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상대적으로 봤을 때 그의 주먹은 관동보다 훨씬 작았다.“죽고 싶냐?”관동은 신음을 내며 다시 팔에 힘을 주자 내력이 뿜어져 나왔다.쾅!폭발음과 함께 두 사람의 주먹이 강하게 부딪혔다. 유진우는 꿈쩍도 하지 않고 서 있었지만, 발 아래 땅은 심하게 갈라졌다.반면 관동은 부딪히는 순간, 짧게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서 튕겨져 나가 벽에 세게 부딪혀 움푹 들어간 자국을 냈다. 다만 관동의 맞서 싸운 팔과 주먹은 이미 피로 물들었고, 뼈가 부서져 더는 움직일 수 없었다. 관동은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끝내 피를 뿜었다. 온 몸이 진흙처럼 벽을 따라 천천히 주저앉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이 장면을 보고 도석현은 당황스러웠다.관동은 관철만큼은 못 하지만 어쨌든 언더랭킹 13위의 고수이다. 그런 존재가 유진우의 주먹에 날아갔다.‘이 녀석, 진짜 그렇게 대단한가?’ 중상을 입고 쓰러진 관동을 보며 관철은 저도 모르게 이마를 찌푸렸다. 쉽게 해치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강한 상대를 만났다.그의 아들을 한 방으로 물리치는 실력이라니, 그렇다면 유진우의 실력은 그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진지하게 대해야겠군.’ “젊은이, 실력이 꽤 괜찮군. 그대의 스승은 누구신지?”관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히 무림에서 훌륭한 명문 출신이겠지. 혹시나 건드릴 수 없는 존재를 건드리면 곤란해지니까 미리 잘 확인해 봐야겠다.’ “파벌같은 거 없어요.”유진우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파벌이 없다고?” 관철이 눈을 번쩍였다. 사실이라면 조금 무서웠다.“젊은이, 당신은 재능이 있는 것 같군. 난 당신을 죽이고 싶지 않아. 오늘, 도석현에게 사과한다면 당신을 용서해 주지. 어때?”관철이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래된 무림고수인 그에겐 자연히 자신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있었다.하지만 상대의 정체를 알 수 없다면 건드리지 않는 편이 낫다.“관 사부님, 무슨 말씀이세요?
“객경 어르신을 뵙습니다.”모두의 주목 속에서 관철은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고 양손에 주먹을 안은 채 존경의 표정을 지었다.황보 가문의 권술사란 까놓고 말하면 그저 고급호위이다.그러나 객경은 전혀 달랐다. 그것은 늙은 맹주 다음으로 큰 존재였다!누구든 만나면 유진우를 선생이라고 존칭을 써야 한다.황보 집안의 객경령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겨우 두서너 명이다. 그리고 그걸 가진 사람은 다 위세 높은 사람들이다!유진우가 객경령을 받은 것으로 그의 실력과 가치를 증명하기에 충분했다.“어...”갑자기 무릎을 꿇는 관철을 보고 모두들 아연실색했다.하나같이 입을 떡 벌리고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저 사람은 유명한 관 사부님이자 언더 랭킹 2위의 고수이다. 평소 어딜가든 존경받고 만인이 우러러보는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런 거대한 사람이 유진우에게 무릎을 꿇다니!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지?사도현과 도석현은 어리둥절했고 단소홍 일행도 서로 쳐다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유진우가 아무렇게나 던진 옥패에 한 사람이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그녀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사실 유진우 자신도 관철이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보아하니 이 황보 집안의 객경령은 확실히 보통이 아닌 것 같았다.“관, 관 사부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도석현은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기 시작했다. 그가 관철을 청한 것은 자신을 위해서지, 남에게 무릎을 꿇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어르신, 아까는 소인이 안목이 짧았습니다. 방금 무례하게 굴었다면 너그러이 양해해주십시오.”관철은 도석현을 전혀 상대하지 않고 여전히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나기 시작했다.황보 가문의 객경령은 세력뿐만 아니라 숭고한 신분을 대표한다. 상대의 말 한마디로 사람을 증발시킬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됐어요. 당신도 다른 사람을 대신해 일을 하는 거니까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으니, 오해로 마무리할게요.”적어도 방금 관철은 그에
