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늘의 얼굴이 기쁨으로 환해졌다.“미리야, 너 이제 살았어. 동수가 용호걸만 설득하면 이 일 무조건 해결할 수 있을 거야.”“정말로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어. 동수야 고마워!”현미리는 허리를 굽혀 고마움을 표했다.“괜찮아, 다 친구인데 도와주는 게 당연하지.”나동수는 도량이 넓은 듯 손을 흔들었다.“이제 문제도 해결됐으니 우리 자리를 옮겨서 한 잔 더 하자.”정건우가 기사에게 전화하더니 친구들과 함께 차를 타고 떠나려고 했다.차가 막 시동을 걸고 떠나려는데 십여 대의 검은색 차들이 오더니 클럽 전체를 둘러쌌다.차량 문이 열리자, 몽둥이와 곤봉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클럽으로 달려 들어갔다.“이런 젠장! 방금 그놈들 용씨 가문의 부하들 아니겠지?”정건우는 눈꺼풀을 들썩이며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다행히 빨리 나왔으니 망정이지, 2분만 더 지체했더라면 떠날 수 없었을 것이다.“선미야, 너의 남자친구 괜찮겠어?”현미리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어쨌든 유진우가 방금 자신을 구해줬기에 무슨 일이 생기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았다.“걱정하지 마, 해결할 수 있을 거야.”조선미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유진우의 실력이면 이런 괴한들을 상대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는 걸 알고 있었다.“글쎄, 아무리 실력이 있다고 해도 두 손으로 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건 힘들 거야.”나동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고소해했다.“맞아! 용씨 가문에 고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혼자서 어떻게 상대해?”정건우가 입을 삐쭉거렸다.그들의 생각에는 유진우가 분명 용씨 가문의 고수들한테 죽임을 당할 것 같았다.조선미는 친구들이 자기 말을 믿지 않자 귀찮은 듯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같은 시각, 클럽의 방 안에서.유진우는 조용히 앉아 혼자서 음식과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마음껏 음식을 먹던 중.문이 쾅 열리더니 수많은 괴한이 몰려들어 순식간에 유진우를 둘러쌌다.“이봐, 내 지원군이 도착했어, 당신은 이제 죽었어!”아까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던 중년 남자가 경
유진우의 차가운 눈빛을 바라보며 이청아는 가슴이 아팠지만, 겉으로는 침착해지려고 애썼다.“진우 씨, 나한테 고마워하라고 그런 거 아니야, 다만 당신이 무사하길 바랄 뿐이야.”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어찌 되든 당신하고는 상관이 없잖아.”유진우는 얼굴을 찡그렸다.“당신이 나를 미워하는 거 알아, 내가 당신한테 진 빚이 많다는 것도 알아. 나중에 꼭 갚을게.”이청아가 말했다.“갚는다고? 필요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마.”유진우가 콧방귀를 뀌었다.“그럼 뭘 할까?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이청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미안한데, 아무것도 필요 없어, 그냥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줘.”유진우가 말했다.“내가 그렇게 싫어?”이청아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녀의 심장 부위에서 설명할 수 없는 따끔거림이 느껴졌다.“아니면? 그동안 나를 개처럼 굴렸으면 됐지, 내가 또 꼬리를 흔들거리며 모든 사람의 비위를 맞춰주길 바라는 거야?”유진우는 비꼬며 말했다.“미안해...”이청아는 심호흡하며 고개를 숙였다.“됐어. 그런 억울한 표정은 그만해, 역겨우니까!”유진우는 인정사정없었다.“나는...”이청아는 몇 번이고 진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유진우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만약 그가 진실을 알게 되면 분명 용호걸을 찾아가서 어리석은 짓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녀는 유진우가 아무리 자신을 미워하고 원수로 생각하더라도 오로지 그가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당신이랑 조선미 씨는 어때?”이청아가 갑자기 물었다.“좋아, 이제 결혼 얘기를 할 예정이야.”유진우는 일부러 이청아를 자극했다.“그래? 그럼 축하해.”이청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조선미 씨는 좋은 여자야, 당신을 많이 좋아하는 게 보였어. 다만 신분이 좀 차이가 있는 거니까 열심히 노력해서 더 훌륭해지도록 해!”“그건 당신이 걱정할 일이 아니야!”유진우가 냉정하게 반박했다.“그렇지... 당신 둘의 일이니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 아무튼
