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우의 행동 때문에 홀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 봐 걱정됐던 사람들은 이미 진작 퇴장했다. 보디가드들은 중상을 입은 조천룡을 바로 병원으로 이송시켰다. “일이 커졌네.”표정이 어두워진 이청아가 미간을 팍 찌푸렸다. 조훈은 잔인하기로 소문 난 사람이었다. 자기 아들이 이렇게 얻어맞은 것을 안다면 유진우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었다. 유진우의 목숨이 위험했다. “장 비서, 빨리 연락 돌려서 이 일을 무마할 수 있는지 알아봐 줘.”이청아가 갑자기 얘기했다. “이 대표님, 사람을 때린 건 유진우이지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입니다! 왜 우리가 나서서 뒤처리해야 합니까?” 장 비서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방금 유진우가 날 도와준 건데 나더러 가만히 있으라고?”이청아는 낯빛이 파래져서 물었다.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지금 조훈 어르신을 찾아뵈는 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되어서... 게다가 도와줄 사람도...”장 비서가 급히 변명했다. “어찌 됐든 시도는 해봐야지.”이청아는 마음을 굳게 먹고 얘기했다. “그럼... 알겠습니다.”장 비서는 어쩔 수 없이 이청아의 말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바로 연락을 돌려 도움을 요청해 보았지만 그 사람들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듣더니만 놀라서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결국 누구도 조훈의 심기를 건드릴 일을 도와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이 대표님, 보시다시피 도와주고 싶어도 도울 수 있는 게 없습니다.”장 비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조금 더 시도해 봐.”이청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시도해도 같은 결과일 겁니다.”장 비서가 고개를 젓다가 바로 옆의 양의성을 쳐다보았다. “아, 의성 도련님이 도와주실 수 있지 않을까요?”“나?”양의성은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이게 맞냐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전에 의성 도련님 아버님께서 조훈 어르신과 아는 사이라고 하셨잖아요! 의성 님 아버님께서 나서시면 조금 나아지지
이튿날 아침. 봉황루의 천자 1호 방. “유 선생님, 절 보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건 갖고 싶어 하시던 용심초입니다. 한번 확인해 보세요.”조선미는 정교하게 조각된 나무 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유진우 앞으로 밀어주었다. “네?”유진우가 나무 함을 열어보았다. 나무 함 안에는 피처럼 붉은색을 띠는 약초가 있었다. 구불구불하게 생긴 약초는 마치 용의 발톱과도 같이 신기하게 생겼다. 냄새를 맡아보니 특이한 향기가 났다. “진짜 용심초네요! 감사합니다, 선미 아가씨!”유진우의 낯빛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요 몇 년간 그는 계속해서 진귀한 약초들을 찾고 있었다. 오늘 드디어 하나를 찾았다. 아직도 다섯 개가 필요했다. 남은 다섯 개의 약초를 찾으면 희망이 있었다. “감사할 것 없어요. 받을 만했으니까.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죠.”조선미가 웃어 보이며 얘기했다. “선미 아가씨, 드려도 되는 부탁일지 모르겠지만 혹시 이후에도 이처럼 진귀한 약초가 발견된다면 저한테 먼저 연락해 주실 수 있습니까? 대가는 얼마든지 지급하겠습니다.”유진우가 진지한 얼굴로 얘기했다. “가능은 하지만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이것들로 뭘 할겁니까?”조선미가 슬쩍 떠보면서 물었다. “사람을 구할 겁니다.”유진우는 살짝 망설이다가 결국 말했다. “제 친구가 크게 다쳐서 이런 진귀한 약초가 필요합니다.”“어머? 무슨 부상이기에 유 선생님도 치료할 수가 없어요?”조선미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유진우의 의술은 직접 보았기에 어느 정도인지 잘 알았다. 그의 의술은 기사회생으로 형용해도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 “의술만으로는 안 됩니다. 대량의 약재가 필요해요.”유진우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뛰어난 의술이라고 해도 이를 받쳐줄 약재가 없으면 많은 병을 치료할 수 없었다. “그렇군요.”조선미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특별히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소식이 있으면 바로 알려드릴게요.”“그래 주신다면 너무 감사드립니다.”유진우가 미