젓가락이 화살처럼 날아가, 도석현의 팔을 관통했다. “으악!”그는 비명을 지르며 식은땀을 흘렸다. “기억해, 다음에는 손 하나로 끝나지 않을 거야.”유진우가 경고했다.“너... 너 두고봐!”도석현은 피가 멈추지 않는 팔을 감싸 쥐고 황급히 달아났다. 전에 어느 만큼 잘났으면, 지금은 그만큼 처참하다. “진우 씨, 방금 당신이 꺼낸 게 뭐야? 왜 그 사람이 보자마자 놀라서 바로 무릎 꿇었어?”도석현이 떠난 후, 이청아는 드디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다른 이들도 말은 안 했어도 궁금한 표정이었다. “아, 이틀 전에 환자 한 명을 구했는데, 그 사람이 나에게 허리에 두르는 요패를 줬어. 곤란한 상황에서 목숨을 건질 수 있대. 이거 생각보다 정말 효과가 있네.”유진우는 웃으며 말했다.“오? 이런 좋은 일도 있어?” 이청아는 상당히 놀랐다. 조금 전까지만해도 그녀는 상대방에게 큰 재앙이 닥칠 거라고 생각했다.“흥! 얼마나 대단한가 했더니, 뭐야 그냥 다른 사람의 덕을 본 것뿐이네!”사도현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유진우의 행동으로 그는 자신의 체면이 깎였다고 생각했다.‘어떻게 저런 놈에게 주목을 빼앗길 수 있지? 나 같은 사람이 저 녀석에게 밀리다니.’“유진우, 인정은 사용하면 없어져, 자기 스스로 능력을 갖추어야 하지. 그러니 너 너무 건방지게 굴지 마, 다음에는 이렇게 운 좋을 수 없을 거야!”단소홍도 인정하지 않았다.‘내 남자가 제일 우수해, 돌팔이 의사가 뭐야...” “그래, 아마도.”유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변명할 생각도 안 했다. 샘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나 있다. “진우야, 너 이 영패 진짜 예쁘네, 며칠만 좀 빌려줘.”장경화는 유진우가 손에 들고 있는 객경령을 보며 눈이 반짝였다. 객경령 하나가 사람의 무릎을 꿇게 만들었으니, 그녀는 자신이 소유하게 된다면 다른 사람 앞에서 자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이 객경령은 주인이 있는 물건이에요. 사모님을 줘도 쓸 일도 없을 거예요, 오히려 곤란한 일을
“청아 씨도 알겠지만 난 그저 쌈박질이나 좀 할 줄 알지, 안보팀 부장인지 뭔지는 해본 적도 없어. 나한테 그런 일을 맡겨도 괜찮겠어?”유진우가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쌈박질과 병을 치료하는 건 그래도 재능이 있었지만 회사 관리직을 맡으라는 건 능력 이상의 일을 무리하게 떠맡기는 거나 다름없었다.“싸움만 잘하면 돼.”이청아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다른 건 할 필요 없어. 당신은 안전 문제만 책임지면 돼. 그러는 김에 나도 좀 지켜주고.”“그건...”유진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흥, 하기 싫으면 됐어.”이청아는 일부러 삐진 척했다.“앞으로 다른 사람이 날 해치면 그냥 죽지, 뭐. 큰일도 아닌데.”“그리 심각하진 않잖아.”유진우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응, 심각하진 않아. 이씨 그룹의 자산이 수조 원이라서 많은 사람이 눈독 들이고 있어. 난 새로 회장직에 부임했으니까 당연히 지켜줄 필요가 없지. 어느 날 갑자기 암살당하면 그때 가서 시체나 잘 걷어줘.”이청아가 말했다.“그런 무서운 소리 하지 마. 내가 하면 되잖아.”유진우가 씁쓸하게 웃었다.‘이 여자 이젠 심술까지 부리네.’“진우 씨, 억지로 동의할 필요 없어.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해.”이청아의 말투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억지로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후회하지도 않아.”유진우는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알았어. 당신이 하겠다고 했어. 내가 강요한 거 아니다?”이청아는 마치 봄바람을 맞고 활짝 핀 꽃처럼 바로 환하게 웃었다.“아무리 생각해도 당신 꾀에 넘어간 것 같아.”유진우는 어이가 없었다.“영광인 줄 알아. 다른 사람은 내 꾀에 넘어가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이청아는 우쭐거리며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내가 당신한테 뭐 나쁜 거 시키는 것도 아니고. 오늘 선물은 이걸로 줄게.”그러고는 발뒤꿈치를 살짝 들고 유진우의 볼에 쪽하고 입맞춤했다. 그녀의 향기가 코끝을 스친 순간 유진우는 온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았다.“청아 씨, 당신 나쁜 것만 배우는 것 같아
“유진우 씨요.”“유진우? 들어도 못 봤어. 여기서 거치적거리지 말고 당장 꺼져!”경호원이 날카롭게 호통쳤다.황보 가문에 매일 선물을 보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이런 상황은 늘 있는 일상이었다.“하지만 진우 씨가 이걸 꼭 황보걸 도련님께 전해드리라고 하셨어요.”황백이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사람 말귀 못 알아들어? 꺼지라고.”경호원이 짜증 섞인 말투로 쏘아붙였다.“먼저 가서 도련님께 보고하는 건 어떨까요?”황백은 겁먹은 듯 한껏 움츠러들었다.“네가 뭔데 보고하라 말아야? 당장 꺼져. 안 그러면 가만 안 둬!”경호원이 싸늘하게 말했다.“무슨 일인데 이렇게 시끄러워?”그때 우람한 체격의 한 남자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 조금 전까지도 노기등등하던 경호원은 그를 보자마자 바로 웃으며 깍듯하게 말했다.“황보곰 도련님, 별일 아닙니다. 웬 거지가 대문 앞에서 알짱거리면서 황보걸 도련님께 선물을 드리겠다고 해서요. 지금 당장 쫓아내겠습니다.”“잠깐!”황보곰의 시선이 황백에게 머물렀다.“황보걸을 알아?”“모릅니다.”황백은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유진우 씨가 황보걸 도련님께 약주를 전해드리라 해서요. 제발 어떻게 좀 안 되겠습니까?”“유진우?”