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그에게 모욕을 줬을 뿐만 아니라 용씨 가문 전체의 체면을 깎은 거나 다름이 없었다.“이청아! 여기서 도망치는 순간 넌 바로 이씨 가문의 죄인이 될 거야.”조국화 모녀가 분노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호통쳤다.“딸, 절대 충동적으로 어리석은 결정을 해선 안 돼. 이대로 저놈이랑 가면 우리 집안 다 망해!”당황한 장경화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용씨 가문을 건드리면 부귀영화만 잃는 게 아니라 가족 전체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엄마, 저...”이청아가 말끝을 흐렸다.“내가 있으니까 두려워하지 마.”유진우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고는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이 결혼 절대 못 해! 불만 있는 사람은 나한테 마음껏 덤벼!”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현장이 떠들썩해졌다.“와! 저 남자 너무 멋있잖아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이 세상과 적이 되는 것도 두렵지 않은가 봐요.”“날 저렇게 사랑해 주는 남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멋있긴 한데 그 대신 치러야 할 대가도 엄청나잖아요.”“용씨 가문과 이씨 가문을 건드렸으니 저 사람 아마 내일을 넘기지 못할걸요?”무대 위의 유진우를 보며 하객들은 의견이 분분했다.놀라움과 칭찬, 그리고 경멸과 하찮음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청아 씨, 그만 가자.”유진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 떠나려 했다.“저 두 사람을 잡아!”용호걸의 명령에 수많은 경호원들이 사방에서 우르르 몰려와 두 사람을 포위했다.“가려고요? 나한테 물어나 봤어요?”용호걸이 굳은 얼굴로 천천히 다가왔다.“청아 씨, 한 번만 더 기회를 줄게요. 순순히 나랑 결혼한다면 오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 안 그러면 가만 안 둘 겁니다!”“나도 기회를 줄게요. 지금 당장 강능에서 꺼지지 않으면 후회할 겁니다.”유진우가 싸늘하게 되받아쳤다.“제 주제도 모르는 놈! 당장 가서 저놈의 팔다리를 부러뜨려라!”화가 난 용호걸이 명을 내렸다.“네!”경호원들이 삼단봉을 꺼내 공격 태세를 갖추었다.그때 누
왕현의 등장으로 기세는 완전히 한쪽으로 기울었다.용씨 가문 고수들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지만 용호걸이 인질로 잡혀있어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형님, 여긴 저한테 맡기고 먼저 가십시오.”왕현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기운산 결투 이후 그는 본투비 레벨을 돌파하였기에 실력이 백 배 가까이 늘었다.“가라고?”용호걸이 코웃음을 치며 건방지게 말했다.“어디로 가게? 도망가봤자 결국에는 우리 용씨 가문에 쫓기는 신세가 될 거야.”그의 말에 떠나려던 유진우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싸늘하게 말했다.“지금 날 협박해?”“하하... 협박하면 뭐?”용호걸은 두려워하는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어디서 이런 조력자를 데려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당신 혼자서 날 상대하려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 아닌가?”“그래서 당신이 강하다고 생각해?”유진우가 되물었다.“당신 하나쯤 상대하는 건 일도 아니지.”용호걸이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당신뿐만 아니라 이청아와 이청아 가족들도 용씨 가문의 보복을 받을 거야. 당신들... 영원히 불안에 떨며 살게 될 거야!”그의 말에 이청아의 낯빛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가 가장 걱정하던 일이 결국 일어나고 말았다. 그녀가 모든 걸 내팽개치고 이대로 도망친다면 가문 전체가 위험에 빠질 것이고 그 결과는 그녀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웠다.“어때? 이제 좀 무서워?”유진우가 아무 말이 없자 용호걸은 더욱 의기양양했다.“유진우! 비참하게 죽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내 앞에 무릎 꿇고 빌어. 그러고 나서 당신 여자를 직접 내 침대까지 데리고 와. 그러면 내가 당신 목숨 정도는 살려줄지도 모르니까.”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찰싹하고 따귀를 맞은 용호걸의 얼굴에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났다.“뭐야?”용호걸은 따끔거리는 얼굴을 움켜쥔 채 얼이 빠진 모습이었다. 다른 이들도 경악을 금치 못하며 서로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았다.‘이렇게나 많은 사람 앞에서 용호걸의 따귀를 때리다니, 저 자식 제정신이야?’“이 자식아! 감히 날