점심쯤, 청성 그룹 대표실. 이청아는 서류들을 보고 있었지만 유진우의 일 때문에 집중이 전혀 되지 않았다. 조훈 어르신한테 잡히면 선택지가 죽음뿐일 텐데, 심히 걱정되었다. “장 비서!”잠깐 생각하던 이청아는 결국 참지 못했다. “이 대표님,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장 비서가 문을 두드린 후 들어왔다. “선물을 준비해서 대박 그룹에 다녀와야겠어.”이청아가 얘기했다. “대박 그룹이요? 거긴 조훈 어르신의...”장 비서가 아연실색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맞아. 조훈 어르신과 대화를 해볼 거야.”이청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요? 유진우 씨 일 때문에요?”장 비서는 조급해졌다. “이 대표님, 충동적인 행동입니다! 조훈 어르신께서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고 하시는데 지금 가시는 건 호랑이 굴에 제 발로 들어가는 것입니다!”“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지.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잖아.”이청아는 굳게 마음을 먹은 듯 이를 꽉 깨물었다. “잠깐만요! 의성 도련님이 계시잖아요! 도와주시겠다고 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는 것이...”장 비서는 어떻게 해서든 말리고 싶었다. “이미 하룻밤을 기다렸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는 것을 보니 그쪽에서도 도와주기 힘든 모양이야. 내가 직접 나선다.”이청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 대표님,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우리 조금 더 생각해 보아요.”장 비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얘기했다. “유진우는 나 때문에 그런 사고를 친 거야.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갈 준비해.”이청아가 손을 내저었다. 그녀의 결단력에 장 비서는 길게 숨을 내뱉고 그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 대표님은 결정을 내리면 번복하는 법이 없었기에. ...30분 후. 두 사람은 운전하여 대박 그룹에 도착했다. “장 비서,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 너까지 들어올 필요는 없어.”이청아가 명령했다. “안 됩니다! 죽더라도 같이 죽고 살면 같이 살아야죠. 제가 어떻게 대표님을 혼자 보냅니까.”장 비서는 의리 있
평안 의원.유진우는 애꾸눈 노인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이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유진우 씨! 이 대표님이 위험해요! 얼른 와서 도와주세요!”장 비서는 입을 열자마자 도움을 청했다. “위험이라니 무슨 일이야.”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다 당신 때문이에요! 이 대표님이 유진우 씨가 걱정된다고 조훈 어르신과 대화하러 들어갔다가 지금까지 안 나오고 있어요. 위험이 있는 게 분명해요!”장 비서의 말투가 급박했다. “장난쳐? 내 일이라고 분명히 얘기했는데 거기 가서 뭐 하는 거야!”유진우의 낯빛이 금세 어두워졌다. “당신 도대체 양심이 있는 거예요 없는 거예요! 이 대표님은 당신을 구하기 위해서 그런 거라고요!”장 비서는 울분에 차서 소리 질렀다. “어디 있는데.”“대박 그룹이요.”“금방 갈게.”다른 말도 없이 통화를 끊은 유진우는 그대로 대박 그룹을 향해 갔다. ...한편, 대박 그룹.이청아는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소파에 기대어 있었다.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있었다. 아까 마신 술의 취기가 확 올라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게다가 문제는 들어올 때 가방과 핸드폰을 다 뺏겨버려서 구조 전화를 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어떡하지?’그녀가 대책을 세우고 있을 때 사무실의 문이 다시 열렸다. 가운을 입은 조훈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옷은 아직도 안 벗은 거야? 굳이 내가 나서야겠어?”조훈의 시선이 이청아를 한번 훑었다. 지금의 이청아는 마치 잘 익은 복숭아와도 같았다. 온몸에서 매혹적인 향기가 나는 듯했다. 얼른 한 입 베어 물어 맛보고 싶었다. “조훈 어르신, 제발 고정하세요. 반 시간 안에 나가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도록 사람을 심어놓았습니다. 지금 경찰이 오고 있을 겁니다.”이청아가 경고했다. “뭐? 네까짓 게 나를 겁박해?”조훈은 차갑게 웃었다. “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으냐. 한 가지 알려 주자면 경찰서에도 내 사람이 가