황보곰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유진우의 사람이었구나.”“진우 씨를 아시나 봐요? 정말 다행이에요.”황백은 구세주를 만난 줄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다행이긴 하지.”황보곰이 차갑게 웃었다.“이 약주를 황보걸한테 줘야 한다고?”“네, 맞습니다.”황백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술 안에 독을 탄 건 아니겠지?”황보곰이 실눈을 뜨고 물었다.“독이요?”황백은 화들짝 놀라다가 이내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이 술은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약주인데 독이라니요.”“독이 없으면 어디 한번 마셔봐 봐.”황보곰이 조롱 섞인 웃음을 지었다.“이건 황보걸 도련님의 술입니다. 저같이 비천한 신분인 사람은 마실 자격도 없어요
해 질 무렵 유진우가 양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황백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평소였다면 이 시간쯤 황백은 이미 밥상을 차리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밖에 있다고 해도 전화해서 물어볼 정도로 지극정성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밥도 하지 않았고 그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게 어딘가 이상했다.한창 의문에 잠겨있던 그때 휴대 전화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황은아가 걸어온 전화였다.“아저씨, 큰일 났어요! 아빠한테 사고가 생겼어요!”그녀의 말투가 조급하게 들렸다.“사고? 무슨 일인데?”유진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방금 병원에서 전화 왔는데 아빠가 다른 사람한테 맞아서 중상을 입었대요.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대요!”황은아가 말했다.“아저씨처럼 자상한 분이 어떻게 맞을수 있어?”유진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황백은 행동거지가 늘 조심스러웠고 누굴 만나든 깍듯하게 예의를 차렸다. 그런 사람이 누군가와 원한이 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구체적인 상황이 어떤지는 저도 잘 몰라요. 저 지금 차 타고 병원으로 가고 있어요.”“어느 병원이야?”“남주 병원요.”“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유진우는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외출했다. 그렇게 20분도 채 안 되어 병원에 도착했다.그 시각 병실 안.황백은 이목구비를 제외한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고 겨우 숨이 붙어있었다. 황은아는 어쩔 줄 모른 나머지 발만 동동 굴렀다.17살짜리 고등학생이 언제 이런 일을 겪어봤겠는가? 유일한 가족이 이 지경이 되도록 맞았으니 침착함을 유지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은아야, 아저씨 어떠셔?”그때 유진우가 미친 듯이 병실 안으로 달려왔다.“아저씨, 드디어 왔네요.”황은아는 마치 구세주라도 본 것처럼 다급하게 말했다.“아까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골절상이 많고 내장도 파열됐대요. 게다가 피부에 상처도 가득한 걸 봐서 아무래도 고문을 당하신 것 같대요.”“고문?”유진우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혹시 예전에 누굴 건드린 적이 있었어?”“아니요
유진우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그러니까 황보 가문 사람이란 말이죠?”좋은 마음으로 황백에게 황보용명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주를 가져다주라고 했는데 황보 가문에서는 고마워하기는커녕 되레 사람을 이 지경으로 때렸다.무슨 이유에서든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넘어가서는 안 되었다.“아저씨, 죄송해요. 이게 다 제 탓이에요.”유진우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제가 술을 가져다주라고 부탁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모진 일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아닙니다. 이건 진우 씨 탓이 아니에요. 다 제가 운이 나빠서 그런 거예요.”황백이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아저씨, 제가 꼭 복수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아저씨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구든, 꼭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유진우는 굳게 맹세했다.“진우 씨, 황보 가문은 우리가 함부로 건드릴 만한 그런 가문이 아니에요. 절대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말아요.”황백이 갑자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가 혼자 맞으면 됐지, 이 일로 유진우에게 피해를 준다면 목숨으로도 속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아저씨는 병원에서 마음 편히 치료만 받으시면 돼요.”