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주먹 한 방에 죽은 동료를 본 나머지 경호원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유진우가 이토록 잔인한 사람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황보 가문의 사람을 죽였다는 건 황보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은 게 분명했다.“무엄하다!”“아주 간덩이가 부었구나!”“감히 황보 가문 사람을 죽여?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놀라움도 잠시 경호원들은 일제히 칼을 뽑아 들고 분노를 터트렸다. 하지만 유진우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좌우를 번갈아 보았다.“너희들도 황백 아저씨를 때렸어?”“뭐?”순간 움찔한 경호원들은 마치 맹수의 먹잇감이 된 순한 양처럼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뭔가 잘못됐음을 알아챘다.이곳은 황보 저택이고 상대는 고작 한 명인데 뭐가 두려울 게 있겠는가?“인마!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멈춰. 안 그러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아!”왼쪽에 서 있던 경호원이 두 발짝 앞으로 나서서 흉악하게 말했다.“퍽!”유진우가 발로 그를 걷어차자 경호원은 벽에 부딪혀 피를 흘리면서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너 이 새X...”오른쪽에 서 있던 경호원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가 달려들자 유진우는 이번에도 가차 없이 킥을 날렸다. 그 경호원은 휙 날아가 벽에 꽂혀버렸다.눈 깜짝할 사이에 경호원 네 명 중 한 명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경고하는데... 함부로 움직이지 마!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동료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마지막 경호원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고 두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너에게 기회를 줄게. 가서 황보곰 불러와.”유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알았어. 여기서 딱 기다려.”경호원은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황급히 안으로 달려갔다.잠시 후, 백여 명의 사람들이 저택 내부에서 살기등등한 기세로 우르르 몰려나왔다.“어떤 미친놈이 감히 황보 저택에서 행패를 부려?”황보곰이 활개를 저으며 맨 앞에서 걸어왔고 그의 뒤로
양측의 거리가 수십 미터쯤 되었을 때 유진우는 두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힘껏 뛰어올랐다.“쿵!”바닥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고 유진우는 마치 폭탄처럼 인파 속으로 날아갔다.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졌고 바닥은 온통 붉은 피로 물들었다.그 와중에 진기까지 더해진 바람에 엘리트 경호원들은 유진우에게 손끝 하나 대기도 전에 뿔뿔이 날아가고 말았다.경상을 입은 자는 손발이 부러진 정도였고 심하게 다친 자는 즉사하고 말았다. 유진우의 상대가 될만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그 순간 유진우는 마치 순진한 양 떼에 뛰어든 호랑이처럼 마구 공격을 퍼부었고 아무도 그를 막을 수가 없었다.단 몇 분 사이에 백여 명의 엘리트 경호원들이 절반이나 쓰러졌다.“젠장! 저 자식 꽤 실력 있네?”미쳐 날뛰는 유진우를 보며 황보곰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황보 가문의 엘리트 경호원들은 일일이 엄선한 뛰어난 인재였다. 그런데 힘없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니 순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도련님, 제가 본 게 맞다면 저 자식 아무래도 본투비 레벨 고수인 것 같습니다.”검은 옷의 경호 팀장이 불쑥 입을 열었다.“본투비 레벨 고수? 너도 본투비 레벨 고수잖아. 이길 자신 있어?”황보곰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황보 가문의 경호 팀장이 되려면 적어도 선천무사여야 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도련님. 제가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경호 팀장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좋아! 이따가 죽이진 말고 쥐어패기만 해. 내가 천천히 놀아줄 생각이거든.”황보곰이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알겠습니다!”경호 팀장도 따라 웃었다.두 사람이 얘기하던 사이 전세는 점점 가라앉았고 백여 명의 경호원들 전부 맥없이 바닥에 쓰러졌다.다칠 사람은 다치고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도 수두룩했다. 귀청을 때리는 비명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짝짝짝...”경호 팀장은 손뼉을 치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갔다.“네놈이 실력이 있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아쉽게도 넌 오늘
