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선미가 납치됐다고?”소식을 듣고 온 진서현 등은 진상을 알고 난 후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어떻게 된 일입니까? 수십 명의 경호원이 집을 지키고 있는데, 언니가 어떻게 납치될 수 있단 말이죠?”조아영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그 사람들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저희만으로는 상대가 안 됐습니다.”유강은 울상이 되었다. 두 다리를 잃은 것도 모자라 단전까지 내상을 입게 된 그는 이미 폐인이 된 것과 다름없었다.“누구야?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게 아니라면 감히 누가 내 딸을 납치해?”진서현은 분노에 찬 얼굴이었다.“정확한 신원은 알 수 없지만, 떠나기 전에 편지 한 통을 남겼습니다.”유강은 부하들에게 편지를 진서현에게 전달하라고 손짓했다.진서현은 편지를 읽어보더니 얼굴빛이 더 어두워졌다.“엄마, 편지에 뭐라고 쓰여 있어요?”조아영이 얼른 물었다.“날이 밝기 전에 비연단 레시피와 유진우를 천호 리조트로 보내어 네 언니와 맞바꾸라고 하는구나.”진서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천호 리조트? 그곳은 강천호의 구역이잖아요?”조아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설마 또 강씨 가문의 짓일까?’“즉시 본부에 통보하여 호위무사들을 동원하도록 하거라!”진서현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그리고 당장 유진우에게 전화해서 달려오라고 해!”“엄마, 설마 진짜 유진우 씨를 인질로 보내려는 건 아니시죠?”조아영이 당황한 듯 물었다.“유진우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어! 그런데 어떻게 자기 한 몸 무사하길 바랄 수 있겠어?”“하지만...”“하지만이라고 토 달 것 없어, 네 언니의 안전이 제일 중요해. 빨리 전화해!”“네, 엄마.”조아영은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진서현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입술을 삐쭉 내밀고 유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시각, 평안 의원.전화를 받은 유진우는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바로 갈게요!”그는 자초지종을 묻고 따지지 않고 전화를 끊
“윽...”대머리의 사내는 움찔하더니 순식간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러고 나서는 꼼짝도 하지 못했고 아무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어이! 뭘 꾸물거리고 있어! 힘쓰는 게 어려운 거면 비켜, 우리도 좀 즐겨보자!”“그러게 말이야! 기다리는 사람 생각은 안 하고 뭐 하는 거야, 비켜!”주위 사람들은 전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오히려 재촉하기 시작했다.“야! 너랑 얘기하고 있잖아? 비켜달라고! 귀먹었어?”그중 건장한 남자 한 명이 앞으로 나서더니 손을 뻗어 대머리 사내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러자 대머리 사내는 마치 균형을 잃은 조각상처럼 꼿꼿하게 그 자세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건장한 사내가 깜짝 놀랐고 얼른 손을 뻗어 대머리 사내의 인중에 갖다 댔다.“제기랄! 숨을 안 쉬잖아!”말이 끝나기 바쁘게 또 한 번의 ‘슉’ 하는 소리와 함께 또 한 대의 황금 침이 쏜살같이 날아와 건장한 사내의 미간에 적중했다. 건장한 사내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 그대로 땅에 쓰러져 그 자리에서 즉시 사망했다.“뭐야?”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어안이 벙벙해졌고 죽은 자들의 미간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적의 습격이야! 모두 경계해!”모두가 높은 소리로 외치며 칼을 빼 들고 일어나 사방을 두리번거렸다.“누가? 어떤 놈이 감히 습격한 거지?”“배짱이 있으면 얼굴을 보여줘야지, 숨어서 꼬리를 감추는 것이 재주인가?”사람들이 비아냥댔다.그때 갑자기 주위에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길고 긴 그림자가 리조트로 한 걸음씩 걸어 들어왔다.방 선생은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더니 갑자기 사납게 웃기 시작했다.“배짱은 인정해, 감히 제 발로 죽으러 찾아오다니?”“당장 풀어줘!”유진우의 차가운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장내에 울려 퍼지기에 충분했다. 이 순간, 그의 얼굴에서 그 어떤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의 눈빛은 레이저를 쏘는 듯 날카로웠다.“죽을 때가 다 되어서도 말이 많구나, 네