유진우는 상처 치료제 한 알을 꺼내 황백에게 조심스럽게 먹이고는 자리를 떠나려 했다.“아저씨, 어디 가요?”황은아는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밀려왔다.“아저씨를 이렇게 만든 놈들한테 복수하러 간다.”유진우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아저씨 잘 보살펴.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한테 전화하고.”그러고는 바로 자리를 떠났다.30분 후, 황보 저택 대문 앞.눈앞의 높고 커다란 대문을 본 유진우의 낯빛이 어둡기 그지없었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거기 서! 너 누구야?”경호원이 그를 보자마자 소리 높이 외쳤다.“오늘 너희들이 여기서 계속 대문을 지켰어?”유진우가 싸늘하게 물었다.“그런데?”경호원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기고만장했다. 유진우의 행색을 보더니 귀한 재벌은 아닌 것 같아 함부로 대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
“뭐야?”주먹 한 방에 죽은 동료를 본 나머지 경호원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유진우가 이토록 잔인한 사람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황보 가문의 사람을 죽였다는 건 황보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은 게 분명했다.“무엄하다!”“아주 간덩이가 부었구나!”“감히 황보 가문 사람을 죽여?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놀라움도 잠시 경호원들은 일제히 칼을 뽑아 들고 분노를 터트렸다. 하지만 유진우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좌우를 번갈아 보았다.“너희들도 황백 아저씨를 때렸어?”“뭐?”순간 움찔한 경호원들은 마치 맹수의 먹잇감이 된 순한 양처럼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뭔가 잘못됐음을 알아챘다.이곳은 황보 저택이고 상대는 고작 한 명인데 뭐가 두려울 게 있겠는가?“인마!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멈춰. 안 그러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아!”왼쪽에 서 있던 경호원이 두 발짝 앞으로 나서서 흉악하게 말했다.“퍽!”유진우가 발로 그를 걷어차자 경호원은 벽에 부딪혀 피를 흘리면서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너 이 새X...”오른쪽에 서 있던 경호원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가 달려들자 유진우는 이번에도 가차 없이 킥을 날렸다. 그 경호원은 휙 날아가 벽에 꽂혀버렸다.눈 깜짝할 사이에 경호원 네 명 중 한 명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경고하는데... 함부로 움직이지 마!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동료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마지막 경호원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고 두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너에게 기회를 줄게. 가서 황보곰 불러와.”유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알았어. 여기서 딱 기다려.”경호원은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황급히 안으로 달려갔다.잠시 후, 백여 명의 사람들이 저택 내부에서 살기등등한 기세로 우르르 몰려나왔다.“어떤 미친놈이 감히 황보 저택에서 행패를 부려?”황보곰이 활개를 저으며 맨 앞에서 걸어왔고 그의 뒤로
진산 기슭 아래, 포효와 함성 그리고 비명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유진우는 한 자루의 검을 들고 십만 대군 속을 종횡무진하며 검 끝이 닿는 곳마다 무적의 기세를 보였다.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수십 명이 피 웅덩이 속에 쓰러졌다.그러나 유진우가 아무리 격렬히 싸우고 있다고 해도 주변의 병사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많아졌다.밀려오는 파도처럼 한 무리를 척살하면 또 다른 무리의 병사들이 덮쳐왔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병사들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십만 대군이 가만히 서서 목을 길게 빼고 죽기를 기다린다 해도 사흘 밤낮으로 베어야 할 것이다.하지만 십만 대군은 모두 정예병들이었다.갑옷을 입고 방패를 든 그들을 처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유진우의 실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혼자서 십만 대군을 도륙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사람은 기계가 아니니 고강도의 싸움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었다.