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우의 차가운 눈빛을 바라보며 이청아는 가슴이 아팠지만, 겉으로는 침착해지려고 애썼다.“진우 씨, 나한테 고마워하라고 그런 거 아니야, 다만 당신이 무사하길 바랄 뿐이야.”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어찌 되든 당신하고는 상관이 없잖아.”유진우는 얼굴을 찡그렸다.“당신이 나를 미워하는 거 알아, 내가 당신한테 진 빚이 많다는 것도 알아. 나중에 꼭 갚을게.”이청아가 말했다.“갚는다고? 필요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마.”유진우가 콧방귀를 뀌었다.“그럼 뭘 할까?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이청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미안한데, 아무것도 필요 없어, 그냥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줘.”유진우가 말했다.“내가 그렇게 싫어?”이청아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녀의 심장 부위에서 설명할 수 없는 따끔거림이 느껴졌다.“아니면? 그동안 나를 개처럼 굴렸으면 됐지, 내가 또 꼬리를 흔들거리며 모든 사람의 비위를 맞춰주길 바라는 거야?”유진우는 비꼬며 말했다.“미안해...”이청아는 심호흡하며 고개를 숙였다.“됐어. 그런 억울한 표정은 그만해, 역겨우니까!”유진우는 인정사정없었다.“나는...”이청아는 몇 번이고 진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유진우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만약 그가 진실을 알게 되면 분명 용호걸을 찾아가서 어리석은 짓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녀는 유진우가 아무리 자신을 미워하고 원수로 생각하더라도 오로지 그가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당신이랑 조선미 씨는 어때?”이청아가 갑자기 물었다.“좋아, 이제 결혼 얘기를 할 예정이야.”유진우는 일부러 이청아를 자극했다.“그래? 그럼 축하해.”이청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조선미 씨는 좋은 여자야, 당신을 많이 좋아하는 게 보였어. 다만 신분이 좀 차이가 있는 거니까 열심히 노력해서 더 훌륭해지도록 해!”“그건 당신이 걱정할 일이 아니야!”유진우가 냉정하게 반박했다.“그렇지... 당신 둘의 일이니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 아무튼
조선미를 집에 데려다주고 유진우는 평안 의원으로 돌아왔다.그때 검은색 차 한 대가 의원과 멀지 않은 곳에 멈춰있었다.차 문이 열리더니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쓴 암살자 몇 명이 무음 장치가 되어 있는 총을 들고 천천히 의원 쪽으로 다가왔다.훈련이 잘되고 호흡이 척척 맞는 그들은 순식간에 의원의 출입구를 모두 봉쇄했다.“가자...”선두에 있는 암살자가 손짓했다.왼쪽에 있던 한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려고 하는데 갑자기 의원의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리더니 안쪽으로부터 희미한 노란색 빛이 비쳐 나왔다.“왔으면 숨지 말고 그냥 들어오지.”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유진우가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테이블 위에는 피클과 땅콩이 한 접시씩 놓여 있었다.그의 여유로운 표정에서는 큰 재앙이 닥칠 것 같지 않아 보였다.“왜? 내가 문밖에까지 나가서 모셔 와야겠어?”유진우가 다시 말했다.암살자들은 서로를 쳐다보다가 마침내 한 명한테 보초를 세우고는 모두 총을 들고 걸어 들어갔다.몰래 습격당하지 않기 위해 의원 주변을 훑어보고 매복이 없는 걸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떻게 우릴 발견한 거야?”암살자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됐다.그가 이 직업에 종사해 온 수년 동안 그의 총 앞에서 이토록 침착한 사람은 없었다.“30분 동안이나 뒤를 쫓았는데 발견 못 하면 그야말로 장님이지.”유진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와인 한 잔을 더 따르면서 말했다.“말해봐, 누가 보냈어? 강씨야? 용씨야?”“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죽을 건데.”암살자 두목이 냉정하게 말했다.상대방의 눈빛은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다.“죽더라도 알고 죽어야지 않겠어?”유진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알고 싶으면 지옥에 내려가 염라대왕한테 물어봐!”말을 마치고는 바로 총을 들어 방아쇠를 당겼다.그들 직업은 말이 많으면 안 되는 거였다.“팡! 팡!”두 발의 총알이 유진우의 머리와 가슴을 향해 발사되었다.그가 유진우는 분명 죽
