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둘러보던 유진우는 자신이 완전히 포위됐다는 걸 알아챘다. 시커먼 옷을 입은 그들 모두 황보 가문의 엘리트 경호원들이었다.인파 속에는 익숙한 얼굴도 있었는데 황보걸과 황보추가 놀란 얼굴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진우 씨?”현장에 도착하여 둘러보던 황보걸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누군가 저택에 와서 행패를 부린다는 소리에 어떤 놈이 주제도 모르고 나대나 생각했었는데 유진우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네놈이었어?”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황보추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간덩이가 아주 단단히 부었구나. 감히 내 아들을 다치게 해? 당장 풀어주지 못해?”“풀어줘!”“당장 풀어주라고!”황보 가문의 엘리트들이 기고만장하기 시작했고 저마다 살기를 내뿜으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지원병이 도착하자 조금 전까지 당황하던 황보곰은 이내 허리를 곳곳이 펴고 시건방을 떨었다.“아까 엄청 나대더니 왜 갑자기 찍소리도 못해? 고작 이 정도에 놀란 거야? 솔직하게 얘기할게. 지금 네 앞에 나타난 이 사람들은 황보 가문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네가 실력이 좀 있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그래서 뭐? 우리 황보 가문에는 고수가 줄지어 있고 강자도 수없이 배출했어. 널 죽이는 건 개미 새끼 한 마리를 죽이기보다 더 쉬워. 지금 너한테 기회를 줄게. 당장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신발을 깨끗하게 핥는다면 목숨은 살려줄게.”황보곰은 일부러 자기 신발에 피 묻은 가래를 퉤 하고 뱉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어?”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하하... 날 건드릴 수 있겠어? 두 눈 똑바로 뜨고 봐봐. 주변에 전부 다 내 사람들이야. 함부로 움직였다간 뼈도 못 추릴 줄 알아!”황보곰은 상대를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날카롭게 웃었다.“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구나. 그래도 괜찮아. 인과응보가 뭔지 제대로 보여줄게.”유진우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황보곰의 무릎을 걷어찼다. 뚜두둑 소리와 함께 황보곰의 무릎이 반대 방향으로 90도 꺾이고 말았다. 뼈가 살가죽을 뚫고 나
하지만 은침을 찌른 후로 황보곰이 느끼는 고통은 순식간에 배가 되었고 비명도 더 처참해졌다.“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 우린 너와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하는 건데?”한바탕 포효한 후 황보추는 되레 침착해졌다. 하지만 눈빛에 담긴 살기는 점점 더 짙어졌다.“아무런 원한도 없다고요? 당신 아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알아요?”유진우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내 아들이 무슨 짓을 했든, 그게 네가 여기서 횡포를 부려도 되는 이유가 안 돼.”황보추가 무섭게 쏘아붙였다.“역시 당신들은 다 똑같아요. 막무가내인 사람들한테는 매가 답이라니까.”유진우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3일 줄게요. 3일 내로 당신 아들더러 피해자한테 가서 사과하라고 해요. 안 그러면 그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겁니다!”“이 자식아,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무사히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황보 가문이 무슨 공공화장실인 줄 알아?”황보추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내가 남겠다고 하면 당신들은 날 내쫓지 못할 것이고 내가 가겠다고 하면 절대 잡지도 못해요.”유진우는 황보곰을 발로 걷어차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저 자식을 죽여버려!”황보추는 시뻘게진 두 눈으로 포효했다.“죽여!”황보 가문의 엘리트들이 우르르 달려갔다. 만약 황보곰이 그의 손에 잡혀있지 않았더라면 진작 공격했을 것이다. 이젠 인질도 없겠다, 드디어 마음껏 공격할 수 있었다.감히 황보 가문에서 행패를 부린 자는 살아서 대문을 나간 사람이 없다. 설령 예수라고 해도 불가능했다.10분 후...“쿵!”마지막 경호 팀장이 바닥에 쓰러진 순간 황보추 등 일행은 완전히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먼 곳에 우두커니 서 있는 유진우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마치 괴물을 보는 듯했고 저마다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황보 가문에서 이삼백 명이 넘는 경호원을 내보냈지만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10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전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내공무사든 본투비 레벨 고수든
