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에 의하면 용씨 가문에는 ‘흑풍쌍살’ 이라고 불리는 두 명의 마스터 경지 고수가 있었는데, 평소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두 사람은 뜻밖에도 오늘 용수현을 따라 이곳에 왔다.막상 손을 쓰려니 전혀 이득을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이자, 조무진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어떻게 복수해야 할지 궁리했다.“흥... 전쟁의 신이면 뭐가 달라질 것 같아요? 우리 용씨 가문을 상대로 감히 뭘 할 수 있겠어요?”용호걸은 마음속에 잠시 접어뒀던 오만함을 다시 꺼냈다.‘큰아버지가 여기 계시는 한, 아무리 조무진이라 해도 별수 없을 거야.’“역시 형님은 위풍당당하십니다.”용씨 가문 넷째 어르신도 고개를 들고 가슴을 폈고 처음의 자신감을 되찾았다. 조씨 가문이 만만한 세력인 것은 아니었지만 용씨 가문도 결코 무른 감이 아니었다.용수현의 등장으로 인해 이제 용씨 가문의 자제들은 다시 기세를 되찾았다.“진우 형, 용씨 가문이 내 체면을 봐주지 않을 것 같은데, 한 번 제대로 붙어볼까?”조무진은 고개를 돌려 유진우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만약 유진우가 머리 한 번만 끄덕인다면 가차 없이 용씨 가문으로 돌진하여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었다.어차피 유진우가 그의 뒷배가 되어줄 테니 말이다.“용씨 가문 가주님도 오셨으니 그만두자.”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용씨 가문이 두려워서 그만두려는 것이 아니라, 조무진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그만두려고 했다.“그래, 형의 말에 따를게.”조무진은 어깨를 으쓱했다.“용씨 가문 가주님, 조카 녀석을 잘 가르쳐야겠어요. 다음에는 누구의 체면도 봐주지 않을 겁니다.”유진우는 차갑게 말하고 돌아서서 떠날 준비를 했다.“거기 서!”용수현이 유진우를 불러세웠다.“내가 가도 된다고 했나? 내 조카에게 손찌검하고, 우리 용씨 가문의 체면을 이렇게 짓밟고, 인제 와서 등 돌려 떠나려고 해? 정말 우리 용씨 가문을 만만하게 보는구나!”“맞아! 공공연히 내 혼례를 망치고 손찌검까지 했으니, 오늘 너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존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등 굽은 중년 남자의 등장에 용수현과 용씨 가문 넷째 어르신은 두피가 저렸고 소름이 돋았다.눈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용국의 지존이자, 천자도 예의를 갖춰 대하는 대단한 존재인 위왕, 유만수였다. 유만수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들 모두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었다.“뭐야?”굽은 등의 중년 남자, 유만수를 본 유진우는 자기도 모르게 안색이 어두워졌고 눈에는 분노가 이글거렸다.“볼만한 구경거리가 생기겠는걸.”조무진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이내 한쪽으로 물러서며 깨 고소해하는 표정을 지었다.만인의 주목을 받으며 굽은 등의 중년 남자가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위풍이나 기세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그저 보통 중년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중년 남자가 지나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며 물러섰다. 그 중년 남자는 유진우 앞에 멈춰 섰다.“오랫동안 못 봤는데, 네놈이 이렇게 컸을 줄이야.”유만수는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큰 유진우를 보며 절로 씩 웃었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드러난 이를 보니 조금 우스꽝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당신이 아직도 죽지 않았을 줄은 몰랐네요.”유진우는 눈빛에 칼을 품은듯했고 말투가 유난히 차가웠다. 그 말을 들은 용수현 등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이 녀석은 대체 정체가 뭐길래 이런 망언을 퍼붓는 것이야? 감히 위왕께 이런 말을 하다니?’“허허... 착하게 산 사람보다 죄악을 많이 지은 사람일수록 마음대로 죽지도 못한다더니, 내가 딱 그 꼴이 난 거지.”유만수는 오히려 호탕하게 웃어넘겼고 전혀 화난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그래요? 하지만 당신의 꼬락서니는 전혀 장수할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걸요.”유진우가 예의도 없이 차갑게 툭 던졌다.“이놈아! 너처럼 아비를 저주하는 아들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단 말이냐?”유만수가 또다시 호탕하게 웃으며 받아쳤다.“당신이 저랑 무슨 상관있다고 그래요? 쇼 좀 하지 마세요.”유진우가 가차 없이 쏘아붙였다.“네가
