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늘의 얼굴이 기쁨으로 환해졌다.“미리야, 너 이제 살았어. 동수가 용호걸만 설득하면 이 일 무조건 해결할 수 있을 거야.”“정말로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어. 동수야 고마워!”현미리는 허리를 굽혀 고마움을 표했다.“괜찮아, 다 친구인데 도와주는 게 당연하지.”나동수는 도량이 넓은 듯 손을 흔들었다.“이제 문제도 해결됐으니 우리 자리를 옮겨서 한 잔 더 하자.”정건우가 기사에게 전화하더니 친구들과 함께 차를 타고 떠나려고 했다.차가 막 시동을 걸고 떠나려는데 십여 대의 검은색 차들이 오더니 클럽 전체를 둘러쌌다.차량 문이 열리자, 몽둥이와 곤봉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클럽으로 달려 들어갔다.“이런 젠장! 방금 그놈들 용씨 가문의 부하들 아니겠지?”정건우는 눈꺼풀을 들썩이며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다행히 빨리 나왔으니 망정이지, 2분만 더 지체했더라면 떠날 수 없었을 것이다.“선미야, 너의 남자친구 괜찮겠어?”현미리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어쨌든 유진우가 방금 자신을 구해줬기에 무슨 일이 생기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았다.“걱정하지 마, 해결할 수 있을 거야.”조선미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유진우의 실력이면 이런 괴한들을 상대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는 걸 알고 있었다.“글쎄, 아무리 실력이 있다고 해도 두 손으로 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건 힘들 거야.”나동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고소해했다.“맞아! 용씨 가문에 고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혼자서 어떻게 상대해?”정건우가 입을 삐쭉거렸다.그들의 생각에는 유진우가 분명 용씨 가문의 고수들한테 죽임을 당할 것 같았다.조선미는 친구들이 자기 말을 믿지 않자 귀찮은 듯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같은 시각, 클럽의 방 안에서.유진우는 조용히 앉아 혼자서 음식과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마음껏 음식을 먹던 중.문이 쾅 열리더니 수많은 괴한이 몰려들어 순식간에 유진우를 둘러쌌다.“이봐, 내 지원군이 도착했어, 당신은 이제 죽었어!”아까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던 중년 남자가 경
유진우의 차가운 눈빛을 바라보며 이청아는 가슴이 아팠지만, 겉으로는 침착해지려고 애썼다.“진우 씨, 나한테 고마워하라고 그런 거 아니야, 다만 당신이 무사하길 바랄 뿐이야.”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어찌 되든 당신하고는 상관이 없잖아.”유진우는 얼굴을 찡그렸다.“당신이 나를 미워하는 거 알아, 내가 당신한테 진 빚이 많다는 것도 알아. 나중에 꼭 갚을게.”이청아가 말했다.“갚는다고? 필요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마.”유진우가 콧방귀를 뀌었다.“그럼 뭘 할까?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이청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미안한데, 아무것도 필요 없어, 그냥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줘.”유진우가 말했다.“내가 그렇게 싫어?”이청아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녀의 심장 부위에서 설명할 수 없는 따끔거림이 느껴졌다.“아니면? 그동안 나를 개처럼 굴렸으면 됐지, 내가 또 꼬리를 흔들거리며 모든 사람의 비위를 맞춰주길 바라는 거야?”유진우는 비꼬며 말했다.“미안해...”이청아는 심호흡하며 고개를 숙였다.“됐어. 그런 억울한 표정은 그만해, 역겨우니까!”유진우는 인정사정없었다.“나는...”이청아는 몇 번이고 진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유진우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만약 그가 진실을 알게 되면 분명 용호걸을 찾아가서 어리석은 짓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녀는 유진우가 아무리 자신을 미워하고 원수로 생각하더라도 오로지 그가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당신이랑 조선미 씨는 어때?”이청아가 갑자기 물었다.“좋아, 이제 결혼 얘기를 할 예정이야.”유진우는 일부러 이청아를 자극했다.“그래? 그럼 축하해.”이청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조선미 씨는 좋은 여자야, 당신을 많이 좋아하는 게 보였어. 다만 신분이 좀 차이가 있는 거니까 열심히 노력해서 더 훌륭해지도록 해!”“그건 당신이 걱정할 일이 아니야!”유진우가 냉정하게 반박했다.“그렇지... 당신 둘의 일이니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 아무튼