“쿵! 쿵! 쿵!”황보 저택 회의실.웅장하고 힘찬 종소리와 함께 황보 가문을 이끄는 중요 인물들이 현장에 도착했다.황보 가문에는 이런 규정이 있었다. 경고 종이 울릴 때면 가문에 엄청난 큰일이 일어났다는 뜻이기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든 반드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회의실에 도착해야 했다.“셋째야, 대체 무슨 일이야? 누가 너더러 경고 종을 치라고 했어?”황보춘이 심복을 몇 명 데리고 회의실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가족의 핵심 인물들이 꽤 많이 모여있었다.그들 모두 종소리를 듣고 달려오긴 했지만 무슨 일인지는 알지 못했다. 어쨌거나 황보 저택이 산까지 포함할 정도로 엄청나게 커서 뒷산 쪽에 사는 사람들은 아예 대문 앞에서 결투가 벌어진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큰형님, 아까 어떤 놈이 우리 황보 저택에서 사람을 마구 죽였어요. 이런 상황에 종을 치지 않는다면 황보 가문의 명성이 바닥까지 떨어질 판이에요.”황보추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뭐야? 어떤 간덩이가 부은 놈이 우리 황보 가문에서 행패를 부려?”황보춘은 순간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유진우 그 자식입니다.”황보추가 이를 악물었다.“아주 겁을 상실한 놈이더라고요. 실력이 좀 있다고 우리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았어요. 이삼백 명에 달하는 엘리트 고수를 전부 쓰러뜨린 것도 모자라 제 아들의 사지까지 다 분질러버렸어요.”“유진우? 그 사람이 왜?”황보춘은 살짝 의아해하면서 눈살을 찌푸렸다.“셋째야, 정말 유진우 맞아? 잘못 본 거 아니고?”“잘못 보다니요? 그 자식이 잿더미가 됐다고 해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예요!”황보추는 도무지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무슨 일이든 다 이유가 있는 법인데, 이렇게까지 한 이유가 뭐래?”황보춘이 캐물었다.“이유가 뭐든 유진우가 사람을 해칠 이유가 못 돼요.”황보추가 성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형님, 제 아들 좀 보세요. 유진우에게 얻어맞아서 무슨 꼴이 됐는지.”그가 손을 흔들자 누군가 황보곰을 들
그 시각 많은 이들이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평소에도 그들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기만 했지, 누군가 직접 찾아와서 행패를 부린 적은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누가 옳고 그른지 이젠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의 주먹이 더 강하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했다.“셋째야, 그럼 넌 어쩔 셈인데?”황보춘은 실눈을 뜨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전 비밀 호위를 동원하여 그 자식을 갈기갈기 찢어 죽일 생각이에요.”황보추가 살기등등한 얼굴로 말했다.“터무니없는 소리!”황보춘이 상을 탁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비밀 호위는 황보 가문이 일어설 수 있었던 원천이야. 함부로 동원할 수 없어!”“그딴 거 상관 안 해요. 아무튼 전 복수해야겠어요. 형님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아버지에게 직접 가서 부탁할 거예요.”황보추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누가 날 찾아?”그때 흰 눈썹과 흰 수염이 덥수룩하고 우람한 체격의 한 영감이 천천히 걸어들어왔다.영감은 뒷짐을 지고 있었고 표정은 한없이 평온했다. 엄청난 기운을 내뿜지는 않았지만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보이지 않는 위압감이 넘쳤다.“족장님!”황보용명이 나타난 순간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 조금 전까지 기고만장하던 황보추마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고분고분해진 모습이었다.“아까 누가 비밀 호위를 동원하겠다고 했어?”황보용명은 무표정한 얼굴로 가운데 자리에 앉았고 황보춘을 비롯한 다른 이들은 자리에 얌전히 서 있었다.“아버지, 저예요.”황보추가 뻔뻔스럽게 한 발 앞으로 나섰다.“이유는?”황보용명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찻잔을 들어 한 모금 홀짝였다.“어떤 사람이 제 아들의 사지를 부러뜨린 것도 모자라 우리 가문의 엘리트 고수 이삼백 명을 쓰러뜨렸어요. 이런 놈은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황보추가 또박또박 말했다.“그러니까 네 말은 아들이 무능해서 얻어터진 것 때문에 가문 전체가 나서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야?”황보용명이 덤덤하게 물었다.“네?”황보추는 놀란 나머지 상황 파악이 되지 않
