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요?”이청아가 눈살을 찌푸렸다.“못 알아들었어? 그럼 다시 한번 말할게.”강천호의 미소가 점점 굳어졌다.“할망구와 유진우 둘 중에 한 사람만 살 수 있어. 그러니까 누굴 죽일지 네가 결정해.”“이청아, 유진우를 선택하지 않고 뭐 해? 이건 네가 속죄할 수 있는 기회야!”이서우가 목청 높이 소리를 질렀다.“그래! 오늘 내 목숨을 살려준다면 너의 죄를 용서하고 높은 자리에 앉게 해줄게!”오금란도 그녀에게 약속했다. 이젠 오금란의 얼굴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왜냐하면 강천호가 그야말로 극악무도하고 말이 통하지 않을뿐더러 사람을 죽이고 싶으면 언제든지 죽이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아직 더 살고 싶은 그녀는 이곳에서 죽을 수가 없었다.“강천호 씨, 우린 당신이랑 아무 원한도 없는데 왜 우리한테 이러는 겁니까?”이청아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물었다.“아무런 원한도 없다고?”강천호가 큰소리로 건방지게 웃었다.“이청아, 네 옆에 있는 사람한테 우리 사이에 원한이 있는지 없는지 한번 물어봐봐.”아들과 딸이 살해당했고 강씨 가문도 몰살되었다. 이런 피맺힌 깊은 원한이 있는데도 원한이 없다고?“강천호 씨, 원한에는 상대가 있고 빚에는 빚쟁이가 있다고 했어요. 일이 있으면 날 찾으면 될 것을,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흥. 널 죽이려 했다면 진작 죽였어. 하지만 너무 쉽게 죽일 수는 없지. 네 가족과 친구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똑똑히 보게 할 거야. 분노, 절망, 후회가 무엇인지 제대로 느껴봐. 죽지 못해 사는 게 무엇인지 보여줄게!”섬뜩하게 웃는 강천호는 그야말로 미치광이 그 자체였다. 아들과 딸이 죽은 후로 그는 더는 눈에 뵈는 게 없었다.“당신이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요?”유진우의 눈빛은 여전히 평온했다.“오늘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왔어. 너 하나 죽이려고 전 재산까지 쏟아부으면서 블랙 랭킹 3대 골든 킬러를 데려왔어. 너한테 아무리 조력자가 많아도 이들만 있으면
‘일반인 하나를 상대하는데 이렇게까지 시끄럽게 할 필요 있나?’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저 자식 유진우의 원수였어? 정말 다행이야.”이서우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상황이라면 양측은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 나 할 필요가 없었다.“흥, 역시 악인은 더 악한 악인이 나서서 처리해야 해. 유진우, 네가 오늘 어떻게 죽는지 똑똑히 지켜볼 거야!”오금란이 깨 고소해하며 싸늘하게 웃었다.그녀도 블랙 랭킹에 관해 들은 바가 있었고 블랙 랭킹 골든 킬러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돌팔이 의사가 그런 존재를 상대한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나 하나 죽이려고 전 재산까지 걸었어요?”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유진우의 얼굴에 두려운 기색이라곤 없었다.“복수만 할 수 있다면 가산을 탕진해도 괜찮아.”강천호가 흉악스럽게 웃었다.“그런데 이걸 어쩌나? 오늘 실망할 것 같은데요? 이 사람들로는 날 죽이지 못해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죽이지 못한다고? 네 놈이 죽을 때가 됐는데도 큰소리를 치는구나.”그의 말에 사림강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너 같은 애송이는 블랙 랭킹 골든 킬러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도 모르지? 너 하나 죽이는 것쯤은 개미 새끼 한 마리 밟아 죽이는 것보다 더 쉬워.”“그래? 그럼 어디 한번 해보시든지.”유진우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좋아! 오늘 진짜 실력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지.”사림강은 잇몸을 드러내며 웃고는 마치 총알처럼 휙 뛰어올랐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유진우 앞으로 다가가 그의 가슴팍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유진우는 피하지 않고 주먹을 뻗었다. 그러자 사림강의 주먹과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쾅!”폭발음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에너지가 폭발했고 광풍이 휘몰아쳤다.두 주먹이 부딪치는 동시에 사림강의 주먹은 그 자리에서 터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고 팔뚝 뼈는 어깨를 관통한 채 꽈배기 모양으로 꼬여졌다.“으악!”사림강은 비명을 지르며 순식간에 날아가 벽에