조선미를 집에 데려다주고 유진우는 평안 의원으로 돌아왔다.그때 검은색 차 한 대가 의원과 멀지 않은 곳에 멈춰있었다.차 문이 열리더니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쓴 암살자 몇 명이 무음 장치가 되어 있는 총을 들고 천천히 의원 쪽으로 다가왔다.훈련이 잘되고 호흡이 척척 맞는 그들은 순식간에 의원의 출입구를 모두 봉쇄했다.“가자...”선두에 있는 암살자가 손짓했다.왼쪽에 있던 한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려고 하는데 갑자기 의원의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리더니 안쪽으로부터 희미한 노란색 빛이 비쳐 나왔다.“왔으면 숨지 말고 그냥 들어오지.”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유진우가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테이블 위에는 피클과 땅콩이 한 접시씩 놓여 있었다.그의 여유로운 표정에서는 큰 재앙이 닥칠 것 같지 않아 보였다.“왜? 내가 문밖에까지 나가서 모셔 와야겠어?”유진우가 다시 말했다.암살자들은 서로를 쳐다보다가 마침내 한 명한테 보초를 세우고는 모두 총을 들고 걸어 들어갔다.몰래 습격당하지 않기 위해 의원 주변을 훑어보고 매복이 없는 걸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떻게 우릴 발견한 거야?”암살자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됐다.그가 이 직업에 종사해 온 수년 동안 그의 총 앞에서 이토록 침착한 사람은 없었다.“30분 동안이나 뒤를 쫓았는데 발견 못 하면 그야말로 장님이지.”유진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와인 한 잔을 더 따르면서 말했다.“말해봐, 누가 보냈어? 강씨야? 용씨야?”“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죽을 건데.”암살자 두목이 냉정하게 말했다.상대방의 눈빛은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다.“죽더라도 알고 죽어야지 않겠어?”유진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알고 싶으면 지옥에 내려가 염라대왕한테 물어봐!”말을 마치고는 바로 총을 들어 방아쇠를 당겼다.그들 직업은 말이 많으면 안 되는 거였다.“팡! 팡!”두 발의 총알이 유진우의 머리와 가슴을 향해 발사되었다.그가 유진우는 분명 죽
“얘기할게... 그러니까 제발 목숨만 살려줘!”혼비백산한 암살자 두목은 더는 숨기지 않고 모든 사실을 자세하게 털어놓았다. 사주한 사람이 누구인지, 어디 사는지조차 낱낱이 말했다.암살자 두목의 얘기를 다 들은 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몇몇 암살자들을 전부 처리한 후 자리를 떠났다.옛말에 군자가 원수를 갚는데 10년도 늦지 않다고 그는 복수에 있어서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지 않으면 밤에 잠을 설치니까....그 시각 어느 한 고급 호텔의 욕조 안.백발의 청년 권강우가 용호걸과 한창 통화를 하고 있었다.“도련님, 걱정하지 말아요. 제 밑에 애들이 일 하나만큼은 아무 흔적 없이 깔끔하게 처리하거든요. 내일부터 그 녀석의 모습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겁니다.”“그럼 다행이고. 내일 결혼식에 그 어떤 의외의 사고도 있어서는 안 돼.”“당연하죠. 내일 아주 순조롭게 미녀와 함께 집으로 가실 수 있을 겁니다.”권강우가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알았어, 일단 그렇게 해. 저 여자가 계속 터치 못 하게 해서 다른 여자랑 좀 놀아야겠어.”“하하, 그럼 좋은 시간 방해하지 않을게요. 끊겠습니다.”권강우는 인사치레로 대충 두어 마디 건넨 후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샤워 가운을 입고 욕실을 걸어 나왔다.“베이비, 나 왔어.”권강우는 음흉하게 웃으며 오늘 만난 미녀 모델과 뜨거운 시간을 보내려 했다. 그런데 방에 들어간 순간 낯빛이 확 변했다. 미녀 모델은 온데간데없고 한 남자가 침대에 앉아있었는데 바로 유진우였다!“당... 당신이 왜 여기 있어?”권강우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내가 분명 암살자들을 보냈는데 왜 아직도 살아있는 거지?’“당신 부하들은 이미 다 죽었고 이젠 당신 차례야. 남기고 싶은 유언이라도 있어?”유진우가 덤덤하게 물었다. 권강우는 속으로는 움찔했지만, 겉으로는 강한 척했다.“이 자식아! 경고하는데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용씨 가문의 사람이거든!”“알아. 그런데 뭐?”유진우의 표
유진우는 운전하며 미친 듯이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이청아는 받지 않았다.그 순간 말 못 할 두려움이 유진우를 확 덮쳤다. 마치 중요한 무언가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는 액셀을 끝까지 밟고 곧장 이씨 가문 별장으로 달려갔다. 이혼한 후로 이 집으로 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겨를이 없었다.차에서 내린 그는 별장 문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미친 듯이 초인종을 누르며 대문을 냅다 두드렸다.“어떤 예의도 없는 녀석이 문을 이렇게 세게 두드려?”누군가의 짜증 섞인 목소리와 함께 대문이 철컥하고 열렸다.“유진우? 네가 여긴 왜 왔어?”장경화는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기색을 한껏 드러냈다.“청아 씨 어디 있어요? 지금 당장 청아 씨를 만나야겠어요.”유진우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흥, 네가 만나고 싶다면 만날 수 있을 줄 알았어? 네가 뭔데? 당장 꺼져!”장경화가 그를 매정하게 내쫓고 다시 대문을 닫으려던 찰나 유진우가 닫지 못하게 발로 막아섰다.“청아 씨 지금 안에 있는 거 알아요. 할 얘기 있어서 찾아온 거니까 말 좀 전해주세요.”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할 얘기는 무슨. 내 딸은 너 보고 싶지 않대.”장경화가 경멸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내일이 바로 청아랑 용호걸의 결혼식이야. 앞으로 우리 청아는 용씨 가문의 사모님이라고. 너 같은 사람은 평생 노력해도 안 되니까 다시는 내 딸 귀찮게 하지 마!”“청아 씨는 용호걸이랑 결혼하면 안 돼요.”유진우가 미간을 찌푸렸다.“저 진실을 알게 되었어요. 청아 씨는 이런 희생을 할 필요 없어요. 제가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어요!”“해결하긴 개뿔!”장경화가 두 눈을 부릅떴다.“유진우! 경고하는데 제발 쓸데없이 끼어들지 마! 내 딸이 용씨 가문에 시집갈 수 있는 건 하늘이 내려주신 기회이고 청아의 복이야. 혹시 무슨 수작이라도 부렸다간 절대 가만 안 둬!”“부귀영화가 중요한가요, 청아 씨의 행복이 중요한가요?”유진우도