이튿날 아침, 남주 병원 병실.중상을 입은 황백은 다행히 위험한 고비를 넘겼고 병실 침대에 누워 곤히 자고 있었다. 황은아는 그의 옆을 밤새 지켰다.평소 두 부녀가 자주 싸우긴 했지만 그래도 진짜 일이 터졌을 때 황은아는 누구보다도 지극정성이었다. 밤새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아 한숨도 자지 못했다.“은아야, 뭐 좀 먹어.”그때 유진우가 아침을 사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아저씨의 상태가 안정되어서 얼마 후면 곧 회복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고마워요, 아저씨.”황은아는 억지로 미소를 쥐어짰다. 대충 두 입 먹고는 입맛이 없는지 다시 옆에 내려놓았다.“은아야, 우리 왔어.”그때 갑자기 문밖에 젊은 남녀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전부 황은아의 친구들이었는데 꽃과 과일 바구니, 그리고 몸에 좋은 영양제 등 다들 하나씩 들고 있었다.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귀하고 빛나는 건 단연코 구양호가 들고 있는 인삼이었다.“은아야, 아저씨가 편찮으시다고 들어서 특별히 야생 인삼을 사 왔어. 기력을 회복하는데 아주 좋은 거 알지?”구양호는 웃으며 정교하게 포장한 인삼을 두 손으로 건넸다.“고마워요. 하지만 이건 너무 귀한 거라 받을 수 없어요. 다시 가져가요.”황은아가 완곡하게 거절했다. 연식이 꽤 되는 야생 인삼은 그 가치가 황금보다도 비쌌다.“이미 준 선물을 다시 가져가라는 법이 어디 있어? 그리고 그리 비싸지도 않아.”구양호는 일부러 불쾌한 척했다.“은아야, 이건 양호 오빠의 성의니까 받아. 아저씨가 입원까지 하셨는데 당연히 몸보신 제대로 하셔야지.”장경희가 옆에서 타일렀다.“그럼 고맙게 받을게요, 양호 오빠.”이렇게까지 얘기한 마당에 더는 거절하기도 미안했다.“그래, 당연히 받아야지.”구양호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물었다.“아 참, 아저씨가 폭행당해서 병원에 입원한 거라며? 대체 누가 그런 거야?”“그게...”황은아는 말하려다가 멈추었다. 아버지가 폭행당한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은아야, 무서워하지 마. 누가 그
“황보 가문의 황보곰이야.”유진우가 덤덤하게 대답했다.“황보곰?”그 순간 구양호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낯빛이 사색이 되었고 다른 이들도 경악한 건 마찬가지였다.황보곰이 누구인가?서울에서 소문이 자자한 악마이자 권력을 등에 업고 마음대로 횡포를 부리는 재벌가 도련님이었다.평소에 기고만장하고 시건방을 떠는 건 물론이고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녔다. 게다가 집안 배경까지 어마어마하여 그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들에게 있어서 이런 거물은 그들의 생사를 쥐고 흔들 수 있는 존재나 다름없었다. 건드리는 건 둘째치고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고개를 똑바로 들고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지...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죠? 아저씨를 때린 사람이 황보곰이라고요?”정신을 차린 구양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 엄청 무서운가 봐?”유진우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무... 무섭다니요? 그럴 리가요.”구양호는 정신을 가다듬고 뻔뻔스럽게 말했다.“난 어릴 적부터 무서운 게 뭔지 모르고 자랐어요. 그냥 황보곰이잖아요. 길에서 날 마주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마주치면 바로 뺨부터 확 날릴 테니까.”지켜보는 여자들이 많아서 겁먹은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되었다. 어차피 허세를 부리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 일단 센 척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래? 정말 대단한데?”유진우는 그런 모습이 우습기만 했다. 분명 무서워서 식은땀까지 뻘뻘 흘리면서도 끝까지 큰소리만 쳤다.“이건 허세가 아니라 황보곰 같은 무능한 사람이 평소 나와 마주친다해도 형이라고 불러야 할걸요?”구양호는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우쭐거렸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큰소리는 잘 치네.”그때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가 갑자기 문 어귀에서 들려왔다. 곧이어 황보 가문의 중요 인물들이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맨 앞에 선 사람은 황보춘이었고 그의 뒤로 황보추와 황보걸 등 한 무리 사람이 따라왔다. 심지어 사지가 부러
황보 가문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에 구양호는 결국 그 위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하고 무릎을 꿇었다.“오... 오해입니다. 전부 다 오해예요.”구양호는 겁에 질린 나머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아까는 그냥 농담한 거예요. 제발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그럼 때리지 않겠다는 거예요?”황보걸은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제가 어찌 감히 때리겠어요.”구양호는 연신 손을 내저었다.“제가 입을 함부로 놀렸고 허세를 부렸습니다. 그러니 부디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그러고는 자신의 따귀를 힘껏 내리쳤다.