유진우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조금씩 체력이 소모됐다.단시간 내에는 눈에 띄지 않겠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로는 서서히 누적되고 기력은 점차 소진될 것이다.결국 유진우는 병사들의 인해전술에 의해 패배할 운명이었다.“흥! 죽여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문관옥은 멀리서 전투를 관전하며 냉소를 지었다.어차피 죽는 건 자기 병사가 아니니 그는 조금의 안타까움도 느끼지 못했다.‘실력으로 보니 많아야 만 명 적도 죽이는 게 한계겠네.’체력이 고갈되면 유진우는 곧 도살될 양처럼 무력해질 것이다.“1년 사이에 실력이 이 정도로 향상되다니 역시 남겨두면 안 될 불씨야.”부규환이 중얼거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유진우의 전투를 지켜보았다.유진우의 재능으로 볼 때 몇 년만 더 성장할 시간을 준다면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죽여라! 다 죽여라! 전진!”여덟 명의 지휘관이 병사들을 독려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전진하도록 지시했다.상부의 명령을 받은 그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
“죽여라!”500명의 정예병이 차량에서 뛰어내리며 앞으로 돌진했다.그때 대형 트럭의 측면 문이 열리며 빼곡히 들어있던 사람들이 드러났다.그들은 검은 전투복을 입은 채 가면을 쓰고 강철 검을 들고 있었다.하나같이 기운이 강대했는데 무도 고수가 분명했다.“돌격!”트럭 위의 가면을 쓴 남자가 장도를 휘두르자 트럭 안의 무사들은 주저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양측 병력은 곧바로 격렬한 혈투를 벌이기 시작했다.조무진의 병력이 더 많았다. 게다가 훈련도 잘되어 있어 공격과 방어가 일체화된 강력한 전력을 자랑했다.반면 가면을 쓴 암살자들은 다섯 명씩 조를 이루어 완벽한 호흡으로 협력하며 매우 맹렬하게 돌격했다.일순간 양측은 팽팽히 맞서며 승부를 가릴 수 없는 치열한 전투를 이어갔다.“진무사?”조무진은 자세히 살펴보다가 이내 단서를 발견했다.가면을 쓴 암살자들은 모두 정예 무사로 각별히 선발된 사람들이 분명했다.일반적인 무림 문파였다면 격전속에서 이토록 통일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없었다.오직 공식적이고 엄격한 훈련을 받은 무사만이 이러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연경 전체에서 봤을 때, 이 정도의 실력과 동기를 가진 집단은 진무사밖에 없었다.진무사까지 출동한 것을 보니 조무진은 사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때 500리 떨어진 한적한 산림 속.조홍연이 정예 병력 한 부대를 이끌고 산적 토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일부 저항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산적들은 정예군을 보자마자 쥐가 고양이를 보듯이 산채를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그들은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않았다.조홍연은 단 한 명의 병력 손실도 없이 가볍게 임무를 완수했다.“홍연 님, 산적들은 이미 도망쳤고 저희는 무사히 산채를 점령했습니다. 현재 전리품 정리 중입니다.”조홍연의 측근 중 하나인 여자 장군 공요가 다가와 보고했다.조홍연은 산채의 나무 성벽 위에 서서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에서 기쁨은 찾아볼 수 없었다.“홍연 님, 왜 그
홍군림이 백준을 막아서 검을 상대하고 있을 때, 다른 한편 동방의 진산에서 백 리 떨어진 곳에서 조무진이 정예병 500명을 이끌고 급히 진산으로 향하고 있었다.상황이 갑작스럽게 발생한 탓에 병력이 많지 않았지만 이 500명은 그의 직속 친위대로 구성된 강력한 전투력의 부대였다.안에는 적지 않은 무도 고수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만 명 규모의 일반 군사들과 맞서도 전혀 밀리지 않을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더 빨리! 더 속도를 내라! 반드시 최단 시간 안에 서하사에 도착해야 한다.”조무진은 차량에 앉아 연신 재촉하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의 이런 반응은 함께 차량에 타고 있던 두 명의 여자 부하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평소 조무진은 전쟁의 신으로 불리며 세상이 무너진다 해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담담히 대응하던 사람이었다.‘그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냉철한 판단으로 대응해 온 그가 지금 이토록 다급한 모습을 보이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조홍연 쪽은 어떠한가? 연락이 닿았느냐?”조무진이 갑자기 물었다.“아가씨는 가문 장로들에 의해 긴급 임무에 차출되어 현재로서는 연락이 닿지 않지 않아 일단 메시지를 남겨놓았습니다. 아가씨께서 돌아오시는 대로 즉시 지원하러 올 것입니다.”한 여자 부하가 답했다.“무슨 임무? 다 헛소리야! 늙은 놈들이 일부러 방해를 놓은 게 틀림없어!”조무진이 분을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이 중요한 시점에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조홍연을 멀리 차출보내는 건 조씨 가문에서 황가와의 충돌을 피하고자 유장혁이 죽는 것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행위였다.“도련님, 유 도련님께서는 복이 많으신 분이니 분명히 무사하실 겁니다. 너무 염려 마세요.”여자 부하가 조심스럽게 위로를 건넸다.“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조무진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지금 연경성은 이미 폭풍전야다. 황권 뒤에 숨은 세력들조차 움직이기 시작했어. 내 추측이 맞다면 10년 전의 그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 벌어질