“좀 하네...”한설의 핫한 몸매를 보고 저승사자 흑은 들끓는 욕망을 가라앉히지 못한 듯 혀로 입술을 핥았다.“미인아! 나를 상대로 재롱 좀 부려봐!”그는 말을 마치기 바쁘게 발끝을 땅에서 들어 올리더니 귀신같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몸을 자유롭게 숨길 수 있어 언제 나타날지 종잡을 수 없었다.“덤벼!”한설은 큰 소리로 기합을 넣고는 장검을 휘두르며 맹렬하게 돌진했다. 빠르고 날카로운 검술이었지만 저승사자 흑에게 거의 닿을 무렵, 그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미인아, 어디를 보는 거야?”음침한 목소리가 뒤에서 울리자, 한설은 화들짝 놀라며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녀는 머리도 돌리지 않은 채 검을 등 뒤로 내뻗었다. 그녀도 매우 빨랐지만, 저승사자 흑은 더 빨랐다. 이번에도 그녀의 검술은 먹히지 않았고 헛수고로 돌아갔다.“하하하...”저승사자 흑은 한설이 넋이 나간 틈을 타서 그녀의 엉덩이를 한 움큼 잡더니 사악하게 웃었다.“부드럽고 탱탱한 것이 일품이구나.”저승사자 흑은 한설이 다칠 정도로 공격하지 않았고 그저 고양이가 다 잡은 쥐를 가지고 놀듯 여유를 부렸다.“반드시 너를 죽여버릴 거야!”굴욕을 당한 한설이 발끈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장검을 더 빨리 휘둘렀다. 순식간에 검 빛이 번쩍번쩍 했고 공기 중에는 서늘한 검기가 맴돌았다. 그러나 저승사자 흑은 자취를 감췄다 드러냈다를 반복하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한설이 잠깐 숨돌리던 그 순간, 갑자기 저승사자 흑이 그녀를 뒤에서 덥석 껴안았다. 그러고 나서 혀를 길게 내밀고, 그녀의 예쁜 얼굴을 천천히 그리고 힘껏 핥아댔다.“미인아, 너 정말 맛있구나! 오늘 밤 널 정복하고야 말겠어!”저승사자 흑은 사악하게 웃으며 탐욕에 젖은 짐승 같은 얼굴을 드러냈다.“죽을래?”한설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 순간 그녀는 수치스럽고도 화가 났다. 그녀는 장검의 방향을 바꾸어 자기 복부를 찔렀다. 그녀는 자신이 상처를 입을 것을 각오하고 등 뒤에 있는 저승사자 흑을 찌르기로 작심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헉...”발 옆으로 굴러온 머리를 보고 있자니 한설은 어리둥절해지다 못해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녀는 조금 전까지 대단한 실력을 펼치며 위풍당당하던 저승사자 흑이 뜻밖에도 이렇게 죽임을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저승사자 흑은 자그마치 언더 랭킹 8위에 빛나는 무도 고수이지 않던가! 혼자의 힘으로 호위무사 5팀 전체를 휩쓴 존재가 단칼에 무너졌단 말인가? 정말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정말 믿을 수 없는 장면이야!”머리가 잘린 그 시체를 보고 뒤에 있던 방 선생의 얼굴에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유진우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의외로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단 한 번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언더 랭킹 8위인 저승사자 흑을 죽인 실력이라니...’이대로라면 언더 랭킹 3위인 재판관만이 횡포한 실력을 지닌 유진우를 압승할 수 있을 것 같았다.“네... 네가 내 동생을 죽였어?”이때, 상황을 지켜보던 저승사자 백이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창백한 얼굴에는 흉악함이 가득했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는 직접 나서지 않았고 동생인 저승사자 흑에게 재미를 양보했던 것이었다. 다만 그는 이 사람들 중에 고수가 숨어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 고수는 찰나에 동생의 목숨을 앗아갔다.“난 너희에게 같이 내게 도전할 기회를 준 것 같은데, 이렇게 된 것은 그 기회를 고맙게 여기지 않고 무모하게 덤빈 저승사자 흑의 탓이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죽고 싶어서 환장을 한 모양이네!”저승사자 백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고 별안간 총 두 대를 꺼내 들고 공격을 시작하려 했다.“너희들도 나가서 힘을 보태거라!”방 선생의 명령이 떨어지자, 남아있던 몇 명의 언더 랭킹 고수들도 더이상 방관하지 않고 서둘러 출전하여 저승사자 백에게 힘을 보탰다. 그들은 유진우의 실력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그들의 포위를 뚫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어쨌든 유진우는 혼자의 힘으로 여러 명과
“대박! 이 사람은 언더 랭킹 3위인 재판관이 아닙니까? 재판관도 여기에 있을 줄이야!”“재판관이 나서면 반드시 죽는다고 하던데, 이놈은 오늘이 제삿날인가 봅니다!”재판관이 나타나자 별장 전체가 다시 술렁거렸다. 재판관의 명성은 모두가 알고 있을 정도였다. 그가 나타나기만 하면 반드시 피바람을 일으킨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유진우! 우리가 도와줄게!”이때 한설이 부상당한 호위무사 몇 명을 데리고 비틀거리며 들어왔다.“너희들은 도울 수 없으니, 그냥 조용히 있어.”유진우의 말에 한설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지금까지 살면서 남에게 이렇게 푸대접받은 건 처음이었다.“우리가 비록 실력은 너보다 못하지만, 전혀 쓸모없는 사람들은 아니다. 사람이 많으면 힘이 세다고, 한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의 힘을 더 얻는거야!”한설이 완고하게 말했다.“너희 마음대로 해, 방해하지는 말고.”유진우가 귀찮다는 듯이 마지막으로 말했다.“너...”한설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도도한 그녀가 언제 이런 멸시를 받아보았겠는가?어찌 되었든 간에, 그녀는 오늘 반드시 자신의 모든 실력을 발휘하여, 눈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여장부란 무엇인지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그녀는 눈을 찡그리며 바로 앞에 나타난 재판관을 보고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버렸다!“무슨 상황이지? 언더 랭킹 3위인 재판관이 왜 여기에? 설마... 강씨 가문에서 재판관까지 끌어들인 거야?”한설은 화들짝 놀랐고 동시에 걱정이 늘어났다. 재판관이 진을 치고 있으니, 그들은 오늘 상대를 제대로 만난 것이었다. 재판관의 실력은 저승사자 흑과 백보다 훨씬 강했고, 심지어 같은 차원에서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그러니 이번엔 정말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너 이 녀석! 두 가지 선택지를 줄게. 준혁 님께 무릎을 꿇든지, 죽든지, 선택해!”재판관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는데, 눈빛은 마치 고인 물처럼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열 살 때부터