“그렇게 멀뚱히 서서 뭐 해, 얼른 사람을 놓아줘라!”안병서가 또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조훈은 눈가가 파르르 떨리며 낯빛이 흙빛이 되었다. 좋은 말로 사람을 놓아줘라고 했다면 못 이기는 척 들어줄 거였다. 하지만 안병서가 들어서자마자 성을 내며 조훈의 뺨까지 갈겼으니 이제 사람을 놓아준다면 조훈에게는 망신이었다. “안 회장님, 이 자식이 제 아들을 망쳤습니다. 게다가 제 구역에 마음대로 들어왔는데 제가 이 자식을 놓아주면 제 체면은 뭐가 됩니까.”조훈이 애써 감정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 “네 아들은 얻어맞아도 싼 놈이다!”안병서는 웃음을 작게 흘리더니 말을 이어갔다. “네가 오늘 사람을 놓아주지 않으면 네 대박 그룹이 허공에서 증발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야.”“ 회장님, 비록 회장님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제게도 배후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쇼!”조훈이 용기 내 소리 냈다. “강천호를 말하는 거냐?”안병서는 그저 시들하게 웃었다. “오늘 강천호가 여기 있다고 해도 넌 사람을 놓아줘야 한다, 알아들어?”그 말에 조훈의 낯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두 낯선 이를 위해 강천호의 체면도 세워 주지 않는다니. “네, 알겠습니다! 오늘 일은 제가 하나도 빠짐없이 천호 어르신께 고해드리죠.”조훈은 억지스럽게 웃었다. 강천호는 세 큰 손 중의 한 사람으로 안병서보다 한 수 위였다. 그런 강천호의 체면도 봐주지 않는다니, 이후의 일이 어려워질 것이다. “잔말 말고, 얼른 사람을 놓아줘라!”안병서는 더는 시간을 지체하기 싫었는지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그대로 조훈의 머리를 겨눴다. “얼른!”안병서의 총을 보며 조훈은 턱에 힘을 꽉 주고 그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홧김에 자기의 목숨으로 도박하고 싶지 않았다. “조훈, 오늘은 그저 경고일 뿐이다. 이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강천수도 널 지켜주지 못할 것이다.”그 한마디만 남겨두고, 안병서는 유진우와 이청아를 데리고 떠나갔다. 200여 명의 남자들은 그대로 굳어
“알겠어요! 의성 도련님이 도와주신 게 분명해요!”장 비서는 생각이 났다는 듯 얘기했다. ‘제가 경찰에 신고한 후 의성 도련님께도 연락을 드렸거든요! 분명 의성 도련님이 안 회장님께 연락한 거예요!”“양의성 씨가?”이청아는 눈썹을 들어 올리며 믿지 못하겠다는 어투로 물었다. “틀림없어요. 나서서 우리를 도와주고 안 회장님을 연락할 만한 사람은 의성 도련님뿐이에요.”장 비서는 자기의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하나하나 분석했다. “그러고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하고...”이청아도 장 비서의 얘기에 동의했다. 두 사람이 대화하고 있을 사이 붉은색의 페라리가 도로 옆에 주차했다. 차 문이 열리더니 멋지게 차려입은 양의성이 걸어왔다. “청아 씨, 괜찮으세요? 전화 받자마자 달려왔어요!” 양의성은 이청아를 엄청나게 관심하는 것처럼 보였다. “의성 도련님, 도와주셔서 감사드려요. 의성 도련님이 아니었다면 이 대표님이 위험해졌을 거예요.”장 비서가 먼저 감사 인사를 올렸다. “도와주다니?”양의성은 순간 무슨 뜻인지 반응을 하지 못했다. “방금 안 회장님이 다녀가셨어요. 친히 오셔서 이 대표님을 구해주셨는걸요.”장 비서가 환히 웃었다. “어?”양의성은 더욱 알 수 없었다. “의성 도련님이 이토록 인맥이 넓은 줄 생각도 못 했어요! 안 회장님도 친히 모실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양의성은 입 주변의 근육이 파르르 떨리고 표정이 굳어버렸다. 안 회장이 어떤 사람인데. 양의성이 어찌 그를 모실 수 있으랴. 도움을 청하기는커녕 얼굴을 보기도 쉽지 않은 분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대로 맞춰주기로 했다. 어차피 잃을 것도 없으니까. “흠흠, 저기... 나도 그저 시도만 해본 건데 안 회장님이 이토록 신경 써주실 줄은 몰랐네.”그 말을 들은 유진우는 그만 소리 내 웃을 뻔했다. 뻔뻔한 것도 유분수지. 들킬까봐 걱정은 되지 않나 봐? “유진우 씨, 뭐가
“그래서, 할 말은 그게 끝이야?”이청아는 그 자리에 꼿꼿이 선 채 믿기 힘들다는 듯 물었다. 처음 보는 유진우의 차가운 표정이 낯설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억울함이 몰려왔다. “그래, 끝이다.” 유진우는 이청아를 전혀 개의치 않고 얘기했다. “똑똑히 기억해. 내 일에 대해서 신경 쓰지 마. 내가 죽든 살든 이제 너랑은 아무 상관 없는 일이야. 알겠어?”당당한 유진우의 말에 이청아는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자신의 배려가 바꿔온 것이 감사와 보답이 아닌 훈계와 원망이라니. 언제부터 두 사람 사이가 이토록 나빠졌던 것일까. “당신이 그러고도 인간이에요?!”옆의 장 비서가 더 이상 못 들어주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 대표님이 도와주려고 했더니만 이게 무슨 태도입니까! 양심은 개나 줘버렸어요?”“그럼 무슨 태도로 대해야 하는데. 혼자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호랑이 굴에 걸어 들어가는 사람을 용감하다고 해줘야 하나?”유진우가 차갑게 대꾸했다. “저런 배은망덕한...!”장 비서는 화가 치밀어 올라 말문이 막혀버렸다. “됐어, 그만둬.”“오늘부터 더 이상 네 일에 참견하지 않을 거야. 네가 죽든지 말든지 나랑은 아무 관계 없으니까!”이청아는 참지 못하고 폭발해 버렸다.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그녀는 뒤돌아 떠나갔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은 항상 강인했던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당신! 오늘 일 똑똑히 기억해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지 우리를 찾지 말아요!”장 비서는 분에 차서 유진우를 노려보다가 다급히 이청아의 뒤를 따랐다. “머저리 같은 자식.”양의성은 입을 삐죽거리다가 자연스레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이청아와 유진우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 지금 이 기회를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 “바보같으니라고...”멀어지는 이청아의 뒷모습을 보며 유진우는 복잡한 감정으로 시선을 거두었다. 이청아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는 이청아와 싸워 그녀가 직접 떠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 유진우가 제때 나서지