조선미를 집에 데려다주고 유진우는 평안 의원으로 돌아왔다.그때 검은색 차 한 대가 의원과 멀지 않은 곳에 멈춰있었다.차 문이 열리더니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쓴 암살자 몇 명이 무음 장치가 되어 있는 총을 들고 천천히 의원 쪽으로 다가왔다.훈련이 잘되고 호흡이 척척 맞는 그들은 순식간에 의원의 출입구를 모두 봉쇄했다.“가자...”선두에 있는 암살자가 손짓했다.왼쪽에 있던 한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려고 하는데 갑자기 의원의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리더니 안쪽으로부터 희미한 노란색 빛이 비쳐 나왔다.“왔으면 숨지 말고 그냥 들어오지.”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유진우가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테이블 위에는 피클과 땅콩이 한 접시씩 놓여 있었다.그의 여유로운 표정에서는 큰 재앙이 닥칠 것 같지 않아 보였다.“왜? 내가 문밖에까지 나가서 모셔 와야겠어?”유진우가 다시 말했다.암살자들은 서로를 쳐다보다가 마침내 한 명한테 보초를 세우고는 모두 총을 들고 걸어 들어갔다.몰래 습격당하지 않기 위해 의원 주변을 훑어보고 매복이 없는 걸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떻게 우릴 발견한 거야?”암살자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됐다.그가 이 직업에 종사해 온 수년 동안 그의 총 앞에서 이토록 침착한 사람은 없었다.“30분 동안이나 뒤를 쫓았는데 발견 못 하면 그야말로 장님이지.”유진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와인 한 잔을 더 따르면서 말했다.“말해봐, 누가 보냈어? 강씨야? 용씨야?”“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죽을 건데.”암살자 두목이 냉정하게 말했다.상대방의 눈빛은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다.“죽더라도 알고 죽어야지 않겠어?”유진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알고 싶으면 지옥에 내려가 염라대왕한테 물어봐!”말을 마치고는 바로 총을 들어 방아쇠를 당겼다.그들 직업은 말이 많으면 안 되는 거였다.“팡! 팡!”두 발의 총알이 유진우의 머리와 가슴을 향해 발사되었다.그가 유진우는 분명 죽
“얘기할게... 그러니까 제발 목숨만 살려줘!”혼비백산한 암살자 두목은 더는 숨기지 않고 모든 사실을 자세하게 털어놓았다. 사주한 사람이 누구인지, 어디 사는지조차 낱낱이 말했다.암살자 두목의 얘기를 다 들은 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몇몇 암살자들을 전부 처리한 후 자리를 떠났다.옛말에 군자가 원수를 갚는데 10년도 늦지 않다고 그는 복수에 있어서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지 않으면 밤에 잠을 설치니까....그 시각 어느 한 고급 호텔의 욕조 안.백발의 청년 권강우가 용호걸과 한창 통화를 하고 있었다.“도련님, 걱정하지 말아요. 제 밑에 애들이 일 하나만큼은 아무 흔적 없이 깔끔하게 처리하거든요. 내일부터 그 녀석의 모습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겁니다.”“그럼 다행이고. 내일 결혼식에 그 어떤 의외의 사고도 있어서는 안 돼.”“당연하죠. 내일 아주 순조롭게 미녀와 함께 집으로 가실 수 있을 겁니다.”권강우가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알았어, 일단 그렇게 해. 저 여자가 계속 터치 못 하게 해서 다른 여자랑 좀 놀아야겠어.”“하하, 그럼 좋은 시간 방해하지 않을게요. 끊겠습니다.”권강우는 인사치레로 대충 두어 마디 건넨 후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샤워 가운을 입고 욕실을 걸어 나왔다.“베이비, 나 왔어.”권강우는 음흉하게 웃으며 오늘 만난 미녀 모델과 뜨거운 시간을 보내려 했다. 그런데 방에 들어간 순간 낯빛이 확 변했다. 미녀 모델은 온데간데없고 한 남자가 침대에 앉아있었는데 바로 유진우였다!“당... 당신이 왜 여기 있어?”권강우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내가 분명 암살자들을 보냈는데 왜 아직도 살아있는 거지?’“당신 부하들은 이미 다 죽었고 이젠 당신 차례야. 남기고 싶은 유언이라도 있어?”유진우가 덤덤하게 물었다. 권강우는 속으로는 움찔했지만, 겉으로는 강한 척했다.“이 자식아! 경고하는데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용씨 가문의 사람이거든!”“알아. 그런데 뭐?”유진우의 표
