울려 퍼졌다. 그의 뒤로 많은 병사들이 서 있었는데 저마다 싸늘한 표정으로 총을 들고 있었다. 장교의 명령 한마디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쏠 기세였다.“뭐야?”일촉즉발의 상황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멀쩡한 조씨 가문이 왜 갑자기 군부대를 건드린 거지?’“장교님, 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유진우가 다가와 물었다.“흉악범을 잡으라는 명을 받고 왔습니다. 연관이 없는 자들은 당장 물러가세요!”장교가 매섭게 호통쳤다.“유진우 씨, 왔어요? 얼른 안으로 들어오세요.”조씨 가문의 집사는 유진우를 단번에 알아보고 아랫사람더러 길을 내주라고 했다. 유진우가 안으로 들어온 후 다시 물샐틈없이 막아섰다.“안에 있는 자들은 잘 들어라. 계속 흉악범을 내놓지 않고 질질 끈다면 안으로 쳐들어가겠다!”장교의 마지막 경고에도 조씨 가문 엘리트 고수들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진우 씨, 큰 아가씨는 회의실에 계십니다. 저 따라오세요.”조씨 가문 집사는 장교의 경고 따위 안중에도 두질 않고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 그의 뒤를 따르는 유진우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그 시각 회의실 안에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조씨 가문의 핵심 인물들이 한곳에 모여 귓속말로 뭐라 속삭였다.조군해는 걱정 어린 얼굴로 몰래 한숨을 푹 내쉬었고 조군표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회의실 안에서 안절부절못했다. 그리고 조선미 등 몇몇은 정신을 잃고 쓰러진 조군수의 옆을 지켰다.“선미 씨, 대체
“아빠, 술을 마신 것 외에 다른 일은 더 없었어요?”조선미가 계속하여 캐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야?”조군수는 어안이 벙벙했다.“아빠, 기억을 잘 더듬어봐요. 그 어떤 것도 놓쳐서는 안 돼요.”조선미가 진지하게 말했다.“필름이 끊긴 것 같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대체 왜 그래?”조군수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아빠, 어젯밤에 안 부장관님의 딸이 죽었어요.”조선미가 생각지도 못한 얘기를 내뱉었다.“뭐? 죽었다고?”조군수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어떻게 그런 일이...”“구체적인 상황은 아직 몰라요. 하지만 밖에서 아빠가 안 부장관님의 딸을 죽였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조선미가 말했다.“내가 죽였다고?”조군수는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아니야, 말도 안 돼! 내가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사람을 죽일 리는 없어!”조군수의 주량이 별로이긴 했지만 술버릇은 없었다. 평소 술에 취하면 바로 잠자리에 들곤 했다.“저도 믿지 않아요. 하지만 아빠가 사람을 죽였다고 증언한 목격자가 있어요. 지금 안 부장관님의 군대가 별장 문 앞을 포위하고 있는데 당장이라도 쳐들어올 기세예요. 진짜 그런 적 없는지, 한 번 더 잘 생각해봐요.”조선미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부장관은 서울의 3인자다. 그의 명령 한마디면 조씨 가문을 무너뜨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진짜 기억이 안 나. 하지만 난 날 믿어. 난 절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야.”조군수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아이고, 셋째야, 네가 널 믿어서 무슨 소용이야? 문제는 안 부장관님이 믿질 않잖아.”조군해가 고개를 내저었다.“셋째야, 넌 생일 연회에 가서 무슨 술을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셔? 정말 자제력이라고는 하나도 없구나.”조군표는 한스러워하며 그를 꾸중했다. 가뜩이나 집에 처리해야 하는 일이 산더미라 골치가 아픈데 이런 사고까지 쳤으니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작은아버지, 정말로 작은아버지의 짓이라면 당장 가서 죄를 인정하세요.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지