이씨 가문 사람들은 바닥에 널브러진 3대 킬러와 무표정의 유진우를 번갈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유진우가 이 정도로 강한 실력을 지녔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단 일격에 블랙 랭킹 3대 골든 킬러를 전부 쓰러뜨리다니...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서는 쓸모없는 놈의 실력이 이토록 강할 거라고는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저 쓸모없는 놈이 언제 저렇게 강해졌어?”이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그가 알고 있는 유진우는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기생오라비였고 무술을 조금 안다고 해도 그저 겉으로만 그럴싸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엘리트 킬러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여겼다.그런데 오늘 유진우의 움직임은 그의 생각을 완전히 뒤엎어버렸다. 그의 전 매형이 무도 고수라는 걸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세상에나! 저 사람 유진우 맞아?”장경화도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블랙 랭킹 골든 킬러들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소룡과 서호의 실력은 잘 알고 있었다.약육강식의 논리대로라면 유진우의 무술 실력이 사림강보다 강했고 또 소룡과 서호보다도 훨씬 강했다. 다시 말해 완전히 같은 레벨이 아니었다.“젠장! 저 데릴사위가 저렇게나 강했어?”이서우는 혹시나 잘못 본 건 아닌지 눈을 비비적거렸다.블랙 랭킹 3대 골든 킬러가 이리 쉽게 죽다니... 유진우가 강한 것일까, 아니면 킬러들이 그저 텅 빈 이름뿐인 것일까?“너 이 자식 아주 끈질기구나! 빨리 방법을 생각해서 처리해야겠어!”잠깐의 놀라움 후, 오금란은 또다시 몰래 꿍꿍이를 꾸미기 시작했다.무력으로 한다면 절대 통하지 않을 것이기에 지금으로선 세력으로 압박을 가하는 수밖에 없었다.상대의 무술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씨 가문 전체와 맞서 싸우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청아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익숙한 얼굴을 보며 경악을 감추지 못할 뿐이었다.결혼 생활 3년 동안 그녀는 유진우가 이런 실력을 지녔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지금
“지금 당장 무릎 꿇어!”강천호가 매섭게 호통쳤다.“싫다면요?”실눈을 뜬 유진우는 겁먹은 기색이라곤 없었다.“싫다고? 그럼 먼저 이 할망구부터 죽여야지!”강천호는 오금란을 앞으로 잡아끌더니 총을 그녀의 관자놀이에 겨누었다. 유진우의 실력을 알고 있어 방패막이로 삼을 생각이었다.“강천호 씨, 경고하는데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그분은 셋째 할머니야!”유진우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셋째 할머니? 하하... 이 할망구를 꽤 신경 쓰나 봐?”강천호가 섬뜩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대로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내 말대로 해!”“유진우, 가만히 서서 뭐 해? 당장 무릎 꿇어!”이서우가 미친 듯이 다그치기 시작했다.“짐승 같은 놈아, 당장 무릎 꿇어! 날 죽일 셈이야?”오금란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할머니, 제가 곧 구해드릴 테니까 조급해하지 말아요.”유진우는 일부러 화난 척했다.“강천호 씨, 복수하려거든 나한테 해요. 할머니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무서운 법을 모르는구나!”화가 난 강천호는 오금란의 무릎에 총을 쐈다.“으악!”오금란이 처참한 비명을 질렀고 얼굴도 잔뜩 일그러졌다.“감히 총을 쏴? 할머니를 풀어주지 않으면...”유진우는 계속하여 협박했다. 상대가 총까지 쏜 마당에 예의고 뭐고 차릴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천호는 또다시 오금란의 다른 한쪽 무릎에 총을 쏘며 으름장을 놓았다.“꿇어!”“이 짐승보다 못한 놈아, 당장 꿇어! 안 그러면 절대 용서치 않아!”오금란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처참하게 울부짖었다. 극심한 고통을 견디기 너무도 힘들었다.“강천호, 적당히 해. 만약 셋째 할머니를 죽인다면 아무도 당신을 구하지 못할 거야.”유진우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이 할망구를 이토록 신경 쓰다니... 그럼 가족을 잃은 고통이 어떤 건지 제대로 느끼게 해줄게.”강천호는 피식 웃으면서 총을 오금란의 관자놀이
