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녀석, 도대체 정체가 뭐지? 어떻게 관씨 부자를 데려올 수 있지?”성큼성큼 걸어오는 관철, 관동을 보며 사도현은 자신도 모르게 머리가 무뎌졌다.이 두 분은 모두 명성이 자자한 최고의 고수이다. 둘 다 일대 백에 맞설 수 있다.평소 쉽게 나오지 않는 두 분을 모시기란 쉽지 않다.“오빠, 관씨 부자가 누구야? 대단한 사람이야?”단소홍이 옆에서 물었다.“어찌 그뿐이겠어? 저 두 사람은 엄청난 존재야. 특히 관철이라는 사람은 보통이 아니야. 사람을 죽이는 게 식은 죽 먹기지. 그들의 손에 죽은 사람이 백 명은 아니어도 팔십은 될걸!”사도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 있었다.시크릿 그룹의 주요인물로서 무림 세계의 일에 대해 그도 당연히 좀 알고 있다.“어? 이렇게 무섭다고!”단소홍은 목을 움츠리고 곧바로 사도현 뒤로 숨었다.장경화 일행도 비록 아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 멀리 떨어져 서 있었다. 자칫 자기에게 불똥이 튈까 봐 걱정했다.무림인들의 세계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관씨 부자의 기개로 보아 선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이런 사람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이놈아, 관씨 부자를 건드렸으니 오늘 너는 죽겠다!”깜짝 놀란 사도현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유진우 때문에 공연히 얻어맞아 마음이 매우 언짢았다. 게다가 자신의 주목도 빼앗겼으니 더욱 원망스러웠다.하지만 지금 상대방이 재수가 없는 것을 보고 하마터면 손뼉을 칠 뻔했다.“인마! 아무리 네 주먹질이 대단해도 관씨 부자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야.”도석현이 우스꽝스럽게 웃었다.“저들이 그렇게 대단해?”유진우가 한마디 되물었다.“뭐야? 관씨 부자도 모르냐?”도석현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이내 말을 뱉었다.“그래, 그럼 오늘 내가 너에게 정중히 소개해 줄게, 네가 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까지 말이야! 이 젊은 사람은 관동이야, 언더랭킹 13위 고수이지. 그리고 아버지 관철은 더욱 대단한 인물이야, 지금 서열 2위다! 2위라는 게 무슨 개념인지 알아? 선천
그저 상대적으로 봤을 때 그의 주먹은 관동보다 훨씬 작았다.“죽고 싶냐?”관동은 신음을 내며 다시 팔에 힘을 주자 내력이 뿜어져 나왔다.쾅!폭발음과 함께 두 사람의 주먹이 강하게 부딪혔다. 유진우는 꿈쩍도 하지 않고 서 있었지만, 발 아래 땅은 심하게 갈라졌다.반면 관동은 부딪히는 순간, 짧게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서 튕겨져 나가 벽에 세게 부딪혀 움푹 들어간 자국을 냈다. 다만 관동의 맞서 싸운 팔과 주먹은 이미 피로 물들었고, 뼈가 부서져 더는 움직일 수 없었다. 관동은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끝내 피를 뿜었다. 온 몸이 진흙처럼 벽을 따라 천천히 주저앉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이 장면을 보고 도석현은 당황스러웠다.관동은 관철만큼은 못 하지만 어쨌든 언더랭킹 13위의 고수이다. 그런 존재가 유진우의 주먹에 날아갔다.‘이 녀석, 진짜 그렇게 대단한가?’ 중상을 입고 쓰러진 관동을 보며 관철은 저도 모르게 이마를 찌푸렸다. 쉽게 해치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강한 상대를 만났다.그의 아들을 한 방으로 물리치는 실력이라니, 그렇다면 유진우의 실력은 그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진지하게 대해야겠군.’ “젊은이, 실력이 꽤 괜찮군. 그대의 스승은 누구신지?”관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히 무림에서 훌륭한 명문 출신이겠지. 혹시나 건드릴 수 없는 존재를 건드리면 곤란해지니까 미리 잘 확인해 봐야겠다.’ “파벌같은 거 없어요.”유진우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파벌이 없다고?” 관철이 눈을 번쩍였다. 사실이라면 조금 무서웠다.“젊은이, 당신은 재능이 있는 것 같군. 난 당신을 죽이고 싶지 않아. 오늘, 도석현에게 사과한다면 당신을 용서해 주지. 어때?”관철이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래된 무림고수인 그에겐 자연히 자신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있었다.하지만 상대의 정체를 알 수 없다면 건드리지 않는 편이 낫다.“관 사부님, 무슨 말씀이세요?