빌딩에 들어선 그 순간부터 걸음마다, 층마다 유진우는 난폭하게 사람을 해치웠다. 그 과정에 유진우의 적수가 될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나한테 복수할 거라면서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 어떡하나.”유진우는 천천히 다가가며 조훈의 숨통을 조여갔다. “제기랄! 다가오지 마! 다가오면 쏜다!”조훈은 갑자기 서랍에서 총 한 자루를 꺼냈다. 하지만 그가 제대로 조준하기도 전에 유진우가 그의 앞으로 뛰어올라 총구를 잡았다. 그리고 총구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철컥.”금속 마찰음이 들렸다. 놀란 조훈은 겨우 시선을 돌려 자신의 총구가 부서진 것을 확인했다. 총을 부수다니!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총을 찰흙 다루듯 마음대로 갖고 논단 말인가! “저, 저기... 그 전의 일은 모두 오해였어. 지금 여기서 떠난다면 앞으로 너를 건드리지 않기로 약속하지.”조훈은 놀란 나머지 식은땀을 주르륵 흘리며 백기를 들었다. 이미 사람의 한계를 뛰어넘은 듯한 괴물과 싸우기에는 승산이 없을 게 뻔했다. 어쩐지 안병서 같은 인물도 유진우 앞에서 존중을 표하더니만. “네가 나를 건드리지 않는다고 해도 오늘 난 너를 꼭 건드릴 거다.”유진우는 그렇게 얘기하면서 조훈의 어깨를 잡아 힘껏 아래로 잡아당겼다. 툭 소리와 함께 조훈의 어깨가 그대로 빠져버렸다. “으악!”조훈은 참을 수없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감히 내 여자한테 손을 대?”그렇게 얘기하는 유진우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그저 또 한 번 손을 뻗어 조훈의 남은 팔 하나를 더 부러뜨렸을 뿐. 조훈은 너무도 괴로운 나머지 얼굴에는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흘렀고 표정은 뒤틀려져 있었다. 방에 남은 몇 사람도 두려움에 벌벌 떨며 다가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제기랄! 너 내 배후가 누군지 알아?!”“무려 강천호 어르신이다! 강능 3대 큰 손 중의 일인자!”“네가 오늘 날 죽인다면 강천호 어르신이 널 가만두지 않으실 거다!”구석에 몰린 쥐는 되려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곧 죽을 처지
문관옥의 맹렬한 기세에 유진우는 그저 검으로 막아내기만 했다. 그리고는 그저 문관옥이 마음껏 공격하게 내버려두었다.하지만 그것이 사람들 눈에는 문관옥이 계속 유진우를 누르고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보였다.계속해서 공격한다면 문관옥이 곧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문 도련님께서 익힌 기술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공격하면 할수록 위력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이 싸움을 보니 유장혁이 더 이상 당해 내지 못할 것 같네요...”“천재라고 하길래 뭐 얼마나 대단하나 했는데... 결국 문 도련님 같은 천교를 당해낼 수 없잖아요!”“문 도련님 파이팅입니다! 유진우를 죽여버려요!”기세등등하게 공격을 이어 나가는 문관옥을 보며 그들은 놀라워 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일부 사호문 제자들은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다.“죽여라! 죽여라!”문관옥은 미친 듯이 웃으면서 손에 든 칼을 점점 더 빨리 휘둘렀다. 그러면서 기세도 점점 더 거세졌다. 그의 공격은 마치 바람에 소나기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보는 이의 눈을 어지럽게 했다.“유장혁, 아까는 그렇게 건방지더니... 왜 지금은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막지만 말고 반격해 봐! 공격해 보라고!”“왜 방어만 하고 있어?”“설마 두려운 건 아니겠지?”“전에는 그렇게 멋있고 대단하던 사람이었잖아. 지금은? 겨우 내 공격을 버티고 있는 주제에!”“그러면서도 천재라고? 웃기지도 않아!”“너한테 그럴 자격 따위 없어!”“어때? 내 실력이 느껴져? 많이 무섭지? 절망적이지?”“안타깝지만 오늘은 아무도 널 구해줄 수 없어!”문관옥은 공격하면서도 계속 비아냥거리는 말을 해댔고 유진우로 하여금 절망을 느끼게 하려 했다.하지만 그의 꼼수에 유진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사실 그는 문관옥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문관옥은 대단하지만 유진우보다는 약했다.다른 조직이 아닌 호룡각이었기에 유진우는 겨우 이 정도의 사람들만 보냈을 리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래서 그는 분명 다른 고수