“으악...”이서우의 몸이 경직되면서 목소리도 더는 나오지 않았다.검은 총구와 강천호의 흉악스러운 얼굴을 번갈아 보던 그녀의 의식이 점점 흐릿해지다가 결국 쿵 하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죽는 순간까지도 그녀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역력했고 눈도 제대로 감지 못했다.모든 상황이 너무도 갑작스럽게 벌어졌다. 아마 이서우마저도 이런 방식으로 생을 마감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죽... 죽었어?”이서우와 오금란의 시체를 보며 장경화 등 몇몇은 겁에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었다.평소 안하무인인 데다가 오만하기 짝이 없던 그녀들이 이렇게 갑자기 죽다니... 실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유진우는 무뚝뚝하고 싸늘하게 시체를 내려다보았다.악인은 그보다 더 악한 악인에게 당한다고 했다. 이서우와 오금란은 기고만장하고 남을 업신여겼으며 가르침을 받아도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되레 복수할 생각뿐이었다.이처럼 남에게 해가 되는 인간은 죽어도 슬퍼할 필요가 없다.그는 자애로운 사람이 아니다.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귀찮은 일을 해결할 수 있는데 굳이 마다할 필요가 있겠는가?“하하... 어때? 화가 나서 미치겠고 고통스러워 죽을 것 같지? 날 막 죽이고 싶은 충동이 생겨?”강천호가 음침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솔직하게 얘기할게. 이제 시작일 뿐이야. 내 손에 인질이 몇이나 있으니까 너랑 천천히 놀아줄게!”그러더니 이현 옆으로 다가가 총구를 그의 머리에 겨누었다.“다음은 네 처남이다. 무릎을 꿇을지 말지는 네 선택에 달려있어.”“강 대표님, 이 일은 저랑 상관없는 일입니다. 제발 총 쏘지 말아 주세요.”“네, 강 대표님. 저희는 강 대표님한테 잘못한 게 없어요. 죽이려면 유진우만 죽이고 제 아들은 제발 놔주세요!”장경화가 손발이 닳도록 빌었다.“유진우는 당신네 이씨 가문의 사위잖아. 한 사람이 죄를 지었으면 온 가족이 벌을 받아야지. 아무도 도망 못 가. 물론 당신 아들이 살 수 있을지 없을지는 유진우한테 달렸어.”강천호가 조롱 섞인 웃음을 지었
“탕! 탕!”하지만 단지 총알이 나가는 소리뿐이었다. 발사된 총알 두 개가 유진우의 코앞에서 멈춰 섰다.반투명한 보호막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가볍게 총알을 막았다.“뭐야?”강천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록 진작 마음의 준비를 마쳤지만 공중에서 총알을 막는 모습을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작 그런 총으로 날 다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유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총으로 안 된다면 나랑 같이 죽자!”강천호가 갑자기 리모컨을 꺼내더니 크게 웃었다.“하하... 유진우, 지옥에서 만나자!”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버튼을 눌렀다....그 시각 이씨 가문 별장 밖.이청아가 남동생을 부축하여 꽤 멀리 도망친 그때 갑자기 두 번의 총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확인했지만 유진우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진우 씨?”당황한 이청아는 황급히 다시 별장으로 달려갔다.“야, 거길 왜 다시 가? 죽고 싶어서 그래?”장경화는 재빨리 그녀를 잡았다.“엄마, 진우 씨 아직 저 안에 있어요. 위험할 수 있으니까 제가 도와주러 가야 해요.”이청아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네가 가서 뭘 어쩔 건데? 강천호한테 총도 있고 폭탄도 있어. 지금 가는 건 죽으러 가는 거랑 마찬가지라고!”장경화는 딸을 꽉 잡고 말렸다.“그럼 진우 씨는 어떡해요?”이청아가 안절부절못했다.“사고 친 건 걔잖아. 뭔 일을 당해도 싸. 우리랑 상관없어.”장경화가 매정하게 말했다.“엄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아까 진우 씨가 이현이를 구했어요. 사람이 어찌 그리 이기적일 수가 있어요?”이청아는 분노하며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고 별장으로 달려가려 했다.“쾅!”그때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고 산과 땅이 뒤흔들렸다. 그리고 별장 전체가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져 폐허가 되고 말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연기가 자욱해졌고 불꽃이 피어올랐다.“진우 씨?”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진 별장을 본 순간 이청아는 넋이 나간
코끝을 스치는 익숙한 향기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이청아가 진심으로 그를 걱정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진심이 아니라면 그렇게 서글프게 울지도 않았을 것이다.“됐어, 됐어, 그만 울어. 내 옷이 다 젖겠다. 이틀 전에 새로 산 옷이란 말이야.”한참 동안 그녀를 안고 있던 유진우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그까짓 거 내가 하나 사주면 되지!”이청아는 그를 안고 있던 손을 내려놓으면서 유진우의 허리춤을 꽉 꼬집었다. 그 바람에 유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아파했다.“아까는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빨리 나오지 않았어?”이청아가 물었다.“강천호는 언제 사고 칠지 모르는 위험한 인물이야. 당연히 끝까지 처리하고 나와야지.”유진우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당신의 주먹이 세다는 거 알아. 하지만 그래도 위험한 건 피해야 하지 않겠어? 