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은침을 찌른 후로 황보곰이 느끼는 고통은 순식간에 배가 되었고 비명도 더 처참해졌다.“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 우린 너와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하는 건데?”한바탕 포효한 후 황보추는 되레 침착해졌다. 하지만 눈빛에 담긴 살기는 점점 더 짙어졌다.“아무런 원한도 없다고요? 당신 아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알아요?”유진우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내 아들이 무슨 짓을 했든, 그게 네가 여기서 횡포를 부려도 되는 이유가 안 돼.”황보추가 무섭게 쏘아붙였다.“역시 당신들은 다 똑같아요. 막무가내인 사람들한테는 매가 답이라니까.”유진우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3일 줄게요. 3일 내로 당신 아들더러 피해자한테 가서 사과하라고 해요. 안 그러면 그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겁니다!”“이 자식아,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무사히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황보 가문이 무슨 공공화장실인 줄 알아?”황보추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내가 남겠다고 하면 당신들은 날 내쫓지 못할 것이고 내가 가겠다고 하면 절대 잡지도 못해요.”유진우는 황보곰을 발로 걷어차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저 자식을 죽여버려!”황보추는 시뻘게진 두 눈으로 포효했다.“죽여!”황보 가문의 엘리트들이 우르르 달려갔다. 만약 황보곰이 그의 손에 잡혀있지 않았더라면 진작 공격했을 것이다. 이젠 인질도 없겠다, 드디어 마음껏 공격할 수 있었다.감히 황보 가문에서 행패를 부린 자는 살아서 대문을 나간 사람이 없다. 설령 예수라고 해도 불가능했다.10분 후...“쿵!”마지막 경호 팀장이 바닥에 쓰러진 순간 황보추 등 일행은 완전히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먼 곳에 우두커니 서 있는 유진우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마치 괴물을 보는 듯했고 저마다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황보 가문에서 이삼백 명이 넘는 경호원을 내보냈지만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10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전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내공무사든 본투비 레벨 고수든
“쿵! 쿵! 쿵!”황보 저택 회의실.웅장하고 힘찬 종소리와 함께 황보 가문을 이끄는 중요 인물들이 현장에 도착했다.황보 가문에는 이런 규정이 있었다. 경고 종이 울릴 때면 가문에 엄청난 큰일이 일어났다는 뜻이기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든 반드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회의실에 도착해야 했다.“셋째야, 대체 무슨 일이야? 누가 너더러 경고 종을 치라고 했어?”황보춘이 심복을 몇 명 데리고 회의실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가족의 핵심 인물들이 꽤 많이 모여있었다.그들 모두 종소리를 듣고 달려오긴 했지만 무슨 일인지는 알지 못했다. 어쨌거나 황보 저택이 산까지 포함할 정도로 엄청나게 커서 뒷산 쪽에 사는 사람들은 아예 대문 앞에서 결투가 벌어진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큰형님, 아까 어떤 놈이 우리 황보 저택에서 사람을 마구 죽였어요. 이런 상황에 종을 치지 않는다면 황보 가문의 명성이 바닥까지 떨어질 판이에요.”황보추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뭐야? 어떤 간덩이가 부은 놈이 우리 황보 가문에서 행패를 부려?”황보춘은 순간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유진우 그 자식입니다.”황보추가 이를 악물었다.“아주 겁을 상실한 놈이더라고요. 실력이 좀 있다고 우리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았어요. 이삼백 명에 달하는 엘리트 고수를 전부 쓰러뜨린 것도 모자라 제 아들의 사지까지 다 분질러버렸어요.”“유진우? 그 사람이 왜?”황보춘은 살짝 의아해하면서 눈살을 찌푸렸다.“셋째야, 정말 유진우 맞아? 잘못 본 거 아니고?”“잘못 보다니요? 그 자식이 잿더미가 됐다고 해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예요!”황보추는 도무지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무슨 일이든 다 이유가 있는 법인데, 이렇게까지 한 이유가 뭐래?”황보춘이 캐물었다.“이유가 뭐든 유진우가 사람을 해칠 이유가 못 돼요.”황보추가 성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형님, 제 아들 좀 보세요. 유진우에게 얻어맞아서 무슨 꼴이 됐는지.”그가 손을 흔들자 누군가 황보곰을 들