강준혁의 강력한 위압에 별장 안의 손님들은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가슴이 돌덩어리에 짓눌린 것 같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세상에나! 준혁 님은 이미 본투비 레벨을 돌파한 고수였어! 너무 대단한 거 아니야?”“역시 현무문의 천재답군,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선천무사가 되다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야!”“후천과 선천은 한 글자 차이지만 실력은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어. 이 녀석이 아무리 실력자라고 해도 준혁 님 앞에서는 병든 햇병아리에 불과할 거란 말이야.”위풍당당한 기세를 보이는 강준혁을 보며 모두 의론이 분분했다.“하하하...”이때 사람들 속에서 강향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개자식! 감히 우리 강씨 가문의 구역에서 행패를 부려? 거참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구나. 오빠! 제대로 보여줘! 우리 가문의 체면 좀 세워줘!”“역시 내가 선택한 남자답게 위풍당당하네!”선우현정은 혼잣말하며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강준혁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에는 꿀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20대에 선천무사가 된다는 것은 어디서나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게다가 상대는 현무문 당주가 아끼는 제자이니, 천부적 재능과 실력, 게다가 배경까지 모두 갖춘 완벽한 남자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정도의 스펙이면 남성 전체를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였다.그녀는 자신의 안목이 우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에 기쁘고 자랑스러웠으며 자기 남자가 장차 반드시 출세할 것이라고 믿었다. 강준혁이 선우 가문에 들어오기만 하면 반드시 가문 전체의 중시를 받게 될 것이니, 가문에서 전적으로 지원하고 그를 위해 아낌없이 후원한다면 그녀는 강준혁이 아마 제2의 선우희재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하하하... 그동안 우리 강씨 가문이 연이은 패배로 망신당했지만, 오늘은 다시 위세를 떨칠 것이다.”별장 2층에서 강천호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는 입꼬리를 귀에 걸고 아주 만족스러운 듯 싱글벙글 웃었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이라고 하는 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수 없는 든든한
특히 유진우 뒤에 서 있는 한설 등은 호흡이 곤란할 지경이었고 발걸음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어 계속 뒷걸음질 쳤다.“이것이 선천무사급 고수인가? 끔찍하다고 할 정도의 실력이구나!”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주제도 모르는 녀석!”한 손바닥으로 날아오는 강준혁을 바라보던 유진우는 냉담하게 콧방귀를 뀌더니 순식간에 먼저 날아와서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퍽!”폭발에 가까운 타격음이 들렸다. 강준혁은 유진우의 공격을 맞고 공중에서 몇 바퀴 구르더니 땅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순간,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졌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세상에나!”갑작스러운 광경에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방금까지 기세등등하던 강준혁이 뜻밖에도 유진우에게 뺨 한 대 맞고 내동댕이쳐질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그의 실력일까?“준혁 오빠!”“오빠!”선우현정과 강향란은 이 상황을 보자마자, 갑자기 안색이 돌변하더니 급하게 달려가 정신을 못 차리고 바닥에 누워있는 강준혁을 일으켜 세웠다.“준혁 오빠, 괜찮아?”선우현정은 깜짝 놀랐고 이 상황이 혼란스러웠다.“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강준혁은 머리를 내저으며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조금 전 유진우의 공격이 너무 순식간에 일어났기 때문에 그는 유진우의 움직임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다.“준혁 오빠, 방금... 유진우한테 공격받고 쓰러진 거야.”선우현정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니! 그럴 리 없어!”강준혁은 믿을 수 없었다.“이놈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틀림없이 미끄러져 저절로 넘어졌을 것이다!”“맞아! 틀림없이 오빠는 발 삐끗했을 거야!”옆에 있던 강향란이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유진우! 아까는 내가 실수한 거야. 다시 한번 붙어!”강준혁은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일어서서 걸음을 옮기더니 다시 유진우를 향해 돌진했다.“퍽!”또 한 번의 폭발음과 함께 강준혁은 다시 빠른 속