그 순간 장경희 등 젊은이들은 혼비백산하여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황보 가문 같은 거물들을 그들은 쳐다볼 자격조차 없었다. 황보 가문의 아무나 나서도 그들의 생사를 마구 쥐고 흔들 수 있었다.“때리지도 못할 거면 그냥 옆에 쭈그리고 있어.”황보걸이 점점 미소를 거두었다.“네, 네...”구양호는 한껏 비굴한 자세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친구들과 함께 구석에 웅크린 채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심장은 마치 터져 나올 것처럼 쿵쾅거렸다.그는 아직도 황보 가문의 중요 인물들이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황보곰은 또 누구한테 맞은거야? 왜 저런 꼴이 되었지?’“진우 씨, 오랜만이에요.”황보걸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고 유진우에게 예를 표했다.“도련님, 오늘은 무슨 일로 이렇게 친히 발걸음을 하셨습니까?”유진우가 덤덤하게 물었다.“그게 무슨 일이냐면요...”“내가 얘기할게.”황보걸이 얘기하려는데 황보추가 거칠게 가로챘다.“네놈이 내 아들을 다치게 했잖아. 원래는 갈기갈기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지만 우리 가문은 넓은 아량으로 너에게 살 기회를 주기로 했어.”그의 말에 황보걸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황보춘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가만히 있었고 오히려 화들짝 놀란 건 구양호 일행이었다. 유진우를 쳐다보는 그들의 눈빛은 마치 괴물을 보는 듯했다.‘황보곰을 저 지경으로 쥐어팬 게 유진우라
“얘기 다 했어요? 다 했으면 꺼져요. 여기서 알짱거리지 말고.”유진우는 그들을 아예 안중에 두지 않고 짜증 섞인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너...”황보추가 또 버럭 화를 내려던 그때 황보춘이 나서서 말렸다.“그만해! 먼저 잘못한 건 곰이가 맞잖아. 사과하는 건 당연하지.”“큰형님.”황보추가 눈살을 찌푸렸다.“왜?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 잊었어?”황보춘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그를 째려보았다.“저...”황보추는 이를 꽉 깨물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황보곰, 네가 때린 사람에게 사과만 하면 이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있어.”황보춘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치를 주었다.“미... 미안해.”들것에 누워있던 황보곰이 힘겹게 몇 글자를 내뱉었다. 눈앞에 뻔히 보이는 손해는 일단 피하고 아픈 것부터 치료한 다음에 다시 복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이 자식아, 이제 만족해?”황보추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이걸로는 부족해요.”유진우는 고개를 내저었다.“아무런 성의가 없잖아요. 무릎 꿇고 사과해요.”“적당히 해, 이 자식아!”황보추는 이를 어찌나 꽉 깨물었는지 부러질 정도였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사과한 것도 충분히 수치스러운데, 무릎까지 꿇으라는 건 그야말로 치욕이었다.“꿇어!”그때 황보춘이 갑자기 목청을 높였다.“큰형님.”황보추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여봐라, 와서 황보곰의 무릎을 꿇려.”더는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황보춘은 부하들에게 명을 내렸다.곧이어 몇몇 부하들이 들것에 누워있던 황보곰을 바닥에 휙 던져버리더니 무릎을 꿇렸다.다친 곳을 건드린 바람에 황보곰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연신 비명을 질렀다.옆에 있던 황보추는 분통이 터졌지만 찍소리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잡아먹을 기세로 유진우를 노려보는 것밖에 없었다.“진우 씨, 이제 됐어요?”황보춘이 무덤덤한 얼굴로 물었다.“아직 조금 부족해요.”유진우가 고개를 내저었다.“뭐가 부족하죠?”황보춘이 다시 물었다.유진우는 그
진산 기슭 아래, 포효와 함성 그리고 비명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유진우는 한 자루의 검을 들고 십만 대군 속을 종횡무진하며 검 끝이 닿는 곳마다 무적의 기세를 보였다.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수십 명이 피 웅덩이 속에 쓰러졌다.그러나 유진우가 아무리 격렬히 싸우고 있다고 해도 주변의 병사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많아졌다.밀려오는 파도처럼 한 무리를 척살하면 또 다른 무리의 병사들이 덮쳐왔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병사들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십만 대군이 가만히 서서 목을 길게 빼고 죽기를 기다린다 해도 사흘 밤낮으로 베어야 할 것이다.하지만 십만 대군은 모두 정예병들이었다.갑옷을 입고 방패를 든 그들을 처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유진우의 실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혼자서 십만 대군을 도륙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사람은 기계가 아니니 고강도의 싸움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었다.