그 사람이 몸에 폭탄까지 묶고 있었는데 혹시라도 폭탄이 터져서 죽으면 어떡해!”이청아가 불만을 터뜨렸다.“나 멀쩡하잖아.”유진우가 히죽 웃었다.“흥, 이번에는 당신이 운이 좋았어. 앞으로 절대 무리하지 마!”이청아가 경고했다.“알았어, 알았어. 이제부터는 나서지 않고 쭈그리고 있을게. 항상 먼저 목숨부터 지킬게.”유진우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그래야지!”이청아는 그제야 만족스럽게 웃어 보였다.영웅이 되면 위풍이 있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그 대신 조금이라도 실수가 생기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하여 그녀는 유진우가 차라리 겁쟁이인 게 더 마음이 편했다.“유진우! 너 명이 아주 길구나? 저런 폭발이 일어났는데도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네?”그때 이현과 장경화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행운의 신이 함께 했나 봐요. 안 그러면 정말 죽었을 거예요.”유진우는 대충 형식적으로 말했다.“아이고, 내 별장!”폐허가 된 별장을 본 장경화가 갑자기 울부짖기 시작했다.“강천호는 죽고 싶으면 혼자 죽을 것이지, 내 별장은 왜 망가뜨리고 난리야!”“엄마, 이게 다 유진우 때문이야. 유진
“흥!”이청아는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아 유진우의 발을 세게 밟고 그대로 뒤를 돌아 떠났다.한바탕의 폭풍이 지나갔다.폭발 사건 때문에 소방차는 곧바로 현장에 도착했다. 불을 끄고 나머지 정리할 것들을 정리하고 대외로는 가스폭발로 인한 사건이라고 소식을 보도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3일이 흘렀다.이청아 일가족들은 다시 이 씨네 저택으로 들어가 이 어르신과 함께 지냈다.강북이씨 쪽, 오금란과 이서우의 죽음으로 사람을 보내 조사를 했다. 하지만 살인범 강천호가 자폭한 것을 알고 흐지부지 넘어갔다.족장 이세훈의 결정으로 인하여 이청아의 조경 그룹 회장의 신분이 공식적으로 확정됐다. 이제 취임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3일 동안 유진우는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바로 선우영채가 경매에 내놓은 구백년 청련을 약신궁이 높은 가격에 매입했다는 것이다.소문에 의하면 약신궁에 구백년 청련을 짧은 시간 안에 천년 청련으로 숙성시키는 비법이 있다고 한다. 진위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보물을 놓치지 않기 위해 유진우는 특별히 손기태더러 서울로 돌아가 자세히 알아보라고 했다. 만약 정말로 숙성을 촉진할 수 있다면 유진우가 직접 약신궁으로 향할 것이다.하지만 그 밖에도 유진우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조선미였다.조선미가 서울로 간 후로, 꼬박 3일 동안 소식이 없었다. 답장도 안 하고 전화도 안 받고 도저히 연락이 닿지 않았다.천향원 전체가 텅텅 비었고, 하인 몇 명만이 매일 돌볼 뿐이었다.사흘째 되는 날 점심, 유진우가 초조하고 불안해하고 있을 때 은빛 벤틀리 한 대가 갑자기 의원 앞에 멈춰 섰다.유진우는 안색이 밝아져서 얼른 밖으로 나갔다.그러나 차에서 내린 사람은 조선미가 아닌 조아영이였다.“하영 씨, 왜 하영 씨가 온 거죠? 당신 언니는요?”유진우는 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우리 언니... 당분간은 못 돌아올 거예요.”조아영은 전의 활발함은 사라지고 표정이 무거워 보였다.“못 돌아온다는 게 무슨 뜻이죠?”유진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옷자락은 바람에 나부끼며 속세를 벗어난 듯 초탈한 기운을 뿜어냈다.보통 사람이 이 광경을 봤다면 곧바로 무릎을 꿇고 선인을 외쳤을 것이다.슉!흰옷의 검객이 열심히 목적지를 향해 가던 중 갑자기 하얀 보검 하나가 땅에서 솟구쳐 오르며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그 검은 마치 도전장을 내미는 듯했다.“누가 내 길을 막는 것이냐!”흰옷의 검객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검선 선배님의 검술이 뛰어나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들어왔습니다. 하여 후배가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이때 웃통을 벗은 준수한 청년이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라 하얀 보검 위에 가볍게 발을 디뎠다.허공에 떠오른 청년과 검이 검선 백준과 마주 섰다.“네 놈은 누구냐?”백준이 청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후배 검종, 홍군림이라 합니다. 천 리 길을 달려와 검선 선배님께 몇 수 가르침을 청하고자 합니다.”준수한 청년 홍군림이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인사했다. 그의 태도는 비굴하지도 오만하지도 않았다.“홍군림? 검종에서 천하를 누비며 다니는 자?”백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약간 놀란 기색을 보였다.“검종에서 절세의 천재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 보니 과연 소문대로네. 어린 나이에 대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니... 