그는 이를 악물고 다시 칼을 휘둘렀다.“죽어!”그는 이 칼에 온 힘을 다했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썼다. 설령 유진우가 쇠로 만들어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칼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그는 자신했다.“훗!”유진우도 더이상은 인내심을 발휘할 수 없었던지, 상대가 다시 칼을 뽑아 든 것을 보고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그 칼날을 움켜쥐었다. 다만 ‘딸깍'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철재로 만든 강준혁의 칼이 산산이 조각났다.“너?”강준혁과 별장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유진우가 다시 손을 내밀어 그의 가슴 쪽에 있는 혈 자리를 찔렀다.“쿵!”순간, 강준혁은 마치 뼈가 없어진 것처럼 그 자리에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순간적으로 온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너...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강준혁은 깜짝 놀랐고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 생각했던 유진우에게 패배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선천무사급 고수이자 현무문 당주가 가장 아끼는 제자다. 그래서 강능에서 일인자가 되어 적수가 없는 것이 마땅했다.‘왜? 그런데 왜 이런 자식 하나 제압하지 못한단 말이야? 이 자식은 대체 정체가 뭐지?’“풀어줘!”유진우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그저 땅강아지나 개미 같은 보잘것없는 존재를 쳐다보듯이 강준혁을 내려다보았다.“너 이 녀석! 너는 내 상대가 아니라니까, 방금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야?”강준혁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기색이었다. 그는 위풍당당한 자신이 뜻밖에도 작은 배역에도 못 미치는 유진우에게 한 방 먹은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쓸데없이 입만 살아서, 말이 참 많구나!”유진우는 좀 짜증이 난 듯 강준혁의 무릎에 발을 올리고 힘껏 밟았다.“악!”비명과 함께 강준혁의 무릎에 핏자국이 생겼다.“아!”강준혁은 얼굴이 일그러지고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더니 고통스럽게 소리쳤다.“건방지구나!”“너무해!”강준혁이 다친 것을 보고 지켜보던 사람들이 분분히 꾸짖기 시작했
“유장혁?”그 소리에 주변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한때 유씨 가문의 천재는 이름을 널리 떨쳤었다. 그런데 10년 전 자금성의 난이 터진 후 완전히 종적을 감추었고 현재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런 그의 이름을 갑자기 들으니 놀랄 만도 했다.“도련님,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세자 전하의 생사도 불투명한 데다가 어디 있는지도 아무도 몰라요. 그런 분한테 서경왕의 자리를 맡긴다는 건 너무 터무니없는 소리 아닌가요?”조군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두 손까지 펼쳐 보였다.“그러게요, 도련님. 제발 현실을 잘 알고 말씀하세요. 세자 전하께 기댈 바엔 차라리 대장군님께 기대는 게 더 낫죠.”고원도 나서서 맞장구를 쳤다.유천우가 자기 자신을 얘기할 줄 알았는데 실종된 지 10년이나 된 사람을 얘기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이보다 더 터무니없는 얘기는 없었다.“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형도 꼭 돌아올 겁니다. 그때 가서 형이 왕위를 이어받아도 문제없죠.”유천우가 싸늘하게 말했다.“도련님, 제가 하는 말이 거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만약 세자 전하께서 이미 돌아가셨으면 어떡해요? 서경왕의 자리를 계속 비워둘 작정인가요?”조군영이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형님 죽지 않았고 멀쩡하게 살아있어요. 그러니까 조 장군님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유천우가 말했다.“살아있다면 지금 어디 계시는 거죠? 왜 나타나지 않는 겁니까?”조군영은 일부러 주변을 두리번거렸다.“형님한테 소식을 전했으니 꼭 올 겁니다.”유천우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설마 지금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는 건 아니죠?”조군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위왕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퍼지면 서경 전체가 크게 흔들릴 거예요. 기다릴 시간이 많지 않다고요. 지금 당장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맞아요, 도련님. 대국을 생각하셔야죠!”고원도 나서서 유천우를 설득했다.“형한테 자리를 물려주는 건 아버지의 유언이에요. 지금 명령을 거역하겠단 겁니까?”