유진우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조금씩 체력이 소모됐다.단시간 내에는 눈에 띄지 않겠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로는 서서히 누적되고 기력은 점차 소진될 것이다.결국 유진우는 병사들의 인해전술에 의해 패배할 운명이었다.“흥! 죽여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문관옥은 멀리서 전투를 관전하며 냉소를 지었다.어차피 죽는 건 자기 병사가 아니니 그는 조금의 안타까움도 느끼지 못했다.‘실력으로 보니 많아야 만 명 적도 죽이는 게 한계겠네.’체력이 고갈되면 유진우는 곧 도살될 양처럼 무력해질 것이다.“1년 사이에 실력이 이 정도로 향상되다니 역시 남겨두면 안 될 불씨야.”부규환이 중얼거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유진우의 전투를 지켜보았다.유진우의 재능으로 볼 때 몇 년만 더 성장할 시간을 준다면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죽여라! 다 죽여라! 전진!”여덟 명의 지휘관이 병사들을 독려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전진하도록 지시했다.상부의 명령을 받은 그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
“죽여라!”500명의 정예병이 차량에서 뛰어내리며 앞으로 돌진했다.그때 대형 트럭의 측면 문이 열리며 빼곡히 들어있던 사람들이 드러났다.그들은 검은 전투복을 입은 채 가면을 쓰고 강철 검을 들고 있었다.하나같이 기운이 강대했는데 무도 고수가 분명했다.“돌격!”트럭 위의 가면을 쓴 남자가 장도를 휘두르자 트럭 안의 무사들은 주저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양측 병력은 곧바로 격렬한 혈투를 벌이기 시작했다.조무진의 병력이 더 많았다. 게다가 훈련도 잘되어 있어 공격과 방어가 일체화된 강력한 전력을 자랑했다.반면 가면을 쓴 암살자들은 다섯 명씩 조를 이루어 완벽한 호흡으로 협력하며 매우 맹렬하게 돌격했다.일순간 양측은 팽팽히 맞서며 승부를 가릴 수 없는 치열한 전투를 이어갔다.“진무사?”조무진은 자세히 살펴보다가 이내 단서를 발견했다.가면을 쓴 암살자들은 모두 정예 무사로 각별히 선발된 사람들이 분명했다.일반적인 무림 문파였다면 격전속에서 이토록 통일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없었다.오직 공식적이고 엄격한 훈련을 받은 무사만이 이러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연경 전체에서 봤을 때, 이 정도의 실력과 동기를 가진 집단은 진무사밖에 없었다.진무사까지 출동한 것을 보니 조무진은 사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때 500리 떨어진 한적한 산림 속.조홍연이 정예 병력 한 부대를 이끌고 산적 토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일부 저항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산적들은 정예군을 보자마자 쥐가 고양이를 보듯이 산채를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그들은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않았다.조홍연은 단 한 명의 병력 손실도 없이 가볍게 임무를 완수했다.“홍연 님, 산적들은 이미 도망쳤고 저희는 무사히 산채를 점령했습니다. 현재 전리품 정리 중입니다.”조홍연의 측근 중 하나인 여자 장군 공요가 다가와 보고했다.조홍연은 산채의 나무 성벽 위에 서서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에서 기쁨은 찾아볼 수 없었다.“홍연 님, 왜 그
홍군림이 백준을 막아서 검을 상대하고 있을 때, 다른 한편 동방의 진산에서 백 리 떨어진 곳에서 조무진이 정예병 500명을 이끌고 급히 진산으로 향하고 있었다.상황이 갑작스럽게 발생한 탓에 병력이 많지 않았지만 이 500명은 그의 직속 친위대로 구성된 강력한 전투력의 부대였다.안에는 적지 않은 무도 고수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만 명 규모의 일반 군사들과 맞서도 전혀 밀리지 않을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더 빨리! 더 속도를 내라! 반드시 최단 시간 안에 서하사에 도착해야 한다.”조무진은 차량에 앉아 연신 재촉하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의 이런 반응은 함께 차량에 타고 있던 두 명의 여자 부하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평소 조무진은 전쟁의 신으로 불리며 세상이 무너진다 해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담담히 대응하던 사람이었다.‘그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냉철한 판단으로 대응해 온 그가 지금 이토록 다급한 모습을 보이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조홍연 쪽은 어떠한가? 연락이 닿았느냐?”조무진이 갑자기 물었다.“아가씨는 가문 장로들에 의해 긴급 임무에 차출되어 현재로서는 연락이 닿지 않지 않아 일단 메시지를 남겨놓았습니다. 아가씨께서 돌아오시는 대로 즉시 지원하러 올 것입니다.”한 여자 부하가 답했다.“무슨 임무? 다 헛소리야! 늙은 놈들이 일부러 방해를 놓은 게 틀림없어!”