주변을 둘러보던 유진우는 자신이 완전히 포위됐다는 걸 알아챘다. 시커먼 옷을 입은 그들 모두 황보 가문의 엘리트 경호원들이었다.인파 속에는 익숙한 얼굴도 있었는데 황보걸과 황보추가 놀란 얼굴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진우 씨?”현장에 도착하여 둘러보던 황보걸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누군가 저택에 와서 행패를 부린다는 소리에 어떤 놈이 주제도 모르고 나대나 생각했었는데 유진우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네놈이었어?”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황보추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간덩이가 아주 단단히 부었구나. 감히 내 아들을 다치게 해? 당장 풀어주지 못해?”“풀어줘!”“당장 풀어주라고!”황보 가문의 엘리트들이 기고만장하기 시작했고 저마다 살기를 내뿜으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지원병이 도착하자 조금 전까지 당황하던 황보곰은 이내 허리를 곳곳이 펴고 시건방을 떨었다.“아까 엄청 나대더니 왜 갑자기 찍소리도 못해? 고작 이 정도에 놀란 거야? 솔직하게 얘기할게. 지금 네 앞에 나타난 이 사람들은 황보 가문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네가 실력이 좀 있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그래서 뭐? 우리 황보 가문에는 고수가 줄지어 있고 강자도 수없이 배출했어. 널 죽이는 건 개미 새끼 한 마리를 죽이기보다 더 쉬워. 지금 너한테 기회를 줄게. 당장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신발을 깨끗하게 핥는다면 목숨은 살려줄게.”황보곰은 일부러 자기 신발에 피 묻은 가래를 퉤 하고 뱉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어?”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하하... 날 건드릴 수 있겠어? 두 눈 똑바로 뜨고 봐봐. 주변에 전부 다 내 사람들이야. 함부로 움직였다간 뼈도 못 추릴 줄 알아!”황보곰은 상대를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날카롭게 웃었다.“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구나. 그래도 괜찮아. 인과응보가 뭔지 제대로 보여줄게.”유진우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황보곰의 무릎을 걷어찼다. 뚜두둑 소리와 함께 황보곰의 무릎이 반대 방향으로 90도 꺾이고 말았다. 뼈가 살가죽을 뚫고 나
하지만 은침을 찌른 후로 황보곰이 느끼는 고통은 순식간에 배가 되었고 비명도 더 처참해졌다.“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 우린 너와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하는 건데?”한바탕 포효한 후 황보추는 되레 침착해졌다. 하지만 눈빛에 담긴 살기는 점점 더 짙어졌다.“아무런 원한도 없다고요? 당신 아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알아요?”유진우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내 아들이 무슨 짓을 했든, 그게 네가 여기서 횡포를 부려도 되는 이유가 안 돼.”황보추가 무섭게 쏘아붙였다.“역시 당신들은 다 똑같아요. 막무가내인 사람들한테는 매가 답이라니까.”유진우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3일 줄게요. 3일 내로 당신 아들더러 피해자한테 가서 사과하라고 해요. 안 그러면 그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겁니다!”“이 자식아,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무사히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황보 가문이 무슨 공공화장실인 줄 알아?”황보추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내가 남겠다고 하면 당신들은 날 내쫓지 못할 것이고 내가 가겠다고 하면 절대 잡지도 못해요.”유진우는 황보곰을 발로 걷어차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저 자식을 죽여버려!”황보추는 시뻘게진 두 눈으로 포효했다.“죽여!”황보 가문의 엘리트들이 우르르 달려갔다. 만약 황보곰이 그의 손에 잡혀있지 않았더라면 진작 공격했을 것이다. 이젠 인질도 없겠다, 드디어 마음껏 공격할 수 있었다.감히 황보 가문에서 행패를 부린 자는 살아서 대문을 나간 사람이 없다. 설령 예수라고 해도 불가능했다.10분 후...“쿵!”마지막 경호 팀장이 바닥에 쓰러진 순간 황보추 등 일행은 완전히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먼 곳에 우두커니 서 있는 유진우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마치 괴물을 보는 듯했고 저마다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황보 가문에서 이삼백 명이 넘는 경호원을 내보냈지만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10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전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내공무사든 본투비 레벨 고수든