그 시각 많은 이들이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평소에도 그들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기만 했지, 누군가 직접 찾아와서 행패를 부린 적은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누가 옳고 그른지 이젠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의 주먹이 더 강하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했다.“셋째야, 그럼 넌 어쩔 셈인데?”황보춘은 실눈을 뜨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전 비밀 호위를 동원하여 그 자식을 갈기갈기 찢어 죽일 생각이에요.”황보추가 살기등등한 얼굴로 말했다.“터무니없는 소리!”황보춘이 상을 탁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비밀 호위는 황보 가문이 일어설 수 있었던 원천이야. 함부로 동원할 수 없어!”“그딴 거 상관 안 해요. 아무튼 전 복수해야겠어요. 형님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아버지에게 직접 가서 부탁할 거예요.”황보추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누가 날 찾아?”그때 흰 눈썹과 흰 수염이 덥수룩하고 우람한 체격의 한 영감이 천천히 걸어들어왔다.영감은 뒷짐을 지고 있었고 표정은 한없이 평온했다. 엄청난 기운을 내뿜지는 않았지만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보이지 않는 위압감이 넘쳤다.“족장님!”황보용명이 나타난 순간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 조금 전까지 기고만장하던 황보추마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고분고분해진 모습이었다.“아까 누가 비밀 호위를 동원하겠다고 했어?”황보용명은 무표정한 얼굴로 가운데 자리에 앉았고 황보춘을 비롯한 다른 이들은 자리에 얌전히 서 있었다.“아버지, 저예요.”황보추가 뻔뻔스럽게 한 발 앞으로 나섰다.“이유는?”황보용명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찻잔을 들어 한 모금 홀짝였다.“어떤 사람이 제 아들의 사지를 부러뜨린 것도 모자라 우리 가문의 엘리트 고수 이삼백 명을 쓰러뜨렸어요. 이런 놈은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황보추가 또박또박 말했다.“그러니까 네 말은 아들이 무능해서 얻어터진 것 때문에 가문 전체가 나서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야?”황보용명이 덤덤하게 물었다.“네?”황보추는 놀란 나머지 상황 파악이 되지 않
이튿날 아침, 남주 병원 병실.중상을 입은 황백은 다행히 위험한 고비를 넘겼고 병실 침대에 누워 곤히 자고 있었다. 황은아는 그의 옆을 밤새 지켰다.평소 두 부녀가 자주 싸우긴 했지만 그래도 진짜 일이 터졌을 때 황은아는 누구보다도 지극정성이었다. 밤새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아 한숨도 자지 못했다.“은아야, 뭐 좀 먹어.”그때 유진우가 아침을 사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아저씨의 상태가 안정되어서 얼마 후면 곧 회복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고마워요, 아저씨.”황은아는 억지로 미소를 쥐어짰다. 대충 두 입 먹고는 입맛이 없는지 다시 옆에 내려놓았다.“은아야, 우리 왔어.”그때 갑자기 문밖에 젊은 남녀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전부 황은아의 친구들이었는데 꽃과 과일 바구니, 그리고 몸에 좋은 영양제 등 다들 하나씩 들고 있었다.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귀하고 빛나는 건 단연코 구양호가 들고 있는 인삼이었다.“은아야, 아저씨가 편찮으시다고 들어서 특별히 야생 인삼을 사 왔어. 기력을 회복하는데 아주 좋은 거 알지?”구양호는 웃으며 정교하게 포장한 인삼을 두 손으로 건넸다.“고마워요. 하지만 이건 너무 귀한 거라 받을 수 없어요. 다시 가져가요.”황은아가 완곡하게 거절했다. 연식이 꽤 되는 야생 인삼은 그 가치가 황금보다도 비쌌다.“이미 준 선물을 다시 가져가라는 법이 어디 있어? 그리고 그리 비싸지도 않아.”구양호는 일부러 불쾌한 척했다.“은아야, 이건 양호 오빠의 성의니까 받아. 아저씨가 입원까지 하셨는데 당연히 몸보신 제대로 하셔야지.”장경희가 옆에서 타일렀다.“그럼 고맙게 받을게요, 양호 오빠.”이렇게까지 얘기한 마당에 더는 거절하기도 미안했다.“그래, 당연히 받아야지.”구양호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물었다.“아 참, 아저씨가 폭행당해서 병원에 입원한 거라며? 대체 누가 그런 거야?”“그게...”황은아는 말하려다가 멈추었다. 아버지가 폭행당한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은아야, 무서워하지 마. 누가 그
