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무릎 꿇어!”강천호가 매섭게 호통쳤다.“싫다면요?”실눈을 뜬 유진우는 겁먹은 기색이라곤 없었다.“싫다고? 그럼 먼저 이 할망구부터 죽여야지!”강천호는 오금란을 앞으로 잡아끌더니 총을 그녀의 관자놀이에 겨누었다. 유진우의 실력을 알고 있어 방패막이로 삼을 생각이었다.“강천호 씨, 경고하는데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그분은 셋째 할머니야!”유진우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셋째 할머니? 하하... 이 할망구를 꽤 신경 쓰나 봐?”강천호가 섬뜩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대로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내 말대로 해!”“유진우, 가만히 서서 뭐 해? 당장 무릎 꿇어!”이서우가 미친 듯이 다그치기 시작했다.“짐승 같은 놈아, 당장 무릎 꿇어! 날 죽일 셈이야?”오금란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할머니, 제가 곧 구해드릴 테니까 조급해하지 말아요.”유진우는 일부러 화난 척했다.“강천호 씨, 복수하려거든 나한테 해요. 할머니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무서운 법을 모르는구나!”화가 난 강천호는 오금란의 무릎에 총을 쐈다.“으악!”오금란이 처참한 비명을 질렀고 얼굴도 잔뜩 일그러졌다.“감히 총을 쏴? 할머니를 풀어주지 않으면...”유진우는 계속하여 협박했다. 상대가 총까지 쏜 마당에 예의고 뭐고 차릴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천호는 또다시 오금란의 다른 한쪽 무릎에 총을 쏘며 으름장을 놓았다.“꿇어!”“이 짐승보다 못한 놈아, 당장 꿇어! 안 그러면 절대 용서치 않아!”오금란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처참하게 울부짖었다. 극심한 고통을 견디기 너무도 힘들었다.“강천호, 적당히 해. 만약 셋째 할머니를 죽인다면 아무도 당신을 구하지 못할 거야.”유진우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이 할망구를 이토록 신경 쓰다니... 그럼 가족을 잃은 고통이 어떤 건지 제대로 느끼게 해줄게.”강천호는 피식 웃으면서 총을 오금란의 관자놀이
“으악...”이서우의 몸이 경직되면서 목소리도 더는 나오지 않았다.검은 총구와 강천호의 흉악스러운 얼굴을 번갈아 보던 그녀의 의식이 점점 흐릿해지다가 결국 쿵 하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죽는 순간까지도 그녀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역력했고 눈도 제대로 감지 못했다.모든 상황이 너무도 갑작스럽게 벌어졌다. 아마 이서우마저도 이런 방식으로 생을 마감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죽... 죽었어?”이서우와 오금란의 시체를 보며 장경화 등 몇몇은 겁에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었다.평소 안하무인인 데다가 오만하기 짝이 없던 그녀들이 이렇게 갑자기 죽다니... 실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유진우는 무뚝뚝하고 싸늘하게 시체를 내려다보았다.악인은 그보다 더 악한 악인에게 당한다고 했다. 이서우와 오금란은 기고만장하고 남을 업신여겼으며 가르침을 받아도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되레 복수할 생각뿐이었다.이처럼 남에게 해가 되는 인간은 죽어도 슬퍼할 필요가 없다.그는 자애로운 사람이 아니다.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귀찮은 일을 해결할 수 있는데 굳이 마다할 필요가 있겠는가?“하하... 어때? 화가 나서 미치겠고 고통스러워 죽을 것 같지? 날 막 죽이고 싶은 충동이 생겨?”강천호가 음침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솔직하게 얘기할게. 이제 시작일 뿐이야. 내 손에 인질이 몇이나 있으니까 너랑 천천히 놀아줄게!”그러더니 이현 옆으로 다가가 총구를 그의 머리에 겨누었다.“다음은 네 처남이다. 무릎을 꿇을지 말지는 네 선택에 달려있어.”“강 대표님, 이 일은 저랑 상관없는 일입니다. 제발 총 쏘지 말아 주세요.”“네, 강 대표님. 저희는 강 대표님한테 잘못한 게 없어요. 죽이려면 유진우만 죽이고 제 아들은 제발 놔주세요!”장경화가 손발이 닳도록 빌었다.“유진우는 당신네 이씨 가문의 사위잖아. 한 사람이 죄를 지었으면 온 가족이 벌을 받아야지. 아무도 도망 못 가. 물론 당신 아들이 살 수 있을지 없을지는 유진우한테 달렸어.”강천호가 조롱 섞인 웃음을 지었