“쿵! 쿵! 쿵!”황보 저택 회의실.웅장하고 힘찬 종소리와 함께 황보 가문을 이끄는 중요 인물들이 현장에 도착했다.황보 가문에는 이런 규정이 있었다. 경고 종이 울릴 때면 가문에 엄청난 큰일이 일어났다는 뜻이기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든 반드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회의실에 도착해야 했다.“셋째야, 대체 무슨 일이야? 누가 너더러 경고 종을 치라고 했어?”황보춘이 심복을 몇 명 데리고 회의실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가족의 핵심 인물들이 꽤 많이 모여있었다.그들 모두 종소리를 듣고 달려오긴 했지만 무슨 일인지는 알지 못했다. 어쨌거나 황보 저택이 산까지 포함할 정도로 엄청나게 커서 뒷산 쪽에 사는 사람들은 아예 대문 앞에서 결투가 벌어진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큰형님, 아까 어떤 놈이 우리 황보 저택에서 사람을 마구 죽였어요. 이런 상황에 종을 치지 않는다면 황보 가문의 명성이 바닥까지 떨어질 판이에요.”황보추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뭐야? 어떤 간덩이가 부은 놈이 우리 황보 가문에서 행패를 부려?”황보춘은 순간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유진우 그 자식입니다.”황보추가 이를 악물었다.“아주 겁을 상실한 놈이더라고요. 실력이 좀 있다고 우리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았어요. 이삼백 명에 달하는 엘리트 고수를 전부 쓰러뜨린 것도 모자라 제 아들의 사지까지 다 분질러버렸어요.”“유진우? 그 사람이 왜?”황보춘은 살짝 의아해하면서 눈살을 찌푸렸다.“셋째야, 정말 유진우 맞아? 잘못 본 거 아니고?”“잘못 보다니요? 그 자식이 잿더미가 됐다고 해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예요!”황보추는 도무지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무슨 일이든 다 이유가 있는 법인데, 이렇게까지 한 이유가 뭐래?”황보춘이 캐물었다.“이유가 뭐든 유진우가 사람을 해칠 이유가 못 돼요.”황보추가 성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형님, 제 아들 좀 보세요. 유진우에게 얻어맞아서 무슨 꼴이 됐는지.”그가 손을 흔들자 누군가 황보곰을 들
그 시각 많은 이들이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평소에도 그들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기만 했지, 누군가 직접 찾아와서 행패를 부린 적은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누가 옳고 그른지 이젠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의 주먹이 더 강하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했다.“셋째야, 그럼 넌 어쩔 셈인데?”황보춘은 실눈을 뜨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전 비밀 호위를 동원하여 그 자식을 갈기갈기 찢어 죽일 생각이에요.”황보추가 살기등등한 얼굴로 말했다.“터무니없는 소리!”황보춘이 상을 탁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비밀 호위는 황보 가문이 일어설 수 있었던 원천이야. 함부로 동원할 수 없어!”“그딴 거 상관 안 해요. 아무튼 전 복수해야겠어요. 형님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아버지에게 직접 가서 부탁할 거예요.”황보추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누가 날 찾아?”그때 흰 눈썹과 흰 수염이 덥수룩하고 우람한 체격의 한 영감이 천천히 걸어들어왔다.영감은 뒷짐을 지고 있었고 표정은 한없이 평온했다. 엄청난 기운을 내뿜지는 않았지만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보이지 않는 위압감이 넘쳤다.“족장님!”황보용명이 나타난 순간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 조금 전까지 기고만장하던 황보추마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고분고분해진 모습이었다.“아까 누가 비밀 호위를 동원하겠다고 했어?”황보용명은 무표정한 얼굴로 가운데 자리에 앉았고 황보춘을 비롯한 다른 이들은 자리에 얌전히 서 있었다.“아버지, 저예요.”황보추가 뻔뻔스럽게 한 발 앞으로 나섰다.“이유는?”황보용명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찻잔을 들어 한 모금 홀짝였다.“어떤 사람이 제 아들의 사지를 부러뜨린 것도 모자라 우리 가문의 엘리트 고수 이삼백 명을 쓰러뜨렸어요. 이런 놈은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황보추가 또박또박 말했다.“그러니까 네 말은 아들이 무능해서 얻어터진 것 때문에 가문 전체가 나서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야?”황보용명이 덤덤하게 물었다.“네?”황보추는 놀란 나머지 상황 파악이 되지 않