“어떤 일은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게 나아요.”이청아가 고개를 내저었다.“그래. 그럼 3분 줄 테니까 깔끔하게 정리해.”장경화는 더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조용히 옆으로 움직였다.‘아무튼 내일이 지나면 중주로 이사 가서 상류층의 삶을 살 텐데 뭐. 유진우 같은 쓸모없는 놈은 다시는 내 딸 만날 기회도 없어.’“다시는 연락하지 말자며? 왜 또 왔어?”눈앞에 서 있는 유진우를 보는 이청아의 눈빛이 어딘가 복잡해 보였다.“나 다 알았어. 용호걸이 당신을 협박했다며? 당신 용호걸이랑 결혼하지 않아도 돼. 내가 다 해결할 수 있어!”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의 말에 이청아는 잠깐 멈칫하다가 이내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당신이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호걸 씨랑 결혼하는 건 강요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하는 거야. 그러니까 호의는 고맙지만 여기까지만 해.”‘알면 뭐가 달라져? 결국에는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으면서.’그녀와 용호걸의 결혼은 용씨 가문과 이씨 가문 두 집안이 이익을 위하여 사돈 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누가 먼저 결혼을 깨면 두 집안의 죄인이 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강남 전체에 그들에게 반항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하여 유진우가 진실을 알았다고 해도 달라질 게 없었고 오히려 더 귀찮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그럴 리가 없어!”유진우가 눈살을 찌푸렸다.“당신은 용호걸을 싫어하면서 왜 기어코 시집가겠다는 거야?”“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게 중요해? 호걸 씨는 나에게 부귀영화를 누리게 할 수 있어.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아?”이청아가 씩 웃었다.“당신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거 알아. 지금 거짓말하고 있잖아!”유진우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내가 어떤 사람인지 당신이 잘 알아? 웃기고 있네!”이청아가 코웃음을 쳤다.“진우 씨, 사람은 현실을 알아야 해. 특히 여자는 더 하지. 힘들게 일하는 것보다 돈 많은 남자한테 시집가면 평생 놀고먹을 수 있는데 굳이 마다할 이유가 있겠어?”“아니야! 이건 당신
다음날 오전 제운 호텔.성대한 결혼식이 이곳에서 곧 열리게 된다. 두 집안이 사돈을 맺는다는 소식이 거의 강능 전체를 뒤흔들었다.수많은 재벌과 정치인들도 초대를 받고 결혼식에 참석했다. 수백 대의 고급 차들이 호텔 주차장을 꽉 채웠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의 결혼식 때문에 큰길마저 통제되었다.멋진 양복 차림의 용호걸이 로비에서 하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물론 그가 인사하는 사람들은 전부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었고 일반 하객은 그의 부하가 맞이했다.“도련님...”그때 권강우가 갑자기 다가와 나지막이 말했다.“사고가 생긴 바람에 유진우 그 자식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보낸 암살자들도 전부 실종됐고요.”“뭐?”용호걸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넌 대체 뭐 하는 놈이야? 이까짓 일도 제대로 못 해?”“죄송합니다. 제가 그 자식을 너무 얕잡아봤어요.”권강우가 고개를 푹 숙였다.“됐어. 결혼식이 끝나면 내가 직접 사람을 보내서 처리하겠다.”용호걸은 더는 그와 따지고 싶지 않았다.“도련님, 드릴 말씀이 하나 더 있는데요...”권강우가 말끝을 흐렸다.“또 무슨 일이야?”용호걸이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저도 어젯밤에 알았는데 유진우 그 자식 오늘 아무래도 결혼식을 깽판 치러 올 것 같습니다.”권강우가 귓속말로 귀띔했다.“깽판?”용호걸은 잠깐 멈칫하는가 싶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나랑 장난해? 여기 전부 다 내 사람들인데 걔가 무슨 배짱으로 여기 와서 행패를 부려?”“만일에 대비하는 게 좋겠다는 거죠.”권강우도 따라서 웃었다.“깽판 치고 싶다면 오라고 해. 대체 어떻게 깽판 치는지 나도 보고 싶네!”용호걸이 싸늘하게 웃었다.‘아무것도 모르는 촌놈 주제에 감히 나한테 덤벼? 진짜로 온다면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겠어.’그 시각 호텔의 어느 한 룸.이청아는 넋이 나간 얼굴로 화장대 앞에 멍하니 앉아있었다.어젯밤에 유진우가 찾아온 다음부터 그녀는 혹시라도 유진우가 어리석은 짓을 하진 않을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하여 그