사람들이 뒤돌아보니 거친 삼베옷을 입고 상복 모자를 쓴 젊은 남자가 차가운 얼굴로 걸어오고 있었다.남자는 위엄이 넘쳤고 온몸에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오랜 시간 전장을 누빈 조군영과 고원마저도 그를 보자마자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표정이 진지해졌다.그 남자는 다름 아닌 유만수의 작은 아들 유천우였다.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유천우는 온 집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하여 예전에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도 많이 저질렀었고 서경의 사고뭉치라 불리기도 했다.그런데 최근 2년 동안 유천우는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한 듯 더는 빈둥빈둥 놀지 않고 군에 들어가 열심히 살기 시작했다.처음에 사람들은 유천우가 군대에서 3일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산 도련님이 군대의 혹독한 훈련을 버틴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그런데 뜻밖에도 유천우는 군대에서 자리를 잡았고 공까지 세웠다.짧은 2년 사이에 병사에서 흑용군의 부장으로 성장했다. 든든한 배경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놀라운 성과였다.사람들은 그제야 유천우가 응석받이로 자란 도련님이 아니라 군사 천재라는 걸 알게 되었다.“천우야, 드디어 온 거야?”아들을 보자마자 이의진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겨우 가라앉았던 슬픔이 다시 저도 모르게 밀려왔다.“어머니, 소식 다 들었어요. 제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유천우는 어머니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군영과 고원에게 시선을 옮겼다.“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이렇게 몰아붙이는 겁니까?”“그게...”조군영은 고원의 눈치를 슬쩍 봤다가 어쩔 수 없이 말했다.“도련님,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도 대국을 위해서 이러는 겁니다. 현재 서경왕부에 리더가 없어서 누군가 나서서 이끌어가야 합니다. 안 그러면 많은 문제가 생길 거예요.”“맞아요, 도련님. 대국을 생각하셔야죠.”고원은 충성을 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대국?”유천우는 코웃음을 치고는 더는 두 사람을 거들떠보지 않
“서경 대원수의 직위는 매우 중요합니다. 내부 투표를 거칠 뿐만 아니라 폐하께 보고하여 최종적으로는 폐하의 결정을 받아야 해요. 우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어요.” 이의진의 눈빛이 경계로 가득했다.유태범이 왔을 때 그녀는 처음에는 형제 간의 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조군영과 고원의 몇 마디 말에 그녀는 갑자기 깨달았다. 일이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유태범은 흑용군에서 유만수 다음가는 위망을 가지고 있었다.표기대장군으로서 그는 많은 심복 장수들을 거느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절반의 병권도 장악하고 있었다.왕이 세상을 떠난 후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은 유태범이 분명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유태범이 지금 이미 자신의 야심을 드러냈다는 점이다.왕이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권력을 탈취하려 하다니, 그녀는 그의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심지어 유만수의 죽음이 이 자들과 호룡각 잔당들이 암묵적으로 결탁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만약 유태범이 병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무시무시할 것이다.“마마, 급할 때는 권력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지금 이런 상황에서 어찌 폐하의 결정을 기다릴 시간이 있겠습니까? 우리는 반드시 빨리 국면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조군영이 계속해서 말했다.“맞습니다!”고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장수가 밖에 있으면 군령도 받지 않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폐하는 상황을 전혀 모르니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반드시 우리가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그래야만 소인배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폐하에게 보고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내부 투표를 거쳐야 합니다. 그래야만 모두가 승복할 수 있어요.” 이의진이 다시 말했다.“투표라니요? 이게 투표할 일입니까? 전 서경을 둘러봐도 대장군님보다 원수 자리에 더 적합한 분이 누가 있습니까?” 조군영이 말했다.“그렇습니다, 왕비마마! 공적으로 보나, 위망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무공으로 보나 어르신을 제외하고는