이튿날 아침, 남주 병원 병실.중상을 입은 황백은 다행히 위험한 고비를 넘겼고 병실 침대에 누워 곤히 자고 있었다. 황은아는 그의 옆을 밤새 지켰다.평소 두 부녀가 자주 싸우긴 했지만 그래도 진짜 일이 터졌을 때 황은아는 누구보다도 지극정성이었다. 밤새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아 한숨도 자지 못했다.“은아야, 뭐 좀 먹어.”그때 유진우가 아침을 사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아저씨의 상태가 안정되어서 얼마 후면 곧 회복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고마워요, 아저씨.”황은아는 억지로 미소를 쥐어짰다. 대충 두 입 먹고는 입맛이 없는지 다시 옆에 내려놓았다.“은아야, 우리 왔어.”그때 갑자기 문밖에 젊은 남녀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전부 황은아의 친구들이었는데 꽃과 과일 바구니, 그리고 몸에 좋은 영양제 등 다들 하나씩 들고 있었다.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귀하고 빛나는 건 단연코 구양호가 들고 있는 인삼이었다.“은아야, 아저씨가 편찮으시다고 들어서 특별히 야생 인삼을 사 왔어. 기력을 회복하는데 아주 좋은 거 알지?”구양호는 웃으며 정교하게 포장한 인삼을 두 손으로 건넸다.“고마워요. 하지만 이건 너무 귀한 거라 받을 수 없어요. 다시 가져가요.”황은아가 완곡하게 거절했다. 연식이 꽤 되는 야생 인삼은 그 가치가 황금보다도 비쌌다.“이미 준 선물을 다시 가져가라는 법이 어디 있어? 그리고 그리 비싸지도 않아.”구양호는 일부러 불쾌한 척했다.“은아야, 이건 양호 오빠의 성의니까 받아. 아저씨가 입원까지 하셨는데 당연히 몸보신 제대로 하셔야지.”장경희가 옆에서 타일렀다.“그럼 고맙게 받을게요, 양호 오빠.”이렇게까지 얘기한 마당에 더는 거절하기도 미안했다.“그래, 당연히 받아야지.”구양호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물었다.“아 참, 아저씨가 폭행당해서 병원에 입원한 거라며? 대체 누가 그런 거야?”“그게...”황은아는 말하려다가 멈추었다. 아버지가 폭행당한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은아야, 무서워하지 마. 누가 그
“황보 가문의 황보곰이야.”유진우가 덤덤하게 대답했다.“황보곰?”그 순간 구양호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낯빛이 사색이 되었고 다른 이들도 경악한 건 마찬가지였다.황보곰이 누구인가?서울에서 소문이 자자한 악마이자 권력을 등에 업고 마음대로 횡포를 부리는 재벌가 도련님이었다.평소에 기고만장하고 시건방을 떠는 건 물론이고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녔다. 게다가 집안 배경까지 어마어마하여 그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들에게 있어서 이런 거물은 그들의 생사를 쥐고 흔들 수 있는 존재나 다름없었다. 건드리는 건 둘째치고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고개를 똑바로 들고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지...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죠? 아저씨를 때린 사람이 황보곰이라고요?”정신을 차린 구양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 엄청 무서운가 봐?”유진우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무... 무섭다니요? 그럴 리가요.”구양호는 정신을 가다듬고 뻔뻔스럽게 말했다.“난 어릴 적부터 무서운 게 뭔지 모르고 자랐어요. 그냥 황보곰이잖아요. 길에서 날 마주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마주치면 바로 뺨부터 확 날릴 테니까.”지켜보는 여자들이 많아서 겁먹은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되었다. 어차피 허세를 부리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 일단 센 척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래? 정말 대단한데?”유진우는 그런 모습이 우습기만 했다. 분명 무서워서 식은땀까지 뻘뻘 흘리면서도 끝까지 큰소리만 쳤다.“이건 허세가 아니라 황보곰 같은 무능한 사람이 평소 나와 마주친다해도 형이라고 불러야 할걸요?”구양호는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우쭐거렸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큰소리는 잘 치네.”그때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가 갑자기 문 어귀에서 들려왔다. 곧이어 황보 가문의 중요 인물들이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맨 앞에 선 사람은 황보춘이었고 그의 뒤로 황보추와 황보걸 등 한 무리 사람이 따라왔다. 심지어 사지가 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