“탕! 탕!”하지만 단지 총알이 나가는 소리뿐이었다. 발사된 총알 두 개가 유진우의 코앞에서 멈춰 섰다.반투명한 보호막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가볍게 총알을 막았다.“뭐야?”강천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록 진작 마음의 준비를 마쳤지만 공중에서 총알을 막는 모습을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작 그런 총으로 날 다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유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총으로 안 된다면 나랑 같이 죽자!”강천호가 갑자기 리모컨을 꺼내더니 크게 웃었다.“하하... 유진우, 지옥에서 만나자!”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버튼을 눌렀다....그 시각 이씨 가문 별장 밖.이청아가 남동생을 부축하여 꽤 멀리 도망친 그때 갑자기 두 번의 총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확인했지만 유진우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진우 씨?”당황한 이청아는 황급히 다시 별장으로 달려갔다.“야, 거길 왜 다시 가? 죽고 싶어서 그래?”장경화는 재빨리 그녀를 잡았다.“엄마, 진우 씨 아직 저 안에 있어요. 위험할 수 있으니까 제가 도와주러 가야 해요.”이청아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네가 가서 뭘 어쩔 건데? 강천호한테 총도 있고 폭탄도 있어. 지금 가는 건 죽으러 가는 거랑 마찬가지라고!”장경화는 딸을 꽉 잡고 말렸다.“그럼 진우 씨는 어떡해요?”이청아가 안절부절못했다.“사고 친 건 걔잖아. 뭔 일을 당해도 싸. 우리랑 상관없어.”장경화가 매정하게 말했다.“엄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아까 진우 씨가 이현이를 구했어요. 사람이 어찌 그리 이기적일 수가 있어요?”이청아는 분노하며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고 별장으로 달려가려 했다.“쾅!”그때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고 산과 땅이 뒤흔들렸다. 그리고 별장 전체가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져 폐허가 되고 말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연기가 자욱해졌고 불꽃이 피어올랐다.“진우 씨?”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진 별장을 본 순간 이청아는 넋이 나간
코끝을 스치는 익숙한 향기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이청아가 진심으로 그를 걱정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진심이 아니라면 그렇게 서글프게 울지도 않았을 것이다.“됐어, 됐어, 그만 울어. 내 옷이 다 젖겠다. 이틀 전에 새로 산 옷이란 말이야.”한참 동안 그녀를 안고 있던 유진우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그까짓 거 내가 하나 사주면 되지!”이청아는 그를 안고 있던 손을 내려놓으면서 유진우의 허리춤을 꽉 꼬집었다. 그 바람에 유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아파했다.“아까는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빨리 나오지 않았어?”이청아가 물었다.“강천호는 언제 사고 칠지 모르는 위험한 인물이야. 당연히 끝까지 처리하고 나와야지.”유진우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당신의 주먹이 세다는 거 알아. 하지만 그래도 위험한 건 피해야 하지 않겠어? 그 사람이 몸에 폭탄까지 묶고 있었는데 혹시라도 폭탄이 터져서 죽으면 어떡해!”이청아가 불만을 터뜨렸다.“나 멀쩡하잖아.”유진우가 히죽 웃었다.“흥, 이번에는 당신이 운이 좋았어. 앞으로 절대 무리하지 마!”이청아가 경고했다.“알았어, 알았어. 이제부터는 나서지 않고 쭈그리고 있을게. 항상 먼저 목숨부터 지킬게.”유진우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그래야지!”이청아는 그제야 만족스럽게 웃어 보였다.영웅이 되면 위풍이 있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그 대신 조금이라도 실수가 생기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하여 그녀는 유진우가 차라리 겁쟁이인 게 더 마음이 편했다.“유진우! 너 명이 아주 길구나? 저런 폭발이 일어났는데도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네?”그때 이현과 장경화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행운의 신이 함께 했나 봐요. 안 그러면 정말 죽었을 거예요.”유진우는 대충 형식적으로 말했다.“아이고, 내 별장!”폐허가 된 별장을 본 장경화가 갑자기 울부짖기 시작했다.“강천호는 죽고 싶으면 혼자 죽을 것이지, 내 별장은 왜 망가뜨리고 난리야!”“엄마, 이게 다 유진우 때문이야. 유진