유장혁 그 자식보다 낫구나.”“선배님, 과찬입니다.”홍군림의 얼굴에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홍군림, 오늘 중요한 일이 있으니 정말 가르침을 청하려 한다면 다음 기회로 미뤄라.”백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다음을 기약하기보다 어렵게 만났으니 이번 기회에 부디 선배님께서 가르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홍군림은 물러서지 않았다.“네 말은 일부러 날 막고 있다는 거냐? 설마 검종이 호룡각이 부리는 개가 된 것은 아니겠지?”백준의 얼굴이 서서히 차가워졌다.“제 행동은 검종과도, 호룡각과도 무관합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흥미일 뿐입니다.”홍군림은 담담히 대답했다.“저는 세 살 때부터 검을 익혀 검도의 극한에 이르렀습니다. 선배님의 검이 빠를지 제 검이 빠를지
“뭐라고?”부규환의 말에 유진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유진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만수는 서경에 머물면서 막대한 병력을 쥐고 있을 뿐 아니라 주변에는 실력 있는 고수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너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호룡각의 세력이 아무리 막강하다 해도 서경왕부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호룡각이 눈엣가시 같은 서경왕부의 존재를 참을 리가 없었다.호룡각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은 서경왕부를 상대하기에 껄끄러웠기 때문이었다.다시 말해 유만수가 건재한 서경왕부의 세력은 절대 약화하지 않을 것이며 호룡각또한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세력이라는 뜻이었다.그러나 부규환의 말투를 보니 지금은 상황이 이미 많이 바뀐 듯했다.“도련님,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부규환이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호룡각은 10년간 치밀하게 준비해 왔습니다. 언젠가 서경왕부를 제거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제 그날이 머지않았습니다.”“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거야!”유진우가 외쳤다.“도련님,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차피 오늘 살아서 나갈 수 없을 테니까요.”부규환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흥! 나를 죽이려고?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야!”유진우가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아무리 숨겨둔 병력이 많다고 해도 나도 혼자 온 게 아니다! 지원군이 오고 있으니 누가 이길지는 두고 봐야겠지.”“도련님의 계획은 이미 호룡각에 간파되었습니다. 말씀하신 지원군은 아마 오늘 도착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의 도련님은 저희 수중에 들어온 먹잇감에 불과합니다.”부규환이 담담하게 말했다.“하하하, 유장혁! 설마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겠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고 실력이 강하더라도 죽음은 피할 수 없겠구나!”문관옥이 참지 못하고 조소를 터트렸다.경천 랭킹 10위에 오른 강자가 직접 나섬과 더불어 10만 외성 군의 정예병을 내세웠으니 유장혁이 아무리 숨겨둔 비장의 수가 있다고 해도 마지막 발버둥
왜 무림에는 고수들이 넘쳐나고 강자가 끊임없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공무원과 정면으로 맞서지 못했는지를 사람들은 이제야 알았다.그 이유는 실력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수십만 대군이 밀고 들어오면 설령 하늘을 찌르는 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어떤 문파라도 관군의 정예 병력과 대적하게 되면 결국 멸망의 길을 걷게 될 뿐이다.“포위하라!”명령과 함께 10만 대군이 안팎으로 유진우와 일행을 완전히 둘러쌌다.병사들은 각자 창과 칼을 들고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으며 살기 가득한 기운이 사방을 압도했다.“나는 옥면 군신 무관옥이에요. 팔방제후는 어디 있어요?”그 순간 무관옥이 앞으로 나와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다.초품 군신의 위엄을 지닌 그는 이품 고급 장교에게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처럼 느껴졌다.팔방제후로 불리는 실권자들도 무관옥의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의 질문은 대답 없이 공허하게 메아리쳤고 병사들은 오직 무표정하게 대형을 유지하며 무관옥을 무시했다.“이게 무슨 일이죠? 당신들의 고급 장교 어디 있는 거예요?”