이 시각, 이씨 가문 별장 내에서 장경화는 한창 요란법석을 떨며 짐을 싸느라 여념이 없었고 순식간에 캐리어 두 개를 꽉 채워 끌고 나오며 말했다.“청아야! 서두르지 않고 뭐 하니... 돈이 될만한 명품 가방, 목걸이 등 보석들은 전부 찾아내! 더이상 강능에 머물 수는 없어, 서둘러 정리하고 당분간 해외로 떠나있자! 항공권은 이미 끊어뒀고 통장에 들어있던 여윳돈도 몇억 되니까 당분간 생활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야.”장경화는 초조한 얼굴로 재촉했다. 모두가 지켜보는 와중에 용씨 가문과의 혼사를 엎어버린 것은 용씨 가문은 물론, 강북 이씨 가문까지 건드린 경우였다. 그 때문에 작은 강능뿐만 아니라, 용국 전체에 발 디딜 곳이 없게 되었다.“청아야! 뭐 하고 있어? 얼른 짐 싸라고 했잖아!”이청아가 자기 말대로 움직이지 않자, 장경화는 화가 치밀어올랐다.“엄마, 그러실 필요 없어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굳이 도망가듯 짐을 쌀 필요 없단 말이에요.”이청아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내가 답답한 딸내미 때문에 속 터져 못살아! 아직도 이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거야?”장경화는 허벅지를 내리치며 안타까워했다.“용씨 가문이잖아! 중주의 재벌가, 권력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무서운 존재! 이렇게 모두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용씨 가문의 체면을 깎아내렸으니 용씨 가문은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 거라고!”“저도 알아요. 하지만 진우 씨가 알아서 해결할 거라고 했으니, 기다려 볼래요.”이청아가 말했다.“너 제정신이야? 그 멍청한 녀석의 말만 믿고 기다리겠다고?”장경화가 뒷목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유진우가 뭔데, 무슨 재주로 용씨 가문을 상대한단 말이야? 게다가 그 녀석이 너의 혼사를 망친 것만 아니면 우리 이씨 가문이 이런 사태에 휘말릴 일은 없었을 거야! 그놈은 재수탱이야!”예정대로라면 이씨 가문은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진우 때문에 그들은 하늘이 내린 기회를 잃게 되었다. 그 때문에 유진우는 장경화
“데리고 나가!”이서우가 가볍게 손짓하며 강압적으로 이청아를 끌어내라고 했다.“누가 감히 움직여!”별안간 문밖에서 누군가의 근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진우가 왕현을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들어왔다.“함부로 경거망동한다면 가만두지 않겠어!”“진우 씨?”지금까지 굳어있던 이청아의 표정이 밝아졌다. 지금까지 마음졸이던 이청아는 그제야 걱정을 내려놓았고 유진우가 무사히 돌아올 거란 약속을 지켰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었다. “너... 어떻게 아직 살아있는 거야?!”이서우는 눈을 부릅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녀가 떠나기 전에 유진우는 이미 포위됐었는데 말이다. 아무리 대단한 실력자라고 해도 용씨 가문의 포위망을 뚫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다.“그러게 말이야? 방금 그 말은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었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될까? 어쨌든 나는 네 어머니를 살려준 생명의 은인인데, 어떻게 조금의 고마움도 없을 수 있지?”유진우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흥! 딴소리하지 마! 어떻게 도망쳐 나왔는지는 몰라도 용씨 가문의 눈에 찍힌 이상, 당신들은 모두 살아남을 수 없을 거야!”이서우가 눈에 불을 켜고 말했다.“용씨 가문이 뭔 대수라고? 이렇게 멀쩡하게 나온 건 나도 해결책이 있었기 때문이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해결책? 웃기고 있네... 어떻게 해결했는데? 의사 나부랭이 주제에 용씨 가문과 맞서기라도 했어?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이서우가 차갑게 웃었다.“모든 사람을 네 기준에서 보려고 하지 좀 마. 난 용씨 가문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용호걸이 직접 찾아와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할 수도 있으니까!”유진우가 강력하게 말했다.“무릎 꿇고 사과하게 해?”이서우는 흠칫하더니 껄껄 웃기 시작했다.“유진우, 제정신이야?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무슨 자격으로 용씨 가문 도련님의 사과를 받아낸다는 거야?”“흥! 능력도 없는 놈이 입만 살아서! 내 딸이 너 같은 녀석을 좋아하는 게 이해가 안 될 따