“얘기할게... 그러니까 제발 목숨만 살려줘!”혼비백산한 암살자 두목은 더는 숨기지 않고 모든 사실을 자세하게 털어놓았다. 사주한 사람이 누구인지, 어디 사는지조차 낱낱이 말했다.암살자 두목의 얘기를 다 들은 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몇몇 암살자들을 전부 처리한 후 자리를 떠났다.옛말에 군자가 원수를 갚는데 10년도 늦지 않다고 그는 복수에 있어서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지 않으면 밤에 잠을 설치니까....그 시각 어느 한 고급 호텔의 욕조 안.백발의 청년 권강우가 용호걸과 한창 통화를 하고 있었다.“도련님, 걱정하지 말아요. 제 밑에 애들이 일 하나만큼은 아무 흔적 없이 깔끔하게 처리하거든요. 내일부터 그 녀석의 모습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겁니다.”“그럼 다행이고. 내일 결혼식에 그 어떤 의외의 사고도 있어서는 안 돼.”“당연하죠. 내일 아주 순조롭게 미녀와 함께 집으로 가실 수 있을 겁니다.”권강우가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알았어, 일단 그렇게 해. 저 여자가 계속 터치 못 하게 해서 다른 여자랑 좀 놀아야겠어.”“하하, 그럼 좋은 시간 방해하지 않을게요. 끊겠습니다.”권강우는 인사치레로 대충 두어 마디 건넨 후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샤워 가운을 입고 욕실을 걸어 나왔다.“베이비, 나 왔어.”권강우는 음흉하게 웃으며 오늘 만난 미녀 모델과 뜨거운 시간을 보내려 했다. 그런데 방에 들어간 순간 낯빛이 확 변했다. 미녀 모델은 온데간데없고 한 남자가 침대에 앉아있었는데 바로 유진우였다!“당... 당신이 왜 여기 있어?”권강우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내가 분명 암살자들을 보냈는데 왜 아직도 살아있는 거지?’“당신 부하들은 이미 다 죽었고 이젠 당신 차례야. 남기고 싶은 유언이라도 있어?”유진우가 덤덤하게 물었다. 권강우는 속으로는 움찔했지만, 겉으로는 강한 척했다.“이 자식아! 경고하는데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용씨 가문의 사람이거든!”“알아. 그런데 뭐?”유진우의 표
유진우는 운전하며 미친 듯이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이청아는 받지 않았다.그 순간 말 못 할 두려움이 유진우를 확 덮쳤다. 마치 중요한 무언가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는 액셀을 끝까지 밟고 곧장 이씨 가문 별장으로 달려갔다. 이혼한 후로 이 집으로 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겨를이 없었다.차에서 내린 그는 별장 문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미친 듯이 초인종을 누르며 대문을 냅다 두드렸다.“어떤 예의도 없는 녀석이 문을 이렇게 세게 두드려?”누군가의 짜증 섞인 목소리와 함께 대문이 철컥하고 열렸다.“유진우? 네가 여긴 왜 왔어?”장경화는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기색을 한껏 드러냈다.“청아 씨 어디 있어요? 지금 당장 청아 씨를 만나야겠어요.”유진우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흥, 네가 만나고 싶다면 만날 수 있을 줄 알았어? 네가 뭔데? 당장 꺼져!”장경화가 그를 매정하게 내쫓고 다시 대문을 닫으려던 찰나 유진우가 닫지 못하게 발로 막아섰다.“청아 씨 지금 안에 있는 거 알아요. 할 얘기 있어서 찾아온 거니까 말 좀 전해주세요.”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할 얘기는 무슨. 내 딸은 너 보고 싶지 않대.”장경화가 경멸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내일이 바로 청아랑 용호걸의 결혼식이야. 앞으로 우리 청아는 용씨 가문의 사모님이라고. 너 같은 사람은 평생 노력해도 안 되니까 다시는 내 딸 귀찮게 하지 마!”“청아 씨는 용호걸이랑 결혼하면 안 돼요.”유진우가 미간을 찌푸렸다.“저 진실을 알게 되었어요. 청아 씨는 이런 희생을 할 필요 없어요. 제가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어요!”“해결하긴 개뿔!”장경화가 두 눈을 부릅떴다.“유진우! 경고하는데 제발 쓸데없이 끼어들지 마! 내 딸이 용씨 가문에 시집갈 수 있는 건 하늘이 내려주신 기회이고 청아의 복이야. 혹시 무슨 수작이라도 부렸다간 절대 가만 안 둬!”“부귀영화가 중요한가요, 청아 씨의 행복이 중요한가요?”유진우도
“어떤 일은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게 나아요.”이청아가 고개를 내저었다.“그래. 그럼 3분 줄 테니까 깔끔하게 정리해.”장경화는 더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조용히 옆으로 움직였다.‘아무튼 내일이 지나면 중주로 이사 가서 상류층의 삶을 살 텐데 뭐. 유진우 같은 쓸모없는 놈은 다시는 내 딸 만날 기회도 없어.’“다시는 연락하지 말자며? 왜 또 왔어?”눈앞에 서 있는 유진우를 보는 이청아의 눈빛이 어딘가 복잡해 보였다.“나 다 알았어. 용호걸이 당신을 협박했다며? 당신 용호걸이랑 결혼하지 않아도 돼. 내가 다 해결할 수 있어!”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의 말에 이청아는 잠깐 멈칫하다가 이내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당신이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호걸 씨랑 결혼하는 건 강요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하는 거야. 그러니까 호의는 고맙지만 여기까지만 해.”‘알면 뭐가 달라져? 결국에는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으면서.’