“지금부터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신부 입장!”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뜨거운 박수갈채와 함께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이청아가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갔다.“세상에나! 신부가 너무 예뻐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아요!”“역시 호걸 도련님이세요. 이렇게나 예쁜 여자와 결혼하다니.”“정말 선남선녀네요.”이청아가 모습을 드러내자, 분위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하객들은 저마다 부러움의 눈빛을 보냈다.간단한 오프닝이 끝난 후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릴 차례가 왔다.“자,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두 사람은 양가 어르신께 인사를 드렸다.신부 쪽에는 장경화와 이적이 앉아있었고 신랑 쪽에는 용호걸의 넷째 삼촌이 앉아있었다.“그래그래...”두 사람의 인사에 장경화는 입이 귀에 걸렸다. 그렇게 바라던 소원을 드디어 이루게 된 것이다.이적은 비록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복잡하기만 했다. 긴 시간 집에 있지 않았어도 집안에 무슨 일이 있는지 정도는 대충 다 알고 있었다.용호걸의 넷째 삼촌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뚝뚝한 표정이어서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청아는 참 팔자도 좋단 말이죠. 용호걸이랑 결혼하다니!”멀지 않은 곳에서 이서우가 부러움에 찬 눈빛으로 신랑 신부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약혼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이런 좋은 기회를 이청아에게 빼앗기지 않았을 것이다.“하하... 보기에는 팔자가 좋아 보여도 사실은 그렇지 않아. 용호걸의 성격에 이청아가 잘 살 수나 있을지 몰라.”조국화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는 용호걸의 명성에 관해 들은 바가 있었다.“자, 신랑 신부 맞절!”사회자의 목소리가 또다시 울려 퍼졌다.용호걸과 이청아는 서로 마주하여 섰다. 얼굴에 웃음꽃이 핀 용호걸과 달리 이청아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 어려있었다.“맞절하자...”용호걸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런데 절을 하다 말고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용호걸이 고개를 들었다. 이청아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게 절을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예.”왕 아저씨는 짧게 대답하더니 강렬했던 기세를 순식간에 거두고 조용히 이청성의 뒤로 물러섰다.허리를 구부리고 고개를 숙인 채 다시 보잘것없는 집사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방금 전의 위압적인 모습을 직접 보지 않은 사람은 이 노인이 엄청난 실력의 대 마스터라는 걸 믿지 못할 것이다.“이청성 아가씨!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목숨을 건질 희망이 생기자 처절하게 빌던 그들은 얼굴을 환희로 물들이며 다시금 머리를 조아려 감사를 표했다.“너무 일찍 기뻐하지는 마. 너희를 죽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곱게 풀어줄 생각은 없어. 죽음은 면했지만 벌은 피할 수 없을 거야.”이청성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아저씨, 이들의 혈도를 봉하고 몸을 묶어서 진무사에 넘겨요.”“뭐? 진무사?”그 순간 모든 이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진무사는 용국의 공식 기관으로서 강호의 무사와 각 세력들을 통제하는 곳이었다. 모든 파벌과 무도 연맹은 진무사의 명령을 무조건 따라야 했다.진무사는 악명 높은 무사들을 가차 없이 체포해 가두곤 한다.그들에게 진무사는 공포 그 자체였다.“이청성 아가씨!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제발 진무사에 넘기지 말아 주십시오!”“진무사에 잡혀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다고요!”사람들은 울며불며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했다.진무사에 한 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기 어렵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그나마 죄가 가벼운 자들은 형벌만 받으면 되지만 만약 천인공노할 죄를 저질렀다면 죽느니만 못한 고통을 겪으며 생을 마감해야 했다.“묶어라.”왕 아저씨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곧장 몸을 날려 각자의 기경팔맥을 봉했다. 그리고 경호팀 팀원들에게 명령해 두 파벌의 생존자들을 모두 결박하도록 했다.“이청성 아가씨, 잠깐만요!”양강인이 다급하게 외쳤다.“우리를 진무사에 넘긴다고 해서 아가씨께 무슨 이득이 되겠습니까? 만약 저희를 살려주신다면 앞으로 아가씨께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무슨 일이든 명령만 내리시면 군말 없이 따르겠습니다!”