“객경 어르신을 뵙습니다.”모두의 주목 속에서 관철은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고 양손에 주먹을 안은 채 존경의 표정을 지었다.황보 가문의 권술사란 까놓고 말하면 그저 고급호위이다.그러나 객경은 전혀 달랐다. 그것은 늙은 맹주 다음으로 큰 존재였다!누구든 만나면 유진우를 선생이라고 존칭을 써야 한다.황보 집안의 객경령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겨우 두서너 명이다. 그리고 그걸 가진 사람은 다 위세 높은 사람들이다!유진우가 객경령을 받은 것으로 그의 실력과 가치를 증명하기에 충분했다.“어...”갑자기 무릎을 꿇는 관철을 보고 모두들 아연실색했다.하나같이 입을 떡 벌리고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저 사람은 유명한 관 사부님이자 언더 랭킹 2위의 고수이다. 평소 어딜가든 존경받고 만인이 우러러보는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런 거대한 사람이 유진우에게 무릎을 꿇다니!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지?사도현과 도석현은 어리둥절했고 단소홍 일행도 서로 쳐다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유진우가 아무렇게나 던진 옥패에 한 사람이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그녀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사실 유진우 자신도 관철이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보아하니 이 황보 집안의 객경령은 확실히 보통이 아닌 것 같았다.“관, 관 사부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도석현은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기 시작했다. 그가 관철을 청한 것은 자신을 위해서지, 남에게 무릎을 꿇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어르신, 아까는 소인이 안목이 짧았습니다. 방금 무례하게 굴었다면 너그러이 양해해주십시오.”관철은 도석현을 전혀 상대하지 않고 여전히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나기 시작했다.황보 가문의 객경령은 세력뿐만 아니라 숭고한 신분을 대표한다. 상대의 말 한마디로 사람을 증발시킬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됐어요. 당신도 다른 사람을 대신해 일을 하는 거니까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으니, 오해로 마무리할게요.”적어도 방금 관철은 그에
젓가락이 화살처럼 날아가, 도석현의 팔을 관통했다. “으악!”그는 비명을 지르며 식은땀을 흘렸다. “기억해, 다음에는 손 하나로 끝나지 않을 거야.”유진우가 경고했다.“너... 너 두고봐!”도석현은 피가 멈추지 않는 팔을 감싸 쥐고 황급히 달아났다. 전에 어느 만큼 잘났으면, 지금은 그만큼 처참하다. “진우 씨, 방금 당신이 꺼낸 게 뭐야? 왜 그 사람이 보자마자 놀라서 바로 무릎 꿇었어?”도석현이 떠난 후, 이청아는 드디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다른 이들도 말은 안 했어도 궁금한 표정이었다. “아, 이틀 전에 환자 한 명을 구했는데, 그 사람이 나에게 허리에 두르는 요패를 줬어. 곤란한 상황에서 목숨을 건질 수 있대. 이거 생각보다 정말 효과가 있네.”유진우는 웃으며 말했다.“오? 이런 좋은 일도 있어?” 이청아는 상당히 놀랐다. 조금 전까지만해도 그녀는 상대방에게 큰 재앙이 닥칠 거라고 생각했다.“흥! 얼마나 대단한가 했더니, 뭐야 그냥 다른 사람의 덕을 본 것뿐이네!”사도현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유진우의 행동으로 그는 자신의 체면이 깎였다고 생각했다.‘어떻게 저런 놈에게 주목을 빼앗길 수 있지? 나 같은 사람이 저 녀석에게 밀리다니.’“유진우, 인정은 사용하면 없어져, 자기 스스로 능력을 갖추어야 하지. 그러니 너 너무 건방지게 굴지 마, 다음에는 이렇게 운 좋을 수 없을 거야!”단소홍도 인정하지 않았다.‘내 남자가 제일 우수해, 돌팔이 의사가 뭐야...” “그래, 아마도.”유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변명할 생각도 안 했다. 샘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나 있다. “진우야, 너 이 영패 진짜 예쁘네, 며칠만 좀 빌려줘.”장경화는 유진우가 손에 들고 있는 객경령을 보며 눈이 반짝였다. 객경령 하나가 사람의 무릎을 꿇게 만들었으니, 그녀는 자신이 소유하게 된다면 다른 사람 앞에서 자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이 객경령은 주인이 있는 물건이에요. 사모님을 줘도 쓸 일도 없을 거예요, 오히려 곤란한 일을