그녀와 용호걸의 결혼은 용씨 가문과 이씨 가문 두 집안이 이익을 위하여 사돈 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누가 먼저 결혼을 깨면 두 집안의 죄인이 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강남 전체에 그들에게 반항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하여 유진우가 진실을 알았다고 해도 달라질 게 없었고 오히려 더 귀찮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그럴 리가 없어!”유진우가 눈살을 찌푸렸다.“당신은 용호걸을 싫어하면서 왜 기어코 시집가겠다는 거야?”“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게 중요해? 호걸 씨는 나에게 부귀영화를 누리게 할 수 있어.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아?”이청아가 씩 웃었다.“당신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거 알아. 지금 거짓말하고 있잖아!”유진우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내가 어떤 사람인지 당신이 잘 알아? 웃기고 있네!”이청아가 코웃음을 쳤다.“진우 씨, 사람은 현실을 알아야 해. 특히 여자는 더 하지. 힘들게 일하는 것보다 돈 많은 남자한테 시집가면 평생 놀고먹을 수 있는데 굳이 마다할 이유가 있겠어?”“아니야! 이건 당신
다음날 오전 제운 호텔.성대한 결혼식이 이곳에서 곧 열리게 된다. 두 집안이 사돈을 맺는다는 소식이 거의 강능 전체를 뒤흔들었다.수많은 재벌과 정치인들도 초대를 받고 결혼식에 참석했다. 수백 대의 고급 차들이 호텔 주차장을 꽉 채웠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의 결혼식 때문에 큰길마저 통제되었다.멋진 양복 차림의 용호걸이 로비에서 하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물론 그가 인사하는 사람들은 전부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었고 일반 하객은 그의 부하가 맞이했다.“도련님...”그때 권강우가 갑자기 다가와 나지막이 말했다.“사고가 생긴 바람에 유진우 그 자식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보낸 암살자들도 전부 실종됐고요.”“뭐?”용호걸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넌 대체 뭐 하는 놈이야? 이까짓 일도 제대로 못 해?”“죄송합니다. 제가 그 자식을 너무 얕잡아봤어요.”권강우가 고개를 푹 숙였다.“됐어. 결혼식이 끝나면 내가 직접 사람을 보내서 처리하겠다.”용호걸은 더는 그와 따지고 싶지 않았다.“도련님, 드릴 말씀이 하나 더 있는데요...”권강우가 말끝을 흐렸다.“또 무슨 일이야?”용호걸이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저도 어젯밤에 알았는데 유진우 그 자식 오늘 아무래도 결혼식을 깽판 치러 올 것 같습니다.”권강우가 귓속말로 귀띔했다.“깽판?”용호걸은 잠깐 멈칫하는가 싶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나랑 장난해? 여기 전부 다 내 사람들인데 걔가 무슨 배짱으로 여기 와서 행패를 부려?”“만일에 대비하는 게 좋겠다는 거죠.”권강우도 따라서 웃었다.“깽판 치고 싶다면 오라고 해. 대체 어떻게 깽판 치는지 나도 보고 싶네!”용호걸이 싸늘하게 웃었다.‘아무것도 모르는 촌놈 주제에 감히 나한테 덤벼? 진짜로 온다면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겠어.’그 시각 호텔의 어느 한 룸.이청아는 넋이 나간 얼굴로 화장대 앞에 멍하니 앉아있었다.어젯밤에 유진우가 찾아온 다음부터 그녀는 혹시라도 유진우가 어리석은 짓을 하진 않을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하여 그
“지금부터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신부 입장!”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뜨거운 박수갈채와 함께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이청아가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갔다.“세상에나! 신부가 너무 예뻐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아요!”“역시 호걸 도련님이세요. 이렇게나 예쁜 여자와 결혼하다니.”“정말 선남선녀네요.”이청아가 모습을 드러내자, 분위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하객들은 저마다 부러움의 눈빛을 보냈다.간단한 오프닝이 끝난 후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릴 차례가 왔다.“자,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두 사람은 양가 어르신께 인사를 드렸다.신부 쪽에는 장경화와 이적이 앉아있었고 신랑 쪽에는 용호걸의 넷째 삼촌이 앉아있었다.“그래그래...”두 사람의 인사에 장경화는 입이 귀에 걸렸다. 그렇게 바라던 소원을 드디어 이루게 된 것이다.이적은 비록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복잡하기만 했다. 긴 시간 집에 있지 않았어도 집안에 무슨 일이 있는지 정도는 대충 다 알고 있었다.용호걸의 넷째 삼촌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뚝뚝한 표정이어서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청아는 참 팔자도 좋단 말이죠. 용호걸이랑 결혼하다니!”멀지 않은 곳에서 이서우가 부러움에 찬 눈빛으로 신랑 신부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약혼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이런 좋은 기회를 이청아에게 빼앗기지 않았을 것이다.