왕 아저씨는 공격을 가한 후에도 늠름하게 서 있었다. 마치 하늘의 신이 강림한 듯한 기세로 압도적인 위엄과 위력을 내뿜고 있었다.그의 앞에 지름 삼사십 미터에 달하는 깊은 손바닥 모양의 구덩이가 갑자기 생겼다.구덩이 안은 처참했다. 사지가 절단된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온전한 시신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인간 지옥이었다.이것이 바로 왕 아저씨의 공격이었다.손바닥 그림자가 내려오는 순간이었다. 땅에는 깊은 구덩이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그곳에 서 있던 수많은 무도 고수들도 순식간에 짓눌려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형체도 없이 살점으로 변해버렸다.운 좋게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도 강렬한 장풍에 휩쓸려 몇 미터나 날아갔다. 그들은 땅에 나뒹굴며 비명을 질렀다.간신히 몸을 일으켰을 때엔 눈앞의 광경에 그만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손바닥 모양의 깊은 구덩이 속에 펼쳐진 모습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식은땀이 흐르게 만드는 처참한 광경이었다. 그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원앙문과 금도문의 장로와 집사들은 거의 다 전멸하고 말았다.“내... 내가 잘못 본 건가?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전부 죽었어... 다 죽었다고... 두 파벌의 수십 명 고수가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이게 사람이냐? 악마나 다름없잖아!”“원앙문과 금도문은 이제... 끝장났어!”열댓 명의 생존자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엄청난 두려움에 휩싸였다.왕 아저씨의 공격은 그들의 모든 반항심을 짓눌러버렸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오직 공포뿐이었다.“대 마스터? 저 노인이 대 마스터라고?”양강인은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의 입술도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왕 아저씨의 손바닥은 그 누구도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엄청난 힘으로 내리꽂혔다. 평범한 마스터가 낼 수 있는 위력이 절대 아니었다.그것은 세상의 정상에 군림하는 대 마스터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였다.유진우 하나만으로도 상대
“아?”두 사람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잔뜩 긴장했다.모두 다 얼마 전 원앙문이 어떤 최후를 맞았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 타이밍에 나선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 분명했다.“겁낼 거 없어! 우리에겐 인질이 있다고, 저놈은 함부로 나서지 못해!”양강인은 그렇게 다독이며 용기를 북돋웠다.금도문의 두 장로는 인질로 붙잡힌 이청성을 한 번 바라보고는 꼼짝하지 않고 서 있는 유진우를 다시 한번 바라봤다. 짧은 망설임 끝에 결국 이를 악물고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뎠다.이제 와서 돌아서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유진우를 제압하지 못하면 보물은커녕 목숨조차 부지하지 못할 판이었다.무슨 수를 쓰든 승부를 걸어야 했다.유진우의 기경팔맥만 봉하면 그는 한낱 폐인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될 터이니 더는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었다.“진우 씨,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바로 움직이세요.”그때, 이청성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녀는 유진우가 자신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길 바라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상황이라면 그녀는 얼마든지 벗어날 방법이 있었다.“닥쳐! 이년아, 입 다물지 않으면 네 얼굴을 찢어버릴 줄 알아!”장은경이 날카롭게 외쳤다.“은경 씨, 지금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은경 씨한테 붙잡혀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저는 그냥 은경 씨와 장난삼아 놀아준 것뿐이에요. 지금쯤 슬슬 지루해질 참이네요.”이청성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말을 마친 그녀는 한 손으로 인을 맺으며 낮은 목소리로 짧게 외쳤다.“숨을 은!”짧은 외침을 끝으로 이청성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치 허공 속으로 증발해 버린 듯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뭐야, 어떻게 된 거야? 어디로 간 거지?”“이상하네! 분명 방금까지 여기 있었는데 눈 깜빡할 새에 사라졌어!”갑작스러운 변화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장은경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커다랗게 부릅떴다.그녀의 칼은 여전히 허공에 있었고 품에 안고 있던 인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저기 봐! 저