고원이 갑자기 큰 소리로 외치며 바로 땅에 무릎을 꿇고 세 번 크게 머리를 조아렸다.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고 가까운 사람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비록 똑같이 연기였지만 조군영보다는 훨씬 진실되어 보였다.“표기대장군 도착하셨습니다!”이때 문밖에서 우렁찬 외침이 울렸다.곧이어 금빛 갑옷을 입고 기상이 비범한 중년 남자가 급하게 걸어 들어왔다.이 사람이 바로 일품 표기대장군 유태범이었다!유태범은 표기대장군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유만수의 사촌 동생이기도 했다.유태범은 어릴 때부터 문무를 겸비하고 천부적 재능이 있어 모든 면에서 매우 뛰어났다.만약 유만수가 없었다면 분명 유씨 가문의 가장 빛나는 천재였을 것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유만수라는 세상에 둘도 없는 영웅 앞에서는 아무리 대단한 천재라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었다.“대장군께 인사드립니다!”유태범을 보자 조군영과 고원은 즉시 가식적인 표정을 거두고 공손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그들 둘은 모두 유태범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진정한 측근 장수들이었다.마치 유만수와 석태혁의 관계처럼 영광도 함께 하고 손실도 함께했다.“형님!”유태범은 두 심복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영당에 들어서자마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무릎을 꿇었다.그의 두 눈은 붉게 충혈되었고 입술은 떨리며 얼굴에는 비통함과 분노의 빛이 어려 있었다.“어찌 이럴 수가? 우리 형님이 어찌 돌아가실 수가 있단 말입니까? 도대체 누가 한 짓입니까?!”유태범이 붉은 눈으로 연달아 분노의 외침을 터뜨렸다.“호룡각의 잔당들입니다. 그들이 자객을 부내에 잠입시켜 어젯밤 어르신을 암살했습니다.” 이의진의 얼굴이 흐리멍덩했다.“호룡각?”유태범이 이를 갈며 분노에 차 있다가 즉시 고함쳤다. “누구 없느냐! 즉시 군대를 집결시켜 전 성을 수색하라. 반드시 범인을 체포해야 한다!”“잠깐만요!”이의진이 갑자기 나서서 제지했다.“태범 씨, 매우 비통한 것을 알지만 지금은 아직 일을 크게 만들 수 없습니다.”“형님이 이미 돌아가셨는데 무
이 말이 나오자 조군영과 고원의 안색이 순간 변했다.두 사람이 오늘 온 것은 본래 기세를 과시하려는 것이었는데 뜻밖에도 이의진이 이렇게 강경한 태도를 보일 줄은 몰랐다.입을 열자마자 반역이라는 죄명을 들이대다니.이런 죄가 뒤집어씌워진다면 그들은 아마 왕부의 대문을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이다.“마마, 농담 마십시오. 반역은 사형감입니다. 저희가 아무리 대범하다 해도 그런 일은 감히 못 하지요!” 고원이 연달아 해명했다.“맞습니다. 저희는 왕께 항상 충성을 다해왔는데 어찌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 조군영도 따라서 부인했다.비록 두 사람 모두 그런 야심이 조금은 있었지만 명백히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적어도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반역할 생각이 없다면 어째서 갑옷을 입고 부내에 들어오시는 것입니까? 규칙도 모르십니까?” 이의진이 조금도 봐주지 않고 꾸짖었다.그저 이품 장군일 뿐인데 군권이 조금 있다고 감히 왕부 안에서 눈깔을 찌푸리고 있다니.유만수가 살아있을 때 이 둘은 감히 이러지 못했다.“아이고! 제 정신 좀 보세요, 왕부의 규칙을 잊었네요. 마마께서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조군영이 헛웃음을 지었다.이어서 갑옷을 벗고 차고 있던 칼을 내려 왕부의 경비에게 건넸다.“저희가 급히 오느라 깊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의도치 않은 행동이었으니 개의치마시지요.” 고원이 웃으며 말했고 즉시 갑옷과 칼을 벗었다.이 광경을 보고 이의진의 안색이 비로소 조금 누그러졌지만 어조는 여전히 차가웠다. “갑자기 찾아오신 이유가 무엇입니까?”“왕께서 자객의 습격을 받아 위험한 상황이라는 소식을 듣고 저희 둘이 특별히 문안드리러 왔습니다.”고원이 가식적으로 말했다.“소식통이 꽤나 빠르군요.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이의진이 차갑게 말했다.“늦었다니요? 무슨 뜻입니까?” 두 사람이 의아한 척했다.이의진은 설명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고 몸을 돌려 영당으로 향했다.왕부 밖은 비록 동정이 없었지만 왕부 안에는 이미 흰 만장이 가득