문관옥의 무기는 빙화검이라는 칼이었는데 전설적인 3대 검 중 하나였다.이 칼은 위력이 셀 뿐 아니라 두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때론 한기가 엄습하고 때론 화염이 치솟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두 속성 모두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력이 강할 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문관옥은 앞으로 돌진하면서 빙화검을 칼집에서 꺼냈 다.뜨거운 붉은 불꽃이 순식간에 칼날 전체를 뒤덮었다. 불길이 마치 짐승처럼 포효하는 듯했고 칼날이 지나가는 곳마다 땅의 화초들이 검게 타들어갔다.“화염 첫 번째 기술!”문관옥이 손목을 살짝 움직이더니 화염을 내뿜는 긴 칼을 높이 쳐들고 허공을 가르며 유진우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굉음이 울려퍼졌다.화염에 휩싸인 긴 칼이 갑자기 폭발하여 거대한 칼날이 허공에 떠서 형성되었다.칼자루는 길이가 십여미터쯤 돼 보였고 너비는 3미터 쯤인 것 같았다. 주위에는 불꽃이 감돌며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언뜻 보기에는 하늘을 찌르는 거대한 칼날이 유진우을 향해 이렇게 무겁게 내리꽂히는 듯했다.“너무 무서운데요? 이게 문 도련님의 실력이였군요. 역시 강하세요.”“맞아요, 역시 도련님이세요. 거의 마스터 수준아닌가요?”“문 도련님 같은 분만이 유진우와 겨룰 수 있죠.”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칼날을 보고 있자니 모두들 자신도 모르게 놀라움을 나타냈다.비교하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었지만 경원종 고수들의 공격과 비교해 보면 문관옥의 공격은 차원이 달랐다.이게 바로 일반 고수들과 천교의 차이였다.“검!”유진우가 이렇게 말하자 땅에 떨어졌던 청하검이 그대로 10여 미터 거리를 날아오더니 유진우의 손에 쏙 들어왔다.유진우는 한 손으로 검을 들고 머리 위에 꽂혀지는 불꽃을 살짝 건드렸다.그러자 하얀 빛이 순식간에 검을 뚫고 나와 빙화검의 불꽃에 세게 부딪쳤다.쿵하는 큰 소리와 함께 두 칼날이 마주쳤다. 그 찰나, 땅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에너지가 충돌 지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마다 온통 난장판이었
펑!여기저기로부터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위력이 넘치는 번개들은 유진우의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 속에 빨려 들어갔고 바람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칼날은 전부 터져버려 모양을 유지할 수 없었으며 날카로운 얼음덩이들은 순식간에 물로 녹아버렸다.경원종의 모든 공격은 전부 무력화 되고 말았다.그뿐만 아니라 비연교 제자들의 암기들도 반사되어 공중에서 비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려오며 사방에서 땡그랑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이럴 수가.”오행 진법이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 채지웅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다 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소스라치게 놀란 얼굴로 바닥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경원종의 다른 고수들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금방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한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았으니 현재 기진맥진한 그들은 독 안에 든 쥐와 다름이 없었다.“도망가야 해! 얼른 도망가야 해!”노윤하가 소리를 지르며 허겁지겁 줄행랑을 놓았다.유진우의 손바닥 그림자에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 같은 강렬한 위기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그의 공격은 일반 마스터가 다다를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으니 유진우는 이미 대 마스터의 문턱을 밟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펑!흰색의 손바닥 그림자가 곧장 따라와 사방을 휩쓸자 미처 피하지 못한 경원종의 고수들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가까이에 있던 사호문 제자들은 상황파악도 못한 채 사라지고 말았다.뒤에 숨어서 암기를 날리던 비연교 제자들도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유진우가 만들어낸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는 도살장의 분쇄기처럼 그곳에 남아있는 적들을 하늘나라로 보내버렸다.지금 이곳은 지옥이 다름없었다.이곳저곳에서 피가 튕기고 산산조각이 난 시체들이 떠다녔다.바닥이 새빨간 피에 물들여져 피로 된 길고 긴 길을 만들어냈다.손바닥 그림자가 유유히 사라지자 이상한 침묵이 흘렀다.경원종에서는 채지웅 혼자 살아남고 전멸했다.채지웅은 바닥에