“멈춰! 함부로 움직이면 이 여자를 당장 죽여버릴 테다!”날카로운 외침이 뒤에서 울려 퍼졌다.유진우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원앙문과 금도문의 고수들이 이청성을 붙잡은 채 여관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그 가운데 장은경은 이청성의 목에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고 있었고 눈빛은 사나운 맹수처럼 거칠고 매서웠다.유진우는 천천히 미간을 좁히며 눈살을 찌푸렸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짙은 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오늘 밤 원앙문과 금도문이 갑작스럽게 습격을 감행한 이유를 이제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십중팔구 장은경과 관련된 일이었다.정말 더러운 본성을 숨기지 못하는 여자였다.예전에 환해맹에게 포위당했을 때 이청성이 나서서 그녀를 구하지 않았다면 장은경은 이미 목숨을 잃었을 터였다.그런데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이제 와서 은혜를 원수로 갚고 이청성의 목에 칼을 들이대니 어처구니가 없었다.‘젠장!’“멍하니 서서 뭐 해? 당장 칼 내려놔!”장은경은 조심스레 뒤로 물러서며 칼끝을 이청성의 목덜미에 바짝 밀착시켰다.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유진우는 이청성을 향해 각별한 마음을 품고 있으며 결국 그녀를 외면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쾅!”유진우는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 손에 들고 있던 창궁검을 그대로 땅에 내던졌다.이런 놈들을 상대하는 데는 검이 있든 없든 별반 다를 게 없었다.“검을 이쪽으로 차! 힘 조절 잘하고!”장은경은 다시 명령을 내렸다.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발끝으로 검의 손잡이를 찼다.창궁검은 지면을 따라 미끄러지듯 수십 미터를 날아가 장은경의 발 앞에 멈춰 섰다.이 광경을 본 모두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방금 전 유진우가 휘두른 몇 차례의 공격은 실로 공포 그 자체였다. 두 파벌의 오너조차 제대로 막아내지 못할 정도였으니 그가 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면 이 자리에 있는 자들 전부가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그의 검을 거둬낸 지금, 사람들은 마음속 불안이 가라앉는 걸 느꼈다.“좋아, 좋아! 역시 내 제자야.
게다가 설령 한빙신침을 잡았다 하더라도, 그것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는 여전히 뼛속까지 스며들고 있었다.유진우의 손가락과 팔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얼어붙기 시작했다.얼어붙은 부위에서는 진기조차 끌어올릴 수 없었다.과장이 아니라 만약 이 신침이 몸에 박혔다면, 그 즉시 얼음 조각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깊은 수련을 쌓았다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그는 도미숙과 그 무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수법만큼은 상당히 놀라웠다.먼저 십향연골산, 그다음에는 한빙신침, 각종 살수가 끊임없이 이어졌었다.만약 경계가 억제되지 않았다면, 결과는 알 수 없었을 것이다.과연, 어떤 적도 방심해선 안 된다. 한순간의 실수로 죽게 될 수도 있으니까.“와르르~!”유진우가 몸을 털자, 그의 팔을 감싸고 있던 얼음이 산산이 부서지며 땅에 떨어졌다.“이...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도미숙은 깜짝 놀라며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방금 그 상황은 확실한 필살의 기회였다.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는데...그런데 유진우는 멀쩡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한빙신침을 손가락으로 잡아내기까지 했다.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몰래 기습 공격하는 걸 좋아하나 보지? 그렇다면 그대로 돌려주지!”유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손가락을 살짝 튕겼다.작은 울림소리와 함께 그의 손끝에 있던 한빙신침은 바람을 가르며 더 빠른 속도로 도미숙을 향해 날아갔다.도미숙이 몰래 쏠 때는 조용했지만 유진우가 반격할 때는 바람과 천둥소리가 함께 울렸다.그것이 지나가는 곳마다 모든 것이 파괴되며 아무것도 막아낼 수 없었다.도미숙은 비명을 지르며 급히 두 자루의 단도를 가슴 앞에 교차해 들었다.“펑!”강렬한 폭발음이 울렸다.한빙신침은 두 자루의 단도를 가볍게 뚫고 도미숙의 가슴에 강하게 부딪혔다.그 순간, 도미숙은 마치 기차에 부딪힌 듯 순식간에 십여 미터를 날아가며 입과 코에서 피를 토하고 얼굴은 창백해져 사색이 되었다