“하하... 보기에는 팔자가 좋아 보여도 사실은 그렇지 않아. 용호걸의 성격에 이청아가 잘 살 수나 있을지 몰라.”조국화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는 용호걸의 명성에 관해 들은 바가 있었다.“자, 신랑 신부 맞절!”사회자의 목소리가 또다시 울려 퍼졌다.용호걸과 이청아는 서로 마주하여 섰다. 얼굴에 웃음꽃이 핀 용호걸과 달리 이청아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 어려있었다.“맞절하자...”용호걸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런데 절을 하다 말고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용호걸이 고개를 들었다. 이청아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게 절을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 결혼식... 깽판 치러 왔어요!”유진우의 목소리가 예식장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고 순식간에 모든 이목이 그에게 쏠렸다.사람들은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누군가가 용씨 가문과 이씨 가문의 결혼식을 망치려 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저 자식 누구예요? 감히 결혼식을 망치려 하다니. 사는 게 지겨운가 봐요.”“그나저나 배짱 하나만큼은 진짜 있네요. 제 주제도 모르고 저렇게 나대다니!”“대박, 정말 대박이에요! 아주 재미난 구경거리가 있겠는데요?”잠깐의 침묵 후 예식장이 발칵 뒤집혔다. 저마다 이러쿵저러쿵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진우 씨?”익숙한 얼굴에 이청아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내 걱정이 밀려왔다.감동한 건 사실이지만 유진우의 행동으로 인하여 곧 엄청난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결혼식을 망친다는 건 이씨 가문과 용씨 가문의 체면을 깎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저 자식 미친 거 아니야? 다짜고짜 결혼식을 깽판 치러 오다니. 대체 무슨 배짱으로 저러는 거지?”이서우는 경악한 나머지 도무지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어리석은 놈!”조국화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마치 죽은 사람을 보듯 그를 쳐다보았다.용씨 가문에서 진작 호텔 주변에 수많은 경호원을 배치해 두었다. 유진우가 이렇게 쳐들어온 건 스스로 죽을 길을 찾아온 거나 마찬가지였다.“무모하고 멍청한 자식!”용호걸의 표정이 싸늘해지더니 살기를 마구 내뿜었다. 유진우가 진짜 제 발로 찾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유진우! 경고하는데 당장 꺼져. 안 그러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거야!”장경화가 엄숙한 얼굴로 호통쳤다.딸이 재벌가에 시집가는 길을 망치는 자는 곧 그녀의 적이 된다.“청아 씨, 나 왔어.”유진우는 주변의 호통과 협박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무대 위로 성큼성큼 올라가 확고한 눈빛으로 아름다운 그녀를 쳐다보았다.“여긴 왜 왔어? 당장 나가!”이청아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용씨 가문의
길을 따라 끊임없이 걸어온 그들이 그동안 눈에 담은 것은 끝없이 펼쳐진 황량함 뿐이었다.지나가는 곳마다 모래만이 끝없이 펼쳐졌고 그 어디에서도 생명의 기운은 찾아볼 수 없었다.그러나 지금, 그들 앞에 펼쳐진 풍경은 전혀 다른 차원의 모습이었다.눈앞엔 푸른 생명이 가득한 대지가 펼쳐져 있었다. 꽃과 풀,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마치 생기가 넘치는 생명의 요람처럼 보였다.멀리서 보면 그것은 끝없이 펼쳐지는 거대한 숲 같았다. 그 끝이 어디에 닿는지 누구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만약 이런 풍경이 열대우림에서 나타났다면 그리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들은 죽음의 사막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사막, 그 불모의 땅에서 갑자기 펼쳐진 이 푸른 오아시스는 그들의 마음을 충격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채우기에 충분했다.그들이 서 있는 곳과 그 앞의 오아시스는 마치 두 개의 다른 세계 같았다.한쪽은 황량하고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모래로 뒤덮여 있었고 다른 한쪽은 생기와 활력으로 넘쳐나는 초록의 세계였다.“세상에, 죽음의 사막 속에 이런 곳이 있었단 말이야?”“이게 무슨 오아시스야? 이건 그냥 숲이라고 해야지!”“푸른 나무들, 향기로운 풀밭, 떨어지는 꽃잎들…무릉도원이 다름없네!”“...”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지금까지 그들이 봐왔던 오아시스는 대부분 작은 숲이었다.그 안에는 작은 연못과 몇 그루의 나무, 동물 몇 마리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그러나 지금 그들 눈앞에 펼쳐진 이 오아시스는 거대한 숲 그 자체였다. 나무와 풀이 끝없이 가득 차 있었다.그 풍경은 경이롭기 그지없었다.“대장님, 작년에 죽음의 사막에 들어왔을 때는 이 오아시스가 없었죠? 단 1년 만에 이렇게 변하다니, 정말 믿기지 않아요.”블랙스콜피온 팀의 짧은 머리의 여자가 감탄했다.그들이 보고 있는 이 무성한 꽃과 나무들은 정상적으로는 수년이 지나야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아마도 지각의 변동으로 지하수가 범람하면서 이런 변화가