“이청아 씨, 부디 용서해 주세요!”용호걸이 무릎을 꿇은 후, 한 무리의 용씨 가문 사람들이 우르르하고 동시에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어...”예상치 못한 장면에 이청아는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이서우도 마찬가지였고 울부짖던 장경화마저도 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멍하니 서서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용씨 가문이 책임을 물으러 온 게 아니란 말인가? 먼저 무릎을 꿇고 사과하다니? 재벌가 자제이자 중주의 실세라고 불리는 용호걸이 왜 갑자기 이처럼 비굴한 신세가 된 걸까?’“이청아 씨! 죄송합니다!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없어 큰 잘못을 범했네요.부디 저를 용서해 주세요!”이청아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미친 듯이 자기 얼굴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이내 붉게 부어오른 그의 얼굴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30분 전 결혼식장에서 유진우의 정체를 알게 된 그는 그대로 놀라 주저앉았고 자신의 처지를 한순간에 깨닫게 되었다.심지어 큰아버지인 용수현은 이 일에 용씨 가문이 연루되지 않게 하려고 그를 집에서 내쫓았고 철저히 선을 그었다.하지만 뜻밖에도 유진우는 그를 풀어주었다. 물론 이청아에게 가서 직접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었다.그 결과에 용호걸은 당연히 기쁠 수밖에 없었고, 즉시 이씨 가문의 별장으로 달려가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했다. 목숨만 건질 수 있다면, 존엄이 뭐가 중요할까 싶었다.“뭐 하세요?”퉁퉁 부어오른 얼굴을 한 용호걸을 보며 이청아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고 잔뜩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생사를 내세워 협박까지 해대던 용씨 가문 큰 도련님이 순식간에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을 줄은 상상조차 못 해볼 일이었다. 이런 상황은 그녀로서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다.“내가 노안이라 잘못 본 거 아니겠지?”장경화는 계속해서 눈을 비비며, 좀처럼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용호걸은 권세를 손에 쥔 재벌가 도련님이잖아?’“도련님, 이게 무슨
이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괴한 표정을 지었다.“도련님께서 더는 저희를 귀찮게 하지 않으신다고 약속하신다면 저희가 어찌 감히 도련님께 죄를 묻겠습니까?”“맞아요! 도련님, 빨리 일어나세요... 피를 이렇게 많이 흘렸으니, 제가 밴드라도 찾아드릴게요.”장경화는 급히 침실로 뛰어 들어가 약상자를 뒤졌다.‘밴드?’용호걸은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장난하나? 손가락 두 개가 잘려 나갔는데, 밴드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도련님, 우선 병원이라도 가보시죠? 피가 쉽게 멈출 것 같진 않아 보이네요.”이청아가 떠보는 듯 물었다.“이청아 씨, 그러면 저를 용서하신 건가요?”용호걸이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네, 앞으로 저를 귀찮게 하지 않으신다고 약속만 해주시면 됩니다.”이청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하죠! 지금 바로 꺼질게요. 그리고 다시는 당신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용호걸은 너무 기쁜 나머지 싱글벙글 웃으며 이청아와 유진우를 향해 절을 하고 황급히 사람들을 데리고 도망쳤다.“저기요! 도련님! 밴드 갖고 가세요!”장경화는 한참 동안 찾은 밴드를 들고 끊임없이 흔들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머리 한 번 돌리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이청아! 딱 기다려라. 오늘 일은 이렇게 쉽게 끝날 리가 없으니까!”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이서우도 서둘러 자리를 떴다.오늘 일어난 일은 정말 기이하다고 할 정도였다. 용씨 가문의 도련님이 이청아에게 머리를 조아려 사죄하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조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청아야, 용호걸이 자극받아서 머리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겠지?”사람들이 떠난 후, 장경화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한마디 물었다. 그녀가 보기에 용호걸이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쉽게 그녀들에게 잘못을 인정할 리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자기 손가락까지 잘라가면서 성의를 표시하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행