무관옥은 불만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무관옥은 30만의 백호랑을 연경으로 보낼 수 없지만, 군신으로서 어떠한 고급 장교도 그를 보고 정중하게 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군신님, 오늘 외성군의 지휘는 제가 맡고 있습니다.”그때 중앙 대열에서 하얀 옷을 입은 얼굴 창백하고 수염이 없는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노인의 키는 훤칠하고 체격은 마른 편이며 날카로운 음성이 다소 섬뜩하게 들렸다.“부 내관님?”부 내관을 본 순간 무관옥의 눈동자가 급격히 수축하였다. 좀 전까지 드러냈던 거만한 태도는 순식간에 사라졌다.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비록 관직은 높지 않지만, 그 지위는 매우 특별한 존재였다.그는 천자의 측근이자 대내 제1고수로 꼽히는 인물이고 경천 랭킹 10위에 오른 절정 고수 부규환이었다.“군신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문제는 이제 제가 처리하겠습니다.”부규환은 고개를 살
문관옥이 어찌 할 바를 몰라 할 때 발밑의 땅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와 함께 약간의 ‘쿵쿵’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지진이 난 건가?”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무관옥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자 후방의 산림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수천, 수만의 병마들이 나타나 있었다.눈길이 닿는 곳마다 빽빽하게 가득 찬 병마들로 산과 들이 전부 뒤덮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거대한 병력은 하나로 합쳐진 단일 부대가 아니었다.오히려 여덟 개의 정예 부대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몰려들고 있었다.땅의 진동은 바로 이 여덟 부대가 달려오며 만들어낸 소리였다.“저거 봐요! 저게 뭐예요?”“맙소사! 엄청난 규모잖아요! 산 전체가 덮일 것 같아요!”“저기 깃발을 봐요. 우리 지원군인 것 같아요!”“뭐라고요? 지원군이 왔다고요? 정말 잘됐어요!”사람들은 상황을 자세히 살핀 뒤 크게 기뻐하며 외쳤다.너무나 강력한 힘을 지닌 유장혁을 그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더 많은 병력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했으며 그들이 바라던 대로 엄청난 지원군이 도착한 것이다.사람을 압도하는 수적 우위로 유장혁을 포위하거나 아니면 절대 강자가 나서서 그를 제압해야만 했다.현재 이곳에 도착한 방대한 군력은 무려 10만에 달했다. 사람마다 한 개 기술을 써도 유장혁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팔방제후에요! 팔방제후의 병력이 도착했어요!”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무관옥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연경에는 세 개의 주요 군사력이 존재한다. 첫째는 치안을 유지하는 성위군 둘째는 자금성 안에서 황족을 보호하는 금위군이다.그리고 셋째가 바로 외성에서 제8대 총수가 지휘하는 특수 군대인데 이는 연경의 안전을 지키고 반란이나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대이다.팔방 제후라고 불리는 이 총수는 높은 관직이 아니지만, 실제 권력은 거의 제1제후와 맞먹는다.그래서 이들은 종종 ‘팔방제후’라는 존칭으로 불리며 고위 관료들도 이들에게 함부로
“으윽!”전신 법상이 산산조각 난 순간 한비영은 마치 심각한 타격을 입은 듯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몸은 힘이 빠진 듯 휘청거렸다. 마치 기운을 전부 뺏긴 것 같은 모습이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내가 졌다고?”한비영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그는 늘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있었고 어떤 천재가 나타나더라도 그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자신이 무적이라 믿었고 누구도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으리라 자부했다.그러나 오늘 한비영은 아주 처참하게 패배했다.천신사상결의 모든 기술을 남김없이 펼쳤지만, 결국 상대를 넘지 못했다.반면 유장혁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매 순간 정면으로 맞섰다.이번 싸움은 오직 절대적인 힘과 기술의 대결이었고 속임수 같은 건 없었다.결과적으로 한비영이 졌고 유장혁은 강력한 실력으로 천신사상결을 완전히 깨부수며 자신의 불패 신화를 끝장냈다.한비영은 자신이 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맙소사! 유장혁이 이겼다고요? 유장혁이 한비영을 이겼다고?”“천신사상결을 막아낸 사람이 있다니 이건 기적이에요!”“이게 바로 전설 속의 천재인가? 정말 두렵군요!”“...”유장혁이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유장혁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경악했다.한비영마저 이길 수 없다면 이들 중 유장혁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젠장! 천하회의 도련님이라는 사람인데 이런 망신을 당하다니!”문관옥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문관옥은 한비영과 유장혁이 서로 치명적인 상처 입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한비영은 이미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유장혁은 멀쩡한 상태였다.유장혁이 얼마나 숨겨온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천신사상결은 정말 대단한 기술이에요. 도련님께서 대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면 나는 이 기술을 막지 못했을지도 몰라요.”유장혁은 담담히 말