”아가씨, 야영지 주변에서 발견한 물건입니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이 냄새가 사막 쥐들을 유인했을 겁니다.”왕 아저씨가 검은 물체를 한 움큼 쥐고 이청성에게 말했다.그 물체는 대략 콩알 정도인 크기였는데 마치 어떤 미끼처럼 보였으며 독특한 비린내가 났다.“이게 무엇인가요?”이청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냄새를 맡아보니 생각보다 꽤 자극적이었다.“아마도 음식과 약물이 섞인 것 같습니다. 방금 실험을 해봤는데 이 물체에서 나는 냄새가 사막 쥐를 빠르게 끌어모은다는 걸 확인했습니다.”왕 아저씨가 설명했다.“그렇다면 물자가 파괴된 일은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우리를 해치려 했다는 말인가요?”이청성은 빠르게 답을 내렸다.이 사막 쥐를 끌어들이는 물체는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그럴 가능성이 큽니다.”왕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검은 물체들이 우리가 보관한 물자 주변에 널려 있었습니다. 사막 쥐 무리를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물자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은 이유 없이 잠들었고요. 아마 약을 먹인 것 같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누군가 뒤에서 상황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우리를 따라오며 우리가 방심할 때를 틈타 물자를 파괴해 우리를 막다른 길로 내모는군요. 이 상황을 만든 배후가 있다니, 잔인하기 그지없네요.”이청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눈빛 속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그녀는 자신이 특별히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적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처음에는 여관에서 누군가가 푼 독에 중독될 뻔했고 그 뒤엔 물자가 파괴되었다. 물러설 길도 주지 않았다.아무리 마음을 넓게 가진다 해도 이런 일은 참을 수 없었다.“이 자식들! 누군지 알게 되면 그놈의 피부를 벗겨버릴 거야!”진이수는 이를 악물며 분노를 터뜨렸다.“세상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많고 사람의 마음은 흉악하기 그지없네요. 우리는 굉장히 은밀한 경로로 이동했는데 외부인들이 어떻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었다.“청성 씨!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 사막 쥐들은 어디에서 온 거죠?”진이수가 다가가서 물었다.“진 대장님, 그 질문은 오히려 제가 해야 하지 않나요?”이청성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진 대장님은 여러 번 죽음의 사막을 오갔고 이곳의 환경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어젯밤 야영지도 진 대장님이 고른 곳인데 그곳에 사막 쥐 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걸 몰랐나요?”“청성 씨,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정말 몰랐어요.”진이수는 황급히 해명했다.“일반적으로 사막 쥐 떼는 죽음의 사막 외곽에서만 나타나며 일정한 활동 구역이 정해져 있어요. 제가 고른 장소는 그 범위 밖에 있었으므로 이런 공격을 받을 리가 없습니다.”“청성 씨, 예기치 못한 사고는 늘 있는 법입니다. 죽음의 사막에 들어왔으면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준비를 해야 하죠. 우리 대장님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누구도 이곳에 사막 쥐 무리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죠. 불만이 있다면 문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자들에게 불만을 품어야 할 겁니다.”블랙스콜피온의 한 짧은 머리 여자가 말했다.“맞습니다!”옆에 있던 큰 덩치의 대머리 남자가 맞장구쳤다.“물자를 지키는 사람들은 전부 청성 씨 사람들이잖아요. 괜히 우리 탓으로 돌리지 마세요.”“왕 아저씨, 물자를 지킨 사람들은 누구였습니까? 모두 다 데려오세요.”이청성은 차갑게 말했다.“네!”왕 아저씨는 짧게 답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잠시 후, 그는 팀원들과 함께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이청성에게 보고했다.“아가씨, 어젯밤 보초는 이 다섯 명이 맡았습니다.”“어떻게 된 일입니까? 왜 이런 문제를 제때 발견하지 못했죠?”이청성의 목소리는 차분하고도 냉정했다.이번 임무는 국운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었기에 절대로 부하들이 게으름을 피우게 해서는 안 됐다.