조무진이 분을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이 중요한 시점에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조홍연을 멀리 차출보내는 건 조씨 가문에서 황가와의 충돌을 피하고자 유장혁이 죽는 것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행위였다.“도련님, 유 도련님께서는 복이 많으신 분이니 분명히 무사하실 겁니다. 너무 염려 마세요.”여자 부하가 조심스럽게 위로를 건넸다.“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조무진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지금 연경성은 이미 폭풍전야다. 황권 뒤에 숨은 세력들조차 움직이기 시작했어. 내 추측이 맞다면 10년 전의 그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 벌어질
그의 옷자락은 바람에 나부끼며 속세를 벗어난 듯 초탈한 기운을 뿜어냈다.보통 사람이 이 광경을 봤다면 곧바로 무릎을 꿇고 선인을 외쳤을 것이다.슉!흰옷의 검객이 열심히 목적지를 향해 가던 중 갑자기 하얀 보검 하나가 땅에서 솟구쳐 오르며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그 검은 마치 도전장을 내미는 듯했다.“누가 내 길을 막는 것이냐!”흰옷의 검객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검선 선배님의 검술이 뛰어나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들어왔습니다. 하여 후배가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이때 웃통을 벗은 준수한 청년이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라 하얀 보검 위에 가볍게 발을 디뎠다.허공에 떠오른 청년과 검이 검선 백준과 마주 섰다.“네 놈은 누구냐?”백준이 청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후배 검종, 홍군림이라 합니다. 천 리 길을 달려와 검선 선배님께 몇 수 가르침을 청하고자 합니다.”준수한 청년 홍군림이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인사했다. 그의 태도는 비굴하지도 오만하지도 않았다.“홍군림? 검종에서 천하를 누비며 다니는 자?”백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약간 놀란 기색을 보였다.“검종에서 절세의 천재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 보니 과연 소문대로네. 어린 나이에 대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니... 유장혁 그 자식보다 낫구나.”“선배님, 과찬입니다.”홍군림의 얼굴에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홍군림, 오늘 중요한 일이 있으니 정말 가르침을 청하려 한다면 다음 기회로 미뤄라.”백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다음을 기약하기보다 어렵게 만났으니 이번 기회에 부디 선배님께서 가르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홍군림은 물러서지 않았다.“네 말은 일부러 날 막고 있다는 거냐? 설마 검종이 호룡각이 부리는 개가 된 것은 아니겠지?”백준의 얼굴이 서서히 차가워졌다.“제 행동은 검종과도, 호룡각과도 무관합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흥미일 뿐입니다.”홍군림은 담담히 대답했다.“저는 세 살 때부터 검을 익혀 검도의 극한에 이르렀습니다. 선배님의 검이 빠를지 제 검이 빠를지
“뭐라고?”부규환의 말에 유진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유진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만수는 서경에 머물면서 막대한 병력을 쥐고 있을 뿐 아니라 주변에는 실력 있는 고수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너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호룡각의 세력이 아무리 막강하다 해도 서경왕부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호룡각이 눈엣가시 같은 서경왕부의 존재를 참을 리가 없었다.호룡각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은 서경왕부를 상대하기에 껄끄러웠기 때문이었다.다시 말해 유만수가 건재한 서경왕부의 세력은 절대 약화하지 않을 것이며 호룡각또한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세력이라는 뜻이었다.그러나 부규환의 말투를 보니 지금은 상황이 이미 많이 바뀐 듯했다.“도련님,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부규환이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호룡각은 10년간 치밀하게 준비해 왔습니다. 언젠가 서경왕부를 제거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제 그날이 머지않았습니다.”“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거야!”유진우가 외쳤다.“도련님,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차피 오늘 살아서 나갈 수 없을 테니까요.”부규환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흥! 나를 죽이려고?