“쳐들어왔다고?”조선미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당장 막으라고 해!”진실이 드러나기 전에 절대로 그들이 아버지를 잡아가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잠깐.”조군수가 나가려는 집사를 갑자기 불렀다.“들어오라고 해. 아무도 막지 마!”“아빠,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조선미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내 결백을 증명해야지.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두려워할 필요가 있어?”조군수의 목소리는 아주 우렁찼다.“하지만...”“저들을 막는다면 내가 죽어도 누명을 벗지 못할거야.”조군수가 진지하게 말했다.안 부장관과 공개적으로 맞선다는 건 가볍게 말해서 체포하려는 그에게 저항하는 것이고 심각할 경우 반란을 일으키는 거나 다름없다.조씨 가문은 그런 죄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셋째 말이 맞아. 억지로 버티는 것도 답이 아니야. 조씨 가문 제자들에게 전부 물러서라고 전해!”조군표가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네!”집사는 그의 말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조선미 일행은 시름이 놓이지 않았지만 지금 이런 때일수록 불난 집에 부채질하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군수는 어디 있어?”그때 제복 차림의 장교가 수많은 무장 병사와 함께 위풍당당하게 회의실 앞까지 쳐들어왔다. 정규군들이 내뿜는 살기에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했다.“제가 조군수입니다. 장교님, 무슨 일로 절 찾으십니까?”조군수는 덤덤한 표정으로 한 무리의 사람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부장관님의 딸을 성폭행하고 무참하게 살해한 조군수 당신을 잡으러 왔다!”장교가 싸늘하게 말했다.“헛소리하지 말아요. 우리 아빠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요. 당신들이 뭔가 잘못 안 거라고요!”조아영이 나서서 반항했다.“장교님, 우리 남편은 줄곧 품행이 단정하고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라 절대 그런 몹쓸 짓을 할 리가 없어요. 누군가 우리 남편을 모함한 게 틀림없어요.”진서현은 사리에 근거하여 힘껏 논쟁했다.“맞아요! 다른 사람이 족장님을 모함했어요.”조씨 가문 사람들도 너도나도
남편에 대한 믿음이 누구보다 두터웠지만 눈 앞에 펼쳐진 결과는 그녀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셋째야, 이게 다 무슨 일이냐!”조군해는 한스러워하며 노발대발했다.“이... 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 넌 족장 자리에 앉아있을 자격도 없어!”조군표는 분노를 터트리며 조군수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그의 몹쓸 짓 때문에 가문의 명성이 한순간에 밑바닥까지 떨어졌다.“아빠...”조선미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처음에 그녀는 아버지가 모함을 당했을 것으로 아주 확신했다. 하지만 증인과 물증이 떡하니 놓여있는 지금은 변명조차 할 수가 없었다.그 시각 조군수도 경악하긴 마찬가지였다. 영상 속의 얼굴이 누가 봐도 자신이였고 옷차림도 완전히 똑같았다.‘내가 진짜 술 먹고 사람을 죽였다고?’“풉!”조군수는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시뻘건 피를 토해냈다. 그의 얼굴에 핏기라고는 전혀 없이 창백했다.“아빠.”조선미가 본능적으로 부축하려 하자 조군수가 손을 들어 말렸다.“선미야, 미안하다. 나 때문에 너희들까지 피해를 보게 했어. 이런 몹쓸 짓을 저질렀으니 더는 살아서 너희들을 볼 면목이 없구나.”그러더니 장교의 총을 빼앗아 자신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죽음으로나마 속죄할 생각이었다.“아빠!”“족장님!”화들짝 놀란 사람들이 제지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탕!”총소리와 함께 총알이 조군수의 두피를 스쳐 지나면서 피가 살짝 흘렀다.사람들이 고개를 돌려보니 유진우가 발 빠르게 조군수의 총을 빼앗았던 것이었다.“아저씨, 아직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이러시는 건 너무 섣부르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유진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조군수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다행히 유진우가 반응이 빨랐기에 망정이지, 안 그러면 진작 숨을 거두었을 것이다.“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죠. 이런 극악무도한 죄는 목숨 정도는 내놓아야 속죄할 수 있다고요.”조군수는 그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평생 부끄