“어?”유만수를 보자마자 유진우의 얼굴에 있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한없이 냉담해졌다.“여길 어디라고 들어와요, 나가요!”“오해하지 마, 내 며느리 보러 온 거니까 너랑은 상관없어.”유만수는 싱글벙글 웃으며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걸어왔다.“뭐야, 아는 분이야?”이청아는 두 사람을 번갈아보았고 두 눈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네가 청아인가 보구나? 듣던 대로 미인이네!”유만수가 웃으며 말했다.“아차, 내 소개를 먼저 할게. 나는 유진우의 아버지 되는 사람이야, 네 시아버지다.”“아버님?”이청아는 흠칫 놀랐고 잠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진우에게 큰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외모는 아주 출중한 편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중년 남자는 유진우의 아버지라고 하기엔 두 사람에게서 닮은 구석을 찾기 힘들었다.“왜? 안 닮은 것 같아?”유만수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이 아이는 어려서부터 엄마를 꼭 빼닮았었어. 그것도 다행이지 뭐, 나를 닮았다면 청아처럼 예쁜 아내를 얻지 못했을 거야.”“아버님, 제발 그런 말씀 마세요. 아버님도 여전히 위엄이 있으십니다.”이청아는 본의 아니게 자기 생각이 읽힌 것 같아 민망해졌다.“유만수! 당신이 만나려고 했던 사람도 이미 만났으니, 이젠 나가주세요.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아요!”유진우가 불쑥 입을 열었다.“진우 씨! 왜 그래? 아버님께 무슨 말버릇이야!”이청아는 유진우를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유만수를 보며 민망한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살갑게 말했다.“아버님, 진우 씨가 오늘 기분 나쁜 일이 있어서 평소답지 않게 날이 서 있네요,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자리에 앉으세요, 제가 차 한 잔 대접해 드릴게요.”“그래...”유만수는 싱글벙글했다.“흥! 우리 집에 빌붙을 인간이 또 한 명 늘었나 보다!”장경화는 유만수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나서 표정이 거만해졌다. 그녀는 상대방의 옷차림만 보고 바로 부잣집은 아니라고 단정 지었다.‘역시 그 아들에 그 아버지네, 쓸모없는 인
“식사 준비가 다 됐어요!”귀중한 선물을 받았던 터라 장경화는 눈 깜짝할 사이에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진수성찬을 차렸다. 다섯 가지 요리에 찌개도 빠지지 않았다. 유진우는 핑계라도 만들어 이 불편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시도했지만 이청아의 만류로 어쩔 수 없이 유만수와 같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게 되었다.이는 두 부자가 십 년 만에 같은 식탁에 마주 앉은 것이었다. 유만수는 그동안 오매불망 그리던 아들과의 식사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들의 용서를 받지는 못했지만 함께 밥 한 끼 먹는 것만으로도 유만수는 만족했고 감격스러웠다.아무도 유만수에게 이런 여린 모습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살인하고도 눈 한번 깜짝하지 않던 기세등등한 위왕이 아들과의 식사에 눈물을 보일 줄이야!식사가 끝난 뒤, 더 있다가는 아들놈이 틀림없이 성질을 부릴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기에 유만수는 눈치 있게 서둘러 작별 인사를 고하고 떠나려 했다. 별장을 나선 유만수는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았다.“어르신, 어떻게 되셨어요?”차에 타자, 조수석에 앉아있던 홍복홍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하하하... 오늘 아들 녀석이랑 밥 한 끼 먹었다!”유만수는 입이 귀에 걸려있었는데 마치 원하던 것을 이룬 아이 같았다. 백미러로 그 모습을 본 기사는 그저 의아할 따름이었다.‘아들과 밥 한 끼 먹는 게 저 정도로 즐거워할 일인가? 위왕으로서의 위엄을 차리셔야지, 참!’“축하드립니다, 어르신!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디신 겁니다.”홍복홍도 보기 드물게 웃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홍복홍은 자신이 모시는 어르신에게 있어서 전쟁에서 열 번 승리를 거두는 것보다 도련님과 식사 한 끼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첫 시작은 좋지만 그 녀석의 성격으로는 더 이상 진전이 있기가 어려울 거야.”기쁨도 잠시, 유만수는 또다시 고뇌에 잠겼다.“어르신, 천천히 시간을 두고 가까워져도 괜찮아요. 언젠가 도련님도 어르신의 고충을 이해하실 날이 올 겁니다.”홍복홍이 위로했다.“그렇
문관옥이 어찌 할 바를 몰라 할 때 발밑의 땅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와 함께 약간의 ‘쿵쿵’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지진이 난 건가?”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무관옥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자 후방의 산림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수천, 수만의 병마들이 나타나 있었다.눈길이 닿는 곳마다 빽빽하게 가득 찬 병마들로 산과 들이 전부 뒤덮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거대한 병력은 하나로 합쳐진 단일 부대가 아니었다.오히려 여덟 개의 정예 부대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몰려들고 있었다.땅의 진동은 바로 이 여덟 부대가 달려오며 만들어낸 소리였다.“저거 봐요! 저게 뭐예요?”“맙소사! 엄청난 규모잖아요! 산 전체가 덮일 것 같아요!”“저기 깃발을 봐요. 우리 지원군인 것 같아요!”“뭐라고요? 