“황보 가문의 황보곰이야.”유진우가 덤덤하게 대답했다.“황보곰?”그 순간 구양호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낯빛이 사색이 되었고 다른 이들도 경악한 건 마찬가지였다.황보곰이 누구인가?서울에서 소문이 자자한 악마이자 권력을 등에 업고 마음대로 횡포를 부리는 재벌가 도련님이었다.평소에 기고만장하고 시건방을 떠는 건 물론이고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녔다. 게다가 집안 배경까지 어마어마하여 그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들에게 있어서 이런 거물은 그들의 생사를 쥐고 흔들 수 있는 존재나 다름없었다. 건드리는 건 둘째치고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고개를 똑바로 들고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지...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죠? 아저씨를 때린 사람이 황보곰이라고요?”정신을 차린 구양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 엄청 무서운가 봐?”유진우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무... 무섭다니요? 그럴 리가요.”구양호는 정신을 가다듬고 뻔뻔스럽게 말했다.“난 어릴 적부터 무서운 게 뭔지 모르고 자랐어요. 그냥 황보곰이잖아요. 길에서 날 마주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마주치면 바로 뺨부터 확 날릴 테니까.”지켜보는 여자들이 많아서 겁먹은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되었다. 어차피 허세를 부리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 일단 센 척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래? 정말 대단한데?”유진우는 그런 모습이 우습기만 했다. 분명 무서워서 식은땀까지 뻘뻘 흘리면서도 끝까지 큰소리만 쳤다.“이건 허세가 아니라 황보곰 같은 무능한 사람이 평소 나와 마주친다해도 형이라고 불러야 할걸요?”구양호는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우쭐거렸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큰소리는 잘 치네.”그때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가 갑자기 문 어귀에서 들려왔다. 곧이어 황보 가문의 중요 인물들이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맨 앞에 선 사람은 황보춘이었고 그의 뒤로 황보추와 황보걸 등 한 무리 사람이 따라왔다. 심지어 사지가 부러
황보 가문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에 구양호는 결국 그 위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하고 무릎을 꿇었다.“오... 오해입니다. 전부 다 오해예요.”구양호는 겁에 질린 나머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아까는 그냥 농담한 거예요. 제발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그럼 때리지 않겠다는 거예요?”황보걸은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제가 어찌 감히 때리겠어요.”구양호는 연신 손을 내저었다.“제가 입을 함부로 놀렸고 허세를 부렸습니다. 그러니 부디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그러고는 자신의 따귀를 힘껏 내리쳤다.그 순간 장경희 등 젊은이들은 혼비백산하여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황보 가문 같은 거물들을 그들은 쳐다볼 자격조차 없었다. 황보 가문의 아무나 나서도 그들의 생사를 마구 쥐고 흔들 수 있었다.“때리지도 못할 거면 그냥 옆에 쭈그리고 있어.”황보걸이 점점 미소를 거두었다.“네, 네...”구양호는 한껏 비굴한 자세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친구들과 함께 구석에 웅크린 채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심장은 마치 터져 나올 것처럼 쿵쾅거렸다.그는 아직도 황보 가문의 중요 인물들이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황보곰은 또 누구한테 맞은거야? 왜 저런 꼴이 되었지?’“진우 씨, 오랜만이에요.”황보걸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고 유진우에게 예를 표했다.“도련님, 오늘은 무슨 일로 이렇게 친히 발걸음을 하셨습니까?”유진우가 덤덤하게 물었다.“그게 무슨 일이냐면요...”“내가 얘기할게.”황보걸이 얘기하려는데 황보추가 거칠게 가로챘다.“네놈이 내 아들을 다치게 했잖아. 원래는 갈기갈기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지만 우리 가문은 넓은 아량으로 너에게 살 기회를 주기로 했어.”그의 말에 황보걸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황보춘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가만히 있었고 오히려 화들짝 놀란 건 구양호 일행이었다. 유진우를 쳐다보는 그들의 눈빛은 마치 괴물을 보는 듯했다.‘황보곰을 저 지경으로 쥐어팬 게 유진우라