“청아 씨도 알겠지만 난 그저 쌈박질이나 좀 할 줄 알지, 안보팀 부장인지 뭔지는 해본 적도 없어. 나한테 그런 일을 맡겨도 괜찮겠어?”유진우가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쌈박질과 병을 치료하는 건 그래도 재능이 있었지만 회사 관리직을 맡으라는 건 능력 이상의 일을 무리하게 떠맡기는 거나 다름없었다.“싸움만 잘하면 돼.”이청아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다른 건 할 필요 없어. 당신은 안전 문제만 책임지면 돼. 그러는 김에 나도 좀 지켜주고.”“그건...”유진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흥, 하기 싫으면 됐어.”이청아는 일부러 삐진 척했다.“앞으로 다른 사람이 날 해치면 그냥 죽지, 뭐. 큰일도 아닌데.”“그리 심각하진 않잖아.”유진우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응, 심각하진 않아. 이씨 그룹의 자산이 수조 원이라서 많은 사람이 눈독 들이고 있어. 난 새로 회장직에 부임했으니까 당연히 지켜줄 필요가 없지. 어느 날 갑자기 암살당하면 그때 가서 시체나 잘 걷어줘.”이청아가 말했다.“그런 무서운 소리 하지 마. 내가 하면 되잖아.”유진우가 씁쓸하게 웃었다.‘이 여자 이젠 심술까지 부리네.’“진우 씨, 억지로 동의할 필요 없어.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해.”이청아의 말투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억지로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후회하지도 않아.”유진우는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알았어. 당신이 하겠다고 했어. 내가 강요한 거 아니다?”이청아는 마치 봄바람을 맞고 활짝 핀 꽃처럼 바로 환하게 웃었다.“아무리 생각해도 당신 꾀에 넘어간 것 같아.”유진우는 어이가 없었다.“영광인 줄 알아. 다른 사람은 내 꾀에 넘어가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이청아는 우쭐거리며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내가 당신한테 뭐 나쁜 거 시키는 것도 아니고. 오늘 선물은 이걸로 줄게.”그러고는 발뒤꿈치를 살짝 들고 유진우의 볼에 쪽하고 입맞춤했다. 그녀의 향기가 코끝을 스친 순간 유진우는 온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았다.“청아 씨, 당신 나쁜 것만 배우는 것 같아
“유진우 씨요.”“유진우? 들어도 못 봤어. 여기서 거치적거리지 말고 당장 꺼져!”경호원이 날카롭게 호통쳤다.황보 가문에 매일 선물을 보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이런 상황은 늘 있는 일상이었다.“하지만 진우 씨가 이걸 꼭 황보걸 도련님께 전해드리라고 하셨어요.”황백이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사람 말귀 못 알아들어? 꺼지라고.”경호원이 짜증 섞인 말투로 쏘아붙였다.“먼저 가서 도련님께 보고하는 건 어떨까요?”황백은 겁먹은 듯 한껏 움츠러들었다.“네가 뭔데 보고하라 말아야? 당장 꺼져. 안 그러면 가만 안 둬!”경호원이 싸늘하게 말했다.“무슨 일인데 이렇게 시끄러워?”그때 우람한 체격의 한 남자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 조금 전까지도 노기등등하던 경호원은 그를 보자마자 바로 웃으며 깍듯하게 말했다.“황보곰 도련님, 별일 아닙니다. 웬 거지가 대문 앞에서 알짱거리면서 황보걸 도련님께 선물을 드리겠다고 해서요. 지금 당장 쫓아내겠습니다.”“잠깐!”황보곰의 시선이 황백에게 머물렀다.“황보걸을 알아?”“모릅니다.”황백은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유진우 씨가 황보걸 도련님께 약주를 전해드리라 해서요. 제발 어떻게 좀 안 되겠습니까?”“유진우?”황보곰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유진우의 사람이었구나.”“진우 씨를 아시나 봐요? 정말 다행이에요.”황백은 구세주를 만난 줄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다행이긴 하지.”황보곰이 차갑게 웃었다.“이 약주를 황보걸한테 줘야 한다고?”“네, 맞습니다.”황백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술 안에 독을 탄 건 아니겠지?”황보곰이 실눈을 뜨고 물었다.“독이요?”황백은 화들짝 놀라다가 이내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이 술은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약주인데 독이라니요.”“독이 없으면 어디 한번 마셔봐 봐.”황보곰이 조롱 섞인 웃음을 지었다.“이건 황보걸 도련님의 술입니다. 저같이 비천한 신분인 사람은 마실 자격도 없어요