“왔다! 드디어 천신사상결의 최강 필살기가 나왔어요!”“전설에 따르면 전신의 분노를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죠. 오늘 우리가 그것을 직접 볼 줄은 몰랐어요!”“천신사상결에 의해 죽는다면 그 또한 유장혁의 명성에 어울리는 최후가 될 것 같아요.”“...”공중에 떠올라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낸 한비영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두려움과 경외심에 휩싸였다.천신사상결은 천하회의 종주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필살기로 무림의 5대 필살기 중 하나로 꼽힌다.사람들은 그저 소문으로만 들어왔을 뿐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조금 전 보여준 세 가지 기술만으로도 이미 천지개벽할 정도였는데 이제 마지막 기술이 펼쳐질 순간이었다.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었다.“전신의 분노!”공중에 떠 있는 한비영이 갑자기 포효했다.순간 한비영의 몸에서 전신 법상이 폭발적으로 나타났고 순식간에 키가 30미터가 넘는 거대한 거인으로 변했다.유진우는 그 발끝에서 마치 개미처럼 보잘것없어 보였다.마치 발을 한 번 내디디기만 해도 간단히 짓밟힐 것처럼 보였다.“검법 파장술!”한비영은 천천히 손을 들어 던지는 자세를 취하더니 거칠게 손을 아래로 내리눌렀다.그의 머리 위 거대한 법상 역시 똑같은 동작을 취했지만, 그 손에는 푸른 번개로 뒤덮인 거대한 창이 들려 있었다!“쿵!”번개 창은 마치 미사일처럼 유진우를 향해 내리꽂혔다.순식간에 천지가 뒤바뀌고 공간이 뒤틀렸다.극에 달한 공포스러운 위압감이 순식간에 온 사방을 덮쳤다.마치 하늘에서 신이 벌을 내려주듯 사람들을 공포와 전율로 몰아넣었다.번개 창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그 강력한 힘은 이미 대지를 붕괴시키고 바위를 산산조각 냈다. 백 미터 이내에 있던 풀과 나무는 모두 먼지로 변했다.멀리서 지켜보던 무사들은 겁에 질려 연신 뒤로 물러나며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강린!”번개 창이 내려오는 순간 유진우의 몸에 새겨진 강린 문신이 갑자기 빛을 발했다.검은 불빛이 그의 몸에서 터져 나와 거대한
허공에 드리운 거대한 형상은 온몸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뜨거운 열기는 대지를 녹일 듯 위협적이었다.“화신의 분노!”기운이 최고조에 달하자 한비영은 양손을 앞으로 세차게 밀어내었다.그의 등 뒤에 나타난 화신 또한 똑같이 손바닥을 내지르는 동작을 취했다.곧이어 새빨간 불꽃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화염 용이 하늘로 솟구치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유진우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주작!”유진우는 기운을 전환하며 몸에서 뿜어져 나온 현청진기를 머리 위로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그의 머리 위에는 거대한 불꽃의 신조 주작이 모습을 드러냈다.“끼오!”주작은 커다란 날개를 힘차게 펼치며 수많은 불빛을 흩뿌렸다. 화살처럼 치솟아 오른 주작은 한비영의 용과 정면으로 충돌했다.“쾅!”굉음과 함께 두 거대한 존재는 격렬히 부딪혔다.주작은 폭발하여 수많은 불꽃 조각으로 흩어졌고 용 또한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다. 두 사람의 대결은 다시 한번 무승부로 끝났다.이 결과를 본 한비영의 표정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세 번째 기술을 준비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한비영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배는 바다를 삼키는 고래처럼 부풀어 오르며 천지의 영기를 거칠게 빨아들였다.그 순간 그의 등 뒤에 검은 구름 같은 형상을 띤 신상이 나타났다.이 신상은 흉측한 얼굴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하고 있었다.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무사들은 공포에 질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기세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짓눌러왔다.“천둥의 분노!”한비영이 긴 함성을 내지르며 허공을 향해 강렬한 주먹을 내질렀다.그의 등 뒤의 천둥의 형상 또한 거대한 주먹을 휘둘러 유진우를 향해 내리쳤다.그 주먹은 마치 태산이 내려앉는 듯한 기세로 막강한 압박감을 뿜어냈다.“청룡!”유진우는 다시 한번 몸속의 현청진기를 뿜어내 머리 위에 푸른 청룡을 소환했다.푸른 용은 생동감이 넘쳤으며 비늘 하나하나가 빛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였다.용의 신비롭