“흥!”이청아는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아 유진우의 발을 세게 밟고 그대로 뒤를 돌아 떠났다.한바탕의 폭풍이 지나갔다.폭발 사건 때문에 소방차는 곧바로 현장에 도착했다. 불을 끄고 나머지 정리할 것들을 정리하고 대외로는 가스폭발로 인한 사건이라고 소식을 보도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3일이 흘렀다.이청아 일가족들은 다시 이 씨네 저택으로 들어가 이 어르신과 함께 지냈다.강북이씨 쪽, 오금란과 이서우의 죽음으로 사람을 보내 조사를 했다. 하지만 살인범 강천호가 자폭한 것을 알고 흐지부지 넘어갔다.족장 이세훈의 결정으로 인하여 이청아의 조경 그룹 회장의 신분이 공식적으로 확정됐다. 이제 취임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3일 동안 유진우는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바로 선우영채가 경매에 내놓은 구백년 청련을 약신궁이 높은 가격에 매입했다는 것이다.소문에 의하면 약신궁에 구백년 청련을 짧은 시간 안에 천년 청련으로 숙성시키는 비법이 있다고 한다. 진위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보물을 놓치지 않기 위해 유진우는 특별히 손기태더러 서울로 돌아가 자세히 알아보라고 했다. 만약 정말로 숙성을 촉진할 수 있다면 유진우가 직접 약신궁으로 향할 것이다.하지만 그 밖에도 유진우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조선미였다.조선미가 서울로 간 후로, 꼬박 3일 동안 소식이 없었다. 답장도 안 하고 전화도 안 받고 도저히 연락이 닿지 않았다.천향원 전체가 텅텅 비었고, 하인 몇 명만이 매일 돌볼 뿐이었다.사흘째 되는 날 점심, 유진우가 초조하고 불안해하고 있을 때 은빛 벤틀리 한 대가 갑자기 의원 앞에 멈춰 섰다.유진우는 안색이 밝아져서 얼른 밖으로 나갔다.그러나 차에서 내린 사람은 조선미가 아닌 조아영이였다.“하영 씨, 왜 하영 씨가 온 거죠? 당신 언니는요?”유진우는 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우리 언니... 당분간은 못 돌아올 거예요.”조아영은 전의 활발함은 사라지고 표정이 무거워 보였다.“못 돌아온다는 게 무슨 뜻이죠?”유진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왜 말을 듣지 않아요?”유진우의 고집은 조아영의 화를 더 돋웠다.“언니가 저더러 말하지 말라는 이유는 다 형부를 위해서예요.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죽을 위험이 있다고요!”“산전수전 다 겪은 내가 다치면 또 얼마나 다친다고. 다시 한번 말할게요, 하영 씨가 말하지 않는다면 제가 직접 가서 물어보겠어요!”유진우의 말투는 견고했다.“하...”조아영은 화가 나 발을 동동 구르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잠시 후, 그녀는 허탈한 듯 고개를 저었다.“언니 말이 맞네요, 형부는 역시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네요. 정말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서울로 가서 언니를 만나고 싶다고요? 좋아요... 제가 형부를 데리고 갈 수 있지만 반드시 제 말에 따라야 해요. 절대 충동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돼요! 안 그러면 형부뿐만 아니라 언니도 형부와 함께 연루될 거예요. 알겠어요?”“알겠어요.”유진우가 바로 대답했다.유진우는 지금 그저 조선미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간단히 정리하시고 내려오세요. 제가 차에서 기다릴게요.”조아영은 말을 끝마치고 곧장 차에 올랐다.“진우 형님, 어디 가세요?”그때 인기척을 들은 왕현이 갑자기 걸어 나왔다.“네,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사흘에서 닷새는 있어야 할 것 같으니 집 좀 잘 돌봐주세요.”유진우가 왕현의 어깨를 두드렸다.“알겠어요.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줘요.”왕현은 자기 가슴을 치며 말했다.“알겠어요.”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짐을 챙겨 돌아서서 차에 올랐다.‘왕현 같은 본투비 레벨 고수가 있으니 강능 쪽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을 거야.’자동차는 빨리 시동을 걸어 줄곧 서울로 향했다.반나절 후, 차는 성중마을의 마당이 딸린 작은 양옥에 도착했다.차 문이 열리자, 조아영과 유진우 두 사람이 먼저 걸어 내려왔다.“둘째 아가씨, 오셨습니까?”그때 작은 양옥에서 자상한 얼굴의 중년 남자가 나왔다.“황백님, 이분이 바로 유진우 선생님입니다. 요 며칠간 황백님이 이분의 일상생활을 책