지원군이 왔다고요? 정말 잘됐어요!”사람들은 상황을 자세히 살핀 뒤 크게 기뻐하며 외쳤다.너무나 강력한 힘을 지닌 유장혁을 그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더 많은 병력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했으며 그들이 바라던 대로 엄청난 지원군이 도착한 것이다.사람을 압도하는 수적 우위로 유장혁을 포위하거나 아니면 절대 강자가 나서서 그를 제압해야만 했다.현재 이곳에 도착한 방대한 군력은 무려 10만에 달했다. 사람마다 한 개 기술을 써도 유장혁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팔방제후에요! 팔방제후의 병력이 도착했어요!”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무관옥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연경에는 세 개의 주요 군사력이 존재한다. 첫째는 치안을 유지하는 성위군 둘째는 자금성 안에서 황족을 보호하는 금위군이다.그리고 셋째가 바로 외성에서 제8대 총수가 지휘하는 특수 군대인데 이는 연경의 안전을 지키고 반란이나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대이다.팔방 제후라고 불리는 이 총수는 높은 관직이 아니지만, 실제 권력은 거의 제1제후와 맞먹는다.그래서 이들은 종종 ‘팔방제후’라는 존칭으로 불리며 고위 관료들도 이들에게 함부로
“으윽!”전신 법상이 산산조각 난 순간 한비영은 마치 심각한 타격을 입은 듯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몸은 힘이 빠진 듯 휘청거렸다. 마치 기운을 전부 뺏긴 것 같은 모습이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내가 졌다고?”한비영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그는 늘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있었고 어떤 천재가 나타나더라도 그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자신이 무적이라 믿었고 누구도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으리라 자부했다.그러나 오늘 한비영은 아주 처참하게 패배했다.천신사상결의 모든 기술을 남김없이 펼쳤지만, 결국 상대를 넘지 못했다.반면 유장혁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매 순간 정면으로 맞섰다.이번 싸움은 오직 절대적인 힘과 기술의 대결이었고 속임수 같은 건 없었다.결과적으로 한비영이 졌고 유장혁은 강력한 실력으로 천신사상결을 완전히 깨부수며 자신의 불패 신화를 끝장냈다.한비영은 자신이 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맙소사! 유장혁이 이겼다고요? 유장혁이 한비영을 이겼다고?”“천신사상결을 막아낸 사람이 있다니 이건 기적이에요!”“이게 바로 전설 속의 천재인가? 정말 두렵군요!”“...”유장혁이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유장혁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경악했다.한비영마저 이길 수 없다면 이들 중 유장혁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젠장! 천하회의 도련님이라는 사람인데 이런 망신을 당하다니!”문관옥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문관옥은 한비영과 유장혁이 서로 치명적인 상처 입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한비영은 이미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유장혁은 멀쩡한 상태였다.유장혁이 얼마나 숨겨온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천신사상결은 정말 대단한 기술이에요. 도련님께서 대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면 나는 이 기술을 막지 못했을지도 몰라요.”유장혁은 담담히 말
“왔다! 드디어 천신사상결의 최강 필살기가 나왔어요!”“전설에 따르면 전신의 분노를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죠. 오늘 우리가 그것을 직접 볼 줄은 몰랐어요!”“천신사상결에 의해 죽는다면 그 또한 유장혁의 명성에 어울리는 최후가 될 것 같아요.”“...”공중에 떠올라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낸 한비영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두려움과 경외심에 휩싸였다.천신사상결은 천하회의 종주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필살기로 무림의 5대 필살기 중 하나로 꼽힌다.사람들은 그저 소문으로만 들어왔을 뿐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조금 전 보여준 세 가지 기술만으로도 이미 천지개벽할 정도였는데 이제 마지막 기술이 펼쳐질 순간이었다.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었다.“전신의 분노!”공중에 떠 있는 한비영이 갑자기 포효했다.순간 한비영의 몸에서 전신 법상이 폭발적으로 나타났고 순식간에 키가 30미터가 넘는 거대한 거인으로 변했다.유진우는 그 발끝에서 마치 개미처럼 보잘것없어 보였다.마치 발을 한 번 내디디기만 해도 간단히 짓밟힐 것처럼 보였다.“검법 파장술!”한비영은 천천히 손을 들어 던지는 자세를 취하더니 거칠게 손을 아래로 내리눌렀다.