“너희들 생각엔 한비영이랑 유진우 둘 중에 누가 더 셀 것 같아?”“만약 두 사람 모두 전성기 시절의 실력대로라면 아마 비등비등하지 않을까 싶은데. 결국은 누가 더 전략을 잘 짜느냐가 관건이겠지만.”“말도 안 돼! 당연히 한비영 도련님께서 훨씬 월등하시지! 유진우는 이미 한물갔어. 이제는 한비영 도련님께서 진정한 천하제일 천재란 말이야!”“나도 도련님께서 이기실 것 같아. 어쨌든 유진우는 방금까지 싸워서 체력을 다 써버렸으니 꽤 지쳤을 거야.”“...”대치 중인 한비영과 유진우를 바라보며 무인들은 귓속말로 여러 추측들을 주고받았다.두 사람 모두 알아주는 천재로서 결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이런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맞붙는다고 하니 그 누가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있으랴.물론 대다수는 한비영의 승리를 예상했다.한비영은 최근 몇 년간 천하에 이름을 떨치며 대단한 기세를 뽐냈고 자질로 봤을 때는 이미 무적이었다.그 반면, 유진우도 과거엔 알아주는 무인이었지만 지금의 한비영과 비교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그래, 싸워라, 싸워. 얼른 너희 둘이 싸우다가 둘 다 죽거나 크게 다쳐야 내가 얻는 게 있지.”문관옥은 두 사람을 조롱하는 듯한 냉소를 지었다.생사가 걸렸는데 아직까지 무슨 무림인들의 규칙을 지킨다고 설쳐대는 모습이 너무 우스웠다.전략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려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결투의 기본 상식이거늘.“유진우, 난 지금부터 천신사상결을 사용할 거다. 잘 사리는 게 좋을 거야.”“받아라!”한비영은 경고 한 마디를 마친 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그의 몸에서는 강렬한 기운이 폭발하더니 푸른빛의 잔상이 등 뒤에서 뿜어져 나왔다.그 잔상은 여섯에서 일곱 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로 마치 신마와 같은 위풍당당하고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주었다.“세상에, 시작부터 천신사상결이라니. 아무래도 도련님께서 싸움을 한 번에 끝내실 생각인가 보구나!”“천신사상결이라니, 저건 천하에 위세를 떨친 기술이야. 신이 앞을
백발의 노인은 구세주를 본 듯한 표정을 지으며 기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경원종이 유명하다고는 해도 천하회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말도 안 될 정도였다.이미 2년 전부터 한비영이 대 마스터에 접어들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이런 절세의 천재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존재였다.“한비영 도련님이 나서주셨으니 이제 유진우도 도망치지는 못할 거야!”미모의 부인은 기쁨으로 두 눈을 반짝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도망쳐야 하나 싶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한비영이 와주었으니 이제는 마음 놓고 전투를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한비영 도련님을 뵙습니다!”한비영이 땅으로 착지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공손한 인사를 건네며 존경을 표했다.“다들 물러나 계십시오. 이제 전투는 제가 맡습니다.”한비영이 큰 소리로 말했다.“네!”사람들 역시 큰 소리로 대답하며 양옆으로 물러서 자리를 내어주었다.위험을 피하면서도 공로를 나눌 수 있는 이 상황에 사람들은 기꺼이 옆으로 물러나 한비영의 실력을 구경할 준비를 마쳤다.“도련님, 유진우는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혼자서 상대하시기엔 무리일 수도 있으니 같이 힘을 합치는 건 어떨까요?”“관옥 도련님, 호의는 감사하지만 저는 혼자 싸우는 걸 좋아해서요. 그러니 도련님께선 잠시 쉬시는 게 좋을 겁니다.”“하지만 비영 도련님, 이번 일은 중대한 사안입니다. 만일의 사태를 위해 함께 싸우시는 편이 어떠신지요.”문관옥이 다시 입을 열었다.“왜 그러십니까, 도련님께선 이 한비영을 못 믿으신다는 겁니까? 설마 제가 유진우 하나 상대 못 할 것 같나요?”한비영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도련님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지금은 자존심을 내세우실 때가 아니라 임무가 우선입니다. 만에 하나 문제라도 생긴다면 도련님 혼자 책임을 지시기 버거울 겁니다.”문관옥이 경고하듯 말했다.“저는 무림인으로서 무림인들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 도련님께서 책임에 대해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이봐요!”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