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야!”유진우가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아무리 숨겨둔 병력이 많다고 해도 나도 혼자 온 게 아니다! 지원군이 오고 있으니 누가 이길지는 두고 봐야겠지.”“도련님의 계획은 이미 호룡각에 간파되었습니다. 말씀하신 지원군은 아마 오늘 도착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의 도련님은 저희 수중에 들어온 먹잇감에 불과합니다.”부규환이 담담하게 말했다.“하하하, 유장혁! 설마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겠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고 실력이 강하더라도 죽음은 피할 수 없겠구나!”문관옥이 참지 못하고 조소를 터트렸다.경천 랭킹 10위에 오른 강자가 직접 나섬과 더불어 10만 외성 군의 정예병을 내세웠으니 유장혁이 아무리 숨겨둔 비장의 수가 있다고 해도 마지막 발버둥
왜 무림에는 고수들이 넘쳐나고 강자가 끊임없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공무원과 정면으로 맞서지 못했는지를 사람들은 이제야 알았다.그 이유는 실력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수십만 대군이 밀고 들어오면 설령 하늘을 찌르는 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어떤 문파라도 관군의 정예 병력과 대적하게 되면 결국 멸망의 길을 걷게 될 뿐이다.“포위하라!”명령과 함께 10만 대군이 안팎으로 유진우와 일행을 완전히 둘러쌌다.병사들은 각자 창과 칼을 들고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으며 살기 가득한 기운이 사방을 압도했다.“나는 옥면 군신 무관옥이에요. 팔방제후는 어디 있어요?”그 순간 무관옥이 앞으로 나와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다.초품 군신의 위엄을 지닌 그는 이품 고급 장교에게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처럼 느껴졌다.팔방제후로 불리는 실권자들도 무관옥의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의 질문은 대답 없이 공허하게 메아리쳤고 병사들은 오직 무표정하게 대형을 유지하며 무관옥을 무시했다.“이게 무슨 일이죠? 당신들의 고급 장교 어디 있는 거예요?”무관옥은 불만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무관옥은 30만의 백호랑을 연경으로 보낼 수 없지만, 군신으로서 어떠한 고급 장교도 그를 보고 정중하게 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군신님, 오늘 외성군의 지휘는 제가 맡고 있습니다.”그때 중앙 대열에서 하얀 옷을 입은 얼굴 창백하고 수염이 없는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노인의 키는 훤칠하고 체격은 마른 편이며 날카로운 음성이 다소 섬뜩하게 들렸다.“부 내관님?”부 내관을 본 순간 무관옥의 눈동자가 급격히 수축하였다. 좀 전까지 드러냈던 거만한 태도는 순식간에 사라졌다.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비록 관직은 높지 않지만, 그 지위는 매우 특별한 존재였다.그는 천자의 측근이자 대내 제1고수로 꼽히는 인물이고 경천 랭킹 10위에 오른 절정 고수 부규환이었다.“군신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문제는 이제 제가 처리하겠습니다.”부규환은 고개를 살
문관옥이 어찌 할 바를 몰라 할 때 발밑의 땅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와 함께 약간의 ‘쿵쿵’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지진이 난 건가?”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무관옥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자 후방의 산림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수천, 수만의 병마들이 나타나 있었다.눈길이 닿는 곳마다 빽빽하게 가득 찬 병마들로 산과 들이 전부 뒤덮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거대한 병력은 하나로 합쳐진 단일 부대가 아니었다.오히려 여덟 개의 정예 부대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몰려들고 있었다.땅의 진동은 바로 이 여덟 부대가 달려오며 만들어낸 소리였다.“저거 봐요! 저게 뭐예요?”“맙소사! 엄청난 규모잖아요! 산 전체가 덮일 것 같아요!”“저기 깃발을 봐요. 우리 지원군인 것 같아요!”“뭐라고요? 지원군이 왔다고요? 정말 잘됐어요!”사람들은 상황을 자세히 살핀 뒤 크게 기뻐하며 외쳤다.너무나 강력한 힘을 지닌 유장혁을 그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더 많은 병력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했으며 그들이 바라던 대로 엄청난 지원군이 도착한 것이다.사람을 압도하는 수적 우위로 유장혁을 포위하거나 아니면 절대 강자가 나서서 그를 제압해야만 했다.현재 이곳에 도착한 방대한 군력은 무려 10만에 달했다. 사람마다 한 개 기술을 써도 유장혁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팔방제후에요! 팔방제후의 병력이 도착했어요!”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무관옥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연경에는 세 개의 주요 군사력이 존재한다. 첫째는 치안을 유지하는 성위군 둘째는 자금성 안에서 황족을 보호하는 금위군이다.그리고 셋째가 바로 외성에서 제8대 총수가 지휘하는 특수 군대인데 이는 연경의 안전을 지키고 반란이나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대이다.팔방 제후라고 불리는 이 총수는 높은 관직이 아니지만, 실제 권력은 거의 제1제후와 맞먹는다.그래서 이들은 종종 ‘팔방제후’라는 존칭으로 불리며 고위 관료들도 이들에게 함부로