그의 옷자락은 바람에 나부끼며 속세를 벗어난 듯 초탈한 기운을 뿜어냈다.보통 사람이 이 광경을 봤다면 곧바로 무릎을 꿇고 선인을 외쳤을 것이다.슉!흰옷의 검객이 열심히 목적지를 향해 가던 중 갑자기 하얀 보검 하나가 땅에서 솟구쳐 오르며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그 검은 마치 도전장을 내미는 듯했다.“누가 내 길을 막는 것이냐!”흰옷의 검객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검선 선배님의 검술이 뛰어나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들어왔습니다. 하여 후배가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이때 웃통을 벗은 준수한 청년이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라 하얀 보검 위에 가볍게 발을 디뎠다.허공에 떠오른 청년과 검이 검선 백준과 마주 섰다.“네 놈은 누구냐?”백준이 청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후배 검종, 홍군림이라 합니다. 천 리 길을 달려와 검선 선배님께 몇 수 가르침을 청하고자 합니다.”준수한 청년 홍군림이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인사했다. 그의 태도는 비굴하지도 오만하지도 않았다.“홍군림? 검종에서 천하를 누비며 다니는 자?”백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약간 놀란 기색을 보였다.“검종에서 절세의 천재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 보니 과연 소문대로네. 어린 나이에 대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니... 유장혁 그 자식보다 낫구나.”“선배님, 과찬입니다.”홍군림의 얼굴에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홍군림, 오늘 중요한 일이 있으니 정말 가르침을 청하려 한다면 다음 기회로 미뤄라.”백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다음을 기약하기보다 어렵게 만났으니 이번 기회에 부디 선배님께서 가르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홍군림은 물러서지 않았다.“네 말은 일부러 날 막고 있다는 거냐? 설마 검종이 호룡각이 부리는 개가 된 것은 아니겠지?”백준의 얼굴이 서서히 차가워졌다.“제 행동은 검종과도, 호룡각과도 무관합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흥미일 뿐입니다.”홍군림은 담담히 대답했다.“저는 세 살 때부터 검을 익혀 검도의 극한에 이르렀습니다. 선배님의 검이 빠를지 제 검이 빠를지
“뭐라고?”부규환의 말에 유진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유진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만수는 서경에 머물면서 막대한 병력을 쥐고 있을 뿐 아니라 주변에는 실력 있는 고수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너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호룡각의 세력이 아무리 막강하다 해도 서경왕부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호룡각이 눈엣가시 같은 서경왕부의 존재를 참을 리가 없었다.호룡각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은 서경왕부를 상대하기에 껄끄러웠기 때문이었다.다시 말해 유만수가 건재한 서경왕부의 세력은 절대 약화하지 않을 것이며 호룡각또한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세력이라는 뜻이었다.그러나 부규환의 말투를 보니 지금은 상황이 이미 많이 바뀐 듯했다.“도련님,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부규환이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호룡각은 10년간 치밀하게 준비해 왔습니다. 언젠가 서경왕부를 제거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제 그날이 머지않았습니다.”“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거야!”유진우가 외쳤다.“도련님,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차피 오늘 살아서 나갈 수 없을 테니까요.”부규환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흥! 나를 죽이려고?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야!”