두 명의 고수가 유진우의 검 한 방에 베이며 눈도 감지 못한 채 죽었다.그들의 떨어진 머리를 보며 도미숙은 눈꺼풀이 떨리고 식은땀이 났다. 그녀는 줄곧 유진우가 강한 척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 생각했고 방금 전의 강한 말들도 단순한 허풍일 뿐이라 여겼다.그러나 지금에서야 그녀는 유진우의 강함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오로지 한 검에 두 명의 반보 종사급 고수를 목 베어 죽이는 것은 분명히 십향연골산에 중독된 것이 아니다.‘설마, 저 자식이 정말 백독불침의 체질이란 말인가?’“제기랄! 만약 아까 내가 나섰으면 죽을 뻔했군!”양강인은 침을 꿀꺽 삼키며 유진우를 바라보며 깊은 두려움을 느꼈다.그는 지금까지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스물 남짓한 나이에 이토록 무시무시한 실력을 지닌 자라니.서남 무림 제일인이라는 강도현조차 혼자서는 유진우에게서 손톱만큼의 이득도 보지 못할 것이다.“네... 네가 어떻게...”도미숙은 너무 놀라 말까지 더듬고 몸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유진우가 방금 휘두른 두 검은 너무나도 무서웠다.첫 번째 검은 금도문 오너인 양강인을 중상으로 만들었고두 번째 검은 반보 종사급 고수 두 명을 단숨에 베어버렸다.단 두 번의 검만으로 전세 역전하고 그녀를 한순간에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지금, 그녀는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영리하구나. 정작 본인은 나서지 않고, 두 명의 부하들만 죽게 만들었으니, 정말 훌륭한 오너야.”유진우는 한 손에 검을 들고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죽어라!”도미숙은 대적을 만난 듯 소매를 휘두르며 먼저 선공을 날렸다.“슈우우우...”수많은 암기가 폭풍우처럼 유진우를 향해 쏟아졌다.이 암기들 속에는 한빙신침 한 개가 섞여 있었다.한빙신침은 원앙문의 조상이 남긴 보물, 그 파괴력이 굉장할 뿐만 아니라 명중하면 즉시 얼음처럼 몸을 마비시키는 특성이 있었다.아무리 무림 종사라 할지라도 한빙신침에 맞으면 즉시 경맥이 얼어붙고 몸이 굳어버린다.다만 한빙신침의 수량이 너
“내가 못 할거라고 생각해?”도미숙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양 오너! 저 자식은 지금 허세를 부리는 거야. 그러니까 겁먹지 말고 나를 도와주기만 하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어!”“...”양강인은 눈가를 떨며, 하마터면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이미 크게 다치고 피를 토했는데 나보고 또 앞장서라니. 정말 날 멍청이로 보나?게다가 저 자식은 여전히 힘이 넘쳐 보이는데 어떻게 기진맥진해 보인다고?만약 또다시 저 엄청난 검을 휘두른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양 오너! 당신은 금도문의 오너로 천하에 이름을 떨쳤는데, 설마 저 자식을 두려워하는 건 아니겠지?”양강인이 반응이 없자 도미숙은 일부러 자극 주는 말을 던졌다.누군가 대신해 나서서 싸워준다면, 자신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도 오너, 저는 이미 중상을 입어 더 이상 싸울 수 없으니, 옆에서 당신을 도울 수밖에 없습니다.”양강인은 몇 번 기침을 하고 약한 척하며 말했다.“당신은 저 자식이 이미 기력이 다했다고 확신한다면, 당신들 원앙문의 실력으로 충분히 그를 제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더 이상 나서지 않겠습니다.”‘젠장! 싸우려면 네가 싸워! 나를 대신 죽이려 하지 마라!’“양 오너, 혹시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이냐?”도미숙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믿지 않는 게 아니라, 몸이 따라주질 않습니다.”양강인은 가슴을 움켜쥐고 또다시 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그는 더 이상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없었다.“좋아! 양 오너가 나서지 않겠다면,, 우리가 직접 나서겠습니다!”도미숙은 불만이 있었지만, 겉으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곁에 있는 두 명의 원앙문 고수에게 명령을 내렸다.“너희 둘이 함께 정면으로 공격해라! 나는 뒤에서 기회를 노리겠다!”“네?”그 말을 들은 두 명의 원앙문 고수는 얼굴이 굳어지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금도문 오너인 양강인도 저 자식에게 중상을 입었는데, 하물며 그들이야?만약 유진우가 정말로 독에 중독되