조군수가 체포된 후 조씨 가문이 발칵 뒤집혔다. 다들 조군수의 죄명을 벗기기 위해 인맥과 관계를 전부 동원했다.조군수는 족장으로서 조씨 가문의 체면을 대표한다. 강간 살인죄라는 게 사실로 밝혀진다면 조군수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조씨 가문 전체도 비난의 대상이 된다.조선미는 명령을 내린 후 믿을만한 몇몇 가족과 함께 그녀의 방에서 대책을 세웠다. 조씨 가문 전체가 한마음 한뜻이 아니었다. 첫째와 둘째 큰아버지는 서로 다른 생각을 품고 있어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이 일에 대해 다들 어떻게 생각해요?”조선미는 양쪽을 번갈아 보며 그들의 의견을 물었다.“아빠가 진짜 술에 취해서 그런 건... 아니겠죠?”조아영은 거의 울먹이듯 말했다. 영상을 보기 전까지 그녀는 아버지의 인품을 누구보다 굳게 믿었었다. 하지만 증거가 눈앞에 놓여있으니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네 아빠는 평소 주량껏 마시는데 왜 이번에는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셨을까?”진서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큰아가씨,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족장님을 빼내오냐는 거예요.”조 집사가 근심 어린 얼굴로 말했다. 아무리 봐도 죄명을 벗기는 건 불가능했기에 목숨부터 살리는 게 급선무였다.“진우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조선미의 시선이 그에게 머물렀다.“하필 지금 이 시기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건 절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아저씨를 모함한 게 틀림없어요.”유진우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우리도 그러길 바라요. 하지만 물증과 증인 모두 명백하게 있어서 아무도 믿지 않을 거예요.”조아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닐 수 있어요. 어떤 건 겉면만 봐서는 안 되거든요.”유진우가 고개를 내저었다.“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발견했어요?”조선미가 떠보듯 물었다.“역용술이라고 얼굴을 바꾸는 변장술이 있는데 누군가 역용술로 선미 씨 아버님의 얼굴로 변장하여 일부러 살인을 저지른 것 같아요.”유진우가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역용술이요?”사람들은 경악한 나
진산 기슭 아래, 포효와 함성 그리고 비명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유진우는 한 자루의 검을 들고 십만 대군 속을 종횡무진하며 검 끝이 닿는 곳마다 무적의 기세를 보였다.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수십 명이 피 웅덩이 속에 쓰러졌다.그러나 유진우가 아무리 격렬히 싸우고 있다고 해도 주변의 병사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많아졌다.밀려오는 파도처럼 한 무리를 척살하면 또 다른 무리의 병사들이 덮쳐왔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병사들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십만 대군이 가만히 서서 목을 길게 빼고 죽기를 기다린다 해도 사흘 밤낮으로 베어야 할 것이다.하지만 십만 대군은 모두 정예병들이었다.갑옷을 입고 방패를 든 그들을 처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유진우의 실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혼자서 십만 대군을 도륙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사람은 기계가 아니니 고강도의 싸움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었다.유진우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조금씩 체력이 소모됐다.단시간 내에는 눈에 띄지 않겠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로는 서서히 누적되고 기력은 점차 소진될 것이다.결국 유진우는 병사들의 인해전술에 의해 패배할 운명이었다.“흥! 죽여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문관옥은 멀리서 전투를 관전하며 냉소를 지었다.어차피 죽는 건 자기 병사가 아니니 그는 조금의 안타까움도 느끼지 못했다.‘실력으로 보니 많아야 만 명 적도 죽이는 게 한계겠네.’체력이 고갈되면 유진우는 곧 도살될 양처럼 무력해질 것이다.“1년 사이에 실력이 이 정도로 향상되다니 역시 남겨두면 안 될 불씨야.”부규환이 중얼거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유진우의 전투를 지켜보았다.유진우의 재능으로 볼 때 몇 년만 더 성장할 시간을 준다면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죽여라! 다 죽여라! 전진!”여덟 명의 지휘관이 병사들을 독려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전진하도록 지시했다.상부의 명령을 받은 그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