“얘기 다 했어요? 다 했으면 꺼져요. 여기서 알짱거리지 말고.”유진우는 그들을 아예 안중에 두지 않고 짜증 섞인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너...”황보추가 또 버럭 화를 내려던 그때 황보춘이 나서서 말렸다.“그만해! 먼저 잘못한 건 곰이가 맞잖아. 사과하는 건 당연하지.”“큰형님.”황보추가 눈살을 찌푸렸다.“왜?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 잊었어?”황보춘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그를 째려보았다.“저...”황보추는 이를 꽉 깨물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황보곰, 네가 때린 사람에게 사과만 하면 이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있어.”황보춘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치를 주었다.“미... 미안해.”들것에 누워있던 황보곰이 힘겹게 몇 글자를 내뱉었다. 눈앞에 뻔히 보이는 손해는 일단 피하고 아픈 것부터 치료한 다음에 다시 복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이 자식아, 이제 만족해?”황보추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이걸로는 부족해요.”유진우는 고개를 내저었다.“아무런 성의가 없잖아요. 무릎 꿇고 사과해요.”“적당히 해, 이 자식아!”황보추는 이를 어찌나 꽉 깨물었는지 부러질 정도였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사과한 것도 충분히 수치스러운데, 무릎까지 꿇으라는 건 그야말로 치욕이었다.“꿇어!”그때 황보춘이 갑자기 목청을 높였다.“큰형님.”황보추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여봐라, 와서 황보곰의 무릎을 꿇려.”더는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황보춘은 부하들에게 명을 내렸다.곧이어 몇몇 부하들이 들것에 누워있던 황보곰을 바닥에 휙 던져버리더니 무릎을 꿇렸다.다친 곳을 건드린 바람에 황보곰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연신 비명을 질렀다.옆에 있던 황보추는 분통이 터졌지만 찍소리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잡아먹을 기세로 유진우를 노려보는 것밖에 없었다.“진우 씨, 이제 됐어요?”황보춘이 무덤덤한 얼굴로 물었다.“아직 조금 부족해요.”유진우가 고개를 내저었다.“뭐가 부족하죠?”황보춘이 다시 물었다.유진우는 그
“너... 감히 내 아들을 때려?”황보추는 이 상황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천민 주제에 그의 아들을 때렸다는 건 아주 겁을 상실한 행동이었다.“저 자식이 우리 아빠를 때렸는데 난 왜 저 자식을 못 때려요?”황은아는 싸늘한 얼굴로 다시 황보곰을 걷어찼다. 그 바람에 황보곰은 수 미터나 날아갔다.그녀의 행동에 황보추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분노를 터트렸다.“무례한 것 같으니라고!”그때 황보 가문 고수들이 앞으로 나섰다.“왜요? 벌써 못 참겠어요?”유진우가 피식 웃었다.“황보곰은 아저씨를 이보다 훨씬 더 심하게 때렸어요. 지금은 그냥 조금 더 혼내고 있을 뿐이에요.”“다 물러서!”황보춘의 매서운 눈빛에 그들은 순간 움찔했다.“은아야, 무서워하지 말고 계속 때려.”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네.”황은아도 전혀 물러날 기색이 없었다. 이미 사지가 부러진 황보곰에게 사정없이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댔다.아버지가 갖은 수모와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순간부터 그녀는 화를 꾹 참아왔다. 드디어 복수할 기회가 생겼는데 절대 그 기회를 놓칠 그녀가 아니었다. 그리고 누굴 건드리든 말든 그건 그녀가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복수나 제대로 할 생각이었다.“은아야, 너 미쳤어? 감히 황보곰을 때려?”“망했어, 망했어. 나중에 황보 가문에서 복수라도 한다면 은아는 집과 가족 모두 잃을 거야.”“정말 어리석은 녀석이야.”미친 듯이 분풀이하는 황은아를 보며 구양호 일행은 충격에 빠졌고 동시에 두려움도 밀려왔다.황보 가문 같은 거물을 어찌 한낱 일반인이 건드릴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정말로 위험천만한 짓이었다.잔뜩 얻어맞기만 하는 아들을 보고 있는 황보추의 안색이 무서울 정도로 어두웠다.황보용명이 그런 명령만 내리지 않았어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그 시각 병실 안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사람들은 황보곰을 사정없이 폭행하는 황은아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가뜩이나 중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