“뭐야?!”양강인이 한 줄기 검광에 의해 날아가는 모습을 본 나머지 몇 명의 고수들은 얼굴빛이 새파랗게 질리고 입이 떡 벌어졌다.양강인은 금도문의 오너이자 서남 지역의 다섯 대 마스터 중 한 명으로, 실력이 매우 강하다.그런 존재가 단 하나의 검광도 막아내지 못하다니,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저 녀석의 실력은 대체 어느 정도인가?’“으악~!”땅에 내동댕이쳐진 양강인은 몸을 떨더니 또다시 한 움큼의 피를 토하고 얼굴은 황금빛 종이처럼 창백해져서는 한동안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어... 어떻게 된 거지? 너... 넌 분명 십향연골산에 중독됐을 텐데?!”양강인은 떨리는 손으로 유진우를 가리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분명히 유진우가 십향연골산으로 제조된 연기에 중독된 걸 봤었고, 지금쯤이면 약효가 완전히 퍼졌을 거라 생각했다.정상적으로라면 지금쯤의 유진우는 이미 강노지말의 상태라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었어야 한다.그러나 방금 그가 휘두른 검은 약해진 기색도 없었을뿐더러 오히려 천지를 뒤흔들 만큼 강력한 위력을 보여주었다.정말 말도 안 되는일이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어째서 유진우는 십향연골산에 중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런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인가?“누가 너한테 내가 십향연골산에 중독됐다고 했지?”유진우는 한 손에 검을 들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본래 깊은 내공을 지니고 있는 그는 십향연골산 같은 독약 따위에는 쉽게 영향을 받지 않을뿐더러 무엇보다도 백독불침의 체질 덕분에 완전히 해독할 수 있었다.이 세상에서 십대기독 외에는 그 어떤 독도 그를 위협할 수 없었다.“네가... 네가 중독되지 않았다고?”양강인은 경악하며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도미숙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설마 방금 도미숙이 실수라도 한 것인가?’“아... 아니야! 그럴 리 없어!”도미숙은 바로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나는 분명히 봤어! 십향연골산이 네 몸에 들어간 걸 똑똑히
상황이 달라졌다. 여태 시간을 끌었던 만큼 약효가 완전히 발휘되기에 충분했다.눈앞의 이 소년은 이제 그녀의 도마 위의 고기와 다를 바 없었다.“그렇게 자신 있으면, 어디 한번 직접 해보지 그래?”유진우는 천천히 검을 들고는 검 끝을 도미숙의 미간에 겨눴다.“흥! 헛소리하지 마! 네까짓 게 과연 무슨 큰일을 벌일 수 있겠어!”도미숙은 땅에 발을 강하게 짚으며 한순간에 잔상을 남기며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그녀가 두 손을 뒤집자, 두 자루의 곡선형 원앙도가 바로 튕겨 나가며 날카로운 암살 무기가 되어 유진우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아마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두 원앙도의 손잡이에는 특수 제작된 철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도 오너!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도미숙이 움직이자, 양강인도 지지 않겠다는 듯 이내 뛰어올라 칼을 높이 치켜들고,마치 산을 쪼개듯 강력한 일격으로 유진우의 머리를 향해 세게 내리쳤다.두 사람이 앞뒤로 공격하며 들어오는 모든 기술이 치명적이었고 그리고 공격 타이밍 또한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앞뒤를 모두 막기엔 역부족이었다.“분수도 모르고 설치는군!”유진우가 손목을 가볍게 흔들자, 창궁검이 순간 가로질렀다.“슈욱!”반달 모양의 검은 검광이 순간적으로 반사되었다.검은 검광은 바람을 타고 거대해지며 순식간에 10미터 크기로 확산하였다.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사신의 죽음의 낫처럼 도미숙과 양강인을 동시에 덮쳤다.“쨍! 쨍!”도미숙의 원앙도가 가장 먼저 공격을 받았고 이윽고 검광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그것은 마치 칼로 두부를 자르듯 손쉽게 갈라졌다.“이게 뭐지?!”도미숙의 얼굴색이 급격히 변했고, 더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극도의 위기감에 본능적으로 몸을 공중에서 비틀었다.그 순간, 공포스러운 검은 검광이 그녀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비록 직접 닿지는 않았지만, 검광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만으로도 그녀는 마치 얼음 굴에 빠진 듯,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확신했다.만약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