유진우는 운전하며 미친 듯이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이청아는 받지 않았다.그 순간 말 못 할 두려움이 유진우를 확 덮쳤다. 마치 중요한 무언가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는 액셀을 끝까지 밟고 곧장 이씨 가문 별장으로 달려갔다. 이혼한 후로 이 집으로 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겨를이 없었다.차에서 내린 그는 별장 문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미친 듯이 초인종을 누르며 대문을 냅다 두드렸다.“어떤 예의도 없는 녀석이 문을 이렇게 세게 두드려?”누군가의 짜증 섞인 목소리와 함께 대문이 철컥하고 열렸다.“유진우? 네가 여긴 왜 왔어?”장경화는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기색을 한껏 드러냈다.“청아 씨 어디 있어요? 지금 당장 청아 씨를 만나야겠어요.”유진우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흥, 네가 만나고 싶다면 만날 수 있을 줄 알았어? 네가 뭔데? 당장 꺼져!”장경화가 그를 매정하게 내쫓고 다시 대문을 닫으려던 찰나 유진우가 닫지 못하게 발로 막아섰다.“청아 씨 지금 안에 있는 거 알아요. 할 얘기 있어서 찾아온 거니까 말 좀 전해주세요.”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할 얘기는 무슨. 내 딸은 너 보고 싶지 않대.”장경화가 경멸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내일이 바로 청아랑 용호걸의 결혼식이야. 앞으로 우리 청아는 용씨 가문의 사모님이라고. 너 같은 사람은 평생 노력해도 안 되니까 다시는 내 딸 귀찮게 하지 마!”“청아 씨는 용호걸이랑 결혼하면 안 돼요.”유진우가 미간을 찌푸렸다.“저 진실을 알게 되었어요. 청아 씨는 이런 희생을 할 필요 없어요. 제가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어요!”“해결하긴 개뿔!”장경화가 두 눈을 부릅떴다.“유진우! 경고하는데 제발 쓸데없이 끼어들지 마! 내 딸이 용씨 가문에 시집갈 수 있는 건 하늘이 내려주신 기회이고 청아의 복이야. 혹시 무슨 수작이라도 부렸다간 절대 가만 안 둬!”“부귀영화가 중요한가요, 청아 씨의 행복이 중요한가요?”유진우도
“어떤 일은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게 나아요.”이청아가 고개를 내저었다.“그래. 그럼 3분 줄 테니까 깔끔하게 정리해.”장경화는 더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조용히 옆으로 움직였다.‘아무튼 내일이 지나면 중주로 이사 가서 상류층의 삶을 살 텐데 뭐. 유진우 같은 쓸모없는 놈은 다시는 내 딸 만날 기회도 없어.’“다시는 연락하지 말자며? 왜 또 왔어?”눈앞에 서 있는 유진우를 보는 이청아의 눈빛이 어딘가 복잡해 보였다.“나 다 알았어. 용호걸이 당신을 협박했다며? 당신 용호걸이랑 결혼하지 않아도 돼. 내가 다 해결할 수 있어!”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의 말에 이청아는 잠깐 멈칫하다가 이내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당신이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호걸 씨랑 결혼하는 건 강요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하는 거야. 그러니까 호의는 고맙지만 여기까지만 해.”‘알면 뭐가 달라져? 결국에는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으면서.’그녀와 용호걸의 결혼은 용씨 가문과 이씨 가문 두 집안이 이익을 위하여 사돈 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누가 먼저 결혼을 깨면 두 집안의 죄인이 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강남 전체에 그들에게 반항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하여 유진우가 진실을 알았다고 해도 달라질 게 없었고 오히려 더 귀찮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그럴 리가 없어!”유진우가 눈살을 찌푸렸다.“당신은 용호걸을 싫어하면서 왜 기어코 시집가겠다는 거야?”“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게 중요해? 호걸 씨는 나에게 부귀영화를 누리게 할 수 있어.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아?”이청아가 씩 웃었다.“당신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거 알아. 지금 거짓말하고 있잖아!”유진우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내가 어떤 사람인지 당신이 잘 알아? 웃기고 있네!”이청아가 코웃음을 쳤다.“진우 씨, 사람은 현실을 알아야 해. 특히 여자는 더 하지. 힘들게 일하는 것보다 돈 많은 남자한테 시집가면 평생 놀고먹을 수 있는데 굳이 마다할 이유가 있겠어?”“아니야! 이건 당신