그의 머리 위 거대한 법상 역시 똑같은 동작을 취했지만, 그 손에는 푸른 번개로 뒤덮인 거대한 창이 들려 있었다!“쿵!”번개 창은 마치 미사일처럼 유진우를 향해 내리꽂혔다.순식간에 천지가 뒤바뀌고 공간이 뒤틀렸다.극에 달한 공포스러운 위압감이 순식간에 온 사방을 덮쳤다.마치 하늘에서 신이 벌을 내려주듯 사람들을 공포와 전율로 몰아넣었다.번개 창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그 강력한 힘은 이미 대지를 붕괴시키고 바위를 산산조각 냈다. 백 미터 이내에 있던 풀과 나무는 모두 먼지로 변했다.멀리서 지켜보던 무사들은 겁에 질려 연신 뒤로 물러나며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강린!”번개 창이 내려오는 순간 유진우의 몸에 새겨진 강린 문신이 갑자기 빛을 발했다.검은 불빛이 그의 몸에서 터져 나와 거대한
허공에 드리운 거대한 형상은 온몸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뜨거운 열기는 대지를 녹일 듯 위협적이었다.“화신의 분노!”기운이 최고조에 달하자 한비영은 양손을 앞으로 세차게 밀어내었다.그의 등 뒤에 나타난 화신 또한 똑같이 손바닥을 내지르는 동작을 취했다.곧이어 새빨간 불꽃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화염 용이 하늘로 솟구치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유진우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주작!”유진우는 기운을 전환하며 몸에서 뿜어져 나온 현청진기를 머리 위로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그의 머리 위에는 거대한 불꽃의 신조 주작이 모습을 드러냈다.“끼오!”주작은 커다란 날개를 힘차게 펼치며 수많은 불빛을 흩뿌렸다. 화살처럼 치솟아 오른 주작은 한비영의 용과 정면으로 충돌했다.“쾅!”굉음과 함께 두 거대한 존재는 격렬히 부딪혔다.주작은 폭발하여 수많은 불꽃 조각으로 흩어졌고 용 또한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다. 두 사람의 대결은 다시 한번 무승부로 끝났다.이 결과를 본 한비영의 표정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세 번째 기술을 준비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한비영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배는 바다를 삼키는 고래처럼 부풀어 오르며 천지의 영기를 거칠게 빨아들였다.그 순간 그의 등 뒤에 검은 구름 같은 형상을 띤 신상이 나타났다.이 신상은 흉측한 얼굴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하고 있었다.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무사들은 공포에 질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기세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짓눌러왔다.“천둥의 분노!”한비영이 긴 함성을 내지르며 허공을 향해 강렬한 주먹을 내질렀다.그의 등 뒤의 천둥의 형상 또한 거대한 주먹을 휘둘러 유진우를 향해 내리쳤다.그 주먹은 마치 태산이 내려앉는 듯한 기세로 막강한 압박감을 뿜어냈다.“청룡!”유진우는 다시 한번 몸속의 현청진기를 뿜어내 머리 위에 푸른 청룡을 소환했다.푸른 용은 생동감이 넘쳤으며 비늘 하나하나가 빛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였다.용의 신비롭
“너희들 생각엔 한비영이랑 유진우 둘 중에 누가 더 셀 것 같아?”“만약 두 사람 모두 전성기 시절의 실력대로라면 아마 비등비등하지 않을까 싶은데. 결국은 누가 더 전략을 잘 짜느냐가 관건이겠지만.”“말도 안 돼! 당연히 한비영 도련님께서 훨씬 월등하시지! 유진우는 이미 한물갔어. 이제는 한비영 도련님께서 진정한 천하제일 천재란 말이야!”“나도 도련님께서 이기실 것 같아. 어쨌든 유진우는 방금까지 싸워서 체력을 다 써버렸으니 꽤 지쳤을 거야.”“...”대치 중인 한비영과 유진우를 바라보며 무인들은 귓속말로 여러 추측들을 주고받았다.두 사람 모두 알아주는 천재로서 결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이런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맞붙는다고 하니 그 누가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있으랴.물론 대다수는 한비영의 승리를 예상했다.한비영은 최근 몇 년간 천하에 이름을 떨치며 대단한 기세를 뽐냈고 자질로 봤을 때는 이미 무적이었다.그 반면, 유진우도 과거엔 알아주는 무인이었지만 지금의 한비영과 비교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그래, 싸워라, 싸워. 얼른 너희 둘이 싸우다가 둘 다 죽거나 크게 다쳐야 내가 얻는 게 있지.”문관옥은 두 사람을 조롱하는 듯한 냉소를 지었다.생사가 걸렸는데 아직까지 무슨 무림인들의 규칙을 지킨다고 설쳐대는 모습이 너무 우스웠다.전략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려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결투의 기본 상식이거늘.“유진우, 난 지금부터 천신사상결을 사용할 거다. 잘 사리는 게 좋을 거야.”“받아라!”한비영은 경고 한 마디를 마친 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그의 몸에서는 강렬한 기운이 폭발하더니 푸른빛의 잔상이 등 뒤에서 뿜어져 나왔다.그 잔상은 여섯에서 일곱 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로 마치 신마와 같은 위풍당당하고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주었다.“세상에, 시작부터 천신사상결이라니. 아무래도 도련님께서 싸움을 한 번에 끝내실 생각인가 보구나!”“천신사상결이라니, 저건 천하에 위세를 떨친 기술이야. 신이 앞을