유진우는 두 손으로 받으며 인사말을 건넸다. “황백님, 요 며칠 제가 신세 좀 져야겠어요.”“괜찮습니다, 다 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 뭐.”황백은 웃으며 말했다.“큰 아가씨가 전에 제 목숨을 구해줘서 제 가족은 늘 감사의 마음을 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큰 아가씨의 은혜에 보답할 기회를 갖게 되어 너무나도 영광입니다.”“그래요? 선미 씨가 이렇게 인심을 얻는 사람 일줄은 몰랐네요.”유진우가 살짝 웃었다.“그럼요!”황백은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저는 아가씨를 어릴 적부터 쭉 지켜봤습니다. 성격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 전체에 놓고 봐도 우리 아가씨와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알려요.”유진우는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유 선생님, 하마터면 중요한 일을 잊어버릴 뻔했네요. 아직 식사 안 하셨죠?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제가 바로 해드릴게요.”황백은 말을 마치고 급히 부엌으로 들어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유진우는 빙긋 웃으며 찻잔을 들고 사방을 훑어보기 시작했다.작은 양옥은 두 층으로 되어 있고, 집 안에 가구와 가전제품이 모두 갖추어져 있으며 인테리어는 호화롭다고 할 수 없지만 아주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다. 아주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누구세요? 누가 들어오라고 했어요?!”그때 문밖에서 응석 부리는 소리가 들렸다.유진우가 뒤를 돌아보니, 젊고 아름다운 짧은 치마를 입은 한 소녀가 경계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열일곱, 여덟 살쯤 돼 보이는 여자애는 아름다운 이목구비에 옅은 화장을 한 얼굴이었고 껌을 씹고 있었다. 머리를 파란색으로 염색해 시크한 느낌을 주었다.“내가 물어보잖아요? 말 할줄 몰라요?”파란 머리의 소녀가 외쳤다.“은아야! 무례하게 굴지 마!”인기척을 들은 황백은 즉시 뛰쳐나와 사과하며 말했다. “유 선생님, 이쪽은 제 딸 황은아입니다. 제가 오냐오냐하게 키워서 버릇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괜찮아요. 집에 낯선 사람이 들어왔는데 그런 반응이 나오는
“큰일? 무슨 일이요?”황백은 어리둥절해서 반 발짝 느리게 반응했다.“제 딸이 방금 전화를 걸어왔는데, 은아가 노래방에서 다른 사람과 충돌이 생겨 싸움이 났다고 해요. 얼른 가 보세요!”여자 이웃이 재촉했다.“네? 싸워요?!”황백은 깜짝 놀라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가 갑자기 되돌아왔다. “유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 딸에게 일이 생겨서 제가 가서 처리해야 할 것 같아요.”“저도 같이 갈게요.”유진우는 단호하게 일어섰다.남한테서 계속 공짜로 받아먹기만 할 수는 없지. 만약 도움이 될 만한 곳이 있다면, 그는 당연히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아무래도 이건...”황백은 좀 난처해했다.“걱정하지 마세요. 가만히 있을게요.”유진우가 살짝 웃었다.“황백 씨,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가요!”여자 이웃이 재촉했다.“알겠어요...”황백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곧 마쓰다를 몰고 그쪽으로 향했다.지금은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고 딸의 안전이 가장 중요했다.20분 뒤, 차는 노래방 입구에서 멈췄다.유진우가 황백과 함께 들어가 보니, 어떤 방 밖에 덩치가 크고 허리가 둥근 건장한 남자 몇 명이 서 있었다.그중 선두에 선 사람은 베르사체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였다.남자는 얼굴이 빨개지고 술기운이 가득해 욕설을 퍼부으며 문을 있는 힘껏 걷어찼다.황은아와 몇몇 여학생들은 방에 숨어 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야 이 씨발, 내가 네 엉덩이를 만진 건 영광인 줄 알아, 그런데 네가 감히 나를 때려? 오늘 끝장을 보자!”양복 차림의 남자가 힘껏 걷어차자 방문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무너졌다.안에 있던 여학생 몇 명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도리어 황은아는 오만한 얼굴을 하고 앞에 섰다. “경고하는데 함부로 굴지 마요, 제가 이미 사람을 불렀어요! 이따가 제 친구가 도착하면 당신들 큰코다칠 거예요!”“사람을 불러?”양복 입은 남자가 피식 웃고 말했다. “솔직히 말해줄까? 여긴 내 구역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