전에는 경원종이 자기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했지만 방금 경원종 고수가 쓰는 진법을 보고 나서야 그들은 비로소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경원종이 명불허전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채 종주님, 경원종의 오행 진법을 보니까 정말 눈이 번쩍 트이네요. 우리가 도울 필요도 없어 보여요. 경원종 혼자서도 유진우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요!”노윤하는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와 채지웅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공로를 빼앗을 수 있을꺼 생각했었는데 사호문 문주가 죽고 나니까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유진우도 정말 대단하긴 해요. 오행 진법을 쓰지 않았더라면 감당할 수 없었을 겁니다.”채지웅은 두 손을 짊어지고 고개를 살짝 쳐들었다.“물론입니다. 그래도 오행 진법에 의해서 죽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만할 수 있어요. 그만큼 그자가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는 의미니까요.”도금칼과 이화검 모두 유진우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그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증명하기에 충분했다.오행 진법이 변화무쌍한 진법이어서 다행이었다. 하늘과 땅의 힘을 빌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채 종주님, 공로를 세우셨으니 돌아가시면 반드시 큰 상을 받게 될 겁니다. 그때 가서도 저희를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노윤하가 요염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노 교주님 걱정 마세요. 저희 경원종이 상을 받게 된다면 비연교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채지웅은 들뜬 마음으로 직접 다짐했다.“채 종주님께 감사드립니다.”노윤하가 공손하게 말했다.두 사람이 승리를 축하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돌멩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돌멩이들은 온 지면을 뒤덮으며 굉음을 냈다.순간, 산더미처럼 쌓인 돌덩어리가 폭발하는 것이었다.누군가가 돌멩이들 사이로 날아올라 하늘로 솟구치는 것이었다.그는 수십 미터 상공으로 날아오르고 나서야 다시 천천히 바닥에 착지했다.아니나 다를까 흙을 헤치고 나온 유진우였다.“뭐? 안 죽었다고?”조금도 다치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다섯 자루의 검을 보면서도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그는 손바닥을 살짝 들어 올려 위로 치켜올릴 뿐이었다.쾅!강력한 에너지가 손바닥에서 폭발하더니 빠른 속도로 그 이화검들을 삼켜버렸다.펑!다섯 발의 폭음과 함께 다섯 개의 이화검이 폭죽처럼 동시에 터지며 하늘의 불꽃이 되어 바람에 흩날려갔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채지웅이 깜짝 놀라면서 중얼거렸다.나머지 경원종 고수들도 서로 마주 보며 놀라워했다. 이화검의 순발력과 파괴력은 도금칼보다 훨씬 뛰어난 데다가 그들은 방금까지 전력을 다해서 그를 공격했기 때문이었다.그들의 예상대로 유진우가 이 살인을 막아냈더라도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하지만 유진우는 멀쩡할 뿐만 아니라 이화검의 공격도 손쉽게 피했으니 말이다.그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계속해! 마법진 변경!”채지웅은 깜짝 놀랐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오행 진법은 변화무쌍하여 7가지 공격방법이 있었다. 이화검도 안 되면 또 다른 공격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그는 유진우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약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곤지함!”채지웅은 손목을 바들바들 떨면서 황토색 부적 한 장을 꺼내 바닥으로 내리쳤다.나머지 고수들도 그를 따라서 부적을 바닥에 내던졌다.펑!황토색 부적 다섯 장이 땅에 떨어지면서 폭발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유진우가 서 있는 지면이 갑자기 움직이더니 빠른 속도로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 주위 10미터 반경의 땅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더니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유진우는 반응할 틈도 없이 깊은 구덩이에 빠져버렸다.“곤산붕!”그 순간, 채지웅은 즉시 진법을 바꿔버렸다.그는 방금 생긴 깊은 웅덩이를 빠른 속도로 메꿔버렸고 눈 깜짝할 사이에 유진우는 완전히 생매장당했다.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경원종 고수를 지휘하며 진법으로 큰 바위들을 옮겨와서 유진우가 생매장된 곳을 막아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바위는 산처럼 쌓여버렸다.생매장된 유