“알겠습니다. 제가 경비병 신분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들어가시기 전에 먼저 변장을 하셔야 합니다.” 손도운이 결국 타협했다.비록 위험이 있긴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다....정오 무렵, 서경 왕부 안.비록 유만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봉쇄되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관리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어떤 이들은 비통한 마음으로 조문을 왔고 또 어떤 이들은 다른 목적을 품고 있었다.“보국대장군 도착!”“운미대장군 도착!”왕부 문 앞에서 두 번의 외침이 들렸다.곧이어 갑옷을 입은 체격이 우람한 중년 남자 둘이 각각 친병들을 대동하고 걸어 들어왔다.이 친병들은 모두 허리에 장도를 차고 있었고 보기에도 험상궂었다.온 이들은 바로 이품 관직인 보국대장군 조군영과 운미대장군 고원이었다.“두 분, 왕부에 들어오시기 전에는 반드시 갑옷과 무기를 해제하셔야 합니다.”한 왕부 친위가 조군영과 고원을 막아서며 동시에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흥! 난 밖에 나올 때 갑옷을 벗지 않아. 꺼져!” 조군영이 노하여 꾸짖었다.“조 장군, 이건 왕부의 규칙입니다. 따라주시기 바랍니다.”왕부 친위가 말했다.“규칙? 나한테 감히 규칙을 운운한 건가?”조군영이 왕부 친위의 얼굴을 때리며 소리쳤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감히 규칙을 들먹이며 나를 압박하느냐? 죽고 싶나?”“조 장군, 소인도 명령을 받들어 행하는 것뿐입니다.” 왕부 친위는 동요하지 않았다.“헛소리 작작 하고 비켜. 그렇지 않으면 네 목을 벨 것이다!”조군영이 갑자기 칼을 뽑아 왕부 친위의 목에 겨누었고 그의 모습은 매우 포악하고 극도로 횡포했다.“제 머리를 베신다 해도 규칙은 지켜야 합니다.” 왕부 친위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이 개자식! 관짝을 보기 전에는 정신을 못 차리겠구나!”조군영은 마침내 화를 내며 칼을 거세게 들어 왕부 친위의 팔을 향해 내리쳤다.“멈추세요!”이때 한 소리의 여성의 호통이 울렸다.삼베 흰옷을 입은 이의진이 석태혁 일행을 데
이 순간 유진우의 눈이 피를 뿜을 듯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살기가 솟구쳤다.비록 예전에 아버지와 약간의 거리감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점차 아버지의 선택을 이해하게 되었다. 특히 아버지가 중병에 걸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은 후에는 그동안 품었던 그 작은 분노마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는 단지 호룡각의 일을 완전히 해결한 후 아버지의 마지막 시간에 효도를 제대로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둘이 만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암살당해 돌아가셨다. 이 충격은 그에게 너무나도 큰 것이었다.“창공!” 유진우가 갑자기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며 손을 뻗어 창공보검을 불러들이고는 밖으로 달려 나가려 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는 하늘을 함께 이고 살 수 없었다. 그는 반드시 호룡각의 잔당들을 모조리 섬멸해야만 했다!“전하! 제발 진정하십시오!” 유진우가 이성을 잃을 것 같은 모습을 보고 손도운이 급히 그를 막아서며 침착하게 조언했다. “호룡각은 준비를 하고 온 것입니다. 만약 전하께서 이렇게 무모하게 뛰쳐나가신다면 복수는커녕 오히려 자신까지 위험에 빠뜨리실 수 있습니다!”“비키세요!” 유진우의 눈이 붉게 충혈된 채 창공검의 칼날을 손도운의 목에 바로 겨누었다. 예리한 기운이 피부를 스치며 상처를 내자 피가 천천히 배어 나왔다.“전하! 저를 죽이시더라도 전 전하를 막아야만 합니다. 제가 어찌 전하께서 죽으러 가시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왕께서는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전하께 더 이상의 불상사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손도운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대로 유진우 앞을 가로막은 채 죽음도 불사하는 자세를 취했다.유진우는 이를 악물었고 그의 손에 든 검이 미세하게 떨렸다. 몇 초간의 대치 끝에 그는 깊은 숨을 내쉬고 마침내 검을 내렸다.손도운의 말이 맞았다. 그는 지금 냉정해져야만 했다. 유만수가 죽었으니 왕부가 분명 큰 혼란에 빠졌을 것이고 이때