다음날 오전 제운 호텔.성대한 결혼식이 이곳에서 곧 열리게 된다. 두 집안이 사돈을 맺는다는 소식이 거의 강능 전체를 뒤흔들었다.수많은 재벌과 정치인들도 초대를 받고 결혼식에 참석했다. 수백 대의 고급 차들이 호텔 주차장을 꽉 채웠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의 결혼식 때문에 큰길마저 통제되었다.멋진 양복 차림의 용호걸이 로비에서 하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물론 그가 인사하는 사람들은 전부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었고 일반 하객은 그의 부하가 맞이했다.“도련님...”그때 권강우가 갑자기 다가와 나지막이 말했다.“사고가 생긴 바람에 유진우 그 자식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보낸 암살자들도 전부 실종됐고요.”“뭐?”용호걸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넌 대체 뭐 하는 놈이야? 이까짓 일도 제대로 못 해?”“죄송합니다. 제가 그 자식을 너무 얕잡아봤어요.”권강우가 고개를 푹 숙였다.“됐어. 결혼식이 끝나면 내가 직접 사람을 보내서 처리하겠다.”용호걸은 더는 그와 따지고 싶지 않았다.“도련님, 드릴 말씀이 하나 더 있는데요...”권강우가 말끝을 흐렸다.“또 무슨 일이야?”용호걸이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저도 어젯밤에 알았는데 유진우 그 자식 오늘 아무래도 결혼식을 깽판 치러 올 것 같습니다.”권강우가 귓속말로 귀띔했다.“깽판?”용호걸은 잠깐 멈칫하는가 싶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나랑 장난해? 여기 전부 다 내 사람들인데 걔가 무슨 배짱으로 여기 와서 행패를 부려?”“만일에 대비하는 게 좋겠다는 거죠.”권강우도 따라서 웃었다.“깽판 치고 싶다면 오라고 해. 대체 어떻게 깽판 치는지 나도 보고 싶네!”용호걸이 싸늘하게 웃었다.‘아무것도 모르는 촌놈 주제에 감히 나한테 덤벼? 진짜로 온다면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겠어.’그 시각 호텔의 어느 한 룸.이청아는 넋이 나간 얼굴로 화장대 앞에 멍하니 앉아있었다.어젯밤에 유진우가 찾아온 다음부터 그녀는 혹시라도 유진우가 어리석은 짓을 하진 않을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하여 그
“지금부터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신부 입장!”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뜨거운 박수갈채와 함께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이청아가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갔다.“세상에나! 신부가 너무 예뻐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아요!”“역시 호걸 도련님이세요. 이렇게나 예쁜 여자와 결혼하다니.”“정말 선남선녀네요.”이청아가 모습을 드러내자, 분위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하객들은 저마다 부러움의 눈빛을 보냈다.간단한 오프닝이 끝난 후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릴 차례가 왔다.“자,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두 사람은 양가 어르신께 인사를 드렸다.신부 쪽에는 장경화와 이적이 앉아있었고 신랑 쪽에는 용호걸의 넷째 삼촌이 앉아있었다.“그래그래...”두 사람의 인사에 장경화는 입이 귀에 걸렸다. 그렇게 바라던 소원을 드디어 이루게 된 것이다.이적은 비록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복잡하기만 했다. 긴 시간 집에 있지 않았어도 집안에 무슨 일이 있는지 정도는 대충 다 알고 있었다.용호걸의 넷째 삼촌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뚝뚝한 표정이어서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청아는 참 팔자도 좋단 말이죠. 용호걸이랑 결혼하다니!”멀지 않은 곳에서 이서우가 부러움에 찬 눈빛으로 신랑 신부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약혼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이런 좋은 기회를 이청아에게 빼앗기지 않았을 것이다.“하하... 보기에는 팔자가 좋아 보여도 사실은 그렇지 않아. 용호걸의 성격에 이청아가 잘 살 수나 있을지 몰라.”조국화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는 용호걸의 명성에 관해 들은 바가 있었다.“자, 신랑 신부 맞절!”사회자의 목소리가 또다시 울려 퍼졌다.용호걸과 이청아는 서로 마주하여 섰다. 얼굴에 웃음꽃이 핀 용호걸과 달리 이청아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 어려있었다.“맞절하자...”용호걸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런데 절을 하다 말고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용호걸이 고개를 들었다. 이청아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게 절을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