“죄송합니다, 저희가 깜빡 잠이 드는 바람에...”소대장은 송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잠이 들었다고요?”이청성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새벽빛이 채 퍼지지 않은 시각, 유진우는 갑작스레 들려온 텐트 밖의 발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순식간에 몸을 뒤집어 일어난 그는 곧장 경계 태세를 갖췄다.얼마 지나지 않아 텐트 밖에서 왕 아저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큰일입니다! 밖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왕 아저씨는 텐트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조심스럽게 바깥에서 보고를 올렸다.“네?”소란스러운 기척에 이청성이 천천히 눈을 떴다.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재빨리 겉옷을 걸친 그녀는 나직이 물었다.“무슨 일이죠?”“방금 순찰을 돌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야영지 주변에 수많은 사막 쥐들이 나타났습니다. 녀석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 보니 우리 보급 물자가 전부 난장판이 되어있더라고요!”왕 아저씨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서려 있었다.“뭐라고요?”이청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곧장 텐트를 열고 밖으로 나섰다.“보초를 교대로 서도록 지시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발견했을 땐 이미 너무 늦었더라고요.”왕 아저씨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가요, 가서 직접 확인해 봅시다.”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이번 탐험을 위해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다양한 생존 물자를 챙겼고 그것들을 낙타에 실어 운반했다.밤이 오기 전엔 특별히 신신당부하며 보급 물자를 철저히 관리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는데 한숨 자고 일어난 사이 모든 것이 이렇게 망가졌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수천만 마리의 사막 쥐들이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식량과 물, 그리고 수많은 보급 물자가 난장판으로 되었다.호위팀의 팀원들은 사막 쥐 무리를 내쫓기 바빴다.그러나 사막 쥐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가 전혀 없는 듯했다. 여전히 식량들을 탐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눈에 담은 이청성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사막 쥐들은 타고나길 경계심이 강한 동물이라 이렇게 대놓고 인간의 식량을
밤에는 날씨가 매우 춥고 찬 바람이 불어 얼굴이 아플 정도였고 낮이 되면 마치 불 위에 얹어 굽는 것처럼 유난히 뜨거워 바위에 달걀을 터뜨리면 1분 안에 익을 수 있는 정도였다.이처럼 춥고 더운 극한 환경은 일반 사람들이 전혀 견딜 수 없었다.비록 충분한 물자를 준비했지만 이는 겨우 생존 필요를 유지하는 것일 뿐이며 진정으로 시험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력과 신체 압축강도의 대처 능력이었다.유진우와 이청성 일행은 바람이 그린 지도를 따라 같은 속도로 전진했다.해 질 녘부터 해 뜰 때까지, 해가 떠서부터 해 질 녘까지.인원이 많다 보니 팀 이동 속도도 느렸고 다행히 이청성이 준비를 철저히 했고 이번에 데리고 온 사람들은 엘리트였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빨리 해결할 수 있었다.밤에는 달빛이 어둡고 바람이 많이 불어 더는 이동이 힘들어지자 이청성은 팀을 지휘하여 적절한 장소를 찾아 텐트를 치고 주둔할 준비를 하였다.오랜 길을 달린 탓에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이미 지쳐 있었고 오늘 밤은 푹 쉬어야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텐트가 설치되자 이청성은 먼저 요리사에게 요리를 시작하라고 명령했고 두 명의 최고 요리사와 십여 명의 후방 지원 요리사가 곧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굶주린 백여 명의 사람들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며칠 동안의 사막 행은 아주 힘들었지만 이렇게 힘들 때 맛있는 음식에 술 한 모금 마시는 것은 그야말로 행복한 일이였다.큰 텐트 안에서 유진우, 이청성, 진이수 몇 사람은 배불리 먹은 후 둘러앉아 이어서 해야 할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고 날씨가 추운 탓에 텐트 안에 모닥불도 피웠다.“이청성 씨,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은 모두 매우 순조로웠어요.”“별일 없으면 우리는 내일 오후쯤 오아시스의 변두리 지역에 도착할 것 같아요.”“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그곳은 황사가 많이 발생하는 곳으로 우리는 더욱더 조심해야 해요.”진이수는 손으로 책상 위의 지도를 가리키며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네, 알겠어요. 진 대장, 어서 들어