“죽여라!”500명의 정예병이 차량에서 뛰어내리며 앞으로 돌진했다.그때 대형 트럭의 측면 문이 열리며 빼곡히 들어있던 사람들이 드러났다.그들은 검은 전투복을 입은 채 가면을 쓰고 강철 검을 들고 있었다.하나같이 기운이 강대했는데 무도 고수가 분명했다.“돌격!”트럭 위의 가면을 쓴 남자가 장도를 휘두르자 트럭 안의 무사들은 주저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양측 병력은 곧바로 격렬한 혈투를 벌이기 시작했다.조무진의 병력이 더 많았다. 게다가 훈련도 잘되어 있어 공격과 방어가 일체화된 강력한 전력을 자랑했다.반면 가면을 쓴 암살자들은 다섯 명씩 조를 이루어 완벽한 호흡으로 협력하며 매우 맹렬하게 돌격했다.일순간 양측은 팽팽히 맞서며 승부를 가릴 수 없는 치열한 전투를 이어갔다.“진무사?”조무진은 자세히 살펴보다가 이내 단서를 발견했다.가면을 쓴 암살자들은 모두 정예 무사로 각별히 선발된 사람들이 분명했다.일반적인 무림 문파였다면 격전속에서 이토록 통일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없었다.오직 공식적이고 엄격한 훈련을 받은 무사만이 이러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연경 전체에서 봤을 때, 이 정도의 실력과 동기를 가진 집단은 진무사밖에 없었다.진무사까지 출동한 것을 보니 조무진은 사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때 500리 떨어진 한적한 산림 속.조홍연이 정예 병력 한 부대를 이끌고 산적 토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일부 저항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산적들은 정예군을 보자마자 쥐가 고양이를 보듯이 산채를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그들은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않았다.조홍연은 단 한 명의 병력 손실도 없이 가볍게 임무를 완수했다.“홍연 님, 산적들은 이미 도망쳤고 저희는 무사히 산채를 점령했습니다. 현재 전리품 정리 중입니다.”조홍연의 측근 중 하나인 여자 장군 공요가 다가와 보고했다.조홍연은 산채의 나무 성벽 위에 서서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에서 기쁨은 찾아볼 수 없었다.“홍연 님, 왜 그
홍군림이 백준을 막아서 검을 상대하고 있을 때, 다른 한편 동방의 진산에서 백 리 떨어진 곳에서 조무진이 정예병 500명을 이끌고 급히 진산으로 향하고 있었다.상황이 갑작스럽게 발생한 탓에 병력이 많지 않았지만 이 500명은 그의 직속 친위대로 구성된 강력한 전투력의 부대였다.안에는 적지 않은 무도 고수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만 명 규모의 일반 군사들과 맞서도 전혀 밀리지 않을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더 빨리! 더 속도를 내라! 반드시 최단 시간 안에 서하사에 도착해야 한다.”조무진은 차량에 앉아 연신 재촉하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의 이런 반응은 함께 차량에 타고 있던 두 명의 여자 부하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평소 조무진은 전쟁의 신으로 불리며 세상이 무너진다 해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담담히 대응하던 사람이었다.‘그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냉철한 판단으로 대응해 온 그가 지금 이토록 다급한 모습을 보이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조홍연 쪽은 어떠한가? 연락이 닿았느냐?”조무진이 갑자기 물었다.“아가씨는 가문 장로들에 의해 긴급 임무에 차출되어 현재로서는 연락이 닿지 않지 않아 일단 메시지를 남겨놓았습니다. 아가씨께서 돌아오시는 대로 즉시 지원하러 올 것입니다.”한 여자 부하가 답했다.“무슨 임무? 다 헛소리야! 늙은 놈들이 일부러 방해를 놓은 게 틀림없어!”조무진이 분을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이 중요한 시점에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조홍연을 멀리 차출보내는 건 조씨 가문에서 황가와의 충돌을 피하고자 유장혁이 죽는 것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행위였다.“도련님, 유 도련님께서는 복이 많으신 분이니 분명히 무사하실 겁니다. 너무 염려 마세요.”여자 부하가 조심스럽게 위로를 건넸다.“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조무진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지금 연경성은 이미 폭풍전야다. 황권 뒤에 숨은 세력들조차 움직이기 시작했어. 내 추측이 맞다면 10년 전의 그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 벌어질