독성을 가지고 았는 다트는 마치 비 내리듯 끝없이 유진우를 향해 쏟아졌다.순식간에 유진우가 모두의 타깃으로 되었다.“마법진!”다트들이 떨어지려고 할 때 채지웅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그 후 경원종 고수들은 몇 명이 즉시 뿔뿔이 흩어져 유진우 곁에 원 모양으로 둘러섰다.그들 손에는 어느새 금색 부적 한 장이 들려 있었다.“도금칼!”채지웅은 명령과 함께 손에 든 금색 부적을 내던졌다.유진우를 에워싸고 있던 나머지 경원종 고수들도 즉시 부적을 내던졌다.다섯 장의 부적이 유진우를 향해갔다.곧이어 기괴한 장면이 발생했다.하늘하늘하던 부적에서 순간 빛이 크게 번지더니 다섯 자루의 거대한 금색 칼로 변해 유진우를 찌르려 하는 것이었다.그 칼은 아주 날카롭고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으며 파괴력이 강해 보였다.무도 마스터라도 감히 정면으로 맞서지 못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칼이었다.그리고 이 마법진은 경원종의 오행 진법으로 변화무쌍한 데다가 위력이 무궁무진한 진법이었다.또 다섯 사람이 힘을 합쳤기에 실력이 배로 늘어났을 것이었다.죽음에 가까워진 상황이 아니면 결코 쉽게 쓰지 않는 진법이었다.하지만 유진우를 죽이기 위해 경원종은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질질 끌지 않고 한 방에 죽여버릴 생각이었다.“고작 이것밖에 못 하나요?”다섯 자루의 금빛 검을 본 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안색을 바꾸지 않고 발을 한 번 굴렀다.흰색 진기가 몸에서 터져 나와 타원형의 보호막을 만들어 주었다.그 보호막은 유진우를 감싸고 있었다.철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다섯 자루의 금빛 검이 유진우의 보호막에 부딪혔다. 그러자 그 검들이 순식간에 부서지더니 빛이 되어 흩어지는 것이었다.결국 유진우는 털끝만큼도 다치지 않았다.“응”채지웅은 미간을 찌푸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오행 진법의 도금칼은 날카롭기로 유명한 무기였다.하지만 유진우의 보호막조차 뚫지 못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마법진 변경!”채지웅은 주저하지 않고 즉시 경원종 고수를 지휘하여 진법을
“뭐죠? 안 오너님은요? 왜 갑자기 사라진 거죠?”“이상하네요. 방금까지 여기 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졌어요.”“설마 안 오너님께서 또 무슨 신기한 재주를 부리는 건 아니겠죠?”사람들은 사방을 둘러보면서 의논하고 있었다. 사태가 심각한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말이다.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방금 기세등등하던 안호준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으니 말이다.“오너님은요? 어디 가신 거죠?”“스승님! 스승님!”사호문의 제자들이 저마다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그러나 아무리 외쳐도 응답이 없었다.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간파한 사람은 극소수였다.“소리 지르지 않아도 돼. 너희 스승님은 이미 돌아가셨어.”백발노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남들은 몰라도 무도 마스터인 그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두 사람의 주먹이 부딪히고 나서 안호준의 몸은 마치 가스가 찬 풍선처럼 바로 폭발하였다는 것을 말이다.시체도 남아 있지 않다.“죽었다고요? 그럴 리가요?”“채 종주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저희 스승님은 천하무적이라고요!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이겨왔는데 고작 한 방에 죽었다뇨?”사호문 제자들은 이러쿵저러쿵하며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그들에게 놓고 말해서 안호준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 존재였고 어떤 사람을 만나든, 상대가 누구든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채 종주님 말이 맞아. 안 오너님은 죽었어.”비연교 오너도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믿어도 좋고 안 믿어도 좋지만 바닥에 있는 살덩어리가 안 오너님 시체야...”그녀의 말을 듣고 온 장내가 떠들썩해졌다.사호문 제자들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만약 경원종 종주인 채지웅만 그렇게 말했다면 거짓말이라고 의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비연교 교주인 노윤하도 그렇게 말했기에 그들은 믿고 싶지 않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사호문 제자들은 땅바닥의 잘게 부스러진 살덩어리를 보고 비통해하며 울분을 토해냈다.한편, 나머지 문