유진우가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아무리 숨겨둔 병력이 많다고 해도 나도 혼자 온 게 아니다! 지원군이 오고 있으니 누가 이길지는 두고 봐야겠지.”“도련님의 계획은 이미 호룡각에 간파되었습니다. 말씀하신 지원군은 아마 오늘 도착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의 도련님은 저희 수중에 들어온 먹잇감에 불과합니다.”부규환이 담담하게 말했다.“하하하, 유장혁! 설마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겠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고 실력이 강하더라도 죽음은 피할 수 없겠구나!”문관옥이 참지 못하고 조소를 터트렸다.경천 랭킹 10위에 오른 강자가 직접 나섬과 더불어 10만 외성 군의 정예병을 내세웠으니 유장혁이 아무리 숨겨둔 비장의 수가 있다고 해도 마지막 발버둥
왜 무림에는 고수들이 넘쳐나고 강자가 끊임없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공무원과 정면으로 맞서지 못했는지를 사람들은 이제야 알았다.그 이유는 실력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수십만 대군이 밀고 들어오면 설령 하늘을 찌르는 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어떤 문파라도 관군의 정예 병력과 대적하게 되면 결국 멸망의 길을 걷게 될 뿐이다.“포위하라!”명령과 함께 10만 대군이 안팎으로 유진우와 일행을 완전히 둘러쌌다.병사들은 각자 창과 칼을 들고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으며 살기 가득한 기운이 사방을 압도했다.“나는 옥면 군신 무관옥이에요. 팔방제후는 어디 있어요?”그 순간 무관옥이 앞으로 나와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다.초품 군신의 위엄을 지닌 그는 이품 고급 장교에게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처럼 느껴졌다.팔방제후로 불리는 실권자들도 무관옥의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의 질문은 대답 없이 공허하게 메아리쳤고 병사들은 오직 무표정하게 대형을 유지하며 무관옥을 무시했다.“이게 무슨 일이죠? 당신들의 고급 장교 어디 있는 거예요?”무관옥은 불만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무관옥은 30만의 백호랑을 연경으로 보낼 수 없지만, 군신으로서 어떠한 고급 장교도 그를 보고 정중하게 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군신님, 오늘 외성군의 지휘는 제가 맡고 있습니다.”그때 중앙 대열에서 하얀 옷을 입은 얼굴 창백하고 수염이 없는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노인의 키는 훤칠하고 체격은 마른 편이며 날카로운 음성이 다소 섬뜩하게 들렸다.“부 내관님?”부 내관을 본 순간 무관옥의 눈동자가 급격히 수축하였다. 좀 전까지 드러냈던 거만한 태도는 순식간에 사라졌다.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비록 관직은 높지 않지만, 그 지위는 매우 특별한 존재였다.그는 천자의 측근이자 대내 제1고수로 꼽히는 인물이고 경천 랭킹 10위에 오른 절정 고수 부규환이었다.“군신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문제는 이제 제가 처리하겠습니다.”부규환은 고개를 살
문관옥이 어찌 할 바를 몰라 할 때 발밑의 땅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와 함께 약간의 ‘쿵쿵’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지진이 난 건가?”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무관옥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자 후방의 산림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수천, 수만의 병마들이 나타나 있었다.눈길이 닿는 곳마다 빽빽하게 가득 찬 병마들로 산과 들이 전부 뒤덮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거대한 병력은 하나로 합쳐진 단일 부대가 아니었다.오히려 여덟 개의 정예 부대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몰려들고 있었다.땅의 진동은 바로 이 여덟 부대가 달려오며 만들어낸 소리였다.“저거 봐요! 저게 뭐예요?”“맙소사! 엄청난 규모잖아요! 산 전체가 덮일 것 같아요!”“저기 깃발을 봐요. 우리 지원군인 것 같아요!”“뭐라고요? 지원군이 왔다고요? 정말 잘됐어요!”사람들은 상황을 자세히 살핀 뒤 크게 기뻐하며 외쳤다.너무나 강력한 힘을 지닌 유장혁을 그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더 많은 병력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했으며 그들이 바라던 대로 엄청난 지원군이 도착한 것이다.사람을 압도하는 수적 우위로 유장혁을 포위하거나 아니면 절대 강자가 나서서 그를 제압해야만 했다.현재 이곳에 도착한 방대한 군력은 무려 10만에 달했다. 사람마다 한 개 기술을 써도 유장혁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팔방제후에요! 팔방제후의 병력이 도착했어요!”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무관옥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연경에는 세 개의 주요 군사력이 존재한다. 첫째는 치안을 유지하는 성위군 둘째는 자금성 안에서 황족을 보호하는 금위군이다.그리고 셋째가 바로 외성에서 제8대 총수가 지휘하는 특수 군대인데 이는 연경의 안전을 지키고 반란이나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대이다.팔방 제후라고 불리는 이 총수는 높은 관직이 아니지만, 실제 권력은 거의 제1제후와 맞먹는다.그래서 이들은 종종 ‘팔방제후’라는 존칭으로 불리며 고위 관료들도 이들에게 함부로