“하지만...”“얼른 가. 당신이 여기 있으면 내가 더 신경 써야 해서 집중이 안 돼.”이청아가 뭐라 얘기하려던 그때 유진우가 가로챈 바람에 결국 하는 수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녀도 다른 선택이 없었고 그냥 이대로 쭉 가는 수밖에 없었다. 유진우만 무사히 돌아온다면 모든 걸 포기하고 그와 떠날 생각이었다.이청아가 무사히 떠난 후 유진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이씨 가문 사람들에게 시선을 옮겼다.“안 가고 뭐 해요? 여기서 죽길 기다려요?”“얼른 가자.”이서우와 조국화는 서로 눈짓을 주고받고는 바로 자리를 떠났다.이청아가 파혼한 바람에 용씨 가문과 이씨 가문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계속 이 자리에 있으면 불똥이 괜히 그들에게 튈 수도 있었다.“재수 없는 놈! 너 때문에 우리 이씨 가문이 망하게 생겼어!”장경화는 너무도 화가 나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결국 부랴부랴 도망쳤다.결혼이 깨지면서 팔자를 바꾸려는 장경화의 꿈은 산산이 조각나고 말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일 때문에 용씨 가문을 건드려서 앞으로는 편한 날이 없을 것이다.“젊은이, 배짱 하나는 인정이야, 아주.”그때 용호걸의 넷째 삼촌이자 용씨 가문의 넷째 어르신이 갑자기 일어나 덤덤하게 말했다.“지금까지 우리 용씨 가문에 이런 치욕을 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 젊은이는 처음이야, 물론 마지막이 될 거고. 솔직히 말해서 젊은이의 용기는 인정이야. 하지만 오늘이 젊은이의 제삿날이 될 거야!”그러고는 손을 휘둘렀다.“터벅터벅...”무거운 발걸음 소리와 함께 수많은 무장 경호원들이 사방에서 우르르 몰려들더니 순식간에 유진우를 물샐틈없이 포위했다.“저 녀석 오늘 죽었어. 용씨 가문 넷째 어르신이 진짜로 움직였어!”“대놓고 결혼식을 망친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에 치욕을 주었으니 죽어 마땅하지!”“허세를 부릴 땐 좋아도 결국에는 죽음을 면치 못한다니까! 쌤통이야, 아주.”포위된 유진우를 보며 하객들은 의견이 분분했다.“호걸이를 풀어주면 젊은이의
엘리트 고수들이 예식장에 몰려들자 하객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을 쩍 벌렸다. 유진우에게 이렇게나 큰 힘이 있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단지 전화 한 통에 수백 명의 사람을 불러 모았고 게다가 영역도 아주 넓었다. 그들 중에는 어둠의 세력, 상업계 거물, 정부 당국의 무장 세력뿐만 아니라 강능의 시장마저 직접 나서서 힘을 실어주었다.다시 말해 유진우의 한마디면 강능의 모든 세력을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 파워는 실로 무서울 정도로 대단했다.어쩐지 유진우가 나댄다 했더니, 진작 준비를 마치고 있었던 것이었다.지금 용씨 가문이 상대해야 하는 건 한 사람이 아니라 강능 전체였다.“저 자식 대체 정체가 뭐야? 뭔데 저 많은 세력을 다 움직여?”하객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진 얼굴이었다.그 시각 줄곧 건방을 떨던 용씨 가문 사람들도 근심 어린 표정을 드러냈다. 비록 이 세력들이 용씨 가문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타격을 입힐 수는 있었다. 어쨌거나 용씨 가문의 세력은 중주에 있으니까.멀리 있는 샘물로는 당장 갈증을 풀 수 없듯이 지금 사람을 동원하기엔 너무 늦었다.“생각보다 힘이 좀 있구나. 내가 널 과소평가했어.”놀라움도 잠시 용씨 가문 넷째 어르신은 이내 마음을 가라앉혔다.“하지만 고작 이 사람들로 우리 용씨 가문을 상대할 생각이었다면 큰 오산이야.”용씨 가문은 중주의 재벌로서 그 권력이 하늘을 찔렀다.세력이든 인맥이든 강능의 쥐뿔만 한 세력들이 비할 바가 아니었다. 백 년 넘게 이어온 가문인 것만큼 당연히 탄탄한 기반이 받쳐주고 있었다.“유진우! 당신 쪽 사람이 더 많다는 건 인정해. 그런데 뭐가 달라질까? 고작 이런 쓸모없는 자들로 날 어쩔 수 있을 것 같아? 꿈 깨!”용호걸이 연신 코웃음을 쳤다.그는 강능의 세력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한마디면 상대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게 바로 중주 재벌의 권력이니까!“저 사람들로 안 되면 그럼 난?”그때 누군가의