해 질 무렵 유진우가 양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황백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평소였다면 이 시간쯤 황백은 이미 밥상을 차리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밖에 있다고 해도 전화해서 물어볼 정도로 지극정성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밥도 하지 않았고 그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게 어딘가 이상했다.한창 의문에 잠겨있던 그때 휴대 전화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황은아가 걸어온 전화였다.“아저씨, 큰일 났어요! 아빠한테 사고가 생겼어요!”그녀의 말투가 조급하게 들렸다.“사고? 무슨 일인데?”유진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방금 병원에서 전화 왔는데 아빠가 다른 사람한테 맞아서 중상을 입었대요.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대요!”황은아가 말했다.“아저씨처럼 자상한 분이 어떻게 맞을수 있어?”유진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황백은 행동거지가 늘 조심스러웠고 누굴 만나든 깍듯하게 예의를 차렸다. 그런 사람이 누군가와 원한이 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구체적인 상황이 어떤지는 저도 잘 몰라요. 저 지금 차 타고 병원으로 가고 있어요.”“어느 병원이야?”“남주 병원요.”“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유진우는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외출했다. 그렇게 20분도 채 안 되어 병원에 도착했다.그 시각 병실 안.황백은 이목구비를 제외한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고 겨우 숨이 붙어있었다. 황은아는 어쩔 줄 모른 나머지 발만 동동 굴렀다.17살짜리 고등학생이 언제 이런 일을 겪어봤겠는가? 유일한 가족이 이 지경이 되도록 맞았으니 침착함을 유지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은아야, 아저씨 어떠셔?”그때 유진우가 미친 듯이 병실 안으로 달려왔다.“아저씨, 드디어 왔네요.”황은아는 마치 구세주라도 본 것처럼 다급하게 말했다.“아까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골절상이 많고 내장도 파열됐대요. 게다가 피부에 상처도 가득한 걸 봐서 아무래도 고문을 당하신 것 같대요.”“고문?”유진우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혹시 예전에 누굴 건드린 적이 있었어?”“아니요
유진우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그러니까 황보 가문 사람이란 말이죠?”좋은 마음으로 황백에게 황보용명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주를 가져다주라고 했는데 황보 가문에서는 고마워하기는커녕 되레 사람을 이 지경으로 때렸다.무슨 이유에서든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넘어가서는 안 되었다.“아저씨, 죄송해요. 이게 다 제 탓이에요.”유진우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제가 술을 가져다주라고 부탁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모진 일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아닙니다. 이건 진우 씨 탓이 아니에요. 다 제가 운이 나빠서 그런 거예요.”황백이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아저씨, 제가 꼭 복수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아저씨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구든, 꼭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유진우는 굳게 맹세했다.“진우 씨, 황보 가문은 우리가 함부로 건드릴 만한 그런 가문이 아니에요. 절대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말아요.”황백이 갑자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가 혼자 맞으면 됐지, 이 일로 유진우에게 피해를 준다면 목숨으로도 속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아저씨는 병원에서 마음 편히 치료만 받으시면 돼요.”유진우는 상처 치료제 한 알을 꺼내 황백에게 조심스럽게 먹이고는 자리를 떠나려 했다.“아저씨, 어디 가요?”황은아는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밀려왔다.“아저씨를 이렇게 만든 놈들한테 복수하러 간다.”유진우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아저씨 잘 보살펴.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한테 전화하고.”그러고는 바로 자리를 떠났다.30분 후, 황보 저택 대문 앞.눈앞의 높고 커다란 대문을 본 유진우의 낯빛이 어둡기 그지없었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거기 서! 너 누구야?”경호원이 그를 보자마자 소리 높이 외쳤다.“오늘 너희들이 여기서 계속 대문을 지켰어?”유진우가 싸늘하게 물었다.“그런데?”경호원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기고만장했다. 유진우의 행색을 보더니 귀한 재벌은 아닌 것 같아 함부로 대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