“으윽!”전신 법상이 산산조각 난 순간 한비영은 마치 심각한 타격을 입은 듯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몸은 힘이 빠진 듯 휘청거렸다. 마치 기운을 전부 뺏긴 것 같은 모습이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내가 졌다고?”한비영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그는 늘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있었고 어떤 천재가 나타나더라도 그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자신이 무적이라 믿었고 누구도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으리라 자부했다.그러나 오늘 한비영은 아주 처참하게 패배했다.천신사상결의 모든 기술을 남김없이 펼쳤지만, 결국 상대를 넘지 못했다.반면 유장혁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매 순간 정면으로 맞섰다.이번 싸움은 오직 절대적인 힘과 기술의 대결이었고 속임수 같은 건 없었다.결과적으로 한비영이 졌고 유장혁은 강력한 실력으로 천신사상결을 완전히 깨부수며 자신의 불패 신화를 끝장냈다.한비영은 자신이 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맙소사! 유장혁이 이겼다고요? 유장혁이 한비영을 이겼다고?”“천신사상결을 막아낸 사람이 있다니 이건 기적이에요!”“이게 바로 전설 속의 천재인가? 정말 두렵군요!”“...”유장혁이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유장혁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경악했다.한비영마저 이길 수 없다면 이들 중 유장혁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젠장! 천하회의 도련님이라는 사람인데 이런 망신을 당하다니!”문관옥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문관옥은 한비영과 유장혁이 서로 치명적인 상처 입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한비영은 이미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유장혁은 멀쩡한 상태였다.유장혁이 얼마나 숨겨온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천신사상결은 정말 대단한 기술이에요. 도련님께서 대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면 나는 이 기술을 막지 못했을지도 몰라요.”유장혁은 담담히 말
“왔다! 드디어 천신사상결의 최강 필살기가 나왔어요!”“전설에 따르면 전신의 분노를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죠. 오늘 우리가 그것을 직접 볼 줄은 몰랐어요!”“천신사상결에 의해 죽는다면 그 또한 유장혁의 명성에 어울리는 최후가 될 것 같아요.”“...”공중에 떠올라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낸 한비영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두려움과 경외심에 휩싸였다.천신사상결은 천하회의 종주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필살기로 무림의 5대 필살기 중 하나로 꼽힌다.사람들은 그저 소문으로만 들어왔을 뿐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조금 전 보여준 세 가지 기술만으로도 이미 천지개벽할 정도였는데 이제 마지막 기술이 펼쳐질 순간이었다.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었다.“전신의 분노!”공중에 떠 있는 한비영이 갑자기 포효했다.순간 한비영의 몸에서 전신 법상이 폭발적으로 나타났고 순식간에 키가 30미터가 넘는 거대한 거인으로 변했다.유진우는 그 발끝에서 마치 개미처럼 보잘것없어 보였다.마치 발을 한 번 내디디기만 해도 간단히 짓밟힐 것처럼 보였다.“검법 파장술!”한비영은 천천히 손을 들어 던지는 자세를 취하더니 거칠게 손을 아래로 내리눌렀다.그의 머리 위 거대한 법상 역시 똑같은 동작을 취했지만, 그 손에는 푸른 번개로 뒤덮인 거대한 창이 들려 있었다!“쿵!”번개 창은 마치 미사일처럼 유진우를 향해 내리꽂혔다.순식간에 천지가 뒤바뀌고 공간이 뒤틀렸다.극에 달한 공포스러운 위압감이 순식간에 온 사방을 덮쳤다.마치 하늘에서 신이 벌을 내려주듯 사람들을 공포와 전율로 몰아넣었다.번개 창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그 강력한 힘은 이미 대지를 붕괴시키고 바위를 산산조각 냈다. 백 미터 이내에 있던 풀과 나무는 모두 먼지로 변했다.멀리서 지켜보던 무사들은 겁에 질려 연신 뒤로 물러나며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강린!”번개 창이 내려오는 순간 유진우의 몸에 새겨진 강린 문신이 갑자기 빛을 발했다.검은 불빛이 그의 몸에서 터져 나와 거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