용씨 가문 넷째 어르신은 억지로 웃음을 터뜨렸다.“친한 척하지 마세요!”조무진은 조금도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용씨 가문은 아주 겁을 상실한 것 같던데요? 어디 내 앞에서도 건방지게 굴어보시던가요!”조무진의 말을 들은 용씨 가문 넷째 어르신은 안색이 좀 어두워졌다.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수모를 당했으니, 그의 성격대로라면 벌써 화를 내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화가 치밀어 올라도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조무진을 건드릴 수 없었다.“왜 아무 말도 안 해요? 방금까지 위풍당당하던 그 모습은 어디 갔나요? 내 친구를 괴롭히다니, 당신들은 정말 겁을 상실한 게 틀림없어요!”조무진은 두 사람에게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 모습은 마치 아랫사람에게 훈수를 두는 것 같았다. 반면, 두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 지켜보던 구경꾼들도 깜짝 놀라서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용씨 가문 넷째 어르신이 이렇게 누군가에게 삿대질까지 당하며 욕을 먹을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게다가 대꾸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으니, 지켜보던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아직도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예요? 빨리 제 친구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하세요!”조무진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그건...”용씨 가문 넷째 어르신은 미간을 찌푸렸고 안색이 더없이 어두워졌다.용씨 가문의 직계 자제인 그들이 어떻게 남에게 엎드려 절까지 하며 사죄를 한단 말인가? 만약 소문이라도 난다면, 용씨 가문은 더이상 위신이 서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한 일 아니겠는가?“조무진! 당신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요!”용호걸은 좀 화가 났다.“퍽!”조무진은 손바닥을 치켜들더니 다짜고짜 용호걸의 뺨을 한 대 때렸다.“뭐라고? 너무해? 인마, 그래서 어쩔 건데?”“당신...”용호걸은 입을 벌리다가 미처 말을 뱉지도 못하고 또 뺨 한 대를 세게 맞았다.“오늘 너의 사과를 듣지 못하면, 난 네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조무진이 강력하게 말했다.이때 용호걸은 눈에
소문에 의하면 용씨 가문에는 ‘흑풍쌍살’ 이라고 불리는 두 명의 마스터 경지 고수가 있었는데, 평소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두 사람은 뜻밖에도 오늘 용수현을 따라 이곳에 왔다.막상 손을 쓰려니 전혀 이득을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이자, 조무진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어떻게 복수해야 할지 궁리했다.“흥... 전쟁의 신이면 뭐가 달라질 것 같아요? 우리 용씨 가문을 상대로 감히 뭘 할 수 있겠어요?”용호걸은 마음속에 잠시 접어뒀던 오만함을 다시 꺼냈다.‘큰아버지가 여기 계시는 한, 아무리 조무진이라 해도 별수 없을 거야.’“역시 형님은 위풍당당하십니다.”용씨 가문 넷째 어르신도 고개를 들고 가슴을 폈고 처음의 자신감을 되찾았다. 조씨 가문이 만만한 세력인 것은 아니었지만 용씨 가문도 결코 무른 감이 아니었다.용수현의 등장으로 인해 이제 용씨 가문의 자제들은 다시 기세를 되찾았다.“진우 형, 용씨 가문이 내 체면을 봐주지 않을 것 같은데, 한 번 제대로 붙어볼까?”조무진은 고개를 돌려 유진우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만약 유진우가 머리 한 번만 끄덕인다면 가차 없이 용씨 가문으로 돌진하여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었다.어차피 유진우가 그의 뒷배가 되어줄 테니 말이다.“용씨 가문 가주님도 오셨으니 그만두자.”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용씨 가문이 두려워서 그만두려는 것이 아니라, 조무진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그만두려고 했다.“그래, 형의 말에 따를게.”조무진은 어깨를 으쓱했다.“용씨 가문 가주님, 조카 녀석을 잘 가르쳐야겠어요. 다음에는 누구의 체면도 봐주지 않을 겁니다.”유진우는 차갑게 말하고 돌아서서 떠날 준비를 했다.“거기 서!”용수현이 유진우를 불러세웠다.“내가 가도 된다고 했나? 내 조카에게 손찌검하고, 우리 용씨 가문의 체면을 이렇게 짓밟고, 인제 와서 등 돌려 떠나려고 해? 정말 우리 용씨 가문을 만만하게 보는구나!”“맞아! 공공연히 내 혼례를 망치고 손찌검까지 했으니, 오늘 너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존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등 굽은 중년 남자의 등장에 용수현과 용씨 가문 넷째 어르신은 두피가 저렸고 소름이 돋았다.