백발의 노인은 구세주를 본 듯한 표정을 지으며 기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경원종이 유명하다고는 해도 천하회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말도 안 될 정도였다.이미 2년 전부터 한비영이 대 마스터에 접어들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이런 절세의 천재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존재였다.“한비영 도련님이 나서주셨으니 이제 유진우도 도망치지는 못할 거야!”미모의 부인은 기쁨으로 두 눈을 반짝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도망쳐야 하나 싶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한비영이 와주었으니 이제는 마음 놓고 전투를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한비영 도련님을 뵙습니다!”한비영이 땅으로 착지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공손한 인사를 건네며 존경을 표했다.“다들 물러나 계십시오. 이제 전투는 제가 맡습니다.”한비영이 큰 소리로 말했다.“네!”사람들 역시 큰 소리로 대답하며 양옆으로 물러서 자리를 내어주었다.위험을 피하면서도 공로를 나눌 수 있는 이 상황에 사람들은 기꺼이 옆으로 물러나 한비영의 실력을 구경할 준비를 마쳤다.“도련님, 유진우는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혼자서 상대하시기엔 무리일 수도 있으니 같이 힘을 합치는 건 어떨까요?”“관옥 도련님, 호의는 감사하지만 저는 혼자 싸우는 걸 좋아해서요. 그러니 도련님께선 잠시 쉬시는 게 좋을 겁니다.”“하지만 비영 도련님, 이번 일은 중대한 사안입니다. 만일의 사태를 위해 함께 싸우시는 편이 어떠신지요.”문관옥이 다시 입을 열었다.“왜 그러십니까, 도련님께선 이 한비영을 못 믿으신다는 겁니까? 설마 제가 유진우 하나 상대 못 할 것 같나요?”한비영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도련님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지금은 자존심을 내세우실 때가 아니라 임무가 우선입니다. 만에 하나 문제라도 생긴다면 도련님 혼자 책임을 지시기 버거울 겁니다.”문관옥이 경고하듯 말했다.“저는 무림인으로서 무림인들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 도련님께서 책임에 대해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이봐요!”문관
“응?”유진우의 시선이 느껴지자 문관옥은 밀려오는 불안함에 눈꺼풀이 떨렸다.조금 전, 백호랑이 시간을 끄는 틈을 타 그는 이미 단약을 삼켜 빠르게 상처를 치유하는 동시에 체력 역시 회복하고 있었다.몇 분 정도 지나자 상처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금세 사라졌고 체력도 빠르게 돌아왔다.그 반면, 유진우는 계속 이어지는 전투에 엄청난 체력을 소모했을 것이다.이제 역전된 기세에 문관옥은 어쩌면 자신에게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문관옥은 더 자신감을 얻었다.물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여러 명이 한꺼번에 공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비겁한 방식일지라도 단독으로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나았다.“영웅 여러분, 유진우의 기력이 거의 다 소진되었을 겁니다. 우리 다 같이 힘을 합치기만 한다면 분명 죽일 수 있을 겁니다.”문관옥이 큰 소리로 외쳤다.그 말에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유진우의 모습은 문관옥의 말처럼 체력이 부족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유진우에게 무모하게 덤비는 것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백호랑이 데리고 온 군사들의 시신은 아직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 광경은 피로 새겨진 교훈이었다. 그 누가 감히 선뜻 나설 수 있을까?“오늘의 임무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리스크가 있어야만 성공이 따르는 겁니다. 저놈만 죽이면 여러분들은 평생의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문관옥이 차분한 말투로 사람들을 유혹했다.그 말에 사람들의 눈빛이 이글거리기 시작하더니 각자의 얼굴에 의욕이 넘쳤다.유진우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결국은 혼자일 뿐이었고 방금 몇 차례의 전투를 통해 체력도 많이 소모되었을 것이다.그들이 힘을 모아 공격하기만 한다면 승산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죽는 게 무섭지 않다면, 어디 한 번 앞으로 나와 봐.”유진우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자 사람들은 놀란 기색으로 뒷걸음질 쳤다.조금 전의 혈투를 똑똑히 목격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려움으