그의 옷자락은 바람에 나부끼며 속세를 벗어난 듯 초탈한 기운을 뿜어냈다.보통 사람이 이 광경을 봤다면 곧바로 무릎을 꿇고 선인을 외쳤을 것이다.슉!흰옷의 검객이 열심히 목적지를 향해 가던 중 갑자기 하얀 보검 하나가 땅에서 솟구쳐 오르며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그 검은 마치 도전장을 내미는 듯했다.“누가 내 길을 막는 것이냐!”흰옷의 검객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검선 선배님의 검술이 뛰어나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들어왔습니다. 하여 후배가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이때 웃통을 벗은 준수한 청년이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라 하얀 보검 위에 가볍게 발을 디뎠다.허공에 떠오른 청년과 검이 검선 백준과 마주 섰다.“네 놈은 누구냐?”백준이 청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후배 검종, 홍군림이라 합니다. 천 리 길을 달려와 검선 선배님께 몇 수 가르침을 청하고자 합니다.”준수한 청년 홍군림이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인사했다. 그의 태도는 비굴하지도 오만하지도 않았다.“홍군림? 검종에서 천하를 누비며 다니는 자?”백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약간 놀란 기색을 보였다.“검종에서 절세의 천재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 보니 과연 소문대로네. 어린 나이에 대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니... 유장혁 그 자식보다 낫구나.”“선배님, 과찬입니다.”홍군림의 얼굴에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홍군림, 오늘 중요한 일이 있으니 정말 가르침을 청하려 한다면 다음 기회로 미뤄라.”백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다음을 기약하기보다 어렵게 만났으니 이번 기회에 부디 선배님께서 가르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홍군림은 물러서지 않았다.“네 말은 일부러 날 막고 있다는 거냐? 설마 검종이 호룡각이 부리는 개가 된 것은 아니겠지?”백준의 얼굴이 서서히 차가워졌다.“제 행동은 검종과도, 호룡각과도 무관합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흥미일 뿐입니다.”홍군림은 담담히 대답했다.“저는 세 살 때부터 검을 익혀 검도의 극한에 이르렀습니다. 선배님의 검이 빠를지 제 검이 빠를지
“뭐라고?”부규환의 말에 유진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유진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만수는 서경에 머물면서 막대한 병력을 쥐고 있을 뿐 아니라 주변에는 실력 있는 고수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너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호룡각의 세력이 아무리 막강하다 해도 서경왕부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호룡각이 눈엣가시 같은 서경왕부의 존재를 참을 리가 없었다.호룡각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은 서경왕부를 상대하기에 껄끄러웠기 때문이었다.다시 말해 유만수가 건재한 서경왕부의 세력은 절대 약화하지 않을 것이며 호룡각또한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세력이라는 뜻이었다.그러나 부규환의 말투를 보니 지금은 상황이 이미 많이 바뀐 듯했다.“도련님,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부규환이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호룡각은 10년간 치밀하게 준비해 왔습니다. 언젠가 서경왕부를 제거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제 그날이 머지않았습니다.”“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거야!”유진우가 외쳤다.“도련님,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차피 오늘 살아서 나갈 수 없을 테니까요.”부규환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흥! 나를 죽이려고?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야!”유진우가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아무리 숨겨둔 병력이 많다고 해도 나도 혼자 온 게 아니다! 지원군이 오고 있으니 누가 이길지는 두고 봐야겠지.”“도련님의 계획은 이미 호룡각에 간파되었습니다. 말씀하신 지원군은 아마 오늘 도착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의 도련님은 저희 수중에 들어온 먹잇감에 불과합니다.”부규환이 담담하게 말했다.“하하하, 유장혁! 설마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겠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고 실력이 강하더라도 죽음은 피할 수 없겠구나!”문관옥이 참지 못하고 조소를 터트렸다.경천 랭킹 10위에 오른 강자가 직접 나섬과 더불어 10만 외성 군의 정예병을 내세웠으니 유장혁이 아무리 숨겨둔 비장의 수가 있다고 해도 마지막 발버둥