다른 처녀들도 모두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진심 어린 간청을 했다.이 광경을 본 유진우는 넋이 나갔다.노란 옷 처녀의 말은 그의 귀를 때리는 듯했다.지옥 같은 일을 겪고도 이 아이들이 자신이 아닌 천하의 모든 약자들을 생각하다니... 상상도 못 했다.이런 원대한 뜻과 깨달음은 그조차도 이루지 못할 것이었다.이청성이 말했듯, 이들은 어둠 속에 있으면서도 빛을 향하는 처녀들이었다.귀하고 감탄할 만한 일이었다.누가 여자가 남자만 못하다 했는가?진정한 대의 앞에서 이 여자들이야말로 하늘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었다.이런 의로운 용사들이 있는데 어찌 서경이 부흥하지 않을까? 어찌 천하가 평안하지 않을까?“오빠, 결정해요. 받아주지 않으면 저 애들은 살아갈 희망조차 잃을 거예요.” 이청성이 진지하게 말했다.“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겠어요?” 유진우가 엄숙하게 물었다.“절대 후회하지 않겠습니다!”모든 소녀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좋아요! 허락하죠!”유진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부터 특별 훈련을 시작할 거예요. 견뎌낼 수 있다면 여러분들의 원대한 뜻을 이루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하지만 견디지 못한다면 편한 곳에서 평안히 살도록 해요.”“은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노란 옷의 소녀가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은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나머지 소녀들도 따라 외쳤다.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청성을 바라보았다. “당분간 네가 돌봐. 내일 저애들의 거처를 정하도록 해.”“알겠어요.”이청성이 살짝 미소 지으며 소녀들을 데리고 떠났다.일행이 막 나가자 손도운이 급하게 달려 들어왔다.그의 표정이 매우 당황스러워 보였고 큰일이라도 난 듯했다.“전하! 큰일 났습니다!”유진우를 보자마자 손도운은 ‘쿵’하고 무릎을 꿇고 충혈된 눈으로 말했다. “왕부에 변고가 생겼습니다. 왕께서 자객의 암살로 돌아가셨습니다!”“뭐라고요?”이 말을 듣자 유진우는 벼락을 맞은 듯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잠시 후 정신을 차린 유
“오빠, 급한 건 알지만 내 말 좀 끝까지 들어봐요.” 이청성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아가씨들은 지금 오빠만 믿고 있고 목숨의 은인으로 여기고 있어요. 받아들이면 좋은 점이 많을 거예요. 예를 들어, 오빠가 외로울 때...”“농담하지 말고 요점이나 말해요!” 유진우가 짜증스럽게 말했다.“알았어요, 그럼 솔직히 말할게요.”이청성이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장혁 씨, 사실 이 처녀들은 보기 드문 인재예요. 제가 이미 선별했는데 모두 영리하고 의지가 강해요. 조금만 가르치면 반드시 큰 인물이 될 거예요.”“무슨 뜻이에요?” 유진우가 눈을 가늘게 떴다.“밀사의 중요성은 잘 아실 거예요. 특히 여자 밀사는 어떤 면에서 타고난 장점이 있죠. 이 처녀들을 밀사로 키우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이청성이 말했다.“말은 쉽지, 밀사 하나 키우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요. 전 지금 제 몸 하나도 챙기기 힘든데 그럴 여유가 어디 있어요?” 유진우가 고개를 저었다.솔직히 그는 이 처녀들이 평온하게 살기를 바랐지, 이용당하거나 장기말이 되는 걸 원치 않았다.“밀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충성심인데 그들은 이미 그걸 가지고 있어요. 장혁 씨가 그들을 구해줬고 장혁 씨의 빛이 그들의 어두운 세상을 비춰줬죠. 저애들은 장혁 씨를 신처럼 여기고 있어요.”“시간과 노력은 걱정하지 마요. 장혁 씨가 직접 가르칠 필요 없이 좋은 스승만 찾아주면 돼요. 장혁 씨 곁의 손도운이라면 아주 적합할 것 같은데요.” 이청성이 살짝 미소 지었다.“그건 청성 씨 생각이고 저 애들한테는 물어봤어요?” 유진우가 물었다.“당연히 물어봤죠. 모두 하겠대요. 필요하다면 목숨도 바칠 수 있다고요.” 이청성이 말했다.“불쌍한 사람들인데 그럴 필요까지야...” 유진우가 눈썹을 찌푸렸다.“장혁 씨, 어둠 속에 있어도 빛을 향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직접 물어보는 게 어때요?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세요.” 이청성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발 저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