한 시간 뒤, 서지석은 오령정 한 무더기를 안고 여관방에 들어서더니 탁자 위에 모조리 내려놓으며 말했다.“이청성 씨, 이것들은 모두 오늘 받아온 오령정들이에요. 제가 계산해 보니 대략 70% 정도 되던데 나머지 30%는 연락이 안 되거나 팔려고 하지 않았어요.”서지석은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처음에 그는 이청성의 재산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말로 설득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시키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았고 금도문이라는 이름을 내걸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심지어 대부분의 사람은 그를 사기꾼이라 생각하여 그들의 재산을 탐내 이런 더러운 수단으로 오령정을 빼앗으려 한다고 생각했다.서지석은 어쩔 수 없이 이청성의 방법대로 오령정을 높은 가격에 받아 대부분 사람의 의심을 풀었지만 의심이 많은 녀석들은 여전히 판매하려고 하지 않았고 아무리 설득해도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방법이 없어서 포기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좋은 말로는 죽을 놈을 말리기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그는 무림인들의 세계의 도덕과 정의를 매우 중시한다고 자문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고 더는 설득할 능력이 없었다.“지석 씨, 수고하셨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다 했으니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야죠.”이청성은 이미 예상한 듯하였고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단지 애국심과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으로 생각했다.“저는 심부름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요. 오히려 이청성 씨가 너무 많은 재산을 낭비하셨어요.”서지석은 자신의 위엄과 명성으로 몇몇 사람이라도 설득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결국 혼자 착각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전혀 체면을 세워주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금전은 모두 목숨 이외의 물건이니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한 사람이라도 구하셨으면 된 거예요.”이청성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말했다.“이청성 씨, 한 가지 일이 더 있어요.”서지석은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유진우의 손에 있는 검은 기체 덩어리를 보고 모두 놀라 멍해졌다.조금 전까지만 하여도 멀쩡했던 영기가 어떻게 눈 깜짝할 사이에 통째로 삼켜 없어질 수가 있을까.머리카락보다도 더 가는 사악한 기운이 이렇게 강력한 위력을 갖고 있을 줄이야.“이 물건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어요. 오늘 많은 것을 배워가네요.”서지석은 당황한 표정으로 침만 삼켰다.유진우가 때맞게 확인시켜 주어서 다행히 큰 불행은 모면했지만 사실을 모르고 오령정의 영기를 그대로 흡수하여 사악한 기운을 체내에 끌어들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고 사악한 기운이 폭발할 때쯤이면 결국 바람처럼 될 것이 분명했다.“과연 내 예상대로 이 물건은 흉악하기 그지없네.”유진우의 손가락에 가해지는 압력이 점점 커지자 에너지 커버에 싸인 검은 색의 사악한 기체가 완전히 발광하여 미친 듯이 솟구치고 전력 질주하며 에너지 커버에 끊임없이 부딪혀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듯하였다.희미하게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소리도 들리는 것을 보아하니 이 사악한 기운은 이미 영성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이렇게 좋은 보물이 안타깝게도 사악한 기운에 오염되다니, 정말 낭비네요.”서지석은 한숨을 내쉬며 손에 쥐었던 오령정을 모두 바닥에 던지고 발로 부스러뜨려 사악한 기운이 사람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였다.“사건이 비정상적으로 넘어갈 땐 반드시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니 바람의 최후는 오아시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에요. 우리는 앞으로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해요.”유진우가 말하면서 한 손을 꽉 움켜쥐자 손에 있던 검은 기체가 순식간에 폭발하여 완전히 사라졌다.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손에 든 오령정을 처리한 후 모두의 시선은 일제히 조이준한테로 향했다.조금 전 조이준은 가장 먼저 앞다투어 오령정을 빼앗아 지금은 손에 달걀만큼 한 크기의 오령정을 40여 개나 쥐고 있었으며 품질은 매우 좋아 보였고 모두 합치면 그 가치는 엄청났다.“왜 다들 날 쳐다봐?”