왜 무림에는 고수들이 넘쳐나고 강자가 끊임없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공무원과 정면으로 맞서지 못했는지를 사람들은 이제야 알았다.그 이유는 실력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수십만 대군이 밀고 들어오면 설령 하늘을 찌르는 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어떤 문파라도 관군의 정예 병력과 대적하게 되면 결국 멸망의 길을 걷게 될 뿐이다.“포위하라!”명령과 함께 10만 대군이 안팎으로 유진우와 일행을 완전히 둘러쌌다.병사들은 각자 창과 칼을 들고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으며 살기 가득한 기운이 사방을 압도했다.“나는 옥면 군신 무관옥이에요. 팔방제후는 어디 있어요?”그 순간 무관옥이 앞으로 나와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다.초품 군신의 위엄을 지닌 그는 이품 고급 장교에게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처럼 느껴졌다.팔방제후로 불리는 실권자들도 무관옥의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의 질문은 대답 없이 공허하게 메아리쳤고 병사들은 오직 무표정하게 대형을 유지하며 무관옥을 무시했다.“이게 무슨 일이죠? 당신들의 고급 장교 어디 있는 거예요?”무관옥은 불만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무관옥은 30만의 백호랑을 연경으로 보낼 수 없지만, 군신으로서 어떠한 고급 장교도 그를 보고 정중하게 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군신님, 오늘 외성군의 지휘는 제가 맡고 있습니다.”그때 중앙 대열에서 하얀 옷을 입은 얼굴 창백하고 수염이 없는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노인의 키는 훤칠하고 체격은 마른 편이며 날카로운 음성이 다소 섬뜩하게 들렸다.“부 내관님?”부 내관을 본 순간 무관옥의 눈동자가 급격히 수축하였다. 좀 전까지 드러냈던 거만한 태도는 순식간에 사라졌다.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비록 관직은 높지 않지만, 그 지위는 매우 특별한 존재였다.그는 천자의 측근이자 대내 제1고수로 꼽히는 인물이고 경천 랭킹 10위에 오른 절정 고수 부규환이었다.“군신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문제는 이제 제가 처리하겠습니다.”부규환은 고개를 살
문관옥이 어찌 할 바를 몰라 할 때 발밑의 땅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와 함께 약간의 ‘쿵쿵’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지진이 난 건가?”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무관옥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자 후방의 산림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수천, 수만의 병마들이 나타나 있었다.눈길이 닿는 곳마다 빽빽하게 가득 찬 병마들로 산과 들이 전부 뒤덮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거대한 병력은 하나로 합쳐진 단일 부대가 아니었다.오히려 여덟 개의 정예 부대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몰려들고 있었다.땅의 진동은 바로 이 여덟 부대가 달려오며 만들어낸 소리였다.“저거 봐요! 저게 뭐예요?”“맙소사! 엄청난 규모잖아요! 산 전체가 덮일 것 같아요!”“저기 깃발을 봐요. 우리 지원군인 것 같아요!”“뭐라고요? 지원군이 왔다고요? 정말 잘됐어요!”사람들은 상황을 자세히 살핀 뒤 크게 기뻐하며 외쳤다.너무나 강력한 힘을 지닌 유장혁을 그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더 많은 병력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했으며 그들이 바라던 대로 엄청난 지원군이 도착한 것이다.사람을 압도하는 수적 우위로 유장혁을 포위하거나 아니면 절대 강자가 나서서 그를 제압해야만 했다.현재 이곳에 도착한 방대한 군력은 무려 10만에 달했다. 사람마다 한 개 기술을 써도 유장혁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팔방제후에요! 팔방제후의 병력이 도착했어요!”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무관옥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연경에는 세 개의 주요 군사력이 존재한다. 첫째는 치안을 유지하는 성위군 둘째는 자금성 안에서 황족을 보호하는 금위군이다.그리고 셋째가 바로 외성에서 제8대 총수가 지휘하는 특수 군대인데 이는 연경의 안전을 지키고 반란이나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대이다.팔방 제후라고 불리는 이 총수는 높은 관직이 아니지만, 실제 권력은 거의 제1제후와 맞먹는다.그래서 이들은 종종 ‘팔방제후’라는 존칭으로 불리며 고위 관료들도 이들에게 함부로