“죽고 싶다면 도전해 보시든가요.”유진우는 줄곧 무표정이었고 눈빛은 차가웠다.“흥, 무서운 줄도 모르는 놈. 오늘 내가 사호문 권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마!”중년 남자가 고함을 지르며 유진우에게 달려들 때, 또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잠깐만요!”경원종의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가며 말했다.“안 오너님, 당신도 실력은 괜찮지만 유장혁의 적수는 못 돼요. 제가 하죠.”유장혁을 죽이라는 건 호룡각에서 내린 명령이었기에 일등 공신을 세운 사람이 좋은 대우를 받을 게 당연했다.이런 좋은 기회를 남에게 양보해서는 안 됐다.“채 종사님, 좀 저희를 무시하시는 것 같은데요?”안호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제가 거느리고 있는 사호문은 채 종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뛰어나거든요. 이놈도 상대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제가 사호문을 닫아버릴게요.”“맞습니다. 경원종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저희 사호문도 호락호락하진 않거든요!”사호문 제자들이 분분히 떠들어댔다.“안 오너, 당신들을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채지웅은 계속해서 말했다.“오늘 유장혁한테 진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명예는 물론, 목숨도 위태로워질 거니까요.”“채 종사님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만 만약 제가 지게 된다면 그건 제 권술이 부족한 탓이겠죠.”안호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두 분, 너무 조급해하지 마십시오.”이때 비연교에서 몸매가 좋은 한 여자가 천천히 걸어 나오더니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동맹을 맺은 사이인데 이런 작은 일로 화를 낼 필요는 없지 않나요? 그럼 이렇게 하는 것이 어때요? 제가 두 오너님을 대신해서 앞장서보겠습니다. 유장혁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먼저 시험해 보는 거죠.”큰 공을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비연교 교주도 당연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다들 한몫 챙기려는 모양이네요.”채지웅은 좌우를 둘러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선착순으로 보면 제가 먼저입니다.”안호준도 한 치도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
이곳에 나타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본투비 레벨 고수들이었는데 무도 마스터들도 종종 숨어있었다. 게다가 문관옥과 그리고 그의 지휘 아래 있는 부하 백호랑까지...“유장혁, 이게 끝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문관옥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사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준비를 좀 오래 했거든. 네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은 단지 선봉대일 뿐이고 아직도 많은 고수들이 여기로 올 거야. 네가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오늘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거라는 말이지.”사실 문관옥은 유장혁을 죽이는 것쯤은 이 사람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나 유장혁 쪽에서 지원군이라도 오게 될까 봐 사람들을 많이 부른 것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법이었기에 경계해서 나쁠 건 없었다.“문관옥, 설마 문왕부도 호룡각 밑에 있는 세력 중 하나인 거야?”유진우가 소리 내 물었다.“호룡각의 명을 받아 널 처리하게 된 건 내 영광이야. 너한테 놓고 말해서는 불행한 일이겠지만 말이지.”문관옥은 매우 태연하게 말했다.“네가 만약 죽은 척하고 남은 인생을 보냈더라면 아무 일 없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넌 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고 했어. 그러니까 왜 그랬어? 그러지 말았어야지. 네가 자초한 거야.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널 제거하라는 명을 받았을 뿐이고.”호룡각은 황제보다도 더 큰 권력을 가졌다. 천자마저도 꼭두각시일 뿐이니 그가 전력을 다해 호룡각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것도 이상해할 것 없었다.문관옥의 태도에 의해 충성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평가에 통과할 수 있었다. 그에게 놓고 말해서는 호룡각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였다.그때가 되면 그도 권력을 가져서 서경왕보다 더 뛰어난 존재로 될 수 있을 것이었다.“오늘은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 같네.”유진우가 손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자, 죽어도 상관없는 사람은 얼마든지 덤벼. 얼마나 대단한지 보기나 하자!”“흥! 정말 끝까지 해보자는 거지?”문관옥이 손을