눈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용국의 지존이자, 천자도 예의를 갖춰 대하는 대단한 존재인 위왕, 유만수였다. 유만수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들 모두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었다.“뭐야?”굽은 등의 중년 남자, 유만수를 본 유진우는 자기도 모르게 안색이 어두워졌고 눈에는 분노가 이글거렸다.“볼만한 구경거리가 생기겠는걸.”조무진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이내 한쪽으로 물러서며 깨 고소해하는 표정을 지었다.만인의 주목을 받으며 굽은 등의 중년 남자가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위풍이나 기세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그저 보통 중년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중년 남자가 지나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며 물러섰다. 그 중년 남자는 유진우 앞에 멈춰 섰다.“오랫동안 못 봤는데, 네놈이 이렇게 컸을 줄이야.”유만수는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큰 유진우를 보며 절로 씩 웃었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드러난 이를 보니 조금 우스꽝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당신이 아직도 죽지 않았을 줄은 몰랐네요.”유진우는 눈빛에 칼을 품은듯했고 말투가 유난히 차가웠다. 그 말을 들은 용수현 등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이 녀석은 대체 정체가 뭐길래 이런 망언을 퍼붓는 것이야? 감히 위왕께 이런 말을 하다니?’“허허... 착하게 산 사람보다 죄악을 많이 지은 사람일수록 마음대로 죽지도 못한다더니, 내가 딱 그 꼴이 난 거지.”유만수는 오히려 호탕하게 웃어넘겼고 전혀 화난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그래요? 하지만 당신의 꼬락서니는 전혀 장수할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걸요.”유진우가 예의도 없이 차갑게 툭 던졌다.“이놈아! 너처럼 아비를 저주하는 아들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단 말이냐?”유만수가 또다시 호탕하게 웃으며 받아쳤다.“당신이 저랑 무슨 상관있다고 그래요? 쇼 좀 하지 마세요.”유진우가 가차 없이 쏘아붙였다.“네가
이 시각, 이씨 가문 별장 내에서 장경화는 한창 요란법석을 떨며 짐을 싸느라 여념이 없었고 순식간에 캐리어 두 개를 꽉 채워 끌고 나오며 말했다.“청아야! 서두르지 않고 뭐 하니... 돈이 될만한 명품 가방, 목걸이 등 보석들은 전부 찾아내! 더이상 강능에 머물 수는 없어, 서둘러 정리하고 당분간 해외로 떠나있자! 항공권은 이미 끊어뒀고 통장에 들어있던 여윳돈도 몇억 되니까 당분간 생활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야.”장경화는 초조한 얼굴로 재촉했다. 모두가 지켜보는 와중에 용씨 가문과의 혼사를 엎어버린 것은 용씨 가문은 물론, 강북 이씨 가문까지 건드린 경우였다. 그 때문에 작은 강능뿐만 아니라, 용국 전체에 발 디딜 곳이 없게 되었다.“청아야! 뭐 하고 있어? 얼른 짐 싸라고 했잖아!”이청아가 자기 말대로 움직이지 않자, 장경화는 화가 치밀어올랐다.“엄마, 그러실 필요 없어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굳이 도망가듯 짐을 쌀 필요 없단 말이에요.”이청아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내가 답답한 딸내미 때문에 속 터져 못살아! 아직도 이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거야?”장경화는 허벅지를 내리치며 안타까워했다.“용씨 가문이잖아! 중주의 재벌가, 권력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무서운 존재! 이렇게 모두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용씨 가문의 체면을 깎아내렸으니 용씨 가문은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 거라고!”“저도 알아요. 하지만 진우 씨가 알아서 해결할 거라고 했으니, 기다려 볼래요.”이청아가 말했다.“너 제정신이야? 그 멍청한 녀석의 말만 믿고 기다리겠다고?”장경화가 뒷목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유진우가 뭔데, 무슨 재주로 용씨 가문을 상대한단 말이야? 게다가 그 녀석이 너의 혼사를 망친 것만 아니면 우리 이씨 가문이 이런 사태에 휘말릴 일은 없었을 거야! 그놈은 재수탱이야!”예정대로라면 이씨 가문은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진우 때문에 그들은 하늘이 내린 기회를 잃게 되었다. 그 때문에 유진우는 장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