“으윽!”전신 법상이 산산조각 난 순간 한비영은 마치 심각한 타격을 입은 듯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몸은 힘이 빠진 듯 휘청거렸다. 마치 기운을 전부 뺏긴 것 같은 모습이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내가 졌다고?”한비영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그는 늘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있었고 어떤 천재가 나타나더라도 그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자신이 무적이라 믿었고 누구도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으리라 자부했다.그러나 오늘 한비영은 아주 처참하게 패배했다.천신사상결의 모든 기술을 남김없이 펼쳤지만, 결국 상대를 넘지 못했다.반면 유장혁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매 순간 정면으로 맞섰다.이번 싸움은 오직 절대적인 힘과 기술의 대결이었고 속임수 같은 건 없었다.결과적으로 한비영이 졌고 유장혁은 강력한 실력으로 천신사상결을 완전히 깨부수며 자신의 불패 신화를 끝장냈다.한비영은 자신이 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맙소사! 유장혁이 이겼다고요? 유장혁이 한비영을 이겼다고?”“천신사상결을 막아낸 사람이 있다니 이건 기적이에요!”“이게 바로 전설 속의 천재인가? 정말 두렵군요!”“...”유장혁이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유장혁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경악했다.한비영마저 이길 수 없다면 이들 중 유장혁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젠장! 천하회의 도련님이라는 사람인데 이런 망신을 당하다니!”문관옥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문관옥은 한비영과 유장혁이 서로 치명적인 상처 입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한비영은 이미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유장혁은 멀쩡한 상태였다.유장혁이 얼마나 숨겨온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천신사상결은 정말 대단한 기술이에요. 도련님께서 대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면 나는 이 기술을 막지 못했을지도 몰라요.”유장혁은 담담히 말
“왔다! 드디어 천신사상결의 최강 필살기가 나왔어요!”“전설에 따르면 전신의 분노를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죠. 오늘 우리가 그것을 직접 볼 줄은 몰랐어요!”“천신사상결에 의해 죽는다면 그 또한 유장혁의 명성에 어울리는 최후가 될 것 같아요.”“...”공중에 떠올라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낸 한비영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두려움과 경외심에 휩싸였다.천신사상결은 천하회의 종주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필살기로 무림의 5대 필살기 중 하나로 꼽힌다.사람들은 그저 소문으로만 들어왔을 뿐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조금 전 보여준 세 가지 기술만으로도 이미 천지개벽할 정도였는데 이제 마지막 기술이 펼쳐질 순간이었다.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었다.“전신의 분노!”공중에 떠 있는 한비영이 갑자기 포효했다.순간 한비영의 몸에서 전신 법상이 폭발적으로 나타났고 순식간에 키가 30미터가 넘는 거대한 거인으로 변했다.유진우는 그 발끝에서 마치 개미처럼 보잘것없어 보였다.마치 발을 한 번 내디디기만 해도 간단히 짓밟힐 것처럼 보였다.“검법 파장술!”한비영은 천천히 손을 들어 던지는 자세를 취하더니 거칠게 손을 아래로 내리눌렀다.그의 머리 위 거대한 법상 역시 똑같은 동작을 취했지만, 그 손에는 푸른 번개로 뒤덮인 거대한 창이 들려 있었다!“쿵!”번개 창은 마치 미사일처럼 유진우를 향해 내리꽂혔다.순식간에 천지가 뒤바뀌고 공간이 뒤틀렸다.극에 달한 공포스러운 위압감이 순식간에 온 사방을 덮쳤다.마치 하늘에서 신이 벌을 내려주듯 사람들을 공포와 전율로 몰아넣었다.번개 창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그 강력한 힘은 이미 대지를 붕괴시키고 바위를 산산조각 냈다. 백 미터 이내에 있던 풀과 나무는 모두 먼지로 변했다.멀리서 지켜보던 무사들은 겁에 질려 연신 뒤로 물러나며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강린!”번개 창이 내려오는 순간 유진우의 몸에 새겨진 강린 문신이 갑자기 빛을 발했다.검은 불빛이 그의 몸에서 터져 나와 거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