“윽...”그때 문관옥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갑자기 피를 내뿜었다.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손에 든 빙화검을 바닥에 꽂아 가늘게 떨리는 몸을 지탱했다.마지막 공격에서 문관옥이 크게 다친 것이 분명했다.“뭐라고요?”이 광경을 본 사람들이 경악했다.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어 하는 모습이었다.‘문관옥이 졌다고? 말도 안 돼!’문관옥은 4대 군신들의 우두머리였고 전쟁터에서 많은 사람들과 싸워왔었다.방금 공격에서 보여준 건 대 마스터가 되어야만 쓸만한 기술들이었다.‘그런 고수가 어떻게 질 수 있어? 유진우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문관옥도 이길 수 없을 만큼?’“계속 실력을 숨기고 있었어?”문관옥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그가 전력을 쓴 공격도 쉽게 막아냈으니 말이다.문관옥은 유진우를 쉽게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다쳐버렸다.‘정말 말도 안 돼!’‘어떻게 된 거지? 유진우는 분명 사라진 지 10년이나 지났어. 서경왕부의 도움이 없는데 어떻게 이 정도로 강한 실력을 갖춘 거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내가 실력을 숨긴 게 아니라 네가 너무 약한 거야. 제대로 된 싸움으로 받아들이지도 못할 만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너!”문관옥은 이를 악물고 뭐라 말하려 했지만 또 피를 뿜었다.“4대 도련님 중에서 네가 최약체 아니야?”유진우가 말했다.실력으로만 봐서는 천하회의 한비영이 문관옥보다 훨씬 나았다.“날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니야?”화가 난 문관옥이 명령했다.“백호랑! 내 명을 들어. 당장 이놈을 죽여!”“돌진!”명령을 받은 백호랑들은 칼을 들고 유진우를 향해 돌진했다.이 백호랑들은 모두 문관옥이 정성껏 길러낸 호위무사들로 충성심이 강할 뿐만 아니라 실력도 강했다.물론 그도 백호랑이 정말 유진우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공격하라고 명령한 건 시간을 끌면서 유진우의 기력을 소모하기 위해서였다.이번 작전에 참여한 세력들은
“대 마스터...문 도련님의 한 방은 분명 대 마스터에 버금 가는 실력입니다!”채지웅은 그를 올려다보며 놀라움이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유진우도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문관옥이 더 강할 줄은 몰랐다.‘마스터의 경지로 대 마스터의 실력을 발휘하다니... 말도 안 돼. 역시 천교는 다르다는 건가?’“이런 기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온 세상에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노윤하는 입을 딱 벌린 채 충격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고수라고 생각했지만 문관옥 같은 고수 앞에서 자기는 정말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너무 대단하시네요. 제 실력이 문 도련님 절반이라도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요...”사호문 제자들도 깜짝 놀랐을 뿐만 아니라 속으로 경외심을 느꼈고 뛰어난 실력을 갖춘 문관옥을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인제야 그들은 마침내 천교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깨달았다.“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문관옥이 칼을 휘두르는 걸 보면서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그저 살짝 스텝을 밟고는 칼을 들어 앞으로 찌를 뿐이었다.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지만 화려한 테크닉도 없는 그저 단순한 공격이었다.그러나 문관옥이 들고 있는 거대한 칼날에 비하면 유진우는 코끼리 앞에 선 개미처럼 작고 약해 보였다. 입김만 불어도 부서질 듯이 말이다.“죽어!”유진우가 정면으로 맞서자 문관옥은 칼을 든 손에 힘을 더 세게 주었다. 그리고는 양손에 칼을 꼭 쥐고 아래로 내리쳤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의 칼끝이 무관옥의 칼날을 정확하게 찔렀다.순간, 공포스러운 파동이 하늘 높이 치밀어 오르더니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에 있던 꽃과 나무는 온데간데없이 증발해 버렸고 바닥마저도 한층 벗겨져 버렸다.관전하는 무사들도 쓰러져서 곤두박질쳤다.모든 것이 가라앉고 나서야 무사들이 바닥에서 일어났다. 저 멀리에 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구덩이 안에는 흑백의 그림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흰색은 유진우였고 검은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