“으윽!”전신 법상이 산산조각 난 순간 한비영은 마치 심각한 타격을 입은 듯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몸은 힘이 빠진 듯 휘청거렸다. 마치 기운을 전부 뺏긴 것 같은 모습이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내가 졌다고?”한비영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그는 늘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있었고 어떤 천재가 나타나더라도 그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자신이 무적이라 믿었고 누구도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으리라 자부했다.그러나 오늘 한비영은 아주 처참하게 패배했다.천신사상결의 모든 기술을 남김없이 펼쳤지만, 결국 상대를 넘지 못했다.반면 유장혁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매 순간 정면으로 맞섰다.이번 싸움은 오직 절대적인 힘과 기술의 대결이었고 속임수 같은 건 없었다.결과적으로 한비영이 졌고 유장혁은 강력한 실력으로 천신사상결을 완전히 깨부수며 자신의 불패 신화를 끝장냈다.한비영은 자신이 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맙소사! 유장혁이 이겼다고요? 유장혁이 한비영을 이겼다고?”“천신사상결을 막아낸 사람이 있다니 이건 기적이에요!”“이게 바로 전설 속의 천재인가? 정말 두렵군요!”“...”유장혁이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유장혁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경악했다.한비영마저 이길 수 없다면 이들 중 유장혁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젠장! 천하회의 도련님이라는 사람인데 이런 망신을 당하다니!”문관옥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문관옥은 한비영과 유장혁이 서로 치명적인 상처 입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한비영은 이미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유장혁은 멀쩡한 상태였다.유장혁이 얼마나 숨겨온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천신사상결은 정말 대단한 기술이에요. 도련님께서 대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면 나는 이 기술을 막지 못했을지도 몰라요.”유장혁은 담담히 말
“왔다! 드디어 천신사상결의 최강 필살기가 나왔어요!”“전설에 따르면 전신의 분노를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죠. 오늘 우리가 그것을 직접 볼 줄은 몰랐어요!”“천신사상결에 의해 죽는다면 그 또한 유장혁의 명성에 어울리는 최후가 될 것 같아요.”“...”공중에 떠올라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낸 한비영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두려움과 경외심에 휩싸였다.천신사상결은 천하회의 종주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필살기로 무림의 5대 필살기 중 하나로 꼽힌다.사람들은 그저 소문으로만 들어왔을 뿐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조금 전 보여준 세 가지 기술만으로도 이미 천지개벽할 정도였는데 이제 마지막 기술이 펼쳐질 순간이었다.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었다.“전신의 분노!”공중에 떠 있는 한비영이 갑자기 포효했다.순간 한비영의 몸에서 전신 법상이 폭발적으로 나타났고 순식간에 키가 30미터가 넘는 거대한 거인으로 변했다.유진우는 그 발끝에서 마치 개미처럼 보잘것없어 보였다.마치 발을 한 번 내디디기만 해도 간단히 짓밟힐 것처럼 보였다.“검법 파장술!”한비영은 천천히 손을 들어 던지는 자세를 취하더니 거칠게 손을 아래로 내리눌렀다.그의 머리 위 거대한 법상 역시 똑같은 동작을 취했지만, 그 손에는 푸른 번개로 뒤덮인 거대한 창이 들려 있었다!“쿵!”번개 창은 마치 미사일처럼 유진우를 향해 내리꽂혔다.순식간에 천지가 뒤바뀌고 공간이 뒤틀렸다.극에 달한 공포스러운 위압감이 순식간에 온 사방을 덮쳤다.마치 하늘에서 신이 벌을 내려주듯 사람들을 공포와 전율로 몰아넣었다.번개 창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그 강력한 힘은 이미 대지를 붕괴시키고 바위를 산산조각 냈다. 백 미터 이내에 있던 풀과 나무는 모두 먼지로 변했다.멀리서 지켜보던 무사들은 겁에 질려 연신 뒤로 물러나며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강린!”번개 창이 내려오는 순간 유진우의 몸에 새겨진 강린 문신이 갑자기 빛을 발했다.검은 불빛이 그의 몸에서 터져 나와 거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