조금 전의 바람은 이미 인간이 아닌 짐승처럼 변화되었었고 그로 인해 또 다른 불가능도 있었을 것이다.“설령 오령정은 바람의 혈육의 결정체라 하여도 뭐가 문제에요? 당신이 방금 말한 3일을 못 버틴다는 말은 또 어떤 뜻일까요?”서지석은 이어 의문을 제기했다.“오령정은 이미 오염되었어요.”유진우는 엄숙한 표정으로 계속하여 말했다.“바로 전에 바람의 상황을 여러분들도 보셨겠지만 이유 없이 발광하고 인성을 잃고 몸까지 변화된 것을 보면 이 오령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 있을까요?”“진우 씨, 이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단지 이런 추측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능력이 부족할 것 같은데 혹시 증거라도 있나요?”서지석은 다시 물었다.금도문 제자들은 방금 꽤 큰 오령정을 8개나 주워 넉넉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만약 이 오령정을 사용할 수 없다면 그들에게 큰 손실이기에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이러한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매개 오령정에는 모두 한 가닥의 사악한 기운이 숨어 있고 겉으로 보면 발견하기 매우 어려울 거예요. 다만 그 안의 영기를 추출한다면 비로소 증거를 찾을 수 있어요.”유진우는 말하면서 한 손을 평평하게 하여 자신의 오령정을 여러 사람 앞에 보여 주었고 이어 다른 손을 내밀어 손바닥으로 오령정을 향해 살며시 짓누르자 쟁쟁한 소리가 들려왔다.짝!소리와 함께 오령정은 순식간에 터졌고 그와 동시에 짙은 영기가 그 속에서 뿜어져 나왔다.유진우는 손가락을 약간 구부리고 사악한 가운을 감쌀 수 있는 투명한 에너지 커버를 준비해 두었고 이 영기들은 매우 짙은 유백색으로 구름과 안개처럼 끊임없이 밀려왔으며 이것을 모두 흡수하면 무자의 수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이 영기 속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자세히 보세요.”유진우의 말에 서지석과 몇몇 금도문 제자들이 자세히 눈여겨보더니 갑자기 놀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들은 이 유백색의 영기 속에 뜻밖에도 한 가닥의 검은 기체가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 검은 기체는 유백색의 영기에
“이청성 씨, 방금 그 두 놈이 당신의 오령정을 빼앗은 거 맞죠? 제가 바로 되찾아 올게요.”상황을 지켜보던 서지석은 조금 전에 이청성의 곤룡띠만 아니었으면 자신은 바람을 대처할 수가 없었을 것이고 심지어 죽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를 대신해 오령정을 되찾아 오려고 바로 결단력 있게 손을 쓸 준비를 했다.“ 서지석 씨, 쫓아가지 않아도 돼요.”이청성은 쫓아가려는 서지석을 급히 멈춰 세우며 말했다.“빼앗긴 것이 아니라 제가 그들에게 준 것이니 저한테는 소용없는 물건이에요.”“네?”서지석은 머뭇거리더니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의문스러운 태도로 물었다.“이청성 씨, 오령정은 무사에게는 아주 귀한 보물이잖아요. 내공을 향상할 수 있고 설령 당신이 쓰지 않더라도 돈으로 팔면 가치도 매우 높아요.”“전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이청성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네, 그게….”서지석은 한순간 말문이 막혀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그러고보니 눈앞의 이 여성은 부잣집 아가씨로 부족한 것이 없었고 게다가 곤룡띠 같은 보물도 가지고 있었으니 오령정 한두 개 정도는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이청성에게는 돈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서지석은 돈이 부족했으니 신세를 한 번 더 진다 치고 그녀가 원치 않은 오령정을 자신한테 줘도 되는 건데 돌처럼 던져버리다니 너무 낭비라고 생각했다.“서지석 씨, 제가 보물을 그냥 버린 것이 아니라 이 오령정은 뭔가 이상했어요.”이청성은 이어 해명하며 말했다.“당신 손에 있는 오령정을 자세히 봐봐요. 어딘가 특별한 점이 없어요?”“특별한 점요?”서지석은 오령정 하나를 집어 들고 자세히 관찰했지만 아무런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하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대체 어디가 특별해요? 안에 있는 짙은 영기는 바로 흡수할 수 있으니 수련에 사용해도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아요.”“서지석 씨, 만약 이 물건으로 수련하면 아마 3일도 못 살고 죽을 거예요.”이때 유진우는 손톱만 한 크기의 오령정을 손에 집어 들고 천천히 앞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